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40화 (40/50)
  • 4장. 아수스 성 공성전

    아수스의 병사들은 성벽을 타고 올 라오는 이성진을 어떻게든 막아 보 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마법이 걸린 화살도 마법도 통하지 않는 이성진을 막을 수는 없 었다.

    이성진이 성벽 끝을 3m 정도 남겨 뒀을 때 성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오른쪽에 둘! 왼쪽에 셋!’

    병사 모두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 순식간에 복장이 다른 지휘관을 찾

    아냈다.

    퍽 소리가 나고 5명이 동시에 쓰 러졌다. 지휘관이 죽는 동시에 이성 진은 성벽을 넘었다. 병사들은 이러 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었다.

    이성진을 쫓아가자니 성벽을 향해 무섭게 달려오는 오르쿠가 문제였 다. 방어 마법진도 못 믿는다.

    오르쿠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대 한 많은 숫자가 필요했다. 이성진을 따라갈 여유가 없었다.

    이성진은 성벽을 넘자마자 마나를 뿌려 댔다. 방어 마법진의 중심을 찾기 위해서였다.

    성안의 병사들은 이성진을 보고 쉽 게 달려들지 못했다. 성벽을 그냥 뛰어 넘어온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화살을 쏘거나 창을 던질 뿐이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이성진 근처에 는 오지도 못했다.

    “거기냐?”

    이성진의 감각에 성벽으로 향하는 가장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잡혔다. 팔찌에서 소총을 꺼냈다.

    거리가 먼 것도 있다. 하지만 권총 보다는 마나 총알의 위력을 더 많이 증폭시킨다.

    이성진은 아수스의 병사들에게 보

    여 주기 위해 소총을 겨누고 조금 기다렸다가 마나 총알을 쐈다.

    마나 총알에 마나를 더 담기 위해 서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나 총알이 모두에게 보이게 했다.

    소총에서 발사된 마나 총알은 성인 주먹만 한 크기였다.

    방어 마법진의 중심을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아수스의 병사들과 마법사들도 볼 수 있었다. 병사들은 마법사들이 왜 가만히 서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 다. 중간에 마법을 날려 막아야 하 는데.

    마법사들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느끼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먹만 한 크기의 마법 총알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6단계 마법을 넘어 섰다. 거의 7단계에 가까운 마나를 느꼈다.

    저것을 막으려면 최소 7단계 마법 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성 안에는 7단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 는 마법사가 없었다.

    성에 남아 있는 마법사 중에는 최 고가 6단계 마법사였다.

    마나 총알이 드디어 방어 마법진의 중심에 닿았다.

    번쩍하더니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빛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콰앙 하 는 굉음도 들렸다.

    성 자체가 흔들렸다.

    하늘 위로 버섯구름이 솟구쳐 올랐 다. 이건 이성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반경 500m 안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리고 500m 밖의 병사들은 후폭풍에 날아갔다.

    온전히 서 있는 사람은 이성진이 유일했다. 사방에서 신음이 들리고 살려 달라고 소리친다.

    이성진은 조금 과하게 마나를 담아 쏜 것인데 왜 이런 반응이 일어났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평소처럼 그냥 압축해서 마나

    총알을 쐈다면 이런 반응이 일어나 지 않았을 것이다. 마나 총알이 방 어 마법진의 중심에 있는 마나석을 그냥 꿰뚫고 지나갔을 테니까.

    마나를 증폭해 천천히 날아간 마나 총알에 마나석이 반응해 폭발한 것 이었다. 거대한 성의 성벽을 방어하 는 마법진의 마나석이다. 그러니 폭 발의 규모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 어쨌든 결과는 좋게 나온 것 같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한 방에 반경 500m 안이 사라졌다. 아수스 의 병사들은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 고 손을 들기 시작했다.

    성벽 위 병사들도 무기를 버리고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오르쿠가 성벽을 타고 올라와도 싸 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하늘의 검과 검은 전사가 먼저 성 벽에 올라왔다. 하지만 아수스의 병 사들이 항복의 의사를 보이자 공격 하지 않았다. 그대로 성벽에서 뛰어 내려 이성진을 향해 달려왔다.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하늘의 검은 아수스의 병사들이 쓰 러져 신음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거대한 폭발

    과 동시에 항복을 받아 냈다.

    “하늘의 검! 이곳만 항복한 것일 거다. 가까운 성문을 열고 성을 마 저 장악해라.”

    아수스의 성 전체를 놓고 보자면 이곳은 극히 일부였다.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하늘의 검은 바로 검은 전사들에게 성문을 열고 나머지 성을 장악하라 는 명령을 내렸다.

    검은 전사들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가까운 성문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 무기를 단 자동차가 전력으로 질주해 들어왔

    다. 그리고 사방으로 퍼졌다.

    아수스의 병사들은 이성진의 부하 들을 보는 순간 모두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어차피 싸워 봤자 개죽음이라는 것 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주인인 아수스와 기사단 만 있었어도 이렇게 쉽게 항복하지 않았다. 외성이 너무 빨리 뚫린 이 유도 있었다.

    이제 내성만 남았다. 내성은 내성 나름대로 문을 걸어 잠그고 방어하 려고 했다.

    아수스에게 보낸 전령이 도착하면 구원하러 올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

    다.

    모든 성문과 외성을 장악한 하늘의 검이 이성진에게 돌아왔다.

    “킁! 위대한 왕이시여! 내성을 제 외한 모든 곳을 장악했습니다. 다음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내성을 공격 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다고 생각 해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하늘의 검 생각대로 이성진은 아직 내성을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외부에 있는 병사들을 모두 안으 로 들여보내고 포로들을 모은 다음 내성을 포위한 상태로 항복하라고 권해라.”

    “킁! 위대한 왕의 명령대로!”

    하늘의 검은 바로 움직였다. 외부 에 있는 이성진의 군대를 모두 안으 로 불러들였다. 동시에 항복한 아수 스의 병사들을 한곳에 모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성진이 타고 온 고급 세단이 도착했다. 그 뒤에 강한결이 탄 자동차가 따라왔다.

    먼저 맥칼란이 내렸다. 켈빈과 유 투진이 따라 내렸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 하신 겁니까?”

    맥칼란이 폐허가 된 외성 부근을 보며 이성진에게 물었다. 멀리서 버 섯구름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그리

    고 7단계 마법에 가까운 마나가 몰 린 것도 느꼈다.

