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201화 (201/272)

# 201

90.마탑방송(3)

빠바빰~! 빠밤~! 빠빠라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TGS 9시 뉴스 아나운서 송일현입니다.”

송일현 아나운서는 데스크석에 앉아 서류를 만지작거리며,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마탑그룹이 이번에 방송계에 진출한다고 해서 연일 화제입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논란을 일으키던 막장 BJ들도 대거 영입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것은 영상을 함께 보시죠.”

송일현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정면으로 뻗었다.

그러자, 세트장 화면이 영상 화면으로 넘어가며 마탑방송 관련 영상들이 송출되었다.

-앙, 기모띠! KPOP-LOVE님 매직풍선 2만 개··· 와아우~! 이번엔 10만 개! الله اکبر님 ··· 이름 이거 맞죠? 아무튼 매직풍선 10만개!! 고맙습니다.

“보시다시피, 전 연령이 시청하는 TV방송에서 이러한 자극적인 컨텐츠가 버젓이 방송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 속에 아나운서가 보충 설명을 하며, 계속해서 화면은 넘어갔다.

-AURA형님 이번엔 뭐할까요? 예에? X꼭지에 폭죽 터뜨리라고요? 에이, 형님 저 이제 그런 거 안 합니다······.

“시청자들은 ‘매직 풍선’이라는 후원 아이템을 사용해 BJ들에게 온갖 자극적인 리액션을 요구하는데요. BJ는 그걸 이용해 시청자들에게 사행성 아이템을 사용하도록 부추긴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음지에서 조용히 이어져 오던 ‘언터넷 방송’

하지만, 그들이 안방의 TV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TV방송의 짤막한 게스트로 몇 번 참가한 적은 있어도, 그들이 ‘메인’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항, Volter오빠 20만 개 선물 고마워!

보도 영상은 이제 안방 TV화면을 비추며 아나운서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서 보는 TV에선, 현재 사행성 후원과 자극적인 컨텐츠들로 가득한 방송들이 노출되어 있어 논란이······.”

9시 뉴스의 첫 시작은 결국 마탑방송··· 아니, 마탑방송에서 방송하는 BJ들을 디스하는 것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결국 BJ들을 공격하면, 본진인 마탑방송 또한 방송정지라던가, 방송계에서 최종적으로 퇴출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어린이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무튜브를 시청해 ‘진태희’나 ‘혈구’같은 엄청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것이 안방 TV까지 넘어와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 마탑방송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나중에 쓰레기 같은 인간이 될 것처럼 공포로 몰아가는 화법.

아나운서 기자들이 주로 쓰는 화법이었다.

“방통위는 현재 마탑방송의 개인방송 송출에 대해,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방송위의 입장도 한번 들어보시죠.”

-우리도 충분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마탑도 자체적으로 ‘강인공지능’을 통해 욕설이라던지, 돌발 상황시엔 바로바로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고요.

그러자 모자이크된 화면에, 방통위 직원이 리포터와 함께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럼 앞으로 인터넷 방송의 TV진출을 허락하시는 겁니까?

기자의 민감한 질문에.

-마탑그룹에서 만든 TV와 통신망에서 자체적으로 인터넷 채널을 만들어서 그렇게 하는 걸, 저보고 뭐 어쩌란겁니까? 애초에 마탑전자에서 만든 TV는 컴퓨터처럼 인터넷까지 접속이 돼 있어요. 다른 전자 회사들도 인터넷·블루투스 되는 TV들 많이 있잖아요?

방통위 직원이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리포터 또한 지지 않고 곧바로 질문 공세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도 TV를 통해 송출된다면 큰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방통위 직원이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부적으로 검토해본 후에, 다시 보도자료 뿌리겠습니다.

쾅!

방통위 직원이 나간 후, 화면은 다시 뉴스 세트장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방통위에서도 별다른 대책 없이 개인방송 TV송출을 용인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송일현 아나운서는 마치 정부와 마탑그룹 간의 모종의 커미션이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며 덧붙였다.

