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2화. (12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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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가준이 백선우의 허벅지 위에 앉을 듯 내려가 손으로 성기를 쥐어흔들었다. 이런 접근이 뜻하는 바를 읽어낸 백선우가 달뜬 숨과 함께 손을 움직였다. 엉덩이골을 더듬는 손이 익숙하게 구멍의 위치를 찾아가 곧 꾸욱,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한껏 달아오른 몸이 손가락을 조이며 꿈틀거리는 게 선연히 느껴져 가준이 작게 신음했다. 한 차례 사정하여 몸이 눅진하게 녹은 것 같다가도, 내벽을 꾹꾹 눌러대는 손길에 전신이 다시 예민해졌다. 오싹한 자극에 입술마저 떨렸다.

그러나 그 자극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너무 강렬한 성감을 맛보았던 영향인지 더 거대한 자극에 대한 욕구가 갈급하게 솟았다. 뒤에 들어온 두 개의 손가락이 이제 막 정성스레 내벽을 넓히고 있었고, 이 단계를 대충 넘어가면 후회할 수도 있단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제 욕구에 머리가 어찔할 정도라, 결국 가준이 백선우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말했다.

“하아, 그냥, 빨리 넣어…….”

살짝 깨물며 보채는 행동이 그의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백선우는 가준의 목덜미가 붉어진 것을 확인하며 손을 움직였다.

언제나, 백선우는 해가준의 말을 잘 따랐다.

“아…….”

구멍을 꾸욱 짓누르는 거대한 감각에 가준이 신음했다. 크고 뭉툭한 것이 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이 소름 끼쳤다. 쾌감이 머리를 때리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제대로 뒤를 풀지 않아서 버거운 감은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마저 몸을 흥분시켰다. 벅찬 자극이었다. 그렇게 가준이 삽입되는 순간의 자극을 하나하나 느끼며 호흡을 맞추려는 때, 백선우가 갑자기 나지막이 웃었다.

조용한 웃음이었으나 어깨에 고스란히 닿는 옅은 숨결에, 가준이 의아하게 물었다.

“하아, 왜 웃어?”

“사실 네가 흥분하면, 얼른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해서.”

“……뭐?”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할 틈도 없이 성기가 끝까지 쳐들어왔다. 허리를 붙잡고 확 내린 행동에 가준이 고개를 위로 뻣뻣이 든 채로 덜덜 떨다가, 한 박자 늦게 백선우의 말을 정립했다.

자신보다 더 쓰레기 같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던 백선우. 그리고 조금 전 제 성기를 빨아준 이후 ‘야한 표정을 보는 게 좋다’던 황당한 이유의 뒤에 숨겨진 진짜 목적.

“너, 처음부터…….”

가준이 탄식하며 백선우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발칙한 계획을 세웠는지 추궁이라도 하려는데, 백선우는 눈을 피하는 것처럼 어깨에 이마만 비볐다. 꼭 봐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듯했다. 진짜 목적이 그것이든 아니든, 일단 해가준에게 그렇게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그 상태로 백선우가 가준의 엉덩이를 꽉 붙잡은 채 허리를 움직였다. 예민한 곳을 문질러대는 행동에 가준이 앓는 신음을 냈다.

“읏, 흐…….”

“그리고 그럴 때면, 네 반응도 더 커져서…. 하아, 지금도 엄청 조여….”

“너, 진짜, 아!”

다시금 확 짓쳐 올리는 백선우의 행동에 가준이 덜덜 떨었다. 자극이 너무 거세서 그의 앙큼한 큰 그림에 대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여전히 제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로 간간이 이마를 비비는, 귀여운 행동 탓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괘씸하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벌로 위에서 느리게 움직일까 고민하며 버틸 때였다.

“정말로, 정말, 많이 좋아해, 가준아…….”

그때 마침 백선우가 가준을 꽉 끌어안으며 고백했다. 그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습관처럼 쏟아내는 말이란 걸 알면서도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것이 거짓 한 점 묻지 않은 순수한 진심이란 것을 알기에 더욱 그랬다.

마침 제가 그 위에 있어서인지 그가 제 품에 안긴단 기분마저 들었다. 아무튼 백선우가 좋다면 다 좋다는 결론만 나와서, 결국 가준이 한숨과 함께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축축하게 젖은 연갈색 머리칼이 손가락 사이로 얽혔다.

“그래, 나도 좋아해.”

그래서 가준도 어느새 습관으로 굳어진 답을 돌려주었다. 한껏 누그러진 목소리와 또 머리를 보듬는 다정한 손길에 백선우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는 가준이 제게 좋아한다고 말해 주는 순간을 언제나 귀하게 보았다.

꼭 커다란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순진하게마저 보였다. 그 눈빛에 가준은 속으로 졌다고 생각하며,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이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려는 때.

“아……!”

그대로 가준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터졌다. 백선우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린 것이다. 번쩍 들어 안는 행동에 화들짝 놀란 것도 잠시, 온몸이 꿰뚫리는 기분에 일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너무 충격적인 자극이라 손끝이 경련했다.

