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
120.요리의 신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이혜은의 부름에, 하늘하늘한 분홍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등장했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기럭지에, 긴 생머리, S라인의 화려한 곡선이 예술적인 여자였다.
새로운 여자 게스트의 등장에.
-와아ㅡ!
-아리다!
-이 실장 부인 등판!
-역시 혜실버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혜실버 믿거(믿고 거르는)에서 믿보(믿고 보는) bj 인정!
-아리 역시··· 미모 여전하네. 클라스는 영원하다!
-갑자기 화면이 밝아진 느낌···. 사람한테서 광채가 난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었냐?
-아리도 요리해죠! 아리가 해준 음식 먹어보고 싶음.
ㄴ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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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
이혜은이 두 번째로 초대한 게스트는 바로, 아리였다.
“여러분,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리는 어색하게 생긋 웃으며, 안지민 옆자리에 쏙 앉았다.
이혜은은 그런 아리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우리 올케언니가 원래 방송 출연하는 거 완전 극혐하거든요. 한데, 오늘은 특별히······ 우정 출연!?”
“호호호.”
“큭큭.”
우정 출연이라는 말에, 아리와 안지민이 동시에 입을 가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혜은은, 안지민이 만든 버섯 필라프를 아리에게 들이밀며.
“언니. 이거 한번 맛봐주세요. 지민 언니가 만든 건데, 맛이 아주···.”
“음, 이게 바로 그 ‘요신’스킬로 만든 음식이군요.”
“요신?”
아리의 말에 이혜은이 ‘그게 뭔 소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이혜은의 향해 아리가 키득거리며.
“저희 남편이 지민이가 푸드 사업한다고 특별 스킬을 선물해줬어요. 부인인 저는 아무것도 안 해주고요.”
“저런······.”
“저는 이제 잡아 놓은 물고기라고 찬밥신세랍니다 여러분.”
아리가 우는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징징거리자.
-이 실장 도대체 왜 그러냐?
-아리야 그냥 나한테 시집와라. 내가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줄게.
-이 실장이 무조건 잘못했다. 무조건임.
-잡아 놓은 물고기 관심 끄는거 ㅇㅈ. 나도 여캠들은 신경 쓰는데 집에 있는 여편네 거들떠도 안 봄.
ㄴ그건 ㅇㅈ. 의리로 같이 사는 듯. 전우애.
ㄴ그래도 아리는 다르지. 평생 봐도 안 지겨울 거 같은데.
ㄴㄴㄴ 니가 아다라서 X도 모르는 거임. 아무리 예뻐도 3달만 봐도 금방 질림.
ㄴ노인정.
-근데 요신 스킬이 뭐냐? 요실금임?
ㄴ미X놈 ㅋㅋㅋ. 요리의 신이겠지 븅딱아!
ㄴ안지민이 대마법사한테 요리의 신 스킬을 전수받았다고? 와 존나 부럽다. 그럼 무슨 요리든 개맛있게 만들겠네.
ㄴ역시 마법사에게 불가능이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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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리가 방송에 출연해도 별로 말도 안 하고, 쑥스럽게 앉아 있었지만 지금은 안지민 때문에 오히려 더 쾌활하게 농담도 하고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혜은은 그런 아리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아리 언니는 방송에 재능이 있어. 드라마나 예능 같은데 출연해도 정말 잘할 것 같은데···.’
아무리 결혼하고 나이 들어도, 클라스가 죽지 않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가희, 이영혜, 한채연, 진민정 등등···.
이런 유부녀 연예인들도 결혼 후에도 외모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예쁜 얼굴로 과거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이혜은이 아리의 미래에 대해, 혼자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던 그때.
“여러분, 이제 필라프 말고 뭐 해볼까요? 미션받겠습니다.”
아리의 등장으로 자극을 받았는지, 안지민이 주걱을 들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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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의 차기 사업은 푸드 사업?
-이혜은의 방송에 출연한 미녀 셰프는 과연 누구?
-마탑의 요리 방송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요리의 신’ 안지민! 그녀의 요리 실력은 100점 만점에 몇 점?
