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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을 살아온 남자-195화 (195/217)

00195 미르위키 꺼라 =========================

미르위키 꺼라 - 3

미르위키에는 별의 별 문서가 많다.

이 문서 중에서 범죄에 관한 것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아크는 사건 사고 관련 항목에 관심을 가졌다. 장기 미제 사건과 실종 사건 등이 연도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집단지성이란 말이 있다. 오리지날 문서도 아니며 변변찮은 출처도 없는 미르위키의 글은 별다른 신빙성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몇몇 분야는 정말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범죄 항목이 그렇다.

미르위키 사용자들은 정말 살뜰하게 시간을 써가면서 범죄와 사건 관련 정보를 알차게 구성했다. 사안별로, 날짜별로 차곡차곡 정리된 것을 보면 감탄이 날 지경이었다.

해당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전범죄란 없다는 경찰의 호언장담은 거짓말처럼 생각하게 된다. 십년이 지나도 단서조차 잡지 못하는 사건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이걸 하기 전에…”

아크는 마우스를 움직여 보이스 피싱 항목에 들어갔다. 지구에서도 그랬고 여기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 족속들이다. 에테르 통신망은 위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지만 여러 국가를 경우해서 주소를 옮기면 추적이 어렵게 만들 수는 있다.

현대의 보이스 피싱을 시도하는 자들은 쉴 새 없이 위치를 옮기며 전화를 걸어대었다. 에테르 통신망의 몇 안 되는 취약점을 노린 공격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크에겐 훤히 들여다보인다.

“추정 피해액 8억 리블이라고? 생각보다 심하잖아…”

지구에서의 보이스 피싱과 같이 노인이 주 대상이 된다. 보이스 피싱 기법도 날로 진화하여 지구와 별 차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있다고 하면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중인 것처럼 속여 어머니를 걱정시키게 하는 수법이 흔히 쓰인다. 하여튼 쓰레기같은 놈들이다.

“쓰레기는 다 치워버려야지.”

치우고, 치우고, 또 치운다. 치우다 보면 결국 깔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아크의 생각이었다. 또 나타나면? 또 치운다. 언제까지? 보이스 피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 모든 것은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아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보자…형량이…”

현대의 형법은 지구에 비해 상당히 무겁다. 차원감옥이라는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 수용시설이 있어서 경범죄가 아니면 단 며칠간이라도 일단 처넣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범률이 무척 낮다. 차원감옥 안에 들어가면 차라리 고문당하는 게 낫다고 할 정도의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한번 차원감옥을 겪은 재소자들은 두 번 다시 들어가기 싫어하며, 대부분 얌전히 지낸다.

정신 못 차리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놈도 있긴 하지만 곧 검거되며, 형량은 대폭 늘어난다. 차원감옥의 흉악한 점은 미칠 것 같지만 미치지는 않는다는 거다.

정신을 집중할 필요도 없다. 아크와 하나가 된 월드엔진이 움직여 에테르 통신망에서 보이스 피싱을 시도한 전적이 있는, 시도하고 있는 자들을 모조리 추려내었다. 벽면을 가득 메우는 홀로그램 화면에 목록이 주르륵 뜬다. 몇 백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15억 중에 417명이면 선방한 건가.”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 위치와 범죄가 낱낱이 드러났으나 현대의 기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증거를 모았기에 경찰과 법원 등에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겨우 신이란 존재를 부정하도록 노력했는데 이제 와서 또 신인 체 능력을 드러내면 곤란하다.

“오랜만에 스트레스나 풀어야겠다.”

에테르 통신망으로 아크의 의식이 빨려 들어갔다. 그는 육체가 있지만 사실 크게 필요는 없다. 전뇌적 존재가 되어 에테르 통신망을 떠돌아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는 긴 복도에 서 있었다. 야구방망이 하나를 들고 말이다.

“뭐, 뭐야 이거!”

“으아악!”

“제기랄! 이거! 풀라고!”

보이스 피싱 일당이 손이 묶인 채로 엎드려 있다. 그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겨우 목소리만 낼 수 있을 뿐.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그들을 감쌌다.

“야이 씨발새끼야! 이거 풀어!”

“개 좆같은 놈의 자식이 내가 누군지 알고…!”

욕설을 내뱉던 사람들의 엉덩이에 야구방망이가 날아들었다. 그들은 엎드린 자세 그대로 빠따를 맞았다. 일격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갸름한 인상의 사내는 숨넘어갈 듯 꺽꺽거렸다.

“흐어어어억…”

“입 여는 새끼들은 무조건 한 대씩이다.”

“야, 야! 너 이 개자식아!”

빡!

