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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29화 (29/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29화>

“훌륭하십니다. 또 마검의 귀한 인연을 얻으셨군요.”

“존경스러워요, 주군!”

명수와 앰버의 반응에 병준은 멋쩍게 웃으며 넘기고는, 그보다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앰버, 2층 내전에 들어가려면 미궁을 지나야 한다고?”

“네.”

“그럼, 거기도 망령이 있겠네?”

그 말에 안 그래도 그게 걱정이라는 듯 앰버가 말을 이었다.

“원래 필드에 망령이 있기는 했지만, 내전을 뺏은 녀석의 영향으로 미궁의 망령은 더 강력할지도 몰라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앰버.

하지만 더 강하다는 말에 딱 좋다는 듯 병준은 웃었다.

이 녀석…… 4성급 마검인 포스 블레이저를 시험하기에, 망령 늑대는 많이 부족하니까.

* * *

병준은 전에 앰버와 만난 동굴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도중 살짝 헤매기는 했지만, 앞장서서 안내하던 앰버는 곧이어 걸음을 멈추었다.

“주군, 여기예요!”

그리고 팔을 흔들던 그녀의 뒤로 보이는.

쿠후우우우-

얼음으로 빚어낸 거대한 입구가 허연 냉기를 뿜어낸다.

주변 암석에 두껍게 덮인 성에.

하지만, 그보다 눈길 끄는 건 입구 너머로 미궁 자체였다.

“이건 탱크도 다니겠네.”

애초에 2층으로 넘어와서 처음 본 장소가 설원이기는 했지만, 설마 동굴 안에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벽과 천장과 바닥.

삼면이 반듯하게 깎여 있는 미궁은 말 그대로 탱크가 다닐 정도로 넓었다.

거기에 과연 미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얼마쯤 들어서자 나오는 갈림길.

“어디로 가냐?”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닷!”

마검전 2층 관리자답게 앰버는 내전으로 이어지는 길을 아는지 앞장서서 나아갔다.

“혹시 동굴에서 그런 것처럼 여기서도 헤매지는 않겠지?”

슬그머니 묻자, 앰버는 동굴에서 실수가 민망한 듯 웃으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아니에요, 이쪽 길은 확실히 외우고 있어요. 반드시 주군을…… 아?!”

말 꺼내기가 무섭게 당황하며 멈춰 섰다.

병준은 그녀를 책하지 않았다.

대신 가볍게 어깨 짚은 손으로 앰버를 물러나게 하고는 앞으로 나섰다.

“명수랑 같이 뒤로 물러나.”

어차피 여기는 외길이며, 앞을 막고 있는 것은 대여섯 마리의 마검 망령 무리들.

마치 고릴라와 같이 주먹으로 바닥을 짚은 자세.

그리고 가죽 대신 빽빽하게 돋친 얼음 바늘.

삐쭉 서 있는 모습이 자못 위협적이었다.

녀석을 아이스 고릴라라고 해야 할지 아이스 호저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띠링-

[ 미궁의 망령 토벌 ]

*조건 : 마검전 2층 미궁에 진입하여 망령과 조우

*내용 : 마검전 2층 미궁 얼음 계열의 망령을 사냥하여 토벌

*진행 : 0/100

*보상 : 마검석 3개

눈앞에 뜨는 창을 보며 병준은 예상했다는 듯 미소를 띠었다.

“망령 늑대들보다는 강해 보이네, 실험하기 딱 좋겠어.”

그리고는 오른손에 아밍소드를 투영.

[ 포스 블레이저의 Ⓐ드레인 스파이럴을 발동하였습니다. ]

투영과 동시에 발동한 권능이 공간을 어그러트리는 듯한 착시마저 일으키며 마력을 휘감았다.

아이스 고릴라 무리는 얼음 송곳니를 내보이며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더니-

“크캬악!”

맹렬하게 덮쳐 왔지만, 병준은 피하지 않고 마주 걸었다.

검의 감각을 깊이 파고들수록 점으로 소실되는 나선을 그리며 더욱 이끌리는 마력.

그리고 거기에 물들어 푸른 연기를 피워내는 포스 블레이저의 검신.

우우우- 우우웅!

권능을 쓸수록 검이 자아내는 마력의 와류는 점점 더 묵직해진다.

그 소용돌이가 다시 마력을 끌어들이며 불어나고.

아이스 고릴라가 지척에 이르러, 불끈 쥔 주먹을 내지르는 타이밍에!

[ 포스 블레이저의 Ⓐ포스 노바를 발동하였습니다. ]

병준은 마침내 검신에 누적된 마력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쿠와아아아아!

