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47화 (47/50)

4장. 해후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명령을 내 렸음에도 너무 급한 일에는 어쩔 수 없다. 상황실 문을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수정이 이성진 대신 하인스 장군 을 불렀다.

“하인스 장군!”

그러자 하인스 장군이 고개를 숙이 고는 바로 문밖으로 나갔다.

“이거 정말 황당하군요. 1천 년 전 부터 파나 신은 지구를 침공하기 위

한 준비를 했다는 것 아닙니까.”

고진명 대통령이 믿기 힘들다는 듯 한 말투였다. 이성진의 말을 못 믿 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고진명 대통령님. 파나 신이 얼마 나 오래전부터 지구 침략을 준비했 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성진 폐하. 그저 놀 라운 사실이라……

“괜찮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할 때 하인스 장군이 들어왔다. 그리고 황수정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이성진의 귀에는 똑똑히 들

렸다. 황수정이 말하기 전에 이성진 이 먼저 말했다.

“샤인과 란마스가 후퇴하고 있다 고?”

황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합니다.”

이성진은 물론 황수정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의 경우 엘 파나 종족의 특성을 실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성진과 황수정이 왜 놀라는지 이해할 수 없 었다.

전쟁이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기 때문이었다.

용족이라 해도 이성진 같은 강자를

만나면 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 다. 하지만 그건 심각한 오류였다. 이성진 같은 강자가 또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용족도 아니고 이성진에게 힘 을 받아 더 강해진 샤인과 란마스를 후퇴하게 만들 원인이 없었다.

“성기사단이 대규모로 나타났나?” 이성진의 질문에 하인스 장군이 대 답했다.

“아직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지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일단 두 번째 달 파괴와 파나 신 에 관한 일은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 겠습니다. 후퇴하는 샤인과 란마스

를 지원하는 일이 더 급한 것 같습 니다.”

이성진의 말이 맞다. 정보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후퇴하는 아 군을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성진이 일어서자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문밖에 있던 병사와 장교들 이 들어와 다시 상황실을 채웠다.

급하게 샤인과 란마스의 상황을 알 아보는 동안 관계자가 아닌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은 상황실을 나갔다.

그리고 곧 샤인과 란마스가 후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냈다.

하인스 장군이 이성진과 황수정에 게 보고했다.

“샤인과 란마스를 제외하고 마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황수정은 말도 안 된다는 듯 하인 스 장군에게 다시 물었다.

“마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니? 광범위 마나 억제 마법진이라도 설 치했다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이미 확인한 사항이었다.

“그럼 뭐 때문에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지 이유를 알아내!”

“지금 확인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마나석을 이용한 무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이건 더 황당한 말이었다. 마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마 나석을 이용한 무기는 정상이다.

“하인스 장군! 지금 하는 말이 말 이 된다고 생각하나?”

황수정이 급기야는 화를 냈다. 상 식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이다. 마나 를 제대로 사용 못 하는 상황이면 마나석 역시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야 했다.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황수정 전하……

하인스 장군은 난감했다. 샤인과 란마스 쪽에서 보고하는 대로 말했

을 뿐이다. 원인을 모르니 자신도 답답했다. 그렇다고 황수정에게 화 내지 말라고 할 수는 없었다. 황수 정도 답답할 테니까.

하인스 장군은 황수정의 눈치를 보 면서 이성진을 바라봤다. 이성진도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성진은 눈을 감고 무언가 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이성 진이 하인스 장군은 더 무서워 보였 다. 화를 내야 할 상황에 화를 안 내는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다.

하인스 장군이 이성진을 바라보며 긴장하자 황수정도 고개를 돌려 이

성진을 봤다. 그리고 황수정도 긴장 하기 시작했다.

사실 황수정은 하인스 장군에게 일 부러 화를 냈다. 자신이 화를 먼저 내야 하인스 장군이 이성진에게 질 타를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성진이 눈을 감고 심각한 것 같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성진이 눈을 번쩍 떴다.

황수정과 하인스 장군은 화들짝 놀 랐다. 이성진을 바라보고 있다가 눈 이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화들짝 놀라 이성진이 무슨 말을 할까 가슴 조리던 황수정과 하인스 장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성진은 벌떡 일어나 상황실 문을 벌 컥 열고 나갔다.

꽤 심각한 표정이었다.

황수정과 하인스 장군은 빠르게 이 성진의 뒤를 따라 나갔다.

하지만 이성진은 어느새 연락 사무 소 밖에 나가 있었다. 황수정과 하 인스 장군이 이성진을 찾아 연락 사 무소 밖에 도착했을 때 이성진은 한 손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왜 마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지 알아냈다.

“젠장! 빌어먹을 파나 신!”

이성진이 갑자기 파나 신을 들먹이 며 욕을 하자 황수정과 하인스 장군

도 눈치 챘다.

황수정이 이성진에게 다가갔다.

“폐하! 파나 신의 장난입니까?”

“맞아.”

황수정은 어떻게 파나 신이 마나를 제대로 사용 못 하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곳은 엘 파나가 아닌 지구였으니까.

“안에 있을 때는 설마 했는데 밖에 나와서 느껴 보니까 확실하게 알겠 네. 파나 신의 신성력이 지구에 퍼 지고, 파나 신은 자신을 믿지 않는 종족에게는 마나를 허락하지 않고 있어.”

이성진의 말에 황수정과 하인스 장

군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 다.

엘 파나에서는 파나 신의 저주를 받으면 마나를 사용할 수 없었다. 마나 역시 파나 신의 소유물이기 때 문이었다.

하지만 지구에 와서는 파나 신의 소유물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황수정을 비롯한 이 성진을 따르는 종족은 마나를 사용 할 수 없었다.

성전이라는 명목 하에 지구를 침공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파나 신을 배신한 종족을 절대 그 냥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하인스 장군은 절망이 섞인 목소리 를 내뱉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 다. 절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성진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으 로 생각했다.

하지만 황수정은 하인스 장군과 생 각이 달랐다.

“어차피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생명체일 때만 그렇습니다. 마 나석을 이용한 무기와 방어구를 대 량으로 만들면 버틸 만합니다. 폐 하!”

황수정의 말도 그럴 듯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싸운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으면 사용할 수 있는 마나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황수정이 자신도 모르게 말 했듯이 버틸 만한 것뿐이다. 이길 가능성은 없다. 다른 획기적인 방법 이 필요했다.

그것을 알면서도 방법이 없다고 생 각했다. 그런데 이성진의 입에서 의 외의 말이 나왔다.

“곧 이곳까지 마나를 사용할 수 없 게 되기 전에 마나를 바꿔야 하니까 맥칼란 공왕과 켈빈을 오라고 해!”

“마나를 바꾸다니요?”

