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48화 (148/272)

# 148

69.아빠가 되다(3)

“전자는 그렇다 치고, 요즘 마탑 제약은 어때요?”

“네, 실장님. 실장님께서 만들어주신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들의 빅데이터를 쌓아서, 0.01%의 오류가 없이 진단하고 치료·처방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내가 만든 강인공지능을 전자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에까지 확대해서 적용시키고 있었다.

박태진은 강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변화된 의료 시스템 체계를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그동안 의사들마다 진단하는 병명도 다르고, 처방도 제각기 달라서 환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 쇼핑을 다녀야 했지 않습니까? 최선의 진단을 받으려고요.”

“그랬죠.”

“크흠, 뭐 아무튼 그래서······.”

박태진은 우리 아버지를 오진했던 흑역사가 생각났던지, 헛기침을 몇 번 터뜨리더니 설명을 이어나갔다.

“강인공지능 의사는 감정이나 편협한 사고로 진단을 내리는 게 아니라, 빅데이터를 통한 ‘팩트’만을 검토해서 환자 개개인에 알맞은 진단을 내리기 때문에 오류가 거의··· 아니, 전혀 없습니다.”

“팩트체킹을 잘한단 말이군요.”

“그렇죠.”

감정이 없다.

그 말은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의미심장한 용어였다.

‘누군가는 찬성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그러한 단어지. 감정이라는 것은.’

감정에 휘둘려서 오류를 내는 게 인간이라면, AI는 컴퓨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감정이 개입될 여지도 없고 말 그대로 계속 이성적인 판단만 하는 것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나중에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공지능에 대해 연구하고, 계속 만들어나가면서 내가 했던 고민이었다.

‘인간처럼 사고하고, 인간처럼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간을 닮게 될까? 아니면 계속 이성적인 판단만 내리려나?’

나도 아직 인공지능의 끝을 본 건 아니었다.

거의 99% 완벽히 인간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본 적도 있다.

그것은 내가 마탑에 도입하지 않고, 내 개인적인 순수한 호기심의 발로로 만들어본 것이었다.

‘인공지능도 결국 어떠한 환경이냐에 따라 180도 다르니까.’

나는 아주 악한 성향의 인공지능도 만들어봤고, 아주 선한 성향의 인공지능도 만들어봤다.

‘생물이냐 비생물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배워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면에선 사람과 인공지능이 거의 다를 게 없지.’

하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사고와 행동을 흉내 낼 뿐이고, 인간은 진짜 인간으로서 사고와 행동을 할 뿐이다.’

결국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하지만, 미래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통제 불능의 사고를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인간은 전혀 상상도 하지도 못했던 미지의 지식 등에 대해서 초지능이 알아내거나, 아니면 SF영화에서처럼 인간을 미개하다고 판단해 동물원의 우리 같은데 가둬 놓고 관람거리로 만드는 행위들.’

초지능은 정보의 보유량과 처리 속도, 학습·사고라는 인간만의 고유영역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인간 개개인의 지식 사이에 벌어진 모든 틈을 메울 수 있다 여겨지는 완전무결의 절대 인공지능이었다.

초지능은 사고판단은 사람처럼, 정보 처리 및 복잡한 수식은 컴퓨터처럼 계산하면서 지식을 인간의 뇌보다 더 빠르게 처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초지능은 신경세포가 아니라 실리콘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지지.’

실제로 생체의 신경세포가 처리 가능한 최고 속도는 200Hz.

오늘날 사용되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에 비하면 100만 배나 느린 수준이다.

만약 인간의 뇌가 지금보다 100만 배 더 빠르게 움직일 경우, 물리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1년 치 생각을 31초 만에 끝낼 수 있다. 8.5시간이면 1,000년이 훌쩍 지나간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면 이 세상에 퍼진 총체적 지식 전체를 단기간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마치 내가 마법으로 했던 것처럼 비슷하게 말이지.’

10서클의 마법이 워낙 사기적이어서 그렇지, 초지능 또한 내가 유도한 대로 발전한다면 나처럼 ‘신’의 권능을 부릴지도 몰랐다.

‘과학자들의 우려처럼, 인간이 통제 불능한 괴물을 만들어 내는 것보단 어느 정도 한계를 지어 놓고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목적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지구상에서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오직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보조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서 만드는 거니까.’

한국뿐만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구수가 자꾸만 감소해나가는 추세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무언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사실상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니까.’

인간의 일자리가 모두 사라진다고, 인간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인건비가 줄어들면 물가는 좀 더 싸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이 많이 줄어드는 셈이니까.’

그때가 도래하면, 인간은 ‘일’ 대신 다른 무언가를 해야 했다.

‘인간의 본래 태어나면서 지니고 있는, 원천적인 사고능력을 발전시켜야겠지.’

컴퓨터 프로그램은 절대 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이 지닌 상상하는 능력.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그러한 것들을 계속 교육하고 배워나가도록 발전시켜나가면 돼.’

현존하는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겠지만, 그 후에 새로운 일자리들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왔고,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인류도 그러한 것은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럼 앞으로 있을 프로모션과 계획 적용을 잘 하셔서 좋은 성과 있으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대략적인 마탑의 비전 회의를 끝내고 유진광과 박태진을 내보냈다.

‘앞으로 마탑 전자의 제품들에 대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일부 마탑 직속 병원에만 적용했던 인공지능 의사를 전 지점에 보급하는 걸로······.’

