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45화 (45/50)
  • 2장. 기적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지금 용족은 단 3명이다. 용족과 비슷한 힘을 가 졌거나 더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은 이성진뿐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안다.

    조금 전 이성진은 어디론가 떠날 것처럼 말했다.

    “용족이 3명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 서도 그렇게 말하는 것은 내가 필요 하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무슨 방법으로 거대한 성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까?”

    [마나막입니다.]

    마나막이라고 말했다. 맥칼란의 말 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용족 성 5개와 서울에 있는 마법 진을 연결해 서울•경기 지역을 마나 막으로 보호하는 것입니다.]

    맥칼란의 추가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마나석만으로 만드는 마나 막으로는 거대한 성을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용족 5명이 필요하다는 것 은 이해했다. 김동수가 굳은 표정으 로 맥칼란에게 물었다.

    “맥칼란 공왕님. 마나막을 만들면 막을 수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제가 직접 가서 마나막 마법진을 끝까지 지킬 것입니다.]

    확실하다는 대답보다 더 확실한 말 이었다. 마나막이 떨어지는 성을 막 지 못한다면 맥칼란 공왕은 죽는다.

    자신의 생명을 건다.

    김동수는 이성진을 바라봤다. 이제 선택권은 이성진에게 있다.

    이성진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 명도 아니다. 수천 명도 아니 다. 수만 명도 아니다. 최소 1천만 명 이상의 생명이 이성진의 선택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서울•경기 지역을 포기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해도 몇 명이 나 대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가 갈리도록 화가 났다.

    지금 당장 아라가 있는 곳으로 달 려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이성진에게는 잔인할 수밖에 없었다.

    딸인 아라를 선택하면 1천만 명이 죽는다. 1천만 명을 선택하면 아라 가 계속 위험하다.

    그 누구도 이성진에게 어느 것을 선택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성진의 선택을 기다리며 침묵이 계속 홀렀다.

    결국, 이성진은 가장 합리적인 방 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장인어른!”

    “네••••••

    이성진이 장인어른이라고 부르자 김동수는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 다.

    “몽골 지구 연합군에 아라의 보호 를 요청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미 특수부대가 출발했을 것입니 다. 또한, 모든 정보망과 요원을 동 원해 아라의 안전을 확보할 계획입 니다. 천하 그룹의 백두산 기지 부 대도 출발을 명령했습니다.”

    김동수는 지구 연합군에게 연락을

    받는 동시에 이미 자신이 할 수 있 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놨다.

    “2일……. 아니 3일만 안전하면 됩 니다. 그러면 됩니다.”

    이성진의 말에 힘이 들어가 있었 다. 2일 후 서울•경기 지역에 떨어 지는 성을 마나막으로 막은 후 바로 아라가 있는 곳을 향해 떠난다.

    이성진 혼자 하루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동수도 사랑하는 손녀인 아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진은 바로 필요한 명령을 내렸 다.

    “맥칼란 공왕께서는 마나막을 만드 는 데 필요한 것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세요. 하인스 장군은 고진명 대통령에게 면담을 허락한다고 연락 하고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

    [바로 서울로 가겠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에게 연락하겠습니 다.”

    “황수정 재상과 샤인 그리고 란마 스는 군대를 북쪽으로 보내 다른 성 을 공격하고 지역을 확보해.”

    “알겠습니다.”

    이번에 떨어진 신성 파나 제국의 성과 서울•경기 지역 사이에 있는 성을 공격하란 것이다.

    서울•경기 지역을 보호하는 것은 이성진과 황수정 그리고 샤인과 란 마스가 중요하지 군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경기 지역의 보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어차피 신성 파나 제국과 싸우기 위해서는 북진할 수밖에 없 었다.

    다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진명 대통령은 생각보다 빨리 이성진을 찾아왔다.

    이성진은 접견실로 가서 고진명 대 통령을 만났다.

    고진명 대통령은 이성진을 보자마 자 구세주를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 이렇게 면담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그동안 천하 그룹 에서 정보를 받고 있었다. 물론 군 과 정보부로부터 받는 정보도 있기 는 했다. 하지만 군과 정보부도 중 요한 정부는 천하 그룹으로부터 받 았다.

    그런데 천하 그룹이 이성진의 것이 되면서 중요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

    지금 고진명 대통령이 아는 것은 새로운 성이 떨어져 내렸고, 서울우 경기 지역에 성이 떨어진다는 것뿐 이었다.

    이성진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한 이유였다.

    “바쁘게 결정할 일들이 많아서 늦 게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지금이라도 만 나 주신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이성진 폐하를 만나 뵙고자 한 것은 정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 니다. 천하 그룹이 예전처럼 정보를 공유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 가 안 갔다.

    “단지 그것 때문에 저를 그렇게 만 나고 싶어 하신 겁니까? 그건 김동 수 공작님과 이야기해도 충분했을

    텐데요.”

    “그것뿐만 아닙니다.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를 확인하고 싶으십니까?”

    “이번에 새로 떨어진 성이 신성 파 나 제국의 성이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2차 침공이군요. 그리고 서 울.경기 지역을 파괴하기 위해 빈 성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사실입니 까?”

    “사실입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망연자실한 표정 을 지었다. 하지만 곧 이성진이 전 혀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

    다.

    이성진이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 은 떨어지는 빈 성을 막을 방법이 있다는 것 같았다.

    “혹시 서울•경기 지역을 보호할 방 법이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지금 맥칼란 공왕이 서 울•경기 지역을 방어할 마나막을 만 들기 위해 오고 있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기쁘면서도 고마 웠다. 이성진이 서울•경기 지역을 포기해도 대한민국은 항의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살 아남은 서울•경기 지역의 1천만 명

    의 국민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드리 겠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이 일어나 이성진에 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막는 방법이 있는데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허리 펴세요.”

    고진명 대통령이 허리를 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저희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떨어지는 성 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 다. 만약을 대비해 고진명 대통령님 을 비롯한 주요 인사와 일부는 대전 지역으로 대피하시죠.”

    고진명 대통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국민을 버리고 갈 수는 없습니다. 떨어지는 성을 못 막는다면 어차피 대한민국은 사라집니다. 국민 없는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 어 떤 경우에도 남을 생각입니다.”

    이성진은 서울•경기 지역을 보호하 기 위한 결정을 잘 내렸다고 생각했 다.

    “그리고 국민 투표는 하겠지만, 저 와 대한민국 정부는 민주주의만 보 장해 주신다면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건 전에 만났을 때 이미 보장한 사항입니다. 정치 경제 등 모든 자 치권을 인정한다고 황수정 재상이

    말한 것을 믿지 않으셨군요.”

