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
53.북한의 도발(3)
-2022년 12월 17일 오후 2시 30분 경, 북한이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의 백령도를 향해 포격을 가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쟁이 난 걸까요?”
운전을 하던 이지연이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글쎄요······.”
나는 바람의 잔상을 읽어내, 백령도에서 일어났던 포격 사건을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북한에서 선제공격을 한 건가······.’
과거 경제신문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관련 기사도 많이 읽었다.
북한은 건국 이래, 6.25이전부터 38도선 부근에 걸쳐 빈번하게 국지전을 걸어왔다.
특히 조선인민군은 대한민국 관할 하에 있던 옹진반도, 개성, 의정부, 춘천 그리고 강릉 등의 접경지역을 주로 공격했는데, 6.25이전 소규모 국지전을 통해 적들에게 앞으로 있을 큰 전쟁을 위장했다.
김일성은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본격적인 남침을 48번이나 건의했고, 스탈린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매번 거절했다.
결국, 미군이 철수한 시점에 김일성은 스탈린의 남침 승인을 받아내고 소련과 중화인민공화국의 군사적 지원을 등에 업고 1950년 6월 25일 대한민국에 대대적인 기습 남침을 감행했다.
‘게다가 휴전협정 이후에도 끊임없이 남한에 도발을 걸어왔지······.’
강릉 무장공비 사건부터 시작해, 제 1-2차 연평해전, 수차례 핵실험, 천안함 도발, 목함 지뢰, 연평도 포격까지······.
‘아주 가지가지 하는구먼······.’
북한은 자국 내에 경제적인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샌드백처럼 한국을 줘팼다.
그럼 한국은 제대로 반격하지도 못하고, 그저 반격하는 시늉만 하며 국민들 눈치만 봤다.
‘전쟁이 전면으로 확산되는 건 아무도 원치 않으니까.’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만약, 진짜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한국의 수도인 서울부터가 바로 쑥대밭이 된다.
그럼 6·25 때처럼, 전쟁이 벌어진다면 50년······ 아니, 그 이상이 걸려도 나라를 다시 복구할 수 있을까 말까였다.
‘예전엔 그저 총이나 대포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북한은 이제 그런 재래식 무기(대량살상무기가 아닌 무기)가 아닌, 오랜 시간 방사능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끼치는 핵무기와 지구에 살포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생화학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화가 나도, 진짜로 북한과 전면전을 펼치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현재 군 당국은 K-9을 다시 이동시켜, 첫 피격이 있은 지 13분 후인 14시 47분경부터 대응 포격을 시작해서, 북측의 무도 포진지쪽에 50발, 개머리 포진지쪽에 30발 총 80여발을 발사하였다는 속보입니다.
나와 이지연은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멍하니 DMB 화면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나야 당장이라도 텔레포트해서 김정은의 모가지를 따버리고 싶었지만, 일단 이지연을 먼저 퇴근시켜야 할 것 같았다.
“지연 씨.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세요. 그리고 당분간 제가 부를 때까지는 어디 고향이나 좋은 곳으로 휴가나 가 있으세요.”
“네? 갑자기 그게 무슨······. 혹시 전쟁이 날까 봐 그러신 건가요?”
“뭐 그런 것도 있고, 지금껏 지연 씨가 휴가도 한번 없이 열심히 일만 했잖아요. 이참에 겸사겸사 전쟁을 핑계로 며칠 쉬다 오면 좋잖아요?”
“흠······.”
이지연은 굳이 거절하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사실, 전쟁으로까지 확산되지 않는다는 건 전국민이 모두 알고 있다.
사실상 한국의 국군이 북한의 군사력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고, 비록 큰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전쟁을 벌이면 손해를 보는 건 북한이었다.
우린,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입는다면 북한은 그냥 나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김정은도 그걸 바라고 도발을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돈 몇 푼 뜯어내려고, 쌀 달라고 저러는 것이다.
“후······.”
나는 이지연을 퇴근시킨 후, 조용히 사무실로 복귀했다.
타닥탁탁탁!
사무실에 들어서자, 모니터에 열중하며 열심히 타이핑 중인 박찬규가 보였다.
