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협상 테이블
이성진이 김동수를 만나고 온 지 28시간이 지났을 때 연락 사무소 주위에 군 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 다.
연락 사무소를 공격하는 배치가 아 니었다. 오히려 연락 사무소를 보호 하기 위한 배치였다.
그리고 장갑차와 경호대의 경호를 받는 고급 세단 3대가 연락 사무소 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전투 헬기 3 대가 떠 있었다.
경호원들이 먼저 고급 세단을 에워 쌌다. 그러자 고급 세단에서 사람들 이 내렸다. 김동수 혼자 온 것이 아 니었다.
연락 사무소를 책임지는 하인스 장 군이 혹기사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어서들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 습니다.”
“하인스 장군이 직접 마중을 나오 시다니 영광입니다.”
용족의 대리인인 하인스 장군이다. 어려운 존재였다. 단 한 번도 이렇 게 마중을 나온 적이 없었다.
이성진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 을 알았다.
“정학철 대장, 오래간만입니다.”
하인스 장군과 인사하는 사람은 정 학철 대장이었다. 거제도에서 이성 진과 화상 통신을 할 때는 중장이었 다.
하인스 장군은 정학철 대장 바로 뒤에 있는 사람에게 살짝 고개를 숙 였다.
“고진명 전 대통령도 왔군요.”
표면적으로 전 대통령일 뿐 아직 대한민국 정부의 수장은 고진명이었 다. 물론 기반이 거의 사라진 허울 뿐인 정부이긴 했다.
마지막으로 하인스 장군은 김동수 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김동수 회장님, 잘 오셨습니다.”
“지금은 김동수 부회장입니다. 아 직 못 들으셨나 봅니다.”
“제가 들은 말은 김동수 회장님이 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크흠. 그래도 천하 그룹은 이성진 회장님 것이니 하인스 장군님도 그 렇게 아십시오!”
하인스 장군은 미소 지었다. 자신 의 왕에게 천하 그룹을 바친다는데 기분 안 좋을 리가 없었다.
“김동수 회장님, 말씀 편하게 하십 시오.”
하인스 장군의 말에 놀랐다. 매번 아랫사람 보듯이 대했다. 그런데 말
을 편하게 하란다. 이성진의 위상이 더욱 높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진이 분명 장인어른이라고 말 해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김동수에게만 깍 듯할 리가 없다.
이성진 덕분에 용족의 대리인에게 이렇게 대접을 받다니 김동수는 갑 자기 뿌듯해졌다.
어깨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김동수 부회장이라니까. 우리 회 장님 안에 계신가?”
옆에 서 있는 고진명 대통령과 정 학철 대장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시 지요.”
하인스 장군은 김동수에게만 친절 했다. 옆에 바짝 붙어서 안내했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이 따 라오든 말든 신경 안 쓰는 것 같았 다.
“그런데 하인스 장군.”
“네.”
“전권 대리인하고 우리 회장님하고 친한가?”
하인스 장군은 웃음이 터지려는 것 을 참았다. 이성진이 전권 대리인이 왔다는 식으로 말해 놨다는 것은 알 고 있다. 하지만 전권 대리인 따위
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이성진이다.
하인스 장군도 이성진의 거짓말 아 닌 거짓말에 장단을 맞췄다.
“친하십니다. 친형제보다도 더 친 하다고 자신합니다.”
김동수는 물론 고진명 대통령과 정 학철 대장은 하인스 장군의 말에 기 뻤다. 잘만 하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 같았다.
“커흠. 내 사위가 잘나기는 했지.”
김동수는 한 번 마음이 풀어지자 한없이 풀어지는 중이었다. 사실 이 성진이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이며 내 사위라고 광고하고 싶었다.
원래 딸인 지혜와 결혼하는 사람은
아들처럼 생각하려고 했었다. 아들 이 없었으니까.
지금 그때의 감정이 살아나고 있었 다.
하인스 장군의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흑기사들이 지키 고 있는 방으로 안내받았다.
긴 테이블이 있는 회의실이었다. 의자도 고급스러운 것이 중역 회의 실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회의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 다.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곧 나오 실 겁니다.”
하인스 장군이 가리키는 자리에 세
사람은 앉았다. 하지만 앉자마자 일 어설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 때문이었다.
“크리스탈 전하!”
