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91화 (91/272)

# 91

48.갑 of 갑(2)

-고릴라가 탕웨이가 되어 나왔다.

-랏미인처럼 성형티가 전혀나지 않고, 자연적인 용법으로 고쳤다더라. 완전 자연산처럼 보임.

-붓기 기간 없이, 수술 직후 그 자리에서 바로 활동 가능하다던데? 붕대도 안 감고 수술한 자국도 없더라. 진짜 레이저나 칼 같은 건 안 대고 수술한다던데?

마탑 성형외과가 개업한 이후로, 이상한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기적이 일어났다, 인생이 바뀌었다, 이제 아빠 엄마 원망하지 않아도 된다 등등······.

따로 병원에서 홍보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저수지의 둑이 무너진 것처럼 소문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 때문에 마탑 성형외과는 난리였다. 성형을 받으러 온 환자들뿐만 아니라, 취재진들도 장사진이었다.

마탑이 걸어가는 행보엔, 이젠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화젯거리가 됐다.

홍보도 필요 없었다. 그저 열심히 밀려드는 환자만 치료하면 그게 바로 홍보였다.

박태진은 개업하자마자 환자가 너무 몰려들어서, 애초에 홍보문의도 넣지 않았다.

그냥 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온 사람들이 자기네들이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특히나 1호 환자였던 이유진의 비포, 에프터 얼굴 사진은 전 커뮤니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박제가 되었다.

비포 사진은 같은 학교 동창생들이 마구 퍼뜨렸다. 거의 고릴라 사진과 동일했다.

그런데, 에프터 사진은 탕웨이급으로 변모해, 병원에서 대기 중이던 파파라치들이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들이 곧 화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우와, 정말 부럽다.

-나도 마탑 성형외과 가면 저렇게 될 수 있는 거냐? 나 얼굴 완전 막 만든 거처럼 생겼는데.

ㄴ가능, 씹가능.

ㄴ마탑에선 불가능이란 없다. 고릴라도 사람, 아니 연예인으로 만들어줌.

특히나 얼굴에 민감한 여자들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학생, 주부, 중장년인, 노인 등등······.

전 연령층을 가릴 것 없이, 여자란 모든 여자들은 명동에 새로 개업한 마탑 성형외과로 몰려들었다.

게다가, 여자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와, 탕웨이라니······. 저 중국인인데, 바로 한국 원정 성형하러 갑니다.

-나 일본인인데, 한국 가서 아라가키 유이로 만들어달라고 하면 가능?

ㄴ씹가능. 두 번 가능.

-아···. 저는 미국인입니다. 저도 가고 싶습니다······. 한쿡······. 이제

한국인 이제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G2로 군림하던 중국.

그리고, 동양인하면 외국인에게 제일 먼저 언급되던 일본.

한국인들은 늘 외국인을 만나면 ’일본인이세요, 중국인이세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하지만, 마탑 열풍으로 인해 ’한국 아세요?‘ 또는 ’한국인이세요?‘, ’한국말 할 줄 아세요?‘ 등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제3의 한류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으로 이민하기 위한 열풍도 엄청났다.

예전엔 한국의 시골 남자와 결혼해서 도망쳐 국적을 획득하던 베트남, 필리핀 등의 동남아 국가의 여자들.

한국은 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국제결혼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두었다.

결혼 후, 10년 동안 함께 살지 않거나 도망치면 국적을 취소하는 거로. 그래서 국제결혼을 오는 동남아 여자의 수요가 뚝 끊기다시피 했다.

그들로서는, 애초에 결혼해서 남편으로부터 돈을 뜯어내 본가로 보내거나, 아니면 국적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랑으로 결혼한 게 아니었다.

사실 늙고, 못생긴 시골 남자와 그렇게 오랫동안 붙어살 외국인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변했다.

한국이 마탑으로 인해 파생되는 파급효과가 전 산업에 미치면서, 관광업이 일단 살아났다.

마탑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온 외국인들도 숙소를 이용하고, 밥은 먹어야 했다.

게다가, 겸사겸사 한국의 옷도 사고, 여러 가지 쇼핑을 하다 보면 부가적으로 다른 상인들까지 반사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어떤 경제학자는 마탑 그룹으로 인해 파생되는 한국의 경제적 효과가 10조에서 40조 가까이 된다고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미 마탑의 전국 분점 주변으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쉴새 없이 쇄도하고 있었다.

마탑 부산 분점, 대구 분점, 광주 분점, 경기 분점 등등······.

특히나 각 시의 국회의원들은 마탑 그룹의 분점을 하나라도 더 내기 위한 유치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 시에 마탑 그룹의 지사를 하나 차려준다면, 세금을 면제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세금 면제에, 각종 편의시설, 도로까지 새로 깔아드리겠습니다.

특히나, 여당 내에선 대통령를 억압하던 이중걸을 필두로 반대통령파들이 모조리 찌그러들었다.

이중걸은 시민들에게 계란과 음식물 쓰레기 투척을 얻어맞고, 대표 자리를 사임했다. 그나마 허울뿐인 의원직 자리나 지키면서, 세금이나 뜯어먹고 있었다.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에서, 이젠 공기급 비중으로 전락한······. 아니, 거의 이산화탄소급으로 전락한 이중구 곁에 남을 사람은 없었다.

솔직히 이중구 주변에 모여든 철새들도,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해서 그에게 붙어 있었던 거지, 그가 능력이 있거나 믿음직해서 붙어 있던 게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사라져버렸으니, 붙어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결국, 여당 내에서 대통령에 반하던 세력은 저절로 와해되거나, 새로운 당 대표인 서울시장 정사열에게 들러붙었다.

일 처리 능력은 매우 뛰어났으나, 정치모략이 부족해 항상 홀로 외떨어져 있던 정사열.

