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12화 (112/272)

# 112

57.실프(Sylph)

“흐흐흐······.”

아파트에서 막 밖으로 빠져 나온 아리가, 주차장으로 이동할 때.

아파트의 외곽지대에서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훑는 남자가 있었다.

조동철.

그는 바로 흑천회 회장 장천수가 신임하는 행동대장 중 하나였다.

본래 논두렁 조폭 출신인 조동철은 과거 동네에서 촌놈들 상대로 자그마한 하우스를 운영했다.

본래 경상도 울진군 태생으로, 그곳에서 싸움꾼으로 유명했던 조동철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학교 통 노릇을 하며 부산, 대구, 인천 등의 학교 통들과 싸워 전국구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조직 운이 없어서, 싸움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다가 다시 고향에 정착했다.

그 후, 시골 무지렁이들의 푼돈이나 야금야금 우연히 빨아먹다가 자신의 깡다구를 알아보고 접근한 거물급 조폭에게 스카웃 되었다.

-너 흑천회라고 들어봤지?

그는 바로 흑천회의 간부였다.

본래 전국구에서 끝발 날리던 팔성파, 21세기파, 강은이파 등은 2015년대 이후로 ‘흑천회’라는 조직으로 통폐합되었다.

조폭 세계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흑천회의 두목 장천수는 불가사의한 힘으로 전국구 조직들을 힘으로 찍어누르며 전국구 보스로 떠올랐다.

옛날 야인의 시대로 치면, 전국구 오야붕 우미관 김두환에 버금가는 위세였다.

그렇게 국내 모든 조직을 통폐합한 장천수는 기존의 퇴물들을 물갈이해버리고, 싸움 잘하고 실력 있는 신입들을 등용해 거대한 조폭 카르텔의 요직에 앉혀버렸다.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 등 5도에 새롭게 흡수한 조직을 흑천회의 지부로 두고, 조직을 전국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한 끝에 모든 조폭 조직은 장천수의 명령 하나에 죽고 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조폭계에서 장천수란, 미국 대통령보다 더 위대하고 우러러보는 인물이었다.

장천수가 다스리는 흑천회 밑에서 온갖 더럽고 추잡한 짓을 도맡아서 해온 논두렁 조폭 출신 조동철.

그는 무거운 입과 잔인하고 깔끔한 손속으로 순식간에 흑천회 내부에서 루키로 떠올랐다.

그렇게 여러 간부들의 신임을 받던 중, 우연히 흑천회 회장의 생일잔치에서 장천수의 눈에 띄어 신임을 받게 되었다.

‘저년만 잘 납치해서 회장님께 갖다 바치면 이참에 나도 인생 피는 거다.’

이번 일만 잘 성공하면 장천수가 서울 강남의 나이트 운영권 하나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무려 일 수입만 수억 원 대의 매출.

흑천회 회장이 직접한 약속이니, 조직 내에서 아무도 반기를 들지 못할 것이다.

‘원래 이준혁인가 뭐시기를 납치하려 하다가 실패했다지?’

그 녀석과 그 집안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에 의해 다가가기가 어려워 매번 납치 임무에 실패했다고 들었다.

적의를 가지고 접근하면 몸에 힘이 빠져서 조직원들이 쓰러져버리고, 억지로 다가가도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나 뭐라나.

‘다 실패해놓고 쪽팔리니까 개소리하는 거지······’

조동철은 이준혁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과장된 정보를 믿지 않았다.

아무튼 결국, 이준혁에 대한 납치를 실패한 흑천회는 그 다음 타겟으로 이준혁과 주변인인 아리를 노리기로 결정했다.

다행히도 감시당하는 걸 싫어하는 대통령 자녀들이 경호원도 없이 배짱 좋게 혼자 싸돌아다녔다.