“찬규야, 오늘 글 좀 썼냐?”
“어? 이준혁! 이제 출근이냐?”
“나 대학 면접 보고 왔잖아.”
“아하~”
찬규는 오른손 검지로 안경을 쓰윽, 올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녀석의 표정을 보아하니, 전쟁이 터진 줄은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는 거 같았다.
“오늘 몇 편 썼냐?”
“나? 2편 정도 썼어. 이제 한 편만 더 쓰면 돼.”
“어디까지 썼는데? 나도 좀 보자.”
“아, 부끄러운데······.”
나는 찬규의 자리를 빼앗아 앉고, 찬규가 쓴 소설을 읽어나갔다.
-준혁은 어제 친구들에게 페톡 씹힌 것을 단단히 복수하며, ‘너 어젠 내가 페톡 보낼 때는 개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왜 아는 척이냐? 내가 마탑 그룹에서 일한다니까 갑자기 친해지고 싶냐?’라며 사이다를 시전했다.
“야, 이거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잖아.”
“어. 원래 글이라는 게 다 그 사람이 겪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거야. 그냥 막 영감이 떠올라서 써지는 게 아니라.”
“아, 이거 너무 오글거리는 거 같은데.”
“너만 그래, 너만. 다들 사이다라고 좋아하는데 뭘.”
“그런가······?”
나는 찬규가 쓴 글의 조회수를 살펴보았다.
유료조회수
-732
-720
-723
“야, 무슨 조회수가 뒤에 게 더 높냐?”
“어, 하루 3편씩 올리니까 사람들이 퐁당퐁당으로 건너뛰어서 보더라. 그래도 3편씩 올리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연독률 방어도 되고 좋아.”
“이게 방어된 거냐?”
“······한 편씩 올렸으면 진작에 십따리로 떨어졌어.”
“그렇군.”
왠지 찬규를 위해 글 잘 쓰게 만드는 아이템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대급 대문호의 글쓰기 스킬을 흡수하는 반지? 아니면 최근 핫한 유료베스트 작가들의 필력을 흡수하는 목걸이?’
만들어 내려면 못 만들 것도 없어 보였다.
“찬규야, 너 그 소식 아직 못 들었지?”
“무슨 소식?”
“북한이 이번에 또 도발했잖아.”
“뭐? 정말???”
나는 찬규에게 몇십 분 전 북한이 서해에 있는 우리 섬을 포격했다고 상세히 알려줬다.
나는 아직 미필이었지만, 찬규는 그래도 군대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아주 분개했다.
“내가 사실 관심병사로 전역하긴 했지만, 그래도 북한 녀석들 때문에 얼마나 많이 고생을 했는데. 녀석들 때문에 맨날 진돗개 발령되고 밤에 잠도 못 자고 계속 근무서고. 어휴······.”
“그랬냐? 난 군대를 안 가봐서 잘 모르겠네.”
“그래. 나 일병 때 천안함 사건 터져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 휴가 다 취소되고, 계속 밤샘 근무에 쓰잘데기없는 훈련도 엄청 많이 했지.”
“음······.”
찬규 얘기를 들인 왠지 군대에 가기 싫어졌다. 나 아직 중졸인데 빨리 국방부에 전화해서 면제시켜달라고 해야 하나?
90년생이라 안 되나?
“아무튼 찬규야. 나 당분간 일이 생겨서 회사에 출근 못 할 수도 있어. 지연 씨도 휴가고. 그래서 말인데, 너 혼자 여기 출근하기 껄끄러우면······.”
“뭐? 정말?”
나와 이지연이 당분간 출근하지 않는다고 하자, 찬규가 방방 뛰며 좋아라했다.
“여기 이 큰 사무실을 나 혼자 독식할 수 있다고? 와우, 개꿀······.”
“······.”
“좁아터진 집구석에 있는 거 보다, 여기서 눌어붙는 게 난 더 좋아. 사실 퇴근도 안 하고 계속 여기서 살고 싶었어······.”
“그렇구나···.”
사실 찬규에게 월 천만 원씩 지급해주는 건 이번 달부터니, 찬규에게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작가지원 정책으로 서울에 아파트까지 지원해주면 왠지 의심하겠지?’
