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
112.특별법(2)
-‘전국 8도 공무원 노조’ 25개 본부, 231개 지부에서 38만 명 상경! 계속해서 합류 중······.
-공무원 노조 총장 曰, “우린 정권의 개도 아니고, 마탑의 개도 아니다. 정의를 위해 싸울 뿐.”
-익명의 노조 간부 曰, “피의 혁명으로 마탑 독재를 쳐부수겠다. 특별법을 철회하기 전까지 주야로 농성할 것.”
-공무원 노조들의 대규모 파업에 따른 정부의 대책은?
-청와대 대변인 曰, “지금이라도 업무에 복귀한다면 가벼운 처벌로 끝나겠지만, 계속 정부의 명령에 불응할 시 극단적인 조처를 하겠다.”며 엄포! 협상보단 강력한 제재카드?
-공무원들의 빈 자리 누가 채우나? 정부에선 아직 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 없어···. 기존에 있던 비정규직 공무원들이 급한 대로 빈자리 채워···.
-대규모 공무원 채용이 예상되자, 공시생들 정부 편으로 돌아서다? 모 공시생 曰, “지금이 바로 기회다. 공무원 노조의 빈자리를 어부지리로라도 채우고 싶다.”
-공무원 노조 파업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 曰, “공무원이 국가의 명령을 듣는지, 아니면 노조 총장의 명령을 듣는지 분간이 안 간다. 아마 후자일 것.”이라고 수군수군···.
-한 집단에 두 개의 머리? 정부와 공무원 노조 사이의 줄다리기, 힘 싸움···. 관공서, 오늘부터 대규모 휴업 사태 예상!
.
.
.
이준혁이 예상한 대로, 공무원 노조들은 대규모 파업을 선포했고 그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정부는 마탑과 협의한 것이 있었기 때문에, 비굴한 협상보다는 압박카드를 내놓으며 당당한 자세로 나갔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똥줄이 타는 것은 공무원 노조 쪽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 대신에 비정규직 공무원들이 빈자리를 채워나가자 조급한 마음을 느꼈다.
*
“아니, X발 정부에서는 왜 우리에게 협상하러 안 온단 말이오?”
8도 공무원 노조 총장 박연중은 콧김을 씩씩거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전국의 25개 본부, 231개 지부의 25만 명의 공무원 노조를 다스리는 그는 공무원 노조의 왕이었다.
“이제 곧 오겠죠. 우리가 없으면 국가 행정이 마비될 텐데.”
“맞아요, 맞아. 제까짓 것들이 고작 마탑 그룹 하나 믿고 그렇게 뻣뻣하게 나오는데, 이참에 아주 콧대를 눌러버립시다.”
“맞습니다! 우리가 정부의 하수인입니까? 우린 당당한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자 국민입니다! 부당한 지시에는 반대하고 파업할 권리가 있단 말입니다!”
“마탑 독재 때문에 나라가 개판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이 실장의 말이라면 대통령이 찍소리도 못한다더니, 그 말이 참말인가 봅니다 그려.”
총장 박연중의 말에, 노조 간부진들 또한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떠들어대며 언성을 높였다.
그들로서는,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상대방을 오시했기 때문에 이번 청와대 대변인의 뻣뻣한 답변에 뚜껑이 열릴 수밖에 없었다.
“감히 우리 공무원들을 우습게 보고, 성과연봉제니 연금 재조정이니 그딴 개소리를 씨불이다니······.”
박연중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아니, 밥그릇을 키우기 위해 둘러 모인 사람들을 쭈욱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청와대와 국회가 특별법 법안을 철회할 때까지 단식농성에 들어갑시다! 매운(新)라면과 전투식량은 미리 텐트에 준비해놨죠?”
“이를 말입니까? 맛다시와 참치, 햅반까지 모두 준비해놨습니다.”
그들은 단식노조를 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한 후, 야밤엔 몰래몰래 폭식한 후 하루 온종일을 버텨냈다.