남동생은 사실상 별로 쓸모가 없고, 여자가 중요하다고 장천수로부터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받았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데려오라고 했다. 두목의 눈빛에서도 그년을 탐내는 듯한 탐욕이 느껴졌다.

‘흐흐흐 정말 맛있게 생겼군······.’

서울 강남의 수십억대 매출을 올리는 나이트 경영권도 탐나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가장 탐나는 건 저 여자였다.

‘두목에게 넘기기 전에 내가 먼저 재미를 보고 싶단 말이지······.’

금발의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머릿결에, 상의는 흰색 셔츠, 하의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화사한 청치마를 입은 여자.

통자 몸매인 다른 한국 여자들과는 이질적으로 다른, 터질듯한 골반윤곽을 청치마가 간신히 감싸 안고 있었다. 가슴도 최하 C컵 이상. 꽉 움켜쥐면 한손에 다 안 잡힐 만큼의 풍만함이 시야에 확연히 들어왔다.

‘스읍, 진짜 군침이 흐르는군···.’

왠지 몸에서 샴푸 냄새 같은 좋은 향기가 날 것 같은 뽀얀 피부. 코를 갖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 순간 황홀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가가 돌발적으로 덮치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그가 살면서 가장 희열을 느낄 때였다.

그런 욕망을 느끼며 조동철은 품속에 집어넣은 사시미를 꽉 움켜쥐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등 뒤로 다가가 사시미로 위협하면, 저 멀리 대기하고 있던 트럭이 이곳을 다가올 것이다.

잠깐 붙잡고만 있어도 금방 트럭이 쏜살같이 달려올 것이고, 그러면 곧바로 트럭 안으로 이 여자를 밀어 넣은 후에 그 다음엔 흐흐흐···. 광란의 파티의 시작이었다.

그 생각으로 인해 조동철의 아랫도리가 불끈해졌다. 아리에 대한 성욕과 돈에 대한 탐욕이 동시에 일렁거렸다.

‘저깄군······.’

조동철은 시야로 납치할 트럭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 칼로 위협하거나, 아니면 두 번째 방법은 일단 먼저 가까이 다가가 저 여자를 퍽치기를 한 후, 여자를 당황하게 하고 자신은 순박한 시골 청년처럼 길을 묻는 척 어리버리를 타다가 길 안내를 부탁하며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봉고차에 태우고 아지트가 있는 곳으로 내빼버리면 미션 성공이었다.

저벅저벅.

그 생각에 조동철은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최대한 아리의 뒤편으로 밀착했다. 화사한 청치마의 겉면으로 드러난 그녀의 히프라인이 씰룩거리며 치마 면에서 달싹거렸다. 그것을 보는 조동철에게 강렬한 음심을 불러일으켰다.

퍼억!

“꺄악ㅡ!”

아리는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밀치자 바닥에 손을 짚으며 엎어져 버렸다.

“괜찮으세유~?”

조동철은 첫 번째 작전보다 두 번째 작전이 더 재밌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네에······. 괜찮아요······.”

“저기, 손 까진 것 같은데 이리 줘봐유. 내가 침발라 줄 테니께.”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아리는 얼른 씩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제 갈 길을 가려고 했다.

“저기유, 근데 동호대교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돼유??”

“저기 저쪽으로 가시다 우측으로 꺾으시면 돼요.”

“잘 모르겠는디······.”

“서울 처음 올라오시는 거예요?”

“예······.”

아리는 잠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곧 쾌할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사거리까지 데려다드릴게요. 이리로 따라오세요.”

아리는 100미터만 걸으면 동호대교로 직진하는 길을 알려줄 수 있었기 때문에 잠시 시간을 내기로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동철은 연신 아리의 뒤태를 음흉하게 훔쳐보았다.

아까 부딪혔을 때부터 맡았던 좋은 향기가 코끝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미칠 듯이 방망이 치는 성욕이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것 같았다.

조동철은 어서 빨리 아리의 옷을 발기발기 찢어발기고 그녀를 마구 탐하고 싶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걸었을까.

