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9 호레스의 반역 =========================
호레스의 반역 - 1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폐하의 별궁에…악마들이 돌아다닌다는 소문 말이야.
―무슨 악마들?
―슬러스의 악마들…후궁으로 위장하고 다른 후궁들을 납치한대…
―설마…다른 곳도 아닌 별궁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지?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데?
―쉿. 시녀장님 온다. 숨어.
연방의 황제가 기거하는 별궁쯤 되면 온갖 소문이 떠돌아다니기 마련이다. 거기에 100명의 후궁이 사는 공간이라면, 그녀들이 대단한 미모를 가졌다면 더더욱.
뿐만 아니라 황제는 무려 신이었다. 주신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의 대리인인 화신이라고 한다. 그런 곳에서 악마들, 슬러스의 악마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은 보통 소문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소문을 좋아하는 시녀들은 몰래몰래 떠들어대었다. 소문은 순식간에 황궁 내부로 퍼져나갔으나 함부로 입을 여는 사람들은 없었다.
신서력 411년.
세계를 통일한 신이자 황제인 아크의 권력은 엄청났다. 그의 말 한마디면 산이 옮겨지고 호수가 만들어질 정도였고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여탈권이 그에게 있었다. 그는 신이자 황제였기에 주신교도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감히 신에게 저항하겠는가?
물론 그는 선정을 베풀었다. 사람들은 그의 독선적인 정책 밀어붙이기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일견 무리한 정책들은 사실 합리적인 것이었으며, 가시적인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 해의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사망자가 줄고, 범죄가 거의 사라졌으며, 연방은 나날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거기에 복지도 강화되었으니 이처럼 태평성대가 어디에 있으랴. 또한 황제는 연방의 미래가 아이들에게 있다며 출산을 장려했고 부부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정말이지 이런 업적들은 신이 아니었으면 절대 이룩하지 못했으리라. 사람들은 아크를 칭송했고, 연방은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정작 권력의 정점에 선 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별궁의 한 침실. 열 명이 동시에 잠을 잘 수 있을만한 침대가 방 안에 가득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은근한 조명이 얽혀 있는 두 사람의 몸을 비춘다. 아르마는 발가벗은 채 아크에게 뒤에서 안겨 있었다.
“주신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래, 슬슬 간이 배 밖으로 나오는 거 같아.”
“어떤 면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
“전부 다. 은근슬쩍 내 대리인인인 척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걸로 다른 기관들에게 갑질 하는 것도 별로야. 저번에는 기금을 모아 넣고 사치품을 사는데 썼더라고.”
말을 하면서도 아르마의 멋진 몸을 희롱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커다란 젖가슴을 주물렀고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다리 좀 벌려 봐, 하고선 촉촉하게 젖은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키스자국을 내는 것은 덤이라고 봐야 할까. 아크의 손가락이 아르마의 젖꼭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꼬집는다. 그녀는 과한 자극에 살짝 몸을 비틀었다. 그녀의 현재 몸은 아크에게 완전히 맞춰져 있기에 쾌감이 훨씬 크다.
“그렇게…으응…하지 말라고 했으면 되잖아요…하응! 주인님께서 기틀을 잡아 놓으셨는데…”
“주경을 갈아치우고 내가 직접 말했는데도 그 난리를 떨고 있으니까 문제지. 그걸로 벌써 몇 명이 사형 당했는데도 권력의 맛이 하도 달콤한가봐.”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아크는 그들을 과하게 다스렸다. 종교인들을 20년 동안 차원감옥에 처넣었고 직접 가서 강한 어조로 한번만 더 이런 일이 나타난다면 전부 다 엎어버리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었다. 그게 불과 6개월 전이었는데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역설적으로 아크의 힘이 강해질수록 주신교의 권력도 강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집중되는 권력의 유혹에 버티질 못했다.
급기야는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추기경이 다른 지방에 기도를 드리러 가서 처녀와 동침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워낙 은밀하게 벌어진 일이라 아르마의 감시망을 벗어나는 가 싶었으나 그녀가 겨우 잡아내었다.
아크는 곧장 그 추기경을 소환해 찍은 영상을 들이밀며 압박했고, 녀석은 놀랍게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아크는 뻔뻔한 추기경을 그 자리에서 때려죽였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종교는 100% 청결하게 하는 게 어려웠다. 사람들은 아크를 신뢰하는 만큼 주신교를 사랑했다. 교황과 추기경의 말에 철썩 같이 넘어갔으며,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아크가 각종 행정업무에 손을 뗀 지금에 와서는 은근슬쩍 정부에까지 손을 끼치려 하고 있었다. 주신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특정한 날을 축제날로 지정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그에 해당한다.