“맥칼란 공왕과 켈빈이 오면 다 설 명해 줄게. 마나를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하인스 장군은 샤인과 란마스에게 연락해서 2일만 버티라고 해.”

“명대로!”

하인스 장군은 연락 사무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황수정은 아직도 손 을 올리고 있는 이성진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이성진이 손을 내렸다.

“황수정 재상! 남산 타워로 가 있 을 테니까 맥칼란 공왕과 켈빈을 남 산 타워로 오라고 해 줘.”

임시로라도 서울•경기 지역의 마나 를 사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성진은 황수정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사라졌다.

바로 남산 타워로 갔다.

황수정은 연락 사무소에서 막 뛰어 나오는 맥칼란 공왕과 켈빈을 남산 타워로 오라고 말하고 남산 타워로 갔다.

맥칼란 공왕과 켈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인스 장군이 와서 이성진이 찾는 다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뛰어왔다. 그런데 이성진은 없고 황수정이 남 산 타워로 오라는 말만 하고 사라졌 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급한 것 같았다. 맥칼란과 켈빈은 차를 타고

남산으로 달려갔다.

황수정이 남산 타워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성진이 마나막 생성 마법 진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 마나막을 만들어 마나를 가 두실 생각이십니까?”

“비슷하긴 한데 가두는 것은 아니 야.”

황수정도 슬슬 자신의 마나가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급격하게 빠져나가지 않았다. 흡수 한 마나 중 심장을 거치지 않은 마 나만 빠져나갔다.

심장을 거쳐 자신의 것이 된 마나 는 빠져나가지 않았다. 문제는 대기

중의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이다.

마나가 도망가려 했다.

황수정은 이성진이 어떤 것을 하려 는 것인지 깨달았다. 마나의 변형이 다. 이성진이 준 신성력과 합쳐진 마나는 빠져나가려 하지 않았다.

황수정의 깨달음을 이성진이 확인 해 줬다.

“파나 신이 마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나 역시 마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거야. 연락 사무소 앞 에서 실험도 해 봤어. 남산 타워를 이용해 내가 다루는 마나를 퍼뜨릴 거야.”

이성진이 남산 타워에 먼저 달려온 이유였다. 마나막 생성 마법진은 이 미 겪어 봤다. 마나막을 생성하듯이 마나를 변환해 퍼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울•경기 지역만 가능했 다. 이성진이 장악한 한반도 전체에 퍼뜨리려면 맥칼란과 켈빈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마법진은 마법 술사가 최 고니까.

황수정은 갑자기 마나가 이성진에 게 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성진을 통해 변한 마나가 마나막 생 성 마법진에 공급된다.

변한 마나는 남산 타워를 통해 사

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황수정은 정상적으로 마나 를 홉수할 수 있었다.

“정말 폐하의 말대로 되는 군요.”

“문제는 내가 항상 여기서 마나를 흡수해 퍼뜨릴 수 없다는 거야.”

맥칼란과 켈빈이 또 필요한 이유였 다. 백두산 기지에 있는 아라를 데 리러 가야 했다.

그렇다고 마나를 변형해 퍼뜨리지 않으면 밀리고 밀려서 결국, 한반도 는 파나 신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이성진이 혼자 파나 신을 처리한다 해도 수습할 세력이 없으면 안 된 다.

“황수정 재상은 맥칼란 공왕과 켈 빈을 빨리 데리고 오고, 샤인과 란 마스가 2일 정도 버틸 수 있게 지 원해 줘.”

“알겠습니다. 폐하!”

황수정은 알겠다고 대답하고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흑기사를 불 러 이성진의 지시를 그대로 전했다. 동시에 남산 타워에 마법 통신기를 설치하고 임시 상황실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황수정은 이성진의 곁을 떠나고 싶 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맥칼란과 켈빈이 도착했다.

“이성진 폐하! 찾으셨다고 들었

스 ”

맥칼란과 켈빈은 이성진이 마나막 생성 마법진을 이용해 마나를 퍼뜨 리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 마나를 변하게 하는 것도 알았다. 그 정도 눈치와 실력은 있었다.

“맥칼란 공왕님. 잘 오셨습니다.”

“역시 이성신 폐하이십니다. 마나 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셨군 요.”

“네.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나를 최대한 멀리까지 퍼지게 하려는 의도이신가요? 폐하?”

맥칼란이 알아서 말해 주자 이성진

도 편해졌다.

“그렇습니다.”

맥칼란은 생각보다 빠르게 답을 내 놨다.

“흐음. 일단 급하게 마법 통신기를 이용해 마나를 전송할 수 있습니 다.”

맥칼란의 말대로라면 샤인과 란마 스가 2일 동안 마나 없이 버티지 않아도 된다.

“대신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10의 마나를 보내면 3이나 4의 마나를 받을까 말까 합니다.”

“그래도 샤인과 란마스가 있는 곳 에 일단 보낼 수 있게 준비해 주세

요.”

“알겠습니다. 폐하!”

이성진이 원하는 것은 또 있었다.

“맥칼란 공왕님은 마나를 전송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주시고……. 켈빈!”

“네. 폐하!”

“켈빈은 이곳에 대규모 마나 홉수 마법진을 설치하고 최상급 마나석을 있는 대로 구해 와라.”

“알겠습니다. 폐하!”

맥칼란과 켈빈은 일단 이성진의 지 시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곧 마법 통신기를 이용해 샤인과 란마스가 있는 곳으로 마나를 전송했다.

켈빈은 대규모 마나 흡수 마법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최상급 마나석은 천하 그룹과 황수 정, 샤인 그리고 란마스가 가지고 있던 것을 모아 왔다.

한반도는 이제 파나 신이 건드릴 수 없는 이성진의 영역이 되어 갔 다. 하지만 이성진 역시 파나 신의 영역을 건드릴 수 없었다.

이성진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그것을 위해서 이성진은 최상급 마 나석으로 황수정에게 만들어 줬던 심장과 똑같은 것을 만들기 시작했 다.

마나석 심장이 완성되는 날, 이성

진은 직접 움직일 것이다.

이성진이 생각한 것은 자신을 대신 할 마나 변환 마법진이었다. 마나를 흡수해 이성진의 신성력을 거치기만 하면 된다.

꼭 이성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 니다.

그것을 이미 해 봤다. 황수정의 두 번째 심장이다. 훌륭하게 마나를 홉 수해 파나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났 다.

하지만 한두 개가 필요한 것이 아

니다. 이성진이 장악한 지역에 마나 를 공급하려면 수십 개 아니 수백 개가 필요할 수도 있었다.

이성진은 지금 남산 타워에서 마나 를 변환해 샤인과 란마스가 있는 지 역에 보내는 동시에 마나석 심장을 만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남산 타워 근처는 요새 처럼 변해 갔다. 제일 외곽에 대한 민국 수도 방위 사령부 소속의 탱크 와 장갑차 그리고 병사가 주둔했다.

