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27화>
[ 히든 던전 사냥 ]
*조건 : 최초로 스크롤의 히든 던전에 진입
*내용 : 스크롤의 히든 던전에 있는 몬스터를 최초로 사냥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1개
“한 마리 사냥이면 간단하잖아.”
병준은 바로 움직였다.
어차피 내성으로 방향을 잡아야 했기에 큰길로 달렸는데 몬스터와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다 외성의 영역과 내성을 가르는 강줄기 앞에 도착.
“도개교인가.”
비스듬히 내려오다 만 도개교를 잠시 보고 있었더니 뒤에서 문득 소음이 들렸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듯한 그 소리는.
방패나 장검 따위로 무장한-
“스켈레톤이었네.”
달그락- 따닥!
적의 가득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스켈레톤 무리를 마주 보며 병준은 미소를 띠었다.
“잘됐어. 너희들한테 딱 맞는 검이 있거든.”
그리고 청백색 빛을 뿌리며 돋아나는 언데드와 상극인 검!
“또 네가 활약할 시간이야.”
자칫 잘못 다루면 깨지기 쉬운 유리 검이지만, 병준은 스치듯 스켈레톤의 관절 부위를 치고 빠졌다.
그러자 스켈레톤의 뼈마디가 청백색 불꽃 연기로 화해 흩날린다.
카타콤에서 좀비를 처치할 때에 비해 한층 더 강력해진 화력에-
퍼서석!
[ 히든 던전 사냥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 보상으로 마검석 1개를 습득하였습니다. ]
“역시 템빨이 좋구먼.”
왼쪽 손목에 찬 스네이크 브레이슬릿이 유난히 빛나는 듯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마력이 늘었더라도 기본적인 검술 실력이 없으면 무용한 일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몬스터 서바이벌의 경험과 전생검 각성도 큰 도움이 됐으려나?
퍽! 푸스스스-
오래 걸리지 않아 마지막 스켈레톤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병준은 스켈레톤 무리를 압살했다.
그러나.
승리를 만끽할 틈도 없이,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곧장 찔러오는 몇 가닥 불줄기.
‘응, 이건 플레어 애로우?!’
그렇지만 병준은 공간 장악으로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불꽃 화살을 쉽사리 피해 내고는 막야로 스와핑-
그리고 스켈레톤 메이지가 다시 수인을 맺으려는 찰나, 병준의 손에서 권능을 발동한 막야가 쏘아졌다.
후우웅- 콰직!
쾌속하게 덮치는 막야의 위력에 척추와 뼈마디가 파편처럼 튄다.
바닥에 허물어지는 스켈레톤 메이지였던 뼈다귀.
“원거리 공격으로 기습하려면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해야지.”
병준은 벽에 박힌 막야를 뽑아내려다 불현듯, 널브러진 스켈레톤 메이지 뒤쪽-
톱니 장치에 시선이 닿았다.
그리고 거기 감긴 사슬은 강 건너의 도개교에 연결된 상태.
그 의미를 짐작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오늘 운빨 좀 되네. 안 그래도 저쪽으로 건너가야 했는데 말이지.”
* * *
끼이이익- 쿠르릉!
레버를 잡고 힘껏 밀어내자, 늘어진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철제 기둥에 감겼다.
그리고 그에 따라, 강 너머로 보이는 도개교가 내려가더니-
쿠쿵!
마침내 이쪽 외성에서 뻗어나간 다리와 맞물리며 이어졌다.
병준은 도개교를 지나 내성으로 향했다.
역시나 외성과 마찬가지로 내성 역시 문이 부서진 상태.
그리고 이번에도.
달그닥-
병준을 반겨 주는 스켈레톤 병사들.
“미안하지만 니들한테 허비할 시간은 없어서 말이야.”
앞을 가로막는 녀석들만 베고 떨쳐 내며, 병준은 내성에 발을 들였다.
그와 동시에 복도를 달리면서 공간 장악의 감각은 최대한 넓게 펼친다.
키메라의 기척으로 방향을 잡으려는 의도였지만.
그 전에 뜻밖의 자극이 병준의 감각을 찔러 왔다.
파아아아아아아앗-
그리고 병준의 품속에서 시작된 한 줄기의 검은 선.
갑자기 쏘아진 검은 섬전은 저편, 어둠 속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잠시 멈춰서더니 품에서 뭔가 꺼내서 주먹을 펼치는 병준.
손바닥 위에 놓인 물건이 검은 섬전을 방출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일전에 카타콤의 히든 던전에서 얻은 검은 반지.
