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42화 (42/50)
  • 6장. 딸의 행방

    언제나 그렇듯 이성진은 바로 서울 을 향해 떠날 수 없었다. 마음은 서 울에 가 있다. 하지만 이성진을 왕 으로 받드는 종족들에게 알아서 하 라고 갈 수 없다.

    구심점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부적인 사항을 이성진 이 일일이 살피지 않는다. 아수스의 성을 점령하고 어떻게 했다, 영토 확장 계획이 어떻게 되고 있다, 이

    제 후방 지역이 된 고성과 거제도 그리고 대전 지역의 상황이 이렇다 그런 것들을 보고받는다.

    마지막 결정은 이성진이 해야 한 다. 그것이 이성진을 따르는 종족들 의 목적이자 해야 할 의무였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일을 결정 해야 했다. 황수정이 케르빌 제국에 서 공국으로 독립한다는 것이었다.

    왕국이 아니라 공국이었다.

    황수정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 의 한 공국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이성진이 아닌 맥칼란과 먼저 의논 했다. 맥칼란은 타린 백작과 의논하 고 타린 백작은 다시 하늘의 검과

    강한결, 강철진 등과 의논했다.

    모두 황수정이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신하인 공국이 되는 것을 찬 성했다. 용족이 이성진의 밑에 들어 오겠다는데 두 팔 들고 환영했다.

    이성진의 힘과 세력이 더 커지는 것이니까.

    황수정은 이성진에게 직접 말하면 허락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래서 주변을 먼저 공략한 것이다.

    지금 이성진 앞에 몰려와 승인해 달라고 독촉하고 있었다.

    “위대한 왕이신 이성진 폐하! 그레 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재상인 제가 간곡하게 간청합니다.”

    맥칼란의 말투에 이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말투는 맥칼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용족인 황수정을 공왕의 지위를 내리시고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과 위대한 왕이신 이성진 폐하께 봉사 하게 하시옵소서.”

    맥칼란의 뒤에는 이성진에게 빨리 허락하라는 표정으로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 강한결, 강철진, 유투진, 오피앙, 저반카 등 이성진과 함께한 모두가 무언의 허락을 구하고 있었 다.

    이성진은 이런 일을 벌인 황수정에 게 직접 물었다.

    “황수정. 진짜 왕이 아닌 공왕이 되고 싶은 거야?”

    “그렇습니다. 제가 공왕이 되려는 이유는 위대한 왕이신 이성진 폐하 께 충성을 바치며 약속한 도움을 드 리려는 것입니다.”

    “공왕이 안 되어도 약속한 도움을 줄 수 있잖아!”

    “아닙니다. 공왕이 되어야 합니다.” 황수정은 이성진에게 왜 공왕이 되 어야 하는지 말했다.

    “제가 공왕이 되어야 그레이트 살 바티오 왕국을 더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빠르게 안정시키다니?”

    황수정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 에 문제점이 있다고 봤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은 급격하 게 성장했습니다. 거제도의 소인족 을 시작으로 오르쿠를 합치고 드비 쉬 공왕가와 아수스의 백성들까지 흡수했습니다.”

    황수정의 말대로 너무 빨리 왕국이 커졌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성장했을 뿐 왕국 안의 상황은 엉망입니다.”

    이성진은 황수정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고 있다. 이성진도 아는 문제 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왕국 을 안정시킬 여유는 없었다.

    앞으로의 전쟁을 생각하면 군사적 인 외형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했 다.

    살아남아야 왕국을 안정시키든지 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저 황수정은 용족입니다. 수백 년 동안 정치와 문화를 익히고 수십 년 동안 기른 관리들이 있습니다. 이 안에 있는 그 누구보다 그레이트 살 바티오 왕국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용족은 부모의 후원 아래 성인이 되기 전 100년 동안 영토를 다스리 기 위해 관리들을 기른다. 400년 동 안 익힌 수많은 지식을 100년 동안

    실전으로 다졌다.

    “제가 공왕이 되어 위대하신 이성 진 폐하를 돕는다면 폐하께서는 아 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실 수 있으십니다. 저를 믿고 맡겨 주 십시오.”

    이성진은 황수정의 의도를 정확하 게 알았다. 마음이 전해져 왔다. 그 레이트 살바티오 왕국 일은 맡겨 놓 고 딸인 아라를 찾으러 가란 것이 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객관 적으로 이 상황을 봤다면 말도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뭐를 믿고 황수 정에게 모든 것을 맡긴단 말인가.

    하지만 이성진은 황수정을 믿을 수 있었다. 황수정의 아랫배에 있는 마 나석 심장 덕분이다.

