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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을 살아온 남자-137화 (137/217)

00137 혁명의 시대 =========================

혁명의 시대 - 6

땡땡땡땡―

“비켜요 비켜!”

아크는 누군가의 고함소리에 비켜섰다. 골란 왕국의 유일한 부두는 사람과 마차로 북적이고 있었다. 크고 작은 어선과 정기선이 쉴 새 없이 입항했다 출항한다. 아크는 한가하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 모든 것들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졌어.’

현대 문명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지구로 따지자면 18-19세기 정도일까. 사람들의 옷차림도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사람들의 문화도, 쓰는 물건과 장비도 완전히 다르다.

한 소년이 작은 바구니차에 생선을 가득 싣고 달린다. 아직까지 노동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시대라 그런지 10살 남짓한 어린애도 일을 하는 시대가 왔다.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법률을 정비해야 될 텐데.’

하지만 이제 아크가 개입해야 할 시기는 지났다. 400년 동안 그의 개입 없이 잘 발전해오지 않았는가? 이제 문명 발전의 터닝 포인트에서 핵심만 집어주면 알아서 세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아크는 그걸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건 그렇고.

어째 주위가 좀 소란스럽다. 몇 명의 기병들이 뿔새를 타고 나타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주병 장사하는 사람들과 손님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도로를 비우는 게 보인다.

“아이고, 왜 또 순찰이래, 순찰은?”

“용병댄가 어딘가가 장갑함을 탈취하겠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나 봐요.”

“그러고 보니 장갑함이 입항한지도 좀 오래됐지? 본국에선 여기에서 손 뗀 건가?”

“우리 같은 사람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본국은 바르마 제국을 말하는 것이다. 무려 500년 가까이 왕조를 유지한 바르마 제국은 최근 들어 여기저기에서 불협화음을 내뿜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심한 것이 개척지 관리였는데, 대표적으로 골란 왕국의 통제에 애를 먹고 있었다.

아르마가 보고한 바에 의하면 최근 바르마 제국은 골란 왕국으로부터 공물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고 한다. 국내 상황이 워낙 엉망이라 행정적인 절차도 몇 배의 시간이 걸리고 통제도 되지 않는다. 사실 개척지와 본국이 따로 따로 노는 형국이란 것이다.

그런 마당에 골란 왕국의 왕자가 일개 용병대에게 가담해버렸으니 바르마 제국에선 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황제 주위의 간신들은 골란 왕국의 왕을 의심할 정도라고 한다. 용병대를 비롯한 불순세력과 연합해 본국에 저항할 속셈이라 단정하고 있다고.

아크는 도로를 강압적으로 순찰하는 뿔새 기병대를 피해 출입국 관리소로 들어갔다. 위조된 신분증을 제시하고 정기선 출항일자를 물으니 직원은 뜻밖의 말을 내뱉는다.

“당분간 바르마로 향하는 정기선은 출항하지 않습니다.”

“출항하지 않는다고요? 왜입니까?”

“그건 나도 모릅니다. 자, 다음 분.”

아크는 다음 사람에게 밀려나고 말았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그저 출항하지 않는다는 말 뿐이다.

‘기병대 순찰도 그렇고…뭔가가 있군.’

어쩌면 히드라 용병대의 장갑함 탈취 소식이 전해져 모든 선박에 입출항 금지 조치가 내려졌는지도 모른다. 불한당이 배를 노리고 있다면 일단은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히드라 용병대가 장갑함을 탈취한다라…’

장갑함이 뭔지는 아크도 알고 있다. 본격적인 철선을 건조하기 전의 단계로 목재 범선에 철을 입힌 것이다. 초보적인 마기 엔진을 도입하긴 했지만 속도는 기존의 범선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 크기도 크기거니와 워낙 철판을 많이 발랐기에 무거워진 것이다.

