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60화 (160/272)

# 160

76.입학

띵동! 띵동!

두두두두!

쾅쾅쾅!

“아빠빠ㅡ!”

아리네 집 초인종을 누르니, 후다닥 현관으로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실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끼익!

“실프!”

“빠빠ㅡ!”

아리가 현관문을 열어주자, 실프가 폴짝 뛰어서 내 품에 안겼다.

“실프, 잘 있었어?”

“응. 아빠. 보고 싶었어.”

나는 사랑스러운 실프의 볼에 얼굴을 부비부비하며 아리네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잘 만나고 오셨어요?”

아리는 현관문을 닫고 뒤따라 들어오며 그렇게 물었다.

“네. 가서 맛있는 점심도 얻어먹고 왔습니다.”

“점심 먹으면서 아버지가 무슨 이야기 안 하던가요?”

“들어가서 얘기해줄게요.”

나는 실프를 안아 들고 식탁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실프는 내 무릎 맡에 앉아서 머리를 기댄 채 나를 계속 올려다보았다.

“실프, 오늘 엄마랑 뭐했어?”

“무튜브 봤어.”

“무튜브······.”

무튜브는 구블이 서비스하는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중 하나였다.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각 기호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플랫폼이지.’

이제 소비자들의 개인 선호도를 점쟁이처럼 사람이 때려 맞추는 게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해 각 개인별로 인공지능이 정보를 취합해서 정리해줬다.

‘예전 같으면 인간이 일일이 수동으로 하던 것을, 이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분류하는 거지.’

물론 완벽히 사람처럼 하는 건 아니어도, 각 키워드 별로 구분해도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는 게 얼추 가능해진다.

가령 ‘힙합’을 좋아하고, 그러한 영상을 주로 찾아보는 사람에겐 ‘힙합’관련 키워드가 입력된 영상들을 대거 메인에 노출해줬다.

‘실프는 과연 어떤 영상들을 볼까?’

나는 실프가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잠시 빼앗아서 실프가 자주 보는 무튜브 어플을 실행했다.

‘음···.’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포로로, 헬로토이, 브라보 키즈······.’

무튜브에서 어린애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들이 메인에 많이 떠 있었다.

‘나도 나중에 마튜브로 실프가 좋아할 만한 영상들을 많이 제작하게 해야겠다.’

마튜브는 이번에 미스릴 노트S와 함께 공개될 MOS에 기본 장착될 동영상 어플 중 하나였다.

‘마튜브에서도 수익구조를 다양화해서 크리에이터들이 더 많이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는 솔직히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내가 구현하고 싶은 신기술들을 마음껏 구현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돈은 이미 평생 써도 모자랄 만큼 벌었다.

그러니, 이제는 돈 욕심보단 세상에 좀 더 이로운 기술들을 개발해서 세상이 좀 더 다양하게 바뀌었으면 했다.

‘어찌됐든 내 이상을 실현하려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리는 물론이고 유진광, 박태진, 석창익, 그리고 찬규와 마왕들, 마탑 식구들까지.

그들의 조력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짜잔~! 준혁 씨와 실프가 좋아하는~~~”

“나면!”

실프가 먼저 젓가락을 집어 들고는 식탁을 탁탁 치며 라면을 보챘다.

“실프! 식사 시간에 떠들면 안 되지.”

“엄마 빨리 죠~~!”

“어허. 주세요, 해야지.”

“주세요······.”

아리는 실프의 얌전한 모습에 만족했던지, 싱긋 웃으며 그릇에 라면을 나눠주었다.

“호~ 호~”

실프는 거기다 물을 붓더니 라면을 희석에서 후루룩 삼켰다.

“음냠냠~”

나는 그런 실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천천히 먹어.”

“응······.”

실프는 건성건성 대답하며, 열심히 라면에 집중했다.

“아까 아버지하고 무슨 얘기 했어요?”

아리는 내게도 라면을 나눠주며 그렇게 물었다.