다음으로 오르쿠와 소인족 특수부 대인 크로우가 주둔했다.

마지막은 황수정과 흑기사들이 남 산 타워 근처를 철저하게 지켰다.

앞으로 이성진이 있든 없든 가장 중요한 곳이 된다. 이성진이 없어도 계속 마나를 변환해 공급하는 곳이 되기 때문이다.

“마법진 설치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네. 폐하……. 아무래도 많은 곳에 설치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맥칼란은 미안한 둣 말했다. 벌써 5일째 이성진은 남산 타워 마법진에 서 있었다. 마나석 심장은 20개나 완성됐다.

하지만 마나 흡수 마법진과 조금 더 효율성이 좋은 마나 전송 마법진

을 설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었 다.

마나 전송 마법진은 남산 타워에만 설치해서는 안 된다. 마나를 받는 곳에도 설치해야 했다. 그곳에서 마 나를 다시 사방으로 뿌려야 했다.

맥칼란이 미안해하고 있을 때 켈빈 이 유투진과 함께 달려왔다.

“이성진 폐하! 조금 더 쉬운 방법 이 있을 것 같습니다.”

켈빈이 달려오자마자 한 말이었다. 그리고 유투진을 바라봤다. 이성진 과 맥칼란은 유투진이 방법을 찾아 낸 것을 알았다.

맥칼란이 급하게 물었다.

“유투진! 말해 봐라!”

유투진의 천재성을 아는 맥칼란은 한껏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투진은 부끄러운 듯 조그만 목소 리로 말했다.

“저기……. 발상의 전환을 해 봤습 니다.”

“어떤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거 냐?”

“이성진 폐하께서 남산 타워 마나 막 생성 마법진을 이용해 마나를 사 방으로 보내시지 않으십니까!”

맥칼란은 빨리 말하지 않는 유투진 이 답답했다. 하지만 재촉할 수는

없었다.

“이성진 폐하께서 하신 것처럼 성 의 마나막 생성 마법진에 추가로 마 나 홉수 마법진만 설치한 다음

유투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맥칼 란은 기뻐했다.

“유투진! 기가 막힌 방법이구나. 왜 그것을 생각 못 했는지 모르겠 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유투진이 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달 은 맥칼란은 이성진에게 더 미안했 다. 최고의 마법 술사인 자신이 이 런 것도 쉽게 생각해 내지 못했다.

“이성진 폐하! 정말 죄송합니다. 빨리 생각해 낼 수도 있었는데 그러 지 못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알아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더 세워 놓지 마시고 유투진의 생각 대로 해 주면 됩니다.”

이성진은 맥칼란에게 왜 그런 생각 을 빨리하지 못했느냐 타박하지 않 았다. 그럴 만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너무 급하게 돌아갔다. 두 번째 달 파괴 작전을 위해 맥칼란이 나 켈빈은 잠도 못 자고 준비했다.

두 번째 달을 파괴한 다음 잠시 쉴 틈도 없이 파나 신의 계략이 또

시작됐다.

정신없는 것이 당연했다. 파나 신 은 1천 년 넘게 준비했고 당하는 이성진이나 맥칼란은 아니니까.

그나마 이성진이 있는 덕분에 이렇 게 버틸 수 있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폐하!”

맥칼란은 유투진과 함께 남산 타워 의 마나 전송 마법진을 설치하고, 켈빈은 각 성의 마나막 생성 마법진 에 마나 전송 마법진을 설치하게 했 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성진은 남산 타워에서 벗어날 수 있다.

* * *

맥칼란과 유투진이 동시에 남산 타 워의 마나 전송 마법진을 설치하고, 켈빈이 마법 술사와 마법사를 동원 해 성마다 있는 마나막 생성 마법진 을 손봤다.

그리고 100개의 마나석 심장이 만 들어 졌다.

남산 타워에 10개, 용족과 맥칼란 의 성에 2개씩 마나석 심장을 설치 하고 다른 성은 1개씩 설치했다. 성 의 크기도 다르고 마나막 생성 마법 진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이성진이

장악한 지역의 마나는 이성진을 믿 고 따르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샤인과 란마스도 한숨을 돌렸다.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후퇴하느라 피해가 컸다. 하지만 지 금은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북진할 수도 없었 다.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파나 신의 영역이다. 마나를 흡수해 사용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전선은 굳어지기 시작 했다. 위로도 못 올라간다. 하지만 아래로도 못 내려온다.

서쪽은 신의주에서 밀려 평양까지 후퇴한 상황이었다. 백두산을 눈앞 에 둔 함흥에서 밀려 원산까지 후퇴 했다.

3일, 아니 2일만 더 시간이 있었다 면 백두산 기지까지 갈 수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밀렸다. 그래서 더 안 타까웠다.

이성진은 더는 아라를 찾는 일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냥 백두산 기지로 아라를 찾아 떠 날 수도 없었다.

이제 서울•경기 지역도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에 편입해 하나의 제 국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파나 신과 싸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나로 뭉쳐 싸워도 힘든 싸움이다. 하나로 뭉치지 않고 분리 된 상태에서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이성진은 연락 사무소가 아 닌 청와대로 들어갔다.

고진명 대통령의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이었다.

청와대에는 북쪽 전선을 방어하고 있는 샤인과 란마스를 제외한 중요 한 사람과 종족이 다 모였다.

“내 의견을 반대 없이 따라 줘서 모두 고맙습니다.”

이성진이 고맙다고 말하자 황수정

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닙니다. 폐하! 그레이트 살바티 오 왕국은 이성진 폐하의 것입니다. 이성진 폐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왕국입니다. 이성진 폐하의 뜻이 곧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뜻이며 이성진 폐하를 따르는 종족의 뜻입 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서 그 누구 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성진이 없 었다면 마나를 사용 못 하는 일반인 이 된다. 그리고 파나 신의 광신도 들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성진 폐하께서 대한민국 을 품으시고 대한 제국으로 선포하

시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흐뭇하게 미소 지 었다. 대한민국은 사라지는 것이 아 니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사회생해 대한 제국으로 거듭나는 것뿐이다.

지금 지구에서 기존 나라의 명맥을 잇는 나라는 없다. 이성진과 같은 왕이 없으니 당연했다.

“대한 제국 선포는 30일 뒤에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하고, 지구 연합군에게서 지원 요청이 왔 다고요?”

몽골의 지구 연합군도 계속 패배하 고 있었다. 보급이 어려우니 당연한

일이었다.

정학철 대장이 이성진의 질문에 대 답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지구 연합군은 지금 보급이 되질 않아 굶주리고 있 습니다.”