희롱에 버티지 못한 아르마가 돌아누웠다. 그녀의 눈은 마치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아크는 그녀의 눈과 이마, 볼 등에 키스했다.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비록 로봇이지만.
“그러면 주신교를 다시 갈아엎으실 건가요?”
“아니…완전히 없앨 작정이야.”
아르마는 주인의 팔베개를 베고 누웠다. 몸을 비스듬히 뉘어 팔과 다리를 그의 몸에 얹었다. 그녀의 손이 슬금슬금 내려가더니 커다란 성기를 덥석 붙잡아 은근슬쩍 만지기 시작한다. 조물조물하는 감촉에 불기둥이 커졌다.
“부작용이 클 거예요. 아무리 주인님이라 하더라도 진짜 주신은 아니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3억 신도들이 납득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상관없어. 이제 슬슬 떠나야 할 때니까.”
단단해진 양물을 곱게 어루만지던 손길이 멈췄다. 그녀가 잽싸게 아크의 몸에 올라탔다. 그 큰 가슴이 아크의 가슴과 맞닿아 짓눌러졌다. 그녀는 아크의 몸 위에서 턱을 괴었고 아크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이제 떠나실 건가요?”
“그래…떠날 때가 됐지. 연방은 안정적이고, 내가 하는 일은 없어졌으니까. 교육도 좀 시켜놨으니 당분간은 평화롭게 지내겠지. 독립하는 순간만은 혼란을 막을 길이 없겠지만 주정부와 주의회가 잘 해줄 거야.”
최근 많은 신경을 쓴 것은 바로 지방자치다. 연방을 만들 때부터 독립시킬 생각을 품고 있었기에 주정부와 주의회에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 부어 제대로 된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그리하여 각 주는 과거의 왕국에 버금가는 통치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아크와 아르마의 첨삭지도를 받아서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조치를 이상하게 여겼다. 어차피 모든 권력은 신황제에게 있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다. 아크는 그 때마다 말을 아꼈다. 언젠가 연방이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면 떠날 생각이란 걸 누구에게 말하겠는가?
아르마가 몸을 일으키더니 슬금슬금 밑으로 내려가 그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다섯 번째 정액을 내뿜었지만 다시 기운차게 일어서서 그녀의 입 안에 정액을 뿜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정력은 무한대에 가깝고, 아르마의 체력도 대단하기에 둘이 얽히면 날밤을 새는 것이 부지기수다.
언젠가는 무한의 차원에 들어가 일주일 내내 섹스한 적도 있었다. 아르마의 얼굴과 몸매는 아크가 꿈꾸던 이상형에 가까웠고, 아르마는 주인의 손길을 마다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최소한의 생활을 제외하면 몸을 섞는 데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생활을 슬슬 청산할 때가 왔다.
‘월드 엔진에 고장이 생겼다고 했지.’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고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아크가 연방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도 사실은 아르마가 월드 엔진을 수리해야 한다고 보고하면서부터였다.
월드 엔진과 아르마는 대단하지만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더욱이 월드 엔진은 엄청난 에테르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만큼 고장 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긴, 행성 전체를 제어하는데 자잘한 고장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월드 엔진을 수리하는 데에는 53년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고도의 연산력이 필요하기에 아르마도 오토마톤에서 벗어나 월드 엔진에 돌아가야 한다. 아크에게 보내는 에테르는 충분하지만 그 외는 사실상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하늘정원도 공정을 중단해야 하고 기후조절도 불가능해진다. 사실상 아르마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53년쯤이야 뭐.’
아랫도리에서 뻐근한 감각이 올라온다. 백금색 머리카락을 곱게 땋은 아르마가 열심히 그의 성기를 빨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월드 엔진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녀의 몸은 흔한 기계인형이 되니까.
‘슬슬 작업을 시작해야겠어.’
황제가 연방을 떠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그냥 휙하고 연방을 버린다면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닥칠 것이다. 그래서 아크는 연극을 하나 기획했다. 주연배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만들어진 것들로, 김성철, 즉 호레스도 거기에 해당한다.
그는 특혜를 받아 무한의 차원 중 한 곳에서 몬스터들과 싸우고 케테르 군주들과 논쟁을 하는 등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과거의 스탯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라고 봐야 할까. 지금 호레스의 앞을 막을 만 한 자는 대륙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투자했으니 슬슬 성과를 내야지.’
김성철을 처음 여기에 소환했을 때부터 그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황제에 대한 반역이다. 호레스는 미쳐버린 황제의 화신을 단죄하고 영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연방을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각 주정부가 독립을 청원할 것이므로.
‘애초에 정치에 관심이 없도록 유도했으니 상관없겠지.’
