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46화 (46/50)

3장. 스타 디스트로이어

24시간이 지났을 때 대략적인 기 본 계획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모 였다.

기본 계획을 이성진에게 보고하고 승인받기 위해서였다.

지금 이성진은 기본 계획을 읽고 있었다. 드비쉬 공왕가가 가진 정보 로 필요한 전투기와 무기 그리고 병 사와 기사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었다.

“제게 어려운 결정을 하라는 것이

군요.”

기본 계획은 가장 마지막에는 두 번째 달을 폭파했을 때 예상한 피해 가 나와 있었다. 두 번째 달을 폭파 하기 위해 투입한 병사와 기사는 모 두 죽는다.

폭발 범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 이었다.

궤도권까지 올라갈 수 있는 수송기 숫자가 적기 때문에 정예만 가야 했 다. 최대로 해도 2천 명이었다.

“뛰어난 마법 술사도 가야 하고 요.”

두 번째 달의 중심부에 있는 마법 진을 폭주하게 하려면 마법 술사가

필요했다. 최소 켈빈이나 유투진 정 도 실력자가.

이성진은 기본 계획서를 덮었다. 그리고 맥칼란과 김동수에게 물었 다.

“며칠 안에 준비가 끝납니까?”

“준비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최소 2일에서 최대 3일입니다.”

마법 도구로 개조한 전투기 300대 와 수송기 30대를 동원하는 작전이 었다. 미사일에도 마법 도구를 부착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기본 계획을 바꾸겠습니다.”

이성진이 기본 계획을 바꾼다고 말 했다. 또 어떤 기발한 생각을 했는

지 궁금했다.

“두 번째 달을 폭파하는 동시에 빈 성을 탈취해 돌아옵니다.”

기발한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달의 중심부에 남아야 하는 마 법 술사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기사 들은 못 빠져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 달의 폭발에서 빈 성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모두 한 가지를 잊고 있었 다.

“내가 직접 갈 겁니다.”

이성진이 직접 가면 가능하다는 것 으

모두가 이성진이 직접 가면 가능하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맥칼란이 가장 먼저 반대했다.

“이성진 폐흐}! 다소 희생이 있더라 도 폐하께서 직접 가시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맥칼란의 말에 고진명 대통령도 동 의했다.

“맞습니다. 지금 그레이트 살바티 오 왕국은 물론 미래의 대한 제국의 중심은 이성진 폐하이십니다. 만의 하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미래는 없습니다.”

황수정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이성진 폐하께서 굳이 안 가셔도 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황수정은 이성진 다음으로 강했다. 황수정이 이성진 대신 간다면 성공 할 확률도 높아진다.

“황수정 재상이 가는 것이 낫습니 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방에서 이성진이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성진의 결심은 변 함없었다.

“모두 조용히!”

순간 조용해졌다. 이럴 때는 말을 잘 듣는다.

“물론 황수정 재상의 도움도 필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안 갈 수는 없어요. 내가 가면 죽지 않 아도 될 생명이 많아집니다. 죽지 않아도 될 생명을 죽으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이성진도 많이 당했던 일이었다. 수많은 작전 중에 버려진 적이 많았 다. 그리고 죽음을 강요당하는 것이 나 같은 작전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살아남았다. 물론 대의를 위해서, 수많은 생명 을 살리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자신이 가면 죽지 않 아도 되는데 안 갈 수 없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두 번째 달을 없 애고 싶었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아라 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 었다.

아라가 있는 곳에 빈 성을 안 떨 어뜨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제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반대하면 혼자서라도 갑니다.”

이성진이 저렇게 나오면 막을 수 없었다. 아니 막을 수 있는 종족이 없었다. 이성진이 마음먹고 숨으면 황수정도 찾기 힘들었다.

이성진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자 맥칼란은 바로 태도를 바

꿨다.

“알겠습니다. 이성진 폐하! 그렇다 면 더 확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드 비쉬 공왕가의 모든 힘을 이 일에 쏟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사용할 수 있는 자원 을 지원하겠습니다.”

고진명 대통령도 맥칼란을 거들었 다.

그리고 이성진에게는 또 생각이 있 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동수 공작 님과 맥칼란 공왕께서는 한 가지 더 준비해 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만 해 주십시오.”

“뭐가 필요하십니까?”

김동수와 맥칼란이 이성진의 얼굴 을 쳐다보며 기다렸다.

“우리가 저 두 번째 달을 없애기 위해 가는 일을 모두가 알았으면 합 니다.”

“ 모두가요?”

“네. 아직 보급이 안 된 곳까지 마 법 통신기와 영상기를 최대한 빠르 게 보급하고 두 번째 달을 공격하는 것을 생중계했으면 합니다.”

이성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 다. 지난번에 이미 경험했다.

서울•경기 지역을 방어할 때 방송 을 통해 이성진이 힘을 얻었다. 이

성진이 말하지 않아도 결과를 통해 알았다.

강한결이 떠들고 다닌 것도 있지 만.

이성진의 말을 들은 정학철 대장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하지만 미리 알리면 적도 알고 대비할 것이 분명 합니다.”

정학철 대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 다. 황수정이 끼어들었다.

“정학철 대장의 말이 맞습니다. 두 번째 달을 공격하는 날까지 비밀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건 황수정 재상이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폐하!”

이성진은 2천만 명 이상의 종족이 자신에게 힘을 보태 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두 번째 달이 남아 있으면 언제든 지 빈 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 위협이 사라진다. 또한 두 번째 달을 파괴하면 사기가 오른다. 거꾸 로 엘 파나의 침공군은 사기가 떨어 진다.

