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49화 (49/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49화>

본심이 드러난 건 찰나.

이내 주은화는 완벽하게 이서진을 연기해 내며 자책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척후를 맡은 제가 이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런…….”

“자책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정신 차려!”

임대승은 그녀에게 다그치듯 일갈하고는 다른 팀원들에게도 소리쳐 지시를 내렸다.

“적색 사태, 각 팀에 후퇴 명령을 전달하고 재정비한다. 부상자를 엄호하…….”

쿠쾅! 콰콰쾅! 콰콰콰콰콰-

그러나 이내 터진 폭음에 그 목소리는 묻혔다.

대신 돌무더기와 함께 솟구치는 마력의 빛줄기!

아니, 이제는 단순히 마력의 빛줄기 수준이 아니었다.

굵직하면서도 정교하게 얽힌 마력회로가 솟아서는 그대로 던전 핵에 이어지고.

쿠구구구구구구-

지표를 박살 내며 거대한 마력회로 골격이 일어선다.

거기에 살점처럼 엉겨 붙는 던전지맥 가닥과 돌무더기들.

그 몸통 중심에는 던전 핵이 심장처럼 자리했다.

“저, 저…….”

그 모습을 보자 공략 1팀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처음에는 마력회로 골격에 불과했거늘, 돌무더기가 붙어 근육질처럼 두툼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5미터에 달하는 덩치라면 가히 압도적일 수밖에!

심지어 한 손에는 마력의 빛줄기와 돌 파편이 붙어서 된 거대한 도검마저 들었다.

후광처럼 점차 시커멓게 퍼트리는 오라를 보며 누군가 겨우 소리를 냈다.

“미친, 타이탄 데몬이잖아?!”

악마종 몬스터.

육중한 몸으로 알 수 있듯, 방어력이 굉장히 강하다.

어지간한 공격 아니고서야 상극인 신성 계열로 공격해야 대미지가 박힐 정도이니.

하물며 저 거대한 검 자체의 물리력과 악마종 특유의 오라로 뿜어내는 암흑 속성 위력까지!

제대로 공략을 준비하지 않고서는, 우연히 마주쳤다고 사냥할 놈이 아니었다.

사전 조사에서 저런 녀석이 나온다는 보고는 없었을 텐데?

대체 저런 녀석이 왜 여기서 나온 건지?

누군가에게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그런 생각할 틈은 없었다.

시커먼 오라가 퍼지며 한층 더욱 넘실거렸으니까.

“크캬아아아아아아악!”

놈이 염소 대가리처럼 생긴 주둥이로 괴성을 토해 내자 공략대는 패닉에 빠졌다.

갑작스런 상황에서 피어까지 터진 탓이겠지.

“정신 차려, 이 자식들아!”

그 순간 일대에 쩌렁쩌렁 임대승의 고함이 울렸다.

“뿔을 봐라!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야.”

그 말처럼 용암을 굳힌 듯 뻘겋게 타오르며 돋아나는 관자놀이의 뿔은 아직 작았다.

“비상시 전우조는 부상자 챙기며 후퇴한다. 전위는 엄호!”

“넵!”

“알겠습니다!”

그제야 공략대는 저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부상자들이 먼저 후퇴하고 막아서는 전위들.

임대승은 방어선의 가장 후위에서 지휘를 계속했다.

“공대장님, 놈의 뿔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자신의 옆 포지션을 지키는 녀석의 보고처럼.

무려 던전 핵과 던전지맥으로 육체를 구성해서 그런지, 뿔이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렇겠지. 후퇴한다.”

“넵!”

“……절대로 돌아보지 마라.”

“네…… 예?!”

방어선을 물리는데, 이어지는 뜻밖의 추가 명령.

뒤돌아보지 말라니?

전위 헌터들은 그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임대승이 오히려 전진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뒤늦게 다시 다가가려 했으나 그들에게 길이 허락되지 않았다.

자신들과 임대승 사이로 치솟아 오르는 얼음 장벽!

쩌저정! 콰콰콰콰콰-

“그래도 1급 보급고에서 무리해서라도 이 아이템을 가지고 나온 보람은 있군.”

얼음 장벽을 등진 임대승은 청백색 목걸이를 봤다.

비록 일회용이지만, 마력을 흡수하는 동안은 끊임없이 벽을 생성하는 하이 아이스 월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내가 막는 동안, 전열을 재정비해서 놈을 막을 수 있다면…….”

그는 공대장으로서 이 사태의 책임을 다하려 하였다.

“크햐아아아아아아악!”

포효 지르는 타이탄 데몬의 뿔은 거의 완성된 상태.

그 힘을 과시하려는 듯 놈이 다가오며 얼음 장벽을 향해 그 거검을 휘둘렀다.

얼음 장벽은 아직 충분히 여물지 않았는지 색이 흐릿하다.