황수정이었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 학철 대장은 김동수를 쳐다봤다. 황 수정이 오는 것을 알았냐는 물음이 었다.
“어떻게 크리스탈 전하께서 직 접……
“김동수 회장님, 오래간만입니다.”
김동수는 물론 고진명 대통령과 정 학철 대장은 또 놀랐다. 용족 크리 스탈이 김동수에게 존댓말을 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더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다.
“아……. 네. 저도 오래간만입니다. 그런데 왜……
“제가 왜 왔냐고요? 당연히 그레이 트 살바티오 왕국의 폐하께서 협상 하신다고 하니 재상인 제가 직접 와 야지요.”
세 사람 모두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황 수정이 조용하게 소리쳤다.
“그레이트 살바티오의 위대한 왕께 서 오십니다. 모두 예의를 차리세 요.”
황수정이 두 손을 모으고 문을 향
해 돌아섰다. 그러자 세 사람도 공 손한 자세로 기다렸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은 당연 히 이성진이었다. 이성진의 얼굴을 아는 세 사람은 이성진의 뒤에 누군 가 따라 들어오나 눈을 부릅뜨고 봤 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성진이 그레이트 살바티오의 위 대한 왕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 문이었다.
세 사람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 같자 황수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 투로 말했다.
“위대하신 왕께서 오셨는데 예의를 보이지 않다니!”
들어온 사람은 이성진 혼자다. 그 런데 위대한 왕에게 예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황수정이 화를 낸다.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특히나 김동수는 더더욱 그랬다.
“황수정 재상! 아직 모르니까 됐 어.”
이성진이 용족 크리스탈에게 아무 렇지 않게 황수정이라고 부르는 것 을 본 세 사람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더 놀라운 것은 황수정이 이성진의 말 한마디에 언제 화를 냈 냐는 듯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위대하신 왕을 보고도 예 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괜찮아. 세 분 모두 앉으세요. 수 정이도 내 옆에 앉고.”
황수정은 세 사람에게 먼저 앉으면 안 좋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이성진이 앉자 황수정이 앉았다. 황 수정은 그제야 고개를 살짝 끄덕이 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성진의 맞은편에 세 사람은 앉았 다. 이 회의실에 서 있는 사람은 하 인스 장군이 유일했다. 하인스 장군 은 아예 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성진과 황수정 뒤에 섰다.
고요한 침묵이 홀렀다. 김동수는
이성진이 왕이라는 것 때문에 놀라 말을 못했다. 고진명 대통령은 용족 황수정도 어려운데 황수정의 왕이 맞은편에 앉아 있어 말을 꺼내기 힘 들었다.
정학철 대장은 먼저 말을 꺼낼 위 치가 아니다. 그저 눈치만 볼 뿐이 었다.
이런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이성진 이었다.
“지구 연합군에게 연락을 받으셨나 요?”
승낙이 아니라 연락이라고 말했다. 황수정이 점령한 곳은 영토로 인정 한다는 승낙보다 딸인 아라의 위치 를 묻는 것이다.
김동수도 알고 있었다. 어렵게 말 을 꺼냈다.
“이성진 회장님. 그 일은 저와 따 로 이야기하시고 지금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신 고진명……
이성진이 손을 들었다. 장인어른이 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니었다.
“말하시는 것을 끊어서 죄송합니 다.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 연합군의 승낙이 아닙니다. 아 시지 않습니까! 만약 연락이 없다면 이 회담도 의미가 없습니다.”
김동수는 난처했다. 몽골의 지구 연합군에서는 용족 황수정의 합류를 반겼다. 황수정이 지금 점령하고 있 는 곳은 대한민국 땅이기 때문이었 다.
황수정의 도움을 받아 반격에 성공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기들 땅이 아니니까.
황수정이 아무리 많은 땅을 점령한 다 해도 한반도와 중국 일부분이라 는 판단도 있었다. 중국은 그 정도 땅은 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은 대 한민국 정부였다. 대한민국이 사라 지는 조건이니까.
김동수는 고진명 대통령을 설득했 다. 용족 황수정의 도움이 없다면 서울은 더 버틸 수가 없다.
지금도 사실상 서울과 경기를 제외 하고 무정부 상태다.
서울이 무너지면 같은 결과다. 서 울과 경기 지역에 살아남은 1천만 명 이상의 국민을 생각해라.