“지원 방안 역시 고민해 봅시다. 그리고 나는 잠시 서울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성진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너무 강한 의지 때문에 그 누구도 반대는 안 했다.

대신 이성진이 안전하면서도 빠르 게 다녀오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맥칼란이 모두를 대표해 말했다.

“이성진 폐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 다.”

“말씀하세요.”

“혼자 가실 생각이십니까?”

“네. 혼자 가서 아라만 데리고 올 생각입니다.”

백두산 기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 안한 일이지만 아라만 데리고 오는 것도 이성진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 냥 싸우면서 내려오면 몰라도 아라 를 데리고 전투를 할 수는 없었다.

“제가 알기로는 백두산 기지는 중 요한 곳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중요한 곳이다. 엘 파나와 연결된 차원 통로가 있다. 그곳을

통해 엘 파나에서 증원이 올 수 있 었다.

“하지만 언제 공격받아 점령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요?”

“어차피 백두산 기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면 백두산 기지를 지키던 3천 명을 철수시키면서 폭파하는 것 은 어떠십니까?”

아라를 데리러 가서 차원 통로를 파괴할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3 천 명을 철수시킨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3천 명을 철수시킬 수 있다면 최 상이다.

“방법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이성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맥칼란은 물론 황수정과 김동수, 켈 빈 그리고 하늘의 검이 속으로 좋아 했다.

3천 명을 철수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이성진이 외면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방법이 뭡니까?”

“두 번째 달 폭파 계획을 약간만 수정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이성진도 무슨 계획 인지 알았다. 하지만 맥칼란의 말을 기다렸다.

“두 번째 달을 폭파 계획 때 사용 했던 전투기와 수송기를 이용해 백 두산 기지까지 가는 것입니다. 마나 석으로 움직이는 전투기와 수송기는 파나 신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한, 성층권으로 올라가서 움직이 기 때문에 신성 파나 제국의 감시망 에도 걸리기 힘듭니다.”

그랬다. 두 번째 달이 없는 이상 신성 파나 제국이 성층권에서 움직 이는 전투기와 수송기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것 좋은 방법 같네요. 그럼 백 두산 기지 폭파와 철수 계획을 위한 준비를 해 주세요.”

이성진은 자신이 혼자 가는 것이나 수송기로 가는 것이나 몇 시간 차이 안 날 것으로 생각했다. 성남 비행 장에서 백두산까지 최소 30분에서 40분까지밖에 안 걸린다.

수송기가 떠서 성층권에 올라갔다 가 내려오면 백두산이다.

“알겠습니다. 폐하! 12시간 안에 준비하겠습니다.”

두 번째 달 폭파 작전을 끝낸 지 며칠 안 지났다. 수송기는 피해가 없으니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해 주시고, 고진명 대통령 께서는 대한 제국에서 초대 수상 직 을 맡아 줬으면 합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모두 놀랐 다. 하지만 고진명 대통령이 가장 놀랐다. 그리고 손을 내저었다.

“폐하. 저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 통령으로 정치를 그만둘 생각입니 다.”

하지만 이성진은 고진명 대통령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건 안 되겠습니다. 나에게 대한 민국을 떠넘기고 쉬실 생각이라면 그만두시고요.”

고진명 대통령은 당황했다. 떠넘기 고 쉬는 것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 는 상황이긴 해도 대한민국의 마지 막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그 책임

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떠넘기는 것처 럼 보일 수도 있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이성진 폐하께 떠넘길 수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됩 니다.”

“앞으로 대한 제국은 대한민국의 행정 체계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 어질 겁니다.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고진명 수상 예정자밖에 없 습니다.”

이제 고진명 대통령을 수상 예정자 라고 불렀다. 사실 서울•경기 지역 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은 대한민 국의 행정 체계를 이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행정 체계 위에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특성을 더 넣은 것 뿐이었다. 그 일을 황수정과 맥칼란 이 해 왔다.

“하지만 저는……

“더는 거절하지 마세요. 고진명 수 상 예정자가 있어야지 기존 관료들 의 반발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황 수정 부수상과 잘 의논해서 이 전쟁 이 끝나면 대한 제국과 민주주의가 같이 갈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고진명은 더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평화가 찾아오면 군림하되 통치하

지 않을 것입니다.”

엘 파나의 종족은 이성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은 한번쯤 다 들어본 말이었다.

입헌 군주제다.

지금은 강력한 힘과 일사불란한 단 결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입헌 군주제를 하지 못한다.

고진명은 이성진의 생각이 그렇다 면 끝까지 돕겠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럼 그렇게 하시는 것으로 하고, 대한 제국을 선포하는 날 신성 파나 제국에 정식 선전 포고를 하는 것으

로 하겠습니다.”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 선전 포고한다는 것은 더 준비 를 하란 뜻이었다. 파나 신이 마나 를 장악한 곳을 공격할 방법을 찾아 야 한다.

“그럼 수송기가 준비되는 대로 출 발하겠습니다.”

청와대에서의 첫 회의는 끝났다. 그리고 12시간 뒤 이성진은 성남 비행장에서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수송기를 타고 백두산 기지로 떠났 다.

그런데 이성진이 백두산 기지에 도 착할 때쯤 신성 파나 제국의 군대도

백두산 근처에 도착했다.

신성 파나 제국의 군대가 백두산을 포위했다. 그 누구도 백두산에서 들 어오고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 게.

그리고 전투기와 이성진이 탄 수송 기가 보이자 신성 마법을 쏘기 시작 했다.

황금색 빛이 수없이 날아왔다. 선 두에 있던 전투기가 신성 마법에 맞 고 폭발했다.

단 2방이었다. 첫 번째 신성 마법 은 전투기를 보호하는 마나막을 깼 다. 두 번째 신성 마법은 전투기를 폭발시켰다.

순식간에 5대의 전투기가 폭발했

다. 신성 파나 제국의 강력한 공격 에 전투기는 물론 수송기까지 다시 고도를 올려야 했다.

이성진이야 상관없다 해도 수송기 가 격추되면 백두산 기지의 사람들 을 철수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신성 파나 제국은 전투기와 수송기를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신성 파나 제국의 군대에서 날개 달린 사자가 날아올랐다. 날개 달린 사자의 등 위에는 신성 마법사와 신 성 기사가 타고 있었다.

신성 파나 제국 심판의 날개 기사 단이다.

하늘로 날아오른 심판의 날개 기사

단의 숫자는 무려 200마리였다. 수 송기를 호위하는 전투기는 20대뿐 이다. 속도도 빨랐다. 수송기가 성층 권으로 올라가기 전에 따라 잡힐 것 같았다.

전투기가 방향을 바꿔 날개 달린 사자와 공중전을 준비했다.

목표는 단 한 가지다. 수송기가 성 층권으로 무사히 대피할 때까지 시 간은 벌어 주는 것.

