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109화 (109/272)

# 109

56.새로운 파도

이준혁이 친 결계에 의해 외부와 격리된 청진 정치범 수용소.

한번 수감되면 죽을 때까지 출소할 수 없는 종신수용소.

그곳에 갇혔던 사람들이 새로운 힘을 각성하여 일어났다.

그들은 새로운 혁명군주 리한봉의 깃발 아래에서 각자 특별한 힘을 개화하며 새 정부의 일원으로 속속 편입되었다.

군주(King) 리한봉(기사)

성녀 김누리(버퍼힐러)

책사 김한빛(마법사)

여성회 회장 김순옥(마법사)

킬러 최한구(어쌔신)

명사수 함총별(궁수)

돌격대장 배선군(탱커)

언데드킹 한옹구(흑마법사)

폭탄왕 김폭탄(주술사)

죽편자 법광(스님)

채찍달인 김영광(마부)

쇠도리깨 곽칠산(농부)

쇠몽치 우지홍(청년회)

.

.

.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리한봉의 깃발 아래로 모였다. 이준혁이 쳐놓은 결계로 인해, 사람들은 청진 수용소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탈출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합니다.“

”그건 아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걸까······?“

리한봉의 선언에, 책사 김한빛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용소 내부가 깔끔히 정리되고, 얼마 후.

청진 수용소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생존자들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집니다.

-지금부터 매일 일정한 시각마다 몬스터가 소환됩니다. 힘을 합쳐서 몬스터를 처치하고, 코인을 모으세요.

-획득한 코인은 스텟 성장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으로부터 새로운 지령이 떨어졌다.

당장 청진 수용소를 박차고 나가, 북한을 쓸어버리려고 했던 인민들은 어리둥절해 할 수밖에 없었다.

-몬스터를 잡아서 코인을 모읍시다! 그래야 우리가 북한 수뇌부에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이건 신이 우리에게 안배한 과정입니다!

리한봉은 어느새 [선동]스킬을 얻게 되어, 사람들 앞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해 혼란한 정국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리한봉의 말을 따랐다.

-키이이익?

수용소에 처음 나타난 몬스터는 고블린 떼였다.

북한 사람들이 태어나고, 난생 처음 보는 기괴한 외형의 괴물들이었다.

심지어 인민들은 영화에서조차 저런 몬스터를 본 적이 없었다.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는 북한 내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키기기긱!

150cm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외형에 오른손엔 굵직한 철퇴나, 박도 등을 든 흉측한 얼굴의 괴물들.

녀석들은 인민들을 보자,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생각했던지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무기를 꼬나 들고 다가왔다.

허술하지만 가죽 갑옷 곳곳에 엉성하게 철을 덧댄 보호구와 방패도 들었다.

마치 원시인을 연상케하는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막무가내 전투에 특화된 몬스터였다.

”모두 무기를 드세요! 우리가 전력을 다하면 충분히 제압 가능한 숫자입니다!“

리한봉은 100마리 남짓 되어보이는 고블린 무리를 쳐다본 후, 인민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그리고.

”이야아아압!“

칼을 꼬나쥐고 먼저 선봉으로 나섰다.

”우··· 우리도 싸웁시다!“

”나도 간다!“

”괴수들을 죽이고 코인을 획득하자!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리한봉이 용기 있게 돌격하자,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튀어나갔다.

대부분 농민이나 하청공업에 종사했던 노동자 무리들.

그들은 평소 자신들이 자주 활용하는 도구들을 들고 전장에 나섰다.

농부들은 농기구, 공장 노동자들은 쇠파이프나 망치 등을 꼬나쥐고 몬스터를 내리쳤다.

-농사 짓는 신이 당신을 후원합니다.

-아직 대학 못간 공고의 신이 당신의 전투 센스를 응원합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엔, 그들을 응원하는 각종 응원 메시지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모두 배후성을 가장한 이준혁의 노력이었다. 귀찮을 법도 하건만, 이준혁은 열심히 새로운 이름을 짜고 사람들 각 개성에 맞는 특성을 개화시켜줬다.

가령 쇠도리깨를 잘 사용하는 자들에겐 [멸살의 참격]이나 [광폭의 일격]같은 간단한 필살 스킬도 개화해줬다.