그에 비해 불타오르는 검의 위력은 강력하게 보여, 일격에 부서질 듯 위태로운 느낌.

심지어 그사이에 선 임대승의 모습은 너무나 작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얼음 장벽이 충분히 강해지는 동안 건드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말이야.”

그 자리에 굳건하게 버티며 자세를 갖추고.

“흐압!”

기합과 함께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허공에 또 하나의 벽을 만들어 내며 건틀릿이 붉게 물든다.

병준을 시험했던 때에 비해 족히 몇 배의 위력!

그것은 타이탄 데몬이 휘두른 검과 정면에서 그대로 맞부딪쳤다.

콰쾅- 콰콰쾅!

주먹세례가 수십 번 넘는 폭발을 일으키며 가까스로 타이탄 데몬의 검을 튕겨 냈다.

“크허헉!”

하지만 그 대가로 냅다 내팽개친 것처럼 처박히는 임대승.

콰앙!

사방으로 튀는 돌 파편을 헤집으며 임대승은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입가로 흐르는 피를 그저 손등으로 훑어 내고는 도발하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 정도냐? 얼음 장벽 말고 나부터 먼저 쓰러트리라고!”

그 도발이 통했는지 다시 덮쳐 가는 타이탄 데몬.

탱커가 아니기에 버티기 힘들었음에도,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어그로를 끄는 양상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점점 두꺼워지는 얼음 장벽.

그것을 보며 임대승의 얼굴에 안도감이 어렸다.

타이탄 데몬이라도 저만큼 두터워진 얼음 장벽을 박살 내고 넘어갈 수는 없으리라.

그사이 공략대를 정비하여 지원을 기다릴 시간은 될 터.

콰치지직!

미처 피하지 못한 공격을 아이템의 배리어로 받아낸 임대승.

하지만 녀석은 반투명한 배리어에 거검을 들이댄 채, 그대로 힘껏 밀어붙였다.

얼음 장벽이 있는 곳까지.

콰직, 빠드드드득!

강력한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배리어만을 남긴 채 부서진 아이템.

그리고.

“설…… 마?!”

시뻘건 눈빛을 마주하자 임대승은 순간 등골이 섬뜩해졌다.

설마 했던 우려는 곧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휘두르는 힘 그대로, 거검이 얼음 장벽을 내리친다.

콰앙- 쿠콰콰콰콰콰콰콰!

사방으로 흩어지며 쏟아지는 얼음 파편들.

그리고 그 파편들과 함께, 임대승은 실 떨어진 연처럼 땅바닥에 처박혀 나뒹굴었다.

“던전 핵이…… 쿨럭! 마력 밀도를…… 약화했나…….”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을 듯 시야가 흐릿해지는 와중, 등판으로 전해지는 땅의 울림.

그것으로 타이탄 데몬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실루엣을 가리며 앞을 막아서는 누군가 뒷모습.

부하 가운데 도망치지 않고 얼음 장벽 밖에 남아서 기다린 이가 있던 걸까.

“도…… 망…… 쳐…….”

겨우 짜낸 목소리가 그에게 닿았는지 아닌지 알지 못한 채, 그는 끝내 정신을 잃었다.

그렇지만 앞에 선 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 퀘스트가 떴습니다. ]

눈앞에 뜬 하얀 창을 보며.

[ 악마종 사냥 ]

*조건 : 악마종 몬스터를 처음으로 대면

*내용 : 신성 계열 마검을 사용하여 악마종 몬스터 사냥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3개

“타이탄 데몬, 이걸 혼자 막으려고 하다니 임대승 공대장님도 정말 어지간하네요.”

그렇게 말하며 오히려 그 타이탄 데몬을 향해 나아가는 이.

바로 병준이었다.

병준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악마의 모습을 바라봤다.

“크르르르…….”

그의 노력이 쓸모없던 것은 아니었다.

완전한 뿔을 갖추기도 전에 무수한 펀치 세례와 폭발을 직격으로 맞은 몸뚱어리.

그 충격 탓에 몸을 수복하느라 멎은 뿔의 성장.

그리고 파괴된 얼음 장벽을 통과하며 흘러나온 냉기에 노출되며 입은 피해까지.

“덕분에 처리하기 편하게 됐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마무리를 지을 테니까.”

병준의 걸음이 서서히 타이탄 데몬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틈에 녀석을 끝내야 했다.

“퀘스트 아니라도 악마종 사냥에는 신성력이 제일 좋지.”

그리고 한 손은 전자 담배를 소체로 유리검을 투영.

“문제는 타이탄 데몬쯤 되면 유리검이 못 버틴다는 것이겠지만.”

하드스킨보다 단단한 녀석의 가죽을 뚫기엔 3성 유리검은 너무 무르니까.

