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38화 (138/272)

# 138

66.망명정부(2)

“수령님 아무리 찾아봐도 핵무기의 위치를 찾을 수 없습네다.”

“뭐 이 새끼야!?”

퍼억!

“으악!”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에 있는 당중앙위원회 청사.

일명 ‘노동당 본관’이라 불리는 그곳의 3층에서, 김정은은 수하의 보고에 곧바로 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없으면 장땡이야? 어떻게 해서든 찾아야 할 것 아니야? 그걸 지금 보고라고 올리나우?”

“수령님. 하지만······.”

퍼억!

“으윽!”

“하지만은 지랄. 네 모가지 달아나고 싶지 않으면 날래날래 찾아오라우! 아니면 당장 새로 만들어 오던가.”

김정은은 그렇게 씩씩거리며 명령한 후, 위원장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깊게 파묻었다.

‘제기랄······.’

핵이 사라진지 벌써 3주가 지났다. 그동안 비밀리에 군사들을 동원해서 풍계리 지역을 샅샅이 훑었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정말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핵무기와 그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앗아간 것 같았다.

거기에 들어갔던 물적, 인적 자원 등을 다 합산하면 수십조 원이 넘어가는데, 그러한 것들이 싸그리 몽땅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건 분명 수뇌부 중 누군가가 개입한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핵무기들이 사라질 리가 없어······.’

북한은 그동안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총 8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게다가 7번째 핵실험 때는 수소폭탄 핵실험에 성공하여, 어마무시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 셈이나 마차가지였다.

하지만.

‘할아버지 때부터 이루어놓은 업적이 몽땅 사라져버리다니······.’

뿐만 아니라, 핵을 포함한 대량 살상무기들이 모조리 삭제되었다.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등등이 깡그리 제거되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어떤 놈이······.’

보위성의 간부들을 모조리 풀어, 인민무력부와 총참모부, 총 정치국의 간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 중이었지만, 아직 특별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다들 평소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가고 그런 것들밖에는 없었다.

조사를 하면서, 간부진들의 비리가 대거 발각되긴 했지만 그건 김정은도 그동안 알면서 눈감고 넘어갔던 사안들이었다.

만약 그런 것까지 일일이 파헤치기 시작하면, 수뇌부들이 김정은에 대해 강력히 반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어···.’

북한을 지탱하는 중심축이었던 대량 살상무기들이 깡그리 사라졌다. 남아 있는 거라곤 노후화된 소총들과 화포, 전차들뿐이었다.

기름이 없어서 몇 년째 방치된 채 제대로 굴러가지도 못한 무기들. 전투기들은 띄울 때마다 추락해서, 아예 간부진들이 전투 설명회 때 모형 비행기를 들고 전투상황을 설명하는 병크를 터뜨려서 전 세계적으로 개망신을 사기도 했었다.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가 사라진 건, 북한이 끼고 있던 산소호흡기를 사실상 떼어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든 찾아내야 돼. 아니면 만들어내기라도 해야지.’

하지만 그 생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나 마찬가지였다. 80년 넘게 인민들을 속여오고, 억압하면서 만든 고난도 기술의 무기들을 어찌 처음부터 다시 생산하고 만들어낸다?

그렇게 되면 인민들뿐만 아니라 로동당 수뇌부들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었다.

‘어떻게 한담······?’

그래서 김정은은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잠시나마 현재 상황이 인민들에게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입단속하고, 다시 인민들을 쥐어 짜내 무기를 만들어 내느냐?

아니면 잃어버린 무기들에 대한 미련을 모조리 버리고 미국과 남한과의 협상을 이끌어 내 개방의 길로 가느냐?

두 가지 갈림길밖엔 없었다.

하지만.

‘개방은 절대 안 돼······.’

지금도 억지로 남조선에 대한 정보를 꽉꽉 틀어막고, 악의 축으로 몰아가면서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그것이 거짓이었다고 인민들에게 시인한다?

‘만약 그렇게 하는 순간 나는 죽창에 온몸이 꿰뚫려서 평양 광장에 모가지가 잘린 채 전시되겠지······.’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김정은은 지금 자신의 체계를 죽을 때까지 유지하고 싶었다.

지금껏 혼자서만 너무 많은 것들을 누려와서, 그러한 것들이 너무 익숙해진 상태였다.

남들이 자신을 떠받들어주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루라도 견딜 수가 없으며, 자신이 취하고 싶은 여자를 취하지 못으면 머릿속에서 천불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잡아서 고문하고 싶으면 고문해야 했고, 죽이고 싶으면 다 죽여야 했다. 늘 그렇게 살아왔고 그것이 바로 자신의 방식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안 그럼 내가 살아남을 수 없어.’

그리고 그건 자신의 밑에서 보좌하고 있는 수뇌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자신의 뒤에 숨어서 많은 악행을 저질러왔던 조선로동당 수뇌부들.

그리고, 각 기관의 간부들과 피라미드식으로 내려오는 많은 조직원들.

그들 하나하나가 지금껏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다.

인민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서면, 자신만 죽는 게 아니라 그들 또한 같은 신세가 될 게 분명했다.

‘통일 후 친일파들이 청산되었을 때처럼 말이지······.’

나라를 팔아넘겼던 매국 8신(臣)들. 그리고 개중에서 가장 많은 욕을 처먹었던, 그래서 죽어서까지 부관참시를 당한 이완용처럼.