-안지민의 요리 방송에 이 실장 부인 ‘최아리’ 특별 출연! 안지민과의 돈독한 우정 과시?
-아리 曰, “이 실장, 잡아 놓은 물고기에는 신경 안 써···” 찬밥 신세 푸념···. 시청자들 曰 “그럼 내가 데려가겠다”며 줄 서···. 저도 조심스럽게 줄 서봅니다?
-요리 방송 최초 시청률 33만 돌파! 요리 개인 방송의 지각변동 예상?
-마탑 푸드의 화려한 출발? 이젠 프레젠테이션 대신 개인 방송으로?
-안지민의 정체는 과연? 마탑그룹 모 직원 曰, “사실상 유진광 회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
-마탑의 자기 식구 밀어주기는 과연 언제까지???
-마탑의 푸드 산업 진출로 인해, 동종업계 또 다시 ‘초긴장’ 이번에도 마탑에 의해 다 부서질 것인가···?
-유진광 曰, “이번엔 독주보단 상생. 북한 주민들을 위해 시작한 푸드산업. 돈보다는 나눔을 먼저 실천하겠다”라며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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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은의 특별 게스트 방송 이후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요리의 신 ‘안지민’과 마탑의 새로운 사업 천명!
그 두 가지 폭탄으로 인해 뉴스뿐만 아니라, 네티즌들도 난리가 났다.
-우오오···. 오랜만에 마탑 방송에 아리 출연한다고 해서, 회사에 사표 던지고 본방 사수함!
ㄴㅎㄷㄷ···. 사표까지······! 여자가 뭐라고······.
ㄴ그냥 여자면 몰라도 아리는 ㅇㅈ. 나는 사표까진 아니고, 재방 사수함.
ㄴ재방은 언제나 볼 수 있는 건데 사수는 무슨 사수?
-안지민 확실히 요리 잘하더라. 괜히 요신이 아닌 듯···. 조만간 다른 요리 방송도 한다던데 완전 기대.
ㄴ자매품으로 매 방송마다 아리 나오면 기대.
-아리 얘기좀 그만해라 아빡이들아. 유부녀가 뭐가 좋다고 ㅉㅉㅉ.
-마탑 근데 푸드 산업 진출하면. 도대체 무슨 음식 만들지 기대되네. 반찬 사업 진출하나?
ㄴ일단 왕솥 도시락처럼 도시락 사업 먼저 진출하고, 반찬이나 간편식 같은 것도 차례차례로 정복할 듯.
ㄴ그럼 피쿠크나 S마트에서 팔던 간편 가정식들 어떻게 되는 거냐?
ㄴ어떻게 되긴, 전처럼 똑같은 전철 밟겠지······. 마탑에서 만들었는데, 맛없을 리가 없잖아?
ㄴ백중원표 뭐뭐처럼, 안지민도 안지민표 도시락, 반찬 이런 거 개많이 나올 듯.
ㄴ맛만 있으면 누구 이름으로 나와도 노상관. 어차피 소비자들 입장에선 계속 새로운 것들이 나와서 경쟁하는 게 더 이득임.
ㄴ대신 죽어 나가는 건 기존의 고인물들···. 이번엔 무슨 방법을 동원해도 마탑 진출을 막을 수 없겠네.
ㄴ애초에 막아도 다들 실패했는데, 이번엔 그냥 두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이득인 걸 학습효과로 다들 알겠지.
ㄴ학습효과 ㅇㅈ. 벌써 당원이랑 각종 식품회사들 주가 하한가로 꼬라박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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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과연 마탑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업할지 궁금해하며, 열심히 댓글을 달았다.
그동안 마탑이 진출한 산업은, 경쟁자들이 모두 초토화되었기 때문에 벌써부터 주가가 흔들거렸다.
이미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있는 마탑이었기에, 세계 단위로 사업을 펼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당장의 인력 부족으로 애로사항을 겪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탑의 인공지능 팩토리에서 해결해주었다.
*
“안녕하십니까? 마탑의 8번째 안드로이드 로봇 요리사쟝, 요쨩입니다!”
“와···. 이제는, 인공지능 요리사까지 만들었구나···.”