    황수정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황수정의 지금 마음은 오직 하나였 다. 이성진을 돕고 싶다. 그리고 함 께하고 싶다.

    “그럼 맥칼란 재상에게 묻겠습니 다.”

    “말씀하십시오! 위대하신 이성진 폐하!”

    “지금 황수정의 말을 들어보면 맥 칼란 재상의 권한 위에 서려는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성진의 말에 맥칼란은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입니다. 용족인 황수정 님께 서 제 위에 계신다면 더할 나위 없 이 좋습니다.”

    맥칼란은 황수정이 없으면 모든 일 을 자신이 해야 했다. 가뜩이나 일 이 많아 죽을 맛이다. 황수정이 도 와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저보다 경험도 많으신데다가 드비 쉬 공왕가보다 더 많은 관료를 데리 고 있습니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 국에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상의 자리를 황수정 님에게 드리 려고 합니다.”

    이성진은 맥칼란이 저렇게 말하니

    마음이 편했다. 맥칼란의 자리를 황 수정이 빼앗아 가는 듯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황수정에게 공왕 의 지위를 내리고 공국의 이름은 크 리스탈 공국으로 하겠습니다. 그리 고 지금 상황에 공왕 즉위식 같은 것은 사치입니다. 즉위식은 없습니 다.”

    이성진은 바로 황수정을 향해 소리 쳤다.

    “황수정에게 공왕의 지위를 내리는 동시에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재상에 임명한다. 모든 권한을 줄 테니 말한 대로 왕국을 안정시켜

    라.”

    황수정은 바로 무릎 꿇었다.

    “위대하신 왕 이성진 폐하께 감사 드립니다. 이 황수정 그레이트 살바 티오 왕국과 이성진 폐하를 위해 모 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황수정까지 이성진 밑으로 들어왔 다. 영토 확장이 끝난 지금 이성진 은 한반도의 절반 정도를 장악했다.

    엘 파나에서 온 종족만 200만 명 이 넘는다. 살아남은 대한민국 국민 도 대략 600만 명 정도 된다.

    5천만 명 가까이 되던 대한민국 국민 중 10분의 1 정도다.

    이성진은 바로 모든 일을 황수정에

    게 맡긴 다음 서울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이성진 혼자 가지 않아도 됐다. 서울은 현재 천하 그룹이 장 악했다. 그리고 천하 그룹은 용족에 게 협력한다.

    서울에 몰래 침투하지 않아도 된 다.

    그래서 지금 이성진은 마법 도구로 움직이는 고급 세단에 타고 있었다. 고급 세단 앞뒤로 경호차가 한 대씩 붙었다.

    이성진이 굳이 경호할 필요가 없다

    고 말해도 지위와 체면 문제라고 하 면서 억지로 붙였다.

    그리고 서울 출입과 연락 사무소 안내를 위해 황수정이 보좌관도 붙 여 줬다.

    “카라스!”

    “네! 위대하신 이성진 폐하!”

    천안시에 들어갈 때 검문했던 카라 스 소대장이 보좌관이었다. 천안시 방어 때 살아남았다.

    “서울에 가면 그 위대하신 이성진 폐하라고 하지 말고 그냥 이성진 장 군님이라고 하는 것 잊지 마.”

    카라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 다. 이성진은 지금 왕이 아닌 장군

    의 신분으로 서울에 가는 중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성진 장군님!”

    카라스는 눈치껏 행동했다. 내륙 도로는 거의 손상된 곳이 없어서 차 는 빠르게 서울을 향해 달렸다.

    황수정의 영역과 천하 그룹의 영역 이 맞닿은 곳에서 잠시 멈췄다.

    수원이 었다.

    수원은 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수원은 일종의 완충지대였다. 천하 그룹은 물건을 수원까지 가지고 온 다. 그러면 황수정의 부하들이 수원 에서 받아 필요한 곳으로 보낸다.

    수원에서 서울 지역으로 들어가려

    면 명목상 천하 그룹의 허가를 받아 야 했다. 사실 그냥 통보만 한다.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20분 후 이성진은 다시 서 울로 출발했다.

    수원을 벗어나 안양과 과천을 지나 갔다. 안양까지도 전투의 흔적이 남 아 있었다. 하지만 과천부터는 아니 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군대가 과천을 방어하고 있었다.

    전차는 물론 헬기까지 날아다녔다. 도로 곳곳에 검문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검문소에서도 이성

    진이 탄 차를 잡지 않았다. 이미 통 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은 지금 용족의 외교관 신분 으로 서울에 들어가는 것이다.

