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
106.청문회(2)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이유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고위공직자의 직무 수행 능력과 도덕성·책임성·준법정신 등을 사전에 점검함으로써······”
청문회 위원장은 대한당 대표 이규태 의원었다.
그는 과거 최종환 대통령 탄핵 의결을 주도하다가 이준혁에게 똥물과 패러사이트를 얻어맞고 갱생했다.
“먼저 첫 순서에 따라 유하은 후보께서는 공직 후보자 선서와 모두발언을 해주십시오.”
“네.”
유하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상으로 나아갔다.
찰칵찰칵.
기자들의 플레쉬가 터지는 가운데, 간단한 후보자 선서를 끝낸 후.
“모두발언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발언은 후보자로 임명되기 전, 간략하게 현 교육계의 문제점과 자신의 비전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유하은 교수는 담담한 어조로 모두발언을 시작해나갔다.
“제가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이라는 막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었지만, 돈 보다 더 중요한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고치기 위해 나왔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어린 시절 때부터 탈무드를 가르치는 유대인을 본받아서, 지혜와 돈에 대해 가르치는 그런 교육 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자로서 약간 속물적이거나 위험한 발언이긴 했지만, 유하은 교수는 전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소신을 밝혀나갔다.
“다들 쉬쉬하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집세·밥값·각종 자질구레한 생활비 등등······”
숨 쉬는 것도 돈이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꽤 과격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러자.
“저, 저런······.”
“거, 말 좀 이쁘게 해요. 자꾸 돈벌레처럼 돈돈하지 마시고.”
몇몇 의원이 유하은 후보를 손가락질하며 그렇게 꾸짖었다.
그들은 저번 탄핵에서 반대나 중립을 선언한 후보들로서, 다행히 이준혁의 패러사이트를 피해간 사람들이었다.
“아무튼 어린 시절 때부터 돈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법적으로도 학교폭력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은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하도록······.”
의원들이 뭐라 지껄이건 ‘마이크가 꺼져서 잘 안 들리는데?’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소신을 꾹꾹 밝혀나가는 유하은 후보였다.
“자 그럼 위원님들의 질의답변 시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시간은 7분이며, 시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마이크가 꺼진다는 점 인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대한당 이규태 위원장은 유하은 교수와 다른 위원들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질문하실 분?”
그러자 저 멀리서 한누리당 비례대표 김수영 의원이 손을 들더니 첫 질문을 시작했다.
“유하은 후보께 질문드립니다. 여기 보면 한돌외고를 졸업하셨고, 대학교는 한국대······.”
그러면서 유하은 후보의 이력을 쫘르륵 훑었다.
“딱히 이력에는 지적할만한 사항이 없네요.”
위장전입이나, 각종 자료 미제출 등은 없다며 이런 후보는 처음본다고 칭찬했다.
물론 그녀도 이번 탄핵에서 중립을 취했기 때문에, 따로 벌레같은 건 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력만 깨끗하다고 다가 아니거든요. 고위공직자 자리는요.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흠결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다면 무능력한 거보단 더 낫다고 봅니다. 이런 고위직 자리에는 무능력하다는 게 더 큰 죄악이거든요.”
“명심하겠습니다.”
역시나 공직 후보자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유명한 청문회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공격적이었다.
거의 오늘을 위해 칼을 갈아온 사람들처럼, 위원으로 나온 국회의원들은 날이 서 있었다.
게다가 시간은 7분밖에 없었기 때문에, 바로바로 공세를 이어나갔다.
“아까 모두 발언에서 현 교육 체계를 갈아엎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산·학이 협력해서 새로운 교육 체계를 만든다고 하셨죠?”
김수영 위원의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 학생들이 아주 어린 시절 때부터, 돈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그리고 돈 버는 체험을 통해 좀 더 효율적인······.”
“잠깐만요. 결국 수업보다 돈벌이에 더 집중하겠다, 이 뜻인가요?”
김수영 위원이 쌍심지를 치켜 올리며 그렇게 되물었다.
그녀는 현재 초등학생 딸아이를 둔 엄마이자,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지닌 학부모였다.
그런 김수영을 향해.
