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67화 (167/272)

# 167

79.정의구현(2)

-땅콩 새끼 이번엔 기내 난동이 아니라 성폭행이냐?

-진짜 드러운 새끼. 존나 가지가지하네. ㅉㅉㅉ.

-재벌이 무슨 천룡인이냐? 존나 제멋대로 서민들 괴롭히고 성폭행하려고 하네.

-피해 학생은 또 뭔 죄냐? 충격 많이 받았겠네. 이래서 서민들이 허리 펴고 살겠습니까?

-이게 나라냐?

강범훈의 성폭행 영상과 기내 난동 영상이 무튜브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로 번져나가면서,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알파케로스의 재벌 3세 강범훈. 이번엔 기내 난동이 아니라, 신입생 성폭행?

-21세기판 조선시대식 갑질? 강범훈 기내 난동 때도 ‘기소유예’

-재벌 3세들, 이대로 괜찮은가?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자들.

인터넷 기자들도 너도나도 특종을 물기 위해 열심히 자극성 제목들을 써서 기사를 올렸다.

결국, 전날 마약과 술에 떡이 되어 곯아떨어진 강범훈만 이 사태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쾅!

“강범훈 너 이새끼!”

퍼억!

“으악!”

강범훈의 아버지 강태완은 침대에 자빠져 한나절 넘게 자고 있는 아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골프채를 휘둘렀다.

퍽퍽퍽퍽!

“아버지!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뭐? 왜 이러세요?”

퍼벅퍽퍽퍽!

“으아아아악!”

강범훈은 결국 침대 위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야이 새끼야. 내가 너 한 번만 더 사고치고 다니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으으으···.”

“내가 너 마약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응? 응? 이 씨발새끼야!”

쐐액ㅡ!

퍼억!

“으악!”

결국 강범훈은 몸을 데굴데굴 굴러서 벽쪽으로 도망쳤다.

“너 이 쓰레기 같은 자식···. 어휴······.”

땡그랑!

결국 골프채를 바닥에 내던진 강태완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지금 당장 짐 싸서 해외로 튈 준비해라. 여권은 다 만들어뒀으니까 내가 부를 때까지 거기서 얌전히 잠수나 타고 있어. 알았어?”

“네···. 아버지······.”

강범훈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비척비척 일어났다.

“한심한 자식.”

“······.”

쾅!

결국 자기 할 말만 하고 방을 나가버린 아버지.

강범훈은 아버지가 나간 후, 책상 위에 있는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도대체 왜 저러시지?’

무언가 화는 나는데, 급히 수습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가버리신 거 같았다.

그래서 강범훈은 도대체 무슨 잘못 때문에 얻어맞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잘못한 게 너무 많아서 뭐 때문에 저런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그의 범죄 리스트들.

개중에 어느 것 때문에 사람들이 난리를 피우는지는 결국 직접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검색어 입력 : 강범···

“어?”

검색어를 입력하기도 전에 강범훈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네이브 실시간 검색어

1위 : 강범훈

2위 : 강범훈 성폭행

3위 : 강범훈 기소유예

4위 : 강범훈······

.

.

.

.

“이거 뭐야 씨발???”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자신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씨발 어제 일 때문에 그런 건가? 제대로 맛보지도 못했는데······.”

순간 강범훈은 차수연의 자태를 떠올리며 입맛을 쩍쩍 다셨다. 난리가 난 건 난 거고, 강범훈에게 중요한 건 ‘그 X’과 했느냐 안 했느냐였다.

“이런 씨발 한번 해보고 이렇게 난리가 나면, 내가 억울하지라도 않지. 뭐 성폭행? 내가 뭘 했는데? 도대체 내가 뭘 했다고 다들 이 지랄이야?”

쐐액, 퍼석!

강범훈은 화가 나서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곧바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스마트폰은 액정이 박살 난 채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에라 씨바 모르겠다.”

그 후, 강범훈은 곧바로 여행용 가방에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두고 보자 이 개새끼······.”

강범훈은 이준혁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나중에 조폭들을 이용해서 그놈의 사지 육신을 아주 박살 내버리겠다.’