지금 두 번째 달은 엘 파나 침공 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상징과도 같은 존재를 파괴하면 당연히 사기가 떨어진다. 강력한 무 기 하나를 잃어버린다.

이성진이 두 번째 달에 직접 가기 로 한 이상 더 철저하고 빠르게 준 비해야 했다.

회의는 그만 끝내고 바쁘게 움직였 다.

3일. 그러니까 성녀 엘리스가 경고 한 날로부터 5일째 되는 날이 밝았 다.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었 다. 하지만 성녀 엘리스가 장담한 7 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먼 곳을 가까이 볼 수 있는 확대 마법으로 두 번째 달을 항상 감시하 고 있었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나이프 잭이 알려 준 정보 대로 제대로 된 신성 파나 제국군대 가 나타났다.

샤인과 란마스는 신성 파나 제국군 대와 싸우느라 두 번째 달에 합류할 수 없었다. 또한 가장 강한 친위 기

사단을 보낼 수도 없었다.

북쪽 전선이 뚫리면 서울까지는 순 식간이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예비 군을 더 올려 보내야 하는 것 때문 에 골치가 아팠다.

할 일은 계속 생겨나는데 그것을 처리할 체계가 확실하게 안 잡혔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황수정의 부하 들과 드비쉬 공왕가의 부하들 그리 고 기존 대한민국 정부가 협조해서 간신히 돌아가고 있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폐하.”

황수정이 이성진에게 다가왔다.

“그럼 계획대로 출발시켜.”

“알겠습니다.”

이성진이 있는 곳은 성남 비행장이 었다. 이곳에 이성진과 함께 갈 3천 명의 전사가 모여 있었다. 오르쿠 중에서는 하늘의 검과 검은 전사들 이 왔다. 소인족은 저반카와 크로우 가 왔다.

드비쉬 공왕가에서는 켈빈과 마법 병단이 왔다.

인간 중에서 고르고 골라 뽑은 초 인들도 합류했다. 그중에는 이성진 에 가르침을 받은 이호영과 진명수 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황수정과 흑기사 일부 가 합류했다.

각 종족에서 뽑은 3천 명의 전사

였다.

이성진의 명령에 먼저 전투기가 발 진했다. 남아 있는 전투기를 끌어모 았다. 전국에서 300대의 전투기가 두 번째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기종은 상관없었다. 마법 도구에 의해 마나석을 동력으로 삼는다. 또 한 자체 마법 방어막이 있다.

최신 전자 장비는 가동되지 않는 다. 최신예 전투기나 구형 전투기나 날아올라 미사일을 쏠 수 있으면 된 다.

이 모습을 마법 통신기로 생생하게 찍어 전국으로 내보냈다. 새벽부터 갑자기 마법 방송을 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지금도 종족을 불문하고 마 법 방송을 보기 위해 계속 모이는 중이었다.

방송을 맡은 진행자는 왜 이 방송 을 하는지 계속 되풀이해 말했다.

두 번째 달을 파괴하기 위한 일이 라고.

그러면서 중간 중간에 서울에 떨어 졌던 빈 성 공격의 영상을 보여 줬 다.

당신들이 사는 곳에 떨어질 수도 있었다고 하면서.

이성진 폐하를 믿고 간절하게 기도 하라고 계속 외쳤다.

“하늘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300대의 전투기가 성남 공항부터 두 번째 달로 가는 길을 확보했다.

“그럼 출발하자.”

“수송기 출발을 명령하겠습니다.”

이성진은 오래간만에 갑옷을 소환 했다. 곧 이성진이 탄 수송기를 선 두로 성남 비행장에서 수송기가 떠 오르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전투기들이 수송기를 호위했다. 두 번째 달까지 가는 길 에는 그 어떤 공격도 없었다.

성층권을 지나 지구 궤도보다 조금 더 위에 두 번째 달이 있다.

마법 도구로 개조한 전투기가 아니 었다면 올라올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공기가 없는 상황은 달랐 다. 수송기 안에 탄 전사들은 모두 산소 호홉기를 얼굴에 쓰고 있었다.

두 번째 달에서는 전투기와 수송기 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방어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두 번째 달까지 올라와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 았다.

곧 선두 전투기가 두 번째 달의 마나막에 닿았다. 선두 전투기는 아 무렇지 않게 마나막을 통과했다. 그 뒤로 계속 전투기가 마나막을 통과 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미사일을 모두

쏟아부었다.

미사일도 날아가기만 하면 된다. 뇌관에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니까.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에 저항도 못 해 보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두 번째 달에는 대부분 평범한 인간 종족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르쿠나 용족은 지구로 내려갔다지금은 신성 파나 제국과 인간 왕국 인 알마스 왕국과 뮨 왕국 그리고 소인족 왕국인 카반 왕국만 있었다.

하지만 곧 반격이 시작됐다.

번쩍! 하는 빛이 날아오고 전투기 가 그대로 폭발했다. 마법 방어막도 뚫어 버리는 위력이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성에서 쏘아 댔다. 마나포였다. 성에는 기본적으 로 마나막 생성 마법진이 있다.

마나막 생성 마법진을 가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마나석이 필요했다. 그 마나석을 이용한 무기도 있었다.

한두 대를 시작으로 꽤 많은 전투 기가 폭발했다. 하지만 곧 이쪽도 반격을 시작했다.

마나포를 쏘아 대는 성에 미사일을 쏴 대고, 미사일이 없으면 전투기를 가져다 박으면서 탈출했다.