분명 한 번도 못 버티고 깨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병준은 다른 손으로 인벤토리에서 뭔가를 이어서 꺼냈다.

“하지만 이게 있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것은 원숭이 구슬이었다.

유리검에 문지르자 갈색으로 물드는 칼날.

[ 원숭이 구슬을 사용하여 횟수가 차감됩니다. 9/10 ]

마력 코팅으로 입혀진 창이 뜨며 원숭이 구슬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올랐다.

후우우우우욱-

옅은 안개가 낀 듯 시야를 적절히 가려 준다.

그렇게 얼음 장벽의 깨진 곳을 지나 다가오는 타이탄 데몬이 연기 영역에 들어오고.

“그럼 어느 정도 성능인지 시험을 해 볼까.”

한 걸음, 두 걸음 떼더니 지면을 세게 박차며 병준은 타이탄 데몬에게 쇄도했다.

“크캬아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타이탄 데몬도 거검을 휘두른다.

그러나 병준의 눈에는 놈의 빈틈이 훤히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리검은 충돌을 피하며 적의 허를 찌르는 전투 방식!

하물며 저 덩치로 시원하다 못해 붕붕 휘두르는 동작에서 빈틈을 안 찾기가 더 어려웠다.

파팟- 츠파팟-

유리검을 다루는 보법으로 거검을 피해, 타이탄 데몬 배후로 돌아가는 병준.

하지만 병준은 거기에 하나를 더 더했다.

파괴적인 검술!

‘그래, 그게 좋겠어.’

포스 블레이저의 검법을 응용하여, 놈의 무릎 뒤쪽에 유리검을 긋는다.

그러자 칼날이 시커먼 오라를 헤집어 내며 안쪽으로 파고들고.

스릉- 까까까깡!

불꽃이 사정없이 튀었다.

몸통 재질 자체가 암석으로 되어서 그런지 과연 내구도가 굉장히 튼튼하다.

그렇지만 부서지지 않는 건 유리검도 마찬가지.

구슬의 버프가 대등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여기서 상성이 더해지면?

화르륵-

이내 검격으로 낸 상처에서 새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암흑 속성 검은 오라가 뒤덮으려 듯 날뛰지만, 하얀 불씨는 백린탄처럼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으로 확산하면서 더욱 번져 갔다.

“크헤에에에에엑!”

처음으로 터져 버린 타이탄 데몬의 비명.

“벌써 엄살을 피우고 그러냐. 이제 시작하려는 참인데.”

후우우우웅- 발악하듯 놈이 검을 휘둘렀지만.

공간 장악의 감각, 그리고 유리검의 보법으로 간단히 피하며 계속해서 포스 블레이저의 검술을 이용한 패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화르르륵- 쿠화화화!

아무리 강력한 녀석이라도 상성은 이를 뛰어넘을 힘을 만들어 준다.

그렇게 새하얀 불꽃이 놈을 뒤덮었다.

“크후후욱, 크르르륵!”

티팅-

다만 아무리 연기 속이라고 해도, 피해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구도 약한 유리검이거늘.

평소와는 다르게 패도적으로 다루자 결국.

콰직- 챙그랑-

유리검이 깨졌다.

그렇지만 오히려 웃는 병준.

[ 유리검의 Ⓐ신성한 희생 권능이 발동하였습니다. ]

유리검 파편 산개와 동시에 라이트닝 쏜즈 링이 반응한다.

“유리검은 깨질 때가 제일 강하지.”

그 말 끝나기 무섭게.

유리검 파편을 허공에 뜬 징검다리처럼 빠르게 건너뛰는 섬광.

그렇게 신성 속성이 깃든 라이트닝이 타이탄 데몬의 던전 핵을 기점으로 전신을 마구 주물렀다.

치치치칫- 파치칫!

마치 드릴처럼 세차게 소용돌이치며 위력을 보태 준다.

그 순간 병준은 응축된 힘의 발산을 느끼고 녀석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타이탄 데몬의 가슴 중앙에 위치한 마력 핵으로.

아니, 던전 핵이었던 것에 마검의 파편을 꽂았다.

파치치치칫- 쿠차차차착-

그 순간, 던전 지맥을 소재로 뒤엉킨 마력회로가 흩어지고.

“끼에에에엑! 크에에엑!”

타이탄 데몬의 입에서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졌다.

유리알처럼 사방으로 튀어 나가는 던전 핵의 파편들.

끊임없이 내뱉는 단말마.

이윽고 그 날카로운 소리는 점차 작아지더니.

몸을 구성하는 돌무더기가 맥없이 떨어져 내리고.

그 속에 드러난 마력회로 골격이 흩어졌다.

마지막으로 끝내 허물어지는 몸뚱어리.

쿠우우웅-

그리고 메시지가 떴다.

[ 악마종 사냥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3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