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234화 (234/272)

# 234

108.합동 방송(2)

“합동 방송이요?”

“네.”

“난 그런 거 못하는데···.”

아리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리자.

“그냥 부담 없이 얼굴만 비춰주셔도 돼요. 언니는 얼굴이 무기예요.”

이혜은이 아리를 추켜세워줬다.

‘아무 말 않고 얼굴만 비춰도 사람들이 난리 나겠지.’

방송에 거의 인생을 올인한, 방송에 미친X이란 소릴 듣는 이혜은이였기 때문에, 오늘의 기회를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자자, 일단 출장뷔페 오기 전에, 앉아서 노가리나 깝시다.”

이혜은은 자기 집처럼 알아서 척척 안으로 들어가더니, 열심히 방송환경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모인 여자들은 자기네들끼리 쑥덕거리며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눴다.

“아랑아 요새 혼자 사업하느라 많이 힘들지 않아?”

아리가 우수에 깃든 눈빛으로 주아랑의 손을 잡으며 말하자.

“하나도 안 힘들어요.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러면서.

“근데, 언니가 옆에 없으니까 좀 외롭긴 해요. 예전에 둘이 같이 일할 때 정말 재밌었는데······.”

“맞아, 맞아.”

아리는 과거 자신의 쥬얼리 샵을 할 때 같이 일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입을 가리곤 쿡쿡, 웃었다.

“이 실장님이 언니의 마음을 훔쳐 가지만 않았어도, 아리 쥬얼리샵에서 우리 둘 다 아직도 계속 일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주아랑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주아랑을 향해 아리가.

“넌 결혼 안 하니?”

“저요? 웬 결혼이요?”

하며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주아랑이 되물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 있지 않아?”

“예에???”

주아랑은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사업하기 바쁜데, 연애할 시간이 어딨어요?”

당황하듯 얼버무리는 주아랑을 보며 아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나는 사람이 있구나.’

주아랑의 강한 부인이 오히려 아리의 마음이 확신을 심어줬다.

‘아랑이도 어서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을 가야할 텐데······.’

아리도 마찬가지였지만, 주아랑 또한 좋은 남편 만나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게 소원인 여자였다.

“아리 씨. 저랑은 초면이죠?”

“네.”

아리와 주아랑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옆에서 아리를 쳐다보고 있던 진서윤이 말을 걸어왔다.

“실제로 보니까 더 예쁘시네요?”

“네?”

초면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하하. 저는 아리 씨 사진으로 많이 봤어요.”

“사진이요?”

“네. 아리 씨는 모르겠지만, 제가 과거에 흑천회에 몸담고 있었거든요. 흑천회 수장이 아리 씨를 노리고 있었어요.”

“······.”

이런 심각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진서윤을 보며, 아리는 놀라 입을 쩌억 벌렸다.

“이미 그 녀석은 어디 외딴 섬에 가둬놨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렇군요······.”

아리 주변에 이준혁이 있는데, 감히 누가 그녀를 건들까 싶은 진서윤이었다.

‘사진으로도 봤고, 예쁘다는 소리는 귀가 따갑게 들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진짜 말이 안 나오게 예쁘네······.’

예쁜 여자가 다 모였는데도, 혼자서만 자체발광하는 느낌이었다.

왜 장천수가 그렇게 무리수를 뒀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자자, 방송 세팅 끝났으니까 먹방하기 전에 소박하게 얘기나 합시다.”

이혜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캠이 켜진 방안으로 우르르 여자들을 밀어 넣었다.

“······.”

“···.”

여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방 한구석에 서서 쭈뼛거렸고.

“자, 제가 이따가 나오라고 하면 그때 우르르 나오시면 됩니다.”

이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송을 시작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열어분~! BJ혜실버입니다. 마탑 방송 사장이기도 하고요.”

혜실버가 방송 준비 중이라는 화면을 걷어내고, 캠 화면으로 전환하자.

-와아~! 혜실버다!

-혜실버 ㅎㅇ 올만.

-요즘 사업한다고 방송 한번 안 하네.

-오늘 방송 제목 뭐임? 마탑 여자들 특집? 마탑 소속 여자들 나옴?