폭주하듯 거칠게 일렁이며 번져 가는 푸르스름한 연기-

푸른 불꽃 자락의 아지랑이를 망토처럼 휘두르며 아밍소드는 아이스 고릴라를 벴다.

아니, 단 일격에 얼음으로 뭉친 덩어리를 무참히 쪼개 버렸다.

쾅! 쩌저저저적-

[ 미궁의 망령 토벌_아이스 고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1/100 ]

‘이 정도라고?!’

병준은 흠칫 당황했다.

예상을 훨씬 초월하는 위력이었으나,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빛줄기는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이게 포스 노바의 힘인가.’

오라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변형된 방식의 마력 운용.

뭉쳤다가 단번에 터트리는!

투둑-

전신에 힘줄이 터질 듯 불거지며 도드라졌다.

단순히 육체 성능만 급격하게 올려 주는 레벨이 아니었다.

감각적으로 뇌리에 그려내듯 떠올릴 수는 있으나.

아직 육체 성능이 전투 감각에 못 미치기에, 의식 저편에 묶어 두고 실전에 펼칠 수 없는 전투 방식들.

포스 노바를 휘두르며 급진적으로 향상되는 육체 성능은 이를 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이를테면 압도적인-

“캬아악!”

압도적인 힘으로 앞에 거슬리는 것은 다 부숴버리는 전투의 방식!

병준이 휘두르는 아밍소드의 검격에 달려드는 아이스 고릴라는 파편으로 산산이 깨졌다.

쾅! 쾅! 콰아아아아-

[ 미궁의 망령 토벌_아이스 고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2/100 ]

[ 미궁의 망령 토벌_아이스 고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3/100 ]

……

잠시 후, 드라이아이스처럼 승화하는 얼음 파편의 연기 속에 병준 혼자 서 있었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정말로 완벽한 전투였습니다.”

“주군, 너무 멋지셨어요.”

명수와 앰버가 보내는 찬사에 병준은 미소로 답했다.

다만 속으로는 포스 블레이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포스 노바의 권능이 거두어진 이후-

‘…조금 욱신거리네.’

육체 성능을 억지로 끌어낸 반작용인지 살짝 찌릿하다.

뿐만 아니라, 온몸에 으슬으슬한 한기가 사무치는 것 같은 느낌까지.

아마도 주변에서 끌어들인 마력 속성에 영향을 받은 탓이겠지.

쓰는 힘이 클수록 그만큼 부담이 따르는 포스 블레이저라는 마검.

‘무작정 마력을 많이 모은다고 좋은 게 아니겠어.’

단번에 방전되지 않게 조율하는 감각이야말로 중요할 터.

적의 스타일은 어떤지,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장기전으로 갈 것인지 단기전으로 갈 것인지.

철저하게 염두 해야 한다.

아니, 감각적으로 전투 흐름을 운영해야 한다.

‘전투 운영이라. 그러고 보니 생각해 보지 않은 영역이네.’

지금까지는 날카로운 전투 감각만으로 충분했기에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세상은 넓고, 보다 강한 적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병준은 이 포스 블레이저라는 이름의 아밍소드에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이 마검을 제대로 다루어 낸다면, 전투 운영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자신은 더 강해질 테니까.

“이 주변에는 아이스 고릴라가 없어. 계속 가자.”

“넵!”

왠지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를 느끼며, 병준은 다시 총총 앞장서는 앰버의 뒤를 따랐다.

* * *

쾅! 콰앙- 콰아아아아-

마검의 위력에 아이스 고릴라가 터지듯 산산이 깨진다.

하지만 휘두르는 빛은 너무 밝지 않으나, 지나치게 흐리지도 않으니.

이제는 포스 노바에 상당히 익숙해진 병준이었다.

[ 미궁의 망령 토벌_아이스 고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98/100 ]

[ 미궁의 망령 토벌_아이스 고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99/100 ]

심지어 미궁 심처에서는 아이스 고릴라 무리가 십여 마리씩이나 나다녔지만, 문제없었다.

처음 이 정도 무리의 아이스 고릴라를 맞닥트렸으면 어땠을지.

‘페이스 조절 못 하고 힘을 몽땅 써 버려서 탈진했으려나.’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드레인 스파이럴 권능에 이끌려 느릿하게 소용돌이를 그리며 모여드는 마력.

‘연동된다고 무조건 포스 노바를 시전할 필요는 없지.’

팔 색 숨결과 마력 체화의 권능을 응용하여.

끌어들인 마력으로 호흡하여 체력을 점차 비축하고.

낮은 출력으로 마력회로의 순환을 적절히 자극해 축기를 유도한다.

