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25화>
[ 마검전 2층 내전 진입 ]
*조건 : 마검전 2층 내전 진입에 관한 정보
*내용 : 타인 도움 없이 화염과 비행 속성이며 야수 계열 몬스터를 직접 사냥하여 마력 핵 습득
*진행 : 0/1
*보상 : 마검석 2개
“좋아, 어떻게든 해 봐야지.”
다만 조건 맞는 던전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싶었다.
화염과 비행과 야수의 속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몬스터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기에.
“아무튼 당장은 2층 내전 탈환을 위해 여기서는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건가.”
그 말에 엠버는 윽. 하는 소리를 내더니 풀 죽은 모습으로 시무룩해 있었다.
추궁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의도치 않게 아픈 데를 찌른 듯, 의기소침해 있는 그 모습을 위로해 주려는 찰나.
‘잠깐만, 그러고 보니 20연차 하려다 아직 뽑기를 안 돌렸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병준은 짐짓 팔을 뻗어 앰버의 손목을 잡아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앰버, 손 좀 줘봐.”
“네?”
손을 내주면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병준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마검 뽑기를 할 참이거든. 여기는 2층이고 네가 관리자니까 기운 좀 빌려 달라고.”
앰버는 얼빵하게 쳐다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활짝 웃으며 기합을 넣었다.
“아, 넵! 흐라라아앗- 좋은 마검아 나와 줘!”
본격적인 앰버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병준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심호흡하여 기운을 가다듬고, 오른손을 왼손의 마검석 문양에 살포시 얹고는 집중했다.
“부디!”
그리고 느낌이 왔을 때 마검 소환 권능을 발동-
마검석이 산화하며 끌어당긴 마검의 인연들이 무지갯빛 기류로 병준에게 이끌리며 스친다.
“대박 마검을 주소서!”
간절히 바라며 자신을 스치는 빛줄기 속에서 마검을 뽑았다.
[ 그레이트 소드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비틀린 황천의 검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고대 마력의 검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블루문의 조각(★★)을…… ]
“아니…….”
그러나 바람이 무색하게도 조각만 줄창 나온다.
20연차를 돌린다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10연차를 날리는 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아냐, 포기하기는 일러. 10연차를 돌리면 그래도 하나는 3성 이상 확정이잖아.’
거기에 걸어 보며 병준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제발!”
마지막 10번째 기회-
“제바아아알!”
[ 히든 던전(★★★) 개방_스크롤이 나왔습니다. ]
“응?”
붉은빛을 띠며 병준의 손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종이 뭉치.
병준은 잠시 눈을 문지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아니…… 아니, 이게…….”
물론 전에도 스크롤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것도 5성이!
마지막에 망한 느낌이 솔솔 들며 느낌이 안 좋더라니, 결국 뽑기에 실패한 것이었다.
“하아, 10연차의 3성 확정에 스크롤이 포함되다니! 이 무슨 사기 같은!”
다른 때에 나왔다면 스크롤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살펴봤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플랫폼 관리원으로 일할 때, 업무에 치이는 와중 밀린 일를 하나 더 던져 주는 느낌이다.
심지어 원래 하던 일에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자 종이 뭉치는 하늘을 날았고.
“후우, 침착하자 병준.”
부글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그렇다. 아직 10연차를 더 돌릴 수 있다.
왠지 사행성 게임에 빠진 흑우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은 기분도 들지만, 자신은 마검전의 주인이기에 다를 터였다.
무작정 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연에 걸고 마검석으로 부르는 것이니까!
“그럴 거야. 제발 그럴 거야. 그래야만 해. 제발…….”
주문이라도 외듯 중얼거리며 병준은 다시 마검석으로 소환 권능을 시전했다.
그러자 다시금 오색의 빛이 돌기 시작하더니 은빛의 선들이 사방으로 튀고는.
[ 래빗 런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스타 팔치온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벼락 죽검의 조각(★)…… ]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 불안하게 조각만이 줄곧 쏟아지는 형국.
20연차나 돌리는데 설마 이번에도 이대로 망하는 걸까?
‘안 돼. 제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새삼 결의를 다지는데, 오른손이 무언가에 반응했다.
병준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와, 왔어…….”
스치는 빛줄기를 잡는 병준의 손아귀에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덮쳐왔다.
“이건?”
서서히 형태가 굳어지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화아악-
성인 남자의 키만큼 거대한 날붙이!
