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
104.매직 드라이브
-마탑, 황색노조의 100만 공세 뚫고 자동차 시장 ‘입성’
-대기업 킬러, 황색노조도 막지 못한 마탑의 ‘뚝심’ 완전자율주행차 양산·판매 시작!
-자율주행의 파급력과 그 여파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 ‘초토화’
-미국의 자동차 회사 표드, 마탑의 자율주행자동차 진출 전, 빠르게 지분 매각. 빠른 익절 ㅇㅈ? ㅇㅇㅈ!
-택시·카풀 업계도 타격 예상! 완자(완전자율)로 운전하는 무인 자동차 시대 개막!
-운전업 종사자들 곡소리 안 나게 해라! 일자리 킬러 마탑! 그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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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이 황색노조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자 전 세계 언론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존에 차량 공유의 강자였던 무버, 다디추싱, 레프트, 그리고 국내엔 록스······.
이런 기업들은 마탑의 ‘자율 운행 공유’에 의해 모두 다 박살 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기존의 택시나 차량 공유는 단순히 집 주변에 있는 운전자가 자기 차를 태워주는 거라면, 자율 운행 공유는 어느 특정 회사나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가 알아서 콜택시처럼 와서 태워주고 자동으로 운전까지 해줬다.
그러니, 금액에 따라 하루를 타도되고 아니면 택시처럼 단거리·장거리에 타도됐다.
*
“존 킴이라고 했죠?”
“네, 실장님.”
나는 유진광 밑에서 비서 역할을 하고 있던 존 킴을 불렀다.
‘똘똘하게 생겼네.’
존 킴에 대한 얘기는 유진광에게 많이 들었다.
‘일 처리가 아주 깔끔하고, 완벽하다고 했지.’
유진광이 약간 과격하고, 무대뽀인 경향이 있는데 존 킴은 그런 유진광을 옆에서 보조하며, 과한 부분은 고쳐주기도 하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 서포트했다.
그래서 유진광은 언제, 어디를 갈 때나 존 킴에게 많은 자문을 구하고, 일을 시작했다.
“우리 마탑이 드라이브 셰어링(운전 공유) 사업에 진출하는 건 아시죠?”
“네, 압니다.”
이미 회사 내에서도 중요 인물들에겐 미리 언질을 하기도 했고, 신문이나 뉴스 기사를 통해서도 뻔질나게 봤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 ‘매드’ 사업을 존 킴에게 맡기고 싶어서 이렇게 불렀습니다.”
“그렇습니까?”
존 킴은 뜻밖이라는 얼굴로 그렇게 되물었다.
사실, 이번 인사 추천은 유진광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존 킴이라는 녀석이 제 비서로 있는 녀석인데, 아주 쓸만한 놈입니다. 데리고 쓰시면, 아주 기똥차게 잘할 놈입니다.
평소 자기 자신보다 존 킴을 더 굳게 믿는 유진광이었기에, 이제 그를 단순히 부하 직원이 아닌 마탑의 동료라고 생각하고 더 좋은 자리로 끌어 올려준 것이다.
결국 나는 유진광이 추천으로 존킴에게 ‘매드’의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결심했다.
매드는 매직 드라이버(Magic Driver)란 뜻으로, 경쟁 업체인 무버나 다디추싱 등을 저격하기 위해 만든 마탑의 8번째 비밀병기였다.
“이번 매드 시사회는 존 킴이 맡아주시죠.”
“제가요······?”
항상 마탑이 출격하는 차세대 사업엔 모두 ‘회장’이나 계열사 ‘사장’들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만큼 마탑에게 있어서 프레젠테이션은 마탑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부담스러운 자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네, 알겠습니다.”
존 킴은 처음엔 약간 당황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도 금세 멘탈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광 말 대로 확실히 믿을만한 사람인 거 같군.’
예전에 유진광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걸 몇 번 보긴 했는데, 확실히 첫인상 때 보다 훨씬 더 신뢰 가고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걸 대화해보고 나서 느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존킴에게 다음 사업의 전권을 위임하고, 그를 내보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예전엔 그저 기존의 강자들을 깨부수고,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면 이제는 달랐다.
