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서클 대마법사의 귀환-84화 (84/272)

# 84

46.국개

대한당.

한누리당.

새천년당.

선진중립당.

최종환 대통령으로 등장으로 인해, 3파전으로 이어져오던 국회가 4파전이 됐다.

여당인 선진중립당은, 대선 캠프 시절 때부터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이 모두 포진되었다.

박기용 대통령 시절 아시안사무총장이었던 강재철 외교통상부 장관, 대한민국 3대 신문사 중 하나인 대한일보 국장의 아들 윤재성,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윤경태 등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출범한 최종환 사단.

하지만, 그 화려함은 얼마 가지 못했다.

-박이용 아시안사무총장 자식명의로 5만 달러 비자금 챙겨.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윤경태 8000억대 군납 비리 눈감아···.

-윤재성 선진중립당 대표 친 최대통령파와 마찰 빚어······. 대통령과 파워게임 시작. 차기 대권을 위한 초석 다지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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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같이 손잡고 일하는 동료들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전부 트롤짓을 했다.

다들 역대급 어벤저스 인사들이 많이 모였다고, 여당과 대통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한국의 정세는 순탄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전부 착각이었다.

결국 정치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국회의원 하나하나가 합심해줘야 법안도 통과되고, 안정적인 정치가 민간에까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상과는 무관하게, 나라 꼴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한국 경제가 밑바닥을 칠수록, 더 기세가 오르는 국회의원들. 그들은 그 잘못을 뒤집어씌울 대상이 필요했다.

그리고, 딱 거기에 알맞은 대상도 마침 있었고.

만만하고, 덩치도 샌드백 같이 큰 존재. 국회의원들이 여기는 최종환 대통령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최종환은 직접적으로 국회의원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최대한 야당-여당 가릴 것 없이 오찬 자리도 많이 가지고, 재벌-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많은 경제 인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났음에도, 청와대에만 박혀 있지 않고 최대한 민간에 나가서 시민들의 소리를 듣고, 새로운 정책들을 수립해나갔다.

하지만, 그런 친서민적인 모습들 하나하나가 권위의식에 찌든 국회의원들에겐 눈엣가시 같은 모습들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나라가 깨끗해지면 깨끗해질수록 활동할 수 있는 운신 폭이 좁아졌기에, 오히려 나라가 막장으로 치달을수록 좋아했다.

하지만, 최종환 대통령의 그런 행보는 권력을 틀어쥔 그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두려운 존재였다.

그래서, 어떻게든 기존의 기득권은 언론과 재벌들,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그들이 이끌어나가는 것이었기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어차피 개돼지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냄비처럼 확 달아올랐다 냄비처럼 확 꺼져버리는 개돼지.

자극적인 연예 찌라시를 몇 개 터트리면, 정치 관련한 중요 사안은 그냥 묻혀버렸다.

그렇게 조용히, 게임에서 잠수 패치 하듯 날치기로 결정해 버린 법안만 수백, 수천 개가 넘었다.

국민들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고, 어디에다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그저 당할 뿐······.

*

진성그룹 부회장 차대훈은 최근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핫하게 성장한 대동그룹, 그리고 대동그룹의 성장을 견인한 마탑그룹.

더 이상 마탑그룹은 대동그룹 산하의 일개 사업체라고 볼 수 없었다.

누가봐도, 대동그룹은 ‘대동’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거기에 ‘마탑’라는 이름을 덧씌우고 있었다.

처음엔 그냥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신문에 지나가듯 토막 기사가 났을 때, 그저 ‘이 놈들이 드디어 미쳤나?’하며 코웃음 치고 지나갔다.

수능 전용 마법 팬시니 뭐니······.

대동그룹이 드디어 망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설의 시작이었다.

-마탑 팬시에서 출시한 수능 아이템 5종. 전판 매진!

-대동그룹, 새로운 마탑 계열사 출범! 마탑 제약, 제약 업계 제패 신호탄!

-마탑 제약, 안비 제약 흡수하고 제약 업계 1위 등극!

-대동그룹, 마탑 계열사 묶어 마탑 그룹 출범.

-마탑 그룹, 이번엔 기적의 마법 반도체??? 마탑그룹 회장 유진광, 마탑 반도체 설립 발표.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말 깜짝 공개할 예정······.

쾅!

김대훈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 그룹이 진출한 곳은, 업종을 막론하고 모두 폐허가 되어갔다. 오롯이 ‘마탑’라는 이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조리 통폐합되거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아예, 종이 다른 규격외의 외래종처럼, 각 업종별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리며 미친 듯이 성장했다.

주얼리, 제약 가릴 것 없이 모두 먹어치우더니, 이번엔 반도체란다.

반도체는 진성그룹의 전체이자, 진성그룹 그 자체였다.

반도체 없는 진성그룹이란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진성그룹이 본래 반도체로 시작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결국 끝은 반도체로 끝날 것이다.

그만큼, 진성그룹이 이만큼 성장하게 한 기반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유통에서 시작해, 한국 최고 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월드 클래스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반도체는 늘 진성기업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견인차였다.

진성그룹이 만든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이 폭탄 취급을 받아, 주가가 폭락할 때도.

오롯이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회복하다 못해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자체 모바일 AP를 생산해 최고의 성능으로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과 정면대결로 경쟁했다.

그만큼 반도체에 있어서만큼은 전 세계에서 진성전자를 따라올 곳이 전무했다.