물론 검이라 하기에는 부메랑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 막야(★★★★)를 얻었습니다. ]
“막야라면 설마?!”
병준은 마치 헛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막야라는 이름의 검을 뚫어져라 봤다.
그리고 마검은 상태창으로 응답했다.
[ 막야 ]
*계열 : 물리검, 도검
*등급 : ★★★★
*인연도 : 32
*Ⓐ비검연참
*Ⓐ??
*Ⓟ??
!!특수!! 특정 권능은 세트가 모여야 효과가 드러납니다.
[ Ⓐ비검연참 ]
*마력을 실은 검을 던져 원거리에 있는 다수의 적을 강력한 참격으로 벤다.
[ Ⓐ?? ]
*??
[ Ⓟ?? ]
*??
“맙소사. 전설 속의 무기들도 나오는 거였어?”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검의 이름에 고조되는 가슴.
하지만 벌써 기뻐하기에는 뽑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르는 일 아닌가.
고작 두 번 남았지만 3성 이상의 마검이 또 나올지도?
막야를 뽑은 덕분에 사기가 올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병준은 심호흡하며 빛줄기 속에서 다시 마검을 뽑았다.
물론.
[ 분노 만검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결과는 전혀 아니었지만.
그 모습에 병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결국 그냥 기분이었나. 하긴 4성을 먹었으니 이 정도로도…….’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마저 뽑기를 마무리하려는데.
[ 포이즌 대거(★★★)를 얻었습니다. ]
“조각이 아냐. 3성급?!”
[ 포이즌 대거 ]
*계열 : 독검, 보조검
*등급 : ★★★
*인연도 : 156
*Ⓟ포이즌 대미지
*Ⓐ포이즌 인챈트
*Ⓐ보조의 의지
“맞다! 그러고 보니 몬스터 서바이벌을 할 때 독 계열 검이 반응한다고 했었지.”
첫 연차의 충격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오다니.
마치 잊어버린 친구가 찾아온 것처럼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다.
심지어.
[ Ⓟ포이즌 대미지 ]
*강력한 독이 칼날에 밴 마검으로, 중독되면 지속적인 생명력 손상과 일시적으로 마비를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 Ⓐ포이즌 인챈트 ]
*칼날에서 정제한 독을 떨어트려 특정 대상에 독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붙은 권능도 한눈에 봐도 상당히 괜찮았다.
“이건 고블린 독 바르기보다 상위 호환이네.”
그래서 그때 동조했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포이즌 대거 본신으로도 독 대미지가 패시브였다.
거기에 다른 무기에 인챈트 가능한 옵션까지!
뭣보다 더 좋은 것은-
[ Ⓐ보조의 의지 ]
*서브 웨폰의 자긍심으로 소모되는 마나를 줄여 준다.
“보조검이라 그런지 계열에 권능이 붙네. 이건 확실히 마력 소모가 적은 느낌이야. 소체 없이도 투영되겠어.”
안 그래도 최근 성장하는 마력에 이 권능의 보조를 받는다면, 처음으로 소체 없이도 소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잘하면 이 검에 소체를 사용한 다른 검까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나가서 시도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마검을 두 개나 뽑으셨군요!”
명수 역시 즉시 두 마검의 진가를 알아보고는 연신 과연 주군이라며 추켜세웠다.
“고마워, 그나저나 막야라니…… 전설에서나 나오는 검이잖아. 마검전에 이런 검들도 있었어?”
그 질문에 명수는 언제나처럼 몸을 곧게 펴며 답했다.
“넵, 처음 주군을 만날 날. 마검전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떠올려 보시겠습니까?”
“소실되었을지라도 전승되는 마검의 원형이나 개념을 보관하는 비고…….”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전설이라고 칭해지는 검들은 ‘전승되는’에 부합되는 검들이지요.”
그리고는 모노클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물론 마검전에는 ‘원형’의 모습을 따르기에 계승되며 바뀐 전설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흠…… 그렇구나.”
명수의 설명에 대충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자.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검을 뽑으신 거죠? 축하드려요.”
엠버가 옆에서 맞장구를 친다.
“그래, 고마워.”
그러다 그녀가 꼭 들고 있는 스크롤에 시선이 닿았다.
“아, 뽑기가 끝나면 드리려고, 따로 챙겨 뒀어요.”
‘엉성하기만 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이런 세심한 면도 있네.’
하기야 비록 엉성하더라도 명색이 메이드 아니겠는가.
