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
51.동창회(3)
‘진짜 어이가 없네······.’
차를 몰고 오면서, 설마설마 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고 있었다.
‘이 새끼들은 무슨 나랑 원수졌나······?’
마계에서 나와 적대했던 마왕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동수, 권미나, 백중현.
이 세 년놈들은 나를 무슨 자기 부모를 죽인 원수처럼 씹고뜯고 난도질하고 있었다.
듣고 있는 사람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하여튼 못배운 놈들이라 그런지, 여전하네······.’
특히 이동수 같은 놈은, 훌륭한 아버지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아버지 얼굴에 똥칠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극페미인 권미나는 그냥 일찍 죽는 게 사람들에게 이로울 정도로 민폐녀였다.
백중현은 그냥 정신 못 차린 철부지였고.
‘내가 저런 놈들한테까지 욕을 먹어야 하냐······?’
솔직히 어이가 없고, 스트레스가 확 올라왔다. 저 세 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동창회 장소에 도착했다.
“차 댈 데가 한 군데도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순간이동으로 올 걸 그랬나······.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들 만났는데, 예전의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이제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온몸에 저절로 부티가 흘러 넘쳤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 손꼽히는 재벌이 됐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옷을 입고 다니고, 후진 차를 탄단 말인가?
탕!
내가 문을 차 문을 닫고, 망연히 서 있자 시크릿 주점에서 종업원이 나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손님, 혹시 동창회 손님이십니까?”
“네.”
“차 댈 데가 없죠? 제가 파킹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할게요.”
나는 점원에게 차키를 건넸다. 다행히 어디 주차할 공간이 있나보다.
딸랑.
차를 맡기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니.
“준혁아!”
찬규가 양손을 흔들며 제일 먼저 나를 반겼다. 녀석은 여전히 살집이 오른 통통한 얼굴에 선한 상을 하고 있었다.
‘찬규는 진짜 여전하네······.’
그래도 15년이 흐르면서, 세속에 좀 찌들지 않았을까 걱정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그대로 여전히 순수한 모습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한데.
“야, 이준혁. 저기 니가 타고 온 차 진짜 니 차냐? 혹시 동창회한다고 일부러 전세금 빼서 렌트한 거 아니지?”
“뭔 개소리야. 그러는 넌 차는 있냐?”
“이이익······!”
웬 멧돼지 년이 족발 같은 손을 들어서 나에게 삿대질을 하길래, 그냥 가볍게 무시했다.
‘보나마나 권미나겠지.’
15년 만에 만났는데,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40kg정도 더 찐 거 같았다.
도대체 뭘 처먹으면 저렇게 많이 찌는지 진짜 궁금할 정도로 많이 쪘다.
‘몸무게가 100kg는 넘어 보이네······. 키도 150 정도밖에 안 되는 게, 도대체 뭘 처먹으면 저렇게 덩치가 큰 거야?’
아마 배달음식이나 주야장천 시켜먹고, 누워서 예능이나 막장 드라마나 보면서 배나 벅벅 긁으며 살고 있겠지.
그러다 심심하면, 스마트폰으로 웹상에서 다른 사람 성질이나 긁어대고.
안 봐도 무슨 인생을 살지 훤히 그려졌다.
“준혁아, 진짜 오랜만이네······.”
“그러게.”
내가 권미나에게 쿠사리를 준 후, 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말을 걸어왔다.
다들 공무원이나 배달, 폰팔이, 보험팔이 등등, 각종 영업직에서 일하는 거 같았다.
“준혁아 너 뭐하길래 저런 비싼 차를 타고 다니냐?”
다들 조용히 있는데, 박찬규만 내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아까 전, 내가 오기 전에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던 녀석인데··· 나 말고는 거의 의지할 사람이 없어 보였다.
“나? 사업하지.”
“무슨 사업? 너 대학 간다면서?”
“응. 대학도 가고, 이것저것 사업도 하지.”
나와 박찬규의 말을 유심히 듣고 있던 권미나가, 빼애애액 하며 질문을 던졌다.
“무슨 사업인지 똑바로 말 안 하냐?”
“니가 알아서 뭐하게?”
“뭐 이상한 다단계 하면서 사업이라고 구라치는 거 아냐? 우리한테 뭐 팔려고 그렇게 좋은 차를 빌려왔을까?”
“너는 무슨 그렇게 인생에 불만이 많냐? 그딴 미친 소리 할 거면 나한테 말 걸지 마라.”
“······.”
권미나······. 권미나······.
나는 그 년을 내 동창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인간쓰레기로 치부했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고, 인간적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마탑 그룹이라고 아냐? 나 거기서 일해.”
“우와, 마탑~?”
박찬규는 마탑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며 놀라워했다.
“그럼 마탑 주얼리랑 마탑 제약에서도 준혁이 네가 일하는 거야?”