[알파 편대는 우측을! 브라보 편대 는 좌측을 맡는다. 적을 수송기에게 절대 보내서는 안 된다.]

이정민 대령은 죽음으로 수송기를 지키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알파 편대 라저.]

[브라보 편대 라저.]

저 수송기에는 이성진이 타고 있 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그것을 알고 있 다. 그리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모두 강한결이 제작한 반지를 끼고 있었 다.

이성진을 믿는 이들이었다. 자신이 믿는 이성진이 타고 있는 수송기가 공격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었다.

죽음으로 이성진을 지킨다. 이미 상황을 알렸으니 곧 전투기 편대가 지원 온다.

전투기 편대가 좌우로 벌어지며 심 판의 날개 기사단이 수송기로 접근 하지 못하게 미사일을 쐈다. 2발씩 40발이 날아갔다.

전투기가 미사일을 쏘자 심판의 날 개 기사단은 마나막을 믿고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미사일에 마나막을 통과하는 장치가 있는 줄 몰랐다. 40발의 미사일이 마나막을 그냥 통과해 날개 달린 사자의 몸에 부딪혔다.

뇌관에 충격이 가는 순간 미사일은 폭발한다.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날 개 달린 사자와 신성 마법사 그리고

신성 기사는 산산이 조각났다.

파나 신의 신성력으로 회복력이 좋 다 해도 산산이 조각난 이상 살아날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30마리의 날개 달린 사 자가 사라졌다.

미사일이 통한다는 것을 본 조정사 들은 바로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시 날아가는 40발의 미사일.

하지만 심판의 날개 기사단도 이번 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170마리 의 날개 달린 사자의 등에서 황금빛 이 쏘아졌다.

40발의 미사일은 허무하게 신성 마법에 폭발해 사라졌다. 그리고 몇

대의 전투기도 신성 마법에 맞았다. 다행히 2발은 맞지 않았다.

마나막만 사라졌을 뿐 움직이는 데 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신성 마법이 날아왔 다. 그것도 2번씩 340개나.

신성 마법이 노리는 곳은 수송기였 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막을 수 없 다는 것을 알았다.

이정민 대령이 급하게 마법 통신기 에 대고 소리쳤다.

[수송기 앞을 막아!]

전투기들이 죽음으로 수송기 앞을 막기 위해 신성 마법이 날아가는 방 향으로 기수를 틀었다. 다 막을 수

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막아야 했 다. 그 대가가 죽음일지라도.

심판의 날개 기사단의 노림수였다. 전투기들이 수송기를 보호하려 한다 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전투기를 따로 상대하는 것보다 한 번에 모아 처리할 수 있다.

20대의 전투기가 최대한 많은 신 성 마법을 막으려고 기수를 위로 올 렸다.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한두 발은 더 막을 수 있다.

[이성진 폐하! 만세!]

20명의 전투기 조종사가 동시에 마법 통신기에 대고 외쳤다. 죽음의 직전에 용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340개의 신성 마법이 전투기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동시에 폭발했다.

심판의 날개 기사단은 무언가 잘못 된 것을 알았다. 20대의 전투기로 340개의 신성 마법을 다 막지 못한 다. 그리고 동시에 폭발할 리도 없 었다.

[뭐야? 살아 있나?]

전투기 조종사가 자신도 모르게 말 했다. 죽은 줄만 알았는데.

[나 불러 놓고 그렇게 죽으면 안 되지!]

이성진의 목소리였다. 수송기 한 대가 전투기의 뒤편에 떠 있었다.

수송기의 옆문이 열려 있다. 그리 고 그 문에는 검은색 갑옷을 입은 이성진이 서 있었다.

이정민 대령은 이성진이 신성 마법 을 막은 것을 알았다.

[이성진 폐하! 빨리 이곳을 벗어나 십 시오!]

[아니.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위험합니다.]

[잘 봐 둬. 내가 왜 엘 파나의 검 은 사신으로 불렸는지 보여 줄 테니 까.]

이정민 대령은 곧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 날개 달린 사자가 날 개를 잃고 떨어진다. 그것도 100마

리가 넘게.

그뿐만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떨 어지는 것을 멈춰 보려고 노력하는 신성 마법사가 피를 뿜으며 쓰러졌 다.

신성 마법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던 심판의 날개 기사단은 바로 뒤돌아 도망치 기 시작했다. 수송기에 이성진이 타 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하나씩 날개를 잃고 떨 어 졌다.

심판의 날개 기사단 200명은 전멸 했다. 이성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면 이렇게 허무하게 전멸하지 않았 다.

이성진이 수송기에 타고 있다는 것 을 몰랐기 때문에 전멸했다.

이성진이 처음에 지상에서 쏜 신성 마법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 것은 이 성진의 능력을 잘 모르는 조종사들 때문이었다.

전투기가 먼저 당하고 수송기는 바 로 기수를 틀었다. 전투기가 심판의 날개 기사단을 상대하려 움직이는 동안 수송기는 거리가 더 멀어졌다.

아무리 이성진이라 해도 거리가 멀 면 명중률이 떨어진다. 그것도 목표 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성진은 수송기 조종사에게 명령 해 급하게 날아와 전투기를 보호하 고 심판의 날개 기사단을 전멸시킨 것이다.

[이성진 폐하...]

[우리 피해도 있지만, 저쪽 피해가 더 커. 그리고 이번처럼 쉽게 당해 주지 않을 거니까 증원이 오는 대로 호위 전투기들은 돌아가.]

[아닙니다. 저희의 임무는 이성진 폐하를 호위하는 것입니다.]

이정민 대령은 왜인지 모르지만, 이성진 근처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 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성진 옆을 지키고 싶었다.

[그럼 일단 성층권까지 올라가지.]

[알겠습니다. 폐하!]

이성진을 태운 수송기와 전투기 20대는 성층권으로 올라갔다.

이제 이성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 다.

백두산 기지에 있는 3천 명을 안 전하게 철수시킬 방법이 없다. 신성 파나 제국은 수송기를 집중적으로 노릴 것이다.

이성진 혼자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라만 데리고 빠져나와야 하나 싶 었다. 어쨌든 선택은 하나였다.

무조건 아라는 데리고 나온다.

이성진이 수송기에서 사라졌다. 하 지만 전투기나 수송기에서는 이성진 이 사라진 것을 몰랐다.

이성진은 성층권에서 백두산 기지 를 향해 자유 낙하를 하고 있었다.

두 개의 심장에서 만들어진 마나가 이성진을 보호했다. 공기의 마찰력 이 없다. 그냥 이성진 몸 주위를 미 끄러지듯이 지나쳤다.

중력에 이끌려 엄청난 속도로 떨어 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성진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발견하거나 느 낄 수 없었다. 마나가 완벽하게 이 성진의 존재를 감추고 있었다.