인민들은 자신의 힘과 마력을 사용해서 강력한 스킬을 퍼부을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스킬에 얻어맞은 몬스터들이 사지가 뜯겨나가고, 팔다리가 부러져 죽어갔다.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와아아아아ㅡ!“

”우리가 이겼다!“

”혁명 전사들이 해냈다!“

”우린 더 강해질 수 있다!!!“

사람들은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희열에 들떠 무기를 치켜들곤 힘차게 외쳐댔다.

전투 전중후로 성녀 김누리의 지휘 아래 힐러들이 부상자들을 바로바로 치유했다.

그리고 마법사 집단인 ‘우물’의 대장 김한빛이 캐스팅을 지휘해 몬스터들의 적진에 강력한 마법 세례를 퍼부었다.

[임무를 완료하였습니다.]

[임무 완료 보상이 주어집니다.]

[공동 보상 : ‘초단위로 쑥쑥 자라는 옥수수 씨앗’ , ‘나도 이밥좀 먹자 벼’ , ‘보리밥 먹고 방구 뽕뽕 보리씨앗’ ‘비타민이 필요해 과일 셋트 나무씨앗’ , ‘깨끗한 갱남 스타일 옷’이 보상을 주어집니다.]

”뭐야, 저게?“

”이름이 너무 이상한데?“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 뜬 홀로그램 창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이번에 보상으로 나온 씨앗들을 땅에 심어보겠습니다.“

리한봉은 공동 보상으로 나온 신비한 씨앗을 땅에 한 알, 한 알씩 소중히 심기 시작했다.

그러자.

투두두두두둑!

푹푹!

심은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씨앗이 땅을 뚫고 솟아올라 거대한 작물을 형성했다.

‘비타민이 필요해 종합 과일 나무 씨앗’은 사람보다 더 큰 나무 형태로 금세 자라났다.

”우와, 쌀이다!“

”벼가 엄청 많이 자랐어. 근데 왜 이렇게 빨리 자라지?“

”아 몰라, 일단 배부르게 먹으면 됐지.“

”과일이다, 과일! 엄청 신선한 과일이야!“

인민들은 갑자기 쏟아진 곡식 풍년에 놀라, 열심히 벼와 보리, 옥수수를 수확했다.

그동안 하루 200g밖에 배급되지 않는 썩은 강냉이만 먹었던 수용소 사람들.

너무 배가 고파, 지저분한 화장실의 쥐를 잡아먹거나 풀밭에 널린 기생충이 가득한 벌레들을 주워 먹었다.

농장에서 노역했던 인민들은 돼지우리 돈사의 사료를 훔쳐먹으면서 연명했었지만, 이제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제 맛있고 영양가 넘치는 곡식 알갱이들을 풍성이 수확할 수 있었다.

곡식들뿐만 아니라, 탱글탱글한 사과와 배, 자두, 바나나, 오렌지, 딸기, 키위, 포도, 파인애플 등이 과일들이 한 개의 나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라났다.

”과일과 베어낸 곡식단을 모두 저장고로 옮기세요! 탈곡기가 그곳에 있습니다.“

리한봉은 전투 지휘뿐 아니라, 식품 분배도 시의적절하게 지휘하며 창고에 식량을 비축해나갔다.

전투 후, 가장 시급한 게 바로 식량 문제였는데 전투 승리 보상으로 그것이 말끔히 해결되어버렸다.

게다가, 바닥 지하수에서 쏟아져나온 지하 암반수가 사람들의 첫 승리를 축복하듯 솟아올랐다.

식량과 물, 그리고 옷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지옥을 연상케 만들었던 청진 수용소는 이제 의식주가 부족해지지 않을 만큼 곳간이 풍성하고, 사람들의 인심과 행복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결계 때문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이곳은 이제 사람들이 그리던 ‘유토피아’, 즉 이상의 세계가 되었다.

”나 이번에 15코인이나 얻었다!“

”난 27코인인데?“

”왕은 이번에 90코인 넘게 벌었다더라. 완전 넘사벽인데!?“

각성과 함께 남한에 유통되는 언어와 유행어들이 북한 인민들의 뇌리에도 습득되었다.

그래서 인민들은 남한 동지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체계를 구성해나갔다.