‘주인 챙기는 일에는 나름 프로페셔널…… 한가?’
병준은 두 손으로 스크롤을 건네는 앰버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서 그것을 건네받았다.
처음 10연차를 돌렸을 때는 결과가 실망스러워서 신경도 안 썼으나…….
‘스크롤은 히든 던전을 여는 열쇠라 했던가.’
전에 뽑은 5성급이라도 스크롤에는 정작 아무런 내용이 없었는데 이건 다르다.
붉은 표지에 히든 던전이라 정확히 적혔다.
아마 자신에게는 이 스크롤을 볼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면…….
병준은 주저 없이 스크롤을 펼쳤다.
그리고 거기에 표시된 내용은-
[ 스크롤_키메라 고성 ]
!!!화염 속성 지형에서 날개가 있는 몬스터 마력 핵 100개 이상을 스크롤에 먹이고 푸른 마력의 검으로 태우면 포탈 개방!!!
*던전 : 키메라가 묶인 고성
*등급 : ★★★
*진행 : 화염 속성 지형 0/1, 스크롤에 먹인 마력 핵 0/100, 푸른 마력의 검으로 점화 0/1
*보상 : 마검석 3개, 귀환석
“이거 운이 좋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덧붙이는 명수의 말에 다른 의미라도 있느냐는 듯 병준은 쳐다봤다.
“키메라는 날개가 있어 비행 능력을 지녔습니다만, 또한 야수이고 입으로는 불을 뿜기에 화염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 그럼 히든 던전에서 마력 핵을 구할 수 있겠네요.”
동시에 앰버가 소리치자 고개를 끄덕이는 명수였다.
“과연 마검전의 인연은 주군의 길을 가호하는 듯싶습니다.”
“낯간지럽게 무슨 인연이 가호한다고 그러냐.”
말은 이렇게 했지만 딱 필요한 타이밍에 스크롤이 나오기는 했다.
여기서부터 자신의 몫이다.
‘나가면 바로 저 조건을 찾아봐야겠어.’
* * *
2층에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앰버는 1층으로 데리고 나왔다.
하얀 설원의 마검주 등록이 이미 끝난 상태였기에 큰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스크롤 조건에 맞는 던전을 찾는 일이 급선무인데…….”
마검전을 나오자마자 던전을 찾아보던 병준.
목록을 훑던 눈이 이내 멈췄다.
“찾았다. 여기가 딱이네.”
타깃을 잡기 무섭게 병준은 황유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준이잖아! 하하하! 무슨 일이신가?
목소리가 하이 텐션이었다.
하기야 저번에 자신에게 베팅한 덕분에 두둑하게 주머니를 채웠으니 당연할지도.
“혹시 잔불 박쥐 나오는 던전에 들어온 의뢰 있어요?”
-어, 목록 보내 줄게. 던전 진입 서류도 해 놓고.
역시 비즈니스를 잘한다.
일 처리가 빠른 것이 그의 장점!
그렇게 통화를 끊고 얼마 뒤, 병준은 의뢰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의뢰 번호 : 40051 ]
*내용 : 성체 잔불 박쥐 피막을 온전한 형태로 수집
*장소 : 용암 절벽(추천)
*보상 : 피막의 크기와 등급에 따라 시세의 1.2배 지급
게다가 내일이라도 던전에 들어가게 해 주겠다며 호기롭게 장담하는 황유길의 반응!
아닌 게 아니라, 내일도 아닌 잠시 후. 던전 플랫폼에서 진입 허가 문자가 도착했다.
“빠르네. 뭐 나야 빨리 갈 수 있으면 좋지만 말이지.”
다음 목적지는 논현동 플랫폼이었다.
* * *
이제는 콘크리트 돔에 들어오는 일도 익숙하다.
포탈 너머에 있을 던전은 인스턴스이며 용암 절벽이라 불리는 곳!
과연 안으로 들어오자 열기가 병준을 맞아준다.
“으아, 역시 엄청 뜨겁구먼.”
[ 키메라 고성_스크롤의 화염 속성 지형을 만족하였습니다. 1/1 ]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에 화산이라도 터져서 용암이 흐르면 이럴 듯싶은 느낌이랄까.
그 탓에 인적은 없었다.
안 그래도 잔불 박쥐는 비행 타입이라 사냥하기 까다로운데 이렇게 뜨거우니 피하고 싶겠지.
보통의 헌터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