“네. 그렇습니다. 수업도 그냥 수업을 진행하지 말고, 수업 참가도가 높은 학생들에겐 성과급도 지급해서······.”
“무슨 그 말도 안 되는······.”
김수영 위원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유하은 후보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애들에게 물질만능주의, 돈이 최고다를 가르칠 작정이신가요? 유하은 후보?”
콧김까지 씩씩거리는 김수영 위원의 말에.
“물질만능주의가 아니라, 돈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가르치는 겁니다. 돈 버는 게 창피한 일이면 어른들은 왜 일하고, 김수영 위원님은 왜 월급을 따박따박 받아가십니까? 그렇게 돈이 싫으시면 월급 반납하시고 명예직으로 국회의원을 하시죠.”
“머라고요?”
기가막히는지 아니면, 할 말이 생각이 안 나는지 김수영 위원은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진짜 저런 소리는 #@$%@% 야!%@#^”
갑자기 마이크가 꺼지며, 김수영 위원의 말도 가볍게 묵살되었다. 가끔 고함소리가 나왔지만, 곧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묻혔다.
“김수영 위원. 질의 시간 끝났습니다. 이제 다른 위원님들 질문해주시죠.”
이규태 위원장은 진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빨리 폭탄을 다음으로 토스했다.
그러자.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이번엔 대통령이 있는 여당인 선진중립당 위원이 손을 들었다.
“정사열 위원. 질문하세요.”
“커흠.”
그는 현 서울 시장이자, 여당의 대표로서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의원이었다.
“유하은 후보. 돈으로 학생들을 경쟁시킨다면, 학부모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할 텐데, 그에 대한 대책은 있으십니까?”
정사열 위원의 질문에 유하은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나 기업에서 학생들에게 돈을 준다는데 싫어하는 학부모들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유하은 후보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제 공약이 돈에 대한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한 1대1 보충학습, 그리고 학생 개개별로 학승 성취도 평가 상승 방법 등 좋은 공약이 많은데 왜 다들 돈에 대한 것만 질문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일찍부터 돈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게 뭐가 잘못됐습니까? 부모들도 다 돈돈하잖아요. 근데 나중에 애들이 갑자기 20살 됐다고, 돈 벌어 와라. 미리 돈 버는 교육도 안 시키고 이렇게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야말로 몸은 어른인데, 아직 정신은 어린이인 그런 청년들이 사회에 쏟아지고 있다고 유하은은 혀를 찼다.
“그리고 세상에 하찮은 직업이 없는데, 요즘 학생들은 전부 넥타이 매고 앉아서 편하게 일하는 직장만 찾죠. 그러면서 일할 곳이 없다, 연봉이 적다, 스펙만 쌓겠다며 준비만 엄청하죠.”
사회적으로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베이비부머 세대인 40~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젊은이들이 일자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좋은 일자리가 실종한 데는 기업들이 한국을 많이 떠난 경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실무 적응 능력히 현저히 떨어지고, 어쩌고저쩌고······.”
유하은 후보는 말문이 트이는 듯, 위원들의 질문에도 막힘없이 폭포수처럼 자신의 소신을 쏟아내었다.
“아무튼, 학생들이 현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불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의욕 없이 공부하는 현 교육시스템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경쟁시켜서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학생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노력하는 만큼 돈을 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부모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도 가르쳐 줘야 하고.
유하은 교수는 그렇게 덧붙이며 위원들을 돌아보았다.
질문했던 정사열 위원은 유하은 후보의 대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내저었지만, 발언 시간이 모두 끝나고 말았다.
“자, 다음 질문하실 분?”
*
유하은 교수의 공직 후보자 청문회가 모두 끝난 후.
언론은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난리가 났다.
모든 방송이 생방송으로 방송되었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유하은 후보의 발언이 그대로 뉴스 기사가 되었다.
-유하은 후보, “앞으로 돈으로 줄 세우는 학교 시스템을 만들겠다. 돈이 곧 의욕이다. 물질만능주의? 너는 돈돈 안 하니?” 막말 파문!