    과천을 지나 강남에 들어섰다. 서 울은 전쟁의 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로는 한가했다. 그렇다고 돌아다 니는 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군용 차량과 가끔 고급 세단도 돌 아다녔다.

    “곧 연락 사무소에 도착합니다. 이 성진 장군님!”

    “양재동이라고 그랬나?”

    “네. 그렇습니다.”

    황수정의 연락 사무소는 양재동에, 아수스의 연락 사무소는 잠실에 있 었다. 천하 그룹 사옥은 삼성동에 있다.

    이성진이 탄 차는 곧 양재동의 빌

    딩 앞에 멈췄다. 익숙한 빌딩이었다. 현대 기 아자동차 건물이 었다.

    건물 앞에 이성진을 마중하기 위해 흑기사들과 연락 사무소를 책임지는 장군 그리고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 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성진 장군님!”

    흑기사단 12조장 아심이었다. 아심 이 먼저 와서 황수정의 명령을 전했 다.

    “고생했어.”

    “아닙니다. 여기는 이곳을 책임지 는 하인스 장군입니다.”

    하인스 장군은 긴장하며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였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 리고 감사합니다.”

    하인스 장군은 서울에 있느라 황수 정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지 몰랐다. 나중에 황수정에게 마법 통 신을 받고 아심이 먼저 와서 알려 줘서 알았다.

    이성진이 이제 자신의 왕이라는 것 보다 엘 파나의 사신 드라는 것 때 문에 더 긴장했다. 그래도 황수정을 구해 준 것은 고마웠다. 황수정을 구해 준 것은 자신을 구해 준 것이 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보는 눈이 많으니 들어갑시다.”

    “네. 안내하겠습니다.”

    황수정의 연락 사무소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성진이 도착하 기 전부터 있었다.

    이성진은 하인스 장군의 안내에 따 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하인스 장군의 집무실로 갔다.

    꽤 넓은 방이었다. 고급스러운 업 무용 책상과 소파까지 있었다.

    이성진을 안내한 하인스 장군은 이 성진이 상석에 앉을 때까지 서서 기 다렸다.

    이성진이 상석에 앉아도 서 있었 다.

    “위대하신 이성진 폐하! 건물 앞에 서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하인스 장군은 계속 마음에 걸려 이성진에게 허리를 굽혔다.

    “괜찮으니 이곳에서도 이성진 장군 이라고 불렀으면 합니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천하 그룹 김동수 회 장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은 된 겁니 까‘?”

    하인스 장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 다.

    “죄송합니다. 연락은 했습니다. 하 지만 언제 만나겠다는 연락은 아직 안 왔습니다.”

    “그래요? 그럼 김동수 회장의 위치 파악은 된 건가요?”

    하인스 장군은 식은땀을 흘렸다.

    “삼성동 사옥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만……

    “삼성동 사옥에 있는지 없는지 모 른다는 말이군요.”

    “죄송합니다.”

    이성진은 잠시 소파의 팔걸이를 손 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했다.

    용족이 만나자고 했는데 연락이 없 다. 이상했다.

    “아수스 연락 사무소는 어떻게 했 습니까?”

    “성에서 교대를 핑계로 기사와 병 사를 보내 장악했습니다.”

    그렇다면 천하 그룹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리 조용하게 처리했다 해도 이상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에게는 장인 이다. 하지만 전 세계 국가를 상대 로 마법 도구를 파는 거물이었다. 정보를 얻고 상황을 파악해 행동하 는 데 선수다.

    “알았습니다. 계속 연락하고 빨리 만나고 싶다고 재촉해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나는 좀 나갔다가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슨 말씀이신지!”

    하인스 장군이 묻는 순간 이성진이 사라졌다. 하인스 장군은 갑자기 눈

    앞에서 사라진 이성진 때문에 당황 했다. 그런 하인스 장군에게 아심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이성진 장군님이십니다. 누가 감 히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우리는 그냥 명령대로 기다리면 됩니다.”

    하인스 장군과는 다르게 아심은 이 성진의 능력을 직접 봤다. 이성진이 무엇을 하든 믿는다.

    이성진은 연락 사무소를 나와 바로

    삼성동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꽤 많은 사람이 걸어 다 녔다. 자동차가 없으니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성진을 의식하 지 못했다. 이성진은 빠르게 달려 천하 그룹 삼성동 사옥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들어갔다.

    사옥 입구부터 마법 도구와 마법진 이 깔려 있었다. 전등 대신 마나석 전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정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진은 엘리베이터를 타 지 않았다. 계단을 통해 32층 회장

    실로 올라갔다.