“본래 방송은 제작 때부터 심의 과정을 거쳐서 방영되는 게 기본입니다. 한데, 마탑은 그러한 룰을 깨고, 생방송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기존의 방송 환경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슬슬 다른 보도로 넘어갈 만도 한데, 송일현 아나운서는 집요하게 마탑을 물고 늘어졌다.

-마탑방송에서 패드립 BJ인 ‘진태희’가 갑자기 출연을 하더라고요. 저녁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TV를 보는데, 우리 애들이 그거 볼까 봐 두려워서 그냥 TV를 꺼버렸어요.

-BJ혈구는 옛날에 간장 들이붓고, 이상한 리액션 하던 BJ아닌가요? 이런 사람들이 왜 TV틀면 나오는 거죠?

-마탑방송의 VOD컨텐츠는 괜찮은 게 많은데, 실시간 인터넷TV를 솔직히 별로였어요. 인방에 있던 여캠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보기 불편했다구요.

모자이크 처리 된 사람들이, 음성변조가 된 목소리로 너나 할 것없이 마탑방송을 까고, 또 깠다.

“이처럼 문제되는 BJ와 선정적인 옷차림과 리액션으로 후원아이템을 받던 여BJ들까지······ 마탑방송 과연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 건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송일현 아나운서는 그렇게 마무리 지으며, 그제야 다른 사안으로 넘어갔다.

“네, 다음 뉴스입니다. 얼마 전 H대 성폭행 사건으로 입건되었던 강범훈 씨 소식입니다. 강범훈 씨가 이번에 감옥에서 개과천선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

-최근 뉴스에서 마탑방송을 인터넷뿐만이 아닌, TV에서도 본다고 뭐라 하는 건가?

ㄴㅇㅇ. 인터넷 방송이 원래 자극적이잖아. 게다가, 현재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사들이 인터넷 방송 보다 시청률 더 안 나온다고 예민한데, 마탑이 거기다 기름을 끼얹은 거지.

사람들은 현재 마탑과 TV방송사들 간의 마찰에 대해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ㄴ마자마자. 요즘 다들 일반 TV에서, 마탑전자가 만든 홀로그램 TV로 바꾸는 추세니까······ 맥플처럼 하드웨어도 팔면서 소프트웨어도 같이 끼워파는 거지.

ㄴ그럼 불공정 거래법에 걸리지 않나?

ㄴㄴㄴ 마탑은 통신까지 겸하고 있고, 방통위에서 허락 맡은 거로 알고 있음.

ㄴ우오··· 거의 이 정도면 마탑공화국 수준 아니냐?

ㄴ응, 아니야.

사람들은 마탑그룹과 TV방송사들과의 마찰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그럼 이번에 TV방송사들도 다 같이 손잡고 마탑 치는 건가?

ㄴㅇㅇ. 공중파·케이블 가릴 것없이 모든 방송사들이 뉴스에서 마탑방송 깐다더라. 채널 돌릴 때마다 마탑방송 까는 얘기밖에 없음.

ㄴ솔직히 존나 속보인다. 선정성은 개뿔. 마탑에서 인공지능이 BJ들마다 선정적인 장면 나오면 전부 삐처리하고, 재깍재깍 모자이크시켜버리는데 뭘. 오히려 인방 때보다 방송이 더 노잼화됐음.

ㄴ솔직히 심의에 걸릴만한 방송은 한 번도 못 봤는데? 여캠들도 옷 되게 두껍게 입고 나오고······. 전 세계에서 시청하니까 돈도 많이 들어오고 여캠들도 초심을 잃었음······.

사람들은 마탑방송이 선정적이란 논란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못하며 그렇게 수군거렸다.

*

“안녕하십니까, 숙자 형님··· 아니, 이 실장님!”

“그래. 오랜만이네. 반갑다.”

나는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던 중, BJ혈구와 함께 우리 회사에 놀러온 BJ진태희를 만났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거의 1년 만에 뵙는 거 같네요······.”