자신의 밑에서 개처럼 일하며, 인민들을 억압했던 북한 수뇌부들은 결국 자신과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인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나에게는 아직 많은 하수인들이 있다. 그들을 이용하면 핵무기가 없어도 이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일단 남한과 잘 지내면서 최대한 뜯어낼 수 있는 건 뜯어내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나중에 버리면 그만이었다.

언제나 그래왔고, 동족애를 통해 구걸하면 늘 남한은 자신들을 도와줬다.

“어이, 보좌관. 지금 당장 당 간부들을 모조리 소집하라. 긴급회의다.”

“예, 수령님. 지금 바로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김정은에게 얻어맞고 땅바닥에 엎어져 있던 보좌관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며 볼을 비비적거리다가 밖으로 빠져나갔다.

*

김정은에 의해 개최된 제15기 당 최고인민회의.

그곳엔 백여 명이 넘는 조선로동당 수뇌부들과 인민무력부, 그리고 총 참모부들의 간부들이 전부 모였다.

북한의 예산·결산을 심의 의결, 내각 등 주요 기관 선출, 법안 및 당면 의제 심의 확정 등이 주요 기능을 하는 최고인민회의.

각 지방에 행정단위별로 퍼진 지방인민회의를 대표하는, 말 그대로 북한을 움직이는 거인들이 모조리 모인 회의였다.

당 의장인 최태복의 훈화 말씀과 함께 시작된 회의는, 김정은이 단상에 오른 후부터 고조되어서 본격적인 북한의 비전이 얘기되었다.

“앞으로 북한은 반도의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 자립성을 가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을 이 자리에서 천명하는 바입니다!”

“와아ㅡ!”

“수령님 만세!”

“김정은 동지 만세!”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말은 대략 이러했다.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장마당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재개되던 시간을, 제한 없이 상시로 거래할 수 있도록 시간제한을 철폐했다.

그리고, 현재 단절되어 있는 남북한과의 교류도 대폭 확대해 올해 안엔 북한에 100개 이상의 남한 회사의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선포했다.

좀 과장된 수치이긴 했지만, 원래 늘 그래왔기 때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도 아주 미비한 교류만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숨통이 꽉 막혀있었다.

게다가 트럼프는 계속해서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서, 다른 나라에 무기를 파는 것도 많이 제한되어 있었다.

외화벌이로 나가 있는 북한 인민들은 툭하면 서로 손잡고 남한으로 튀어버리니 그것도 벌이가 시원찮았다.

‘이왕 무기가 사라져버린 김에, 아예 통 크게 제한을 풀어버리자. 대신 그렇게 쓸어 담은 돈을 가지고 다시 무기를 만들어내서 인민들을 압박하면 된다.’

김정은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규제를 풀어 인민들의 민심을 사면서 동시에 돈을 쓸어 담을 구상을 엄청나게 쏟아내었다.

‘돈이 되는 건 뭐든지 문어발식으로 다 뻗어 나가 본다.’

일단 북한 내에서 귀족층을 형성하고 있는 평양시의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전국에 퍼진 돈주(거상)들과 연합해 경제협력체를 구성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돈주들에게 거래 제한이라던지, 교역 같은 부문을 풀어주면 많은 세금을 뜯어낼 수 있을 거야······.’

일단 대량살상무기가 사라진 후에도, 북한엔 120만이나 되는 군사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은 아직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김정일의 다른 자식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인정받지도 못했으며 친엄마가 누군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해외 대학도 졸업하며, 언젠가는 북한을 경영할 야심을 품었었다.

김정일이 급작스러운 뇌출혈로 후계자 자리를 정해야 할 때, 뜬금없이 자신이 뽑힌 것도 다 그러한 철저한 준비성에 기인한 바라고 봐도 무방했다.

*

“최근 수령님의 연초 변화 의지를 감지해서인지, 백두산 천지에서 성스러운 영물이 출현했다는 소식이 파다합니다.”

“그래요?”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가 끝이 나고, 당 수뇌부들과 가지는 만찬 자리에서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예, 수령님. 백두산의 천지가 바다처럼 넓고 깊은 호수가 있지 않습니까? 옛날에도 거기에 무슨 물이무기(네스)가 출현했다는 소문은 자자했는데, 그 당시엔 헛소문이었으나 지금은 다릅니다.”

“뭐 어떻게요?”

김정은은 나이프로 소고기 스테이크를 썰며 그렇게 반문했다.

“흐릿한 사진이나 영상이 아니라, 어느 외국 관광객이 찍힌 고화질 카메라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괴생명체가 나타나서 전 세계가 난리입니다.”

“그래요? 나중에 저도 좀 봅시다.”

“제가 만찬 이후에 영상을 담아서 수령님 집무실로 가져가겠습니다.”

“흠, 알겠습니다.”

김정은은 신성한 동물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 그의 머릿속엔, 어떻게 해야 다시 대량살상무기들을 재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방금 전 당 간부가 말한 그런 가십거리에 대해선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당 간부들을 샅샅이 수색하긴 했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단 말이지······.’

김정은은 현재 매의 눈으로 당 간부들의 표정을 살피며 의심스러운 정황을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하하호호 즐겁게 밥을 먹고 있었다.

“예전에 찍혔던 물이무기 만큼이나 커다란 이무기랍니다. 이건 수령님의 새해 의지 표명을 지지하기 위해 하늘님께서 신령스러운 영물을 지상에 내려주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그런 영물이 진짜 나타난 거라면, 정말 이 나라의 앞날에 큰 홍복이 아닐 수 없소. 당장 선전선동부에 연락해서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라고 해야 하겠소.”

“암, 그렇고 말고요. 수령님의 치세에 힘을 실어주는데 그만한 홍보 효과도 없을 겁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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