백두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에

서 바라보는 백두산 천지 호수의 모 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이성진이 떨어져 내리는 속도가 서 서히 줄어들었다. 이성진의 마나가 지구의 중력과 반발하기 때문이었 다.

이제는 생각만으로 가능했다. 물론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 럴 만한 마나가 충분하지 않다.

파나 신처럼 수억 명의 믿음을 받 거나 수십억 년 동안 마나를 쌓고 신성력으로 바꿔 왔다면 모를까.

백두산에 더 가까워지자 신성 파나 제국의 병사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곳이 보였다.

중턱에 있는 기지 입구였다.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은 입구를 뚫기 위 해 돌격한다. 기지에서는 마법 도구 를 이용한 무기로 방어한다.

이미 수송기가 내려앉기로 예정되 어 있던 곳은 신성 파나 제국의 병 사들이 장악했다.

기지를 방어하는 사람들은 상처 입 어도 아무렇지 않게 달려드는 신성 파나 제국의 병사들을 죽이며 질려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성 파나 제국 병사와 처음 싸워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 다.

그래도 누군가 착실하게 신성 파나

제국 병사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소리치며 방어하고 있었다.

“머리를 노리란 말이야! 거기! 다 리를 먼저 쏘고 자세가 무너지면 머 리를 쏴! 몸통 쏴 봤자 구멍만 뚫리 고 끝이야!”

그 덕분에 신성 파나 제국 병사의 시체는 쌓여만 가고 입구는 뚫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다. 이제 곧 다가올 재앙과도 같은 놈들이 올 것

O

신성 기사단.

왜인지 모르지만, 신성 기사단이 오는 것이 늦어지고 있었다.

신성 기사단이 나타나면 입구를 포 기하고 후퇴해야 했다. 더 좁은 곳 에서 상대하거나 입구 자체를 폭파 해 무너뜨린다. 그리고 구원을 기다 릴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에 연락은 했다. 수송기 가 도착하기 전에 신성 파나 제국이 먼저 온 것이 아쉬웠다.

“거기! 조심……

나이프 잭이 경고하기도 전에 몸을 너무 많이 내밀어 마나 석궁을 쏘던 사람 한 명이 거꾸로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신성력이 담긴 화살은 방탄복 따위 는 그냥 뚫어 버렸다. 초인이 된 사

람 정도 되어야 화살을 맞고도 멀쩡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머리나 심장 이 아닌 다른 곳에 맞아야 한다.

“방패병이 온다. RPG!”

방어 마법이 걸린 방패를 든 병사 들이 전진하고 있었다. 나이프 잭이 RPG라고 소리치자 뒤에서 로켓 발 사기를 든 사람들이 나왔다. 그리고 방패를 향해 쐈다.

로켓탄이 방패에 맞고 폭발했다. 하지만 방어 마법을 뚫지는 못했다. 어차피 뚫을 생각도 없었다. 로켓탄 이 폭발하는 반동 때문에 방패를 든 병사의 균형이 깨지기만 하면 된다.

“다리를 먼저 노려!”

마법 도구인 석궁으로 마나가 담긴 화살을 쏜다. 균형이 깨져 자세가 흐트러진 방패 사이로 화살이 들어 갔다. 그리고 머리가 드러나면 저격 하듯이 화살을 쏜다.

쓰러진 방패 병사가 걸림돌이 된 다. 혼란이 더 가중된다.

“젠장! 후퇴 준비!”

신성 파나 제국은 수백 명의 사상 자를 낸 다음 사제와 신성 기사를 투입했다. 그것을 나이프 잭은 바로 눈치챘다.

마나가 담긴 화살 따위로는 신성 기사를 죽일 수 없다.

신성 기사는 기사가 상대해야 한

다. 서로 검을 맞대고 싸워 머리를 날려야지만 막을 수 있다.

그 증거로 마나가 담긴 화살을 검 과 방패로 손쉽게 막으며 달려오는 기사들이 보였다.

“RPG!”

로켓탄을 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중간에 무언가에 막힌 듯 로켓탄은 폭발했 다. 병사와는 다르게 기사는 로켓탄 이 폭발하는 반발력 따위에는 미동 도 하지 않았다.

달려오는 속도는 그대로였다.

“후퇴! 후퇴!”

일부가 마나가 담긴 화살을 쏘고

일부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숨어 있던 곳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신성 파나 제국의 화살 은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몇 발자국 가지도 못해 대부분 쓰 러졌다.

“흐}! 이렇게 되면 무너뜨리는 것밖 에 없나?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 네……. 친구.”

이성진이 올 때까지 아라를 지켜 주겠다고 한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 하다고 말했다.

나이프 잭은 마나 폭탄을 손에 쥐 었다. 이 마나 폭탄을 터뜨리면 입 구 천장과 벽에 설치한 마나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진다.

수만 톤의 돌이 입구를 막는다.

최소 며칠은 버틸 수 있다. 백두산 기지의 상황을 알렸으니 며칠이면 충분했다. 이성진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와서 아라를 구해 갈 것이니까.

나이프 잭은 마나 폭탄을 들고 입 구를 향해 달렸다. 등 뒤로 화살이 날아온다. 하지만 나이프 잭은 등에 눈이라도 달려 있다는 듯 화살을 피 하며 달렸다.

“워! 워! 그러면 안 되지!”

나이프 잭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급히 틀었다. 나이프 잭이 몸을 튼

순간 나이프 잭이 있던 곳에 신성 기사의 검이 지나갔다.

어느새 나이프 잭이 있는 곳까지 신성 기사가 온 것이다.

“손에 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 어떤 가? 지구의 인간!”

나이프 잭은 자신의 앞을 막고 있 는 신성 기사를 보며 침을 삼켰다. 일대일로 싸워도 어려운 상대 같았 다. 신성 기사가 조금 전 말하지 않 았다면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역시 자비는 눈곱만치도 없는 아 이러니한 놈들이야. 신을 섬긴다는 놈들이 항복하는 사람을 죽이니.”

그랬다. 입구를 방어하던 사람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신성 기사와 병사들은 무자 비하게 검을 찔렀다.

“파나 신에게 저항하는 것들은 모

두 이단이다. 이단에게 용서는 없 다.”

신성 기사가 검으로 나이프 잭을 가리켰다.

“대신 명예롭게 죽게는 해 주겠 다.”

나이프 잭은 이렇게 된 것 신성 기사에게 접근해 마나 폭탄을 터뜨 릴 생각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마나 폭탄이 터지면 아무리 신성 기사라 해도 버틸 수 없다.

나이프 잭이 자신의 무기인 짧은 나이프를 꺼냈다.

“자 덤벼라. 지구의 인간!”

