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7화 (7/200)

<10만 마검의 주인이 되었다 7화>

“나 태양 길드 상무에 헌터 협회 임원이야. 너 같은 거 묻어 버리는 건 일도 아냐!”

협박이 무서워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병준은 그저 조용히 돌아섰다.

따로 마력을 끌어올리진 않았지만 메마른 눈빛에 기운이, 의지가 담긴다.

그러자 다가오던 한용기는 순간 움찔했다.

그의 눈에 비치는 병준의 모습.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자신을 얽매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눈빛.

그런 협박 따위 무섭지 않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입가에는 옅은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그러고 다시 돌아선 병준은 뒤도 보지 않고, 스카이라운지에서 나갔다.

비록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제압당한 것을 깨달은 한용기는 분노로 말을 잇지 못했다.

생전 이런 모욕감은 처음이었다.

“제기랄, 저 새끼 지금 나 씹고 나간 거야? 이 천하의 한용기를 저런 애송이 새끼가!”

챙그랑-

잔이 깨지며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럼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길길이 날뛰었다.

테이블에 세팅된 유리잔과 접시를 마구 밀쳐진다.

“그래. 어느 정도 재능은 있는 모양이지만, 혼자서 어디 얼마나 잘 나가는지 보자.”

한용기는 고개 돌려 옆의 비서를 보며 말했다.

“반드시 먼저 와서 무릎 꿇게 해 주지. 유 비서, 저 녀석 평소대로 알아서 처리해.”

* * *

“후우, 드디어 집에 왔나. 벌써 이렇게 됐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었지만, 병준은 그 무엇보다 더 이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이제야 마검전에 들어갈 수 있어.”

미소를 띠며 병준은 각이 잘 잡힌 케이스를 열었다.

달칵!

그리고는 완충제에 딱 맞게 들어간 다섯 개의 유리병 가운데 하나를 꺼내서 들이켰다.

마력을 조금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서 산 마력 포션이었다.

이후 몇 번 심호흡하여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마검을 투영했다.

팟-

스파크가 튀며 푸른 마력의 검이 구현되고.

마검전 투영을 발동하자, 푸른 마력의 검은 사방으로 펼쳐지고 갈라지며 입체적인 마력회로를 구성한다.

이어서 얽히고설키는 가상의 선이 공간에 덧씌워진다.

마검전!

그 짓눌릴 듯 거대한 무게를 견뎌 내자, 어느새 병준은 거대한 대전의 가운데 서 있었다.

“허억, 허억…….”

“드디어 오셨군요.”

거친 숨을 가다듬는 사이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 마검전에 진입하여 일일 특별 보상으로 마검석 1개를 얻었습니다. ]

반가운 메시지.

왼쪽 손등에 기존에 있던 아홉 개의 문양에 더해 하나가 더 새겨진다.

병준은 즉시 상태창을 확인했다.

[ 정병준 ]

*보유한 마검석 : 10개

*누적된 인연도 : 2,192

*Ⓐ마검 소환

┗ⒶⒶ마검 소환(10연속)

*Ⓐ마검 투영

*Ⓟ전생검 각성

“특별 보상이라니! 이러면…….”

마검석이 10개가 모였다.

그렇다면 할 게 뭐겠는가. 바로 뽑기를 돌려야지.

병준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그때, 명수가 말을 걸었다.

“바깥에서 주군의 멋진 활약은 잘 봤습니다.”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검전은 수많은 세상에서 검이 모인 곳. 푸른 마력의 검을 비롯한 검을 매체로 연결, 바깥세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짧게 감탄한 병준은 이내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병준을 보고 묻는 명수.

“뭘 하십니까? 찾으시는 거라도?”

“뽑기 전에 명당 좀 찾아보려고. 오, 여기가 느낌이 온다.”

“그렇군요! 하기야 장소는 인연의 소중한 끈이 되기도 하지요. 역시 주군이십니다!”

납득하는 명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에 명수도 단순한 운빨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검전의 주인의 성향이나 열망에 호응하여 검이 다가오기도 한다고.

그러니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미리 10개가 될 줄 알았다면 목욕재계라도 했을 텐데. 아쉬운 대로 자리라도 고른다.

