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49화 (149/272)

# 149

70.실프 월드

쏴아아아악ㅡ!

“우와, 씐난다~!”

실프와 아리, 그리고 나는 각기 천사처럼 커다란 날개를 단 채, 펄럭거리며 구름 사이의 천공을 날아다녔다.

“아빠, 저기 물고기!”

“응. 저건 하늘고래야.”

뿌우우ㅡ!

하늘고래는 원래 데모스 행성에 존재하던, 하늘 위를 부유하던 포유류였다.

등치는 지구에 존재하는 흰수염고래보다 4배 더 큰 200m 크기였는데,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하늘 위를 부유했다.

‘마력과 동화된 자연계의 생명체들은 이렇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지.’

하늘 고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든 물고기 종류를 가리키는 ‘하늘치’중 하나였다.

하늘치는 내가 한글식으로 붙인 이름이고, 본래 데모스 언어로는 다른 이름이다.

‘아무튼 작게나마 데모스의 자연 경관을 고스란히 살려놓으니 보기엔 괜찮네.’

그냥 인공적으로 꾸며 놓은 놀이공원보다, 이게 백배 천배 더 자연스럽고 경이적이었다.

“준혁 씨, 이런 건 도대체 언제 만들어 놓으신 거예요?”

“북한에 있을 때 만들었다 했잖아요.”

아리는 현재 내가 등 뒤에 달아준 날개를 펄럭거리며, 물속을 헤엄치듯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녀의 날개는 큰 깃털이 뽀송뽀송 달려 있는 아주 예쁘고 큰 날개였다.

“그래서 늦게 왔구나!”

“······.”

아리가 새침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흘겨보자, 나는 잠시 먼 산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인력으로 이 정도를 구현하려면 아마 수천··· 아니, 수억 년을 걸려도 다 못 만들겠지.’

이건 ‘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위대한 자연 그 자체였다.

“다들 이쪽으로 와요!”

나는 아리와 실프를 이끌고 하늘 고래를 지나쳐 거대한 성체로 이동했다.

‘실프 월드’의 메인 스테이지인 ‘요정의 성’

이곳은 데모스 행성의 펠레노르 대륙에 있는 아르카첸성을 본따 만든 성이었다.

본래 성 내부엔 왕족과 귀족들을 위한 건축물과 다양한 중세시대 양식의 집들이 모여 있는 곳.

하지만, 지금은.

“꺄아아ㅡ!”

실프는 현재 한국의 ‘청룡열차’와 비스름한 핑크빛 ‘하늘 열차’에 탑승한 채 천공을 쏘다녔다.

“실프, 조심해!”

아리는 실프를 꼭 끌어안은 채, 두 눈을 꼭 감고 청룡열차를 탔다. 실제 놀이기구처럼 나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청룡열차를 운영했다.

“흐흐흐······.”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마력을 방출해 모녀의 혼을 쏙 빼놓은 다음, 새로운 스테이지로 이동했다.

“우와, 기차다!”

“이것도 설마 하늘 뭐시기인가요?”

“하늘 기차요.”

나는 기찻길도 없이, 허공을 운행하는 하늘 기차에 모녀를 밀어 넣고, 나도 함께 탔다.

“출발!”

“출바알!”

실프는 내 말을 따라 하며, 내 뒷목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방실방실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그런 실프를 향해 미리 준비한 간식을 실프의 입에 쏙, 밀어 넣어주었다.

“앙, 아빠. 이게 모야?”

“꿀땅콩.”

“음냠냠······.”

실프는 내가 입에 넣어준 꿀땅콩을 오물거리며 연신 ‘맛있다’라고 소리쳤다.

“놀이동산에다, 하늘 기차에다 진짜 여러 가지 준비하셨네요.”

“이 정도야 뭘······.”

나는 실프를 위해 이것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었다.

우리 세 가족은 그렇게 하루종일 실프를 위해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

“휴······.”

서울특별시 서초구에 위치한 진성 타운.

