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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61화 (61/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61화>

안 그래도 창백하던 얼굴에 아예 핏기가 사라지고.

뺨이 푹 들어가 핼쑥하고, 눈은 하얗게 까뒤집어졌다.

“크흐…… 흐흐! 이것이 나의 진정한 힘…….”

거기에 어눌한 말투까지, 제이슨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감히 내 앞에서 나댄 놈은 죽여 버리겠…… 다!”

하물며 여태 가슴에 담아 둔 병준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해서 저리 말하면서도.

일순간 얼굴 한쪽은 사람의 것처럼 돌아와 괴로움 가득한 감정을 담은 말이 새어 나왔다.

“사…… 살려 줘. 으으…….”

마치 한 몸에 다른 인격이 동시에 들어가 있어 번갈아 가며 말하는 듯한 느낌.

다만 괴로움을 호소하는 쪽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흐흐흐…… 죽…… 어라!”

이내 무감정한 얼굴로 입으로만 웃으며 거대한 얼음의 검을 머리 위로 치든다.

펄펄 냉기를 풍기며.

딱 느끼기에도 심상치 않은 공격이 올 조짐.

“뒤로 물러나요!”

앞으로 나서며 병준은 빠르게 불싸라기검을 투영했고.

쿠콰앙! 쩌저저저저정-

얼음 검이 지면을 내리치자, 냉기가 덮쳐왔다.

하물며 타일 지면을 얼리며 거칠게 쇄도하는 얼음 가시들.

병준은 전력으로 불싸라기 권능을 뽑아냈다.

화르르르르륵-

그러나 겨울이 오면 꽃이 다 져 버리는 것처럼.

불의 꽃잎은 거친 냉기의 폭풍에 밀려, 부질없이 스러졌고.

얄팍한 검신의 불싸라기검으로는 지면에서 마구 솟구치며 닥쳐오는 얼음 가시들을 막는 것 역시 무리였다.

그나마 병준이 공간 장악의 감각으로 빨리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엄청나군.”

고작 손 한 뼘 거리를 두고 가슴팍에 닿지 못한 얼음 가시들.

판단이든 행동이든, 뭐라도 하나가 조금만 늦었어도 저 얼음 가시에 꿰이는 신세가 되었으리라.

하물며 직격을 면했을 뿐.

불싸라기로 밀어내지 못한 냉기에는 노출되고 말았다.

몸을 털어도 얼음 조각들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냉기로 된 백린탄을 맞은 것만 같다.

“후우우우…….”

팔 색 숨결과 공간 장악으로 마력을 운용하자, 그제야 떨어지는 얼음 조각.

이게 제이슨의 힘?

아니, 이건 명백하게 그에게 느낀 포스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게 강제로 쥐어짜이는 느낌.

제이슨이 왜 저런 아이템에 휘둘리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불싸라기검은 이 냉기를 감당하기에 무리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병준은 마력의 패턴을 바꾸며 전자 담배에서 레이피어의 형상을 지우며 새로운 검을 뽑아냈다.

그렇게 꺼낸 다른 마검이란 포스 블레이저.

콰쾅- 콰콰쾅!

이내 격돌하는 검과 검.

확실히 물리적인 대미지로는 포스 블레이저로 얼음 대검을 압도할 수 있었다.

다만 포스 블레이저가 그 강력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드래인 스파이럴의 권능을 써야 하거늘.

쩌저정- 쩌정-

“큭!”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냉기가 마력회로조차 얼어붙게 만든다.

주위의 마력을 흡수하는 포스 블레이저의 특성에 따라.

놈이 뿌리는 지독한 냉기는 마치 맹독과도 같이 시시각각 깊숙하게 파고들어 왔다.

이래서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오히려 놈이 푸는 독을 마시는 꼴이 되고 만다.

“이걸로도 안 되면…….”

더 거리를 벌려서 스와핑한 막야를 날린다.

후우우웅- 콰지지직!

이번에야말로 점점 더 매서워지는 한기를 버텨 내며.

얼음 갑옷의 빈틈을 노리고 돌파해 들어가는 순간.

놈의 갑옷 표편에 살얼음이 끼며 막이 생겼고.

콰지직- 콰차차창!

막야가 휘두르는 방향으로 얼음의 파편이 뿌려졌다.

하지만 갑옷 본체가 아니라 막을 긁어냈을 뿐.

녀석의 본체는 아직 멀쩡했다.

‘바로 얼음으로 수복하는군. 겉에서부터 공격해도 못 뚫어.’

갑옷과 얼음 막을 무시하고 내부에 대미지를 꽂을 수 있는 공격을 넣어야 한다.

다만 그런 권능을 지닌 마검이 자신에게 있던가?

…없다.

공략의 가닥은 얼추 잡았으나 이를 실행할 마검이 없다니 난감한 상황.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으나, 이대로는 말려 죽는다.

심지어 이동 경로를 따라서 녀석의 얼음 영역은 더욱 그 범위를 넓혀 자신을 옥죄어 오고 있었다.