대부분 죽거나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고진명 대통령은 그래도 대한민국 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조건을
약간 바꾸려고 김동수와 같이 온 것 이었다.
김동수는 이성진에게 사실대로 말 했다.
“보안을 위해 위치 연락은 안 한다 고 합니다. 예상 위치에 요원을 보 내기로 했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파 악하려면 최소 2일은 더 필요하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은 김 동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 다.
“그럼 2일 뒤에 다시 만나는 것으 로 하겠습니다. 장인어른만 남으시 고 두 분은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냥 가라고 돌려 말한 것이다. 하 지만 고진명 대통령은 기회라고 생 각했다.
“잠시만 몇 가지 의논할 일이 있습 니다.”
고진명 대통령의 말에 이성진이 아 닌 황수정이 반응했다.
“감히! 돌아가라는 말을 못 들은 건가?”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냥은 못 갑 니다. 어차피 오늘 말을 꺼내나 2일 후 말을 꺼내나 똑같으니까요.”
“위대하신 왕의 배려 때문에 좋게 대해 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황수정이 일어섰다. 그리고 바로
이성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위대하신 왕이시여. 이 인간들과 더는 할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 들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알려 주겠습니다. 이 시간 이후 연 락 사무소를 폐쇄하고 서울과 경기 지역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습니 다.”
황수정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고 하면 좋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은 얼 굴이 일그러졌다.
“그건 황수정 재상에게 맡겼으니까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사실 황수정은 이성진에게 부탁한 것이 있었다. 이 회담을 자신이 나 서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 달라고 했 다. 그래서 이성진은 가만히 황수정 의 행동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못 하는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 대신 김동수가 나섰다.
“크리스탈……. 아니 황수정 전 하…….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오시 면 어떻게 하십니까!”
“아! 김동수 회장님은 걱정 안 하 셔도 됩니다. 천하 그룹의 사람들은
우리 왕국에서 받아드리겠습니다.”
“그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황수 정 전하께서 권리를 포기하시면 다 른 용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지켜져 왔던 균 형은 바로 깨집니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의 얼 굴이 일그러진 이유였다. 황수정이 권리를 포기하면 나머지 용족이 그 권리를 나누어 가진다.
그리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이 분 명했다.
“그건 저들이 알아서 할 문제입니 다.”
황수정은 일부러 악역을 맡았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김동수가 제안 한 것을 지구의 인간들이 쉽게 들어 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 주도권이 있는지 알려 주 려는 것이다.
황수정은 이성진이 천하 그룹을 받 고 김동수의 사위라고 해서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천하 그룹 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약간 불편할 뿐이다.
고진명 대통령과 정학철 대장은 화 를 낼 수도 없었다. 그저 힘이 없는 것이 죄였다.
“황수정 재상!”
“네.”
“그래도 내가 살았던 나라이고 그 나라의 수장이니 말은 들어 보자.”
황수정은 속으로 역시 이성진이라 고 생각했다. 미리 이야기 안 해도 적절한 시기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위대한 왕이시여……
“듣는 것은 상관없으니 한 번 들어 나 보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황수정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고진명 대통령은 이 성진과 황수정이 기싸움을 하는 것 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님!”
“아닙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생각하고 말 하셔야 할 겁니다.”
이성진도 고진명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고진명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침 을 삼켰다. 그리고 이성진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을 시작했다.
“김동수 회장님에게 영토 문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 정부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요?”
“지금까지 위대하신 왕 이성진 님 이 점령하신 땅에 대해서는 어떤 말 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영토와 국
민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그 일을 못 했으니까요.”
이제 진짜 의도를 말해야 했다. 잠 시 숨을 고르고 용기를 내서 말했 다.
“하지만 한반도의 나머지 부분은 협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협의라……. 고진명 대통령께서는 어떤 협의 내용을 가지고 오셨습니 까!”
이성진이 긍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 았다. 그래서 고진명 대통령의 목소 리에 힘이 실렸다.
“조금 전 제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까지 점령하신 땅은 영토로 인정하
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대 한민국 땅은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 정해 주십시오. 그냥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동맹국으로서 국경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 를 얻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이 생각한 방법이었 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서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구 연합군 은 이미 김동수의 제안을 허락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광활한 땅을 점 령해도 지구 연합군은 이의를 제기 못 한다.