롯데월드타워, 서울국제금융센터 등등 서울시 마천루들과 나란히 거론되는 그곳의 최상층에서.

“제기랄······.”

진성그룹 회장 차대훈은 입술을 잘근잘근 짓씹으며 회장실 안을 서성거렸다.

“마탑······. 마탑······!”

그는 팔짱을 낀 손을 으스러지게 꽉 쥐며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놈들이 우리의 턱밑까지 추격해 온 셈인가···.’

차대훈이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일어났다.

‘피코급 공정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재 진성전자는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활용한 1나노 공정 로드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아직 2나노 기술도 완벽히 양산화시키지 못했는데 피코급이라니······.’

그것도 1피코가 아니라 3피코였다.

당장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죽어라 개발해도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마탑의 초극세사 미세공정이었다.

‘게다가 특허도 내지 않고 곧바로 제품 출시라니···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이던가?’

특허라도 냈으면 특허청에 심어놓은 공무원으로부터 먼저 기술 정보를 빼돌려서, 응용 가능한 주변 기기들을 무차별적으로 만들어서 진성이 먼저 특허를 내면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만들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만들어봐.

피코급 공정을 완비했다는 소문을 들은 기자들이 특종의 냄새를 맡고 찾아갔을 때, 유진광은 저렇게 대답했다.

만들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만들어 봐라.

베낄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마음껏 베껴봐라, 하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녀석들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잖아······.’

완제품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it업체들이 마탑의 피코급 반도체를 사 가기 위해 대기표를 끊고 줄을 서도 마탑은 문전박대했다.

-아직 상용화할 수 없는 기술이다.

하지만, 증권가에 나도는 ‘찌라시’에 의하면.

-이미 마탑 전자는 피코급 공정의 양산화까지 완료했고, 단일 반도체를 파는 계획에서 선회해 ‘완제품 시장’을 노린다.

는 찌라시가 나돌았다.

‘찌라시가 과연 사실일까?’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 생각했다.

‘스마트폰 하나 만드는 데도, 수백 가지 특허가 들어가는데 그러한 것들을 우리 진성의 특허를 빌리지 않고 스스로 개발해내겠다고?’

사소한 디자인 관련 특허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통신·회로 기술들은 단시간 내에 쌓을 수 있는 기술들이 아니었다.

진성전자도 70년 넘게 쌓아온 기술 노하우와, 대부분 일본에서 개런티를 주고 빌려오는 기술들이 합쳐져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완제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탑은 우리나 일본·중국의 특허를 일절 빌리지 않고 제품 개발과 생산을 하고 있지······.’

만약 특허에서 하나라도 걸린다면, 그 제품은 소송당해서 시중에 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자신감으로?

‘이번에는 제약 때와는 다를 것이다.’

제약은 무슨 방법인지는 몰라도, 신약을 영양제로 둔갑해서 잘 팔아먹었다.

성분과 내용물은 일반 영양제와 똑같이, 하지만 효과는 전혀 다르게.

‘거의 쓰나미··· 아니, 허리케인 수준으로 제약업계를 초토화시켰지.’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솔직히 믿을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어떤 꼼수를 부렸는지는 몰라도, 이번엔 쉽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제약은 생물의 특성상, 지금껏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물질이 갑자기 등장해 업계를 뒤집어 놓는 경우도 드문드문 있었다.

하지만, 전자분야는 이미 정형화된 공식과 특허들이 줄줄이 나와 있었고, 그것을 활용하지 않고 전자제품을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네놈도 내 앞에 무릎 꿇게 돼 있다. 이준혁······.’

차대훈은 바지 회장인 유진광 따윈 신경 쓰지도 않았다. 오롯이, 유진광의 뒤에서 실질적으로 마탑을 설계한 이준혁.

바로 그 청년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든 그 녀석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면 좋을 텐데······.’

차대훈은 최대한 이준혁과 정면으로 맞붙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녀석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지고 싶었다.

