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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32화 (132/272)

# 132

65.흑천회

쐐애애애액ㅡ!

촤악!

“끄아아아악ㅡ!”

철푸덕, 철퍽.

“씨발, 뭐야?!”

“이게, 대체······.”

장천수를 위시한 흑천파, 그리고 중국에서 넘어온 삼합회 중간보스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

“흐흐흐흐······.”

마약을 거래하던 도중, 저 멀리서 조직원들이 쳐둔 인의 장벽으로 음산한 웃음와 함께 누군가가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촤아아악ㅡ!

“갸아악ㅡ!”

철푸덕.

조폭들이 우르르 몰려가 쇠파이프를 들고 항거해보았으나.

쩌저저저정ㅡ!

깡그랑ㅡ!

무기 째로 몸이 두 동강 나며 사지가 찢겨서 방파제 사이로 날아갔다.

“대체 저 무기는 뭐야?”

“칼인가? 손에 칼날이 뭐 저렇게 많이 달렸··· 크아악!”

양손에 크로우를 착용한 채 나타난 흑색 복면의 사내.

조폭들은 그를 공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흐흐흐······.”

그의 입에선 대답 대신 음산한 비웃음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첸니르의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곁에 있던 대여섯 명의 인간들이 무참히 썰려 나갔다.

특별한 이능 없이, 순수 근력의 힘만으로 찢어발긴 쾌거였다.

‘마스터의 말대로 그냥 육신의 힘만으로도 이런 조무래기는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겠군.’

첸니르는 이곳으로 올 때, 일부러 가룬바에게 싸움에 끼어들지 말 것을 지시했다.

‘저번에 팔성파 놈들을 깨부술 때는 가룬바 때문에 너무 싱거웠지······.’

패러사이트니 뭐니······.

확실히 효율 좋은 마법이긴 한데, 공격 일변도를 지향하는 첸니르의 성격과는 잘 안 맞았다.

그저 육신이 지닌 원초적인 공격법으로 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게 바로 첸니르의 전투 방식이었다.

차후에 가룬바가 뒤처리 형식으로 나서는 거라면 몰라도, 지금만큼은 혼자 이렇게 날뛰는 게 훨씬 더 좋았다.

“어이, 너희들.”

첸니르는 순식간에 40여 명의 조폭들을 모조리 썰어버리고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이리로 와라.”

그 말과 동시에 진서윤과 이승재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그러자 첸니르의 손가락에 달린 크로우의 긴 칼날이 ‘치리링’ 소리를 내며 맞부딪혔다.

“···저 말입니까?”

첸니르의 명령에 이승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곧바로 걸어왔고, 진서윤은 잠시 당황한 얼굴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래, 너 말이다.”

“······.”

진서윤은 잠시 멍청한 얼굴로 검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키다가, 다시 주변을 휙휙 돌아보며 동의를 구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

“···.”

장천수 외 흑천회 세력들은 당연히 썩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고, 삼합회 녀석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삼합회 놈들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해외 비즈니스 전용 조직원들이었기 때문에, 첸니르가 한 한국말을 모두 알아들었다.

저벅저벅······.

진서윤은 마치 슬라임이 기어가는 듯한 걸음걸이로 찔끔찔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첸니르에게로 다가갔다.

“빨리빨리 와라.”

“넹? 아, 네넵!”

타다닥!

첸니르의 짜증스런 재촉에 진서윤은 깜짝 놀라서 후다닥 뛰어와서 첸니르의 뒤편에 섰다.

“······?”

진서윤인 첸니르가 왜 자신을 살려주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승재야 미리 복속시켜서 부하로 둔다 쳐도, 나는 도대체 왜······?’

그녀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적당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굳이 찾는다면···.

‘아까 배에서 구운 오징어와 맥주 한 캔을 준 것 때문에······?’

약간 억지스럽긴 했지만, 웬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먹이에 약한 법이니까.

‘음······. 일이 어떻게 돌아가든 일단 사는 게 중요하니까. 조금만 더 지켜보자.’

진서윤은 약간 몸을 웅크린 채 첸니르의 뒤편에 숨어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아마 이 조직을 장악하려고 온 마탑의 능력자인지도 몰라······.’

진서윤은 이미 이준혁이 일반 사람이 아닌, 마법사라는 전제 하에 모든 전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준혁이 보낸 자라면 보통 인간은 아닐 것이 확실했다.