    처음에는 이성진이 잘못된 줄 알았 다. 하지만 곧 성문이 열리고 외성 을 장악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성진 이 한 일인 것을 알았다.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이성진이 멋쩍게 웃자 맥칼란은 어 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위대한 왕께서는 진짜 괴물이 되 어 가십니까? 7단계 마법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발휘하시다니.”

    맥칼란의 말에 이성진이 아닌 강한 결이 뒤에서 대답했다.

    “위대한 왕께 괴물이 되어 간다고

    하시다니요. 이 기적의 흔적을 보십 시오.”

    강한결은 자신이 직접 못 본 것을 안타까워했다.

    맥칼란은 강한결의 말과 행동을 이 해할 수 있었다. 이성진과 친분 때 문에 괴물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맥칼란 역시 이성진이 점점 더 어 려워지고 있었다. 파나 신의 심장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 로 짐작했다.

    “저는 이 기적을 목격한 사람을 찾 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습 니다. 그럼.”

    강한결은 이성진에게 머리 숙여 인

    사하고는 포로가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성진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다는 즐거움 때 문이었다.

    “하하. 맥칼란 재상님 강한결을 이 해해 주세요.”

    “네. 이해합니다. 사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나저나 5시간도 안 돼서 외성을 함락시키다니 역시 명 성은 어디 안 갑니다. 또 하나의 사 신 S 전설이 만들어진 것 같군요.”

    이성진은 말투만 다르지 엘 파나에 서 맥칼란에게 항상 듣던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작전이 끝나고 돌아오면 맥칼란은 어느새 소문을 듣고 또 하

    나의 전설이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여전하십니다.”

    “하하.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습니 다.”

    “그건 그렇고 내성을 점령하면 바 로 이동 마법진을 손 볼 준비는 끝 나셨나요?”

    “물론입니다. 유투진과 켈빈이 좋 은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요?”

    유투진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돌 렸다. 켈빈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 었다. 켈빈다웠다.

    “둘 다 나 때문에 고생이다.”

    “아저씨……. 아니 위대하신 왕의 일이라면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

    유투진은 자신도 모르게 아저씨라 고 말하려다가 급하게 말을 바꿨다. 그래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위대하신 왕께서 시키신 일인데 당연히 해야지요. 이럴 때 제 천재 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켈빈답다. 그래.”

    켈빈은 씨익 웃으며 이성진에게 도 움이 된다는 것을 기뻐했다. 아슬란 때는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인질로 잡혀 이성진을 어렵 게 했었다.

    이제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때 이성진의 명령을 부하들에게 내리고 하늘의 검이 돌아왔다.

    “크흥! 위대하신 왕이시여! 내성을 포위했습니다. 항복 권유를 했으나 거부했습니다.”

    “그래?”

    이성진은 또 직접 움직이려고 생각 했다. 하지만 하늘의 검이 먼저 말 했다.

    “크흥! 위대한 왕이시여! 내성의 점령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위대한 왕께서는 오르쿠의 전쟁을 봐 주십 시오!”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이런 성을 점령하는 데 직접 움직이는 것이 마 음에 안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르쿠가 못 나서 이성진이 직접 움

    직인 것 같았다.

    “하늘이 검 마음을 잘 알겠는데 빨 리 점령해야 해서 내가 직접 움직일 까 해.”

    지금 천안시는 피를 말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시간을 줄여야 했다.

    “크흥! 4시간 안에 점령하겠습니 다!”

    하늘의 검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 다. 자존심 때문인 것을 알았다. 4 시간 정도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 했다.

    “좋아. 그럼 4시간 안에 점령해.”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감사합니 다!”

    하늘의 검은 바로 뒤돌아 달려가며 소리쳤다.

    “킁! 검은 전사들이여! 나를 따르 라! 위대하신 왕의 검이 되어 싸우 자!”

    사방에서 검은 전사들이 하늘이 검 을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의 검은 자신의 거대한 검을 뽑 아 들고 내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 다.

    그 뒤를 검은 전사들이 따라갔다. 그것을 본 맥칼란이 혀를 찼다.

    “무식하게 가장 방어가 강한 성문 을 향해 달려가다니.”

    맥칼란은 하늘이 검이 무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늘의 검은 내성 문 앞에서 점프 하더니 마나를 담은 검으로 내성 문 을 향해 내리그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내성 문이 터져 나갔다. 그것을 본 맥칼란은 놀라 입을 벌렸다.

    “저거 뭐야? 하늘의 검이 저렇게 강했어?”

    사실 하늘의 검은 무리해서 마나를 검에 담았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거의 모든 마나를 사용했다.

    내성 문이 터져 나가고 검은 전사 들이 물밀듯이 들어가자 아수스의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내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외성의 병 사들보다 충성심이 더 강했다.

    하지만 충성심이 강하다고 해서 없 던 능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일반 오르크 전사 1명을 상대할 때도 병사가 최소 10명은 필요했다. 그런데 일반 오르크 전사도 아니고 검은 전사였다. 검은 전사는 일반 병사에게 재앙 수준이었다.

    하늘의 검이 내성 문을 부순지 2 시간 만에 저항하던 병사들 대부분 이 죽거나 다쳤다. 일부는 항복했다.

    10시간이 지나기 전에 아수스의 성은 이성진에게 점령당했다.

    남아 있던 10만 명의 병사 중 7만

    명이 포로가 되었다.

    “맥칼란 재상님! 이제 마법진을 손 볼 차례네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투진! 켈빈! 가자!”

    이성진과 함께 맥칼란과 유투진 그 리고 켈빈은 내성의 지하로 내려갔 다. 맥칼란이 유투진, 켈빈과 함께 마법진을 손보는 동안 하늘의 검은 이성진과 함께 갈 전사들을 준비했 다.

    이성진 혼자서 황금 날개 기사단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은 성을 혼자 돌아다니며 찾아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하늘의 검과 상급 대전사 10명 그리고 5천 명의 검은 전사가 같이 갈 예정이었다.

    “어때요?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마법진을 자세히 살펴보는 맥칼란 에게 물었다.

    “으음. 크리스탈의 성으로 좌표를 고정하고 100명씩 보내려면 6시간 쯤 걸릴 것 같습니다.”

    유투진과 켈빈이 함께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되는 것 같았다.

    “그럼 6시간 뒤에 갈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어요.”