    계단에도 마법 도구와 마법진이 있 다. 하지만 이성진을 감지하지 못했 다.

    32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누구 도 모르게 회장실로 들어갔다.

    회장실 안에는 김동수 회장이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생각하는 것 같 았다.

    “장인어른.”

    김동수 회장은 화들짝 놀라 눈을 뜨면서 책상에 숨겨 둔 권총을 꺼냈 다.

    “누구냐!”

    김동수 회장은 장인어른이란 소리

    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너무 생각 할 것이 많아서였다.

    “접니다. 이성진.”

    김동수 회장은 눈을 깜빡였다. 믿 을 수 없어서였다.

    “자네……. 살아 있었나?”

    “네. 살아 있습니다.”

    김동수 회장은 허탈한 표정으로 권 총을 내렸다. 이성진이 너무 젊어지 긴 했다. 하지만 몰라볼 정도는 아 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고 생 각했다.

    “자네가 이렇게 살아서 서울까지 왔다면 능력을 되찾았겠군.”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에는 몰랐네. 지혜가 자네와 사랑에 빠진 다음에 알았지. 그때는 말릴 수 있는 단계를 넘었고.”

    김동수 회장은 딸인 지혜가 설마 이성진과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다. 지혜는 이성진 같은 부류를 싫어했 다. 누군가를 죽이는 직업을 가졌으 니까.

    “저를 쉽게 놔주지 않았을 텐데 요.”

    “솔직히 쉽지는 않았네. 영국 총리 를 만났지. 그리고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진다는 조건과 마법 도구 몇 개 의 독점 공급을 약속한 다음 자네를 거기서 빼 올 수 있었네.”

    김동수 회장의 말에서 이성진은 천 하 그룹이 꽤 오래전부터 엘 파나와 거래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 러 가지 정황 증거만 있었다. 그런 데 지금 김동수 회장이 직접 말했 다.

    “고생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이성진의 말에 김동수 회장은 씁쓸 하게 웃었다. 딸인 지혜를 위해 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혜는 이 세상에 없었다.

    씁쓸하게 웃는 김동수 회장에게 이 성진은 가장 묻고 싶은 말이 있었 다.

    “아라는 어디 있습니까?”

    김동수 회장이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이 이상했다. 이성진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만약! 아라가 죽었다면……. 아라 의 죽음에 관여한 종족이나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성진의 마음을 대변하듯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었습니까?”

    아니길 바라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 로 말했다.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김동수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아라는 살아 있네.”

    아라는 살아 있다는 말에 이성진이 내뿜던 살기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성진은 초조하게 물었다.

    “어디 있습니까?”

    “그게•…"

    김동수 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왜 대답을 안 하십니까? 아라 어 디 있습니까!”

    결국 이성진은 김동수 회장에게 소 리쳤다. 그러자 회장실 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괜찮네. 나가들 보게.”

    “회장님!”

    경호원들은 어떻게 이성진이 회장 실까지 들어왔는지 몰라 어리둥절했

    다. 김동수 회장이 괜찮다고 말해도 경호원들은 쉽게 나갈 수 없었다.

    “내 사위야. 아라 아빠지.”

    사위라는 말에 경호원들은 자신들 몰래 회장실까지 들어온 것을 수긍 할 수밖에 없었다. 사위가 전직 SAS 대원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회장님. 무슨 일 있으시면 불러 주십시오.”

    경호원들은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성진이 다시 으르렁대듯 물었다.

    “아라 어디 있습니까!”

    김동수 회장은 어차피 이성진도 알 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열홀만 일찍 오지 그랬나.”

    “다른 말은 하지 마시고 아라 어디 있는지만 말해 주십시오!”

    “지금쯤 중국 국경을 넘고 있을 걸 세.”

    “중국이요?”

    이성진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 었다. 서울에서 중국까지 가려면 몇 개의 성을 지나가야 할지 모른다. 안전하게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미쳤습니까? 아라를 중국에 보내요?”

    “진정하고 내 말 듣게.”

    이성진은 지금 진정할 상황이 아니 었다.

    “중국 어디로 보낸 겁니까?”

    김동수 회장의 핑계를 듣는 것보다 아라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 였다. 지금이라면 아라에게 갈 수 있었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이 아라를 끔 찍하게 생각하는 것을 잘 안다. 지 금은 어떤 말도 듣지 않을 것도 안 다.

    “다국적 연합군이 있는 곳으로 보 냈네.”