‘이제부터는 산업 전체의 틀을 바꿔야 하니까······.’
이제 마탑보다 더 뛰어난 강자는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도 없었다.
그들 또한, 현재 자신들이 있는 분야에 마탑이 진출하면 무조건 초토화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공유 경제의 시대로 가는 거지.’
모두가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닌, 빌려 쓰기만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현재는 빌려 쓰는 게 돈도 더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지만 미래에는 다르지.’
현재의 상황으로 미래를 보면 안 됐다.
미래는 항상 현재와 정반대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엔 별로 비전없어 보이던 직업이, 미래에는 대세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것은 사업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변화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겠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혼란이다······.’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위기가 곧 기회니까······.’
많은 사람들은 위기 앞에서 절망하고, 포기하거나 돌아갔지만 일부는 그것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결국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자.’
나는 마탑과 세상의 미래에 대해 고심한 후, 곧바로 텔레포트해서 조기 퇴근했다.
*
“오, 잘 하네~!”
“잘하긴 무슨······.”
아리의 칭찬에, 요리를 하던 안지민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열심히 프라이팬을 흔들었다.
치이이익ㅡ!
프라이팬 위에는 달궈진 양파와 함께 고기가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촥!
안지민은 강불에 그것을 빠르게 익혀서, 하얗고 깨끗한 접시에 요리를 담았다.
“너 가게 내도 되겠다.”
아리는 그런 안지민의 솜씨에 돌고래처럼 연신 칭찬을 퍼부으며 재잘댔다.
“옛날에 서빙할 때 이것저것 배웠지·····.”
안지민은 사실, 중학생 때부터 서빙을 했다.
갈비집부터 시작해서, 뼈다귀집, 찜닭집, 빙수집 등등······.
정말 수십·수백 곳의 식당과 음식점 등에서 일을 했다.
그래서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 솜씨도 있어서 웬만큼 요리도 잘했다.
냠냠냠.
두 여자는, 애들을 유치원에 보낸 후에, 한가하게 푸짐한 점심을 차려 먹었다.
아리는 이준혁과 만나기 전부터 평생 외롭게 혼자 살아서, 외로움에 익숙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안지민과 함께 살게된 이후로는 하루도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너 나중에 푸드트럭 같은 거 해 봐.”
“뭐?”
아리는 입안 가득 음식을 넣은 안지민을 쳐다보며 그렇게 툭, 던졌다.
“안지민의 푸드트럭 어때?”
“풉······.”
안지민은 밥 먹다 말고, 입에 있던 것을 뿜어내며 아리에게 밥풀을 티겼다.
“야아~!”
“미안!”
니가 너무 웃겼잖아.
안지민은 그렇게 덧붙이며 다시 숟가락을 펐다.
아리는 그런 안지민을 바라보며.
“나 되게 진지하게 말한 건데······.”
아쉽다는 듯이 말했고.
“내용이 너무 장난스러웠어.”
안지민은 그런 아리의 말을 가볍게 일축했다.
‘내가 푸드트럭은 무슨······.’
그거 완전 TV에 나와서 식당 주인들한테 쓴소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은 절대 할 일이 없을 거라고 했다.
‘난 그런 소리 절대 못해······.’
아리 앞에선 당찬 여자인 척했지만, 사실 안지민은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가난만 겪어온 그녀였기 때문에, 남 앞에서 항상 위축되는 입장이었고, 늘 갑질당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쓴소리 같은 건 절대 못하지······.’
그런 안지민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아리가.
“그럼 좋은 소리만 해주면 되잖아?”
본인 나름대로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자.
“놉! 좋은 소리가 오히려 더 안 좋은 거임.”
“헐~!”
왜? WHY?
아리의 물음에 안지민은.
“원래 자기한테 도움되는 말은 속 쓰린 말들이야. 좋은 말은 들을 때만 기분 좋지, 결국 거기에 안주하게 만들거든.”
“아······.”
아리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거 같기도 한 표정으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지민은 그런 아리를 보며.
‘네가 뭘 알겠니······?’
조용히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안지민이 생각하기에 아리는 정치인 아버지를 둔, 평생 부유하고 화목한 집안에서 정해진 엘리트코스만 밟아온 친구였다.