    “알겠습니다. 아주 완벽하게 마법 진을 고쳐 놓겠습니다. 이 맥칼란만

    믿으십시오.”

    “믿습니다.”

    맥칼란에게 믿는다고 말한 다음 준 비가 끝난 하늘의 검과 기다렸다. 그리고 말한 대로 6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동 마법진을 수정했다.

    “그럼 내가 먼저 가겠다. 하늘의 검은 두 번째에 오도록.”

    “킁! 위대하신 왕의 명대로!”

    하늘의 검은 마법진 위로 올라가는 이성진을 향해 고개 숙였다. 그러자 이성진과 함께 갈 검은 전사 99명 이 마법진으로 올라왔다.

    “위대하신 왕이시여! 마법진을 가 동하겠습니다.”

    켈빈의 말에 이성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자 켈빈은 바로 마법진을 가동했다. 환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이성진과 99명의 오르쿠 검은 전사는 사라졌다.

    황수정의 성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성진과 검은 전사 99명은 황수 정의 성 지하에 도착했다. 꽤 넓은 방이었다. 평소라면 이곳을 지키고 있어야 할 기사와 병사가 없었다.

    언제든지 다른 성에서 이동해 올 수 있다. 항상 누군가는 있어야 했

    다. 그런데 없다는 것은 이곳까지 신경 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진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10명은 이곳을 지키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라.”

    검은 전사들은 짧고 조용하게 킁 하고 콧바람을 내뿜었다. 적이 있는 곳에 몰래 들어와서까지 큰 소리로 대답하는 멍청이들은 아니었다.

    이성진의 명령대로 검은 전사 10 명이 남았다.

    이성진은 큰 방 같은 곳의 문을 열고 나갔다. 이미 밖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긴 복도 끝에 있는 방이었다.

    “병사나 일반 백성은 죽이지 않는 다.”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 덕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 것을 확인한 이성진은 먼저 움직였다.

    이성진의 뒤를 따라 검은 전사들도 소리 없이 따라갔다. 발소리가 들리 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다.

    긴 복도를 따라 끝까지 갔다. 문이 하나 있었다. 문 앞에 멈춰선 이성 진은 문에 경보 마법이 걸린 것을 알았다.

    원래 기습 침투 작전이었다면 경보 마법을 해제하는 마법 도구나 마법 사가 따라왔어야 한다. 하지만 이성

    진에게는 필요 없었다.

    이성진이 문에 손을 댔다. 마나의 흐름을 느낀 다음 문을 열어도 경보 마법이 발동 안 되도록 살짝 비틀었 다. 이제 문을 열어도 경보가 울리 지 않는다. 경보 마법은 그대로 있 으니 이상한 것도 발견 못 한다.

    경보 마법을 손본 이성진은 문 뒤 에 누가 없는지 마나로 살폈다.

    문에 설치한 경보 마법을 믿어서인 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했다. 이성진은 문을 살짝 열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만 보였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성진 은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계단

    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중간에도 경보 마법이 설치되 어 있었다. 이성진은 익숙하게 경보 마법진을 살짝 손보며 지나갔다.

    한참을 올라가자 다시 문이 나왔 다. 이번에는 문밖에 누군가 있었다. 2명이었다.

    이성진은 귀에 마나를 집중했다. 그러자 문밖의 소리가 들렸다.

    [진짜로 흑기사들이 반란을 일으켰 다는 말이 진실일까?]

    [그걸 믿어?]

    [아니겠지?]

    [아닐 거야. 황금 날개 기사단이 모함한 걸 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크리스탈 전하께서 왜 나 타나지 않으시냐! 이거지.]

    [그건 나도 이상해. 갑자기 아수스 전하가 나타나셔서 이래라저래라 하 는 것도 이상하고.]

    기사가 아닌 병사였다. 정보를 더 얻기 위해 조용히 두 병사의 대화에 집중했다.

    [우리가 뭐 힘이 있겠냐……. 하지 만 설마 아수스 전하께서 우리 크리 시탈 전하를 어떻게 하신 것은 아니 겠지?]

    [에이. 설마! 아수스 전하가 우리 크리스탈 전하를 싫어하셔도 같은

    용족이잖아! 정당한 명분 없이 그랬 다가는 용족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데……. 그러시겠어?]

    [아니야. 이상해 외부에서 돌아온 장군들까지 지하 감옥에 가뒀잖아.]

    장군들까지 지하 감옥에 가뒀다는 말에 대화하던 다른 병사는 침묵했 다. 사실 똑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 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그럴 리가 없다고 자기 합리화하는 중이었다.

    황수정이 꽤 오래 안 보인다. 거기 다가 외부에 나가 있던 병사들을 복 귀 시켰다.

    그리고 황수정에게 충성스러운 장 군들만 지하 감옥에 가뒀다.

    이 일들이 가리키는 결론은 누가 생각해도 하나였다.

    [왜! 말이 없어?]

    [이제 그런 말은 그만해! 불안하잖 아.]

    [불안하기는 하냐?]

    [당연하지. 이러다가 우리도 감옥 에 갇히거나 죽을 수 있잖아.]

    이성진은 더는 들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문을 소리 나지 않게 열 었다. 소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병사가 문이 열린 것을 늦게 눈치챘 다.

    “어?”

    “누구냐!”

    이성진은 검을 뽑으며 경계하는 병 사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크리스탈 전하의 친구다.”

    병사들은 서로 눈을 잠시 마주 봤 다. 오랜 친구 사이라 눈빛만 교환 해도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지하에서 나타난 검은색 갑옷을 입 은 사람이 크리스탈 전하의 친구라 고 말했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 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임무는 이곳을 지키면서 침입자가 있을 때 알리는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양쪽으로 갈라져 도망가자는 눈빛

    이었다.

    잘하면 한 명을 살아남아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양쪽으로 갈라져 도망갈 수 없었다.

    “소리를 치거나 도망가지 않았으면 한다. 소리는 차단했고 도망가 봤자 금방 잡힐 거거든. 나와라!”

    이성진의 뒤쪽에서 검은 전사들이 나타났다. 소리 없이 움직여 두 병 사가 도망갈 수 있는 방향을 막았 다.

    두 병사는 수십 명이나 되는 오르 쿠 검은 전사를 보고 도망갈 수 없 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을 포위해

    도 가만히 있었다.

    어차피 죽는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임무를 다하며 죽을 각오를 했다.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이성진에게 검을 겨눴다.

    “이야아!”

