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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47화 (47/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47화>

이번 레이드에서 공략 1팀은 던전 핵의 확보.

다른 팀은 주력 레이드에 방해가 없도록 다른 몬스터를 물리거나 배제하는 역할이었다.

그중 공략 5팀은 봄버 랩터 몰이와 처리 임무를 맡았고.

각 팀에는 따로 짐꾼과 몰이꾼이 할당되어 있었다.

그리고 몰이꾼들은 흩어져, 저마다 봄버 랩터를 몰아오고 있었다.

파파파팟- 파파팟!

“끼에에에에엑!”

무려 삼십여 마리의 봄버 랩터가 맹렬히 뒤쫓아온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유인하는 세 명의 몰이꾼.

이제 한 명이 더 합류했다.

그리고 그가 몰아온 봄버 랩터들이 섞이며 몬스터 무리는 거의 사십여 마리에 달했다.

“으아, 엄청 많아. 포인트는 거의 다 왔지?”

몰이꾼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더니 진저리를 쳤다.

이번 레이드에서 몰이꾼으로 뽑힐 정도로 숙련된 그들이지만, 저 군집을 보면 절로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봄버 랩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놈은 근접하면 몸을 시뻘겋게 부풀어 폭발한다.

즉 자폭 공격!

하물며 그 자폭 공격으로 대상에게 포자를 퍼트려서 무력화시키기까지 한다.

그런데 저런 많은 수가 동시에 폭파한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광경을 고개를 흔들어 지워 버린 뒤, 몰이꾼 리더는 무전기를 켰다.

“보이시죠? 봄버 랩터 EG34 포인트까지 유인했습니다. 곧 진입할 듯싶습니다.”

-치직, 네, 보입니다. 모두 몇 마리입니까?

이어서 마력 파장 노이즈가 나더니, 이내 돌아오는 무전.

“사십 마리쯤 됩니다. 뭉쳐서 오고 있고요.”

답하는 순간, 저기 포지션에 선 헌터들이 보인다.

어째서인지 탱커, 근딜, 원딜만 겨우 갖춘 세 명이지만.

그거야 공대장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 일.

자신은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완수하면 된다.

“그럼 포인트로 몰고 우리는 옆으로 빠지겠습니다.”

-예,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몰이까지 쉬십쇼.

파파파파파팟-

속도를 높여 몰이꾼은 포인트에 서 헌터들을 지나쳤다.

“끼이이이이이익!”

“기에에에에!”

그리고 이제 고작 몇 분 뒤면 저기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봄버 랩터 사십여 마리 무리가 여기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잡는 건 바로 여기 선 공략 5팀의 몫.

제일 앞에 선 병준의 뒤로, 방패를 든 진상록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나, 난 힐런데.’

물론 힐러라도 유동적인 전술을 위해서 방패를 들며 서브 탱커를 맡을 때가 종종 있긴 하다.

진상록도 실제로 길드에서 그런 교육을 받긴 했지만.

실전에서 이렇게 나선 것은 처음.

하물며 이런 대형 레이드에, 저만한 몬스터 무리 앞에서!

꿀꺽!

긴장한 나머지 저절로 마른침이 자꾸 넘어갔다.

뒤에 있는 전혜린도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물론 그녀는 병준의 힘을 직접 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길드 중 누구보다 그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저만한 몬스터 무리를 앞에 두고서 떠는 건 본능이었다.

그때 들리는 목소리.

“너무 경직되셨어요. 두 분 다, 긴장 좀 푸세요.”

긴장은커녕 여유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는 병준의 것이었다.

옆을 보니, 것도 모자라 전자 담배를 물고는 뿌옇게 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이제 몬스터는 몇백 미터 거리로 다가온 터!

땅바닥의 진동이 느껴진다.

두두두두두두-

이제 슬슬 전위에 선 탱커가 방패에 걸린 스킬을 써서 놈들의 전열을 흩트려야 했다.

“후우, 후우…….”

“상록, 정신 차려!”

츠파아앗-

굳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진상록을 향해 전혜린이 소리칠 때.

병준이 전자 담배 든 손을 옆으로 뻗자 마력회로가 양쪽으로 돋아나며 활 모양이 되었다.

시위를 당기자 자동 장전의 권능이 발동.

동시에 시위에 화살이 걸리더니 마력을 실어 연사로 당겨 냈다.

쐐애애액- 파파팟!