어쨌거나 바르마 제국의 장갑함은 대륙 사이의 항로를 지킨다는 굳건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제국인들이 장갑함에 보내는 관심과 사랑은 엄청나다. 움직이는 가장 큰 물건이고, 강력한 대포까지 장착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이런 장갑함을 히드라 용병대가 탈취한다면 분명 큰 반향이 일어날 것이다. 주점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장갑함의 입항은 내일 밤 아니면 모레 새벽이 될 예정이고 히드라 용병대를 포함한 군소 세력들이 움직일 예정이라고 한다.

아크는 이 모든 소문을 직접 확인했다. 장갑함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아냈고 히드라 용병대의 위치도 확인했다. 그리고 장갑함에 1세대 타이탄이 실려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크는 주점 의자에 앉아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며 마법책을 뒤적였다.

‘1세대 타이탄이라.’

요즘 한참 생산하고 있는 타이탄은 2세대 센추리온급이다. 그 전에 바르마 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1세대 타이탄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나사 빠진 모습을 보여 실전에 투입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저강도 분쟁이라면 충분히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본국도 아니고 이런 변방이라면 무력시위에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내친 김에 아크는 워치프급과 센추리온급 타이탄의 제원과 성능 페이지를 찾아보았다.

‘…대단한데.’

워치프급 타이탄은 그저 그렇지만 센추리온급 타이탄은 확실히 강하다. 아크가 600여 년 전 만든 콜로서스에도 2-3기만 붙으면 충분히 대항할 수 있는 성능을 가졌다.

1세대 워치프급 타이탄도 저성능이긴 하지만 일개 용병대가 덤벼볼만한 수준은 아니다. 만약 히드라 용병대가 장갑함을 탈취하려 한다면 그들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알려줘야겠군. 아르마, 히드라 용병대 위치 좀 찾아줘.’

‘10분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르마를 통해서 경고를 할까, 아니면 직접 가볼까. 아크는 후자로 마음을 정했다. 그 왕자라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혁명은 무엇이냐고 말이다.

.

.

.

골란 왕국의 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한 섬. 무인도로 생각되어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절해의 고도에 한 명의 남자가 발을 디뎠다. 그는 조심스레 주위를 관찰하고 아르마로부터 정보를 들었다.

‘동굴 안에 슬루프선이 여러 척 들어가 있습니다. 골란과 바르마는 이 섬에 동굴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로군.”

아크는 동굴을 보면서 감탄했다. 커다란 바위들 틈에 저렇게 숨겨져 있으니 입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여기는 파도가 높은 곳으로 악명 높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즐비해 도저히 상륙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히드라 용병대의 위치가 들키지 않은 데에는 이런 위치상의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 섬을 관찰한 결과, 히드라 용병대는 대략 120명 정도로 추산되었습니다. 기병총을 포함한 장총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휴대용 마력포를 여러 문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치프급 타이탄과 대적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력포를 갖고 있다고?’

마력포는 아크가 개발한 디보라의 목걸이에서 빠져나온 일종의 부산물이다. 아크는 마기 로직을 일부 변형시켜 열선을 뿜어내는 대포를 만들었는데 그게 마력포다. 물론 시중의 마력포는 디보라의 목걸이에 달려 있는 것에 비해 한없이 위력이 떨어진다. 굳이 비교하자면 횃불과 촛불 정도랄까.

‘어디에서 유출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력포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사실입니다.’

‘히드라 용병대…꽤 연줄이 있는 모양이군.’

어쩌면 스토머는 좀 허술에 보이는 외모와 달리 꽤나 수완가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히드라 용병대 내부에 마력포 개발자가 있거나. 아크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슬루프선들을 지나쳤다.

‘저긴가.’

어두운 동굴 안에서 라이트 구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크가 켜놓은 것은 당연히 아니고 경계병들이 켜놓은 것이다. 아크는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몇 년 동안 용병일을 하면서 본거지 섬에서 수상한 자를 보지 못했던 두 용병이 깜짝 놀랐다.

“누, 누구냐!”

“뭐야?”

“쉬잇. 저는 아크라고 합니다. 스토머 대장과 안면이 있는 사이지요.”

“대, 대장과…?”

“대장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안내해주시겠습니까?”

“수상한데…당신의 뭘 믿고?”