    두 병사가 이성진을 향해 검을 찔 렀다.

    까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두 병 사의 검이 이성진의 갑옷에 닿는 소 리였다. 하지만 닿기만 했지 뚫리지 는 않았다. 오히려 있는 힘껏 찌른 병사의 팔이 저렸다.

    두 병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 다. 자신들의 검은 마법 도구였다.

    갑옷을 뚫지 못해도 충격을 주거나 파고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흠 집 하나 나지 않았다.

    “오르쿠가 감히 용족의 성을 침범 하다니! 다 죽고 싶은 건가?”

    병사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 리쳤다. 자신들을 죽이려면 벌써 죽 였을 것을 알았다. 이유가 있어서 안 죽였다. 일부러 소리친 것이다. 다른 병사가 듣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이성진이 마나로 소리를 차 단한 것은 몰랐다. 거짓말인 줄 알 았다.

    “좋은 병사들이네. 수정이가……. 아니 크리스탈이 아낄 만해.”

    이성진의 말투에서 두 명의 병사는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희한했다. 적이 분명한데 진심을 느끼고 공격 하기 싫어졌다.

    “다시 말하는데 나는 크리스탈 전 하의 친구다. 그리고 크리스탈 전하 는 지금 천안시에서 아수스의 공격 을 받고 있다.”

    두 병사의 눈이 흔들렸다. 이 말 역시 진실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 다.

    “반역자는 황금 날개 기사단이다. 나는 황금 날개 기사단을 처리하고 천안시에서 공격받는 크리스탈 전하 를 구할 생각이다. 두 사람의 도움

    이 필요하다.”

    두 병사는 이 말 역시 진심이 담 겨 있고 진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이성진을 도와야 한다 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우리를 죽이지 않은 것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 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습니다.”

    이성진은 병사의 말이 맞는다고 생 각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크리스탈 전하에게 들어라. 그리고 두 사람이 도와줄 일은 장군들이 갇혀 있는 감 옥을 알려 주는 것이야.”

    “장군들이 갇혀 있는 감옥은 왜 알

    려고 합니까?”

    “당연히 구해서 군대를 이끌고 크 리스탈 전하를 구하러 가야 하니 까.”

    두 명의 병사는 검을 집어넣었다. 침입자가 감옥으로 가서 장군들을 구한다고 했다. 손해날 일은 아니라 고 생각했다.

    만약 침입자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해도 감옥에서 다른 할 일은 없으니까.

    “좋습니다. 감옥까지 안내하겠습니 다.”

    두 명의 병사는 그냥 알려 주지 않고 안내할 생각을 했다. 어차피

    이곳에 남아 있어 봤자 할 일도 없 었다. 이성진이 장군들을 구하고 진 짜 황수정이 위험에 빠졌다면 자신 들도 도우러 갈 생각이었다.

    “고맙다.”

    이성진이 고맙다고 말하는 순간 계 단 방향에서 하늘의 검이 나왔다.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아직 여 기 계셨습니까?”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지금쯤 황금 날개 기사단을 처리하고 있을 줄 알 았다.

    “하늘의 검, 잘 왔어.”

    이성진이 하늘의 검이라고 부르자 두 명의 병사는 놀라 눈을 크게 떴 다. 전에 하늘의 검을 본 적이 있었 다. 그런데 오르쿠의 왕인 하늘의 검이 이성진을 위대한 왕이라고 부 른다. 안 놀랄 수가 없었다.

    “킁! 위대한 왕이시여! 명령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그래. 여기 두 명의 병사와 함께

    감옥으로 가서 장군들을 구하고 크 리스탈 전하가 천안시에서 아수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

    “킁! 알겠습니다.”

    하늘의 검은 자신이 직접 감옥에 가서 장군들을 구하라는 명령인 것 을 알았다. 황금 날개 기사단을 상 대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았 다.

    “나머지는 계획대로 한다.”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하늘의 검은 이성진에게 대답한 후 병사들에게 몸을 돌렸다.

    “크흥! 감옥이 어디냐? 안내해라.”

    “네? 아! 넵! 이쪽입니다.”

    두 명의 병사가 앞장섰다. 그 뒤를 하늘의 검과 검은 전사 100명이 따 라갔다.

    “지금부터 황금 날개 기사단을 보 는 즉시 죽여라!”

    “킁!”

    이동 마법진을 통해 검은 전사가 계속 오고 있었다. 5천 명이면 황금 날개 기사단과 정면 승부도 된다. 하지만 황금 날개 기사단 일부가 천 안시로 간 것을 알고 있다.

    성안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황금 날개 기사단 한 명당 검은 전사 2〜3명이 붙어서 싸우면 무조건 이 긴다.

    황금 날개 기사단장과 조장들만 조 심하면 된다.

    “가라!”

    검은 전사들이 소리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100명씩 몰려다니면서 황 금 날개 기사단을 사냥할 것이다.

    이성진은 원래 계획과 다르게 움직 일 생각이었다.

    황수정의 성에 도착하자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엄청난 마나의 기운이었다. 마치 용족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마나의 기운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 다.

    잠을 자거나 가만히 있을 상황이

    아니라면 마나의 위치가 조금씩 달 라져야 한다. 그런데 성에 도착해서 지금까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황수정의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황금 날개 기사단을 처리하고 황수 정을 부하들을 데리고 아수스의 뒤 를 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황수정 의 심장을 가지고 천안시로 가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봉인한 힘을 되찾은 황수정이 직접 아수스를 상대하면 된다. 아수스는 황수정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성에 와서 황수정의 심장을 느끼게 되자 알게 된 사실이다.

    케르빌 제국의 여자 황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괜한 것이 아니었 다.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

    검은 전사들이 계속 지하에서 올라 와 움직이는 것을 보다가 1천 명쯤 되었을 때 이성진도 움직이기 시작 했다.

    1천 명이 넘는 검은 전사가 움직 이는데 들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사방에서 소리치는 것이 들리고 경 보가 울려 퍼졌다.

    이성진은 기척과 모습을 숨기고 황 수정의 심장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 려갔다.

    그냥 직선으로 가면 빠르게 도착한

    다. 하지만 벽을 뚫고 갈 수는 없었 다. 벽을 뚫는 순간 기사와 병사들 이 몰려들 것이다.

    기사들은 몰라도 되도록 병사들은 죽이기 싫었다.

    조금 전과 병사 두 명을 설득한 것처럼 만나는 병사마다 설득하기는 어렵다.