소리와 함께, 궤적을 그리는 화살이 봄버 랩터들을 맞췄다.

퍽! 퍼퍽! 콰쾅!

급소를 꿰뚫리고는 즉사하여 혼자 폭발하는 녀석.

[ 묵객의 활 검의 인연도가 올랐습니다. ]

그렇게 한, 둘. 폭발 소리가 늘어날 때마다 달려오는 수가 줄어들어 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놈들.

수십여 마리가 그대로 개의치 않고 폭발을 피해서 덮쳐 온다.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

이제 곧 부딪친다.

다만 그 긴박한 와중에도 병준은 한번 슥 훑는 것만으로 놈들의 위치를 꿰뚫고 있었다.

아마도 묵객이 활 검의 감각을 얻은 덕분이겠지.

그 결과. 어디를 찔러야 단번에 전열을 무너지는지가 보였고, 병준은 묵객의 활 검을 거두며.

왼손으로는 허리띠에 찔러 넣은 스턴 니들을 꺼냈다.

츠파앗-

꺼내는 동작에서 바로 이어지며 왼손을 떨치자,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푸른 빛줄기.

“끼엑?!”

그 빛줄기는 절묘하게 가운데 위치한 놈의 미간에 박혔다.

물론 즉사에 이를 정도의 세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바늘이 미간에 박히는 그 순간, 병준의 강한 정신력이 역류하기 시작했고.

멘탈 스턴 링크가 발동했다.

“끼흐…으…에에엑…….”

고작 봄버 랩터 따위가 병준의 마력을 이겨낼 리가.

놈은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져 뒹굴자.

그놈의 발버둥으로 인해, 뒤따르던 봄버 랩터 무리가 뒤엉키며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 어떤 마검이 당신이 쓴 무구에 반응합니다. ]

눈앞에 뜨는 메시지 너머로.

앞에 있던 대여섯 마리만 뚝 떨어져서 달려오는 모양새.

순식간에 무리의 중단이 분리되었다.

이렇게 되면…….

“그래, 예상대로군.”

병준은 어느새 묵객의 활 검을 거두고는 일루셔니스트를 투영하고 있었다.

회색빛으로 흐릿한 검을 휘두르자 그 순간!

흐릿한 회색빛이 검 궤적을 따라 늘어지나 싶더니, 네 개의 실루엣이 쏟아져 내달린다.

무리 속으로 파고들어서 녀석들과 닿는 순간, 퍼지는 환각의 안개!

랩터 무리가 교란되어 그 자리에서 갈팡질팡했고.

“끼에에엑!”

이내 저마다 한두 마리씩 분신을 따라잡아 몸통으로 부딪쳐 자폭 공격을 했다.

콰쾅! 콰앙! 콰아아아아-

포자를 마구 쏟아내지만 그래 봤자 환영체.

무리는 이미 완전히 뒤섞여, 난장판이 되었다.

저희끼리 엎어지고 꼬이며 몸조차 못 가누는 상황.

[ 일루셔니스트의 인연도가 올랐습니다. ]

이어서 병준은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하며 땅을 박찼다.

“그럼 저는 마저 정리할 테니, 각각 알아서 공격해 주세요!”

“아, 넵!”

“알겠습니다.”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한 병준은 채찍처럼 길게 늘어난 검을 휘두르며 봄버 랩터 무리를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쾅! 쾅! 쾅! 콰콰쾅!

이미 한 덩어리로 뭉친 상태이기에 효율은 그야말로 최고.

심지어 적절한 거리 조절로 폭발에 의한 포자 공격은 닿지도 못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

전혜린은 마법을 쓰려다 그 광경에 그만 넋을 잃고 그저 우두커니 보고만 있었다.

진상록도 거의 마찬가지.

“아!”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 있었다.

“끝…났어?”

순식간에 봄버 랩터를 다 잡아 버린 병준을 보며, 전혜린과 진상록은 말을 잃었다.

이런 사냥이 가능하다니?

혼자 다 커버한다는 발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더구나 전부 일격에 죽은 것.

봄버 랩터가 저렇게 쉽게 잡히는 몬스터였던가?

더구나 마치 처음에는 활을 쏘나 싶더니, 환영을 투사하고 마지막에는 채찍까지.

패러사이트 스킨크와의 결전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장, 중, 단 모든 거리를 완벽하게 커버하는 능력.

심지어 그 실력은 마치 달인을 보는 듯 자연스러웠다.