‘공격 계열이라면 마나 블레이드나 오러 블레이드 같은 것도 쓸 줄 아려나······?’

40명이 넘는 조폭들을 혼자서 썰어 버린 것에서 이미 이 상황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진서윤은 어느새 MMORPG에서 봤던 게임 속 캐릭터를 보는 느낌으로 첸니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그의 매력에 잔뜩 빠져든 상태였다. 그가 만약 자신을 지켜준다면, 솔직히 무엇을 요구해도 다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처억.

인질이 될뻔했던 두 사람을 무사히 구출해낸 첸니르.

그는 진서윤의 신변안전까지 확보되자마자,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거기 멈춰!”

철컥, 철컥.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꿈쩍했다간, 배떼지에 바람구멍 난다.”

총기를 든 장천수의 부하들과 삼합회 조직원들이 서 있었다.

각기 권총 한 자루씩 들고서 첸니르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야이, 씨발새끼야!”

탕, 탕, 타당탕탕탕!

개중에 장천수의 막내 아들인 장혁락이 그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첸니르를 향해 총알 세례를 수차례 퍼붓고 말았다.

팅팅팅팅팅ㅡ!

“흐흐흐······.”

딸칵, 딸칵!

“헉!!!”

침까지 질질 흘리며 첸니르를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붓던 장형락. 그는 방아쇠를 당겨도 더이상 총알이 나가지 않자, 당황해서 총구를 눈앞으로 들이대 살펴보다가 다시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저벅, 저벅.

총알 세례를 가볍게 막아낸 첸니르.

그는 걸음을 옮겨 곧바로 녀석들에게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오지마, 이 개새끼야!”

“꺼지라고!”

“어이, 방쯔! 멈추라고 했다!”

타당탕탕탕탕탕!

팅팅팅팅팅팅!

첸니르는 오러(Aura)까지 갈 필요도 없이, 마나(Mana)의 힘만으로 배리어(Barrier)를 형성해 총알을 모조리 튕겨내고 있었다.

아까 전에 조폭들을 썰어버릴 때도, 무자비한 공격에 비해 옷에 피 한 방울 안 튄 것도 전부 다 마나 배리어 덕분이었다.

겉에 투명한 막이 우산처럼 첸니르의 주변을 보호하고 있어서 웬만한 화력이 아니고서야 그의 털끝 하나 건들 수가 없었다.

철컥, 철컥.

“이런 씨바알ㅡ!”

“제엔장ㅡ!”

총알을 모두 소비한 조폭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애초에 총알 한 방에 모두 죽는 판인데, 걸리적거리게 예비 총알까지 다 들고 다니는 조폭들은 아무도 없었다.

“······.”

가오라도 잡는지, 간이 의자에 앉아 느른히 기대어 있던 장천수가 노곤한 눈빛으로 첸니르를 올려다보았다.

첸니르의 발걸음이 자신에게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데도, 장천수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네놈이 장천수냐?”

“···그렇다.”

첸니르는 굳이 도망치는 녀석들을 쫓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쫓지 않아도 뒤처리할 녀석이 남아 있었으니까.

“크아아아악ㅡ!”

“케에에에엑ㅡ!”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던 흑천회·삼합회의 조폭들.

“끄아아악! 살려줘! 살려달라고 제발!!!”

“귀에 뭔가가 들어갔어! 제발 좀 뺴줘!!!”

그들은 허공에서 가룬바가 살포하는 패러사이트의 공격에 무방비의 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철퍽, 철퍽.

“이제야 좀 조용해졌나······.”

가룬바는 아까 전 섬으로 이동하기 전, 첸니르와 함께 편의점에서 산 담배 한 개를 입에 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마법에 있어서 가룬바는 이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다. 게다가 흑마법으로 치자면 5손가락 안엔 무조건 들었다.

그런 가룬바 앞에서 조폭들이 도망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마찬가지였다.

“일어나라.”

첸니르가 썰어버린 녀석들 중에서, 그나마 많이 살아남은 간부진들. 솔직히 밑바닥 따까리들이야 언제 물갈이 돼도 상관없는 부속품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마왕들 입장에서도 이런 윗대가리들만 지배해도 이번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게다가······.

‘삼합회······. 삼합회라······.’