    “진짜 미쳤군요. 엘 파나의 공격 목표가 될 곳으로 아라를 보내다 니.”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보게. 나도 어쩔 수 없었네.

    나와 회사가 무너지면 아라를 지킬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라고 생각했 어!”

    김동수 회장도 결국, 소리쳤다.

    “자네가 이렇게 돌아올 줄 알았다 면 보내지 않았어! 용족이 서울과 경기 지역을 포위했다는 것을 알았 을 때 나는 자네가 죽었다고밖에 생 각할 수 없었지.”

    뒤에는 말소리가 잦아들었다.

    “무슨 말을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연합군이 있는 곳이 어디입니까?”

    “몽골일세.”

    이성진은 한숨이 나왔다. 국경을 넘어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

    다. 몽골이면 한참 위였다.

    “어떤 루트로 갔습니까?”

    “국내 루트는 내가 준비했네. 하지 만 중국부터는 연합군이 루트를 준 비해서 나도 알 수가 없네.”

    결국 지금 따라가도 아라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앉게. 앉아서 내 변명 좀 들어 주 게.”

    이성진은 아라를 찾지 못하게 되었 으니 김동수 회장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고 싶었다. 김동수 회장 이 권하는 대로 소파에 앉았다.

    김동수 회장도 소파에 앉았다. 그 리고 변명을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네. 곧 지 구 연합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 할 걸세. 그러면 용족은 서울을 그 냥 두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 지.”

    김동수 회장의 말을 맞다. 지구 연 합군이 대대적인 반격을 하면 후방 이나 다름없는 서울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천하 그룹은 가장 먼저 공격받겠지. 그래서 적에게 포위된 서울보다는 몽골에 있는 지구 연합 군에게 아라를 보내는 것이 더 낫다 고 생각했네. 지금은 후회하지 만……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이 살아 있을 줄 정말 몰랐다. 이성진이 살아 있 고 엘 파나에서의 능력을 되찾은 것 을 알았다면 아라를 몽골로 보내지 않았다.

    김동수 회장 역시 이성진이 엘 파 나의 검은 사신 으로 불린 것을 알 고 있었다.

    “이제 끝난 겁니까?”

    이성진은 장인어른에 대한 예의로 변명을 들어 준 것이다. 당장이라도 아라를 찾아 몽골로 떠나고 싶은 마 음이었다. 그런 마음을 김동수 회장 도 잘 알고 있었다.

    “자네가 엘 파나에서 어떤 존재였 는지 잘 알고 있네. 하지만 아라를 찾아가려면 내 도움이 필요할걸 세.”

    “아닙니다. 저 혼자서도 충분히 몽 골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내 도움을 받으면 국경까 지는 편하게 갈 수 있어. 자네가 마 나막을 어떻게 넘었는지 모르겠지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기술이 우리에 게 있다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이 마나막을 마음대로 넘어 다닌다고 상상하지 못했다. 천하 그룹에서 연구한 결과 마나막을 넘어 다니는 것은 불가능

    에 가까웠다.

    아슬란이 공왕일 때 거래한 정보 중 마나막 관련 정보가 있었다. 그 래서 천하 그룹은 마나막을 넘어가 는 것이 가능했다.

    “더군다나 아직은 용족과 대등한 동맹 관계이니 용족에게 필요한 물 건을 구하기 위한 명목으로 다른 지 역을 통과할 수도 있지.”

    이성진은 김동수 회장이 아라를 어 떻게 국경까지 안전하게 보냈는지 알았다.

    “요즘 용족의 상황이 심상치 않아. 그러니 내가 바로 떠날 수 있게 조 치해 주겠네.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해 주는 마지막 일이 될 테니까.” 김동수 회장의 말이 이상했다. 마

    치 죽음을 앞둔 사람 같았다.

    “진짜 안 해 주셔도 됩니다. 그리 고 용족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니 요?”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는 정보를 말해 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남부에 있는 용족 크리스 탈과 아수스가 대규모 전투를 일으 켰다는 정보가 있네. 결과는 아직 모르네. 하지만 연락 사무소에 부하 를 보내 나와 면담을 요청한 것을 보면 크리스탈이 이긴 것 같아.”

    김동수 회장은 자신이 말한 전투를 직접 이끈 당사자가 이성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진은 왜 그게 문제가 되는 지 궁금했다.

    “그래서요?”

