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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56화 (56/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56화>

병준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건, 악령의 돌이었다.

유령종 몬스터의 마력 핵을 흡수시켜 봉인을 푼 결과 검푸른 색채를 짙게 띠는 악령의 돌.

그것을 제단으로 가져가서 살포시 내려놓자.

우우우우우우우웅-

[ 악령의 돌을 제단에 안치하였습니다. ]

잘은 진동과 함께 악령의 돌은 허공에 부유했다.

이어서 빛줄기가 뭉치며 그것은 반투명한 덩어리를 이루었다.

[ 제단이 악령의 기운을 다 흡수하면 다음 돌이 개방되니 기다려 주십시오. ]

마력이 얽히며 다음 돌이 형성되는 속도로 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싶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 제단에서 마수의 돌이 생성되었습니다. ]

어느새 제단에는 또 다른 돌멩이가 놓여 있었다.

이것으로 두 번째 돌.

[ 퀘스트가 떴습니다. ]

그리고 그 붉은색 돌을 집자 뜨는 퀘스트창.

[ 마수의 샘 ]

*조건 : 마수의 돌 습득

*내용 : 마수의 샘에 담가서 돌의 봉인된 마력 해방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2개

“흠, 이번에는 마수의 샘이란 곳을 찾는 건가.”

자세한 위치도 나오지 않는 불친절한 내용.

하지만 병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신 마력을 발하며 시선을 살짝 아래로 향했다.

“미니맵이 좋기는 해. 맨땅 헤딩은 면한 셈인가?”

푸른 창에 화살표 뜨는 걸 보며, 병준은 수고를 덜었다는 듯 옅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 * *

[ 얼어붙은 저지대 마검주를 등록하였습니다. ]

마검주를 발견하여 등록할 위치쯤 되자.

슬슬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 멀지 않은 저편에 끝도 없이 솟아오른 절벽.

운무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은 저번에 본 바다와 다른 의미로 절경이었다.

그리고 화살표는 그 절벽을 향해 계속 나아가라 한다.

“두 번째 돌의 마력 봉인을 푸는 퀘스트…….”

그것을 위해 마수의 샘이란 곳에 돌을 담가야 한다.

짐작건대 저 절벽 어딘가 그 샘이 있으리라.

“다시 가자, 앰버.”

“넵!”

망령 늑대나 아이스 프테라 아이스 웜 등이 병준을 보자 덮쳐들지만.

빠르게 잡으며 절벽에 다다른 두 사람.

높게 솟은 절벽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던 중, 둘은 이윽고 큰 동굴을 발견했다.

“이 뒤로 달리 갈 수 있는 길은 없네. 이쪽이 확실하군.”

허옇게 풀어지는 냉기.

필드도 얼어붙었다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지만, 동굴은 그보다 훨씬 차가운 듯.

입구부터 이미 강렬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물며 공간 장악을 펼치자, 몬스터의 기척이 다수 느껴진다.

망령 몬스터 특성으로 보아, 들어가면 단번에 덮쳐 오리라.

“내 뒤에서 조심해서 따라와.”

“헤헤, 알겠어요!”

불싸라기검을 투영해 불빛 삼아 들어가는 병준.

칼날을 가볍게 긋자, 불빛이 번지며 안쪽이 비쳤다.

천장에 길게 뻗친 고드름과 바닥에는 곳곳에 빽빽이 돋친 얼음의 가시들.

그것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곳곳에는 마치 종유석 같은 얼음 기둥이 서 있다.

만약 다른 상황이었다면 이 절경에 감탄했겠지만.

이곳은 엄밀히 말해 던전이다.

“찌르르르르르륵!”

“찌르르릇!”

내부로 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순식간에 튀어나오는 녀석들.

츠파팟- 파파파팟!

네발로 기어 다니는 형체와 꼬리를 쳐들자 쏟아지는 무수한 얼음 가시 무더기.

“주군, 저 앞에서 아이시클 호저의 공격이 와요!”

주변에 있는 얼음 기둥에서 하나씩 나와 쏘아 대니, 그 수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 들고 있는 검이야말로 얼음 속성에는 상극.

챙그랑- 콰장창!

빠르고 치고 베는 칼날이 가느다란 가시를 깨트리고.

쿠화하하학- 화르륵!

이어서 불싸라기 권능을 시전하자, 화염이 몰아치며 닥쳐오는 냉기를 몰아냈다.