첸니르와 함께 전 세계 조폭 영화를 두루 섭렵했던 가룬바였다. 그래서 한국의 조직 폭력배들뿐만 아니라, 일본·중국·유럽·러시아 등의 조폭들까지 세세하게 꿰고 있는 가룬바였다.

‘나중에 이 녀석들을 써먹을 날이 올 수도 있으려나······?’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가룬바는 피식, 미소를 터뜨다. 지구로 돌아와서 첸니르나 마탑 그룹 사람 외에는 그동안 별로 엮일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하수인으로 부리는 게, ‘형님, 형님’하며 따라다니는 치타 대부 석창익 정도였다.

석창익은 뒤에서 밀어주는 유진광의 힘을 받아서 어느새 50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은 두목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룬바는 첸니르와 함께 그 녀석들을 심부름꾼으로 유용하게 써먹고 있었다.

‘이렇게 추가 신입이 생겨나면, 석창익 그놈도 좋아라 하려나······.’

후······.

가룬바는 입에 머금은 담배 연기를 후, 하고 내뱉으며 그런 잡스런 생각을 했다.

밑에선 장천수와 대면한 첸니르가 무기마저 벗어던진 채, 미친 듯이 장천수를 줘패고 있었다.

퍽, 퍽, 퍼억ㅡ!

“크아아아악ㅡ!”

장천수는 부둣가에 갖다 놓은 간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영화 대부의 ‘돈 꼴리오네’처럼 가오를 잡다가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처맞듯이 첸니르에게 얻어터지고 있었다.

“제발··· 살려.······ 크아아악ㅡ······”

“······.”

퍽, 퍽, 퍼억, 퍽!

첸니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의 뎀프시롤 급의 무차별적인 주먹세례를 퍼부으며 거의 장천수의 아가리를 뭉개버리고 있었다. 이미 장천수가 손을 들어 가드를 해봤으나, 들어 올린 팔과 손이 그대로 박살내며 죽통에 바로바로 꽂히고 있었다.

거의 가드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파워였다. 마나를 전혀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먹이 워낙 단단해서 그런지 그냥 때려도 쇠몽둥이로 후려치는 것보다 더 무자비하고 강력했다.

“끄어어어억ㅡ!”

몸이 기우뚱하며, 쓰러지려는 장천수.

촤악ㅡ!

하지만 그런 장천수의 멱살을 잡아채서, 그대로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아 넣는 첸니르.

꽂아 넣은 주먹으로 인해 장천수의 턱주가리는 그대로 어긋나서 완전히 180도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오픈바이트처럼 입을 닫지 못하고, 침만 질질 흘린 채 시체처럼 축 늘어진 장천수의 턱주가리로 첸니르의 주먹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거의 샌드백··· 아니, 펀칭 기계에 얻어맞는 것처럼 끝도 없는 공격이었다.

“하······.”

“후······.”

그런 첸니르의 뒤에는 끔찍스러운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는 진서윤과 이승재가 있었다.

‘나는 정말 이쪽으로 붙길 잘했다.’

‘그땐 몇 대 얻어맞고 바로 부하로 들어갔는데, 장천수 저놈은 너무 개겼나······. 얄짤 없이 맨주먹만으로 저승행이겠는데?’

정말 때리는 강도만 보면, 첸니르가 장천수를 살려둘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이, 가룬바. 위에서 보고 있으면 이놈에게 힐 한방만 넣어줘라.”

첸니르가 주먹을 거두고 목을 좌우로 꺾더니, 허공을 향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알았다.”

위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약간 거무스름한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피떡으로 바닥에 엎어진 장천수에게로 쏟아졌다.

치리리링ㅡ!

이준혁이 쓰는 변형 리커버리의 하위 단계로, 거의 목숨만 붙여 놓는··· 사실상 치료는 거의 하지 않는 무자비한 치료마법이었다.

마법의 이름은 바로 ‘살려만 드릴께’였다. 이준혁이 가룬바의 마법을 보고 직접 붙여준 이름이었다.

“후······.”

잠시 주먹세례를 멈춘 첸니르가 장천수의 회복을 기다리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여서 연기를 내뱉은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한 대만 더 피고 2차전 시작하자.”

“······!”

“······?”

“···.”

치료 받는 장천수뿐만 아니라, 진서윤·이승재 또한 황당하고 질린다는 표정으로 첸니르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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