나이프 잭이 신성 기사에게 튀어

나가려 할 때 나이프 잭 앞에 이성 진이 나타났다.

“내가 덤벼 줄게. 신성 기사!”

나이프 잭은 이성진의 목소리를 알 아들었다.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다.

“빨리 좀 오지.”

나이프 잭은 투덜거리듯 말했다. 이성진이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입 구를 지키다가 죽은 사람은 몇 명 안 될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고생이다.”

이성진이 고생했다고 말하는 순간 신성 기사는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 다. 이성진이 누구인지 말을 안 해

도 알 수 있다. 이성진에게서 신성 이 너무 잘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이단의 주구……. 사신 S!”

신성 기사는 자신이 절대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곧 두려움을 떨쳐 냈다.

“파나 신의 이름으로 이단의 주구 인 사신 S를……

퍼억 소리와 함께 신성 기사는 머 리가 터졌다. 그리고 그대로 쓰러졌 다. 입구를 방어하던 사람들을 학살 하다시피 하던 신성 기사의 최후치 고는 허무했다.

다른 신성 기사들이 이성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성진

근처에 가기도 전에 머리가 터져 나 갔다.

순식간에 신성 기사를 전멸시킨 이 성진을 본 나이프 잭은 자신도 모르 게 입을 살짝 벌린 상태였다. 지금 본 것이 현실인가 싶었다.

이성진이 강한 것은 안다. 엘 파나 에서도 신성 기사 따위는 쉽게 상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다른 팀원이 신성 기사의 시선을 끄는 동안 이성진이 처리하는 방식 이었다.

멍하니 서 있는 나이프 잭에게 이 성진은 몸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잭!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을 챙겨! 그리고 입구를 지킬 병력을 더 데리 고 와.”

“어? 어……. 알았어.”

나이프 잭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 이 몇 명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 서는 어떻게 할 수 없어 입구 안쪽 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렀다.

입구 안에서도 이성진의 활약을 보 고 있었다.

그리고 1인 군단이란 말이 이럴 때 사용하는구나 싶은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마나가 담긴 수천 발의 화살이 하 늘을 가득 메우며 날아온다. 이성진

의 손짓 한 번에 마나막이 생긴다. 수천 발의 화살은 마나막에 막혀 그 대로 폭발했다.

이성진이 천천히 걸어가며 엘 파나 의 검은 사신 으라는 것을 증명하듯 이 양손에 소총을 들었다.

그러자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이 수백 명씩 머리를 잃고 쓰러졌다.

이성진이 성큼 한 걸음 앞으로 나 갔다. 이성진이 한 걸음 나간 만큼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의 머리가 사 라졌다.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이 방패를 들어 보 지만 머리를 잃고 쓰러지는 것은 똑

같았다.

이성진이 발을 들어 한 걸음 앞으 로 나가려 하자 신성 파나 제국 병 사들을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성진의 일정 거리 안에 있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 이성진이 한 걸음 걸 어오면 한 걸음만큼 뒤로 물러나야 살 수 있다.

다시 이성진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조금 늦게 반응한 신성 파 나 제국 병사는 그대로 머리가 사라 지며 쓰러졌다.

조금 의심하고 있던 신성 파나 제 국 병사들이나 지휘관은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성진을 절대 죽이 거나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신성 파나 제국 지휘관은 허무하게 병사를 잃을 수 없었다. 그래서 후 퇴 신호를 보냈다. 병사들은 재앙 같은 이성진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는 것을 기뻐하며 일제히 뒤돌아 뛰 기 시작했다.

이성진은 도망치듯 달려가는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을 뒤쫓지 않았다.

뒤쫓다가 신성 파나 제국이 다른 신성 기사를 우회해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은 몸을 돌렸다. 이성진이 몸을 돌리자 기회라고 생각한 신성

파나 제국 지휘관이자 사제인 알파 인은 신성 마법사들에게 최강의 신 성 마법인 심판의 창을 준비시켰다.

심판의 창은 파나 신에 대한 믿음 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바쳐 만든다. 생명과 바꿔 만든 심판의 창의 위력 은 신성 기사도 일격에 죽인다.

10명의 신성 마법사가 자신들의 생명력을 불태워 심판의 창을 만들 어 냈다. 이제 이성진을 향해 쏘아 보내는 순간 자신들은 죽는다.

순교라고 생각하니 가능한 일이다.

“쏴라!”

무방비한 상태로 등을 보이고 걸어 가는 이성진이다. 작은 희망을 가졌

다. 이성진이 죽으면 좋고 죽지 않 더라도 상처 정도는 입힐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하지만 심판의 창이 신성 마법사의 손을 떠나기 전에 신성 마법사들이 쓰러졌다. 자신의 생명을 태워서 만 드는 심판의 창의 기운을 이성진이 못 느꼈을 리가 없다.

수백 수천 명도 아니고 10명 정도 는 보지 않아도 마나의 움직임만으 로 쉽게 위치를 파악하고 저격할 수 있다.

쏘아 보내기도 전에 신성 마법사가 죽었다. 심판의 창은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안 돼!”

지휘관인 알파인은 절망의 눈으로 땅에 떨어진 심판의 창 10개를 봤 다.

“파나 신이시여!”

알파인이 파나 신을 외치는 순간 심판의 창 10개가 폭발했다. 알파인 은 물론 근처에 있던 신성 마법사와 병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경 100m 이내에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없었다.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성진이 있는 곳에서 더 멀리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성진을 막거나 이길 힘이

없다. 신성 기사단과 사제 등이 더 있어야 했다.

그때까지는 백두산 기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헛된 죽음만 늘어나니까.

이성진이 백두산 기지 입구로 돌아 오자 나이프 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것도 SS 짓이야?”

“내가 했다기보다는 자업자득이 지.”

이성진이 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여간 볼 때마다 신세 지는 것 같네.”

“이번 것은 신세로 안 쳐 줄게. 아

라 보호하려고 그런 거니까.”

“웃기고 있네. 내 임무였어. 임무 완수를 못 하고 죽을 뻔한 거 네가 구해 준 거니까 이것도 내가 빚진 거야.”

이성진은 씨익 웃었다. 나이프 잭 은 항상 저랬다.

“그럼 언제 빚 갚을 건데? 한 30 번 되나?”

“34번이야! 오늘까지.”

이성진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 을 뿐이다. 그래서 농담처럼 30번이 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이프 잭은 정확하게 34번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구에서 12번! 나머지는 엘 파나

에서 빚졌다.”

“알았어. 그럼 아라를 여기까지 무 사히 데리고 와 준 것으로 모든 빚 을 청산하는 것으로 하자.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 니까.”

“그럴 수는 없지. 빚 하나에 임무 하나야.”