-핑크핑크 유리 나오나? 누구누구 나옴?

.

.

.

시청자들의 채팅이 우르르 올라왔다.

이혜은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누가 누가 나올지 한번 맞혀보시죠. 한 명은 아닙니다.”

이혜은의 폭탄 발언에.

-우오오오···! 한 명이 아니면 여러 명인가?

-뭐야, 그럼? 마탑엔터 사장도 나오나? 쥬얼리 사장하고?

-이 실장 부인은 안 나옴? 한번 보고 싶은데······.

ㄴ그 사람 가정부인데 나오겠냐? 집에서 밥이나 하겠지.

ㄴ밥순이인데, 나오자마자 동료들 올킬하면 레전드각?

ㄴLv999밥순이

ㄴㅋㅋㅋㅋ 존예라는데 얼굴 한번 보고 싶다.

.

.

.

사람들은 과연 누가 누가 나올지 예상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혜은을 포함해서, 마탑에 있는 여자들은 하나 같이 미인이었기 때문에 특히나 남자들이 엄청난 기대를 했다.

이혜은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신이 나던지, 잠시 시간을 질질 끌다가.

“자, 이제 들어오시죠!”

손을 옆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평소 싹싹한 성격의 주아영부터 시작해, 진서윤, 유리, 아리 순으로 여자들이 등장했다.

“자, 마탑의 여자들입니다, 여러분. 큰 호응으로 맞이해주십시오!”

이혜은의 바람몰이와 함께 여자들이 등장하자.

-우오오오ㅡ!

-마탑그룹 여자들 다 모인 건가?

-엔터, 쥬얼리, 아이돌, 그리고 마지막은 누구지?

-마지막이 젤 존예인데?

-ㅇㅈ. 마지막이 전부 압살했다. 거의 팀킬 수준······.

사람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혜은은 어그로가 제대로 성공했다고 느꼈던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탑 여자들을 하나둘씩 소개했다.

“이분은 다들 아시다시피, 마탑엔터 사장 진서윤이십니다. 평소 예쁜 미모로 같은 소속사 연예인들 기죽인다는 그분이죠.”

“이분은 기사에서 많이 보셨다시피 쥬얼리 사장님이시고요.”

“이분은 요즘 TV에서 가장 핫한 아이돌······.”

“그리고······.”

.

.

.

이혜은은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여자들을 설명하다가,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조금 뜸을 들였다.

그러자.

-아, 빨리 말해!

-누구냐고?

-보나 마나 이 실장 부인이다. 말 안 해도 알 거 같음.

-젤 예쁘면 이 실장 부인 아니냐? ㅇㅈ? ㅇㅇㅈ.

-혹시 모르지. 마탑에 숨겨진 미인일지도.

ㄴ걍 백프로 이 실장 부인이다.

사람들이 안달이 나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

“호호호······.”

이혜은은 그런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면서, 입을 가리고 웃다가.

“자,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아리의 손을 잡아서 옆으로 끌었다.

“다들 예상하셨다시피, 이분은 우리 오빠의 부인이자, 저의 올케언니 되시는 분입죠.”

-와아아ㅡ!

-역시나 존나 예쁘다.

-이 실장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 돈 가졌지, 여자 복도······.

-진짜 세상 불공평하다. 이 실장 죽이고 싶다.

-이 실장 살인 충동 ㅇㅈ.

-뺏고 싶다.

.

.

.

“자자, 진정해주세요. 임자 있는 분입니다.”

이혜은은 아리의 등장과 함께 채팅방이 혼돈의 도가니에 빠지자 수습을 위해 얼른 손을 휘저었다.

“자 이 자리엔 제가 주인공입니다. 일단 저를 보시고······.”

-아리내꺼♥님께서 매직풍선 2천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에에에엑ㅡ!?”

이혜은은 시작부터 갑자기 매직풍선 폭탄이 터지자 깜짝 놀라 소리를 내질렀다.

“2천만 개 실화냐? 이거 도대체 누구죠? 누군데 2천만 개나 선물했죠?”

방송 시작부터 짤짤이로 몇 개씩, 많으면 수백 수천 개씩 터지는 경우는 있었으나, 2천만 개가 터지는 경우는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2천만 개는 얼마야?”