아까 전까지만 해도 이동수와 함께 내 뒷담화를 까던 백중현이 나한테 친한 척하며 달라붙었다.
“뭐 그렇지. 그것보다 너 왜 갑자기 나한테 친한 척하냐?”
“······.”
“어제 페메 보내니까 읽어놓고 아는 척도 안 하더니, 갑자기 마탑 그룹에서 일한다니까 친해지고 싶냐?”
“······아니 그게······.”
“그냥 말 걸지 말고 꺼져라.”
“······.”
내 태도에 다른 친구들은 웃음보가 터진 얼굴로 지들끼리 키득거렸다.
삼총사들에겐 지금의 시간이 고역이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친구들은 거의 팝콘 제대로 뜯는 시간이 됐다.
“남 뒷담화나 까는 것들은 끼리끼리 놀아라.”
“······.”
“···.”
“···.”
이동석, 권미나, 백중현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입을 다물었다.
권미나는 방금 전 내게 들었던 말 때문에 화가 났던지 입술을 씰룩거리며 작게 뭐라 뭐라 씨부렁거렸지만 친구들의 말에 금방 묻혀버렸다.
“와, 이준혁 정말 부럽다. 마탑 그룹이라니. 나도 거기 꼭 취업하고 싶었는데······.”
이놈도 어제 내 페톡을 씹었던 권민우였다. 나는 그런 녀석의 바램을 무참히 뭉개버렸다.
아예 대답도 안 하고 쌩깠다. 어제 녀석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다.
“준혁아. 나 마탑 성형외과에 예약 좀 잡아주면 안 되냐? 부탁할게~”
이년은 아까 권미나를 부추기게 해 나를 뒷담화 하게 한 미친년 중 한 년이었다.
“내가 왜?”
“······.”
나는 그런 년을 향해 가차 없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게 내뱉었다. 솔직히 저런 말 들어도 싼 년이었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마음씨라도 이쁘던지.
나는 대충 거를 놈과 보답해야 될 녀석을 양분해서 차별 대우했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챙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자, 이거 받아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선물이다.”
나는 과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겐 값비싼 롤렉스 시계를 하나씩 선물했다.
개당 1억 원 이상 하는, 선물치고는 꽤나 값비싼 물품을 2-3명에게 돌렸다.
개중에는 당연히 박찬규도 껴 있었다.
“준혁아, 이거 진짜 비싼 거 같은데 나 받아도 되냐?”
“니가 안 받으면 여기서 누가 받냐?”
권미나를 비롯한 모든 친구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나와 박찬규를 바라보았다.
과거엔 나와 싸잡아서 같이 놀림 받던 박찬규.
솔직히 가난한 게 뭐가 죄라고, 그 당시 친구들은 마치 재미난 흥밋거리라도 찾은 것마냥 나와 박찬규를 뒷담화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언제나 역전되는 법이었다.
15년 전에 가난했던 사람이 15년 후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부자일 수도 있었고.
그렇게 유치한 돈 자랑을 하며,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던 그때.
끼익.
창문 밖으로 분홍색 람보르기니 한 대가 멈춰 서더니,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늘씬한 미녀가 차에서 내렸다.
“우와, 저 여자 누구냐?”
“뭐? 누구? 와아···. 미쳤다.”
“졸라 이쁘네. 몸매도······ 헉!”
창밖의 여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자, 남자 동창생들은 미친 듯이 팔딱거렸다.
“방금 나한테 인사한 거 아냐?”
“나야 임마!”
“우리한테 헌팅 시도한 거 같은데······. 설마 나?”
“나라고, 새끼야!”
람보르기니를 직원에게 맡긴 여자는, 검정색 코트를 걸친 채 포부도 당당하게 시크릿 주점 안으로 들어왔다.
꿀꺽.
친구들은 그녀가 가까이 걸어오자, 심호흡을 하며 침을 꼴까닥 삼켰다.
“준혁 오빠~?”
“아리 씨.”
“저랑 같이 오시지 왜 따로 와요?”
“같이 오면 재미가 없잖아요. 반전의 묘미가 있어야죠.”
“히히, 짓궂다 정말.”
나와 아리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농담을 하자, 친구들이 서로 수군거리며 저들끼리 중얼거렸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방금 오빠라고 했는데······ 설마 이준혁 여친 아냐?”
“썸녀인가? 엄청 친해 보이네······.”
“와, 진짜 부럽다······.”
친구들이 뭐라고 떠들든 말든, 아리는 내 옆에 앉았다. 아니, 앉으려 했다.
“아리 씨, 저 이제 일어날 건데 그냥 나가죠?”
“네? 동창회 아직 안 끝난 거 아닌가요?”
“만날 친구는 다 봤어요.”