안지민은 공식 출범한 마탑 푸드 사장실에서, 처음으로 요쨩과 대면했다.
“요쨩, 앞으로 잘 부탁해.”
“네, 맡겨만 주십시오!”
요쨩은 사람처럼 활달한 모습으로, 주먹을 쥐더니 파이팅 모습을 해보였다.
안지민은 그런 요쨩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담쓰담해줬다.
“앞으로 김치 공장이나 각종 반찬 공장에 요쨩들이 많이 투입되겠네······.”
일단 빠르게 사업궤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이준혁은 이번에도 무리수를 뒀다.
이혜은의 활약으로, 안지민이 일약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스퍼트를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게다가 북한에도 빨리 음식을 공급해야 하니까······.’
마탑푸드는 단순히 전 세계 푸드 시장에 진출해, 돈을 쓸어 담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게 아니었다.
북한과 동북 3성, 그리고 중국의 난민들이 현재 식량난이 심각했기 때문에 마탑푸드에선 오히려 그쪽을 위해 사업을 무리하게 궤도에 올리고 있었다.
‘잘하자. 다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니까···.’
안지민도 그러한 사정을 듣고, 선뜻 사장 자리를 맡고, 방송에도 출연한 것이었다.
만약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였다면, 전부 다 거절했을 일이었다.
“일단 도시락과 반찬, 간편 가정식 부문 부사장님들을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안지민은 요쨩 N-1에게 그렇게 명령한 후, 임원진 회의를 소집했다.
*
“앞으로 우리 마탑푸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굶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급식 사업을 할 것입니다.”
안지민은 인공지능 임원진들을 모아놓고, 당당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일단, 시급히 인력이 필요했기에 이번엔 임원진들도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했다.
속도가 곧 생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마탑푸드는 활기차게 움직였다.
생각하면, 그것이 곧 현실로 이루어졌다.
“일단 북한과 동북 3성 지역에 먼저 도시락 체인점과 반찬 가게들을 열 것입니다.”
안지민은 남한 지역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북쪽 주민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후, 명령을 이어나갔다.
“그러기 위해선 그쪽 지역에서의 재료 수급이 필수적일 텐데요?”
한 인공지능 임원의 물음에, 안지민은.
“잘 질문하셨습니다. 재료 수급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조달하는 게 푸드 산업의 철칙이죠. 그와 관련해서는 마탑의 이 실장님과······.”
안지민은 며칠 전, 이준혁과 했던 마탑 푸드의 구상을 떠올리며 자신감 있게 회의를 주도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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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하루 만에 자라는 곡식들과 채소들을 만들겠다고요?”
“네. 그것도 아주 대량으로 만들 겁니다.”
나는 과거 북한 지역에서 시도했던, 초단기 농사에 대해 안지민에게 설명했다.
“‘초단위로 쑥쑥 자라는 옥수수 씨앗’ , ‘나도 이밥 좀 먹자 벼’ , ‘보리밥 먹고 방구 뽕뽕 보리 씨앗’ ‘비타민이 필요해 과일 셋트 나무 씨앗’······.”
“푸하하핫! 그게 대체 뭐예요?”
안지민은 내가 나열한 단어들에 대해,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제가 새로 만든 종자들입니다. 앞으로 북한이나 동북 3성 지역의 농토에 심을 것들이죠.”
“아니, 큭큭··· 취지는 좋은데, 이름이 도대체 왜 그러시냐구요?”
“···왜요? 괜찮아 보이는 이름인데.”
“하나도 안 괜찮거든요? 밥 먹다가 웃겨서 밥풀 다 튀어나올 이름들이에요!”
“여자들은 하나 같이 다들 이러는군. 아리도 저번에 그러더니.”
이준혁의 푸념에.
“아니, 그건 남녀를 떠나서,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이름이라구욧!”
“그렇죠.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죠.”
뚝심 있는 이준혁의 말에, 안지민도 결국 두손 두발 다 드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새로운 종자로, 긴급히 식량부족 지역에 기적을 일으키겠다, 이 뜻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이름이야 어떻게 됐든, 지금부터는 식량 걱정으로부터 인류가 해방되는 첫 신호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