    “용족의 균형이 깨진 것이지. 아수 스가 패배했다면 나머지 용족이 크 리스탈을 공격할 거야. 크리스탈이 강하다 해도 용족 3명을 상대로 이 길 수는 없을 것이고……. 동맹을 찬성한 크리스탈이 사라지면 용족은 서울을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정보는 제대로 수집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가 잘못됐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김동수 회장은 눈을 반짝였다. 마 음에 안 드는 사위다. 하지만 허튼 소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기억과 능력을 되찾았다.

    그런 이성진이 그럴 일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동수 회장이 생각할 수 있는 경 우는 한 가지뿐이었다.

    “혹시 자네가 용족의 싸움에 관련 이 있는 건가?”

    “네. 꽤 깊게 관여했습니다.”

    김동수 회장의 상체가 이성진에게 기울었다.

    “어떻게 말인가? 알려 주게나. 정 확한 상황을 알아야겠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이 말해 주는 정보에 따라 서울의 운명이 결정된 다고 생각했다.

    “장인어른 생각대로 크리스탈과 아 수스의 싸움에서 크리스탈이 이겼습 니다. 아수스는 죽었고요. 그 싸움에 약간의 도움을 줬습니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이 약간의 도 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수 스를 죽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 다고 생각했다. 엘 파나에서 이성진 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 때문이 다.

    “그리고 남은 용족 3명이 공격해도 크리스탈은 이길 겁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용족 3명과 싸워도 크리스탈이 이 긴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김동수 회장이 예상하는 범위를 넘 어섰기 때문이었다.

    김동수 회장이 가지고 있는 정보로 는 크리스탈이 무조건 진다. 이성진 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런데 이성진은 아라를 찾아 몽골 로 갈 것이다.

    김동수 회장은 이번이 기회라고 생 각했다.

    “혹시 자네 크리스탈과 친한가?”

    “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크리스탈을 지구 연합군 에 들어오도록 설득해 줄 수 있나? 아니면 내가 직접 만날 테니 이야기 만 잘해 주게나.”

    김동수 회장이 아라를 지구 연합군 에 보냈다고 말할 때부터 이성진은 김동수 회장이 완전히 배신하지 않 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지금의 말 과 행동을 보면 용족에게 협력하는 척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 같았다.

    과천을 지날 때 봤던 군대의 모습 을 봐도 그랬다. 드비쉬 공왕가와 똑같이 마법 도구를 이용해 전차는 물론 헬기까지 운용하고 있었다.

    “부탁하네.”

    김동수 회장이 머리를 숙였다. 언 제나 당당하고 굽힌 적 없는 김동수 회장이었다. 그런데 머리를 숙였다.

    “말해 주는 것도 지구 연합군과 동 맹을 맺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김동수 회장의 머리가 빠르게 올라 왔다. 믿기 힘들다는 눈빛이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네. 하지만 서로 이익이 있어야 지구 연합군과 동맹을 맺을 명분이 있지 않을까요?”

    이성진의 말 한 마디면 이익이 없 어도 동맹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이성진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었

    다. 그리고 김동수 회장의 생각도 더 알고 싶었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의 말이 맞는 다고 생각했다. 이성진도 크리스탈 에게 쉽게 꺼낼 말이 아니다. 얻는 이익이 있다고 말해 줘야 했다. 하 지만 이성진은 곧 몽골로 떠난다.

    “용족 3명과 싸울 때 같이 싸우겠 네. 우리가 거들면 아무래도 더 쉽 게 이기겠지.”

    “끝인가요?”

    김동수 회장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네. 크리스탈이 점령한 곳은 그곳이 어디라도 영토로 인정하겠 네.”

    “그것을 김동수 회장님께서 결정하 실 수 있습니까?”

    이성진은 지금 장인어른이라고 부 르지 않고 김동수 회장이라고 불렀 다.

    김동수 회장도 이성진이 일부러 그 렇게 부른 것을 알았다.

    “물론이네. 내가 알기로 지구에 온 용족은 5명이야. 크리스탈이 지구 편에 서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 지.”

    어차피 크리스탈은 3명의 용족과 싸워야 했다. 크리스탈이 이기면 남 은 용족은 혼자다. 지구에 온 엘 파 나의 종족 중 가장 강한 용족이다.

    “크리스탈이 한반도는 물론 중국까 지 다 점령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계 곳곳을 점령할 수도 있고요.”

    김동수 회장은 씁쓸하게 웃었다.

    “다 빼앗기는 것보다 낫지 않겠 나?”

    “그것을 김동수 회장님 혼자 보장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이지. 내가 책임지고 각국의 수장들을 설득하겠네. 하지만 그 전 에 서울이 살아남아야 하고.”

    “그럼 크리스탈이 보낸 전권 대사 를 만나세요.”