    미로 같은 성 내부를 돌고 돌아 내성의 또 다른 지하로 내려가는 곳 에 도착했다. 그 앞에는 황금 날개 기사 10명과 마법사 2명 그리고 병 사 100명이 지키고 있었다.

    왜 황금 날개 기사단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갑옷을 보면 알 수 있다.

    황금색 갑옷에 날개가 달려 있다.

    저 날개는 장식이 아니다. 마법 도 구였다.

    몸을 움직이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해 주며 가까운 거리는 날아갈 수 있었다.

    문에 방어 마법진과 경보 마법진 그리고 보안 마법진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기 위 해 다 망가뜨린 것 같았다.

    그러니 이 난리가 났는데도 문 앞 을 지키며 서 있을 수밖에.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없다. 그냥 들어갈 마음도 없다. 황금 날개 기 사단은 무조건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성진의 손에 권총이 들렸다. 그 리고 곧 황금 날개 기사 10명과 마 법사 2명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병사들은 당황하며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성진을 발견할 수 없었 다. 그리고 기사와 마법사가 왜 죽 었는지 알 수 없었다.

    기사와 마법사가 없고 병사들이 우 왕좌왕하는 사이 이성진은 문을 통 과해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에 핏자국이 보였다. 곳곳에 망가진 함정과 마법진도 보였다.

    꽤 오래 내려가자 광장 같은 곳이 나왔다. 광장에는 거대한 용이 그려

    진 문이 있었다. 그 앞에 황금 날개 기사 100명과 마법사 10명이 있었 다.

    “왜 아직도 문을 못 여는 건가! 그 러고도 네가 7단계 마법사라고 할 수 있나!”

    기사 한 명이 소리치자 문을 열기 위해 애를 쓰던 마법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바토르 단장님! 크리스탈 전하께 서 직접 만드신 문입니다. 아무리 크리스탈 전하의 인장이 있다고 해 도 마지막 생체 마법진은 제 능력으 로 풀지 못합니다.”

    바토르 단장이라고 했다. 황금 날

    개 기사단장이다.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눈에 마나를 집중해 자세히 봤다.

    아는 놈이었다. 배신자 바실리였다. 바실리라는 이름을 바토르로 바꾼 것 같았다.

    엘 파나에서 동료들을 배신하더니 황수정도 배신했다.

    아주 잘 만났다.

    바실리의 풀 네임은 바실리 자이 프!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 이다. 엘 파나 최초로 6왕국 합동 작전이 있었다. 엘 파나에서 세력을 더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작전이었

    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했다.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이성진과 몇 명만 살아남았다. 그리고 바실리 가 배신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

    배신자는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 서 바실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찾 을 수 없었다.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이제 알았 다. 케르빌 제국에 숨어 있었다. 다 른 왕국이었다면 쉽게 찾을 수 있었 다.

    하지만 케르빌 제국은 달랐다. 그 것도 용족의 직속으로 기사가 되었 다면 더더욱.

    “결국, 크리스탈을 잡거나 죽여서 신체 일부를 가지고 와야 한다는 거 냐?”

    바토르의 말에 마법사는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습니다.”

    “젠장! 아수스 전하께서 크리스탈 의 신체 일부를 주시기를 바라야 하 나?”

    바토르는 이 안에 있는 크리스탈의 심장을 가지고 싶었다. 용족의 힘을 얻어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고 싶었 다. 엘 파나에서 끈질긴 추적만 아 니었다면 케르빌 제국까지 가지 않 아도 됐다.

    “아무래도 그래야 하실 것 같습니 다.”

    “아예 문을 파괴하는 것도 안 되 나?”

    바토르의 말에 마법사는 고개를 흔 들었다.

    “아수스 전하도 힘으로 문을 파괴 할 수는 없습니다.”

    용족인 아수스도 문을 파괴할 수 없다는 말에 바토르는 더 욕심이 났 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않는다. 아수스를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 크리스탈의 신체 일 부를 받을 생각이었다.

    “너희들은 이곳을 지켜라. 성안에

    크리스탈에게 끝까지 충성을 바치는 미친놈들이 있는 것 같으니까.”

    바토르는 이성진과 오르쿠가 이동 마법진을 통해 침입했을 것으로 생 각 못 했다.

    “바보 같은 놈들……. 아무리 날뛰 어 봐라. 내가 그만한 대비도 안 해 놨을 것 같냐.”

    바토르는 저항의 기미가 보이는 흑 기사는 물론 장군들까지 모두 감옥 에 가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자 신의 편에 선 장군들에게 따로 준비 시켜 놨다.

    거기다가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 은 곳에 아수스의 군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바토르 자신과 1,500명의 황금 날 개 기사단이면 누구라도 제압 가능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바토르의 귀에 이성진의 목소 리가 들렸다.

    “대비해 놔 봤자 소용없다.”

    “누구냐!”

    바토르가 소리치는 순간 황금 날개 기사단이 검을 뽑아 들고 이성진을 향해 달려갔다. 누군지 정체를 확인 하지도 않았다.

    평소 이런 식의 훈련을 받았다. 무 조건 공격해서 잡고 본다. 저항하면 죽인다.

    더군다나 이곳은 바토르의 명령에 아무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

    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누군지는 이걸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이성진의 손에 소총이 나타났다. 양손에 하나씩 두 정이었다. 바토르 는 이성진의 손에 소총이 나타나자 급하게 외쳤다.

    “날개를 펼쳐라!”

    100명의 황금 날개 기사 갑옷 날 개가 펼쳐졌다. 날개는 방어막 같은 역할도 한다. 바토르의 명령이 적절 한 것인지 100명의 황금 날개 기사 는 무언가에 맞은 충격 때문에 사방

    으로 튕겨 날아갔다.

    바토르는 설마 했는데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 았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 다. 엘 파나에서도 항상 가면을 쓰 고 있어서 이성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많이 들었다.

    그리고 마법 도구인 소총으로 100 명의 부하를 한꺼번에 날려 버린 것 도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라는 중 거였다.

    “오래간만이야! 바실리!”

    이성진이 바실리라고 부르자 바토 르는 인상을 썼다.

    “그 이름은 버렸다.”

    “그렇겠지. 이름을 버리면서 목숨 을 맡긴 동료들까지 버렸으니까!”

    바토르는 비릿하게 웃었다.

    “바보같이 내 말을 안 따르니 어쩔 수 없었다.”

