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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238화 (238/272)

# 238

110.안드로이드

“음냠냠냠~!”

실프는 열심히 떡국을 퍼먹으며 쩝쩝거렸다.

제사는 20분 정도 절을 하고,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준혁아. 요새, 일은 잘 돼 가냐?”

아버지는 내 맞은편에 앉아서, 식사를 했다.

“네, 아버지. 그냥 그렇죠, 뭐.”

아버지랑 오랜만에 대화하려니 영 어색했다. 우리 집안도 부자지간엔 평소 대화가 적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돈은 예전보다 더 많아졌는데, 가족들과 자주 만나질 못핳니······.’

처음엔 돈 문제가 해결되고, 아버지가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가족들에게 행복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돈이 무조건 많다고, 권력이 생기고 바쁘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군···.’

그냥 소박하게, 귀환 후에 적당히 돈을 벌며 조용히 살았으면 지금처럼 바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와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지.’

나는 이미 현재 돌아가는 트로이앵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톱니바퀴였다.

내가 빠지면, 그동안 대통령이 추진해왔던 모든 일들이 무너져내릴지도 몰랐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나와 아리, 실프는 부모님께 절을 하고 세뱃돈을 드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안지민은 없었다.

“지민 씨는 어디 갔어?”

내 물음에 아리가 옷을 갈아입으며 대답했다.

“납골당 갔어. 초율이 데리고.”

“그렇군.”

안지민의 남편은 과거 산업 사고로 현장에서 죽었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다.

한데.

‘아직도 잊지 못하고, 계속 찾아가는군······.’

그게 벌써 5년도 넘은 일인데 아직도 새 짝을 찾지 못하고, 혼자 외로워하고 있었다.

‘안지민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어디 없을까···?’

사실 혼자서 애를 키운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아리와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일.

‘우리 회사 내에도 괜찮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유진광도 아직 솔로였고, 박태진도 아직 솔로였고, 존 킴도······.

‘뭐 딱히 안지민이 마음에 들어 할 사람은 없나···?’

안지민이 무조건 돈만 바라는 여자도 아니었고, 외모도 딱히 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유진광하고 한번 연결해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진광이 요즘 많이 외로워하는 거 같으니까, 둘이 연결해주면 아주 딱일 거 같은데······.’

녀석이 과거엔 망나니였다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마탑의 총수가 아니겠는가?

그만하면 남자로서 꽤 능력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뭐 내가 다 만들어 준 거긴 하지만, 어찌 됐든 내가 옆에 있는 한 유진광도 괜찮은 사람이라 이거지.’

이번 명절 연휴가 끝나면, 유진광이나 안지민에게 넌지시 찔러나보자고 결심한 후, 나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여보.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최근에 로봇 사업을 시작했는데, 오늘 프로토타입이 나왔다고 해서 한번 보러 가려고.”

“로봇?”

아리가 고개를 갸웃하자, 내가 피식하며 덧붙였다.

“인공지능 로봇이야. 사람처럼 똑같이 생겼고,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것도 비슷해.”

“헉······.”

아리는 약간 질린다는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올리더니 입을 가렸다.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인가······?”

“크크크. 뭐 그럴지도?”

내 농담에 아리가 배개를 집어 던지며 빼액, 소리를 질렀다.

“그런 건 왜 만들어 가지고!”

아리를 놀리는 맛에 재미 들린 나는, 혼자 낄낄거리며 순간이동을 시작했다.

“집 잘 보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슝!

*

“안녕하십니까? 안드로이드 로봇, 공무원 쟝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오······.”

마탑전자 사장 정남룡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8등신 미녀가 자연스러운 어조로 인사를 건네자 놀라 입을 쩌억 벌렸다.

“공쨩······.”

공무원쟝. 일명 공쨩은, 공무원 파업에 대비해 만든 마탑의 첫 번째 인공지능 로봇이었다.

“명령하실 내용이 있으십니까?”

하지만 공쨩은 로봇의 기계음 같지 않은, 일반 사람의 목소리처럼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되물었다.

“당장은 없다.”

“알겠습니다.”

그리곤 다소곳이 의자에 앉아서, 혼자 허공을 응시했다.

여기저기 눈을 돌리기도 하고, 입술을 살짝 뻐끔거리기도 하면서 가만히 있음에도 진짜 사람처럼 행동했다.

슝!

그렇게 공쨩에 대한 첫 번째 테스트를 시작하고 있을 때.

“안녕하십니까?”

이준혁이 등장했다.

*

‘음··· 드디어 공쨩이 완성되었군.’

내 등장에 공쨩은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마스터(Master). 오셨습니까?”

“그래.”

공쨩은 이미 나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있었다.

‘최초의 안드로이드 로봇······.’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봤던 그 로봇이, 지금 현실로 튀어나왔다.

정남룡도 처음 겪는 일이겠지만, 나도 처음으로 만들어보는 안드로이드 로봇이었다.

“마스터.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공쨩은 생긋 웃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농담을 던졌다.

“아니, 안 묻었다. 그냥 예뻐서 쳐다봤지.”

“호호호. 감사합니다.”

공쨩은 내 짓궂은 농담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새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 큰 눈, 약간 불그스름한 얼굴이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게다가.

‘키도 늘씬하고, 몸매도······.’