용병 중 하나가 권총을 아크에게 들이밀었다. 아크는 순순히 손을 들고는 말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저에게 권총을 들이댔다는 걸 알면 나중에 스토머 대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저 저를 대장에게 안내해주기면 하면 됩니다.”

“…”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한 명이 안으로 후다닥 달려갔고 다른 용병은 사격자세를 취하곤 풀지 않았다. 여차하면 바로 쏴버리겠다는 뜻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안으로 들어갔던 용병이 후다닥 달려왔다. 그는 아크를 향해 겨눈 동료의 총을 치워버리고 인사했다.

“실례했습니다. 대장이 들어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동굴 안은 꽤 놀라운 공간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2층, 3층 이렇게 올라가면서 복도식 아파트처럼 구멍이 파여 있었다. 복도에서 용병들이 나와 웅성거렸다. 아크는 곧 스토머의 부관 루나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는 어떻게 찾아왔지요? 올 수단이 없었을 텐데.”

“저는 마법사입니다. 마법사에게 수단은 많지요.”

“마법사…!”

루나의 눈이 커졌다. 마법사란 말에 몰려있던 수십 명의 용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뭐냐고 묻는 사람도 상당수다. 이 시대, 타이탄이 실용화된 시대에 마법사는 거의 사라진 존재였기 때문이다.

루나는 약간 당황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여기가 우리의 본거지라는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주점은 여러 소문이 도는 곳이거든요. 저는 위스퍼링 보이스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원거리에서 듣는다는 그…”

“바로 그렇습니다. 마법에 대해 좀 아시는군요?”

루나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히드라 용병대의 본거지에 외부인이 침입했다. 안면이 있건 없건 어쨌거나 침입은 침입이다. 그를 살려 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마법사라고 하지 않은가? 그를 죽인다고?

이 모든 사실이 얽혀 그녀의 머릿속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의 대장이 나타났다. 에페드람 왕자와 함께.

“어서 오시오. 올 줄 알았다면 미리 사람을 보낼 걸 그랬나. 그래, 여기까지 오는데 고생은 없었소?”

“플라이 마법으로 오니까 금방이더군요.”

“오오, 마법이라니.”

에페드람 왕자가 작게 감탄했다. 아크는 그를 눈여겨보았다.

‘여자?’

아무리 봐도 여자다. 줄리아가 말한 바 있다. 에페드람 왕자는 어지간한 여자가 질투할 정도로 예쁘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여성스러움에도 한계는 있다.

아크는 눈앞의 왕자가 왜 남자로 분류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심지어는 목젖도 없고 목소리도 꽤나 높다. 대체 어딜 봐서 남자인지 아랫도리를 들춰보고 싶었다.

갈색의 곱슬머리가 단정하다. 왕자답지 않게 용병들과 비슷한 거친 셔츠에 바지를 입고 있는데 하늘하늘 날아갈 것만 같다. 그녀는, 아니 그는 화사하게 웃으며 아크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줄리아로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아크님.”

“아…반갑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들렀습니다.”

“어떤 내용이오?”

스토머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크는 수군수군하는 용병들에게 폭탄을 떨어트렸다.

“장갑함 탈취계획은 그만두는 게 좋을 겁니다. 안에 타이탄이 실려 있습니다.”

“뭣? 타, 타이탄이 안에 있다고?”

스토머가 크게 놀랐다. 역시 탈취계획 자체는 큰 비밀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그걸 미끼로 던지고 다른 계획을 짰을지도 모른다. 스토머는 심각한 표정이 되어 에페드람 왕자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왕자의 고운 얼굴이 약간 일그러진 것도 잠시, 체념하는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인다. 스토머와 루나가 아크를 한 동굴로 안내했다. 뒤늦게 줄리아가 나타나 아크를 발견하고는 열렬히 손을 흔들었다.

============================ 작품 후기 ============================

근데 요즘은 떡씬 써봐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그냥 했다 치고 스토리 전개 하라는 분도 많고...

그냥 스킵하는 분도 많은 듯?

인공이 마지막으로 떡친게 꽤 된 것 같은데 항의가 없음!

흠흠...인터레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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