    고진명 대통령은 얼굴을 들 수 없 었다. 여러 번의 협상을 통해서야 진짜로 황수정이 말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정치판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한 호의를 받 아들이기 힘들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어쨌든 의문이 풀렸습 니까?”

    “네. 그렇습니다. 속이 후련할 정도 로 풀렸습니다.”

    “그럼 서울•경기 지역을 방어한 이 후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진이 일어나자 고진명 대통령 은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지 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 이 없었다.

    힘도 권력도 이 세상 그 무엇으로 도 고마움을 표현할 수 없었다.

    이성진과 고진명 대통령의 면담이 끝나고 맥칼란이 서울에 도착했다.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켈빈과 유 투진은 물론 드비쉬 공왕가의 마법 술사란 마법 술사는 다 데리고 왔 다. 대규모로 마법진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들만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

    강한결과 그를 따르는 수천 명이 따 라왔다.

    연락 사무소 앞에서 이성진이 나오 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성진이 나오자 모두 무릎을 꿇으 며 위대하신 왕 이성진 만세를 외쳤 다.

    “모두 일어나라. 맥칼란 공왕 준비 는 끝나셨나요?”

    모두 일어나고 맥칼란 공왕은 당연 하다는 듯 말했다.

    “누구의 명령이신데 허투루 하겠습 니까! 완벽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인사드렸으니 바로 마법진을 고치겠 습니다. 시간이 빠듯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맥칼란과 켈빈, 유투진과 마법 술 사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성진은 강한결에게 다가갔다.

    “강한결은 왜 왔어?”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의 진정 한 모습을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니?”

    “말 그대로입니다. 위대하신 왕 이 성진 폐하께서 엘 파나에서 어떻게 하셨고 지구로 돌아와 서울까지 오 는 기나긴 여정을 알리려고 합니 다.”

    이성진은 강한결이 왜 왔는지 알았 다. 그리고 말릴 생각이 없었다. 강 한결은 종족을 불문하고 이성진을 믿게 했다. 그 덕분에 이성진의 힘 이 더 커진다.

    이성진을 믿고 따르겠다고 마음먹 는 순간 그 마음은 신성력이 되어 이성진에게 오기 때문이다.

    이성진의 감각은 더 많은 힘이 필 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젠 감각 이라기보다는 예지에 가깝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래, 잘해 봐.”

    강한결은 눈을 크게 떴다. 이성진 이 잘해 보라고 허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의 기적과도 같은 일을 모든 이 에게 알리겠습니다.”

    이성진은 강한결이 자신과 같은 느 낌의 신성력을 내뿜는 것을 느꼈다.

    이성진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마 나의 기운을 잘 느끼는 기사들이나 강한결을 따라온 사람들도 느꼈다.

    흑기사들이 강한결에게 관심을 가 졌다. 이성진에게서나 느껴지는 기 운을 인간인 강한결이 내뿜는다.

    “그럼 수고해.”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왕이시여!” 이성진이 연락 사무소로 들어가자

    근처에 있던 흑기사들이 강한결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이성진에게 느껴 지는 기운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 기 때문이었다.

    강한결은 궁금해하는 혹기사들에게 이성진의 일대기를 적은 책을 나누 어주며 이 기운을 가지는 방법은 간 단하다고 말했다.

    믿으면 되니까.

    그리고 강한결과 그를 따르는 사람 들은 서울 곳곳으로 퍼져 이성진을 알리기 시작했다.

    좋은 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느리게 오는 것 같고 나쁜 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 다.

    어느새 성녀 엘리스가 말한 3일째 가 되었다.

    맥칼란은 쉬지도 않고 마법진을 고 쳤다. 켈빈과 유투진은 용족의 성으 로 갔다. 그곳의 마법진도 고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 준비가 끝났습니다.”

    서울의 마법진의 중추는 남산에 있 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산 타워 다. 남산 타워에서 세뇌 마법을 막

    는 마법이 퍼져 나갔다.

    그것을 고쳐 용족 5개의 성과 연 결할 수 있도록 했다. 마나막의 중 추가 남산 타워가 된다.

    남산 타워 근처에 엄청난 숫자의 마나석도 설치했다.

    “고생했습니다.”

    “아닙니다.”

    남산 타워에는 이성진과 맥칼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동수는 물론 고진명 대통령도 있었다.

    그리고 마나막 마법진을 가동하기 위한 황수정과 샤인 그리고 란마스 도 있었다.

    “언제 빈 성이 떨어질지 모르니 일

    단 연결은 하겠습니다.”

    서울•경기 지역 전체를 뒤덮는 마 나막이다.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 달에서 빈 성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 하고 마나막을 만들면 늦을지도 모 른다.

    그렇다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데 계속 마나막을 만들어 놓을 수는 없 었다.

    그래서 용족 5개의 성과 남산 타 워를 연결만 해 놓는다. 그러면 마 나막을 만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 다.

    “그렇게 하세요.”

    “네.”

    맥칼란은 황수정과 샤인 그리고 란 마스를 남산 타워를 둘러싼 마법진 4개 중 3곳에 서게 했다. 나머지 1 곳은 이성진이 서 있는 곳이었다.

    맥칼란은 바로 남산 타워와 용족의 성을 마나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남산 타워에서 우윳빛이 하늘로 올 라갔다. 그리고 5줄기로 변해 날아 갔다. 곧 용족의 성에서 연결되었다 는 연락이 왔다.

    이제 두 번째 달에서 빈 성이 떨 어지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준비가 끝나자마자 두 번째 달에서 빈 성이 떨어져 내렸다.

    “옵니다!”

    이성진과 황수정, 샤인 그리고 란 마스는 마나를 내뿜어 마법진으로 보냈다. 마나는 증폭되어 남산 타워 를 시작으로 마나막을 만들기 시작 했다.

    반투명한 막이 퍼져 나간다. 빈 성 이 떨어지기 전에 충분히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그런데 맥칼란이 눈을 크게 떴다. 믿을 수 없다는 둣 소리쳤다.

    “또 떨어집니다!”

    이성진의 눈에도 보였다. 빈 성을 하나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성녀 엘리스는 빈 성을 떨어뜨린다 고만 했지 몇 개를 떨어뜨린다고는

    말 안 했다.

    맥칼란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 다. 맥칼란의 계산으로는 마나막으 로 빈 성을 하나만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 폐하! 피하십시오!”

