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51화 (51/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51화>

팔공산 필드형 던전 소멸 레이드를 무사히 마치고, 병준은 서울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들어온 집.

“그럼…….”

가볍게 몸을 풀더니 앞으로 오른손을 뻗는 병준.

파치치치치칫-

섬전이 튀면서 푸른 마력의 검이 확장하며 마검전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 출입 보상으로 마검석 1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주군을 뵙습니다.”

팔공산 레이드를 다녀와서 그런지, 오랫동안 이 둘을 못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아주 살짝이지만 풀리는 긴장감.

던전에서는 긴장의 칼날을 세우고 있어야 했다.

심지어 팀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그랬거늘.

마검전에서 이 둘과 있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전속된 관리자라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라? 주군, 혹시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응?”

갸웃거리는 앰버를 쳐다보자 그녀가 다시 물었다.

“웃고 계셔서요. 주군께 좋은 일이 생겼으면, 저도 같이 축하드리고 싶어요.”

그제야 병준은 자신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그냥…… 마검석 10개 넘게 모아서 말이지.”

“앗! 그렇군요! 축하합니다!”

“그럼, 이번에도 시작하시겠군요.”

대충 얼버무린 병준은 말이 나온 김에 명당을 찾아봤다.

그러다 한쪽 구석에서 분명히 전에는 없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돌아봤다.

즉시 후다닥 달려오는 앰버.

그리고는 병준이 그걸 봐줘서 기쁜지 신나서 떠들어 댔다.

“참, 그거 간식이에요! 주군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나 주려고 만들었다고?”

“헤헤, 네!”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며 눈빛을 반짝거리는 앰버.

다만.

거무튀튀하고 딱딱한 그것이 도저히 ‘간식’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후, 하는 수 없지.’

엠버의 저 얼굴을 봐서라도 먹어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병준은 거무튀튀한 그것을 들어서 한입 베어 물었다.

음!

입안 가득 퍼지는 맛에 병준은 흠칫했다.

시큼한 맛에 컨트롤 할 틈도 없이 표정이 구겨진다.

“헤헤, 맛이 좀 그렇죠.”

앰버가 괜찮은 척 말했지만, 오히려 괜히 미안해졌다.

보아하니 간식 같은 걸 좋아하는 모양인데.

이런 걸 만들고 좋아하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아니, 괜찮아.”

병준은 앰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머지를 마저 먹었다.

“헤에.”

그러자 밝게 웃으며 감동한 표정이 된 앰버.

이거, 사소한 데서 감동도 잘하고 뭣보다 너무 속을 알기가 쉽다.

티끌 없이 순수한 느낌이랄까.

‘다음에 뭔가 맛있는 거라도 먹여 줄까?’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병준은 다시 못다 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오, 여기 좋겠다.”

한 자리를 선택했다.

볕 잘 들고 좋은, 이곳에서 뭔가 딱 느낌이 왔기에.

좋은 마검을 뽑을 듯싶은 명당이라는 직감!

하물며 이번 소환은 특별했다.

어떤 마검이 반응한다는 메시지를 보지 않았던가.

병준은 그 매개체인 스턴 니들을 꺼냈다.

그리고 새삼 그 기운을 느끼면서.

“그럼 해 볼까.”

마검 소환 권능을 시전하자 손등의 마검석 문양 10개가 산화하여 빛줄기로 펼쳐지고.

병준을 중심으로 형형색색 소용돌이를 그려내며 빛나고 나선으로 회전했다.

그리고 부름에 응하는 것들.

[ 마하그나달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버팔로의 왜곡된 뿔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비검천의 조각(★★)을…… ]

파편들이 나오지만 초조해하지 않고 집중한다.

스턴 니들을 잡은 손에서부터 그 인연의 끈으로 닿아, 이 소환에 응할 바로 그 마검에.

그리고.

‘왔다!’

마침내 뭔가 닿은 느낌!

그 인연을 잡아채자 빛이 엮이며 형체를 이루었다.

[ 블랙 본 소드(★★★★)를 소환하였습니다. ]

“헉, 4성?!”

금속보다 튼튼해 보이는 검은색 뼈 재질에 새겨 낸 톱날.

[ 블랙 본 소드 ]

*계열 : 마력검, 심상검

*등급 : ★★★★

*인연도 : 147

*Ⓟ아스트랄 블레이드

*Ⓐ멘탈 디바우러

[ Ⓟ아스트랄 블레이드 ]

*유령 계열 몬스터에 특히 강력한 피해를 준다.

[ Ⓐ멘탈 디바우러 ]

*마력의 투사체를 쏘아 적중당한 대상의 정신에 일정 시간 패닉 상태를 부여한다.

창에 뜬 권능 설명을 보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턴 니들을 쓸 때 반응한 녀석이 이 마검이라는 사실을!