두 번째 달 마나막 안쪽은 신기하 게도 공기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 한 일이었다.

전투기들은 필사적으로 성의 마나 포를 파괴해 댔다.

곧 들어오는 수송기를 공격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들 역시 전투기에 부착한 마법 통신기를 통 해 지구로 보내지고 있었다.

200대가 넘는 전투기들의 활약으 로 수송기가 들어오는 길이 안전해 졌다.

길이 안전해지자마자 수송기가 마 나막을 통과해 들어왔다. 하지만 수 송기는 착륙하지 않았다.

수송기의 뒷문이 열리고 전사들이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반중력 마법 도구로 낙하산도 없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마법 도구 없이 빠르게 뛰어내리는 두 존 재가 있었다.

이성진과 황수정이었다.

둘은 마법 도구 따위는 필요 없었 다. 이성진은 땅에 닿기 전에 마나 를 뿜어내 충격을 줄였다. 황수정은 마법을 걸고 튼튼한 몸으로 그냥 떨 어졌다.

이성진과 황수정이 떨어져 내리자 그때까지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병 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뛰쳐나왔 다.

하지만 뛰쳐나오는 족족 왜 죽는지 도 모르고 픽픽 쓰러졌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쓰러지자 달려 오던 병사들이 멈췄다. 그리고 누군 가 소리쳤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이다!”

왜 죽었는지도 모르게 쓰러진다.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다. 양손에는 총이 들려 있다.

병사들은 악몽과도 같은 전설이 눈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했다. 가까이 가 볼 수 있 기라도 해야지, 이건 가까이 갈 수 도 없었다.

그런 병사들의 갈등을 황수정은 한 순간에 날려 버렸다.

“으아악!”

“뜨거워! 살려줘!”

황수정의 손짓 한 번에 수백 명이 불타올랐다. 마법 방어력이 없는 일 반 병사는 저항할 수 없었다.

“크리스탈 전하시다!”

살아남은 병사 중 한 명이 또 소 리쳤다. 병사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 었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드만 해도 악몽이다. 그런데 일반 병사 수천 명 정도는 순식간에 죽일 수 있는 용족까지 있다.

황수정이 소리쳤다.

“무기를 버리고 엎드려라! 그러면 살려 주겠다.”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엎드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저항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성진과 황수정은 생각보다 쉽게 두 번째 달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곧 진짜들이 나타났다. 온몸에 털 이 풍성한 수인족과 신성 파나 제국 병사와 기사들이었다.

수인족은 인간을 닮은 동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법 방어력이 뛰어 나고 빠르고 힘이 강하다.

그 숫자도 많았다.

덩치가 큰 곰 수인족이 먼저 달려 왔다. 하지만 황수정이 팔을 휘두르 자 뒤로 날아갔다.

원래는 두 동강이가 나야 했다. 마 법 방어력과 워낙 넓은 범위 때문에 뒤로 날아가 기절하는 것으로 끝났 다.

수인족도 황수정을 알아봤다. 함부 로 덤비지 못했다. 수인족보다 더 까다로운 것은 신성 파나 제국 병사 와 기사였다.

신성 파나 제국 병사와 기사들에게 황금빛이 나기 시작했다.

“폐하! 길을 뚫겠습니다. 마법 술 사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수송기에서 떨어져 내린 3천 명의 전사는 진형을 갖추며 기다리고 있 었다.

“아니 내가 길을 뚫겠어. 나머지를 부탁해.”

이성진이 손짓하자 켈빈과 마법 술 사 그리고 흑기사와 오르쿠 검은 전 사가 달려왔다. 이성진과 켈빈을 제 외하고 흑기사 50명과 오르쿠 검은 전사 50명이었다.

이성진과 함께 두 번째 달 중심으 로 향할 인원이었다.

“그럼 이곳을 정리하고 빈 성을 탈 취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이성진은 양손의 총을 들었다. 그 리고 소리쳤다.

“내 뒤를 바짝 따라와라!”

이성진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 를 켈빈과 100명의 전사가 뒤따랐 다. 이성진을 막기 위해 수인족과 신성 파나 제국 병사들이 달려들었 다. 하지만 모두 머리가 터져 나갔 다.

수인족과 신성 파나 제국 병사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 다. 수인족은 상처를 입어도 그 투 지가 죽지 않는다. 신성 파나 제국 병사는 파나 신의 은총을 받은 상태 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잘한 상처는 바로 낫는다.

하지만 머리가 사라지면 수인족도

파나 신의 은총을 받은 병사들도 더 는 움직일 수 없었다.

이성진이 길을 뚫고 그 뒤를 켈빈 과 100명의 전사가 바로 따라갔다. 그리고 황수정은 남은 2,900명의 전 사를 이끌고 이성진을 뒤쫓지 못하 게 공격했다.

이성진은 곧 두 번째 달의 중심부 로 내려가는 문에 도착했다. 그 누 구도 이성진을 막을 수 없었다.

“켈빈! 문 열어!”

“알겠습니다.”

그냥 문을 부수는 것보다 마법 술 사인 켈빈이 마법진의 보안을 풀어 여는 것이 나았다. 문을 부수는 순

간 두 번째 달로 가는 통로가 무너 지기 때문이었다.

켈빈은 익숙하게 마법진의 보안을 풀었다. 보안 마법진을 설치한 것이 드비쉬 공왕가이니 가능했다.

“열립니다.”

문이 그그긍 소리를 내며 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다 열리자 어두운 공간이 나타났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켈빈은 문을 열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두운 공간이 나오자 당황 했다.