그러면서 나는 찬규를 돌아보았다.
“이만 나가자 찬규야. 너 말고 볼 사람도 없는데 여기 오래 있기 좀 거북하네.”
“어···, 그래 나가자.”
박찬규는 나와 아리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내가 건넨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까려고 단단히 벼르던 삼총사는 이제 벙어리라도 된 것마냥 아무 말도 없었다.
특히나 이동수, 백중현은 아리가 등장한 이후로 나를 죽일 놈 보듯이 쳐다보며 부러워 미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까, 마법으로 뒷담화를 들었을 때 백중현이 스터디 모임의 누구를 먹었다느니 하는 더러운 소리를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그 여자와 아리가 비교돼서 견딜 수 없어 하는 거 같았다.
딸랑.
“후······.”
나는 그런 더러운 소굴을 튀어나오자마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리와 찬규를 데리고 다른 분위기 좋은 뷔페로 이동했다.
아리의 차는 기사에게 맡겨서 알아서 다시 끌고 오게 했다.
*
“준혁 씨,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셨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여요.”
“별로 질 좋은 친구들은 아니어서요.”
그러면서 나는 찬규의 손을 잡았다.
“얘 말고는 별로 보고 싶은 친구도 없었어요.”
“고맙다, 준혁아.”
“뭘.”
나는 주로 오랜만에 만난 찬규와 대화를 나눴다.
“너 치킨 배달한다고 했지?”
“으······ 응.”
“너 근데 옛날에 장르 소설 엄청 좋아 했었잖아. 솔직히 소설가나 이런 거 할 줄 알았는데······.”
요즘은 과거와는 다르게 장르 시장이 매우 커져서, 과거 대여점 시절 때 돈 못 벌던 작가들까지 요즘엔 웹소설로 떼돈을 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도 몇 개 끄적거리고 있긴 한데, 잘 안 돼. 그래서 부업으로 치킨 배달이라도 하는 거지.”
“그래? 너 뭐 쓰냐?”
“나? 하하하······.”
박찬규는 쑥스러운 듯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달동네 어플을 켰다.
그리고 ‘가이젠’이라는 닉네임을 검색해서 나에게 보여줬다.
“내 성장속도 10000배?”
“으··· 응. 근데 그건 완결했고, 요즘엔 ‘10서클 고딩의 귀환’을 적고 있어.”
“아하, 재밌겠네······.”
박찬규가 10서클이란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잠시 뜨끔했으나 별로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찬규가 쓴 ‘내 성장속도 10000배’를 몇 페이지 읽다가, 아까 전부터 궁금했던 ‘10서클 고딩의 귀환’을 읽었다.
-후······.
-마왕 학살자, 드래곤 슬레이어, 대륙 최초의 10서클 대마법사 이준혁!
“이거 뭐야, 푸하하하!”
“흐흐흐. 네가 사라지고 나서, 갑자기 영감이 팍팍 떠오르더라. 왠지 니가 이계로 끌려간 것만 같아서.”
“그으래······?”
얘는 이상한 방향으로 촉이 살아 있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10서클 고딩의 귀환’을 읽어나갔다. 마치 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뭔가 비스무리하게 써놨다.
-이준혁, 그가 지나가자 고위 서클의 화염마법이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마신 아르고스는 결국 이준혁의 마법에 불타 죽었고, 이계는 평화를 되찾았다.
-귀환 후 금괴를 팔다가 곤경을 치룬 이준혁! 하지만 진실을 토하게 하는 마법으로 곤경을 헤쳐 나가다.
나는 금괴 파는 부분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어 댓글창을 켜보았다.
Kdkiop
18.09.22 01:41
No. 17
작가님, 요즘은 길거리에서 저러면 바로 경찰서행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답댓글 신고 찬성: 24 | 반대: 0
Lv.38 진T
18.09.22 01:42
No. 18
무슨 20년 전 소설인가요?ㅋㅋㅋ 금괴 사기에 조폭에 ㅋㅋㅋㅋㅋ
답댓글 신고 찬성: 28 | 반대: 0
Lv.24 책이좋다
18.09.22 07:45
No. 19
이번화 수정 요청 합니다.
마법으로 정신조작해서 팔아버리면 됩니다.
빠른 스토리 전개를 원하지
지금 처럼 금괴 도장 안 찍힌 거
못 파는 거 뻔히 아는거 인데
답댓글 신고 찬성: 16 | 반대: 0
Lv.29 운거기인
18.11.02 12:37
No. 95
독자가 호구로 보이니? 개연성 전혀 없는 어처구니 없는 전개 ㅎㅎ
답댓글 신고 찬성: 0 | 반대: 0
‘아니 이 사람들이······!’
나는 진짜 일어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 박찬규의 소설에 처음 놀랐다가, 사람들의 댓글에 두 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