    맥칼란은 이성진이라도 살려야 한 다고 생각해 소리쳤다. 맥칼란이 소 리치는 순간 두 번째 달에서 3번째 빈 성이 떨어져 내렸다.

    마나막이 없다 해도 이성진이나 용 족은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정도 눙 력은 된다. 하지만 그것도 빈 성 한 개가 떨어졌을 때 이야기다.

    두 개째부터는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세 개라면 반드시 죽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 자체를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다.

    이성진을 꼭 죽이겠다는 의지이거 나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의도일 수 도 있다.

    아니면 빈 성 한 개 정도는 이성 진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 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맞을 것이다. 힘들게 침공 해 점령한 지구를 그냥 파괴할 리가 없으니까.

    “이성진 폐흐}! 빨리 이곳을 벗어나 셔야 합니다!”

    맥칼란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차 피 이성진 없이는 첫 번째 떨어지는 성도 막을 수 없다.

    고진명 대통령도 나섰다.

    “충분히 노력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성진 폐하라도 살아남으셔야 합니 다. 살아남으셔서 복수를 부탁합니 다.”

    김동수도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성진 폐하! 폐하를 너무 늦게 받아들인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라 를 찾으러 가셔야지요. 아라를 찾은 다음 멋지게 복수해 주십시오!”

    황수정까지 나섰다.

    “이성진 폐하, 어쩔 수 없는 일입

    니다. 폐하만 살아 계시면 됩니다.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폐하 니까요. 저와 샤인 그리고 란마스가 돕겠습니다.”

    이성진과 용족 3명이라면 충분히 복수할 수 있다. 첫 번째 성을 못 막은 것을 확인하면 두 번째 성과 세 번째 성을 그냥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시간 차이를 두고 떨어지는 성이 그것을 중명했다.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이성진은 도망갈 생각이 없 었다.

    “김동수 공작님!”

    “네. 작별 인사는 안 하셔도 됩니 다.”

    “작별 인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서울•경기 지역에 방송 가능합니 까‘?”

    “가능합니다.”

    이성진이 왜 방송이 가능한지를 묻 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하 그룹의 기술력으로 방송이 가능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국민에게 저 떨어지는 성을 못 막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리세요. 그리고 중계하세요. 중계는 강한결이 하게 하시고요!”

    “하지만……

    “지금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저

    를 믿으세요. 고진명 대통령님! 협 조 부탁합니다.”

    이성진이 도망가지 않는다. 이런 협조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정부도 협조하겠습니 다.”

    “맥칼란 공왕님!”

    “이성진 폐하! 첫 번째는 몰라 도……

    “걱정하지 마세요. 두 번째 성까지 막을 자신이 있습니다. 세 번째가 문제에요.”

    이성진의 대답에 모두 놀랐다. 그 누구도 두 번째 성까지 막을 수 있 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이럴 때가 아니니까 바로 마나막 을 만듭니다!”

    이성진이 소리쳤다. 그러자 제정신 을 차렸다. 맥칼란 공왕이 마법 술 사들에게 소리쳤다.

    “마법진을 가동한다. 마나석을 활 성화해라!”

    마법 술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김동수와 고진명 대통령은 바로 움 직였다. 김동수는 카메라 역할을 하 는 마법 도구를 준비하고 마법 통신 으로 서울•경기 지역의 국민에게 홀 로그램 영상처럼 보여 줄 준비를 했 다.

    고진명 대통령은 군과 경찰 및 공

    무원을 동원해 국민에게 빈 성이 떨 어지는 사실을 알리게 지시했다. 어 차피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넓은 광장 같은 곳에 모여 마법 통신 영상을 보는 것이 낫다고 알리게 했다.

    강한결은 남산 타워 밑에 있다가 위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나막 생성 마법진이 가동됐다. 수많은 마나석의 마나가 이성진과 황수정, 샤인 그리고 란마스가 있는 마법진으로 홀러 들어간다.

    그리고 이성진과 황수정, 샤인 그 리고 란마스를 통해 증폭된다.

    이 엄청난 마나를 견딜 수 있는

    종족은 용족뿐이었다.

    이성진은 용족 2명의 몫을 감당한 다. 그리고 이성진과 용족 세 명은 마나를 정제해 마나막에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옅은 우윳빛 마나막이 진한 우윳빛 으로 변해 갔다. 범위가 점점 넓어 진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빈 성이 가까워 진다.

    마나막이 서울•경기 지역을 모두 뒤덮었을 때 첫 번째 성은 마나막에 서 500m까지 접근했다.

    500m 면 순식간이다. 아슬아슬했 다.

    드디어 첫 번째 성이 마나막과 충 돌했다.

    쿠웅하는 울림이 마나막 전체를 두 드렸다. 그리고 첫 번째 성은 산산 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나막의 색이 옅어진다. 첫 번째 성의 운동 에너지와 질량을 마나가 감당하기 때문이었다. 밑에서부터 부서지는 성은 절반 정도 부서졌을 때 그 운동 에너지가 다했다.

    마나막을 타고 옆으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조금만 더 강했으면 마나막이 깨졌 다. 성을 마나막으로 막을 수 있다 는 맥칼란의 계산이 정확했다.

    두 번째 성은 바로 떨어지지 않고 느리게 떨어지고 있었다.

    예상대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성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바로 속도를 높였다.

    “이성진 폐하!”

    샤인과 란마스가 이성진을 바라보 며 소리쳤다. 더는 마나막에 쏟아부 을 마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성진 도 잘 알고 있었다.

    “샤인과 란마스는 그냥 거기서 버 티고 서 있기만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성진이 하라면 하는 것이다. 이

    성진에 대한 굳건한 믿음 때문에 가 능했다.

    “황수정 재상은 아직 여유가 있 지?”

    “당연하지요.”

    아무리 황수정이라 해도 예전 같았 으면 휘청거렸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성진 덕 분에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

    두 번째까지는 황수정도 견디는 것 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성진 폐하께서는 괜찮으 신가요?”

    샤인과 란마스가 제 역할을 못 하 는 지금 이성진은 용족 4명의 역할

    을 해야 했다. 걱정되는 것이 당연 했다.

    “황수정 재상 덕분에 괜찮아.”

    “제 덕분이라니요?”

    황수정은 자신 때문에 이성진이 괜 찮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나도 두 번째 심장을 만들었거 든 ”

    황수정의 눈이 커졌다. 이성진이 두 번째 심장을 만들었을지는 몰랐 다.

    이성진은 황수정이 두 번째 심장을 단전에 만들 때 도움을 줬다. 그리 고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기억했다.