같은 학교 후배라면 나중에 손쉽게 찾아내서 반쯤 죽여버릴 수 있었다.

‘감히 나에게 두 번이나 모욕감을 줘?’

강범훈은 어젯밤 일이 생생히 떠올라서 짐을 싸다 말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술 처마시러 왔으면 곱게 처마시고 가라.

-기억나냐? 우리 5달 전에 만난 적 있지?

-어이, 강범훈.

-너 오늘도 마약 했냐? 대마냐 뭐냐?”

-이번엔 뭣 하러 히X뽕까지 갖고 왔냐? 그거 대체 어디에다 쓰려고?

그때 강범훈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저년 한번 눕혀 보려고 가져왔다 왜? 약하고 하면 기분 개쩐다더라. 그러니까 차수연 저년을 당장 내놔!

“으으윽······.”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나도 쪽팔린 기억이었다.

‘이준혁이라고 했었지······.’

빠드득!

저절로 이가 갈리는 이름이었다.

최근 전국 1등이네 뭐네하며 이름 꽤나 날리고 있지만, 결국 재벌도 뭣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대학생일 뿐이었다.

“제기랄 빨리 짐이나 싸야겠다.”

조지는 건 조지는 거고, 당장 빨리 짐을 싸서 도망쳐야 했다.

‘저번엔 귀국 현장에서 잡혔지만, 이번엔 다르다.’

강범훈은 아버지가 마련해준 비밀 통로를 통해 해외로 도망칠 작정이었다.

‘이번엔 어디 가서 숨어 있는 게 좋을까? 백마 언니들은 좀 질리고······ 쭉쭉빵빵한 남미국으로 갈까?’

강범훈은 어느새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어, 짐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도련님. 빨리 타십시오.”

“어.”

밖으로 나가보니, 어느새 자신의 집 전용 기사가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후, 좃같애~”

“그러게 이번엔 또 왜 그러셨습니까?”

“아, 그게 말이야. 이번엔 진짜 내가 너무 억울하다고.”

“휴······.”

강범훈은 정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에게 항변했다.

“이준혁인가 뭔가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소란스러울 일도 없었는데 아오 진짜···.”

“······.”

“차수연 고년도 나한테 완전 하트 뿅뿅했었다니까.”

“차··· 뭐요?”

“왜? 아는 년이야?”

기사는 차수연이란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덧붙였다.

“차 씨라며 혹시 진성가 여식이 아닙니까?”

“뭐? 차수연이 진성그룹 회장의 딸이라도 된다는 거야?”

“······.”

강범훈 또한 얼른 놀라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차수연··· 차수연······.”

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보아도 차대훈 회장과 차수연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았다.

“그냥 성만 같은 모양인데? 연예인도 차 씨 많잖아. 차진표, 차수혁 등등······.”

진성가에서 알려진 자식들은 회장의 장남인 차동준과 차녀인 차은지였다.

차수연은 회장의 알려지지 않은 자녀들 중 하나였다.

“그래도 일반 서민 가정의 여식이라도 함부로 건들고 다니다간 큰일납니다.”

“아 씨발, 한 번만 하게 해주면 내가 진짜 잘해줄 수 있었는데···. 쩝, 아쉽다. 진짜 예쁘게 생겼었는데.”

“······.”

기사는 강범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하곤, 그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어차피 쟤네 아버지가 알아서 무마해주겠지.’

항상 그래왔다.

강범훈이 사고를 쳐서 언론이 벌떼같이 난리가 나면, 회장인 강태완이 나서서 얼른 돈으로 뒷수습하곤 했다.

그래서 강범훈은 지금껏 전과 하나 없이 깨끗했고, 그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데.

위이이잉ㅡ!

쏙!

“응?”

기사는 자신의 귓구녕으로 갑자기 벌레 한 마리가 기어들어 와서 깜짝 놀랐다.

‘아, 젠장. 하필 운전 중일 때······.’

귀라도 후비고 싶은데, 지금은 8차선 도로라 함부로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김 기사. 왜 그래?”

“귀에 벌레가 한 마리 들어간 거 같습니다.”