“그냥 쉽게 당해 줄 생각이 없겠

지. 켈빈은 내 손을 잡고 나머지는 조심해라. 바로 들어간다!”

켈빈이 이성진의 손을 잡았다. 이 성진은 켈빈과 함께 먼저 어두운 공 간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손에서 켈 빈의 느낌이 사라졌다.

이성진은 당했다고 생각했다. 느낌 이 차원 통로를 지나갈 때와 비슷했 다. 엘 파나를 차원 통로를 통해 가 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조금 있으면 빛이 보일 것으로 생 각했다. 밖으로 나가면 켈빈도 나온 다. 이성진은 먼저 안전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빛이 보이고 곧 어딘가에 도착했

다. 그런데 다른 차원이 아닌 것 같 았다. 맥칼란과 켈빈에게 들었던 두 번째 달의 중심부 모습이었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S! 아니 이 성진! 잘 왔어!”

금발의 멋있는 남자가 이성진을 향 해 환하게 웃었다. 이성진은 금발의 남자를 보자 긴장했다. 존재감을 느 낄 수 없었다. 이성진의 마음을 아 는지 금발의 남자는 자신의 존재감 을 드러냈다.

이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 다.

“파나 신?”

“ 빙고!”

파나 신은 활짝 웃으며 빙고라고 말했다. 이건 그냥 통역 마법이 아 니었다. 확실한 한국어였다. 마치 대 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자 란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았다.

행동도 그랬다.

“이성진 너를 이렇게 만나게 돼서 기쁘다.”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기뻐하는 표정은 진짜였다.

“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있던가?” 하지만 이성진의 말투는 좋지 않았 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파 나 신의 신탁 때문에 지구 침공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지구에서 먼저 엘 파나로 가서 6 왕국을 세우긴 했다. 하지만 엘 파 나에서 6왕국이 일으킨 전쟁에 비하 면 지구 침공은 차원이 달랐다.

죽어 나간 숫자가 다르다.

그리고 원래 남의 집이 망가지는 것보다 자기 집 망가지는 것이 더 속상한 법이다.

모든 것을 다 잊고 아라와 함께 사는 소소한 행복을 파나 신이 깨 버렸다.

“우리가 만난 적은 많지. 이성진 네가 나인 줄 몰랐을 뿐이지.”

“그럴 리가.”

“잘 생각해 봐! 엘 파나에서 첫 번

째 죽을 위기에서 너를 살려 준 노 인은 누굴까?”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때였 다. 추적자를 피해 도망가다가 우연 히 만난 노인에게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뛰어난 마법 술사인 맥칼란을 만 나게 해 주고 죽은 아이는 누구였을 까?”

장이라고 불렀던 아이였다. 소매치 기로 이성진의 주머니를 털려고 하 다가 걸렸다. 나중에 건달에게 걸려 맞아 죽을 때 이성진이 한발 늦어 구하지 못했다.

“엘 파나에서 이성진 너에게 수많

은 도움을 준 이들 중에는 내가 있 었다.”

이성진은 파나 신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파나 신의 말 을 듣고 떠오르는 기억들.

그 기억들 속의 종족은 희한하게도 이성진에게 호의적으로 변했다. 죽 임을 당할지라도.

“좋아. 나에게 도움을 줬다고 흐}자. 그 도움의 대가를 달라고 나타난 건 가?”

파나 신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 다.

“하하하하! 대가? 내가? 인간 따위 에게 대가를 바란다고?”

“그럼 왜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하 는 것이지?”

파나 신이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아! 눈물 난다. 너무 지구의 습성 에 물들었나? 재미있어.”

“다른 소리 하지 말고 왜 지금 와 서 생색내는 것처럼 말하는지나 말

해!”

이성진은 파나 신의 대답을 기다리 면서 주변을 파악하고 있었다. 켈빈 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했다.

“고마워서.”

“뭐?”

파나 신이 고맙단다. 이성진은 어 이가 없었다.

“이해가 안 가는 것 같은데 이성진 네가 고맙다고.”

이성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얼마 나 힘을 줬는지 팔이 떨릴 정도였 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살기가 뿜 어져 나왔다.

하지만 상대는 신이었다.

살기 정도로 겁먹지 않았다.

“대충 짐작하는 것 같은데……. 맞 아! 이성진 네가 없었다면 나의 계 획이 실패했을 거야.”

이성진이 화가 난 이유였다. 파나 신이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 만 지금까지 말한 것과 엘 파나에서 의 일을 종합해 보면 파나 신에게 이용당했다.

“왜지? 왜 나였지?”

“그걸 몰라서 물어? 꺾어질지언정 절대 굽히지 않는 의지를 가진 너니 까.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서 전진하려는 인간은 네가 처음이었다. 중간에 포기한 놈들과

는 달랐지.”

칭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칭찬으 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네 심장을 훔칠 수 있게 해 준 건가?”

성녀 엘리스와의 대화에서 이미 알 고 있었다. 하지만 더 확실하게 알 고 싶었다.

“물론이지. 내가 허락하지 않았으 면 감히 누가 나의 심장을 훔쳐 갈 수 있었을까.”

“왜 그랬지?”

파나 신은 엘 파나에서 이성진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심장을 홈치게 했다.

“짐작하고 있잖아. 알면서 왜 묻고 그래?”

씨익 웃는 저 얼굴에 주먹을 한 방 꽂아 주고 싶었다.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서?”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구의 신이 되기 위해서지.”