    이성진은 당연히 두 번째 심장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신성력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을 믿으며 따르는 종족의 숫 자가 많아질수록 커졌다. 강한결이 열심히 돌아다닌 이유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심장에 문제가 생 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봉인할 수도 없었다. 봉인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새로운 마나 창고인 두 번 째 심장을 단전에 만들 수밖에 없었 다.

    그런데 단전에 두 번째 심장을 만 들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두 번 째 심장은 차고 넘치는 신성력을 담

    은 마나를 끝없이 빨아들였다.

    블랙홀처럼 탐욕스럽게.

    문제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 었다. 두 번째 심장은 이성진의 신 성력을 담은 마나를 압축해 저장하 고 있었다.

    이성진이 원하면 얼마든지 압축해 저장하고 있던 마나를 첫 번째 심장 으로 보낸다.

    첫 번째 심장에서 다시 이성진의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더 말할 여유가 없는 것 같네. 맥 칼란 공왕님!”

    “예! 폐하! 마나막 마법진은 무사 합니다.”

    첫 번째 충돌에서 마나막 마법진이 손상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사 라졌다.

    이성진은 두 번째 심장에서 마나를 끌어올려 첫 번째 심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샤인과 란마스에게 보냈다.

    샤인과 란마스는 갑자기 쏟아져 들 어오는 마나에 깜짝 놀랐다. 순식간 에 비어 버린 심장을 가득 채웠다.

    마나막을 유지하느라 피곤했던 것 까지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성진 폐하! 이것은……

    “아! 비어 버린 것을 다시 채워 주 셨군요.”

    샤인과 란마스는 이성진에게 심장

    을 걸고 충성을 맹세했다. 그때 받 았던 마나와 같은 것을 알았다. 그 리고 심장을 걸고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알았 다.

    만약 심장을 걸고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쉽게 이성진의 마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알았다. 언제든지 어디 에 있든지 이성진에게 마나를 달라 고 하면 이성진에게 여유가 있는 한 마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케르빌 제국 황제가 가진 힘의 비 밀을 알게 되었다.

    “마나막을 다시 만든다!”

    “예! 폐하!”

    “준비되었습니다.”

    다시 마나막이 짙은 우윳빛으로 물 들어 갔다. 처음보다 더 빠른 속도 였다. 그리고 우윳빛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은은하고 투명하게.

    마치 깨끗한 유리창처럼 모든 것이 잘 보였다. 두 번째 떨어지는 성 역 시도.

    강한결은 첫 번째 성을 막을 때보 다 이번이 더 극적일 것으로 생각했 다. 첫 번째 성을 마나막으로 막을 때 마법 도구로 촬영을 해 놨다.

    마법 통신을 활성화했다. 서울•경

    기 지역의 마법 통신구에서 모두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보라!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께 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기적 을 행하는 모습을!”

    곧바로 두 번째 성이 마나막을 강 타했다. 첫 번째 성과 똑같이 아래 서부터 산산이 조각나 부서진다.

    이번에는 3분의 2까지 부서진 다 음 남은 잔해가 옆으로 미끄러졌다.

    마법으로 떨어지는 성의 속도를 높 였기 때문에 운동 에너지가 더 커진 것이다.

    첫 번째 마나막이었다면 부서질 수 도 있었다. 이성진의 신성력이 들어 간 마나 덕분에 마나막이 부서지지 않았다.

    이성진의 신성력이 들어간 마나는 부서지려는 마나막을 회복하면서 유 지 했다.

    두 번째 성을 막아 냈다. 그 모습 을 생생하게 서울•경기 지역의 국민 에게 보여 줬다.

    강한결은 다시 소리쳤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저 위에 떠 있는 또 하나의 성을 보라. 저것 역시 떨어져 내릴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를 믿으라. 간절하게 믿으라. 그 리하면 그 믿음을 보답 받을 것이 다.”

    세 번째 성은 아예 멈췄다.

    강한결은 멈춰 있는 성을 보여 주 고 첫 번째 성을 막았던 장면도 보 여 줬다.

    서울•경기 국민은 모일 수 있는 장 소라면 어디든지 모여서 강한결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학교, 주민센 터, 경찰서, 군부대 등 마법 통신구 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영화와도 같은 장면을 보니 처음에 는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짜로 성을 막지 못한다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강한결의 말대로 하고 싶었다.

    첫 번째 성을 막은 것도 이성진이 다. 두 번째 성을 막은 것도 이성진 이다.

    세 번째 성을 막아야 하는 것도 이성진이다.

    이성진이 막아 줄 것을 간절하게 바라고 바라면서 믿었다.

    죽음 앞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까.

    지금은 그냥 맹목적으로 이성진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최소 수백만 명이 이성진이 성을 막아 줄 것을 믿기 시작했다. 이성진은 급격하게 신성력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강한결에게 방송시키길 잘한 것 같 았다.

    부족 하려던 마나가 충분히 넘쳐 난다. 이성진은 다시 샤인과 란마스 에게 마나를 보냈다.

    “이성진 폐하! 또 마나를……

    “아! 이성진 폐하의 마나를 다시 받을 수 있다니……

    두 용족은 끝없는 마나를 받는 것 같았다. 이성진의 위대함이 더 느껴 졌다.

    “황수정 재상도 필요할 거야.”

    생각보다 많이 신성력이 모였다. 짧은 시간이라 세 번째 성만 막을 정도의 신성력만 모일 줄 알았다.

    이성진은 황수정에게도 신성력이 담긴 마나를 보냈다.

    “이성진 폐하! 저는 괜찮습니다. 견딜 만합니다!”

    “그래도 받아 둬. 모자라는 것보다 는 낫잖아.”

    거부할 수 없는 이성진의 마나가 황수정의 심장 2개를 가득 채웠다.

    “감사합니다.”

    황수정은 이성진의 마나를 받으니 이성진을 향한 마음이 더 커졌다. 너무나 따뜻했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세 번이 아니라 네 번도 막겠는데?”

    이성진이 농담처럼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달에서 또 다른 성이 하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멈춰 있는 성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

    강한결이 보여 주는 영상을 본 국 민들은 물론 모두가 하늘을 쳐다봤 다.

    멈춰 있던 성과 부딪히더니 2개의 성이 하나처럼 떨어져 내렸다.

    1개의 성이 떨어지는 것보다 2배 의 질량이 된다. 그렇다고 위력이 2 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최소 8배 이상이다. 속도도 더 빠르다.

    “젠장! 또 욕 나오게 하네!”