현존하는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고화질 홀로그램 터치 스크린과 매직IOT, 그리고 서울에 집중된 양질의 의료진을 강인공지능 의사로 대체해 전국적으로 보급하는 것.

이것이 마탑이 당장 해야 할 일들이었다.

‘초지능 같은 건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그 끝이 무엇인지 내가 이미 다 봐뒀으니까, 인류가 최악으로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지금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맞았다.

끼익.

“아-빠ㅡ!”

“실프!”

잠시 회의실에 앉아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회의실의 문이 빼꼼히 열리며, 인형 같이 작고 예쁜 소녀가 들어왔다.

“우리 귀염둥이!”

“히히!”

내가 앉아 있는 책상으로 펄쩍 뛰어오른 실프를 양팔로 받아서 안았다.

아리가 있을 때는 눈치를 보며 마법을 안 쓰는데, 나와 있을 때는 이렇게 바람 계열의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해서 실생활에 써먹고 있는 실프였다.

‘실프는 본래 자연계에 존재하는 요정이니까.’

지금은 인간의 외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프는 본래대로라면 태어나자마자 자유롭게 마법을 일상처럼 사용하며 살아가는 종족이었다.

“실프.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 많이 심심하지?”

“응. 나 놀이공원 가고 싶어!”

“놀이공원? 흐흐흐······.”

“아빠 왜 웃어?”

실프의 말에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럴 줄 알고 실프를 위해 아주 멋들어진 놀이동산을 만들어뒀지.’

그것도 일반 놀이동산이 아니었다.

‘판타지 놀이공원······.’

국내에 존재하는 놀이공원, 그리고 해외의 유명 놀이공원을 통틀어서 이러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었다.

나는 지구의 상공에 또 하나의 차원계를 열어서, 거기에 ‘창조’의 마법을 다시 한번 실현시켰다.

저번에 마탑 제약의 경쟁사인 안비 제약의 회장 마석호가 우리 공장을 불태웠을 때 처음 사용하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실프한테 아빠 역할 톡톡히 하려고 애썼지.’

나는 궁금한 표정을 짓는 실프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 엄마랑 아빠랑 실프랑 놀이공원 갈까?”

“정말?”

“그럼. 정말이지.”

“와아ㅡ! 신난다!!!”

실프는 내 무릎에서 쪼르르 내려와 회의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무래도 아리한테 당장 놀이공원에 가자고 조르러 가는 모양이었다.

“녀석, 그렇게나 좋을까.”

사실 북한에서 헛짓거리하느라, 실프에게 아빠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실프를 위해 많이 노력해야겠다.’

이제 돈도 많이 벌었고, 나를 위해 일해줄 사람들도 많이 모았다. 나는 이제 이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들에게 간단히 명령만 하면 모든 일 처리가 이루어지게끔 시스템을 구축했다.

“준혁 씨! 놀이공원이라니,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실프가 쪼르르 달려나가고, 얼마 후.

아리가 실프를 옆에 대롱대롱 매달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말 그대로예요. 실프가 놀이공원 가고 싶다네요.”

“음···. 그럼 어디 놀이공원으로 가나요? 랏데월드나 어린이공원? 아니면······.”

“그런 덴 너무 시시해서 별로죠. 그렇지 실프?”

“응!”

“······.”

실프는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OK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런 실프의 모습이 귀여워서 볼을 한번 쓰다듬어줬다.

“제가 북한에 가 있는 동안 실프를 위해 만든 놀이공원이 하나 있어요.”

“놀이공원을 새로 만들었다고요?”

아리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못 믿겠다는 듯이 뒷걸음질 쳤다.

“뭘 그렇게 놀라요? 내가 저번에 마법 쓰는 거 보여줬잖아요.”

“그··· 그치만······.”

“엄마, 나도 마법 쓸 줄 안다!”

실프는 자기도 자랑하고 싶었던지, 갑자기 윈드 마법으로 몸을 둥둥 띄우더니 하늘 위를 둥둥 떠다녔다.

“실프! 사람들 앞에선 마법 쓰면 안 된다고 했지?”

“흥~!”

실프는 아리를 향해 코방귀를 뀌며 내 뒤로 넘어와 쏙, 하고 숨어버렸다.

“아무튼 실프 데리고 놀이동산에 가요. 자, 내 손을 잡아요. 아리 씨.”

“순간이동으로 가는 거예요?”

“당연하죠. 아주 먼곳으로 이동하는 건데.”

“아······.”

아리는 그 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자, 그럼 출발!”

“출발!”

실프 또한 헤실헤실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은 채 팔을 오른팔을 휘두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

“우와~! 씐난다! 씐나ㅡ!”

내 품에 안긴 실프가 감탄성을 터뜨렸다.

“어때요? 멋지죠?”

“우와······. 여긴······.”

아리는 내 손을 잡고 허공을 부유하며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하늘을 날아보니 어때요?”

“좋아요. 근데 여긴 어디죠? 해외인가요?”

“해외. 풉···.”

“왜 웃어요?”

“고작 해외에 데려가려고 제가 그렇게 큰소리를 뻥뻥 쳤겠어요?”

우리 세 사람은 현재 지상의 푸른 초원과 천공에 거대한 건물이 떠다니는 ‘이세계’의 한복판에 둥둥 떠 있었다.

“이곳은 제가 창조한 공간이에요.”

“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음······.”

나는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실프 월드라고나 할까?”

“······!”

“꺄르륵!”

아리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고, 실프는 신이나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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