황당했다. 엘 파나의 신이 지구의 신이 되기 위해서라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하는 것은 이성진 너답지 않아. 너 역시 신과 같은 존재로 변하고 있잖아. 지구란 행성은 참 재미있어. 인간을 너무 사랑한 신은 결국, 인간을 위해 자 신을 희생했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나 역시도 황당했지.”

파나 신은 옛 추억을 떠올리는 둣 한 표정을 지었다. 이성진은 켈빈을 계속 찾으면서 빈틈을 노렸다. 하지 만 이성진의 감각은 아직이라고 말 하고 있었다.

“신이 없는 행성! 신의 희생으로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 지게 된 인간들! 탐이 나기 시작했 지. 하지만 탐이 난다고 가질 수는 없는 행성! 그래서 1천 년이나 준비 했어.”

파나 신이 지구를 함부로 침공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기다렸지! 이성진 너와 같

은 존재가 나타나기를……

파나 신이 말하는 결론은 이성진이 마지막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이다. 이성진이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던 것이다.

기억을 되찾으면서 엘 파나의 침공 이유가 파나 신의 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아라를 찾으러 가는 길에 할 수 있으면 되도록 많 은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차원 통로도 네 계획인가?”

“물론. 지구의 인간이 엘 파나에 오면서부터 시작할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파나 신이 계획한 것이다. 엘 파나로 통하는 차원 통

로를 만든 것도 자신의 심장을 홈치 게 한 것도.

파나 신 자신의 심장이 지구에 있 어야 지구를 침공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자! 이제 시간이 된 것 같군. 마 지막 제안을 하나 하지.”

이성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파나 신은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심장을 네게 주겠다. 나를 섬겨라. 그러면 나 이외의 모든 종족이 너를 섬길 것이다.”

이성진은 피식 웃었다.

“심장은 이미 내 것이야! 그리고 너를 섬기지 않아도 나를 섬기는 종

족이 많아!”

말이 끝나는 동시에 파나 신의 왼 쪽 벽 부근이 폭발했다. 폭발이 일 어난 후 벽 부근에 출렁이는 통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켈빈이 뛰어나왔 다.

“헉헉! 폐하!”

켈빈은 이성진의 손을 잡고 가다가 갑자기 혼자 남게 됐다. 그리고 어 둠 속을 계속 달렸다. 아무것도 없 는 어둠 속에서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 빛이 보였다. 이성진이 뚫은 통 로였다. 차원과 차원 사이에 끼어 있던 켈빈은 사력을 다해 달려 빠져

나온 것이다.

켈빈은 이성진을 쳐다보고 파나 신 을 쳐다봤다. 누군가 싶었다. 파나 신은 박수 치며 웃었다.

“하하. 켈빈, 찾느라 고생했어. 그 렇게 안 찾았어도 곧 꺼내 줄 생각 이었는데 알아서 꺼내다니! 역시 내 가 선택한 인간이야!”

이성진은 파나 신이 보면 볼수록 얄미웠다. 모든 것을 장난처럼 여기 는 것 같았다.

“켈빈. 이곳이 마나막 생성 마법진 이 있는 곳이야?”

켈빈은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소리쳤다.

“맞습니다. 폐하!”

“그럼 시작해.”

켈빈이 대답하기 전에 이성진이 움 직였다. 파나 신이 켈빈을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파나 신을 향해 마나 총알을 쏟아 부었다. 말 그대로 부었다. 한두 발 이 아니라 수백 발씩 사방에서 파나 신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파나 신은 귀찮은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 젓는 것으로 마나 총알을 모두 사라 지게 했다.

“쯧! 아직도 모르나? 이성진 네가 사용하는 마나는 엘 파나의 마나야. 즉 엘 파나의 신인 내가 마음만 먹

으면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커헉!”

파나 신의 얼굴에 이성진의 주먹이 정확하게 박혔다. 파나 신은 이빨이 부러지며 뒤로 날아갔다.

“나도 알고 있어! 새끼야!”

마나 총알은 속임수였다. 주위의 마나가 파나 신이 말할 때마다 요동 쳤다. 주인을 두려워하는 하인처럼.

하지만 그건 주변의 마나일 때 이 야기다. 이성진의 몸 안에 들어온 마나는 아니었다.

마나를 밖으로 뿜어내지만 않으면 된다. 파나 신도 이제 신과 비슷한 존재로 바뀐 이성진의 몸 안의 마나

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몸을 빠르게 움직여 마나를 듬뿍 담아 강화한 주먹으로 파나 신을 날 려 버릴 수 있다.

“크큭. 역시 이래야 이성진이지.” 하지만 파나 신은 언제 맞았냐는 듯이 멀쩡하게 회복했다.

“상대가 신이라 해도 굽히지 않고 달려드는 저런 의지! 하하!”

이성진은 말없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파나 신도 대비하고 있었 다. 이성진의 팔을 가볍게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

이성진의 발이 빠르게 움직이자 살 짝 옆으로 뛰었다.

“피하기만 할 거냐?”

“솔직히 말해서 피하는 것도 버거 워.”

파나 신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성 진은 싸움의 전문가다. 자신은 그냥 신이고.

이성진이 신과 같은 능력이 없다면 그냥 끝나는 싸움이다. 하지만 이성 진은 신과 같은 능력이 있다.

켈빈의 눈에는 이성진과 파나 신이 순간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의 능력을 갖춘 싸움 전문가와 신의 능력만 있는 신.