“음, 글쎄요. 워낙 다양한 얘기를 해서······.”

“그럼 처음부터 말해 봐요.”

나는 처음 최종환 대통령을 만나··· 아리와 인연을 맺게된 얘기는 생략하고 바로 북한 얘기로 넘어갔다.

아리는 북한 얘기가 나오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아참, 북한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직 지켜보는 중이에요.”

“에이, 정은이 혼내주고 온다 했으면서.”

“······.”

아리는 그렇게 내게 농담을 던지며 배시시 웃었다.

그랬지.

아리의 말대로 포부도 당당하게 북한으로 넘어갔으나···.

괜한 객기로 뻘짓을 하는 바람에 조금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온 건 아니니까···.’

일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내가 모두 제거했다. 현재 북한이 가진 무기는 녹슨 장사정포와 구닥다리 총기뿐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한국의 육군 60만 명이 넘어가서 점령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무리는 결국 내가 해야겠지.’

그런 유혈사태가 터지기 전에, 일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현재 계속해서 정보를 모아나가고 있었다.

‘북한 수뇌부들이 감춰놓은 검은 자금도 모두 회수하고, 서울을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중국으로 돌려버려야지.’

이젠 한민족끼리 무기를 겨눌 게 아니라, 우리의 진정한 적에게 무기를 겨눠야 할 때였다.

“올해 안에 북한 문제는 마무리 짓기로 했어요. 대통령님께도 그렇게 말했고요.”

“정말요?”

아리는 내 말에 반색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 또한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아버지가 재당선되기를 바라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마탑전자 얘기도 좀 했고요.”

“마탑전자······.”

마탑전자.

앞으로 진성그룹의 진성전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백 배, 천 배 더 큰 스케일로 마탑그룹을 캐리할 것이다.

‘쥬얼리·제약 때와는 전혀 다른 파급력이 전 세계를 휘몰아치겠지.’

쥬얼리를 안 차거나, 약을 안 먹는 사람은 있어도 전자제품 하나 안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일상생활에 필수품인 스마트폰은 더더욱.

‘모바일·데스크톱·OS 가릴 것 없이 모든 IT업계를 통폐합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지.’

홀로그램 시스템, 인공지능 시스템, 그리고 차세대 IoT를 활용한 새로운 전자기기 등등.

개발하고, 보급해야 될 시스템은 넘치도록 많았다.

오직 시간이 문제일 뿐.

“아참. 입학이 언제라고 했죠?”

“3월 2일입니다.”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네요.”

아리가 손으로 턱을 괴더니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열심히 준비해야죠.”

“그래야죠.”

사실 내게 더 이상 학벌은 의미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해야 되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가 학교에 가서 학문적으로 배워야 할 지식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캠퍼스 생활은 한번도 안 겪어봤으니까, 한번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뭐든지 경험해보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된다. 지금 당장은 별로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아빠, 아빠! 나도 학교 갈래!”

“응? 실프도 학교에 간다고?”

“응!”

실프는 내품에 안겨서 나를 올려다보며 씩씩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나는 아무 말 없이 아리를 쳐다보았고, 아리는 머쓱한 모습으로 뒤통수를 긁으며 변명하듯 말했다.

“아버지가 실프의 신분에 대해서는 알아서 해결해주시기로 했어요. 올해부터 유치원에 보내려고요.”

“유치원······.”

“아빠, 나 이제 이실프야. 이.실.프.”

“흐흐흐······.”

이제 실프가 정식으로 내 ‘성’을 따르고, 다른 아이들처럼 정상적인 테크트리를 타다니.

왠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실프, 이제 친구들도 사귀고 좋겠네?”

“응!”

실프의 씩씩한 대답에 아리와 나는 서로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사실 우리 둘 다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 그럼 우리는···.”

아리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더듬더듬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뭐요?”

“······.”

아마 혼인신고라도 하자는 말 같았다.

“그걸로 되겠어요?”

“······.”