대통령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었던 그에게, 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전부 들러 붙어 아부를 했다.

정사열은 거기서 거를 사람은 거르고, 최대한 새롭게 참신한 인재들을 많이 발탁해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쓰레기 같았던 이중걸 때문에 몸을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던 인재들.

그들은 이제 자신의 소신을 마구 발산하며, 새롭게 바뀔 정국에서 큰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이번에 국민들에게 된통 혼이 난 대한당, 한누리당, 새천년당 등 주요 3야당들은 최대한 몸을 납작 숙인 채 대통령과 여당에 호의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속으론 모두 칼을 갈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국민들의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했기 때문에 수십 년 정치 감각을 통해 목숨을 사릴 줄 알았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에게도 공격의 턴이 돌아올 것이라 믿고 참고 또 참았다.

-야 3당 등신들 요새 뭐하냐? 죽었냐?

-요새 갑자기 최종환 대통령 찬양 일색임. 빠른 처세 판단 ㅍㅌㅊ?

ㄴㅆㅎㅌㅊ. 처세 판단을 잘했으면 진작부터 그렇게 했을 것이지, 지금 와서 추하게 그게 무슨 꼴임?

ㄴ맞다. 사람이 일관성이 있어야지. 솔직히 끝까지 강단 있게 나갔으면, 악역이어도 소신 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응원이라도 해줬을 텐데. ㅉㅉㅉ······.

사람들은 오히려 변해버린 국개들의 태도에 추하다고 혀를 찼다. 솔직히 국개들의 속내가 빤히 보이는 상태에서, 그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양새가 아니라고 파악한 듯했다.

아무튼 마탑 그룹으로 인해, 바닥까지 추락했던 최종환 대통령과 여당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일개의 그룹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거 아니냐, 마탑의 시장 독주를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도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탑그룹, 나라발전기금 모금 시작. 전국민 프로젝트! 금액의 50%는 마탑에서 지원. 통일 자금과, 앞으로 있을 나라 정책 지원금에 전액 지원 예정.

이런 식으로 나라를 위해 좋은 일만 하니, 그동안 돈을 벌어 놓고 잔뜩 유보금만 쌓아둔 채 야금야금 자식들에게만 물려주던 재벌들보다 훨씬 낫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마탑은 실리도 챙기고, 덩달아 명분도 계속 챙기면서 승승장구했다.

*

“음······. 마탑이라······. 마탑······.”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k-black 빌딩의 맨 꼭대기 층.

그곳의 회장실에서 50대 중년인이 창가에 선 채,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제는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녀석들이 됐군······.”

오른쪽 뺨에 긴 검상이 난 그는, 음지에서 대한민국을 꽉 틀어쥐고 있는 흑천회의 수장 장천수였다.

장천수는 얼마 전 자신의 자회사나 다름없는 안비제약이 마탑제약으로 흡수될 때, 두눈 뜨고 코를 베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언가 손을 쓰기도 전에, 언론에 안비 제약 회장 배석호가 경쟁업체를 견제한 사건이 터져버렸다.

“석호 그 녀석이 너무 성급하게 손을 썼어······.”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남의 공장에 불을 지른단 말인가? 아무리 마탑 제약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손 쳐도 그건 너무 어설픈 행동이었다.

자신이었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내부에서 그러한 제약을 설계 제조하는 녀석부터 제대로 찾아내서, 그놈부터 조졌을 것이다.

한데, 배석호는 적의 머리를 노리지 않고 괜히 옆자리를 후려쳐서(打草驚蛇) 벌집을 건드려놨다.

그렇게 똥을 싸질러놓고 정작 자신보고 그걸 치워달라고 하다니······.

장천수는 곧바로 그놈과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조직원들을 파견해 조용히 병사(病死)처럼 위장시켜 살해한 것이다.

이미 언론이나 정치인, 검찰은 모두 매수해뒀기 때문에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한국과 세계는 마탑이 쏟아내는 물건에 관심이 있었지, 배석호가 저지른 사소한(?) 스캔들 따윈, 하루이틀 네이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다가 금방 묻혔다.

그동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거대 사업이 송두리째 넘어갔지만, 대세 또한 이미 그쪽으로 넘어간 지 오래였다.

아무리 음지에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지만, 결국 음지의 세력이 함부로 양지에 나섰다간 쪽도 못 쓰고 제압되는 법이었다.

“후후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이로군······.”

아직 자신이 거느린 수많은 사업체들 중 하나가 넘어갔을 뿐이다. 이제 겨우 몸풀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마탑이라는 이름 안에 숨은 녀석의 정체가 심히 궁금했다.

겉으로 드러난 자들은 유진광, 박태진 정도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머리가 아니었다. 그저 ’진짜‘를 위해 귀찮은 일은 도마은 하수인일 뿐이었다.

’이준혁······. 이준혁이라······.‘

언젠가 한 번 들어본 적이 있었다. 흑천파의 무수히 많은 산하 조직 중 하나인 백석파가 붕괴됐을 때.

그때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백석파가 흑천회 내에서 별로 비중 있는 조직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재해라는 특수한 요소로 인해 조직이 붕괴되었다는 소릴 들었을 때는 조금 흥미를 갖긴 했다.

-대낮에 번개를 맞고 20명이 사망했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뭐? 이준혁? 그게 누군데? 주한 금은방에 금 팔러 갔던 놈이라고? 근데 뭐 어쩌라고?

대강 이 정도로 얘기한 다음 끝냈다.

32살 백수 놈을 신경 쓸 만큼 자신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신경 써야 될 때가 됐다. 아니, 반드시 신경 써야 한다······.‘

장천수는 자신의 손안에 든 a4용지 하나를 들어서 쳐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속엔 한 여자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찍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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