    이성진은 국민에게 받은 신성력을 마나막에 모두 쏟아부었다. 엄청난 속도로 합쳐진 2개의 성이 마나막에 부딪혔다.

    모두 간절하게 막아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강한결이 소리쳤다.

    “간절하게 이성진 폐하를 믿어라!

    그리하면 이루어질 것이다!”

    마나막이 깨지려는 듯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경악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이성진을 믿는다고 소리쳤 다.

    그때 이성진의 몸에서 빛이 솟구쳐 올라갔다. 깨지려는 마나막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졌다.

    그뿐만 아니었다. 이성진에게서 솟 구쳐 올라간 빛은 마나막에 부딪히 던 2개의 성을 가루로 만들었다.

    이성진이 막아 낸 것이다.

    이 영상을 본 모두가 만세를 부르 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그리고 이성진 폐하 만세도 불렀

    다.

    떨어뜨릴 성이 없는지 두 번째 달 에서는 더는 성을 떨어뜨리지 않았 다.

    그리고 이성진이 떨어지는 성을 막 아 낸 것은 또 다른 결과를 가지고 왔다.

    국민 투표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 로.

    서울•경기 지역을 방어했다. 그 누 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이성진이 해 냈다. 그것을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

    국의 백성은 물론 서울•경기 지역의 대한민국 국민 역시 안다. 생생한 그 장면을 못 본 국민들도 나중에 다 볼 수 있었다.

    마법 영상기를 공공장소에 설치하 는 것은 물론 가정마다 무상으로 나 누어줬기 때문이었다.

    천하 그룹과 드비쉬 공왕가의 합작 으로 마법 영상기를 제작하니 순식 간에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경기 지역을 방어한 것과는 다르게 몽골 지역의 지구 연 합군은 첫 번째 떨어지는 성을 방어 하지 못했다.

    이성진에게 정보를 받아 대부분 대

    피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반 격을 위해 모아 놓은 물자 대부분은 사라졌다.

    3일 만에 그 많은 물자를 옮길 수 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성진도 지구 연합군의 소 식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라의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마음은 벌써 달려가고 싶었다. 하 지만 이성진이 없을 때 두 번째 달 에서 다시 성을 떨어뜨리면 막을 수 가 없다.

    그래서 떠날 수가 없었다.

    이성진은 연락 사무소 상황실에서 북진하고 있는 샤인과 란마스의 군

    대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라의 소식 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샤인이 쥬터 왕국의 성을 함락했 습니다.”

    “란마스가 뮨 왕국 성의 안정을 위 해 점령군을 요청했습니다.”

    샤인과 란마스가 직접 군대를 지휘 했다. 벌써 5개의 성을 손에 넣었 다. 앞으로 3개의 성만 더 손에 넣 으면 신의주 근처에 떨어진 신성 파 나 제국의 성의 영역이었다.

    마법 통신 장교의 보고를 받은 황 수정은 곧바로 외쳤다.

    “예비군 편성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지금 새로 10만 명을 소집해 기 초 훈련 중입니다.”

    벌써 후방 지역에서 20만 명을 소 집해 서울•경기 지역으로 보내고 서 울•경기 지역의 병력은 샤인과 란마 스의 지원을 위해 순차적으로 떠나 고 있었다.

    이렇게 예비군 편성이 빠른 것은 대한민국의 특성 때문이었다. 성인 남자는 대부분 군대에 다녀왔다. 군 사 훈련을 받은데다가 기존의 예비 군 편성을 약간만 손보면 됐다.

    또한 천하 그룹의 비밀 기지 공장 을 가동했다. 각종 물자가 생산되고 움직이지 못했던 자동차는 물론 헬

    기와 비행기까지 마법 도구를 부착 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성진 폐하!”

    뒤에서 상황실 전체를 지켜보던 이 성진에게 하인스 장군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고진명 대통령이 이성진 폐하를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또?”

    “그렇습니다.”

    하인스 장군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 답했다. 하루가 멀다고 고진명 대통 령은 찾아 왔다.

    황수정은 북진하는 군대의 상황은 물론 후방과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

    국의 행정까지 신경 쓰느라 바쁘다. 맥칼란은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 천 하 그룹의 비밀 기지 운영을 돕고 있다.

    이성진만 제외하고 모두 정신없이 바빴다.

    “알았어. 바로 내려가지.”

    황수정은 이성진이 하인스 장군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고진명 대 통령이 찾아온 것을 알았다. 이성진 에게 마음과 눈빛으로 기다리던 연 락이 오면 바로 알려 주겠다고 말했 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인스 장군을 따라 접견실로 내려갔다.

    접견실에 들어가자 고진명 대통령 이 벌떡 일어났다.

    “일어나지 마시라니까요.”

    “아닙니다. 이성진 폐하!”

    고진명 대통령은 두 손을 모으고 이성진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 렸다가 앉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십니까?”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국민 투표 때문입니다.”

    “그건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었 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 다 고진명 대통령은 계속 찾아와 보

    고하듯이 말하고 갔다.

    “굳이 국민 투표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국민 투표를 안 해요?”

    “그렇습니다.”

    “국민 투표를 안 하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그냥 연방 정부 형태로 가는 건가요?”

    고진명 대통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에 합병하겠습니다.”

    이건 의외의 대답이었다.

    “자치권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요‘?”

    “그렇게 들리실 지도 모르겠습니

    다. 하지만 지킬 힘이 없는 나라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 저는 결국,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에 홉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고진명 대통령님 혼자만의 생각 아닌가요? 국민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만.”

    이성진의 말이 맞다. 하지만 현실 은 아니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600만 명 이상이 이미 동의하고 있 습니다.”

    “600만 명이요?”

    “그렇습니다. 숫자는 계속 늘어나 고 있습니다.”

    “거짓말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 어떻게 600만 명 이상이 동의 한다고 확신하십니까?”

    예전과 같이 전기가 들어오고 통신 이 발달한 상황이 아니었다. 인터넷 도 전산도 되지 않는다. 아주 원시 적인 방법으로 의견을 모아야 했다.

    이렇게 빨리 의견을 모을 수 없었 다.

    “이성진 폐하를 믿는 국민이 많아 졌습니다. 저 역시 이성진 폐하를 믿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이 주머니에서 반지 를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 이성진은 한눈에 알아봤다. 강한결이 이성진

    을 믿는 종족에게만 나누어주겠다고 한 반지였다.

    “천하 그룹과 강한결 사도의 도움 으로 마법 통신을 통해 의견을 받았 습니다. 강한결 사도께서 조직을 아 주 잘 만드셨습니다.”