풍수지리처럼 뭔가 느낌이 오는 장소!

“다음부터는 엘로드라도 가지고 와야…… 아, 여기가 좋겠군.”

드디어 적당한 자리를 찾았는지 병준은 자리를 잡았다.

이어 심호흡하고 명상으로 특별한 의식까지 거친 후에 권능을 발동했다.

‘간다. 제발 좋은 검 나와라!’

그렇게 문양에 마력을 흘려 넣어 권능을 발동하자 저번처럼 무지갯빛 기류가 퍼지며 자신에게 몰려든다.

어떤 마검이 나올지?

‘제발! 5성! 아니, 4성이라도!’

병준은 강력히 갈망하며 빛줄기 속에서 검을 뽑았다.

사아아-

빛줄기를 뽑아내자 그것은 형체를 갖추며 검이 된다.

[ 플라워 소드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실패, 다시-

[ 다크 브로큰 대거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다크 브로큰 대거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

[ 반쪽 섬광의 조각(★)을……. ]

다시금 시작하는 1, 2성 마검 조각의 쇼.

금빛은 요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운빨좆망 마검 소환!’

그렇게 어느새 아홉 번이나 기회를 날린 병준.

이것으로 마지막이다.

“아, 제발! 제발 제발, 제발제발 제발제발……. 하다못해 완성품이라도 하나만!”

속으로 간절히 바라지만, 한편으로 이성은 알고 있었다.

사실 마지막 기회에 기적처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그럼에도 마검 소환, 뽑기란 것이 그렇다.

혹시?! 라는 생각에 끝까지 기대를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이상,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서 전력을 쏟을 생각이었다.

“제발 나와라! 5성! 아니, 4성이라도!”

빛줄기를 하나 뽑았다.

그러자 나오는 화려한 이펙트.

게다가 색도 달랐다.

지난번처럼 찬란한 금색을 띠는 빛 무리.

‘이거 설마?! 진짜로? 또 5성이?’

그리고.

[ 루틴 트리거(★★★★)가 소환되었습니다. ]

“아…….”

순간 나온 바람 빠지는 소리.

발치에 꽂힌 건, 평범하디 평범하게 생긴 철검이었다.

게다가 금빛 이팩트에서 나온 4성…….

하지만 이내 정신을 부여잡았다.

“아니, 4성이 어디야! 정신 차리자, 병준!”

5성 때와 같은 금색이라서 실망이 컸지만, 원래 4성이라도 족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평범하게 생겼으면 어떤가. 그래도 4성이다.

‘옛말에도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지 말랬어.’

병준은 심호흡을 하고 발치에 꽂힌 검을 다시 확인했다.

[ 루틴 트리거 ]

*계열 : 기생검, 마력검

*등급 : ★★★★

*인연 : 13

*Ⓐ기생

[ Ⓐ기생 ]

*다른 마검에 기생하여 마력을 흡수하는 대신, 모체가 되는 마검의 성능을 한 층 더 끌어내 준다.

*마검에 기생했을 때, 사용자가 그 마검의 스킬을 하위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와, 선녀다 선녀. 역시 선조님은 현명해!”

병준은 검을 뽑아서 껴안으며 방방 뛰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엄청난 능력.

어째서 4성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성능을 강화한다니!”

기생검 계열이라지만 실상 강화나 다름이 없었다.

뭣보다 확률로 스킬을 발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옵션!

이것은 즉.

“내게 추가적인 능력이 생긴다는 거 아니야!”

거기에 마검을 실체로 투영하지 않아도 검의 능력을 끌어다 쓸 수 있다니…….

활용도가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것을 실피드 페리온에 사용한다면?

‘팔 색 숨결에 공간 장악까지!’

둘의 유용함을 익히 알기에 드는 생각이었다.

다만…….

혹시 앞으로 더 좋은 마검이 나오면 어쩌지?

이걸 여기서 써도 되나?

순간 떠오르는 그런 생각들.

하지만 병준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쓸 땐 써야지. 아꼈다가 똥 된다는 말도 있고. 게다가 조강지처가 좋다는 말도 있으니까.”