아리는 궁금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개당 100원이니까 2천만 개면 20억이죠······.”

물론 세금 떼면 더 적지만.

이혜은이 그렇게 덧붙이자.

“헉······.”

아리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표정을 찌푸렸다.

결국 이혜은이 나서서 방송을 수습해나갔다.

“이거 진짜 누구죠? 한글 닉네임인 거 보니까 한국인인 거 같은데······ 설마 이거······?”

이혜은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유진광 아닌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혜은은 과거 오빠로부터, 유진광이 아리를 좋아해서 납치하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의 중얼거림에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ㅅㅂ 유진광 실화냐? 수상한데?

-대한민국에서 한 번에 풍선으로 20억 쏠 사람이 유진광 말고 또 있나?

-유진광 사심 ㅇㅈ.

-보스의 여자를 탐내다.

-아리내꺼♥님께서 나가셨습니다.

ㄴㅋㅋㅋㅋ 들켰음.

ㄴㅅㅂ 유진광 속보였다. 음흉한 녀석.

ㄴㅋㅋㅋ 내일 출근하면 이 실장한테 오지게 뚜드려 맞을 듯.

ㄴ유진광 오늘 잠 다 잤다.

사람들은 갑자기 터진 별풍 폭탄에 즐거워하며 그렇게 채팅을 휘갈겼다.

“아, 유진광 씨. 도망치셨군요. 네 무슨 뜻인지 잘 알았습니다.”

이혜은은 손을 가리며 킥킥거렸고.

“······.”

아리는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 여러분. 아리 언니께서 많이 당황해하시니까 이제 저에 대해서 얘기해 주시죠. 저는 항상 오픈마인드라, 누가 저를 좋아해도 대환영입니다. 여러분.”

하지만.

-아리LOVE님께서 매직풍선 2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아리→♡님께서 매직풍선 5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아리**님께서······.

.

.

.

이혜은은 자신이 전면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아리에게만 모든 풍선이 쏠리자 콧김을 씩씩거렸다.

“아니, 여러분. 이제 저한테 좀 관심을 가져 달라고요. 예?”

그러면서 캠코더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아리 언니한테 풍선 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죄다 이 실장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거라고요. 허공에다 돈X랄 할 거면 차라리 저한테 쏘세요.”

그러자.

-넌 좀 제발 짜져!!!

-You ** fuck 면상 빨리 치워

-아리 데려와라.

-아리 어딨냐? 왜 화면에서 안 보이냐?

-혜실버 제발 ㄲㅈ!

-혜실버 OUT

-이게 나라냐?

.

.

.

오히려 이혜은이 나선 게 역풍이 되어 방송이 진행이 되지 않았다.

*

-방송 최초로 이 실장 부인 미모 공개! 명불허전!

-여캠, 아이돌, 미녀 사장들 모두 압살하는 이 실장 부인 아리!

-아리에게 2천만 개 쏜 회장··· 알고 보니 마탑그룹 회장 유진광?

-방송 본 시청자들 曰, “인생 너무 불공평하다. 이 실장이 세상 다 가졌다.”며 한탄.

-이게 나라냐? 전 세계 산업 독점에다, 미인까지 독점한 이 실장···. 모태솔로들 대규모 광화문 집회 예정.

-‘마탑의 여인들’ 방송 시작 후 최고 동시 시청자수 2500만 명 돌파! 단일 방송으로 전 세계 신기록 갱신!

-방송 역사상 단일 방송에서 2억 개 이상 터진 최초의 방송······.

.

.

.

이혜은이 추진한 마탑 여자들의 합동 방송은 그렇게 성황리에 막을 내리며 종료되었다.

*

“후후······.”

나는 한가로이 회사 사무실에 앉아서, 동생이 진행하는 ‘마탑 여인들’이란 생방송을 시청했다.

‘아리가 방송에 다 출연하다니 별일이네······.’

아무리 시동생의 부탁이라곤 하지만, 아리가 용기 있게 캠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흑흑흑···. 실장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들고 계세요.”

내 사무실 한쪽 구석엔, 머리에 혹이 난 유진광이 두 손을 번쩍 들고 벌을 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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