사실 하루 한 끼도 안 먹고는 일주일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관례였다.
그들은 하루 1끼 먹는 것을 먹는 것으로 치지도 않았다.
“버팁시다. 몇 주가 됐든, 몇 달이 됐든 정부가 항복하는 그날까지!”
“항복하는 그날까지!”
“대업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대업을 완수하는 그날까지!”
노조 간부진들은 총장인 박연중의 외침에 호응하며 열심히 주먹을 내질렀다.
*
“드디어 시작되었구만.”
“그렇습니다.”
나는 장인어른이자 대통령인 최종환과 함께 생중계로 흘러나오는 공무원들의 시위를 TV로 지켜보았다.
“참으로 말세야. 공무원들이 대규모 노조를 형성하고, 그 세력이 너무 커져 버리다니···.”
대통령의 푸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물론 매 정권마다 정치성향이 다를 수 있고, 그게 자기의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공무원들은 항상 중립의 위치에서 나라의 명령에 충실해야죠.”
그게 말도 안 되는 불법적인 일이 아닌 이상, 이번처럼 공무원들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법안이면 무조건 따라야 했다.
“우리의 이상은 그러한데, 저들 입장에서는 또 다르겠지.”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법안이 그들 입장에서는 귀찮고 짜증나는 법안일 것이다.
‘지금 같은 땡보직이 아니라, 확실한 성과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게 될 테니까······.’
예전에야 근무시간 딱딱 맞춰서, 휴식시간 딱딱 맞춰서··· 아니, 근무 시간에도 노가리나 까면서 커피나 마시며 설렁설렁 일했다면.
이제는 일 처리가 미비하면 야근을 해서라도 다 완수해야 했고, 특정한 성과 목표가 세워지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다 해야 했다.
그러니, 예전처럼 띵가띵가 대충대충 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라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세금이 적절히 사용되게 하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
지금처럼 그냥 눈먼 돈처럼, 고위 공직자들의 판단 미스로 인해 나랏돈이 수십·수백조 단위씩 뭉텅뭉텅 날아가는 일도 조기에 방지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내면에 있는 최선의 효율을 이끌어내 업무성과를 좀 더 우수하고, 뛰어나게 해낼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싫다는 사람까지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지만.’
지금 정부는 공무원들이 파업하든지 말든지 천하태평이었다.
‘일차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는 비정규직 공무원들로 대체하고 2차는······.’
바로 안드로이드 로봇인 ‘공쨩’이 투입된다.
‘무수히 많은 공쨩들이 업무에 투입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지.’
이미 마탑 자체적으로, 정부와 협력해서 비밀리에 공쨩에게 업무 지식을 모두 때려 박아 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공무원 노조들이 최후통첩마저 거절한다면 그야말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질 터였다.
‘선택은 본인들이 하는 거지만, 그렇다고 책임까지 회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정부에서는 이미 일차적으로 경고를 했고, 가볍게 무시당했다.
그러니, 적법한 절차대로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들은 해고시키면 그만이었다.
이미, 국가적으로도 매일 수십·수백억 단위의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슬슬 최후통첩을 하는 게 낫겠네요.”
내 말에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대통령은 결국 비서실장을 호출해,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달할 최후통첩 내용을 구술해줬다.
*
“정부는 이번 ‘8도 공무원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파업 전부터 엄중히 경고하였고, 파업 이후에도 수차례나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기자들은 오피스 룩을 입은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 발표에 우르르 몰려들어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단발머리의 여성 대변인은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다시 꼿꼿한 목소리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노조들은 되려 단식투쟁에 들어가며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공무원·공기업 특별법에 대해 무조건적인 철회를 주장하며 정부의 명령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찰칵, 찰칵.
찰칵!
타다다닥!
기자들은 아무 말 없이 셔터만 누르거나, 아니면 열심히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쳤다.