야구빠따와 고통은 공평하다. 아크의 몸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더니 방금 입을 연 사내의 뒤를 점했다. 멋진 스윙에 이어 질퍽한 타격음이 들렸다. 그는 엉덩이를 맞고는 부들부들 떨어댔다. 딱 기절하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고통이었다. 물론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흐아아으아끄극…”

“이제부터 입 여는 새끼들은 두 대씩이다.”

400명이 넘는 인원이 일렬로 엎드려 있다 보니 조용한 게 이상하다. 그들은 분명히 아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음에도 욕설을 지껄여댔다. 심지어는 여자도 몇 명 있었다. 아크는 그들에게 약속대로 두 대씩의 야구방망이를 선사했다.

“흐어억! 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직까지 입 여는 놈들은 맞아도 괜찮다는 거지?”

무자비한 폭력이 이어졌다. 아크는 절대 허튼 소리를 하지 않았다. 맞은 사람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바들바들 떨어도 목소리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지껄이면 두 대씩이다. 5명 정도를 그렇게 후려치고 나자 비로소 조용해졌다. 지껄이는 거야 쉬운데 고통은 현실이니까.

“너희들의 공통점은 보이스 피싱이다. 죄목도 그거지. 여기서 경찰과 법을 찾지 마라.”

“…”

다들 눈알을 굴린다. 뒤로 발자국 소리가 나고 있지만 돌아볼 수가 없었다. 몸이 마치 뭔가에 단단히 끼여 고정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너희는 여기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내가 너희들을 패 죽여 버릴 것이다. 너희의 재산은 지금까지 사기 친 피해자들에게 돌아간다. 무슨 수로 그렇게 하느냐고? 너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지…질문…”

“스트로크, 너 두 대 적립.”

짧은 머리의 남자 눈앞 바닥에 2자가 쓰였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숫자 2가 나타나자 기겁할 듯 놀랐다. 아크가 야구방망이를 엉덩이에 두 번 후려치고 나서야 숫자가 사라졌다. 물론 스트로크는 고통에 몸부림치느라 그걸 몰랐다.

“입을 열지 마라. 듣기만 해라. 너희들이 동시에 떠들 수도 있겠지만 맞을 대수가 정확하게 바닥에 적힐 거다.”

몇 명이 동시에 시끄럽게 굴었다. 아아아악! 하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아크는 그들에게 공정한 고통을 선사했다. 벌써 여섯 대를 맞은 한 중년의 남자의 가랑이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바지 안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불문가지.

“흐윽! 흐윽! 으허으으윽! 허, 허리가…”

“제이슨 두 대.”

빡! 빡!

야구방망이가 허벅지를 파고들자 그는 입에서 거품을 뿜어냈다. 아크는 그들 뒤로 담담하게 걸으며 말했다.

“나는 관대해서 비명소리까지는 봐준다. 하지만 사족을 붙이지 마라.”

한참 그렇게 야구방망이를 후리고 나자 복도는 끙끙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한 대만 맞아도 오금이 저릴 지경인데 다들 몇 대씩 맞은 덕분에 고통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쓰러져 있는 한 놈을 발로 밀었다.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로카, 죽었군. 나이 43세…보이스 피싱 총책…켈드란 소속. 참으로 허망한 죽음이야.”

“…”

다들 눈치를 보았다. 저 정보를 정말 아는 걸까? 아니면 그냥 주워섬기는 것일까. 아크가 한 남자의 엉덩이를 야구방망이로 툭툭 쳤다.

“어이, 쿠르드.”

“…”

“말해도 된다. 쿠르드.”

“예, 예!”

“날 죽이고 싶지?”

“…”

쿠르드라 불린 덩치 큰 남자는 고개를 열심히 흔들었다.

“아닙니다!”

“포승이 풀렸다, 일어서라.”

쿠르드의 몸이 경직되었다. 서서히 풀리며 손목을 단단히 죄고 있던 포승이 사라졌음을 확인한다. 동시에 몸을 짓누르던 정체불명의 압력이 없어졌다. 쿠르드는 온 몸에 힘을 주었다.

‘이 새끼가…!’

천천히 힘을 주어 무릎을 꿇었다. 단 한 번이면 된다. 누군지는 몰라도 놈을 죽여 버리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벼락같이 몸을 확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벽에 밀어붙였다. 하지만…그가 본 것은 끔찍한 광경이었다.

“으아아아아악!”

머리가 없었다. 몸은 남자의 그것인데 당연히 있어야 할 머리가 없었다. 대신 쿠르드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푸른색으로 휘몰아치는 폭풍이었다. 쿠르드의 몸에 힘이 탁 풀리고 무릎을 꿇었다. 아크는 그의 머리통을 야구방망이로 후려쳤다.

빠악!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쿠르드는 즉사해버렸고 아크는 어깨를 풀었다.