아리가 혼혈인이어서 탈동양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지만, 공쨩도 아리 못지않게 몸매가 쭉쭉빵빵했다.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 있겠는걸······?’

특히나 남자들에게.

“사실 오늘 너를 보러 온 것은, 간단한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테스트요?”

“그래, 테스트.”

그런데 딱히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

공쨩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말하고, 움직이고, 행동하고 있었다.

“너는 앞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게 될 몸이다.”

“나라······.”

“대한민국의 시민이 되어, 나라를 위하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공익적인 일에 투입될 거야.”

“공익······.”

공쨩은 추임새를 넣듯, 처연한 눈빛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뭇 지나가던 남정네들이 봤으면, 한 번 더 뒤돌아보거나 가슴이 설렐만한 그런 장면이었다.

꿀꺽.

“······.”

정남룡 또한 어쩔 수 없던 남자였던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공쨩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실장님. 공쨩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겁니까?”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화제를 돌렸다.

“글쎄요. 그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서요.”

“예?”

내 허황된 대답에 정남룡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정남룡을 향해.

“공쨩이 투입될지 말지는 오롯이 공무원들의 손에 달린 겁니다.”

내 머릿속에 있던 계획을 살짝 풀어줬다.

‘공무원들이 파업하지만 않는다면, 당장 공쨩이 투입될 일도 없겠지.’

내가 긴급히 공쨩을 생산한 것은, 혹시나 모를 공무원들의 대규모 파업사태를 대비한 것이었다.

한데, 공무원들이 파업도 하지 않고 그냥 일 열심히 잘하고,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구태여 그들의 일자리를 뺏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공무원 특별법이 통과되면 공무원들의 대량 파업이 시작되겠지······.’

안 봐도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 전에 공쨩을 양산해놓으면 좋겠군.’

현재는 프로토타입1만 있지만, 앞으로 양산을 시작한다면 파업 전까지는 대량으로 만들어놓을 수 있었다.

“공쨩-1”

“네, 마스터.”

나는 최초의 프로토타입에게 ‘공쨩 넘버-1’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그렇게 불렀다.

“앞으로 양산되는 모든 공쨩들은 넘버-1이 맡아서 지휘하도록.”

“네, 마스터.”

나는 넘버-1에게 모든 지휘권을 넘겨준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남룡 씨.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벌써 가십니까?”

“네. 또 할 일이 있어서요. 명절인데, 많이 바쁘네요.”

“하하하. 그래도 장소가 어디든 날아다닐 수 있으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정남룡 또한, 내가 텔레포트로 이동해 다닌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푸념했다.

“나중에 정남룡 씨를 데리고 텔레포트하고 다니는 날이 올 겁니다.”

아니면 텔레포트와 비슷한 워프게이트를 만들던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곧바로 순간이동을 했다.

*

“휴······.”

안지민은 서울의 모 납골당 안에서, 작고한 전 남편이 모셔져 있는 유골함 앞에 서 있었다.

‘여보······.’

그녀는 5년 전, 사고로 죽은 남편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회한에 젖은 눈빛을 지었다.

‘거기선 잘 지내지······?’

안지민은 속으로 그렇게 말을 걸며, 남편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만지작거렸다.

평소엔 아리나 이준혁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씩씩한 척 지내는 그녀였다.

하지만, 명절이나 남편의 기일, 그리고 특별한 날이 올 때마다 기분이 센치해져서 이렇게 한 번씩 남편의 납골당을 찾았다.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안지민의 옆에는 똘망똘망한 눈빛을 한 초율이가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초율이의 물음에 안지민은 고개를 내저으며.

“아니, 그냥 와본 것뿐이야.”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초율이는 입을 삐죽거릴 뿐이었다.

“치~ 보고 싶으면서.”

그러면서 다시 방글거리며, 혼자 밖으로 뛰어나갔다.

홀로 남게된 안지민은 다시 남편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여보.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안지민은 고질적인 지병도 해결되고, 돈 문제도 해결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었다.

하지만, 계속 아리나 이준혁의 집에 얹혀사는 건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두 사람이 원해서 안지민이 들어와 사는 거지, 만약 조금이라도 그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면, 바로 짐을 싸 들고 나왔을 것이다.

‘휴······.’

안지민의 한숨은 깊어져만 갔다.

한데, 바로 그때.

슝!

“하이!”

“어? 준혁 씨?”

안지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준혁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

‘대마법사라고 했지···?’

안지민 또한 아리에게서 이준혁의 정체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준혁이 별로 놀랍진 않았다.

저벅저벅.

“남편 사진 보는 거에요?”

“네.”

안지민은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

‘흠······. 남자답게 잘생긴 사람이군.’

나는 안지민이 쳐다보고 있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살아 있을 때 안지민과 사이가 좋았다니까, 더더욱 안지민이 미련을 가지는 거겠지···.’

사실 5년 정도 됐으면 다른 남자를 만나볼 법도 한데, 안지민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조금 오지랖이긴 하지만, 그래도 뭐 안지민에게도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내가 지금 하려는 행동이 현 세계의 법칙을 뒤트는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세계의 신인데 이 정도는 해도 되겠지.’

잠깐만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지민을 돌아보았다.

“지민 씨.”

“네?”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안지민이 내 부름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오랜만에 남편 한 번 만나볼래요?”

그녀에게 이상한 제안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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