넋을 잃고 볼 수밖에.

“…….”

병준은 어느새 마검을 해제하고는 전자 담배를 흔들며 둘에게 물었다.

“한 대 피워도 괜찮겠죠?”

“아, 네에.”

“물론입니다.”

이어서 전자 담배 연기를 내뿜는 병준.

후우우우우우욱-

-치직, 공략 1팀으로부터 전달한다. 현재…….

배경음처럼 노이즈가 섞여서 공략 1팀의 메시지가 무전기로 전해지는 가운데.

병준은 봄버 랩터 사체에서 스턴 니들을 회수하고는.

조금도 지치지 않은 기색으로 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몰이꾼들이 다시 몰아오기 전에 두 분도 조금 쉬세요.”

* * *

또 한 무리의 봄버 랩터를 사냥한 병준.

그럼에도 여유가 넘쳤다.

“이 정도로 강하실 줄이야…… 이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

숨 돌리는 사이 진상록이 흥분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무전기가 노이즈와 함께 메시지를 토해냈다.

-치지직, 공략 3팀 이인호 팀장입니다. 긴급 상황…….

배경 잡음과 함께 들리는 다급한 목소리!

-BD31 영역에 하드스킨 랩터 출몰, 공략 1팀의 AA00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드스킨 랩터라고?!”

소식을 듣자마자 합창이라도 하듯 둘이 놀랐다.

“하필 그런 까다로운 변종이 생기다니.”

진상록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전혜린에게 물었다.

“다른 공략팀에 하드스킨에 딜링 박히는 헌터 있었나?”

“없을 거야. 딜이 들어가도 저지할 정도는 안 되겠지.”

“그런…….”

상록의 푸념에 전혜린 역시 표정이 무거웠다.

둘이 그렇게 짤막하게 대화 주고받는 사이 이번에 공략 1팀의 답신이 왔다.

-공략 1팀 이서진입니다만, 지금 레이드 중대 국면입니다. 저지를…치직!

-치직, 불가합니다. 다른 팀 지원을 요청합니다.

-공략 6팀, 거리가 멀어서…….

돌아오는 답신들은 하드스킨 뚫는 공격이 불가하거나 거리가 멀어서 어렵다는 내용.

그때였다.

“공략 5팀의 정병준입니다.”

병준이 무전기에 대고 나직하지만, 기백이 느껴지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드스킨 랩터 사냥 가능합니다. 공략 1팀 레이드 예정대로 진행해주시면 됩니다.”

* * *

-치직, 하드스킨 랩터 AA13의 EF402섹터에서 12시 방향에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전을 들으며 병준은 초원 지대를 달렸다.

마력회로로 전신의 근육을 자극하고 폐활량과 신진대사를 높이는 기동력!

당연히 일반인에 비할 바가 없이 빠른 속도였다.

하물며 병준은 자신의 오라에 팔 색 숨결과 공간 장악의 감각까지 담아서, 더욱 민감하게 주변을 살폈다.

역시나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미미하게 몬스터의 마력 흔적이 느껴지는군.’

제대로 방향 잡고 추적하고 있다는 뜻.

곧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지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쿠쿠쿵- 쿠와아아아아아-

지저에서 묵직하게 마력의 흐름이 준동하나 싶더니.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저편 초원의 지평선이 확연히 눈에 보이도록 치솟거나 내려앉았다.

근처에서도 땅이 뒤틀리며 지형이 변한다.

“이건…… 던전 지맥이 급격히 변하고 있잖아.”

던전은 마력으로 유지된다.

그 중심이 던전 핵, 혹은 던전 코어라 불리는 결정체.

그리고 거기서 던전 곳곳에 마력을 전하는 핏줄이 던전 지맥이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던전 지맥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단층을 이루듯 요동치는 것은 명백히 이상한 사태였다.

-치직, 공략 1팀이 전합니다. 방금 1639시, 던전 핵의 터주를 사냥했습니다. 던전 핵 절제 작업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던전 핵 절제 작업에 돌입한다는 공략 1팀의 소식.

“던전 핵 절제의 여파인가.”

아마 그런 모양.

하지만 병준에게는 그것보다 당장 집중할 일이 있었다.

마침 그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저 앞에서.

“드디어 따라잡았네.”

하드스킨 랩터와 그 뒤를 쫓으며 시간을 버는 추적 헌터 셋의 모습이 병준의 두 눈동자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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