급하다고, 덥석 혼인신고부터 하는 거보단, 이젠 정식 절차를 밟아서 결혼에 골인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다.

“아리 씨. 저랑 결혼해 줄 수 있나요?”

“네······?”

아리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혔다.

“엄마, 왜 울어?”

“안 울어. 실프야.”

“아빠가 엄마 울렸어!”

아리는 갑자기 휴지를 뽑아 들고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물을 훔쳤다.

‘내가 너무 늦게 말했나······?’

아리가 갑자기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짠했다.

‘그동안 아리가 나에게 많은 시그널을 보냈는데, 내가 멍청하게 전부 외면했지······.’

사실 고백할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내가 너무 쑥맥이고 이런데 경험이 없다 보니, 그동안 너무 아리를 기다리게 했던 거 같다.

‘이렇게 실프가 생겨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고백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르지······.’

실프가 촉매제가 되어, 갑자기 결혼 고백까지 오고야 말았다.

‘아리와는 평생 비즈니스 관계로 갈 줄 알았는데.’

솔직히 진짜 그렇게 평생 갈 줄 알았다. 묘하게 썸을 타곤 있었지만, 왠지 계속 비즈니스 관계여도 재밌을 거 같다는··· 나만 재밌나?

“아리 씨. 저는 학교 갈 준비해야 되니까 이만 가볼게요. 실프도 잘 있어. 유치원 잘 가고.”

“응, 아빠. 아빠도 학교 잘 다녀.”

“그래, 흐흐. 역시 내 걱정해주는 건 딸래미밖에 없다.”

내가 외투를 챙겨입고 현관으로 나가자.

“준혁 씨. 학교 가서도 잘 하세요. 또 사고 치지 마시고요.”

어느새 아리가 뒤따라 나와서 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내가 무슨 애인가요? 사고나 치고 다니게.”

“아직 애죠. 그러니까 어른스럽게 잘 좀 해봐요.”

“알겠습니다.”

나는 양손을 뻗어 덥석 아리를 끌어안았다.

“······.”

아리는 내게 안겨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나는 그녀의 따뜻한 온기와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결혼식은 음··· 일단 당장은 너무 바쁘니까, 입학식 끝나고 생각해보죠. 혹시 원하는 날짜 있으면 말해줘요. 모든 준비는 유진광 씨한테 연락해서 준비해달라고 하면 돼요.”

“알았어요. 지금 당장은 그런 걱정은 말고, 학교생활이나 잘 하세요.”

“알겠습니다.”

쪽.

“······!?”

나는 아리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후다닥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쾅!

“흐흐흐······.”

내가 여자에게 고백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진짜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도 이제 결혼하는 건가?’

솔직히 10서클에 오른 후, 평생 동정 마법사로 곪다가 죽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아리와 인연이 닿아서 이렇게 프로포즈까지 해버렸다.

‘학교생활도 해야 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하고, 전자 제품도 만들어야 하고, 바쁘다 바빠.’

나는 앞으로 펼쳐질 정신없는 일정을 속으로 정리하며 집으로 이동했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한국대학교의 새 가족이 된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대학교 총장 장지훈입니다.

교내의 모든 직원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신입생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이 학문과 지성의 공간인 한국대학교 신입생이 된, 뜻깊은 날입니다.

한국대학교는 미래를 선도할 최고의 지성인들을 양성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교입니다.

여러분들이 걸어갈 한걸음, 한걸음이 바로 세계를 움직이는 큰 족적이 될 것이며, 역사가 될 것입니다.

한국대학교 전 교직원들은 우리 학교에 입학한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드넓은 관악-연건 캠퍼스에서 여러분의 높은 꿈을 크게 펼쳐 보기 바랍니다.

한국대학교는 졸업 후에도 여러분들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자 동반자로 늘 함께할 것입니다.

“하아암······.”

나는 학교 총장의 지루한 입학식사를 꿋꿋이 들으며, 34살 늦깎이 신입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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