잠시 움직임을 넘춘 병준의 뒤로 숨어 있던 아이스 고릴라가 달려들었지만.

후우우우욱-

순간적으로 확 일어나는 푸른 불꽃의 빛줄기는 거칠었고.

쾅! 쿠와아-

[ 미궁의 망령 토벌_아이스 고릴라를 처치하였습니다. 100/100 ]

[ 미궁의 망령 토벌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퀘스트 보상으로 마검석 3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아이스 고릴라를 박살 내고는 희미하게 다시 포스 노바의 빛줄기를 지운다.

그 감각에 만족한 듯 병준은 미소를 띠었다.

“역시 좋아. 투영 없이 쓸 수 있으면 더 좋겠는데 말이지.”

아무튼 토벌 퀘스트를 통해, 어느새 포스 블레이저에도 꽤 익숙해졌다.

병준은 앰버에게 시선을 옮겼다.

“도착하려면 아직이야?”

“아, 아뇨!”

주섬주섬 반쪽 거울을 꺼내더니 얼른 벽을 비추어 보는 앰버.

저런 모습을 보면 여기 뭐가 있기는 한 모양인데.

“원래 거울로 여기쯤 비추면, 통로가 열리거든요. 아, 열렸다!”

그와 동시에 얼음으로 된 벽이 투명하다시피 맑아지더니 길이 트인다.

그 너머에는 수정으로 빚어낸 듯 새파란 공동이 있었고.

가장 먼저 병준의 눈에 든 것은 맞은편 벽 앞의 얼음 조각상이었다.

사실상 이 널따란 공동에 있는 유일한 무언가.

특히 야수 형상의 이 얼음 조각상은 가슴에 홈이 패인 상태였다.

“주군, 여기요.”

그때, 앰버가 조심스럽게 부르더니 공손히 모은 두 손바닥에 올려놓은 물건을 병준에게 내밀었다.

미궁에 들어오기 전에 앰버에게 미리 맡겨 뒀던 것.

“여기 꽂으면 되는 거냐?”

“네, 그러면 2층 내전으로 가는 길이 열려요.”

병준은 야수 조각의 가슴에 키메라의 마력 핵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파칫! 드드득-

마력 핵은 원래부터 야수의 심장이었던 것처럼, 저절로 홈에 들어맞더니.

후우우욱-

달아올라 얼음을 녹였다.

그리고.

자욱하게 번지는 증기 위로 드리우는 퀘스트창!

[ 마검전 2층 내전 탈환 ]

*조건 : 마검전 2층의 내전으로 이어지는 통로 진입

*내용 : 마검전 2층의 내전을 빼앗은 마검 망령을 제압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20개

반투명한 창의 내용을 확인하는 병준의 눈이 커졌다.

“어…?”

정식으로 마검전 2층 탈환이 퀘스트로 떴지만, 그보다 눈길을 끈 건-

이번 보상은 무려 마검석 20개라는 사실이었다.

“진짜 20개라고?!”

그 감탄에 호응해 주기라도 하듯 증기가 퍼지며, 감추어져 있던 윤곽이 눈앞에 드러난다.

얼음 세상에 어긋난 낡은 문짝.

그렇지만 이 너머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잘 알기에, 병준은 주저 없이 문을 열었다.

* * *

하얀빛이 쏟아지더니 색이 반전되어 펼쳐지는 세상은 시커멨다.

콰르릉-

거친 굉음을 퍼트리며 천둥과 폭우가 쏟아지고, 균형감은 이리저리 기울어진다.

“이건 갑판이잖아.”

돌아보니 이미 낡은 문은 없어졌고 선상에 있었다.

“앰버, 여기가 내전이야?”

“그…… 꺄아아악!”

물어보려는데 보이는 것은 미끄러지다 못해, 아예 굴러다니는 앰버의 모습.

다행히 명수는 근처에 늘어진 밧줄을 잡고는 알아서 잘 버티는 모양이라 일단 앰버를 붙잡았다.

“고마워요, 주군.”

“괜찮아. 것보다 마검전 2층 내전은 원래 이래?”

“아뇨, 절대로 아니에요. 망령의 심상 구현인 듯싶은데…….”

심상 구현이라면 아무래도 결계 같은 느낌인지.

그렇게 나름 짐작하는 타이밍에.

찌릿-

병준은 뭔가가 자신을 강하게 부르는 듯한 직감에, 고개 돌려 폭우 저편으로 시선을 던졌고.

그곳에는 실루엣에 비친 것처럼 가파른 절벽의 끝자락에 그림자가 비쳐 있었다.

“……저게 그 마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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