누가 유리할지는 안 물어봐도 안 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파나 신은

너무 피하기만 했다. 이성진은 생각 보다 파나 신이 약하다고 느꼈다.

“혹시 가짜냐?”

파나 신은 이성진의 주먹을 간신히 쳐 내며 대답했다.

“가짜라니. 분신이라고 말해 주면 좋겠는데.”

끝까지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이성 진이 두 개의 심장을 더 활발하게 돌렸다. 속도는 물론 파괴력까지 강 해진다.

뚜둑 소리와 함께 파나 신의 팔이 부러졌다. 분신이라고 해도 고통은 받는 것 같았다. 아니 이성진이기

때문에 파나 신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 있었다.

파나 신의 몸에 영향을 주는 다른 신의 신성력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성진은 2천만 명 이상의 종족에게 힘을 받고 있었다. 두 번째 달을 파괴해 달라는 소망과 그 일을 이성진은 꼭 해낼 수 있다 는 믿음의 힘을.

그 힘을 두 개의 심장을 통해 다 시 증폭했다. 싸움 기술로도 상대가 안 되는 파나 신이 신성력으로도 밀 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파나 신이 만든 공간을 이성진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파나 신이 팔이 회복했다. 그 순간 다시 다리가 부러진다. 다시 회복했 다. 갈비뼈가 부러지며 엄청난 고통 을 느낀다.

이성진은 화풀이라도 하듯 파나 신 의 온몸을 두들겨 패며 뼈를 부러뜨 렸다.

그러면서 공간 장악을 끝냈다. 그 리고 원래 있던 차원과 연결했다. 그러자 100명의 전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100명의 전사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성진과 파나 신을 봤다. 그리고 자신들이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마법진을 손보고 있는 켈 빈을 보호해야 했다. 100명의 전사 는 켈빈에게 달려가 그를 에워쌌다.

“인제 그만 끝내자!”

이성진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파 나 신이 공간을 분리해 마나막 생성 마법진을 다른 차원에 둔 것 때문에 시간을 끌었다.

이제 이성진이 공간을 완벽하게 장 악한 이상 얄미운 파나 신을 더 볼 필요는 없었다.

“잠깐만! 잠깐……. 크흑.”

이성진은 더는 말할 수 없게 얼굴 위주로 때렸다. 광대뼈가 움푹 들어 가고 이빨이 터져 나갔다. 하지만

계속 회복하면서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그래도 이성진은 끝까지 때렸 다.

머리통을 뽑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켈빈이 마나막 생성 마법진을 손본 다음에 파나 신이 졌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폐흐}! 이제 곧 폭발합니다!”

켈빈은 마나막 생성 마법진이 한순 간에 모든 마나를 뿜어낼 수 있도록 고쳤다. 과부하가 걸리게 하는 것이 다. 마나막을 생성하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두 번째 달의 중심부에서 폭 발한다. 그렇게 되면 두 번째 달은 산산이 조각난다.

그리고 조각난 파편은 대기권에서 타 버린다.

“이제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주 지.”

이성진은 켈빈의 말을 듣고 파나 신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리고 심장 부근에 손을 댔다. 신성력을 거의 소모한 파나 신은 마지막 신성 력을 짜내 얼굴을 회복했다.

“큭큭……. 정말 대단해. 아무리 분 신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차이 날 줄 은 몰랐어. 하지만 본신을 만나게 될 때는 다를 거다.”

“아주 기대된다. 새끼야!”

“큭큭……. 그래 기대해라. 이성진

너로 인해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게 됐다. 고맙다.”

이성진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 꼈다.

“너 혹시 일부러 두 번째 달을 폭 파하게 둔 거냐?”

“ 빙고!”

이성진이 공간을 장악했기 때문에 파나 신은 신성력을 공급받지 못하 고 있었다. 그래서 멱살 잡힌 채로 있었다.

하지만 얄미운 말투는 그대로였다.

“이제는 그 누구도 내가 지구에 간 섭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누가 막아 왔다는 것

같이 들렸다.

“무슨 소리야?”

“사라진 신의 의지가 아직 남아 있 었거든……. 인간을 사랑한 신의 의 지가! 하지만 다른 차원 신의 심장 을 훔쳐 간 네가, 다시 분신이지만 나를 죽이는 순간 인간을 사랑한 신 의 의지가 더는 나를 막을 수 없 지.”

이것 역시 명분 문제처럼 들렸다. 자신의 것을 찾으러 온 파나 신이 다. 그런데 돌려주기는커녕 분신을 죽인다. 더는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

“네놈이 다 꾸민 일이잖아!”

이성진은 어이가 없었다.

“과연 내가 다 꾸몄을까? 나는 그 저 길만 보여 줬을 뿐이야. 그 길을 선택한 것은 지구의 인간과 이성진 너야! 그리고 마지막 제안을 거절한 것도 너고.”

파나 신은 기묘하게 웃고 있었다. 승리자의 웃음 같았다. 그런 파나 신에게 이성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선택은 내가 했으니 내가 책임져 라?”

“그렇지.”

눈앞에 좋은 길을 보여 준다. 그 길을 가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 만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른

다.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파나 신 너에게 선택권을 주지.” 파나 신의 분신이 눈을 크게 떴다.

이성진의 태도가 달라졌다.

“선택권이라니?”

“지금이라도 포기하면 엘 파나로 돌아갈 수는 있게 해 주지.”

“뭐? 크하하하하!”

파나 신은 어이가 없다는 둣 웃음 을 터뜨렸다.

“감히 이제 신격을 가진 존재 따위 가 완전에 가까운 신을 협박해?”