오늘 만큼은 성현들의 교훈에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유교의 심성.

병준은 한 손에는 루틴 트리거를 든 채, 다른 손에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루틴 트리거에 마력을 부여하여 권능을 발동, 푸른색으로 투영되는 회로를 실피드 페리온에 겹쳤다.

사아아아!

빛이 일어나면 합쳐지는 두 자루의 검.

보다 정확히는 루틴 트리거가 벌어지며 실피드 페리온을 감싸듯 싸안고 있었다.

이내 빛 덩어리는 얽히고설키더니.

파아아아앗-

[ 권능이 성공하여 실피드 페리온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

“좋아, 성공이다!”

그리고 연달아 뜨는 화면들.

[ 실피드 페리온의 권능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

[ 실피드 페리온에 새로운 권능이 추가되었습니다. ]

[ 아직 자격이 부족하여 권능이 개방되지 않습니다. ]

확 달라진 인상.

길쭉한 꼬챙이에 무지갯빛 기체의 흐름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듯한 모습.

병준은 바로 실피드 페리온을 쥐고 상태창을 열어 봤다.

[ 改-실피드 페리온 ]

*계열 : 기체검, 마력검

*등급 : ★★★★★

*인연 : 245

*Ⓐ실피드 클로

┗Ⓐ실피드 블레이드

*Ⓟ팔 색 숨결

*Ⓐ공간 장악

*???

!!!특수!!! 루틴 트리거에 의하여 권능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갔습니다.

[ Ⓐ공간 장악 ]

*연기를 퍼트려 공간에 대한 지각력을 극적으로 높인다.

*팔 색 숨결을 운용할 경우,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검의 이해도에 따라 효과를 일부 끌어낼 수 있다.

[ Ⓟ팔 색 숨결 ]

*호흡을 마나 센스의 회로를 구축하는 마력과 동화하여 실피드 페리온의 권능을 강화한다.

*실피드 페리온을 투영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도 소유자는 그 효과를 일부 끌어낼 수 있다.

[ ??? ]

*???

전보다 더 강화된 능력.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스킬이 열렸다고!?’

마른침을 삼키며 병준은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손가락이 검에 닿는 순간.

사아아아-

무지갯빛 기체의 흐름이 크게 끌어안듯 그를 감싸더니 정작 검신은 안개처럼 흩어져서 사라졌다.

병준은 흠칫하며 황급히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꼬챙이 같은 검이 사라진 대신-

손바닥 위로 무지갯빛 연기가 마치 불이 붙은 듯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게 검이라고……?”

“틀림없는 검입니다. 단지 마검이 지닌 특성에 따라 주군의 심상에 비친 형상으로 드러날 뿐이지요. 푸른 마력의 검이 불꽃으로 투영되듯 말입니다.”

“하긴 그때 그런 말도 했었지.”

하지만 이렇게 부정형의 형태까지 변할 줄이야.

병준은 명수가 한 말을 곱씹으며 집중했다.

‘아무튼 이 마검, 실피드 페리온의 권능은 내 호흡과 마력을 연료로 발현되는 모양이네.’

편린으로나마 느끼던 감각이 전신으로 확장된 느낌이라고 할까.

후우우욱-

무지갯빛 연기가 불타오른다.

이전과 달리 훨씬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감각!

그러나 그 기분을 그리 오래 느낄 사이도 없이 다시금 주변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전에도 그랬듯, 마검전이 사라지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마력이 다했나.”

“부정형의 검은 명확한 형태가 없는 만큼, 마력 소모도 크지요.”

“아무리 마력 소모가 커도 그렇지, 이 정도면 실전에서 쓰기는 힘든데…….”

아무리 루틴 트리거의 권능으로 그 스킬을 쓸 수 있다고 해도 하위 버전.

검의 능력이 올라간 것은 좋지만, 쓸 수 없다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걱정 마십시오. 지금처럼 매개를, 더 강한 매개를 사용하시면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요. 게다가 저 모습이 된 이상…….”

그리 설명하던 명수는 눈을 빛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주군은 앞으로 더 성장하실 테니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