    바보란 말에 이성진은 분노가 치밀 어 올라왔다.

    “그렇다고 작전 내용을 적에게 팔 아먹고 죽게 놔뒀나?”

    “사신 S 너는 참 감상적이야. 내가 너 같은 능력이 있었다면 엘 파나에 서 왕이 되어 있을 텐데. 아까워.”

    “동료를 팔아먹고 왕이 되고 싶었 나?”

    “왜? 난 왕이 되면 안 되나? 그 대가가 어떤 것이라도 줄 수 있을 만한 달콤한 열매가 아닌가? 나만의 왕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곳! 지구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엘 파 나에서는 가능하지!”

    신분제가 존재하고 힘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는 곳인 엘 파나에서는 바 토르의 말처럼 자신만의 왕국을 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왕국은 오래가지 못한 다.

    “헛된 꿈 때문에 동료를 배반하고 죽게 한 바실리! 오늘 너의 꿈을 산 산이 조각내 주겠어!”

    이성진의 말에 바토르는 크게 웃었 다.

    “하하! 너 혼자서 그것이 가능할 까? 그리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고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이곳이 어떤 곳이든 상관없다. 바 실리 너를 응징하는 것은 나 혼자서 도 충분해! 기사 100명 따위로 나 를 막을 수 없다.”

    “물론 다른 곳이라면 그렇겠지. 하 지만 이곳은 너를 위해 준비한 곳이 야!”

    이성진의 감각이 오래간만에 찌르 르 울렸다. 이성진을 위해 준비한 곳이라고 했다.

    이성진은 바토르가 자신이 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예상 했다면 저런 반응이 안 나온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 준비한 곳이라 면…….

    황수정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사 신 으를 잠시 잡아 둘 수 있는 준비 를 해 뒀다고.

    “기대해! 사신 S!”

    바토르가 손을 들자 뒤에 있던 마 법사가 마법진을 가동했다. 이성진 은 갑자기 무거워지는 몸을 느꼈다.

    “무겁지? 지금은 2배지만 곧 10배 로 중력이 늘어날 거야!”

    “중력 따위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나?”

    “물론 아니지. 하지만 중력 마법을 약간 손봤어. 다른 마법들은 다 지 우고 100배로 늘렸지.”

    중력을 100배가 된다면 평범한 사 람은 압착기에 넣고 누른 것처럼 된 다.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라 해도 100배의 중력은 이겨 낼 수가 없다. 만약 중력 100배를 견디는 갑옷을 입었어도 갑옷 안의 몸은 중력에 눌 려 버린다.

    어떻게 해도 죽는다는 것은 변함없 었다. 사람의 몸이 100배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는 한.

    “그것뿐만 아니야! 시간의 흐름도

    빨라져. 동시에 그 안의 마나를 모 두 홉수하지! 크리스탈이 대단하기 는 해! 멍청하게 심장을 빼놓고 다 녀서 그렇지!”

    몸이 점점 더 무거워져 갔다. 하지 만 무거워서 불편할 뿐이지 죽을 맛 은 아니었다. 바토르에게 더 큰 절 망을 안겨 주려고 일부러 말을 안 하고 있었다.

    자기 계략이 다 맞아 들어간다고 착각하며 즐거워하고 있을 때 착각 이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거기서 얌전히 눌린 상태로 늙어 죽어라! 사신 S!”

    바토르는 아무리 엘 파나의 검은 사신 S라고 해도 이 함정을 빠져나 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황수정이 준비한 기준보다 10배는 더 강력했 다. 혹시 황수정이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동 원해 만들었다.

    심장이 없으니 황수정을 잡을 수 있다. 아수스가 직접 호언장담했다.

    “어?”

    바토르는 이성진이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떼자 황당해서 말이 안 나 왔다. 지금쯤 중력이 최소 30배가

    되었을 것이다.

    “바실리! 이런 함정 따위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나?”

    “이건 말이 안 돼! 마법진이 제대 로 가동하는 것 맞나?”

    바토르가 마법사를 쳐다봤다. 마법 사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말했 다.

    “제대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놈이 움직여!”

    “그건 저도 잘……

    바토르는 잘 모른다고 하는 마법사 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이성진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안 돼!”

    마법사가 안 된다고 소리쳤다. 하 지만 늦었다. 마법사는 이성진을 향 해 날아가다가 뚝하고 떨어졌다. 그 리고 그대로 중력 때문에 눌려 죽었 다.

    “저놈은 왜 아무렇지 않게 걸어오 는 거야!”

    바토르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 누 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이유를 모 르니까.

    이성진도 파나 신의 심장이 없었다 면 죽었을지 모른다.

    중력이 점점 더 높아질수록 파나 신의 심장도 세차고 빠르게 뛰었다. 중력 때문에 파괴되는 이성진의 몸

    을 회복시키면서 단단하게 만들었 다.

    지금 이성진의 몸은 30배의 중력 도 견딜 수 있었다. 중력이 높아질 수록 이성진의 몸도 더 강해진다.

    이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 과였다. 순식간에 환경에 적응하는 몸으로 바뀐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도 상관없었 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세포가 노 화되는 만큼 새롭게 재생한다.

    주변의 마나를 다 끌어다 써도 이 성진은 관계없었다. 파나 신의 심장 에 담긴 마나와 신성력만 있어도 충 분하니까.

    “막아라! 공격해!”

    바토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 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이성진을 향해 달려갔다가 는 조금 전 죽은 마법사처럼 되는 것이 빤히 보인다. 싸워 보지도 못 하고 죽는 것은 싫었다.

    “들어가기 싫으면 무기라도 던지고 마법이라도 써!”

    바토르가 또 외치자 마법사가 먼저 나섰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마법을 이성진을 향해 던졌다.

    3단계 불의 마법과 5단계 얼음 마 법 그리고 7단계 번개 마법이었다.

    하지만 마법은 함정 안에 들어가자

    마자 사라졌다. 마나를 흡수하는 함 정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의 마법이 함정에 마나를 더 공급하자 중력 증가가 더 빨라졌 다. 시간도 더 빠르게 홀러갔다.

    이성진이 더 빠르게 강해진다.

    “검이라도 던져!”

    바토르가 기사들에게 소리치자 기 사들은 어쩔 수 없이 마나를 담아 검을 던졌다. 100자루의 검이 이성 진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마나를 함정에 홉수당한 검은 100배의 중 력 때문에 땅에 떨어졌다.