동호대교가 보이는 사거리 쪽으로 거의 다 이동했다. 조동철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사시미를 빼내든 채 아리에게 뒤편으로 훌쩍 다가갔다.

“쉿, 아가리 꿈떡하지 마라. 배떼지에 사시미 들어간다.”

“왜··· 왜 이러세요···.”

“어허, 가만히 있어.”

조동철은 인적이 드문 사각지대에서 아리를 몰아붙이고, 그녀의 몸 뒤에 바짝 밀착했다. 이제는 아리의 가느다란 호흡과 함께 그녀의 목덜미에 난 무색의 솜털 하나하나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스읍······.”

조동철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흘리며, 아리의 몸을 벽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꺄악~!”

아리는 몸이 밀려지는 느낌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쨍그랑!

그때, 아리가 왼손에 차고 있던 핑크 다이아 반지에서 기묘한 소리가 터져 나오며, 분홍빛 기류가 흘러나왔다.

“흐흐흐, 가만있어 이년아······!”

조동철은 아리를 덮치고 싶은 욕구에 흥분해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부우우웅ㅡ!

저 멀리서 조동철과 합작한 조폭들이 트럭을 몰고 빠르게 다가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윈드 커터(Wind Cuttur)!

촤아아악ㅡ!

“크아아악ㅡ! 손··· 손이 왜 이래???”

아리의 몸에 손을 대려던 조동철. 그는 아리의 몸을 채 만져보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허한 느낌에 손을 잡아 빼내었다.

“내 손······ 내 손이······!”

치맛단 사이로 집어넣었던 그의 오른손이 푸딩처럼 매끈한 단면으로 잘려져 있었다.

후크 선장의 팔처럼 손목만 남은 그의 팔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크아아아악ㅡ!”

-이히히히히!

조동철이 오른 손목을 붙잡고 바닥을 뒹굴고 있을 때, 아리의 귓가로 소녀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아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뒷걸음 치고 있을 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깍두기들이 봉고차에서 연달아 내리기 시작했다.

“씨발 이게 뭐야?”

“네년이 이런 거냐?”

조폭들은 아리가 칼로 조동철의 손목을 잘라버린 거라 착각하고, 제각기 품속에서 연장들을 꺼냈다.

작은 쇠곤봉이나 사시미 등이 그들의 손에 들린 채 흉험한 빛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윈드 애로우(Wind Arrow)!

쏴아아아악ㅡ!

푸욱, 푸욱, 푹푹푹푹!

“끄아아아악ㅡ!”

“커어어억!”

.

.

.

연장을 챙겨 들었던 5명의 조폭이 가슴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뒤로 자빠졌다.

아리의 몸 앞에서 무언가 바람의 파동이 생겨난 직후, 일어난 기적적인 일이었다.

-히히히힛!!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아리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려 나오는 기묘한 목소리에 놀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누군가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준 게 분명하다. 이제 마법사라는 존재도 알았으니, 이런 일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놀랍지 않은 건 아니었다.

-Φλξεζψωбёй~!

“뭐?!”

아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짠~!”

“어머!”

허리까지 내려온 금발의 미소녀가 아리 앞에 ‘번쩍’하며 나타났다.

키는 130CM정도 되어 보이는 꼬맹이는 하얀색 원피스에 이마엔 귀여운 팬던트를 달고 있었다.

양 손목엔 금색의 고리가 서너 개씩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꼬맹아?”

“응!”

아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작고 귀엽게 생겼다. 그리고 금발.

“설마, 네가 날 구해준 거니?”

“응. 엄마!”

“엄마!?”

“서··· 설마······!”

“엄마아ㅡ!”

아리는 자신에게 달려와 와락 안기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라고······?”

“엄마!”

“······.”

아리는 보면 볼수록 자신과 똑같이 생긴 금발의 정령을 내려다보며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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