아리가 온실 속의 가녀린 화초라면, 안지민은 논밭에 무성히 자란 잡초였다.
‘아리가 앞으로도 지금 모습 그대로 남을 수 있을까······?’
안지민은 알고 있었다.
평온한 기간이 있으면, 어둡고 암울한 기간도 있다는 걸.
‘세상은 언제나 손바닥 뒤집히듯 뒤바뀌니까······.’
그래서 안지민은 현재의 상황이 늘 불안하고, 두려웠다.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계속해서 불안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과거의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상황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매일매일 다짐하고 있었다.
끼익, 펑!
두 여자가 식사를 하며 재잘거리고 있을 때, 대문이 열렸다 닫히며.
“퇴근했습니다.”
이준혁이 들어왔다.
*
‘마침 점심 때인데 잘 왔군.’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두 여자가 또 풍성한 만찬을 준비해놓은 거 같았다.
“오빠 왔어?”
안으로 들어가니, 자리에서 일어난 아리가 나를 반겼다.
“어. 오늘은 좀 일찍 끝났어. 근데 맛있는 냄새가 나네?”
“응. 오늘은 지민이가 점심 했어.”
“오······.”
나는 그 말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식탁에 앉았다.
‘아리가 해준 것도 맛있긴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일 먹다 보면 약간 질렸다.
그런데, 안지민도 아리만큼 요리를 잘해서 아리랑 안지민이랑 번갈아 가며 요리를 하면 아주 베스트였다.
“맛있네······.”
나는 양파와 함께 볶인 목살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열심히 밥을 먹었다.
“그치? 이 정도면 푸드트럭 같은 거 해도 되겠지?”
“······?”
내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자.
“너, 미쳤니? 그 얘기 좀 그만해.”
안지민이 버럭 화를 냈다.
“미··· 미안.”
아리는 찔끔한 표정으로 깨작깨작 남은 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음······.’
푸드트럭이라······.
안지민의 푸드트럭.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안지민 정도면 사장들에게 팩트폭행 할 정도의 실력은 되지.’
내가 요리에 대해 잘 모르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에서나 밖에서나 고급요리를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 잘 알았다.
‘안지민은 요리를 잘해.’
비록 평생 서빙이나 허드렛일만 왔다갔다 했지만, 그래도 내적으로 향상심이 있어서 아리가 음식을 가르쳐주면 금방 따라했다.
‘한번 추진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안지민의 표정을 살펴보는데······.
“······.”
하기 싫은 티 팍팍 내며, 억지로 밥을 퍼먹는 모습이 보였다.
‘됐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그런 일을 맡기는 것도 아닌 거 같았다.
‘아무튼 뭐, 두 여자가 이렇게 잘 지내니 천만다행이네.’
안지민도 그동안 건강상·경제적 여건상 많이 힘든 상태에서 아리를 만났고, 아리도 애 키우는 입장에서 혼자 너무 외로운 상태에서 안지민을 만났다.
“오빠 근데 요새는 무슨 사업해?”
아리는 나의 밥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렇게 물었다.
“요새는 차 만들지.”
“오···. 차도 만드네······.”
아리는 신기한 듯 피식 웃으며, 양손으로 턱을 괴었다.
“···냠냠.”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느낌으로, 나는 두 여자의 시선을 받으며 음식을 퍼먹었다.
‘이번에 차량 공유 시스템도 정착하면서, 다른 시스템도 많이 생각해봐야겠다.’
현재 내가 새로 만들어갈 미래도 중요했지만, 기존에 있던 체계를 바로잡는 일도 중요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세상을 돌아가게 할지는 대통령을 또 한 번 만나봐야겠군······.’
현재 일자리 문제나, 앞으로의 일자리 문제, 그리고 공무원 문제 등등······.
해결해야 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후······.”
그래서 나는 밥을 빨리 먹어 치우고.
드르륵.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더 먹지. 어디가?”
내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자, 아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오늘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
나는 대통령보다 먼저 만나야 될 사람을 떠올리며, 다시 옷을 챙겨 입었다.
“둘이서 잘 놀고 있어. 이따 저녁에 들어올게.”
그렇게 말하며, 나는 텔레포트를 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