    바토르는 이대로 있다가는 이성진 에게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망가야 했다. 이성진을 피해 외곽으로 빙 돌아서 가면 될 것 같았다.

    바토르 자신도 저 함정 안에 들어 가면 죽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토르가 도망치려는 순간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회오리바 람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균열이 일 어나면서 돌가루가 회오리바람에 같 이 날렸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 모두 눈 을 가렸다. 곧 회오리바람이 사라지 고 돌가루 역시 가라앉았다.

    눈 가린 것을 치우자 왜 회오리바 람이 일어났는지 알았다. 함정을 설

    치한 곳이 붕괴했다. 약 Im 정도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성진은 멀쩡 하게 서 있었다.

    이성진은 바토르에게 약 올리는 듯 말했다.

    “이거 어쩌나. 함정이 망가졌네.”

    바토르에게 말하면서 이성진은 주 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가벼워진 몸을 느꼈다. 100배의 증력에 있다 가 정상 중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몸이 변한 것도 알았다.

    “괴…… 괴물이냐?”

    바토르가 이성진을 향해 두려움을 보이며 괴물이냐고 묻자 이성진은 거꾸로 말했다.

    “바실리 네가 괴물이지. 네 욕망을 위해 동료를 죽이고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내가 왜? 괴물……

    바토르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바토 르의 주변부터 시작해 100명의 기 사와 9명의 마법사의 머리가 터져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했다.

    마나도 느끼지 못했다. 마법사는 그렇다 해도 날개로 방어하고 있는 기사들마저 죽었다.

    “바실리 네가 도움되는 것도 있네. 100배의 중력을 견디다 보니까 마 나 총알도 더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

    전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마나 총 알을 일반 총알 크기로 압축했다. 그래서 위력이 강한 것이었다. 그런 데 지금은 바늘 크기로 압축했다. 중력을 이용하니 가능했다.

    그리고 마나 총알이 목표물에 닿는 순간 중력이 풀린다. 예전보다 더 강하게 폭발했다.

    “하하. 사신 s 나하고 손잡자. 너 의 힘과 나의 계략이라면 뭐든지 이 룰 수 있다. 황금 날개 기사단을 네 게 주겠다.”

    바토르는 이성진이 반응하지 않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제가 신하가 되어 왕이 될 수 있 도록 돕겠습니다. 사신 으님을 왕으 로 모시겠습니다! 저는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이성진은 피식 웃었다. 바토르는 투구 때문에 웃는 이성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웃는 소리는 들었다. 자신의 제안이 먹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입구에서 오르쿠가 나타났 다.

    바토르는 오르쿠를 보고 깜짝 놀랐 다. 잔인한 것을 따지자면 오르쿠만 한 종족이 없다고 알기 때문이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것도 검은

    전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바토 르는 이성진에게 소리쳤다.

    “사신 S 혼자서는 저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제가 막겠습니다. 그때 도 망치십시오!”

    바토르는 오르쿠와 싸우는 척하다 가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토 르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킁! 위대한 왕이시여! 성을 모두 장악했습니다. 왕께서 명령하신 대 로 감옥에 갇힌 장군들과 흑기사들 을 모두 구했습니다.”

    “하늘의 검, 수고했다.”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해 영광입니다.”

    이성진은 하늘의 검에게 수고했다 고 칭찬한 다음 바토르에게 웃긴다 는 듯 말했다.

    “바실리! 나는 이미 왕이야! 오르 쿠와 소인족 그리고 드비쉬 공왕가 가 내게 충성을 맹세했어. 네가 그 렇게 되고 싶어 한 왕은 바실리 너 의 방식으로는 될 수 없어.”

    “아니야! 거짓말이야! 어떻게 네 가!”

    바토르가 악을 쓰며 아니라고 했 다. 하지만 눈앞에 증거가 있었다.

    “하늘의 검!”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명령을!”

    “내 손으로 했다가는 저놈 죽일지

    도 모르겠다. 하늘의 검이 알아서 해라. 목숨만 살려 놓으면 된다.”

    “킁! 감사합니다.”

    하늘의 검은 거대한 검을 뽑아 들 었다. 황금 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하 지만 오르쿠의 왕이었던 하늘의 검 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바토르도 잘 알고 있었다.

    이성진은 바토르를 하늘의 검에게 맡겨 두고 거대한 용이 그려진 문으 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댔다. 마 나를 느끼고 황수정을 느낀다.

    황수정의 느낌을 문에 보내자 문이 그그긍 하며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 렸다.

    케르빌 제국 황제라 해도 열 수 없다고 황수정은 장담했다. 그런데 이성진은 그냥 열었다. 문을 속였기 때문이었다.

    황수정이 직접 온 것처럼 속였다. 황수정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마나석 심장을 넣어 줬을 때 황수정 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나석 심장에는 이성진의 신성력 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가능했다.

    “이거 단단히도 봉인해 놨네.”

    문 안에는 제단처럼 되어 있는 곳 이 있고 그 위에 네모난 상자가 있 었다. 상자 안에 황수정의 심장이 있었다.

    이중 봉인이었다. 그렇다고 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자를 열 수는 없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봉인한 힘이 밖으로 나온다.

    황수정에게 돌아가지 않고 대기 중 에 홑어진다.

    “바실리 멍청한 놈은 이걸 어떻게 사용하려고 했는지 몰라.”

    인간이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다. 용족의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견딜 수 없다.

    이성진은 상자에 손을 올렸다. 그 냥 있는 것만으로 엄청난 마나가 있 다는 기운을 풍긴다. 마나의 기운을 숨겨야 했다.

    이런 것은 이성진이 전문이다. 평 범한 상자처럼 보이고 느껴지게 했 다.

    그리고 팔찌 안에 넣었다. 그냥 들 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이성진은 문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하늘의 검은 가만히 서 있고 검은 전사들이 바토르를 두들겨 패고 있 었다.

    “뭐하는 거야?”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제가 손 댈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검은 전사 들이 두들겨 패던 것을 멈췄다. 그 리고 물러섰다. 그러자 왜 하늘의

    검이 그런 소리를 했는지 알 수 있 었다.

    “히흐I! 나는 왕이 될 거야! 왕이 되어서 나를 무시하던 놈들에게 보 여 줄 거야! 너! 너! 너도! 특히 거 기 너! 키히히히……

    마지막에는 이성진을 가리키며 미 친 듯이 웃었다. 검은 전사들이 두 들겨 패도 웃고 있었다.