병준은 거침없이 녀석을 들어 인과를 연결했다.

그러자 보이는 검의 과거.

밤중 으슥한 공동묘지 같은 곳에서 벌어진 혈투.

한 무리 기사들이 언데드를 상대하고 있으며, 그중에 밴시 같은 유령 계열도 있었다.

평범한 검이었다면, 유령 계열인 밴시에게 농락당했을 상황!

하지만 이 마검의 주인은 달랐다.

“끄에에에엑!”

아스트랄 블레이드 권능!

검은 뼈 칼은 오히려 유령 계열에게 더 큰 대미지를 주었고, 그걸 그대로 옆으로 휘두르자.

꼬리를 그리며 거무튀튀한 투사체가 연달아 허공을 갈랐다.

적중당하는 순간, 한 번에 수십 마리 몬스터가 경직되었다.

물론 그처럼 다루려면 큰 마력이 필요하리라.

당장 무리가 있겠지만.

숙련되면 자신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

병준은 열망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듯이, 제 손에 있는 검은색 뼈 칼을 꽉 쥐었다.

* * *

하얀 설원으로 이동한 병준.

등록된 마검주를 통해 가장 멀리 등록된 지형인 얼음송곳 숲으로 나왔다.

그 곁을 지키면서 싱글벙글 웃더니 앰버가 말했다.

“헤헤, 같이 나와서 기뻐요. 이번엔 제가 잘 보필하겠습니다!”

저번에 한 약속대로 이번에 필드로 데리고 나왔는데 저렇게 좋아할 줄이야.

괜히 흐뭇해진다.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음, 글쎄.”

블랙 본 소드를 써 보고 싶어 필드로 나왔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다음에 마검전에 들어오려면 하려고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이 광활한 필드의 끝을 보는 것.

“오늘 필드 끝까지 가려고 하거든. 이쪽으로 가 보자.”

“아, 넵!”

병준은 한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걱정을 했지만, 제법 잘 따라붙는 앰버.

‘제법인데. 저 녀석 마법사 클래스 아니었나?’

공간 장악의 감각으로 후방 앰버의 기척을 느끼며, 병준은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

전력으로 달린 건 아니지만 자신을 놓치지 않고 따라오다니.

마법사보다 의외로 몸 쓰는 쪽으로 재능이 있을지도?

“앰버야, 달리는 속도를 더 올려도 괜찮겠어?”

“헤헤, 아직 괜찮아요.”

“그러면 좀 더 빨리 달릴게. 힘들면 말해.”

“넵!”

말 끝내기 무섭게 땅을 박차며 속도를 올렸다.

그렇게 둘은 빠른 속도로 얼음송곳 숲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돌입했다.

[ 얼어붙은 협곡에 진입하였습니다. ]

“얼어붙은 협곡이라.”

이름 그대로 지형이었다.

가파른 협곡 지형.

다만 암벽 표면이 얼어붙어 새파랗게 비치면서 냉기를 풀풀 풍겨 내고 있었다.

마치 운무처럼 보일 정도로.

푸른 마력의 검에 깃든 지형 탐색 권능을 풀어내자 비치는 모습도 그랬고.

“끼륵, 끼르르륵!”

협곡 상공에는 활강하듯 날아다니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저기 보세요, 주군! 아이스 프테라의 망령이에요.”

뾰족한 주둥이와 뒤로 삐쭉 솟은 뒤통수에 그대로 이어지는 유선형 몸체.

흡사 익룡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점막처럼 펼친 날개를 퍼덕이며 민첩하게 날아다니는 아이스 프테라.

앰버가 녀석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공격성이 강한 놈들이에요. 우릴 보자마자 덮쳐 올…….”

“끼에에에에엑!”

그 말하기 무섭게 망령들은 뚝 떨어지듯 내리꽂히며 공격해 왔다.

콰쾅!

얼음과 바위 파편을 깨부술 정도의 위력.

그러고는 곧바로 땅바닥에 충돌한 반탄력과 함께 날개를 퍼덕이더니 치고 빠진다.

“앰버, 저기 바위틈 사이에 잠시 숨어 있어.”

“그렇지만 주군을 보필해야…….”

앰버가 우물쭈물하자 병준은 웃으며 덧붙였다.

“괜찮아, 새 마검을 시험하고 싶어서 그래. 정 내가 위험해 보이면 도우러 와.”

“그럼 잠시 물러날게요.”

그리고 그 타이밍에.

[ 퀘스트가 떴습니다. ]

하얀 창이 떴다.

[ 날카로운 사냥꾼 ]

*조건 : 치고 빠지는 습성의 몬스터를 다수 대면

*내용 : 치고 빠지기 전에 몬스터를 사냥

*진행 : 0/100

*보상 : 마검석 1개

퀘스트 내용을 보며 병준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 그럼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마치 칼날을 톱날처럼 새긴 검은색 뼈 재질 마검.