최근 중국의 공룡기업들이 전 세계의 인재를 쓸어 담고 있다지만 아직 멀었다.

진성그룹이 쌓아온 수십 년의 노하우, 그리고 기술 저작권 등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란 어불성설이었다.

진성그룹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인재를 포섭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중국이라는 공룡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늘 그래왔듯 철저히 치킨게임으로 경쟁자를 짓눌러버렸을 때처럼.

진성그룹은 늘 그렇게 위기 앞에서 더욱더 강해졌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다르다······.’

그냥 지나가는 파도가 아니었다.

그런 파도라면 언제든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맞아줄 용의가 있었다.

그렇게 맞고 나서, 준비해왔던 카운터 펀치를 날려버리면 적들은 언제나 무너졌으니까.

하지만, 이건 그냥 말 그대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너무나도 압도적이어서 말이 안 나올 만큼.

이미 비밀리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메모리 반도체에선 업계 유일 피코급 D램 기반의 ‘64Gb GDDR6 D램’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미 제약 사례에서 한 번 진통을 겪었던지, 이번엔 마탑 전자를 출범하기 전부터 저작권 등록에 들어갔다.

진성전자는 아직 3나노급 D램 기반의 ‘16Gb GDDR6 D램’에 머물고 있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였다.

게다가 피코급 메모리 반도체라니?

이건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영역을 한참이나 벗어난 수준이었다. 과거, 사람들이 진성전자보고 ‘외계인 가둬놓고 고문해서 찔끔찔끔 기술을 선보인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진짜 외계인은 따로 있었다.

마탑전자는 나노미터(10^−9m) 보다 1000배나 더 작은 크기의 피코(10^-12m) 크기의 반도체를 떡하니 내놓으려 하고 있었다.

아직 모든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를 통틀어 피코 단위의 공정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마탑 전자가 진성 전자와 큰 다툼이 없는 비메모리 반도체 쪽으로 성장해도 눈엣가시 같은데, 만약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노린다면 이건 명백한 전쟁행위였다.

이미 전례가 있었던 만큼, 간단히 무시하고 넘어갈 문제가 절대 아니었다.

저 공정이 정말 현실에 실현된다면, 진성전자를 포함, sn하이닉스, 마이크룬 등의 세계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우르르 무너질 게 분명했다.

10년 전 일어났던 치킨 게임을 넘어, 메모리······ 아니 비메모리까지 포함하는 반도체 시장 전체의 생존 서바이벌이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이대로 진행되면 최종 승리자는 보나마나 마탑 전자였다.

그래서 김대훈 부회장은 발 빠르게 먼저 손을 쓰기 시작했다.

일단 정계에 손을 뻗쳐 국회에서 마탑 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뇌물공세를 퍼부었다.

거기다가, 재계로는 전경련 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재벌들과 손을 잡고 사소한 트집을 다잡아 대동그룹과 마탑그룹을 압박했다.

그리고, 이간계까지 사용해서 유능한 직원들을 대동그룹이나 마탑그룹에서 빼내오기 위해, 사내에 있는 수십조 단위의 막대한 회사 유보금까지 풀어서 황금어장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 바닥이 인재풀 싸움이고, 인재가 없으면 어느 사업이든 그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진성그룹은 그동안 이런 식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에, 재계서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깨끗한 기업, 세계에서 이름 날리며 애국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속내는 자신들이 틀어쥔 알량한 독점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룹에 불과했다.

이준혁처럼 필요한 만큼만 돈을 벌어서, 나머지는 세상을 위해 이로운 곳에 쓰겠다?

그런 건 홍보 포스터에나 써 붙이는 용어였고, 그들은 철저했다. 자신들이 이룬 업적을 자손 대대로 물려주기 위해.

쥐뿔도 없는 천민들이 평생 자신들의 발바닥이나 핥으며 빌빌 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아무튼, 진성그룹 부회장 유대용은 전방위적으로 대동-마탑그룹을 압박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건 청와대와 대동그룹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분명 그 두 세력 사이에 유의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상 임기 2년 차에 레임덕에 빠져 허덕이는 종이호랑이 대통령.

그리고, 어중간한 중기업 수준에 머물며 가까스로 생존만 영위하던 대동그룹.

그 두 세력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실상 대동그룹의 컨트롤타워를 틀어쥔 이 실장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지······?’

아직 정확한 물증은 없다. 정황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물증은 만들면 그만이었다. 증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를 마녀사냥할지 표적을 정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지금 한창 물오른 대동그룹의 기세를 팍, 꺾어버릴 만한 거대한 한방.

그것은 정치 로비 스캔들이 가장 파괴력 있고, 굉장했다.

과거 박근애 전 대통령도 최순자 사건으로 인해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탄핵이 되어서 감옥으로 갔다.

제 2의 최순자 사태가 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대동그룹 실장이라는 녀석이 최순자처럼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냐, 없냐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대통령과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그래서 김대훈은 정치인들을 부추겨서 슬슬 시동을 걸기 위한 예열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번 한 방만 정말 제대로 터져 준다면, 대동-마탑 그룹은 국민들이 선망하는 영웅기업에서 하루 아침에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 역적기업이 될 수도 있었다.

원래 사람 인생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이준혁······.’

김대훈은 비서가 가져다준 한 장의 보고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 보고서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그 인물에 대한 이력사항등이 빼곡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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