    강한결의 조직 이야기를 들으니 가 능하다고 생각됐다. 점조직 형태로 10명마다 1명의 대표가 있다. 다시 50명마다 1명의 대표가 있다.

    대표에게는 마법 통신기가 우선 지 급된다.

    “어제 6,115,432명이 대한민국 국 적을 포기하고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백성이 되기를 희망했습니

    다. 흡수되기를 희망한 것이지요.”

    “고진명 대통령도 동의한 것입니 까?”

    “저는 아직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 다.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순간 동의 할 것입니다.”

    고진명 대통령뿐만 아니었다. 각부 의 장관이나 차관 등 주요 직위에 있는 대부분도 고진명 대통령과 같 은 생각이었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백성이 되기를 희망하는 국민은 하루가 다 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 일 후면 대한민국 국민 1천만 명 이상이 동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성진은 고진명 대통령과는 다르 게 알 수 있었다. 떨어지는 빈 성을 막아 낼 때 급격하게 늘어났던 신성 력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 날수록 신성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 어나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것만 이야기 하러 오신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 데요?”

    고진명 대통령은 어려운 말을 꺼내 야 할 때가 온 것을 알았다.

    “맞습니다. 제가 대한민국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이성진 폐하께 부탁드 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탁이라……. 무리한 것만 아니

    면 들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긴장되는지 침을 삼키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입을 열었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이 아닌 대한 제국을 선포해 주십시오.”

    “대한 제국이요?”

    “네. 인정하지는 힘드시겠지만, 이 성진 폐하 역시 이 땅에서 태어난 한민족이십니다. 그리고 이성진 폐 하의 힘은 제국이라고 부를 만큼 크 십니다. 어차피 제국을 선포하실 것! 정통성을 계승하는 대한 제국으 로 해 주십시오!”

    이성진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이란 이름은 혼자서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제국이 되는 것과 대한 제국으로 선포하는 것은 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여러 종족의 의견을 모아 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셔야 하는 것을 알 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진 폐하께 서 대한 제국에 힘을 실어 주시면 됩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대한 제국은 자신 의 바라는 일일 뿐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대한 제국 선포가 아니더라도 국 민 투표는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에 합병을 진행하겠습니다.”

    “그건 황수정 재상과 의논하세요.”

    “알겠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이 또 다른 말을 하 려 할 때 접견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성진이 있는데 감히 문을 벌컥 열 만한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황수정과 김동수가 같이 들어왔다. 김동수가 이성진을 향해 소리쳤다.

    “아라를 찾았습니다. 지금 마법 통 신이 가능합니다.”

    “정말입니까?”

    “네. 빨리 가셔야 합니다. 보안 때 문에 곧 끊깁니다.”

    이성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상황실에 나타났다.

    이성진의 속도에 맞춰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황수정뿐이었다.

    황수정이 바로 뒤에 도착해 소리쳤 다.

    “마법 통신을 연결해라!”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마법 통신구에서 영상이 나타났다. 그런 데 아라가 아니었다. 뜻밖의 인물이 었다.

    [이여! 사신 으께서 왕이 되셨다 고?]

    “나이프 잭?”

    [오래된 친구를 알아보기는 하는

    군.]

    같은 SAS 대원으로 엘 파나에서 활동했었다. 총보다는 나이프를 더 잘 사용했다. 마나로 강화한 나이프 는 오르쿠의 두꺼운 가죽도 뚫고 들 어갈 정도였다.

    “네가 아라를 구하기 위해 간 건 가?”

    [당연하지. 전우를 위해서라면.]

    나이프 잭이라면 믿을 만했다. 엘 파나에서 등을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능력 있는 동료였다.

    “전우라기보다는 빚을 갚기 위해서 겠지. 기억을 되찾으니 자네가 나에 게 빚진 돈이……

    [아! 그건 잊어 줘. 15년이나 지났 는데…….]

    이성진과 나이프 잭은 서로 웃었 다.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아라를 보 고 싶은데.”

    [잠시만 기다려. 그렇지 않아도 기 다리고 있어.]

    나이프 잭이 비켰다. 그리고 아라 가 나타났다.

    [아빠!]

    “아라야!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어. 없어.]

    지금 지구에서 가장 강하고 강력한 군대를 가진 이성진이다. 하지만 아

    버지이기도 했다. 딸인 아라를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눈물을 글썽일 정 도로.

    “우리 딸 살 많이 빠졌네. 다이어 트할 필요 없겠어.”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얼굴이 핼쑥해졌나 싶었다.

    [나 원래 말랐거든?]

    아라다운 말이었다. 전혀 기죽지 않고 말했다.

    “그래. 건강하게 있으면 된 거야. 조금만 기다려. 아빠가 데리러 갈 게.”

    [피. 그 말은 전에도 했으면서

    “조금만 더 기다리지……

    10일 차이로 아라를 만날 수 없었 다. 그리고 상황이 꼬여 더 만나기 힘들게 되었다.

    이성진은 아라와 할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아라의 옆에서 나이프 잭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녀가 만나는 것을 방해해서 미 안한데 마법 통신을 오래 못해. 놈 들에게 위치를 들킬 수 있어.]

    “잭, 무슨 말인지 알았어. 아라 야……. 미안한데 나중에 더 보기로 하고 잭 아저씨와 이야기 좀 할게.”

    [알았어.]

    아라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옆으로 비켰다. 나이프 잭이 다시 나타났다.

    [혹시 몰라서 이곳 위치는 정확하 게 알려 줄 수 없어. 하지만 매일 밤 0시에서 01시 사이 마법 통신을 할 거야.]

    “대략적이라도 알려 줘. 내가 갈 테니.”

    [이봐. 나를 믿어. 나 나이프 잭이 야. 안전하게 데려다 줄 테니까 걱 정하지 말고.]

    “너를 믿는 것과는 다른 거야. 내 가 가야 안심할 수 있어. 그리고 이 곳으로 올 생각이야?”

    [그래야겠지. 본대가 박살 나 제대

    로 연락도 안 되는 상황에 선택권은 네가 있는 곳뿐이야.]

    “그럼 더더욱 마중 나가야지.”

    [고집 하고는……. 이런……. 내일 밤 다시 통신해야겠어. 적 정찰대 야.]

    “잭!”

    마법 통신이 끊겼다. 마법 통신이 끊겼어도 이성진은 가만히 있을 생 각이 없었다.

    “황수정 재상!”

    “네. 말씀하십시오.”

    “위치 추적 가능해?”