그런 기자들을 쳐다보며, 대변인은 오른 주먹을 번쩍 치켜들더니.
“이게 나라입니까!?”
하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
“······!”
“···!”
기자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과격한 발언에 깜짝 놀라 얼어붙은 듯 몸이 굳어버렸다.
*
-이게 나라냐? 공무원 노조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의 돌직구!
-청와대 대변인 曰, “공무원 노조, 너거들 잘 들어라.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불응하면 전부 해고하겠다.”며 엄포!
-불에는 불이다!? 불반도식 맞불대응. 정부의 마지막 최후통첩에 대한 노조의 반응은?
-노조 총장 曰, “이렇게 된 이상 타협은 없다! 청와대에 끝까지 맞설 것! 촛불의 힘을 보여주겠다.”
-공무원 노조의 대규모 파업에 대한 시민들 반응은? “이번에도 마탑이 이길 거 같다.”며 마탑에 돈 걸어.
-고래 등 싸움에 토쟁이들이 신났다? 모 사설 토토 사이트에선 노조 VS 정부에 대한 2주 언오버, 승부예측으로 판돈 쓸어모아······.
-몇몇 8도 노조원들은 조용히 깃발 내리고 업무에 복귀. “2차 불응에도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복귀하는 노조원들 속속들이 생겨나······ 사실상 신의 한 수?
.
.
.
공무원 노조의 대규모 파업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의 강경 발언이 쏟아지자 여론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듯 난리가 났다.
언론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네티즌들도 이번 사태에 대한 찬반토론과 각종 의견을 신나게 주고받으며 불판을 달궜다.
-정부 대응 진짜 시원하다. 역대급인 듯······.
-항상 찌질하게 노조들에게 눈치 보며 졸속타협하던 이전 정부들과는 확연히 다르네!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사위빨 ㅇㅈ? ㅇㅇㅈ.
-진짜 사위 하나가 열 효자 안 부럽다더니, 진짜였네.
-딸 하나 잘 둬서 시집 잘 보내니까, 대통령 생활도 펴고··· 최종환이 진짜 인생 승리자다.
-나도 최종환 딸하고 결혼할 수 있으면 30년 동안 동정 대마법사 할 수 있다.
ㄴ넌 원래 동정 대마법사잖아. 이제와서 아닌 척 개쩜.
사람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화끈한 대응에 오히려 시원함을 느끼며,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진진해 했다.
그리고, 청와대가 통보한 최후 복귀 기한이 끝난 후.
정부는 공무원 노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마탑이 생산한 비밀병기들을 각 공공기관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번 공무원 파업사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안드로이드 공무원 쟝, 공쨩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와, 공무원 쟝! 엄청 귀엽게 생겼네~!”
동사무소에 등본을 떼러 온 사람들은, 문 입구에서 고객들을 맞이하는 인공지능 로봇 ‘공쨩’을 보고선 감탄사를 내뱉었다.
공쨩은 흰색 셔츠에, 까만 스커트를 입은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한 미녀였다.
로봇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정말 동양 미인처럼 예쁘고 행동과 말투도 자연스러웠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려서요. 새로 발급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여기 서류 좀 작성해주시겠습니까?”
공쨩은 입구에도 서 있었고, 업무 데스크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행정·전산 업무도 아무런 딜레이 없이 말끔히 처리해나갔다.
“네, 2주 정도 기다리시면 발급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러 온 20대 남자는 잠시 쭈뼛쭈뼛거리더니.
“저기, 공쨩···.”
“네?”
초롱초롱한 큰 눈망울을 빛내는 공쨩을 향해, 남자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번호 좀 주실 수 있나요?”
“네?”
공쨩은 남자의 돌발 행동에 ‘후훗~!’하고 미소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메마시떼요!”
공쨩의 단호박 같은 거절에 남자는 얼굴이 빨개져서, 휴대폰을 들고 뒤도 안 돌아보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