가끔 북한 사투리도 간간히 튀어나갔지만, 세련되고 재밌는 남한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이상한 괴물들과 싸우는 게 처음엔 꺼림칙했는데, 이런 보상이라면 매일매일 싸우고 싶어!“

”나도, 나도!“

인민들은 자신의 능력이 매일매일 갱신되고, 치열한 승리 후 맛보는 쾌감과 함께 엄청난 보상에 도취되었다.

진정한 공평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리한봉의 체계 질서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둬갔다.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닌, 얼마만큼 성과를 냈고 노력했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천차만별의 결과를 손에 쥐었다.

예전처럼, 누가 먼저 나서서 알아서 해주길 바라던 수동적인 자세에서 자신이 직접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성과를 쟁취하는 능동적인 자세로 바뀐 것이다.

*

”리한봉이 생각외로 더 잘해주고 있군······.“

정말 의외였다.

어느 정도 강단 있는 성격인 줄은 알았지만, 16살 소년이 쉰 살이 넘은 어른들까지 케어하며 작은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남한으로 치면, 고작 중학교 3학년이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해 어른들을 이끄는 모양새였다.

”아직 강력한 일인 독재보단, 다 같이 화합해나가는 쪽으로 방향이 진행되는 거 같은데······.“

리한봉은 코인에 욕심을 내지 않고, 사람들과 공평하게 나눴다. 자유민주주의처럼, 본인이 노력한 만큼 거두게 규칙과 법규를 지정했다.

코인 욕심을 내서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강제로 코인을 뺏으면 그 사람은 사형이었다.

좀 과격하긴 하지만, 어쩌면 저게 북한에 맞는 방식일지도 몰랐다. 사람들은 그런 리한봉의 결단을 당연하게 여겼다.

‘일단 급한 대로 밸붕급 식량 공급을 하긴 했는데··· 괜찮겠지?’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식량 문제를 해결해줬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식욕이 가장 강하고, 또 늘 보상에 목말라 있었다.

보상은 고래······ 아니, 인민들도 춤추게 만드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보상을 미끼로 사람들의 의욕과 힘을 이끌어 낸 사례는 많았다.

저 옛날 한비자도 그랬고, 나도 이계에서 그런 방식을 사용하는 많은 군주들을 봐왔었다.

‘[초단위로 쑥쑥 자라는 옥수수 씨앗] , [나도 이밥좀 먹자 벼] , [보리밥 먹고 방구 뽕뽕 보리씨앗] , [비타민이 필요해 과일 셋트 나무씨앗] 큭큭큭······. 내가 생각해도 작명센스 하나는 죽인다······.’

북한 사람들은 아직 내 스타일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지만, 곧 내 작명 센스가 최고라고 다들 찬양할 게 분명했다. 나는 거의 주입식 교육처럼, 내 작명 센스를 일관적으로 밀고나갔다.

평범하게 짓는 건 무언가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어차피, 내가 그들에게 무한정 지원해주는 입장인데, 무어라 이름을 짓든 누가 뭐라하겠는가?

‘농사 짓는 신’과 ‘아직 대학 못간 공고 신’의 성좌 이름도 모두 내가 즉석에서 만든 작명들이었다.

‘아리가 알면 배를 잡고 웃을 지도 모르지······.’

나는 아리에게 해줄 이야기가 풍성하게 늘어나는 거 같아서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 북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면, 며칠을 이야기해도 소잿거리가 마르지 않을 거 같았다.

‘이렇게 차근차근 북한을 마도 공화국으로 바꿔 나가는 거지······.’

마치 동남아 사람들이 아날로그 -> 컴퓨터 -> 스마트폰 식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아날로그 -> 스마트폰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처럼.

나도 북한 인민들을 아날로그에서 곧바로 마도공학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세계 경쟁력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을 거야······.’

앞으로 북한에서 신비한 일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초단위로 쑥쑥 자라는 옥수수 씨앗] , [나도 이밥좀 먹자 벼] , [보리밥 먹고 방구 뽕뽕 보리씨앗] , [비타민이 필요해 과일 셋트 나무씨앗]은 시작일 뿐이었다.

아직 내 상상력은 메마르지 않았다. 만들 것도, 새로 생각해낼 것도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