아무리 친구라도 그 정도까지 지원해주면 왠지 꼬리가 잡힐 거 같았다.
“그럼, 너 여기서 계속 있고 싶으면 그냥 있어도 돼. 퇴근 안 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해. 어차피 내 개인 사무실이거든.”
“정말? 나 그럼 진짜로 여기서 산다?”
“그러던지.”
찬규는 당장 내일부터 라꾸라꾸 침대를 가져온다, 뭘 가져온다, 난리를 치며 좋아했다.
온 나라가 전쟁통에, 신난 녀석은 이 녀석밖엔 없었다.
*
“준혁 씨. 어딜 가겠다고요?”
“북한이요.”
“······.”
나는 가족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여행을 갔다 오겠다고 설득 중이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 멘토인 아리에게 만큼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거기가 어디라고 가는 거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리는 내가 또 이상한 장난을 치는 줄 알고, 표정을 찌푸렸다. 단단히 화가 난 얼굴.
“제가 안 가면 안 돼요.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피해를 입겠죠.”
“하지만, 준혁 씨가 가서 뭐가 달라지는데요?”
“많이 달라지죠.”
“어떻게요?”
“일단 남북한이 통일될 겁니다.”
“네에!???”
아리는 내 호언장담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쯤에서 마법사인 걸 밝혀야 하나?
아니면, 그냥 무림인 행세로 계속 밀고 나가?
“아무튼, 북한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이참에 한 번 가보렵니다. 정은이 모가지 따러.”
“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돼요. 조만간 뉴스에서 좋은 소식 들릴 테니깐요.”
“슈퍼맨 코스프레에 취해 월북한 30대 남성, 아오지 탄광에 끌려 가다? 뭐 이런 뉴스요?”
“하하하, 농담도.”
“농담 아닌데요?”
“······아 괜히 말했다.”
“······!?”
“그냥 여행 간다고 둘러댈걸.”
아리는 숫제 울상을 지으며 나를 붙잡고 뜯어말렸다.
“가지 마요, 준혁 씨. 또 이상한 짓 하지 마시라고요.”
“안 돼요.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 이런 거라도 안 하면 그냥 밥벌레 식충이에요.”
“휴······.”
나는 실망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아리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화아아악ㅡ!
그러자 손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
“어!?”
눈물을 흘릴 뻔한 아리가, 그 광경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슝!
“준혁 씨!?”
나는 그 자리에서 블링크를 사용해 아리 뒤로 순간이동했다.
“왜 불러요?”
휙.
뒤를 돌아본 아리가 기겁해서는 뒷걸음질 쳤다.
“이게 무슨······.”
“저번에 내가 마법사라고 했잖아요. 사실 계속 감추려고 했었는데 안 되겠네요. 대신 아리 씨만 알고 있어야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
“헉······.”
나는 놀란 그녀의 표정을 재밌다는 듯 쳐다보다가 씨익 웃었다.
“소원이 뭐예요? 하늘을 나는 거? 순간이동 하는 거? 원하는 거 다 말해 봐요.”
“어···, 어······.”
아리는 당황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는지, 어버버했다.
“준혁 씨가 정말 마법사라고요?”
“네. 혜은이는 바로 알던데, 아리 씨는 이런 데서 은근히 둔하네요.”
“그··· 그치만······.”
이 세상에 마법사가 어떻게 실존할 수 있냐고, 그녀는 계속 황당해 했다.
“그게 말이죠······.”
나는 15년 전 있었던, 이계의 주신에 의해 소환당했던 과거를 설명하며 입을 열었다.
“저는 선택받은 사람이었어요.”
“선택···? 무슨 선택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선택받은 사람요.”
“······.”
“비록 저와 관련없는 세상이었지만, 저는 그곳에 있는 주신에 의해 선택을 받았고, 이계로 넘어가 그곳에서 100년간 있다가 살아 돌아왔어요. 마신을 죽이고.”
“······.”
“못 믿겠죠?”
나는 황당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아리를 향해.
-그라비티(GRAVITY)
“어, 어······.”
중력계수의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