    아무래도 마법이나 마법진 같은 것 은 용족이 뛰어났다.

    “가능합니다. 3시간만 주십시오.”

    “최대한 빨리 알려 줘.”

    “알겠습니다.”

    황수정이 바로 마법 통신 역추적에 들어갔다. 이성진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김동수는 마법 통신 중간에 들어와 듣고 있었다.

    고진명 대통령은 일단 돌아갔다.

    이성진이 초조하게 기다린 지 2시 간이 지났을 때 마법 통신이 들어왔 다. 담당 장교가 소리쳤다.

    “황수정 재상님! 신성 파나 제국에 서 마법 통신 요청이 들어왔습니 다.”

    황수정은 마법 통신 역추적을 하다

    가 소리친 장교에게 말했다.

    “누구에게서 온 거야?”

    “성녀 엘리스입니다. 이성진 폐하 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합니다.”

    황수정은 이성진을 쳐다봤다. 이성 진은 성녀 엘리스와 이야기할 시간 이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흔들었다.

    황수정이 그냥 거절하라고 말하려 할 때 담당 장교가 다시 소리쳤다.

    “성을 다른 지역에 떨어뜨린답니 다!”

    다른 지역에 성을 떨어뜨린다는 것 을 왜 알려 주나 싶었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황수정이 마법 통신을 연결

    하라고 지시했다.

    곧 성녀 엘리스의 모습이 나타났 다.

    [아저씨! 시간이 없어요.]

    엘리스는 나타나자마자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 다.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말하는 거 예요. 그러니까 믿어 주세요.]

    “뭐를 믿어 달라는 거야?”

    [아저씨를 고립시키기 위해서 서울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성을 떨어뜨릴 거예요. 성을 떨어뜨리는 것을 최대한 막아 보겠지만……. 제 가 장담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7

    일이에요.]

    성녀 엘리스는 이성진의 질문에 대 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했 다.

    [파나 신께서는 아저씨가 마지막에 보여 준 힘을 보고 심장을 포기하셨 어요. 지금부터는 아저씨를 죽이려 고 할 거예요. 그것을 위해 아저씨 의 힘을 줄이려 하는 것이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성진은 어떻게 자신의 힘을 줄이려 하는 것인지 알았다. 서울•경기 지 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사라진 다.

    이성진을 믿고 의지하는 종족들도

    사라진다.

    평소 얻게 되는 힘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 서울•경기 지역은 이성진을 믿고 의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꽤 오 래되었다.

    더군다나 지구의 인간보다는 엘 파 나의 종족들이 이성진을 더 맹목적 으로 믿고 따른다.

    이미 엘 파나에서 이성진에 대한 전설을 많이 들었으니까.

    [저는 아저씨가 죽기를 바라지 않 아요. 파나 신께서도 처음에는 약속 하셨었어요. 아저씨가 죽지 않았으 면 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에요. 그러

    니까 믿어 주세요.]

    성녀 엘리스가 무언가를 더 말하려 할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 다. 성녀 엘리스는 이성진을 아련하 게 쳐다보고는 마법 통신을 끊었다.

    “저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이성진의 말에 황수정은 고개를 끄 덕였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알려 주는 것을 봐서는 믿을 만합니다.”

    “지난번이라. 황수정 재상도 그렇 게 생각하는 거야?”

    이성진도 이상하게 느낀 것이 있었 다. 빈 성을 서울•경기 지역에 떨어 뜨린다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막을 수 없었다.

    성녀 엘리스가 알려 줬기 때문에 막을 준비를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성녀 엘리스가 이성진 폐하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확실합니다.”

    황수정은 성녀 엘리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성진을 바라볼 때 자 신과 똑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7일 이내에 다른 지역에 성을 떨 어뜨리는 것이 확실하다는 건데

    막아야 했다. 하지만 한반도 전체 를 막을 수는 없다. 대도시 위주로 막는다 해도 한계가 있다. 한꺼번에

    떨어뜨리면 잘해야 한두 군데 정도 밖에 막지 못한다.

    그렇다고 서울을 비울 수도 없었 다. 부산을 방어하는 순간 서울에도 성이 떨어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서울로 다 대피시킬 수 도 없고……

    7일 동안 살아남은 사람과 엘 파 나의 종족을 서울로 대피시키는 것 은 불가능했다. 대피시킨다 해도 문 제가 있다. 후방의 기반 시설이 모 두 사라진다.

    농작물은 물론 천하 그룹의 비밀 기지까지 사라진다.

    최대한 대피시켰다고 생각해도 머

    리가 아프다. 식량과 치안 문제가 생긴다. 결국, 이성진을 원망하는 사 람들도 나올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아라를 위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 을 찾아야 했다.

    “황수정 재상.”

    “네. 말씀하십시오.”

    “샤인과 란마스에게 더 빠르게 북 진하라고 해. 신성 파나 제국의 성 을 직접 공격해야 할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신성 파나 제국을 압박하면 상황이 달라질까 생각했다. 하지만 크게 달

    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 이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전멸한다면 신성 파나 제국 의 성이라도 점령해야 했다.

    “그리고 맥칼란 공왕에게 방법이 있는지도 알아보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금은 모두의 머리를 맞대고 방법 을 찾아야 할 때였다. 황수정은 이 성진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김동수 역시 방법을 찾기 위해 천 하 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리고 밤 0시가 되었다. 이성진은 나이프 잭의 마법 통신을 기다렸다.

    약속대로 나이프 잭은 마법 통신을

    했다.

    [SS 기다렸나?]

    오래간만에 듣는 암호명이었다.

    “너를 기다린 것은 아니니까 장난 은 그만해라.”

    [하하. 역시 하나도 안 변했어. 그 런데 여기 움직임이 이상해. 이쪽 순찰이 줄어들고 있어. 남쪽으로 대 규모 병사가 떠나는 것도 보이고.]

    “남쪽으로? 성기사단은?”

    [당연히 끼어 있지. 완전 정규 편 제야. 사제도 끼어 있더라.]

    신성 파나 제국이 제대로 전쟁할 때는 사제도 같이 움직인다. 사제는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 각종

    은총을 내린다.

    어떻게 보면 오르쿠가 외치는 전투 의 함성과 비슷한 것도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잘한 상처는 그냥 낫는다.

    같이 죽자고 덤비는 경우가 많았 다. 그래서 신성 파나 제국이 무서 운 것이다. 신성 파나 제국 백성은 모두 광신도다.

    어떤 세뇌도 회유도 통하지 않는 다.

    “이쪽도 문제가 있기는 흐fl. 어디쯤 이야?”