‘어떡하지?’

조금씩 몰리는 순간.

그때 명준의 오른손이 명멸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마검석이.

“이것은?”

그것을 매개로 맺힌 인연이!

그리고 그 순간 언제 허우적거렸냐는 듯.

자세를 낮췄다, 마치 야차와 같은 기세로 제이슨이 돌진했다.

“흐흐… 가소롭구나! 어디까지 피하나 보자!”

아니, 제이슨을 조종하여 움직이는 냉기의 갑옷이.

공간 장악으로 읽고서 아슬아슬한 거리로 피해 내며, 병준은 집중하여 마검 소환 권능을 시전했다.

휘우우우우우우우우-

마검석이 빛줄기로 화하여 주변으로 휘몰아치고.

인연이 닿으며 살짝 쥔 주먹 속으로 잡혀 온다.

[ 멸살 칼날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역시나 첫 번째는 조각.

뽑는 순간 얼음 파편이 옆구리의 옷을 찢으며 스쳤다.

“큿!”

하지만 병준은 멈추지 않고.

이어서 인연을 닿으려는 듯 빛의 줄기를 잡아당겼다.

[ 브로든 글라시아(★★★★)를 얻었습니다. ]

절묘한 타이밍에 찾아온 4성!

파란 사파이어로 깎아 낸 듯 은근히 감도는 색감에 느껴지는 냉기의 기운.

콰지지지직! 콰치칙!

하지만 다시 덮쳐 오는 얼음 갑옷의 파상적인 공격을 피하며, 병준은 빠르게 마검을 해제했다.

‘같은 속성은 웬만큼 강하지 않고서야 놈을 압도할 수 없어.’

다시 간다.

쿠우웅- 콰콰쾅!

“흐흐…… 네놈, 무슨 잔재주를 부리는 것이냐?!”

갑옷에 휘둘리는 제이슨의 공격을 피하고 흘려내며.

인연에 집중하여 마검 소환을 다시 이어 나갔다.

[ 산란일섬검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

콰치치칭- 쿠화학!

[ 키닝 오브 로즈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파팟- 츠파아앗!

[ 신묘의 힘의 조각…… ]

불완전한 형태가 잠시 손에 들어왔다가 빛줄기로 흘러가듯, 주변에 꽂히기를 반복.

콰치칫- 쩌저저저정!

냉기를 피하느라 궁지에 몰리기도 했지만, 어느새 얼음이 마력회로에 사무쳐 더뎌진다.

“크하하, 이제 죽어라.”

얼음 갑옷도 승기를 확실히 굳히려는 모양.

그럼에도 병준은 포기하지 않고서 마지막 마검석에 전력으로 인연을 걸었다.

‘제발!’

그 순간 느낌이 왔다.

[ 익시드 스케일(★★★★)을 얻었습니다. ]

아직 완전한 형체를 갖추기 전이었으나, 자신의 상황에 빨리 호응해 주려는 것인지.

상태창을 보기도 전에 직감적으로 떠올랐다.

“된…다! 이 녀석이라면 쓰러트릴 수 있어.”

확신하는 병준.

그 모습과 익시드 스케일의 전대 주인의 모습이 겹친다.

한 손에는 불덩어리를 소환해 냈고, 다른 손에는 마검 익시드 스케일을 쥔 마법사.

“흐흐흐… 곧 얼어붙어 죽을 놈이 뭘 그렇게 자신하느냐?!”

닥쳐오는 얼음 검을 피하며 병준은 바로 틈을 파고들었다.

익시드 스케일이 보여 주는 전대의 기억.

스톤 골렘 무리와 싸우는 마법사가 그러한 것처럼.

피하면서 검을 휘두른다.

까깡! 팅-

그 공격은 비록 얼음의 갑옷을 뚫지 못하고 검흔만 새겼지만.

“크흐흐…… 가소로운!”

제이슨의 입을 통해 비웃는 얼음 갑옷.

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병준은 그 기세대로 검을 그었다.

끼기기기깃-

그러자 얼음 갑옷 표면 곳곳에 기다랗게 흠집이 새겨진다.

계속되는 검무.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 갑옷 표면에는 어느새 온통 익시드 스케일로 긁어낸 흠집이 가득했다.

그런 병준의 모습과 전생검으로 흘러나오는 전대의 기억 속의 모습이 겹쳐졌다.

마법사는 스톤 골렘의 몸을 마구 베고 긁어내더니.

마지막으로 놈의 가슴팍에 검신을 강하게 찔러 넣었다.

병준의 앞에 있는 얼음 갑옷 역시 비슷한 상태.

무수한 검흔이 남았고 화룡점정처럼 심장부만 남겨졌다.

그 모습에 병준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고작…흠집만…내놓고…뭘…만족하면서…웃는…것이냐.”

이를 아직 모르는지 얼음 갑옷은 제이슨의 입으로 비웃지만.

병준의 몸은 주저 없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곤 마치 궁극의 일격을 내찌르는 듯, 익시드 스케일을 뻗었고, 그것은 일직선으로 놈의 심장에 꽂혔다.