“그럼 빼내면 될 거 아니야?”

“그게 좀 깊게 들어가서요.”

김 기사의 말에 강범훈이 배를 잡으며 낄낄거렸다.

“그럼 귓속에 벌레 하나 키우면 되겠네. 사료로 귓밥만큼 맛있는 게 또 없거든.”

“······.”

김 기사는 강범훈의 농담 때문에 기분이 더러웠으나, 내색하지 않고 계속 운전을 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응······?’

근데, 벌레가 들어가고 얼마 후.

‘갑자기 몸이 왜 이러지?’

마치 다른 사람 몸에 들어온 것마냥, 손과 발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였다.

‘말도 안 나와······.’

게다가 입의 통제권까지 잃어버렸는지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부우웅ㅡ!

“······.”

결국 김 기사는 벌레가 시키는 대로, 본래 목적지였던 논현동 소래포구역으로 가던 도중, 차를 돌려세웠다.

“후후······.”

강범훈은 그것도 모르고 한창 SNS질에 열중이었다.

-나 씨발, 이번 일 때문에 해외로 잠수 타러 간다. 동지들이여, 잘 있거라.

찰칵.

그리곤 V자 셀카와 함께 린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자.

댓글

-힝 ㅠㅠ 오빠, 해외 나가서도 나 잊으면 안되! 알쮜?

-형님! 그거 때문에 진짜 해외로 가시는 거에요? 에이, 후배 하나한테 스킨쉽 좀 했다고 너무 빼액 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사람 여럿 보내네···.

-형님 혹시 술 취해서 개미 건드린 거 아니져? 제가 걔네들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 했지 않습니까?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지. 앞으론 못 먹는 감 찔러도 보지 마십시오.

-오빠, 돌아오면 말해. 내가 함 해줄게. 앞으론 이상한 년들 건드리지 말고.

“크크크······.”

강범훈은 ‘역시 나를 이해해주는 건 내 사람들밖에 없다.’라고 생각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놔, 진짜 이번엔 몇 달 정도 잠수 타고 오면 좋을까······?’

저번에 기내에서 난동부린 사건도 한 4달 정도 지나야 겨우 여론이 수그러들었다.

한데, 이번엔 저번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5달도 안 돼서 여론이 더더욱 안 좋았다.

‘어차피 내가 해외로 튀면 지들이 뭐 어쩔 건데?’

강범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었다. 어차피 이렇게 사는 인생, 조금 더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아무도 나를 건들 수 없다.’

강범훈은 그런 알 수 없는 근자감에 빠진 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김 기사.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아직 항구에 도착하려면 멀었어?”

“······.”

“김 기사?”

하지만, 아무리 김 기사를 불러도 그는 대답이 없었다.

“내 말 쌩까는 거야? 뭐야?”

“아가리 닥쳐라.”

“뭐, 뭐?”

끼이이익ㅡ!

“으아아악ㅡ!”

김 기사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돌리자, 안전벨트도 안 하고 있던 강범훈이 차 문에 부딪혔다.

“이게 대체 뭐하는······.”

“내려 새끼야.”

“······.”

김 기사는 흉흉한 눈빛으로 머리가 까치 집이 된 강범훈을 노려보았다.

털컥!

“여··· 여긴······.”

결국 슬금슬금 김 기사의 눈치를 보며 차에서 내린 강범훈.

그는 도착한 곳의 광경을 보며 눈을 치떴다.

“여긴 도대체 어디야!!!!!!”

그곳은 강범훈이 처음 와보는 외딴 숲이었다.

“강범후니. 반갑다.”

“어··· 너··· 너는······!?”

저벅저벅.

그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강범훈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이··· 이준혁.”

“그래, 이번에 한국대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 이준혁이다. 일단 내가 선배님을 위해 준비한 서비스가 있거든. 신입생 환영식 때 환영해줘서 고맙고, 이건 내 답례다.”

“뭐. 무뭐뭐뭐!”

퍼억!

“으악!”

순간이동으로 공간을 접고서 ‘날아’온 이준혁의 주먹이 곧바로 강범훈의 배떼지로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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