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
80.인공지능(3)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곤. 알파곤에겐 과연 얼마의 기보가 필요했을까요?”
“······.”
유하은 교수의 질문에 학생들은 다시 침묵했고.
‘3000만 개의 착점 정보와 16만 개의 프로 바둑 기사의 기보.’
나는 속으로 열심히 대답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요? 아니면 틀릴까 봐 무서운가요?”
그렇게 질문하며, 유하은 교수는 내가 생각해낸 답과 동일한 답을 뱉어내었다.
“아무튼 알파곤은 이러한 데이터 학습 과정을 거쳤을 뿐 아니라, 실제 이세동과의 바둑 대결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연결된 약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를 동시에 가동하여 5판 동안 약 3억 4천 번의 복기를 통해 승리했습니다.”
“3억 4천 번!!!”
총 361개의 칸.
첫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 12만 9960가지.
361개 점을 모두 채워가는 경우의 수 10^170가지.
아직 인간조차 정복하지 못한 분야인 ‘바둑’에서.
인구수 1명당 1판 씩만 계산해도 정말 어려운 기보를, 알파곤은 혼자서··· 아니, 무수히 많은 CPU와 GPU가 돕긴 했지만··· 그래도 손오공처럼 그런 원기옥이라도 사용해서 인간을 꺾었다는 게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놀라기만 할 일인가요?”
“······.”
“어때요? 알파곤이 이렇게 똑똑한데 여러분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죠?”
“······.”
유하은 교수는 안 봐도 다 알겠다는 듯 혀를 찼다.
“수업 끝나면 오늘 학식 메뉴가 뭔지 제일 궁금하겠죠? 제 말 틀렸나요?”
“······.”
사실 나도 방금 그 생각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은 알파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알파곤은 시작일뿐이죠.”
사실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사람을 이긴 건 단순한 가십거리라고 볼 수 있었다.
진짜로 중요한 건······.
“앞으로 이렇게 똑똑한 인공지능들이 어디에 활용이 될까요? 축구? 야구? 아니면 게임?”
유하은 교수의 말처럼 이미 게임에는 많은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머신 러닝에 게임을 많이 활용하고 있으니까······.’
시뮬레이션이라고나 할까?
인공지능은 단순히 알고리즘만 설계하면 땡이 아니었다.
생명체로치면 알고리즘은 갓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였고, 빅데이터를 통한 반복 학습을 통해 그 알고리즘 학습시켜나가야 했다.
‘머신 러닝, 딥 러닝, 레인포스먼트 러닝’
그동안 인공지능에도 다양한 학습 과정이 있었다.
처음엔 인간이 직접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적합한 코딩을 짜서 일일이 수동으로 학습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시각과 청각적인 기능을 활용해서 스스로가 알아서 학습하는 시대가 왔지.’
그렇게 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개발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미 시·청각 능력은 인간을 넘어섰으니까···.’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보고 듣는 걸 정확히 분별하는 건 인공지능이 더 잘했다.
매년 다양한 연구기관이 참여해 이미지 내 사물 인식의 정확도를 경쟁하는 ImageNet7 경진대회.
2022년 그곳에서 나노소프트가 97.85%의 정확도를 달성하며 인간의 인식률을(94.90%)을 추월하였다.
아직 복잡한 추론까진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인간으로 치면 7~8세 인간의 복잡한 추론까진 따라잡았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곳에 퍼져 있습니다.”
스마트폰부터 시작해서, 배달용 드론, 그리고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자율주행차 등등······.
이하은 교수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우리 사회의 파급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 전 한 분석가가, 인공지능이 우리나라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보드마크를 들어 화이트보드에 그 결과를 슥슥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앞으로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43%······.”
43%면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럼 그 직업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일자리는 대체 뭘까요?”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닌지, 유하은은 곧바로 화이트보드에다 답안을 적어나갔다.
“직업별로는 사무직, 판매직, 기계 조작 종사자에서 약 70%,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음식 숙박업, 제조업 등의 일자리에서 약 60%”
“······.”
학생들은 너무 놀라다 못해 이젠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많이 사라질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퍼센티지로 보니 또 새롭네······.’
역시 대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랑, 숫자로 정확히 인식하는 거랑 체감하는 압박이 수십 배는 차이가 났다.
“학력 및 소득별로 보면, 특정층의 일자리에서 고위험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나죠. 그럼 누가 제일 타격을 받을까요?”
‘중산층.’
나는 다시 속으로 열심히 대답을 했다.
‘산업혁명 땐 언제나 애매한 중간계층이 제일 먼저 쓸려나가니까.’
3차 산업혁명 때도 그랬다.
본래 80·90년대만 해도 타자수나 속기사, 주판 기술자 등이 차지 하고 있던 사무실.
그곳을, 워드와 인터넷으로 무장한 컴퓨터들이 점점 대체해나가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사무 간편화가 이루어지면서, 기타 여러 가지 사무 직종들이 쓰나미에 쓸려가듯 깡그리 쓸려나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왔지···.’
컴퓨터가 기존의 아날로그 직종을 깡그리 밀어버리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컴퓨터와 관련된 새로운 직종들이 무수히 많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산업들도 사무 효율화를 이루어냈고···.’