    전권 대사란 말에 김동수 회장의 눈이 또 커졌다.

    “지금 연락 사무소에 온 장군이 전 권 대사란 말인가?”

    “네.”

    이성진 자신이 곧 전권 대사다. 김 동수 회장은 입술을 깨물더니 소파 에서 일어나 이성진에게 다가왔다.

    “내가 염치없는 것은 알지만 그래 도 살아남은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 람들을 위해 부탁할 것이 있네.”

    이성진은 또 잘 말해 달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천하 그룹의 정식 후계자가 되어 전권 대사와 만나 주게나.”

    “천하 그룹의 정식 후계자가 되다 니요?”

    원래 김동수 회장은 천하 그룹을 이성진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그것 을 이성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 고 준다고 해도 받을 생각도 없었 다.

    “내가 그동안 자네를 미워한 것은 인정흐}네. 하지만 그건 딸을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아서였어. 지혜가 일 찍 죽은 것이 자네 탓이 아닌데 도……

    김동수 회장의 심정을 이해한다. 만약 아라가 같은 상황으로 먼저 죽 었다면 이성진 자신도 쉽게 용서하 지 못할 것 같았다.

    “나를 용서해 주고 살아남은 사람

    들을 위해……. 아니 아라를 위해 천하 그룹을 가지게..... 천하 그룹

    을 자네가 가지면 결국, 아라의 것 이 되지 않나.”

    김동수 회장이 천하 그룹을 아라에 게 주려고 한 것을 알고 있다. 이성 진도 아라가 성인이 되면 천하 그룹 을 받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 었다.

    아라와도 이야기가 끝난 문제였다.

    “아라 핑계로 참 많은 것을 제 어 깨에 올리시려고 하네요.”

    “맞네. 아니라고 말 못하지. 하지만 나는 자네가 그런 운명을 타고났다 고 생각해.”

    김동수 회장의 말처럼 그런 운명을 타고 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를 보면 김동수 회장의 말이 맞 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천하 그 룹을 이끌 사람 중 자네 만한 적임 자가 없는 것도 현실이야.”

    “전 경영도 인사도 모릅니다. 그저 싸우고 이길 뿐이죠.”

    김동수 회장은 기쁜 마음이었다. 이성진이 자신의 제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 같은 말투였기 때문이 었다.

    “그게 필요한 현실이지. 싸워서 이 기는 힘! 그것을 자네가 가지고 있

    어. 경영? 인사? 그런 것은 걱정하 지 않아도 되네. 자네는 결정만 내 리면 되네. 나머지는 천하 그룹이라 는 시스템이 알아서 할 걸세.”

    김동수 회장도 이성진이 그룹 경영 을 잘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룹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한다. 그리고 이성진은 결정만 하면 된다.

    “그럼 저를 정식 후계자로 발표하 고 모든 권한을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네. 원한다면 회장 자리를 주겠네.”

    “그럼 김동수 회장님은 명예 회장 이 되시는 건가요?”

    이성진은 김동수 회장이 명예 회장

    이 되어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김동수 회장도 알아들었다.

    “자네가 회장을 하면 나는 부회장 을 하겠네.”

    이건 의외의 말이었다. 그리고 김 동수 회장은 속에 있는 말을 다 꺼 냈다.

    “내가 어떤 직위를 가지든 상관없 네. 내가 평생 키운 천하 그룹이니 영향력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하지만 난 아라 외할아버지네. 아라 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자네가 결국, 아라에게 물려줄 것을 아는데 다른 생각을 할 리는 없지.”

    자신을 믿어 달라는 말이었다. 이 성진은 사실 천하 그룹을 받든 말든 상관없었다.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제안을 받 아들이겠습니다.”

    이성진이 장인어른이라고 불렀다. 김동수 회장은 그제야 기쁜 얼굴을 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전에 관계가 안 좋았어도 장인어 른과 저는 지혜와 아라로 연결된 가 족입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제대로 큰절 올리겠습니다.”

    이성진은 소파에서 일어나 김동수 회장을 향해 큰절했다. 김동수 회장

    은 이성진이 일어날 때까지 아무 소 리 안 했다. 그리고 이성진이 일어 서자 다가가 안으며 말했다.

    “고맙네. 사위. 그리고 나에게 절하 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세. 이제 천하 그룹의 주인인 자네가 쉽게 고 개 숙여서는 안 되네.”

    김동수 회장은 이성진의 등을 두 번 두드려 주고 떨어졌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부터 천하 그룹의 회장님은 이성진 님이십니다. 저는 부회장이 되겠습니다.”