    [알려 줄 수 없다니까.]

    “좋아. 알려 줄 수 없으면 진행 방

    향을 바꿔.”

    [진행 방향을?]

    나이프 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장 안전한 길을 고르고 골라 서울 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길이 아닌 방향으로 가라고 한다.

    무언가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

    “천하 그룹에서 아라를 찾으러 나 간 부대가 있어.”

    [그래?]

    나이프 잭은 천하 그룹의 부대면 백두산 기지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 했다. 가장 가까운 천하 그룹의 기 지는 백두산뿐이니까.

    “합류해서 기지에서 버텨.”

    [흐음. 그렇게까지 안 좋은 상황이 야?]

    “아라에게는 말하지 말고.”

    아라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하니 나 이프 잭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 다. 왜 저런 표정을 짓나 싶을 때 나이프 잭 뒤에 아라가 나타났다.

    처음부터 같이 있었다.

    [아빠! 다 들었는데 뭘 말하지 말 라고 그래!]

    “들었어?”

    [응. 걱정하지 마. 내가 어디로 가 야 하는지 알고 있어.]

    보통 눈치 빠르고 똑똑한 아라가

    아니었다. 이성진과 나이프 잭의 대 화를 들었다. 대화 중에 천하 그룹 부대 이야기가 나왔다. 아라 역시 근처 천하 그룹 기지는 백두산에 있 다는 것을 안다.

    아라가 국경을 넘기 전에 잠시 머 물렀던 곳이 백두산 기지였다.

    “아라야. 잭 아저씨에게 맡기고 너 는 그냥 따라.”

    [아빠. 나 이제 어린애 아니야. 그 리고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그냥 가 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아라의 고집을 꺾지 못할 것 같았 다.

    “그래. 그러면 잭 아저씨 잘 도와

    줘.”

    [걱정하지 마.]

    아라는 이성진이 걱정할 것 같아 일부러 강한 척하는 중이었다. 이성 진이 대충 어떤 위치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이제는 안다.

    수많은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이성 진이라는 것도.

    [SS! 오늘은 그만해야 할 것 같아.] 뒤에서 나이프 잭이 슬며시 끼어들 었다.

    [아빠! 그래도 빨리 와야 해.]

    아라는 아쉬운 듯 이성진에게 말했 다.

    “그래. 최대한 빨리 갈게.”

    아라가 나이프 잭에게 자리를 비켜 줬다.

    [SS! 진행 방향을 바꾸면 마법 통 신을 못 할 수도 있어.]

    그동안 만들어 놓은 비밀 장소에서 몰래 마법 통신을 했다. 하지만 백 두산 방향으로 가면 비밀 장소가 몇 군데 없다.

    이성진도 알아들었다.

    “어쩔 수 없지. 나이프 잭! 아라를 잘 부탁한다.”

    [잘 돌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곳에 도착하면 꼭 연락하고 ……. 만약 중간에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알려 주고는 죽 을 테니까 그것도 걱정하지 마. 시 간이 되었군. 나중에 술 한잔하자 고!]

    마법 통신이 끊겼다. 이성진은 한 동안 말없이 있었다. 아라의 얼굴을 보니 달려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 들었다.

    황수정이 조용히 들어와 이성진에

    게 다가갔다. 이성진이 힘들어하는 것 같자 황수정은 이성진을 가만히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황수정 재상!”

    이성진이 눈치채고 황수정을 불렀 다. 황수정은 아쉬웠다. 곧바로 마음 을 가다듬었다.

    “네. 폐하.”

    “신성 파나 제국에서 대규모 군대 를 남하시킨다고 하네. 샤인과 란마 스에게 경고해 줘.”

    “알겠습니다.”

    황수정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 성진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이겨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성진은 생각을 오래 할 수 없었다.

    빈 성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는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 연락 사무소 로 모였기 때문이었다.

    전투와 지역 안정을 위해 오지 못 한 이를 빼고 모두 모였다.

    황수정과 맥칼란, 켈빈, 고진명 대 통령, 정학철 대장, 김동수 그리고 작전을 만드는 참모들이었다.

    12시간 가까이 자료를 모았다. 엘 파나의 기술과 지구의 기술을.

    “맥칼란 공왕님! 방법은 찾으셨습 니까?”

    “마법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습니 다. 떨어지는 성을 모두 막을 수 없 습니다.”

    맥칼란이 김동수를 쳐다봤다. 김동 수가 그나마 나은 방법을 말했다.

    “마법 도구로 개조한 전투기와 미 사일을 이용해 성층권에서 요격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김동수는 말해 놓고도 확신이 없었 다. 제아무리 전투기와 미사일을 쏟 아부어도 떨어지는 거대한 성을 부 숴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 이었다.

    “맥칼란 공왕이 도와준다면 꽤 많 은 전투기와 미사일을 개조할 수 있

    습니다.”

    자신 없는 표정의 김동수 말을 듣 던 이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투기와 미사일을 개조할 수 있 으면 저 두 번째 달을 직접 공격하 면 되지 않나요?”

    이성진의 말에 맥칼란이 대답했다.

    “두 번째 달은 자체 마나막을 가지 고 있습니다. 9단계 마법도 견뎌 냅 니다.”

    이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이 말한 직접 공격은 외부 공격이 아니 었다.

    “자체 마나막을 뚫고 들어가 내부 에서 두 번째 달을 폭파할 수 있는

    지 물어보는 겁니다.”

    “아!”

    맥칼란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성진 의 말을 듣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 다.

    “두 번째 달 중심부에 마나막을 만 드는 마법진과 마나석이 있습니다. 그것이 한꺼번에 폭발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두 번째 달을 만드는 데도 드비쉬 공왕가의 역할이 컸다. 마법진과 마 법 도구는 최고니까.

    두 번째 달의 구조도 잘 알 수밖 에 없었다.

    “마나막도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

    를 붙이면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미 어떤 마나막이든 통과할 수 있는 마법 도구를 만들어 놓은 지 오래였다. 마나막이 사라지면서 쓸 모없어져 창고에 처박혀 있었다.

    이성진의 말 한마디에 방법이 생겼 다. 모두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달이 사라지면 더는 빈 성이 떨어질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최악의 경우 두 번째 달이 지구로 떨어질 우려도 사라진다.

    “그럼 두 번째 달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드세요. 지금 당 장!”

    “알겠습니다. 폐하!”

    이성진의 명령에 다시 바빠졌다. 사용할 수 있는 전투기와 미사일을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달 의 방어 체계를 토대로 공격 계획도 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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