“그러고 보면 이 반지를 처음 얻었을 때도 이런 반응이…….”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기억을 되새기며 중얼거리는 순간.
[ 자격 시험 ]
*조건 : 시동 반지에 호응하는 수호자의 반응
*내용 : 수호자를 작동하여 처치하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
*진행 : 0/1
*보상 : 제검의 서 ???페이지
눈앞에 퀘스트창이 노출됐다.
병준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잠시 말을 잊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때 마주한 퀘스트창과 사뭇 다르기에.
“마검석이 아니라, 무슨 서를 보상으로 준다고?”
이런 건 처음 들어 본다.
더구나 경험상 이 타이밍에서는 키메라 사냥이 퀘스트로 뜨는 것이 정석적인 패턴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 눈앞에 떠 있는 퀘스트창은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더구나 무려 이 검은 반지와 연계해서 뜬 퀘스트.
결코 평범한 것은 아니리라.
이를 증명하듯 퀘스트창은 다른 때와 달리 반지처럼 묘하게 검은 색채를 띠고 있었다.
대체 이 퀘스트가 무엇이기에-
“크허허헝!”
자신을 부르는 듯, 성 어딘가에 있는 키메라의 포효성이 들렸지만, 이미 병준의 관심은 다른 데 향해 있었다.
“미안한데, 거기서 좀 기다려라.”
천장을 보며 한마디 툭 뱉은 병준은 검은 반지에서 쏟아내는 섬전을 쫓아서 달렸다.
* * *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계단 끝자락에서 병준은 커다란 문에 다다랐다.
파치칫-
그리고 이 너머로 가라는 듯 섬전이 철문 위로 튄다.
“확실히 입구부터 카타콤 히든 공간이랑 느낌이 비슷하긴 한데…….”
혼자 나직이 중얼거리더니 이내 병준은 두 손바닥을 문에 대고, 힘을 주어 열어젖혔다.
쿠쿵! 끼이이이이익-
그러자 마찰음을 내며 커다란 철문이 열리더니 벽에 걸린 횃불이 순서대로 저절로 켜졌고.
이어서 불그스름한 빛에 드러나는 높은 천장과 널찍한 공간.
한 걸음 들어가며 살핀 내실은 예상한 대로였다.
“빙고, 확실하군. 비슷한 구조인 걸 보니, 어떤 연결이 있음이 분명해.”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여기가 더 좁나?”
카타콤의 히든 공간에 비해 좁은 느낌.
뭣보다 결정적으로-
병준이 멈추어 선 앞에 우뚝 버티고 있는 석상은 딱 세 기였다.
심지어 이쪽도 카타콤보다 작은 사이즈였고.
물론 그렇다곤 해도 3미터에 달하는 석상이 셋이니, 분위기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병준은 한 걸음씩 조심스레 다가가서 석상을 살폈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두르고 각각 워 해머와 그레이트 소드를 짚은 양쪽의 석상.
그리고 좌우에 비해서는 다소 작지만, 양손에 스태프와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가운데 석상.
그 모습은 마치…….
“마법사를 호위하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때.
파앗-
섬전이 마구 치달리며 한곳으로 몰렸다.
가운데 석상이다.
동시에 검은 반지가 연기로 흩어지더니, 가운데 석상의 손가락으로 흘러가서 형체를 되찾았다.
마치 그 손가락에 끼워지듯이.
이어서 영원히 굳은 모습으로 있을 것 같던 석상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부릅떠지는 두 눈!
천천히 내려가던 핏빛 시선은 화살촉처럼 병준에게 내리꽂혔다.
그리고.
쩌저- 쩍!
묵은 껍질 털어내듯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더니.
가운데 석상이 스태프를 들었다.
‘온다?!’
감각이 경종을 울리기 무섭게, 스태프 끝에서 구 형태로 맺힌 화염이 병준에게 떨어졌다.
퍼펑! 쿠화르르르륵-
다행히 공간 장악의 감각으로 물러서며 공격을 회피한 병준.
하지만 녀석의 목적은 공격이 아니라 거리를 벌리는 거였는지.
철그렁- 콰드드득!
가운데 석상의 책에서 솟구친 사슬이 허공에 출렁이더니 좌우 전사 석상의 곳곳에 꽂혔고.
순식간에 두 석상이 눈을 뜨며 무기를 쳐들었다.
이어서 성난 들짐승처럼 거칠게 땅을 박차며 덮쳐 온 좌우 석상이 워 해머와 그레이트 소드를 휘둘렀다.
쿠콰아- 후웅!