“아, 이런. 한 명이 죽었네. 하지만 안타까워 하지는 말라고. 너희들도 곧 죽을 테니까.”

이유도 말하지 않는다. 그냥 담담히 때릴 뿐이다. 붙잡혀 온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경찰인가?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붙잡을 만한 힘이 경찰에 있을 리가 있나.

게다가 경찰들은 범죄자에게 거칠기는 해도 막나가지는 않는다. 이렇게 몽둥이로 죽을 때까지 두들기는 험악한 방법을 누가 감히 시도나 할 수 있을까 싶다.

“너희들은 기괴한 방법으로 피해자의 돈을 갈취하고 나 몰라라 했겠지. 대상은 주로 노인들…에테르 통신망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아들과 딸을 팔았겠지. 어쩌면 남편이나 아내를 팔았을지도 모르고. 하여간에 그런 건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너희들이 이미 일을 저질렀다는 거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지.”

아크가 한 사람 앞에 섰다. 그는 여자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 불쌍하게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크는 그녀에게 아무런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다.

“헤나…보이스 피싱 업계에 몸을 담은 지는 약 3년이 됐군. 그동안 열다섯 명에게 150만 리블을 뜯어냈고.”

“아, 아니에요! 아니…”

빡!

무식한 야구방망이는 여자에게도 공평하게 날아들었다. 그녀의 눈이 풀리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아크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 때문에 자살한 노인도 둘이나 되는군. 아들딸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말이야. 그들을 죽였으니까 너도 죽어라.”

아크의 형벌관은 아주 단순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람을 죽인 자는 죽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친 자는 같은 가치의 재물을 토해내야 한다. 평범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한들 별 문제는 되지 않지만 그는 갈란테를 통제하는 초월체이다.

“헤나 너의 재산은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거다. 공정하게 나눠줄 테니까 너무 섭섭해 하지는 말고.”

아크는 방망이를 휘둘러 그녀의 허리를 후려쳤다. 척추가 그대로 바스러지며 한 생명이 죽음을 맞이했다. 차원감옥에 집어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귀찮았다. 4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야구방망이에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한다.

“사, 살려줘! 죽고 싶지 않다고! 마…말만 해!”

“뭘 말하라는 거지?”

“얼마면 되겠어? 내, 전 재산을 주지! 지, 집하고 말이야!”

검은 수트를 입은 남자가 바들바들 떨며 그렇게 소리쳤다. 아크는 그의 뒤로 다가갔다.

“재산이 꽤 많나보지?”

“그, 그렇게 많지는 않아! 하지만…”

“그건 다 보이스 피싱으로 뜯은 거겠고.”

“무, 무슨 소린가? 사업을 했을 뿐이라고!”

“사업 좋지. 나도 사업 하나를 제안할까 하는데, 어때?”

아크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그는 두려움에 떨며 입을 열었다. 현재까지 적립한 것만으로도 죽음에 이른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뭐, 뭘?”

“너를 영원히 차원감옥에 처넣는 사업 말이야. 꽤 공평한 사업거래지?”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아크는 그의 뒷덜미를 잡아 바로 차원감옥에 처넣었다. 특별히 반투명하게 만든 감옥이라 안에 들어간 사람의 표정과 비명소리를 느낄 수 있다. 범죄자들은 남자의 비명에 흠칫 몸을 떨었다. 차원감옥의 악명은 그들도 익히 알고 있다. 단 몇 시간 들어가 있는 것조차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곳이다.

차원감옥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심을 했던가. 각국 경찰은 그들의 수사에 총력을 다했지만 잡을 수는 없었다.

“생각이 바뀌었어. 이대로 너희를 죽이는 건 아깝지. 허리가 반쯤 부서진 상태에서 차원감옥에 처박혀 양면의 고통을 느끼는 것도 괜찮을 거야.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 말이야.”

사람이 적의를 가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아크는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 이상의 흉포함을 갖고 있는 존재였다. 하나씩 하나씩 버둥거리는 자들의 척추를 반쯤 부순 다음 차원감옥에 처넣었다. 벽에 못 박힌 듯 박제된 그는 입을 딱 벌리고 정지해 있었다. 아마도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혹시 나를 풀어주지 않을까, 란 희망은 버려라. 너희는 영원히 차원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

꿈도 희망도 사라졌다. 아크는 417명 전체를 그렇게 차원감옥에 집어넣었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투명화를 해제하고 무한의 차원에 숨겼다. 그들의 존재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이제 그들의 재산을 몰수해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는 일이 남았다. 갑자기 돈이 사라지고 어딘가로 입금되기는 하겠지만 은행과 경찰은 찾지 못할 것이다. 아크는 손을 탁탁 털며 무한의 차원에서 빠져나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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