이성진은 나이프 잭이 계속 빚을 졌다고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다는 아니어도 절반 정도는 빚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빚 하나에 임무 하나라고 말한 거 야?”

나이프 잭은 씨익 웃었다.

“그래. 빚 하나에 임무 하나씩 해 준다.”

“나이프 잭 너, 지금 내 밑에서 일 하겠다고 말하는 거야?”

“맞아. 솔직히 이번 임무가 끝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나이프 잭이 고민할 만했다. 엘 파 나의 첫 번째 침공 때 영국 대부분 이 물에 잠겼다. 나라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실정이다.

나이프 잭은 처음부터 몽골 지구 연합군에 파견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지구 연합군은 몽골 기지를 잃 었다. 더군다나 신성 파나 제국과의

전투에서 계속 지고 있다.

더한 문제는 지구 연합군에 소속된 나라가 더는 존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나이프 잭은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몰랐다.

“나와 내 부하들을 받아 준다면 열 심히 일할게. 평생 이 짓만 하고 살 았는데 다른 일은 못 하겠어.”

“나이프 잭 네가 온다면야 나야 환 영이지.”

“그럼 허락한 거다.”

“그래. 빚이나 열심히 갚아라.”

나이프 잭은 대답 대신 무릎을 꿇 었다.

“나이프 잭! 이성진 폐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충성을 맹세했던 영국이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으니 이성진에게 충성을 맹세해도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왜 이래. 전우끼리.”

“아닙니다. 이제 왕이 되셨으니 그 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셔야 합니 다.”

생각해 보니 나이프 잭이 반말을 했다가는 황수정이나 하늘의 검에게 두들겨 맞을지도 몰랐다.

“나중에 둘만 있을 때는 전우로 편 하게 말하자.”

“안 됩니다. 폐하!”

나이프 잭은 그런 안일한 마음을 가졌다가 실수하는 경우를 많이 봤 다. 이런 난세의 시대에 조그마한 실수 하나가 나중에 크게 돌아온다.

“이곳은 부하들에게 맡기시고 이성 진 폐하께서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 셨던 분에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이프 잭은 정중하게 일어서 이성 진을 기지 안으로 안내했다. 이성진 은 투구를 해제하고 나이프 잭의 뒤 를 따라 들어갔다.

기지 안의 천하 그룹 직원들은 이 성진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보자마 자 무릎을 꿇었다. 이미 천하 그룹 의 직원이 아닌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백성이기 때문이었다.

나이프 잭을 따라 기지 깊숙한 곳 으로 계속 들어갔다. 중심부로 향하 는 것 같았다.

“혹시 아라가 있는 곳이 차원 통로 근처야?”

“그렇습니다, 폐하. 만약을 대비해 이곳이 점령당할 것 같으면 아라 공 주님과 함께 엘 파나로 건너갈 생각 이었습니다.”

꽤 괜찮은 생각이었다. 일단 어떻 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하니까.

3개의 차단문을 지나 차원 통로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거대한 광장 중앙에 납과 강철로

만든 문이 보였다. 그 누구도 통과 하지 못하게 차원 통로를 막아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초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초조하게 서 있는 아라가 보 였다.

“아라야!”

아라는 이성진의 목소리에 놀라 고 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아빠가 있다는 것을 봤 다. 아라의 눈에서 그냥 눈물이 홀 렀다.

이성진은 순간 이동하듯 아라의 앞 에 나타났다. 그리고 손을 들어 아 라의 눈물을 닦아줬다.

“아빠 보자마자 왜 울고 그래?”

“기뻐서……. 진짜 아빠 못 보는 줄 알았단 말이야.”

아라는 백두산 기지가 공격받는 순 간 이성진을 만나는 것이 정말 어렵 구나 생각했다. 이성진과 연락된 이 후 며칠만 지나면 아빠를 만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잘못하면 이성진을 못 만날 수 있 다는 생각이 들자 불안했다. 한 번 불안해진 마음은 쉽게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성진이 나타났다. 불안했 던 마음이 사라지면서 눈물이 자연 스럽게 나왔다.

“약속대로 왔잖아.”

“피! 약속 빨리도 지키시네요.”

아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빠 를 만나니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 심각한 상황이었다는 것도 잊었다.

그만큼 이성진을 만난 것이 좋았 다.

이성진과 아라가 다시 만나 기뻐하 는 마음이 기지 전체로 퍼져 나갔 다. 기지 안의 모두가 기쁨의 감정 을 공유했다.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고 이성 진과 아라의 행복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이프 잭 역시 뒤에서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이성진과 거래 관계가 아닌 진심으로 충성하 고 싶어졌다.

“우리 아라! 안 본 사이에 많이 큰 것 같네.”

“예전에도 컸어요.”

“그래.”

외형적인 것만이 아니라 아라는 생 각이 깊고 배려심이 있었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자. 소개해 줄 사람들이 많다.”

“네.”

아라는 이성진이 온 이상 서울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성진

이 한 약속은 꼭 지켰으니까.

“아라가 안전하게 서울로 가기 위 해서 아빠가 일해야 하니까 나이프 잭 아저씨 옆에 꼭 있어.”

아라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 다. 이성진과 떨어지기 싫다. 하지만 이성진이 있어야지만 이곳을 벗어나 서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아 라도 이성진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 대충 알고 있다.

그때 백두산 기지 직원이 마법 통 신기를 들고 뛰어왔다.

“이성진 폐하! 서울에서 마법 통신 이 왔습니다.”

“누구에게서 왔나?”

“황수정 재상입니다.”

이성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수정 재상과 맥칼란이 홀로그램처럼 나타 났다.

[폐하! 무사하셨군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 황수정 재 상!”

황수정도 이성진이 신성 파나 제국 군 따위에게 다치지 않을 것을 안 다. 하지만 마음은 걱정이 됐다. 그 것을 아는 이성진이 황수정의 마음 에 답해 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폐하. 옆에 아라 공주 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라 공주님.]

“네. 안녕하세요. 황수정 재상님!”

아라는 황수정을 처음 봤다. 놀랄 정도로 예뻤다. 그리고 황수정 재상 의 눈빛에서 이성진을 좋아한다는 것을 봤다. 서울에 가면 황수정 재 상을 따로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뵙는 날을 기대하겠습니 다. 죄송하지만 폐하와 먼저 이야기 를 해야 해서.]

“네. 그러세요.”

황수정은 아라에게 잘 보여야 했 다. 딸 바보인 이성진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니까.

[폐하! 12시간 뒤에 융단 폭격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수송기가 착 륙해 모두 구출할 것입니다.]

“융단 폭격? 내가 아는 융단 폭격 인 건가?”

[폐하께서 아시는 융단 폭격이 지 구의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면 맞습니다.]

이성진은 황수정의 뒤에서 씨익 웃 고 있는 맥칼란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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