“고진명 대통령님 그레이트 살바티 오 왕국이 어디까지 점령한 줄은 아
시나요?”
이성진은 고진명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말을 하는지 궁금 했다.
“모릅니다.”
“황수정 재상. 지도 좀 부탁할게.”
“네.”
황수정은 마법으로 한반도 지도를 홀로그램처럼 띄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지?”
황수정은 마법으로 만든 지도에 색 이 나타나게 조정했다.
서울 경기 지방과 3명의 용족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부터 위쪽으로는 모두 빨간색이었다.
나머지는 파란색이었다.
“파란색이 현재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이 점령한 지역입니다.”
김동수는 물론 고진명 대통령과 정 학철 대장은 이성진이 한반도의 절 반 이상을 점령한 줄은 꿈에도 몰랐 다.
자신들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그러니까 지금 점령한 지역을 모 두 인정하시겠다는 거네요.”
이성진의 말에 고진명 대통령은 어 쩔 수 없이 대답해야 했다.
“네. 그렇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이성진이 거제도 에서 혼자 경기도까지 올라와 황수
정을 도와준 줄 알았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왕이라고 했을 때 도 그저 황수정의 성과 그 주변 정 도만 인정하면 될 줄 알았다.
“그렇다면 기존 점령 지역은 넘어 가고……. 한반도를 되찾으면 나머 지를 대한민국 정부에 넘겨줘라. 그 러면 중국과 러시아 지역을 주겠다? 그런 말인가요?”
“같이 동맹으로 싸워 중국 지역과 러시아 지역을 점령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냥 한 반도까지만 점령하는 것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힘만으로도 충분한
데요.”
고진명 대통령은 또 말문이 막혔 다. 그런 고진명 대통령에게 이성진 은 더 말문이 막히는 말을 했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은 엘 파 나의 종족과 지구의 인간이 같이 협 력하는 곳입니다. 소인족부터 카반 왕국의 드비쉬 공왕가 그리고 오르 쿠가 있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그레이트 살바티 오 왕국에 많은 종족이 있구나 정도 로 생각했다. 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정학철 대장은 아니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반도 절반 이상을 점령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 물론 여기 용족인 황수정 재 상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크 리스탈 공국 공왕입니다.”
정학철 대장은 넋 놓고 말을 못 하는 고진명 대통령의 귓가에 조용 히 말했다.
“한반도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지 역까지 모두 점령하고도 남을 만한 힘입니다.”
정학철 대장의 말에 고진명 대통령 은 자신들이 뭐를 요구할 처지가 아 니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황수정이 왜 저렇게 화를 냈는지도 이해가 갔 다.
대등한 협상을 할 자격이 안 된다.
단지 이성진이 김동수의 사위이고 천하 그룹이 필요해 이렇게 양보한 것도 알았다.
고진명 대통령은 포기하는 심정으 로 정학철 대장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가 내세울 만한 것은 뭐 가 있습니까?”
“천하 그룹밖에 없습니다.”
고진명 대통령은 더 절망적이라고 느꼈다. 서울 경기 지역이 살아남은 것은 천하 그룹 때문이다. 마법 도 구를 공급하고 유지 보수할 수 있는 곳은 천하 그룹뿐이다.
그런데 천하 그룹은 이미 이성진의 것이었다.
고진명 대통령이 확실하게 포기해 야 한다고 생각할 때 황수정이 나섰 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님! 제게 저 들에게 제안할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
이성진의 허락을 받은 황수정은 고 진명 대통령에게 말했다.
“서울 경기 지역은 대한민국의 땅 인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이 싸워서 점령할 것이다.”
“같이 싸울 테니 인천 지역이라 도!”
고진명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끼어
들었다. 서울 경기 지역만 영토로 인정받으면 완전히 고립된다. 바다 가 있는 인천까지는 확보해야 했다.
“아직 내 말이 안 끝났다.”
고진명 대통령은 입을 다물었다. 한마디라도 더 했다가는 뒤에 서 있 는 하인스 장군이 움직일 것 같았 다.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 국 소속 대한민국 공국이 돼라. 정 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자치권을 인 정한다.”
이성진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 다. 황수정은 이성진이 대한민국에 가진 마음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기존의 대한민국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대한민국 공국이라니……
고진명 대통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고진명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이성진과 황수정은 대답을 기다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