다만 동굴의 얼음조차 녹일 정도는 아니었다.

“불싸라기검의 화력으로 기둥까지 녹이는 건 무리인가.”

표면이 다소 녹았으나 얼음 기둥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녹아내린 물이 다시 기둥에 붙어 버렸다.

“그럼 이번에는 내 차례지.”

그러나 반격을 위해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바로 도망치는 아이시클 호저.

그러더니 얼음 기둥 뒤에 숨어 버리는 모습에 병준은 어이가 없어서 헛숨을 내뱉었다.

“뭐야? 고작 그거 깔짝대고 바로 도망친다고?”

그 말에 앰버가 바로 외쳤다.

“아이시클 호저는 저렇게 공격하자마자 도망치는 습성이 있어요. 목덜미의 급소를 치면 즉사시킬 수 있기는 한데, 그게 어려운…….”

“그러니까 목덜미란 말이지? 알았어.”

“네?”

목덜미 급소는 분명히 약점이지만 그것만 알아서 어떻게?

난색을 띠는 앰버와 달리 병준은 미소를 지었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 우회 사냥 ]

*조건 : 장애물이 있는 지형

*내용 : 장애물을 파괴하지 않고 거기 숨는 대상을 사냥

*진행 : 0/100

*보상 : 마검석 1개

그사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시 자리 잡은 아이시클 호저들.

옆으로 나오며 꼬리 쳐들고 얼음 가시를 쏠 자세에 병준은 불싸라기검을 해제했다.

“화염 속성도 좋지만, 너희에겐 그보다 이게 더 적당하겠네.”

그리고 다시 투영한 마검은.

병준이 팔을 떨치자 마치 사복검처럼 곡선을 그리며 허공에 날카롭게 휘어졌다.

탁 쳐서 올리는 손목 스냅에.

츠파아아앗-

마치 검극이 살아 있는 듯 유연하게 길어지며.

얼음 기둥의 옆에서 뒤로 우회하며 찔러 간다.

“끄에에에에에엑!”

목덜미에 마력이 뭉쳐 빛나는 곳이 실피드 페리온의 칼날에 꿰뚫리자, 바로 아이시클 호저의 비명이 터졌다.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1/100 ]

파파파팟- 츠파파파팟!

다른 아이시클 호저가 얼음 가시를 쏘아 대지만.

공간 장악의 감각으로 얼음 가시의 궤적을 읽어 피했다.

춤추며 유영하는 바다뱀처럼 얼음 기둥 사이를 헤집고, 순간 빨라지는 검의 속도!

병준의 본신에 정신이 쏠린 녀석들은 아까처럼 도망치기도 전에 당해 버렸다.

“키엑?! 끼에에에에에엑!”

“끄이이이이이잇!”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2/100 ]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3/100 ]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 ]

올라오는 메시지 사이로.

[ 실피드 페리온이 자신의 활약에 만족합니다. ]

오랜만의 본격적인 활용에 기쁘다는 듯, 평상시엔 조용한 녀석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걱정 마.”

그에 부응이라도 하듯.

얼음 동굴 여기저기 천장을 떠받친 기둥을 보며.

“여긴 네가 활약하기에는 딱 제격인 장소거든.”

우우우우우우웅-

떠는 검신을 느끼며.

병준은 실피드 페리온과 함께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 * *

이 동굴 심처에 있을 마수의 샘이란 곳.

미니맵의 화살표가 있기에 방향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92/100 ]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93/100 ]

[ 우회 사냥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

얼음 기둥에 숨는 아이시클 호저를 사냥하며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퀘스트도 막바지였다.

[ 우회 사냥_퀘스트를 완수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1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우우우우우우우웅-

그에 만족하는 듯 실피드 페리온의 검신이 운다.

그때 프로즌 스네이크를 사냥하는 퀘스트 때 그랬던 것처럼 화살표가 없어졌다.

피부를 저미고 뼈에 한기를 사무치게 하는 듯 스산하게 느껴지는 마력!

“크햐아아아악!”

마수의 샘 뒤쪽으로 벽면에 울려 퍼지는 괴성과 함께.

팔다리가 길쭉한 그림자가 겅중겅중 내려왔다.

“마수의 샘이란 걸 지키는 수호자쯤 되는 녀석인가.”

냉기를 펄펄 뿜어내며 3미터 훌쩍 넘는 비쩍 마른 체구.