파나 신의 목소리에서 장난스러움 이 사라졌다.

“아! 이 공간은 이제 나의 것이니 까 내가 말한 선택권은 본체가 못 듣나?”

이성진은 약 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무슨 생각이냐?”

“무슨 생각이기는……. 네가 말했 잖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으려 하는 나라고. 그 상대가 느꼈던 공포와 절망을 너에게도 보 여 주마!”

엘 파나에서 이성진의 모든 행동을 지켜봤던 파나 신은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았다. 이성진을 죽이려 했던 적은 결국, 이성진에게 공포와 절망 만을 얻은 채로 죽었다.

이성진이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알고 있다. 그래야 이성진을 함부로 죽일 생각을 안 하니까.

“할 수 있다면 해 봐. 마지막으로 하나 알려 주지. 네가 말하는 이 두 번째 달이 파괴되는 순간 지구에는 나의 힘이 퍼진다.”

파나 신이 가진 두 번째 목적이었 다. 일부러 빈 성을 떨어뜨려 이성 진을 자극했다.

성녀 엘리스가 이성진에게 정보를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

두 번째 달에는 파나 신이 숨겨 놓은 신성력이 가득했다. 파괴되는 순간 지구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세뇌 때문에 파나 신을 믿게 되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파나 신의 신성력 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수억 명의 광신도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마음대로 흐fl. 언제나 나는 힘겨운 싸움만 했으니까.”

파나 신은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이성진을 선택하고 도왔다. 이성진의 말처럼 힘겨운 싸움에서도 항상 승리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도움이 없었어 도 이겨 낼 수 있었던 상황이 많았 다.

본체에게 경고해야 했다. 하지만 이성진의 말처럼 지금 이 공간은 이 성진이 장악하고 있다. 일부러 죽기 위해 이성진에게 기회를 준 것이 실 수인가 싶었다.

조금이라도 공간을 장악해 남겨 둬 야 했다.

“시간이 없는 것 같네. 다시 만나

는 날을 기대하라고!”

이성진은 파나 신의 심장 부근에 손을 찔러 넣었다. 역시 심장은 있 었다. 심장을 회복한 것이 분명했다.

“사기꾼 같으니라고.”

심장을 그대로 손에 쥐고 터뜨려 버렸다. 그러자 파나 신은 흰색 알 갱이로 변해 먼지처럼 휘날렸다.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켈빈이 다급하게 외쳤다.

“폐하! 시간이 없습니다.”

“알고 있어.”

켈빈은 5분 안에 마법진이 폭발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 내려온 시간을 생각하면 5분 안에 나갈 수 없었다.

5분 안에 빠져나간다고 해도 문제 다. 두 번째 달의 폭발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성진의 손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그러자 공간이 잘려 나간 듯 선이 생겼다. 이성진은 두 손을 넣어 옆으로 벌렸다.

처음 들어올 때 봤던 입구였다. 황 수진과 전사들이 파나 신의 광신도 들과 싸우는 것도 보였다.

“빨리 나가라.”

켈빈과 전사 100명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성진의 말대로 뛰쳐나갔다. 공간을 연결하는 마법도 있기 때문 이었다. 하지만 8단계 마법이다. 엄

청난 마나가 필요했다.

신의 능력을 갖추고 분신이지만 신 을 죽인 이성진이라면 손쉽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성진도 바로 나갔다. 그러자 언 제 그랬냐는 듯이 공간을 연결한 통 로는 사라졌다.

“황수정 재상! 성은?”

“이미 탈취해서 준비해 놨습니다.” 황수정 혼자 광신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황수정은 이성진이 나올 때 까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나머지 전사들은 빈 성을 탈취했다.

미사일을 다 쏘고 더는 공격할 무 기가 없는 전투기는 돌아갔다. 수송

기는 처음부터 이성진과 전사들을 내려 주고 돌아갔다.

두 번째 달의 폭발에 휘말릴 아군 은 없었다.

“가자!”

이성진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수백 명의 광신도 머리가 터져 나갔다. 황수정도 봐주며 싸우던 것을 바꿨 다.

수천 개의 검은색 그림자 칼날이 광신도를 향해 뻗어 나갔다. 몸이 산산이 조각난 광신도들이 다시 일 어날 일은 없었다.

이성진이 탈취한 성을 향해 뛰자 황수정과 100명의 전사는 전력으로

뛰었다.

탈취한 성에 도착하자마자 켈빈은 문을 닫는 마법진을 가동했다. 그리 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폐하! 아무래도 시간 내에 탈출하 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켈빈의 계산으로는 3분도 안 남았 다. 성의 문이 닫히는 순간 두 번째 달이 폭발할 것 같았다.

알의 형태인 성이 문을 닫고 지구 로 떨어져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한 빨리해도 10분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출발이나 시 켜!”

이성진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켈빈은 이성진을 믿었다.

“알겠습니다.”

켈빈이 대기권에서 타오르지 않도 록 마나막 마법진을 가동하려는 순 간 두 번째 달의 중심부에서는 조그 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나가 과도하게 모여 폭발하기 시 작한 것이었다.

조그마한 폭발은 곧 거대한 폭발로 변했다. 그리고 중심부부터 모든 것 을 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충격으로 두 번째 달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성진이 탈취한 성은 막 마나막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폭발

에 휘말린다.

탈취한 성에 마나막이 완성되는 순 간 중심부에서 시작된 폭발은 탈취 한 성을 덮쳤다.