물러나며 피했는데도 옷자락과 머리칼을 마구 휘두르는 풍압.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온전하기 힘들겠는데.’
퍼펑! 펑! 화르륵-
더구나 파이어볼로 지원까지!
단숨에 세 방향을 점하며, 그대로 병준을 절명시킬 것같이 날아오는 공격.
병준은 공간 장악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공격을 피하려 했다.
아니, 공간 장악으로 부족하다.
팔 색 숨결을 가미한 호흡으로 감각을 한층 더 날카롭고, 섬세하게 다듬는다.
그렇게 적의 움직임을 눈에 잡히듯 느끼며.
후웅-
좌에서 수평으로 베는 그레이트 소드를 굴러서 피하고.
쾅!
이어서 튕기듯 뒤로 도약.
쾅!
그러자 비스듬히 내리꽂히던 워 해머의 파괴력으로 거칠게 튀는 파편들.
퍼펑!
퇴로를 봉하듯 날아와서 터지는 화염 열기가 휩쓰는 곳에서 병준은 이미 불길에서 벗어났다.
이어서 기회를 살려 반격을 가하려 뛰어들었으나.
철그렁- 끼기기기기기깃!
가운데 석상의 책으로부터 뻗어 나온 사슬이 움직이더니.
병준이 목표로 한, 검을 든 석상의 상반신이 마치 사슬에 당겨지듯 순식간에 비틀렸다.
본래 인체 구조로는 불가능한 기형적인 방향으로!
채앵! 촤아악-
심지어 그 반동으로 반격까지.
병준은 공격을 쳐내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미쳤네.”
그리고 다시금 이어지는 상체와 하체, 그리고 퇴로까지 동시에 노리는 합격.
그 공격을 피하며 다시금 반격을 가했으나.
채앵-
그 공격은 석상의 다리에 기다란 흠집만 내고는 튕겨 나갔다.
특수한 처리라도 된 것일까?
실피드 페리온을 튕겨 내는 녀석의 몸.
‘아니, 실피드 페리온으로는 가벼운 거야.’
병준은 다시금 공격을 피하며 잠시 생각했다.
‘자, 어쩔까.’
그리고.
타닥-
한 검을 투영한 뒤, 순식간에 적을 향해 내질렀다.
상대의 거검에 대항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주위로 계속 연기를 뿜어내는 검.
적에게 다가갈수록 많아진 연기는 이윽고 병준의 몸을 감싸더니,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거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방어를 무시하고 상대와의 동귀어진을 노리는 듯 무모했다.
후웅-
그리고 그에 어울려 주듯, 석상들도 우악스럽게 무기를 휘둘렀다.
고점에서 아래로.
선을 그리며 내리찍는 워 해머와 그레이트 소드!
그리고 무방비하게 그 앞을 뛰어가는 병준!
이윽고…… 커다란 연기의 검과 무기가 마주치자.
쿠쾅! 쿠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인영을 찢고 바닥을 거칠게 때렸다.
파편이 튀고, 희뿌옇게 일어난 먼지가 시야를 가린다.
적막한 내실.
그렇게 일어난 먼지들이 가라앉자.
!!!!?
그곳에는 처참히 남아야 할 흔적 대신 하얀 연기만이 남아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환영이야.”
어느새 병준은 마법사의 석상 뒤에 서 있었다.
환영검 일루셔니스트의 너울거리는 연기와 함께.
“퀘스트창의 진행도에는 1밖에 없었거든. 그게 너겠지.”
사슬로 다른 두 석상 조종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쳐부숴야 할 적이 누구인지.
녀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물리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녀석을 지키고 있는 두 석상.
그렇다면…….
“이 거리면 막거나 피할 수 없을 거다.”
이어서 전자 담배에서 거대한 부메랑의 형상이 투영되고.
“하아아아압!”
병준이 가진 최고의 질량이 그대로 선을 그었다.
콰지지지지직-!
비명처럼 두 눈에서 핏빛 광채를 쏟아 낸다.
병준은 무게를 실어 석상을 완전히 베어 내고는 몸을 날렸다.
착지-
쿠쿵!
그러자 나머지 두 석상 역시 그대로 무너지고. 파편 덩어리는 검은 연기로 스러졌다.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
연기 사이로는 반지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래도 반지는 원래 내 거라서 다시 남겨 준다는 거… 음?”
그렇게 반지를 주워 드는 순간.
[ 자격 시험_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석상의 파편이 화한 연기가 뭉치더니, 곧 얄팍한 형상을 빚어내며 좌우로 펼쳐졌다.
[ 보상으로 제검의 서 ???페이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