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70화 (170/272)

# 170

80.인공지능(2)

“······.”

인공지능이 도대체 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또다시 입을 다물어버렸다.

“다들 벙어리가 됐나요? 왜 말이 없죠?”

유하은 교수는 약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학생들을 쭉 둘러보았다.

‘흠······.’

개중엔 질문을 회피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다 그렇지 뭐.’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온 대부분의 학생들.

그들은 자라나면서 점점 질문하는 방법을 잃어버린다.

‘처음엔 안 그랬는데······.’

질문을 못 하는 게 동양인이 백인들보다 멍청해서가 아니다.

‘어린시절 왕성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습관이 어른들의 귀찮음으로 인해 점점 줄어드는 거지···.’

대체적으로 부모들은 아이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해주는 편이다.

물론 안 그런 부모도 있지만, 아이에게 애정이 있는 부모라면 잘 대답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도, 질문하는 거 자체를 막아버리니까······.’

선생들은 부모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일 뿐이었다.

교육자니 뭐니, 거창하게 떠들어대도 결국은 철밥통을 찬 공무원이었고, 일을 하는 노동자였다.

‘선생들은 대개 질문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애초에 학생들 중에서도 질문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한국 학교 내에서 질문이 사라진 건 전적으로 선생들 탓이었다.

‘질문에 성실히 답변한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몇십 년째 늘 해오던 대로만 하면 일하기도 널널하고 편하니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입장에서 그들의 생각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거야······.’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 안전한 월급을 노릴 거였다면, 교육자를 했으면 안 됐다.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이 받는 거지.’

잘못된 학교 시스템, 그리고 나태하고 게을러터진 교육자들.

발전하기 위한 에러 사항, 스트레스 같은 건 다 회피하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며 눈치나 살살 보면서 정년을 채우는 한심한 교육자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학교에 입학한 무수히 많은 학생들이 지금까지도, 미래에도 피해를 받고 있었다.

‘그렇게 돼서는 안 돼······.’

유하은 교수는 ‘지식의 전당’이라 일컬어지는 한국대학교만큼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과거의 지식을 주입식으로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적극적인 자세로 자신의 공부 방향을 찾아서, 의욕을 갖고 열심히 스트레스받아가며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것.’

전자와 후자 중에 과연 어떤 게 더 효율적일까?

탁!

생각을 끝낸 유하은 교수가 들고 있던 보드마카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 전원 수업 점수 최하로 매기겠습니다.”

쏴아아ㅡ!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중간·모의고사, 그리고 각종 레포트 과제 외에도 학점을 매기는 기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수업 점수 평가였다.

한국대 교수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과제 외에도 수업 태도에 대해서도 학점 평가에 크게 반영했다.

*

‘아 씨발 뭐야?’

나는 맨 뒷좌석에서 턱을 괴고 수업을 듣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갑자기 왜 최하 점수를 준다는 거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설마 질문을 쌩깠다고 그런 건가···?’

보통 내가 예전에 다니던 공고를 예를 들면,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대답을 바라고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아니, 아예 없었다.

그저 노래의 코러스처럼 자신의 설명에 쿠세를 넣듯 질문을 던졌다 바로 자기가 회수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한데, 저 교수는 너무 적극적이야······.’

마치 미국물 먹고 온 사람처럼, 질문과 대답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어차피 나랑은 뭐 상관없나······?’

나는 이 학교에서 절대 깨진 적이 없다는 헬 난이도 코스를 선택했고, 불가능을 깨러 오늘 이 자리에 왔다.

그래서, 수업 점수를 최하로 주던, 최상으로 주던 나에겐 별로 상관이 없는 얘기였다.

‘그나저나 수업이 스릴 있고 재밌네···.’

그냥 지겨운 설명만 늘어놓는 거 보다, 저렇게 채찍을 들고 스파르타식으로 학생들을 몰아쳐 주니 집중력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걸 더 노린 걸 수도 있고······.’

나는 턱을 괴고 멍하니 화이트보드를 쳐다보던 자세에서, 다시 정자세로 고쳐 앉았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아무도 대답을 안 하니, 제가 그냥 설명할게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

처음에는 봐주고, 다음부터 쌩까면 국물도 없다는 뜻인 거 같았다.

“인공지능(AI)은 기계로부터 만들어진 지능입니다. 컴퓨터 공학에서 이상적인 지능을 갖춘 존재, 혹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 즉 인공적인 지능을 뜻하는 것이지요.”

“아······.”

학생들도 이미 인공지능이 어떠어떠한지는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벌써 우리 생활 곳곳에서 다들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물론 우리가 공상영화에서 봤던 ‘강인공지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알고리즘에 의해 짜여진 ‘약인공지능’이었다.

‘인간처럼 [추론, 판단]을 하는 게 아닌, 인간처럼 [계산]하는 것뿐이지만.’

이미 시중에 나온 구블의 알파곤이나 맥플의 순시리, 야마존의 알렉스 등등···.

우리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일상생활에서 이미 인공지능을 매일매일 사용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193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시초는···.”

역시나 본격적인 첫 수업이다 보니,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사각사각.

학생들은 곧바로 볼펜을 들어 필기를 시작했다.

‘전공서적을 살펴보면 다 나오는 건데······.’

굳이 저렇게 손 아프게 일일이 다 적을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건···.

‘질문이지.’

저런 죽은 지식들은 한가할 때 많이 스크랩했다가 보면 된다.