    “장인어른.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 습니다. 그리고 천하 그룹을 안 주

    셔도 됩니다.”

    김동수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것만 으로 만족했다. 천하 그룹은 어차피 자신을 도울 것을 알았다.

    “아닙니다.”

    “천하 그룹 안 주셔도 도와 드리겠 습니다. 원래는 천하 그룹도 기회를 봐서 반격에 나서려고 한 것이지 않 습니까?”

    “그렇습니다.”

    김동수는 말투를 안 바꿨다. 이성 진은 고집쟁이 영감탱이라고 생각했 다. 저런 고집 때문에 천하 그룹을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천하 그룹이 완전히 엘 파나 편으

    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면 계획도 있 었을 테고……. 몽골의 지구 연합군 과도 연락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계획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구 연합군과의 연락은 시간이 걸립니 다.”

    “얼마나 걸리나요?”

    “마나막 천장에 구멍을 뚫은 다음 암호화된 전파를 내보내는 드론을 띄웁니다. 그러면 몽골에서 24시간 마다 확인을 합니다.”

    “최소 24시간 이상 걸리는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김동수는 이성진의 다음 말을 기다 렸다. 지구 연합군과 연락할 수 있

    냐고 물어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인어른께서 말씀하신 조건들 지 구 연합군에게 알리고 승낙을 받아 주시는 동시에 아라의 위치도 알아 봐 주세요.”

    김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전권 대사와 협상을 하려면 확실한 서류가 필요하겠지 요. 그건 제가 꼭 받아 내겠습니다. 하지만 24시간 안에 결정이 나기는 힘들 듯합니다.”

    황수정이 점령한 곳을 영토로 인정 한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다. 시간이 걸릴 것은 알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해 주세요. 그리고 아 라의 위치는 가장 빠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 면서 정식으로 이성진 회장님 취임 을 발표하겠습니다.”

    “안 하셔도 된다니까요.”

    “아닙니다.”

    고집불통이라는 말이 또 생각났다.

    “그런데 이성진 회장님께서 머무시 는 곳이 어딘지……

    “연락 사무소에 있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하지만 불편하시 지 않으실까요? 저와 함께 지내셔도 되는데요.”

    김동수는 같이 지내고 싶다는 눈빛

    을 보냈다. 하지만 이성진은 아니었 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관계 회복 이 됐다. 그렇다고 같이 지내고는 싶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어색한 사이였으니까.

    “괜찮습니다. 연락 사무소가 더 펀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에 천하 그룹이 숨겨 놓은 것들이 있나요?”

    김동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있습니다. 원래 엘 파나 침공 방 어 계획은 서울 경기권이 최후의 방

    어선입니다. 후방에 물자를 만들 수 있는 기지들이 있습니다.”

    엘 파나와 연결된 차원 통로가 대 륙에 있으니 위에서부터 내려오리라 고 생각한 방어 계획이었다. 거제도 기지에서 본 정보 중에 있던 것이 다.

    “그 기지들을 크리스탈에게 넘길 수 있습니까?”

    “그 결정권은 이제 이성진 회장님 에게 있습니다.”

    “기술 인력 파견도 가능한가요?”

    “그것 역시 이성진 회장님이 결정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사무소에

    서 지구 연합군 확답을 기다리겠습 니다. 하지만 아라 소식이 먼저입니 다.”

    “물론입니다. 만약 되돌아올 수 있 다면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아니요. 위치만 파악해 주세요. 제 가 직접 갈 생각입니다.”

    이제는 아라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기 싫었다.

    “알겠습니다. 이성진 회장님!”

    “그럼 이만.”

    이성진이 갑자기 사라졌다. 김동수 는 이런 경우를 처음 봐 놀랐다. 천 하 그룹 사옥 역시 온갖 마법진과 마법 도구가 설치되어 있다.

    더군다나 회장실은 더 철저했다.

    수많은 마법진과 마법 도구가 이성 진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발동하지 않았다. 이성진의 능력을 체감하니 놀라웠다.

    “사위가 분명 크리스탈이라고 불렀 단 말이지.”

    김동수는 이성진이 크리스탈을 전 하라고 부르지 않은 것을 기억했다. 김동수는 바로 경영진과 서울 경기 지역을 방어하는 장군들을 소집했 다.

    그리고 사위인 이성진에게 천하 그 룹을 물려준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성진 덕분에 크리스탈과

    완벽한 동맹이 가능하다는 것도 말 했다.

    그날 저녁 은폐 기능을 가진 헬기 가 서울 상공으로 끝없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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