대가리는 뿔 돋친 사슴의 것.

이 모습은 본 적이 있었다.

흡사 얼음 속성의 던전에 나온다 알려진 웬디고!

아니, 놈의 등에 돋아나 넘실거리는 촉수는 평범한 웬디고와는 사뭇 다르다.

“뭐 굳이 따지면 가디언 웬디고쯤 되려나.”

마수의 샘을 지키는 놈이라 그런지 강화되어서 그런 걸까.

어쨌거나.

“이 샘의 기운을 받으려면 너부터 잡아야 되겠지.”

그 말에 코웃음이라도 치듯 놈이 벽면을 따라 빠르게 기어 오더니 훌쩍 뛰어 덮쳐온다.

그와 동시에 펼쳐졌다가 어지럽게 찔러오는 촉수들.

파파파- 파바밧-

병준은 모든 공격을 피하며 실피드 페리온으로 빈틈을 정확하게 공격했다.

날카롭게 늘어서 허공에 휘어지는 공격이 가디언 웬디고의 옆구리를 베려는 찰나.

츠츠츳- 파팟-

사라지는 놈의 모습.

“블링크?!”

이어 몇 미터 떨어진 옆에서 다시 나타나더니.

커다랗게 포효를 내지르며.

“캬아아아아악!”

기다란 팔과 촉수를 휘둘러 측면에서 다시 공격해 왔다.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입가에 미소를 띠는 병준.

“좋아,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오른손으로는 계속 가디언 웬디고를 견제하면서.

왼손을 옆으로 뻗자, 마력이 휘몰아치더니 이내 두툼한 책의 형체를 이루었다.

바로 제검의 서.

[ 조건을 충족하여 사용 가능한 스킬이 있습니다. ]

병준은 감각에 집중했다.

처음 쓰는 것이지만, 마력 체화로 날카로워진 감각의 보조가 합쳐지니 큰 무리는 없었다.

철컥.

순간 잠금장치가 풀리더니

촤르르르르르-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한다.

파란 빛무리로 소용돌이치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서책.

그리고 어느 순간,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바로 우보법 스킬!

병준이 걸음을 내딛고, 다시 떼지 않겠다는 듯 힘껏 짓눌러 밟으며 우보법을 시전하자.

타탓- 탓-

서책에서 풀려나오는 푸른 소용돌이의 유도를 따라 지면에 남겨진 걸음들이 모이고.

그것은 마치 특정한 묘리로 보법을 밟는 것 같이 움직이더니 일대에 마력의 발자국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지면이 파랗게 변했다.

스스스스- 스스슷!

그 순간, 놈의 다리 역시 스펀지가 물을 먹는 것처럼 같은 색으로 물들었다.

[ 제검의 서_우보법이 1개 대상에 대해 발동하였습니다. ]

[ 지속 시간 4:59:99 ]

“지속 시간은 5분인가.”

놈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발동한 우보법!

“크, 크윽?”

가디온 웬디고는 그제야 두 발을 묶은 마력의 올가미를 느끼고는 당황해서 몸부림쳤다.

그러나 푸르스름하게 물든 지면과 놈의 두 다리는 마치 처음부터 하나로 붙은 바위인 듯 떨어지지 않는다.

웬디고는 이내 심상치 않은 위협을 느끼고는 즉시 블링크를 시전하려 했으나.

츠파아아앗-

흐릿하게 상체가 먼저 사라지더니 하체가 따라가려는 순간, 푸르스름하게 지면과 붙은 하체에 스파크가 튀었다.

파치칫! 파츠츠츠츳-

“크에에엑?!”

그렇게 마치 무언가에 붙들려 내팽개쳐지듯, 다시 그 자리에 묶였다.

“이걸로 증명됐네.”

우보법이 놈의 블링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물론 나도 발을 못 떼는 제약이 있지만 말이지.”

슬쩍 아래를 보는 눈.

병준의 발도 푸르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만약 발을 떼면 웬디고에게 시전한 우보법이 풀리리라.

놈의 발을 잡아두려면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그러나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을 보면 병준은 결코 초조한 기색이 아니었다.

“너 정도는 상체만으로도 충분하지.”

그 순간 마력의 빛줄기로 뻗어나가 채찍의 칼날을 마구 뿌려내는 실피드 페리온과 함께.

병준의 전신으로 강렬하게 투기를 발산해 냈다.

“자, 그럼 제대로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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