“마침 블랙 본 소드를 시험하기 딱 좋은 퀘스트잖아.”

병준은 블랙 본 소드를 투영하며, 막 떨어져 내리는 아이스 프테라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 블랙 본 소드의 Ⓐ멘탈 디바우러를 시전하였습니다. ]

집중하자 뼈 칼에 새겨진 마력회로 반응으로.

솨아아앙-

병준이 실어 낸 마력이 이 마검의 소재가 된 본디 뼈에 깃든 무언가를 풀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악령의 형상처럼 길게 꼬리를 그리며 뻗어 나갔다.

허공을 구불구불 훑으며, 언뜻 봐도 느리게 나가는 투사체.

“끼에에엑!”

아이스 프테라는 비웃듯이 몸을 비틀어 곡예 비행하여 피하려 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빗나가나 싶었으나, 유연하게 비틀어 방향을 틀더니.

멘탈 디바우러는 마치 유도탄처럼 쫓아가 아이스 프테라에 적중했다.

“끼헥?!”

고개를 쳐들며 움찔하더니 그대로 날갯짓이 멎으며, 바닥으로 추락하는 녀석.

콰앙! 쾅! 콰츠츠츠츠츠-

그리고 그대로 추락하며 얼음 바닥을 형편없이 나뒹굴었다.

스턴 시간이 그리 길게 가지는 않았지만.

“끼…… 힉?!”

그것으로 충분했다.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재빨리 달려 나가며 휘두른 뼈 칼.

톱날 같은 칼날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쿠두두두두둑-

‘아니, 이건 베는 게 아니라 차라리 뜯어낸다는 느낌인가.’

두꺼운 목이 뜯어지며 아이스 프테라가 즉사함과 동시에.

[ 날카로운 사냥꾼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1/100 ]

퀘스트 진행도가 올랐다.

“이런 느낌이었군.”

병준은 새로운 검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성능.

뼈로 만들어진 검이라 내구도를 걱정했지만, 겉보기와 달리 훌륭하다.

다른 검에 비해서 날이 둔한 경향이 있지만, 이는 톱과 닮은 형태로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을 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아직 병준의 숙련도, 마력, 인연도로는 스턴을 길게 지속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해결법은 간단했다.

단시간에 질을 높이는 건 간단하지 않으나.

“양을 늘리면 되거든.”

마침 아이스 프테라 무리가 동료의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자신을 향해서 덮쳐 온다.

그런 녀석들을 보며 병준은 뼈 칼을 들었다.

마검전의 보조를 받아 넉넉해진 마력을 듬뿍 담아.

솨앙- 솨앙- 솽-

길게 그려지는 꼬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멘탈 디바우러가 연속으로 투사되었다.

갑자기 날아오는 무언가에 녀석들은 피하려 했지만,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방향이 튼다.

그리고 특유의 구불거리는 움직임으로 목표를 쫓아가 적중!

쿠쿵! 쿵! 촤촤촤촤촤촤악-

그대로 추락하여 땅바닥을 뒹구는 녀석들의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장관이었다.

“그럼 수확을 해야지.”

그리고 그 뒤는 일사천리.

병준은 즉시 추락한 아이스 프테라의 대가리를 쳤다.

[ 날카로운 사냥꾼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습니다. 2/100 ]

[ 날카로운 사냥꾼_퀘스트의 진행도가 올랐…… ]

상공에서는 다른 아이스 프테라들이 도망치기는커녕 그 호전적인 성격 탓인지.

동족을 죽이는 병준에게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끼에에엑!”

눈으로 표적을 정하고 기술을 쓰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계속해서 공격하는 녀석들을 피하며 병준은 검의 활용법을 더욱 생각했다.

‘흐름이 끊기지 않으며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어차피 근처 마력 반응을 자동으로 쫓지 않던가.

이를 직접 쓰고 체감하여 느끼자 새삼 깨달았다.

전생검 각성에서 본 전대 주인의 전투법을!

그것이 저절로 배어난다.

[ 블랙 본 소드의 인연도가 대폭 올랐습니다. ]

여전히 땅바닥의 아이스 프테라를 베는 상태로, 뼈 칼에서 권능이 시전되고.

마치 무빙샷처럼 멘탈 디바우러가 연속으로 투사되어 아이스 프테라에 적중!

퍼퍽- 퍼퍼퍽! 촤아아아-

[ 블랙 본 소드의 인연도가 대폭 올랐습니다. ]

[ 블랙 본 소드의 인연도가 대폭 올랐……. ]

그러자 이를 찬양하기라도 하듯 인연도가 오르고.

“끼에에에에에엑!”

“끼이이이익!”

마치 유성우처럼 추락하는 아이스 프테라가 하늘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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