‘녀석이 앞으로 무엇을 내놓을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당장 피코급 반도체를 출시하지 않은 것만 해도, 진성은 약간의 시간을 벌었지만 호흡기를 붙이고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진짜 처음부터 완벽하게 완제품을 양산해서 공개할 예정이라면······.’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진성이나 윈텔에게서 반도체를 공급받는 맥플이나 다른 완제품 기기 회사들도 줄줄이 아사되고 만다.

‘경제 대공황이 올지도 모르지···.’

지금도 마탑이 직접 출시한 2개의 계열사가 그 분야의 포식자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한데, 이제 쥬얼리와 제약을 넘어 전자까지 넘본다면 이건 진성그룹의 생존을 위협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설마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차대훈은 화가 나면서도 두려웠다.

자신의 기우가 진짜 현실이 될까 봐. 불가능하다라는 걸 알고, 전문가들로부터도 절대 그렇게 될 수가 없다고 확답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미치도록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일단 이준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완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어떻게든 손을 써야 한다.’

이준혁을 만나서, 이쯤에서 손 털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도록 적절한 타협책을 찾아서 합의하거나.

그게 안 된다면.

‘전쟁을 할 수밖에 없겠지.’

만약 마탑이··· 아니, 이준혁이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버리기 전에 그런 기후를 미리 포착해서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차대훈은 협상 카드인 플랜1이 실패했을 시, 그룹의 생사를 건 전쟁인 플랜2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했다.

‘첫째로 마탑 제약을 견제하려 했던 안비제약은 무너졌고, 국회의원들도 마탑에게 개망신을 당한 채 한발 물러섰다. 현재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마탑 그룹을 제어할 세력은 아무도 없단 말인가?’

심지어 국내 최고의 전국구 조직 폭력배인 흑천회마저 마탑에 흡수당했다.

흑천회는 마약이나 유흥뿐만 아니라, 안비제약 등 양지의 사업에도 뒤에서 힘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차대훈이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한데, 흑천회의 회장인 장천수가 갈려 나가고, 웬 듣도 보도 못한 엔터 사장이 흑천회 회장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그것도 여자가.

‘경찰에서 심은 짜바리라지······.’

무슨 액션 영화도 아니고, 첩보로 잠입한 여경이 마탑의 힘을 빌어서 조직의 보스를 제거하고 자기가 보스 자리에 올랐다.

‘흑천회가 마탑과 분쟁을 시작하자마자, 단기간에 빠르게 제압되었다.’

하필이면, 흑천회가 부산의 마탑 건설 현장을 뒤집어엎는 바람에 시비가 발생했고, 어찌어찌 불이 크게 번지려다 갑자기 확, 하고 꺼져버렸다. 그 이후, 차대훈이 알고 있는 대로 조직이 전체적으로 물갈이 됐다.

‘흑천회를 그렇게 깔끔히 제압할 정도라면 일반 조폭들로는 안 되겠군······.’

폭력적인 힘을 빌려서 이준혁을 어떻게 재껴 보려는 계획은 깔끔히 접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시 한번 더 정치적 힘을 동원해볼까······?’

폭력적인 힘이 안 통한다면, 법의 힘으로라도 이준혁과 마탑 그룹을 옭아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탑 제약 때야 마탑의 영양제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어서 그랬다 쳐도, 이번엔 다르니까···.’

물론 우수한 전자제품 또한 사람들이 필요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자 산업 전분야를 초토화시킨다면?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테니까.’

당장 구미부터 시작해, 지방의 모든 공장들과 하청업체들이 도산하고 말 것이다.

‘마탑에 편입되지 못한 불만 세력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차대훈이 이용해야 될 사람들은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마탑이 점점 영향력을 넓혀갈수록 피해를 받는 사람은 소수의 재벌들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돌파구를 찾은 차대훈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사내 전화기를 들었다.

“지금 당장 미래전략실 사장 호출해.”

차대훈은 그룹의 비밀병기인 미래전략실을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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