그간 몇 번씩 백선우가 자신을 안아 들어서 옮겨준 적이 있기에 떨어질 리 없단 걸 알면서도 전신이 긴장했다. 반사적으로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아 안고, 손으로 등을 긁을 듯 붙잡으며 끙끙거렸다.

게다가 긴장한 만큼 아래에 삽입된 성기가 더 거대하게 느껴져서 눈앞이 희게 번졌다. 가준이 백선우의 어깨에 이를 박은 채로 괴로워했다.

“흑, 잠깐만… 이거 너무, 으, 깊게 들어와….”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숨이 넘어가려 들고 심지어 압박감에 말이 뭉개지기까지 했다. 가준이 끙끙대자 백선우가 조심히 눈가에 입을 맞췄다. 찡그려진 눈가를 펴려는 듯, 다정스레 쪽쪽 입맞춤을 쏟다가 겨우 눈을 뜬 가준과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이 자세는 별로야…? 많이 싫어…?”

눈치를 보는 백선우의 눈동자가 물기에 젖어 있었다. 그는 흥분할 때 종종 눈가가 붉게 물들고는 했는데, 그 상황에서 걱정이 합쳐지니 꼭 울먹이는 듯한 눈동자가 나왔다.

순간 가준이 고통도 잊고 백선우만 바라보다 탄식했다.

“너,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허락해줄 줄 알고, 그러는 거지?”

“으응? 아니, 나는….”

“하… 그냥 해. 힘든 거지, 싫은 건 아니니까….”

아무튼 저 눈동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가준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호흡을 골랐다. 하지만 숨을 두어 줄기 내뱉기도 전에 백선우가 걸음을 옮겼다. 온몸이 쿵쿵 흔들려 가준이 헉, 숨을 들이켠 채로 굳었다가 곧 등에 유리가 닿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나마 자세의 부담이 줄어들어 가준이 한숨을 터트렸다. 그래도 말하고 움직이지 그랬냐는 원망 어린 시선을 백선우에게 던지다가, 마침 옆의 유리창에서 노을빛이 밀려든다는 걸 확인했다.

따스한 색채의 햇빛이 백선우의 얼굴에 쏟아졌다. 머리칼은 잔뜩 젖은 채로 흐트러져서 엉망이고, 또 얼굴도 색욕과 흥분으로 물든 상태였지만 그런 모습과 노을빛이 어우러지는 게 묘한 매력을 풍겼다.

“너, 진짜, 오늘따라 막무가내로….”

“가준아. 너 오늘 엄청 예뻐….”

“뭐? 누가 할 소리를.”

분명 뭐라 한마디 하려 했는데 백선우의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다른 답이 튀어나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련하게 노을빛을 받는 한 떨기 청초한 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누가 누구보고 예쁘다고 하는지.

가준의 황당하단 반응에 백선우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마저도 예뻐서 가준이 다시금 예쁜 건 너라고 강조했고, 그는 제대로 듣긴 했는지 그저 가준의 목에만 쪽쪽 입을 맞췄다.

“으응, 예뻐해 줘서 고마워….”

곧이어 백선우가 꾸욱 짓누르듯 허리를 움직였다. 한 박자 늦게 가준은 백선우에게도 예쁘지 않은 크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신음했다.

반사적으로 통증으로부터 멀어지려고 몸을 뒤로 물리려다 등에 유리만 닿는단 걸 느꼈다. 때마침 안으로 밀고 들어온 성기가 극점을 찾아와 등허리가 뻣뻣하게 긴장했다. 그러나 고의인지, 아니면 새로운 자세에 적응하는 중인지 극점의 주위만 배회하거나 혹은 살짝씩 스치고만 지나갔다.

아슬아슬한 감각에 기어코 조급해진 가준이 먼저 아래를 움직였다. 차츰 자세에 적응해가면서 조금 전 느꼈던 흥분이 다시금 몸을 달궜다. 허리를 들썩이면서 아래를 문지르듯 자극하는 행동에 백선우가 숨을 터트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숨이 귀에 닿자 흥분은 배가 되었다. 가준이 백선우의 등을 더듬더듬 붙잡자 그가 삽입에 속도를 높였다. 지금껏 가준이 자세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듯 다소 과격한 삽입이 이어졌다.

전신이 쿵쿵 울리는 듯했다. 허리를 쳐올릴 뿐만 아니라 가준의 몸도 위로 들었다가 때에 맞춰 아래로 깊숙이 박히도록 하여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뒤에는 벽, 앞에는 백선우가 버티고 있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자세라 추락할 때마다 찾아오는 거센 자극을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윽, 후으, 흐, 아.”

억눌린 듯했던 가준의 신음이 젖어 들어가다 못해 입술 사이로 새는 숨소리가 많아졌다. 압박감이 커서 평소처럼 신음을 막을 노력도 하지 못했다. 두 손은 입을 가리기는커녕 백선우의 등을 붙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평소보다 더 많이,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신음은 백선우의 흥분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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