그 순간 칼날의 비늘이 붉게 빛나더니 검을 찌른 궤적이 심지처럼 흔적으로 남는다.

전대 검주가 스톤 골렘의 심장부에 마검을 꽂고 그곳에 파이어볼을 날리듯이.

마치 싱크로나이즈처럼.

병준은 그대로 불싸라기검으로 스와핑하여 불꽃을 일으키자.

화르르르륵-

“크큭…작은…불꽃…따위로…….”

“이번에는 다를걸.”

검흔이 남긴 심지를 따라 마법사의 파이어볼이 골렘의 표면에서 마구 불길이 붙고 심지어 내부에서 폭발한다.

그리고 그 모습과 똑같이.

콰쾅!

“크윽…무, 무슨?!”

병준의 불그스름한 꽃잎은 냉기에 스러지면서도 멈추지 않고 얼음의 갑옷에 새겨진 검흔에 닿아.

누적되고 교차하며 수없이 새겨진 흠집을 따라서 더욱 격렬하게 불길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콰항- 쿠화하하하하!

놈의 비웃는 목소리는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불길은 심장부에 닿아서 안쪽으로 거칠게 파고들었고.

콰하하하하- 화르르르르륵!

그로 인해 얼음 갑옷이 확 까여지며 마력 핵도 드러났다.

불타오르며 녹아내리고 있는 얼음 마력 핵이.

콰쾅- 콰콰쾅! 화르르륵-

결국 버티지 못한 얼음 갑옷의 각 부위가 부서지며 제이슨이 널브러졌다.

“그으으으…… 으…… 으…….”

제이슨의 입에서 새어 나오던 신음이 이내 멎었다.

그리고 비명의 대신인 것처럼 주변에 냉기만 퍼렇게 퍼질 따름.

푸스스스스-

[ 봉인된 좌표_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3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간만에 힘든 전투였군.”

하지만 결국 이겨냈다.

[ 익시드 스케일이 당신과 인연을 소중히 여깁니다. ]

아까는 전투 중이라 제대로 보지 못했던 병준도 이제야 마검을 자세히 살폈다.

[ 익시드 스케일 ]

*계열 : 마력검, 물리검

*등급 : ★★★★

*인연도 : 153

*Ⓐ퓨즈 베스티지

*Ⓟ블레이즈 인포스

조약돌을 다듬어 낸 것처럼 매끄럽게 보이는 재질에 마름모 형태의 작은 비늘.

그것들이 촘촘하게 엮여서 짜인 칼날의 장검이라니.

[ Ⓟ퓨즈 베스티지 ]

*검이 대상에게 낸 상흔이 심지로 작용하여, 화염 대미지를 부여하면 상흔 끝에 닿기 전까지 계속 타오른다.

[ Ⓐ블레이즈 인포스 ]

*퓨즈 베스티지가 작용된 검흔에 화염이 끝까지 닿으면 강력하게 폭발한다.

그리고 이게 정식으로 보는 권능 설명창.

“그랬었나.”

전생검의 인도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일 때는 잘 몰랐으나, 화염 마검과 상성이 굉장히 좋을 듯한 녀석이다.

그러는 사이.

치이이익-

김철은 제이슨에게 급히 생명력 포션을 들이붓고 있었다.

얼음 갑옷에 생명력을 많이 빨린 것도 모자라 전신 괴사에 가까운 동상.

임시 조치일 뿐, 도저히 포션으로 나을 수준이 아니었다.

“힐러 계열에게 보이는 편이 나을 듯싶군요.”

병준은 이내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전리품이나 뒤처리는 제가 하죠. 김철 씨는 먼저 제이슨을 데리고 나가 주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병준 헌터님 길을…….”

병준은 선지자의 나침반을 꺼내서 흔들어 보였다.

“이게 있으니 출구는 찾아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준호 씨의 수색 요청도 보내야지요”

“그렇죠, 선배의……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따라오실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길게요.”

김철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제이슨을 업고 달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격전이 벌어진 장소에 혼자 남게 된 병준.

시선이 옆으로 옮겨 간다.

냉기가 걷힌 자리에 남겨진 얼음 갑옷 파편.

그것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음, 어디다 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챙겨 둘까?

얼음 갑옷 파편을 비롯해서 전리품을 인벤토리에 잘 정리한 병준.

잠시 마력 호흡으로 정돈하며 갈무리까지 마친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그럼 나도 돌아가 볼까.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도 있겠어.”

그렇게 양옆에 횃불이 있는 길을 빠져나와 원래 있던 타일 영역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음?”

병준은 타일 영역 저편의 캄캄한 공간으로 시선을 던졌다.

착각이었을까 육안에는 그저 시커먼 공간이지만.

공간 장악에는 순간적으로 무언가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는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돌아가라는 듯.

아니, 마치 작별 인사처럼.

스으으으으-

바람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횃불과 기둥 있는 방향, 타일 영역은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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