‘수업이란 건 원래 학생과 교수 간의 소통이니까······.’

그러려고 나라에서 세금 퍼부어가며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거다.

저렇게 전공과목에 고스란히 있는 내용들을 받아 적으라고 이런 자리를 만든 게 아니다.

‘나도 뭐 솔직히 개긴도긴이긴 한데··· 아니, 나는 다르잖아?’

내가 나서기 싫어하고, 질문하기 싫어하는 건 저 학생들과 마찬가지였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게 한 가지 있었다.

‘나는 이미 인공지능에 대해 마스터해서 실전에 써먹고 있는 사람이고, 저 얘들은 이제 막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수준이니까······.’

그러니, 쟤네가 감히 나를 따라 하겠답시고 질문을 게을리해서는 안 됐다.

‘뭐라도 얻어가려면 열심히 질문을 해라, 이 식충들아.’

그러라고 부모들이 쌔빠지게 등록금을 대는 거란 말이다.

나는 속으로 혀를 쯧쯧차며, 녀석들의 뒤통수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하지만, 역시나 학생들은 질문보다 이런 시간을 더 좋아했다.

학생들은 질문 자체를 지독히도 두려워했고, 병적으로 싫어했으며, 질문을 받는 건 더더욱 싫어했다.

“자,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선 이 정도로 하고, 최근 진척된 인공지능의 발전 상황에 대해 누가 말해볼 사람?”

유하은 교수가 아무 기대감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한데.

“저요!”

‘아 시발, 깜짝이야.’

그동안 내 옆자리에서 쥐죽은 듯이, 존나 필기만 열심히 하고 있던 이지수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지수 학생? 일어나서 대답해보세요.”

유하은은 이지수의 적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솔직히 인공지능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이지수는 이미 전국민이 다 아는, 이세동과 알파곤의 바둑 대결을 맨 먼저 언급했다.

“제가 그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거든요. 부모님이 바둑 배우면 머리 좋아진다고 해서 바둑학원에 다니다가 그 대결을 봤었어요.”

“그렇군요. 계속 말해보세요.”

이지수는, 그때 바둑 학원비가 20만 원이 넘었느니, 그래서 부모님이 학원비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다느니 하는 쓰잘데기없는 사설을 조금 늘어놓은 후.

“바둑 최강이라던 이세동 9단이 알파곤에게 2연속 패배할 땐 정말 인간이 나중엔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하겠구나, 생각했었어요.”

“그렇군요.”

유하은 교수는 이지수의 모양새가 귀엽다는 듯 방긋방긋 웃으며 계속 이야기를 재촉했다.

“아무튼, 결국 이세동 9단이 알파곤에게 3대 1로 패배하면서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던 바둑까지 점령당한 후 뉴스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나요.”

사실 나는 그때 한창 이계에서 구르고 있을 때라, 인공지능이 그렇게 열풍이 부는지 전혀 몰랐다.

‘처음 복귀했을 때는 스마트폰이 뭔지도 몰랐으니까······.’

나 때는 무조건 헬디폰이 최고였다.

그때는 다들 피쳐폰을 썼기 때문에, 한국 내에 진성·헬디·반텍·모토로라 등등 여러 회사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서 헬디와 진성폰이 한국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다.

‘오래가고 튼튼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조잡한 전자기기를 왜 다들 80만 원 이상씩 주고 샀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그때는 그래도 아날로그식 감성이 있었으니까······.’

맥플도 기술이 뛰어나긴 하지만, 자신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지닌 진성에게 ‘감성’ 언플로 거의 찍어누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잠시 추억에 잠겨 있을 때, 이지은의 말을 다 들은 유하은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맞습니다. 그게 벌써 8년 전이군요······.”

유하은 교수 또한, 나와 다른 년도에 있었던 추억을 회상하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도 도서관에서 과거에 나왔던 신문들을 모조리 복습했기 때문에 그때 세상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넘본 최초의 사례니까······.’

변수가 적은 체스나 오목 같은 건 당연히 계산 잘하는 컴퓨터가 유리하겠지만, 미래를 추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영역은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한데, 구블의 ‘알파곤’은 그것을 해내고야 말았다.

‘물론 바둑에 한정되긴 하지만, 충격적이긴 했지.’

2014년, 인공지능 스타트업 ‘팁마인드’를 4000억에 인수한 구블.

이후 구블은 팁마인드를 통해 더욱 진화된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어 1년 만에 알파곤(AlphaGon)을 만들어냈다.

‘알파곤이 매일 3만 번에 이르는 반복학습을 통해 바둑 연습을 해 나갔으니까······.’

2014년에 인수해서 2016년에 이세돌을 꺾었다 치면, 거의 3년 동안 3285만 판 바둑 연습을 했단 소리였다.

‘완전 미친 새끼지.’

32850000

거의 2.88초마다 1판씩 둔 셈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아닌, 자기 자신과 뒀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이지.’

알파곤은 역대 인간들이 치룬 최고급 기보들을 모두 복습했다. 그리고 바둑 9단 기사들과 연습해서 한번도 지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와 대국할 수밖에 없었다.

알파곤끼리 맞붙었는데 고작 2.88초 안에 결판이 났단 소리였다.

“으으···.”

학생들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굳이 나처럼 정확하게 계산하진 못해도, 그들도 대략적인 추론은 가능했다.

알파곤의 계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다들 왜 그렇게 놀라죠?”

그러자 유하은 교수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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