-유하은 후보, “학교폭력 근절하겠다. 앞으로 애들 때리고 괴롭히는 애들 전부 감방에 보내겠다. 미성년자라고 봐주면, 계속 그런다. 원래 애들이 제일 잔인하다. 전과도 긋고, 법이 무서운 줄 알게 만들어야 한다.” 파문! 이제 미성년자도 빨간 줄 그일 가능성 높아져······. 학부모들 ‘강한 반발’
-유하은 후보, “인공지능 선생을 도입해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해결하지 못했던 궁금증들을 1대1로 해결하고, 학생별로 뒤처지는 학생 없이 모두 체계적으로 의욕적으로 우수한 학업 성취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깨끗한 이력의 고위공직자 후보 유하은! 하지만 그녀가 걸으려는 행보는 파격 그 자체! 학부모 단체와 선생 연합 “유하은 교육부 장관 결사 반대! 마탑의 한국 독재 절대 반대!”선언!
-선생들 연합인 ‘전선연’오늘부터 전국적인 파업 예고! ‘교육부 장관에 미X년을 앉혀 놨다. 촛불의 힘으로 당장 끌어 내리겠다.’며 전국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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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한 후보에 걸맞게, 모든 언론들과 단체들이 과격한 언사로 맞불을 놓으며 강한 반발을 예고했다.
게다가, 법안 하나하나가 현 교육시스템을 바닥 밑까지 갈아엎는 법안이라 새로운 체제에 불안감을 느끼는 선생연합도 반발이 거셌다.
그들은 학교 휴업, 총파업을 예고하며 거리로 나왔으며 학교들은 어쩔 수 없이 전국 휴교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네티즌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며 떠벌떠벌했다.
-와 ㅅㅂ 유하은 장관 때문에 오늘 학교 안 가네? 요시! 유 장관 만세!
ㄴ학교에서 기업하고 연계해서 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시키는 게 잘못된 건가? 일부 학교에서는 진작에 하고 있는 거고, 그게 저학년으로, 전학교로 바뀌었다는 거 빼고는 별로 변한 것도 없는 거 같은데?
ㄴ그동안 철밥통처럼 10년·20년째 같은 것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선생들 빼곤 다 찬성할만한 공약이지. 솔직히 어릴 때부터 돈 버는 법을 배워야 커서도 돈 벌 수 있는 거 아닌가?
ㄴ응 아니야. 애들한테 어릴 때부터 앵벌이 가르치면 그것만 배우다가 나중에 다른 일은 어떻게 함?
ㄴ지금처럼 그냥 죽은 지식 공부하는 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는 게 훨씬 낫지. 그리고 다른 공부 안 한다는 것도 아니고, 적성별로 자기가 하고싶은 공부로 갈아타도 된다는데 도대체 뭐가 불만임?
네티즌들의 의견은 찬반이 서로 양립하며, 뜨거운 불판을 달궜고 전국의 모든 선생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광화문 광장에도 엄청난 시위 인파들이 몰렸다.
유하은 교수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유모차까지 끌고 나왔고, 전선연 선생들도 책과 교편, 그리고 각종 시위 플랜카드를 들고 전국 총파업에 들어갔다.
*
“휴······.”
“땅 꺼지겠습니다. 생리현상도 참을 줄 알아야 해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앞에서도 한숨 쉴 거에요?”
“아니요······.”
나는 청문회를 무사히 끝마치고 온 유하은 교수와 독대했다.
“청문회 한번 해보니까 어때요? 쫄깃쫄깃하죠?”
“뭐가 쫄깃한데요?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하다 보면 적응됩니다. 꿇릴 것도 없는 사람이시면 당당히 나가셔야죠.”
“근데 제 공약에 반발하는 사람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유하은 후보가 푸념 섞인 한숨을 내쉬자, 내가 위로하듯 툭 던졌다.
“반발한다는 건 하기 싫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하지 말라고 하면 되죠? 하기 싫은 사람들까지 억지로 하라고 할 생각 없습니다. 저도.”
“모든 선생이 파업에 들어갔는데 그럼 수업은 누가 진행해요?”
유하은 후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들어오시죠.”
나는 뒤편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하와와~! 오늘부터 학생들을 가르칠 마쨩이라고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동식 둥그런 원판 위로, 홀로그램 여성이 이쪽으로 걸어오듯 둥둥 떠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