“그래.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냈지. 근데 너는?”

나는 진태희가 나에게 ‘형님, 형님’하며 살갑게 다가오자, 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얘가 원래 이런 얘였나······?’

처음에 만났을 땐, 그저 자극적인 방송에 X친 막장 BJ인 줄 알았는데······.

‘직접 만나보니 되게 소심하잖아······.’

녀석은 약간 쭈그리처럼···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처럼 몸을 곱등이처럼 만 채 쇼파에 앉아 있었다.

“예, 저도 나름 바쁘게 살았습니다.”

진태희는 나와 만나기 전, 뿔TV에서 방송했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눈에 에프킬라를 뿌리거나, 아니면 락스 같은 걸 마셔서 겨우겨우 월 700만 원씩 벌곤 했죠······.”

그는 나에게 싸대기를 후려 맞기 전에는, 자극적인 컨텐츠를 위해 온갖 민폐 행위를 이곳저곳에 뿌리고 다녔다.

“막 순자네 밥집에 가서 ‘순자 나와! 순자 나오라고!’하면서 장난친 적도 있고요, PC방에 전화해서 여자 알바한테 ‘풍차 돌리기 함 하자’ ‘X치기 잘하냐?’같은 멘트도 날린 적 있습니다.”

“좀 심각했네···.”

내가 표정을 찌푸리며 고개를 젓자.

“아, 근데 형님한테 얻어맞고 나선 절대 그런 짓 안 합니다. 사실 예전엔 그보다 더 심한 짓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진짜 정신 차렸어요.”

“예전엔 뭘 했는데?”

“예전엔 말이죠···.”

진태희는 파프리카 대통령 ‘BJ 혈구’를 보고, 개인방송에 대한 꿈을 꿨었다고 했다.

그래서 혈구를 따라서 많은 자극적인 방송을 했고, 시청자들이 점점 더 수위가 센 것을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주작방송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민폐를 끼쳤다.

“예스맨이라고, 시청자들이 댓글로 미션을 주면 제가 그걸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지나가던 초딩들 뒤통수 때리기나, 아니면 길거리 할머니한테 너무 예쁘신데 번호 한 번만 주면 안 되냐는···”

“풉······.”

하다하다, 이젠 할머니 번호까지 따다니.

너무 웃기긴 한데, 사실 대단한 민폐였다.

“너 이번에 마탑방송에서 방송한다면서? 요즘은 무슨 컨텐츠 하냐?”

“아, 예. 컨텐츠 말입니까? 요즘엔 자극적인 거 보다, 되게 평온하고 평화주의적인 방송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뭔데?”

진태희는 마탑방송의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정남룡이 내준 마탑 봉사시설 봉사활동 점수도 채웠고, 방송을 시작하기 전 방송인으로서 갖춰야 될 기본 소양까지 몇주 간 이수 받았다.

“욕설을 배제한 게임 방송과 길거리 노래방, 그리고 산속 오지에서 서바이벌 생존 컨텐츠, 학생들을 위한 역사 현장체험 방송 등도 하고 있습니다.”

“재밌겠네······.”

아무래도, 일반BJ들이 많이 하는 그러한 컨텐츠들이었는데 진태희도 이제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제대로 해보려는 거 같았다.

“네. 예전에는 그냥 사람들에게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과 컨텐츠를 했었는데요,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버라이어티 방송을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그래. 잘 생각했다.”

나는 갱생이 된 진태희를 참으로 기특하게 생각했다.

‘사람은 원래 누구나 한번 쯤은 실수할 수 있는 거니까······.’

처음 한 실수 때문에, 그것에 발목이 잡혀서 자꾸만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단, 진태희처럼 과거를 반성하고 그것을 고쳐서 다음에 잘하겠다는 마인드가 훨씬 나았다.

“저, 근데 형님······.”

“왜?”

녀석은 그렇게 일장광설을 펼친 후에, 갑자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요즘 저 때문에 마탑방송이 말이 많은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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