마나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폭 발의 힘을 견디지 못했다. 그런데 금이 가던 마나막이 다시 멀쩡해지 기 시작했다.

그때 두 번째 달은 완전히 폭발했 다. 이성진이 탈취한 성은 대포에서 쏜 포탄처럼 지구를 향해 엄청난 속 도로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 지구에 떨어지면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곧 이성진이 탈취한 성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켈빈이 반중력 마법진을 가동했기 때문이었 다.

이성진이 탈취한 성을 타고 떨어져 내려오는 순간 한반도에서는 엄청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 한반도뿐만 아니었다. 두 번 째 달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 라도 주먹을 쥐고 두 팔을 올려서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환한 빛을 내며 가루가 되어 퍼져 나가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는 성을 발견했 다. 한반도에서 마법 통신으로 보는 모든 종족이 더 환호했다.

[지금 저 성에는 위대하신 이성진 폐하와 전사들이 타고 있을 것입니 다. 우리를 위해서 직접 두 번째 달 에 올라가신 이성진 폐하의 모습을 곧 보실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중계하는 사람의 말처럼 마법 통신 을 보는 모두가 이성진이 저 성에 타고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고마워했다.

그것이 이성진에게 전해져 더 큰 힘이 되어 성의 마법진을 가동하게 했다.

“후! 폐하께서 안 계셨다면 모두 죽을 뻔했습니다.”

켈빈이 마법진에 마나를 공급하는

이성진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이곳까지 함정을 만들어 놨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네.”

탈취한 성에는 마나석이 얼마 없었 다. 마나막을 간신히 가동할 정도밖 에는.

처음부터 이성진이 두 번째 달의 폭발을 견디게 하려고 생각하지 않 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다. 빈 성이 떨어져 내릴 때 했던 것처 럼 마나막을 강화하려 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이성진과 황 수정을 제외한 나머지는 죽었다.

이성진이 공급하는 마나를 이용해 켈빈은 성을 한반도 방향으로 움직

였다. 그리고 대전 근처의 평야에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이미 한반도에 내려오는 중간부터 전투기들이 호위하고 착륙 예상 위 치에는 전투 헬기가 돌아다니고 있 었다.

가장 가까이 대기하고 있던 드비쉬 공왕가의 군대와 오르쿠의 군대가 달려와 성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 리고 있었다.

드디어 성의 문이 열렸다.

모두 침을 꿀꺽 삼키며 이성진과 전사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마 법 통신을 보는 종족들 역시 긴장하 며 기다렸다.

그런데 난데없이 수인족과 다른 인 간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양팔을 머리에 올린 상태였다.

끊임없이 나오는 수인족과 인간들 은 두 번째 달에 있던 쥬터 왕국과 알마스 왕국 그리고 뮨 왕국의 병사 들이었다.

그 숫자만 해도 10만 명이 넘을 것 같았다. 드비쉬 공왕가의 군대와 오르쿠 군대는 포로인 것이 확실한 수인족과 인간들을 둘러쌌다.

그때 이성진과 황수정 그리고 3천 명의 전사들이 나왔다.

이성진의 모습을 본 드비쉬 공왕가 의 군대와 오르쿠 군대는 일제히 무

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의 무사 귀환을 감사드립니다. 만세!]

자진해서 포로가 된 수인족과 인간 들은 깜짝 놀랐다. 이성진이 이 정 도로 충성을 받는 왕이 된 줄은 몰 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수정의 말을 듣고 자진해 서 포로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황수정의 말보다는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가 두 번째 달을 폭파하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 이유가 더 컸지 만.

“ 고맙다.”

이성진은 간단하게 고맙다고 말하 며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는 황수 정과 함께 대기하고 있는 헬기로 갔 다. 지금 이곳보다는 서울에 가서 더 중요한 것을 의논해야 하기 때문 이었다.

이성진은 켈빈에게 맡겨 놓고 바로 황수정과 함께 서울로 출발했다.

이성진은 바로 연락 사무소로 갔 다. 연락 사무소 앞에 헬기가 착륙 하자 김동수와 맥칼란 그리고 고진 명 대통령 등이 마중 나왔다.

“이성진 폐하. 고생하셨습니다.”

김동수가 감격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이성진의 말대로 최소한의 피해로 두 번째 달의 파괴에 성공했 기 때문이었다.

김동수뿐만 아니었다. 맥칼란이나 고진명 대통령 역시 감격스러운 얼 굴이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좋아할 때가 아 닌 것 같습니다.”

이성진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한 표 정을 지었다.

“저 위에 퍼지고 있는 빛은 파나 신의 신성력입니다.”

두 번째 달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잔해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깜짝 놀 랐다. 아직도 빛은 천천히 퍼져 나 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더 어려운 전쟁이 될지 도 모릅니다. 안에 들어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 드리죠.”

이성진이 성큼 걸어서 연락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모두 급 하게 따라갔다.

연락 사무소 안으로 들어간 이성진 은 중요 지위에 있는 종족만 놔두고 모두 상황실 밖으로 내보냈다.

상황실 안에는 최소 장군 이상만 남았다.

“두 번째 달을 폭파하는 것은 파나

신의 노림수였습니다.”

모두 이성진의 말을 이해할 수 없 었다. 자기의 강력한 무기인 두 번 째 달을 파괴하면서까지 파나 신이 얻을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파나 신은 꽤 오래전부터 지구를 자신의 손에 넣으려고 계획했습니 다. 그것은……

이성진은 파나 신을 만나 알게 된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성진이 모든 것을 밝혔을 때쯤 이성 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북쪽 전선이 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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