결국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워드나 엑셀 자격증 등을 필수로 따야만 했고, 컴퓨터 자격증이 곧 그 사람의 능력을 말하는 시대가 왔다.
‘컴퓨터는 인간이 취약한 계산 부분을 도와주는 것이었다면······.’
복잡한 수식계산은 두뇌로 하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었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사용하라고 만든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지······.’
내 예상대로 유하은 교수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인공지능이 비정형화된 업무들의 자동화가 어려운 근거로 ‘폴라니 역설’이 제시되었습니다.”
폴라니 역설(Polanyi’s Paradox)은 ‘사람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가설이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명시적인 규칙들.
그것은 컴퓨터로 학습시키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자동차 운전과 같이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 대처하는 업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따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폴라니의 역설을 뛰어넘음으로써, 자동화 가능한 업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유하은 교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설명하듯, 열심히 열변을 토했다.
“이제는 인공지능 스스로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오류를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경험을 통한 지식 습득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즉, 기계학습은 일일이 코드로 명시하지 않은 동작을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머신러닝 방법론 중에서 딥러닝(deep learning) 최근에 각광받고 있죠.”
딥러닝.
즉 심화학습은, 심층 신경망에 기반한 것으로써, 인간의 두뇌의 작동방식을 모방한 인공지능 구현 방법이었다.
“딥러닝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이터 손질 과정을 간소화하거나 건너뛰게 해주었습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딥러닝은 패턴인식, 자연어 처리 등, 과거의 알고리즘에 비해서 매우 뛰어난 결과물을 산출해 내었다.
‘이세동을 꺾은 알파곤의 경우도, 바둑 잘 두는 법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었지. 바둑 고수들의 대국 데이터를 컴퓨터가 학습하도록 하여, 스스로 승리 전략을 습득하도록 구현했으니까······.’
딥러닝의 대표주자 알파곤.
알파곤은 수많은 바둑 기사들의 기보에서 기본적인 실력을 쌓은 후에, 자기 자신과 수백만 번 대국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했다. 그래서 인간 고수를 능가하는 실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
“이미 원격 무인 가판대의 공급 확대로, 서비스업 일자리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죠?”
진짜로 그랬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의 선진국에 비하면 4차 산업혁명이 많이 더딘 우리나라.
한데, 그런 우리나라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얼마 전 혜은이랑 랏데리아에 갔을 때, 무인 계산대 앞에서 주문을 했으니까······.’
예전엔 직원이 계산대에 서서 손님들에게 주문을 받았고, 뒤편의 요리 직원에게 ‘솰라솰라’하던 것이 요즘은 바뀌었다.
‘거의 다 현금 대신 카드로 계산하고, 무인 터치 계산대를 이용해서 종업원을 거치지 않고 주문을 하니까···.’
그래서 주문받던 사람도 사라지고, 이제는 안에서 요리하는 사람과 포장해주는 사람만 남았다.
‘다른 업종들도 그렇게 하나둘씩 직업들이 사라지겠지.’
내 예상대로, 유하은 교수는 해외의 사례를 들어가며 내 생각에 확신을 보탰다.
“이미 야마존은, 야마존 고(yamazon Go)를 통해 드론 배송, 무인 매장, 무인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죠.”
그래서 온·오프라인 가게에선 야마존에 밀려 파산하거나 사업 규모를 대거 축소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계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는 야마존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상품 추천, 로봇을 이용한 창고 자동화 등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서 유통업을 장악하고 계속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24시간 무인 편의점인 ‘빙고박스(BingoBox)’알리바바의 ‘타오카페(Tao Cafe)’, 식품업체 와하하의 ‘테이크고(TakeGo) 등등······’”
이제는 짱개라고 무시할 게 못 되는 게, 4차 산업혁명에선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었다.
*
“휴, 오빠······. 너무 무서워 미치겠어요.”
강의가 끝나자마자, 이지은이 한숨을 내쉬며 내가 하소연을 했다.
“뭐가 무서워?”
난 재밌는데.
뒷말을 삼키며 이지은에게 그렇게 물었다.
“인공지능이 우리들의 일자리를 다 빼앗는다잖아요······. 엉엉······.”
“······.”
나는 순간 ‘너 지금까지 뭐 들었냐?’라고 되물을 뻔했다.
그런 낌새를 느꼈던지 이지은은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피력해나갔다.
“저희 아버지가 사실 트럭을 모시거든요······.”
“음······.”
이지은은 자신의 아버지가 장거리 운송업을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했다.
“한데, 자율주행 인공지능이 우리 아버지의 일자리를 뺏으면 어떻게 해요?”
이지은의 푸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운송업은 앞으로 사라질 고위험군 일자리의 72%에 포함되는 직종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별 것 아니라는 듯 이지은에게 말했다.
“그럼 니가 마탑 취업해서 너네 가족 책임지면 되잖아. 남 부럽지 않게.”
“네???”
이지은의 멍한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사업을 독식할 그룹이 누군데, 저런 걱정을 한담······?’
정말 쓸데없는 군걱정(杞憂)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