호레스의 모든 생각은 아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의를 외치며 여자에게 쩔쩔매는 순둥이. 그러나 전투에 임해서는 용맹하게 싸우고 불의를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원래 소방관이었으니 그런 성격이었는지도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그가 타락한 마신을 처리하는 데에 안성맞춤이라는 사실이다.
호레스는 대륙의 여러 종족과 만났고, 실버드 아가씨와 연애하고 자이언트들과 파티를 이뤄 미궁을 공략하는 등 꽤나 유명인사다. 그가 마신의 대적자가 된다고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마신을 연기해야지.’
주신의 화신이라고 기믹을 짠 것이 다행이었다. 그가 진짜 주신 행세를 했다면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화신은 인간에 가깝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다고 수차례 주경 등을 통해 설명한 바가 있었다.
최근 별궁에서 돌고 있는 소문, 슬러스를 비롯한 악마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도 아크가 퍼트린 것이다. 원래 추잡한 소문은 은밀한 곳에서 나는 법이니까.
“아르마, 아…”
아크는 한참동안 봉사하던 아르마의 입에 사정했다. 그녀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다 빨아마셨다. 오토마톤은 유기물을 먹지는 않지만 먹어도 별 상관은 없다고 한다. 어차피 노폐물은 오염수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간다나. 그녀는 입 청소를 한 다음 느릿하게 아크의 몸 위로 다시 올라왔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와 황금 귀걸이, 목걸이 등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얼굴을 53년간 못 보게 된다니.”
“못 보는 건 아니잖아요? 몸은 무한의 차원에 넣어두면 되니까요.”
“50년 동안 썩지 않겠어?”
여기까지 말하자 아르마의 이맛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녀는 아크의 입술에 입술을 아주 가까이 한 다음 속삭였다. 희미한 향이 입에서 풍겨 나왔다.
“변성되지 않은 원소로 구성되었으니까 그럴 염려는 없어요. 주인님께서 변태 같은 행동을 하지만 않는다면 53년간 아무 문제도 없겠죠.”
“아무리 나라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 인형에게 그 짓을 하지는 않아.”
체념한 듯 보이는 아크의 말에 아르마는 속삭였다.
“다른 인형을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 난 다른 인형은 별로야. 아르마 네가 아니면 안 돼.”
“얼굴도, 몸도 똑같은 오토마톤인데.”
“비슷하게 보일 뿐 다르잖아. 그것들은 아르마가 아냐.”
“흐음…”
아르마는 그의 입술에 아주 살짝, 입술을 대었다가 떼었다. 그녀의 표정과 눈빛에서는 희미한 미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자.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인간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에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저 없는 동안 사고 치면 안 돼요.”
“사고는 무슨 사고야. 아르마 네가 없을 때도 나는 잘 살았다고.”
“아랫도리가 쓸쓸할 텐데. 정말 시중들어줄 오토마톤이 없어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정 외로우면 다른 여자를 덮치면 되지.”
아르마는 완연한 미소를 지었다. 늘 표정이 없는 그녀에게서 미소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크는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 키스했다. 마치 연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무래도 초월 4단계는 안될 것 같아.’
초월 4단계에 오르기 위핸 세 가지 조건 중 둘은 이미 만족시켰다. 마지막 영향력 포인트 1억은 조금만 있으면 달성된다. 황제가 되어 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업을 여럿 벌였기에 400년간 모은 포인트보다 20년간 모은 포인트가 더 많을 정도다. 그리하여 초월 4단계까지 5%밖에 남지 않았다.
아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뭔지 안다. 진정한 주신이 되어 육체를 벗어던지고 정신체가 되면 식욕과 성욕이 사라진다. 영혼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이다.
의사체를 만들어 아르마처럼 활동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든 일에 덤덤할 뿐인데.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배고픔도 느끼지 않고 성욕도 사라진다. 갈란테 행성에서만은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연방을 통치하면서 아크는 수없이 되뇌었다. 진짜 신으로 올라가고 싶으냐고 자신에게 물었고 아르마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그녀는 월드 엔진의 특성상 동기화가 중요하기에 정신체를 추천하고 있을 뿐 아크가 초월 4단계를 포기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처럼…인간이자 신처럼 지내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모든 욕구를 초월한 신이 될 필요는 없다. 아크는 아르마를 품에 안았다. 당분간은 혼자서 지내게 되겠지만 53년은 그에게 있어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럼 슬슬 마신이 되려고 노력해야겠구만.’
============================ 작품 후기 ============================
시간의 흐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수정합니다
이 챕터가 약간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상 꼭 들어가야 할 부분이라 판단했습니다.
이번 챕터까지만 지나면 끝부분까지는 고구마라고 할만한 부분 자체가 없을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