    “킁! 발악하면서 싸우다가 안 된다 는 것을 알자 갑자기 저렇게 되었습 니다.”

    하늘의 검은 어이가 없었다. 처음 에는 바토르도 하늘의 검을 상대로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그 어떤 공

    격도 통하지 않았다. 날개를 이용해 어느 정도는 방어하면서 싸웠다.

    하지만 날개도 끝까지 바토르를 지 켜 주지 못했다. 하늘의 검에 의해 날개가 뜯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나가려고 마나 를 무리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하늘 의 검이 막아 내고 그 반동으로 마 나가 역류했다.

    역류한 마나가 뇌를 건드렸다.

    미쳐 버린 것이다.

    “천안시로 데려갈 거니까. 도망가 지 못하게 해.”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하늘의 검은 바로 검은 전사에게

    명령을 내렸다.

    “킁! 팔과 다리를 잘라라!”

    바토르가 자꾸 발버둥 치며 반항했 기 때문이었다. 아예 팔과 다리를 잘라 버리면 반항 자체가 불가능했 다.

    이성진은 검은 전사가 바토르의 팔 과 다리를 자르는 것을 막지 않았 다. 어차피 황수정에게 데려가면 죽 는다.

    “가자.”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안내하겠 습니다.”

    이성진이 황수정의 심장을 얻는 동 안 하늘의 검이 성을 장악했다. 당

    연히 하늘의 검이 이성진을 안내해 야 했다.

    하늘의 검이 앞장서고 그 뒤를 이 성진이 따라갔다. 검은 전사들은 팔 과 다리가 잘린 바토르를 들쳐 메고 따라갔다.

    위로 올라가자 검은 전사들이 입구 를 지키고 있었다. 이성진과 하늘의 검이 지나가자 콧바람을 내뿜으며 승리의 기쁨을 보였다.

    성안 곳곳에 싸움의 흔적이 있었 다. 황수정의 부하들이 시체를 치우 고 부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그 주 변에는 검은 전사들이 감시하듯 서 있었다.

    “우리 쪽 피해는?”

    하늘의 검은 바로 대답했다.

    “킁! 검은 전사 100명이 죽고 250 명이 다쳤습니다.”

    생각보다 피해가 없었다. 검은 전 사들이 기사급이라고 해도 용족의 기사인 황금 날개 기사단이 더 윗줄 이었다. 그래서 5천 명이나 데리고 왔다.

    하늘의 검이 말한 것보다 2배는 더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예상한 피해보다 적네. 하늘의 검 이 잘해 줬나 보군.”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칭찬에 멋쩍 어 했다. 하지만 자신이 잘해서 피

    해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킁! 위대하신 왕 덕분입니다. 위 대하신 왕께서 감옥에 갇힌 장군들 과 흑기사들을 구하라고 하셔서 생 각보다 쉽게 성을 장악할 수 있었습 니다.”

    “흑기사들도 같이 있었어?”

    이성진은 흑기사들도 같이 갇혀 있 는 줄 몰랐다. 하늘의 검이 감옥을 습격해 장군들과 흑기사들을 구출했 을 때 그들은 하늘의 검을 믿지 않 았다.

    오르쿠가 성에 침입한 줄만 알았 다. 하지만 하늘의 검이 자신들을 구해 주고 마나 억제 팔찌까지 벗겨

    주자 일단은 믿었다.

    하늘의 검이 자신들을 풀어 줄 이 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수정이 천안시에 포위되 어 있고 위대한 왕인 이성진이 황수 정을 돕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몇몇 장군이 황수정이 천안 에 있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흑기사단 12조장 아심이 황수정의 명령이라며 천안시로 집결하라고 했 었던 것을.

    인장이 찍힌 정식 명령서 때문에 돌아온 장군과 바토르의 협박에 돌 아온 장군까지 증언했다.

    장군들과 흑기사들은 하늘의 검과

    함께 감옥에서 나와 병사들을 모으 고 황금 날개 기사단을 같이 상대했 다.

    장군들이 나서자 병사들도 돌아섰 다. 그래서 황금 날개 기사단만 정 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하늘의 검이 빠르게 성을 장악한 이유였다.

    “킁! 이곳에 장군들과 흑기사가 기 다리고 있습니다.”

    회의실 같았다. 회의실 앞에는 흑 기사와 검은 전사가 같이 지키고 있 었다. 검은 전사는 이성진에게 콧바 람을 내뿜으며 고개 숙였다. 흑기사 는 검은색 갑옷을 입은 이성진이 이 들의 왕이구나 싶었다.

    흑기사가 회의실 문을 열었다.

    안에는 장군들과 흑기사들이 있었 다. 하늘의 검이 바로 소리쳤다.

    “킁! 위대하신 왕께서 오셨다. 머 리 숙여 인사해라!”

    하늘의 검에 말에 장군들과 흑기사 들은 모두 머리를 숙였다. 어쨌든

    자신들을 구해 준 왕이니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장군 중 한 명이 나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크리스탈 전하 의 군대를 통솔하는 카이저입니다.”

    혹기사 중 한 명도 나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흑기사단장 콜 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엘 파나에세 검은 사신 으로 불렸던 이성진입니 다.”

    이성진이 투구 부분을 해제하며 말 했다. 그러자 모두 눈이 커졌다. 그 리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S라면 이 회의실 안에

    있는 모두를 한 번에 죽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함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황금 날개 기사단을 제거하고 성안 곳곳에 오르쿠를 배치했다.

    지금 회의실 안에 있는 장군들과 흑기사단장 그리고 조장들만 제거해 버리면 지휘부는 전멸이다.

    “제 정체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 시는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았으면 감옥에서 다 죽였습니다.”

    이성진은 눈빛과 분위기로 저들의 마음을 알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 했다.

    장군들과 흑기사들은 포기하는 심

    정이었다.

    하늘의 검 혼자서도 이 방 안 대 부분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비를 해 놓기는 했다. 하 지만 엘 파나의 검은 사신 s인 이 성진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그 어떤 대비라도 자신들이 모시는 용족 황수정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 놀란 것은 알겠는데 지금 이 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크리스 탈 전하가 아수스에게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이성진의 말에 또 놀랐다. 카이저

    장군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크리스탈 전 하가 아수스 전하에게 공격당하는 것이!”

    “아수스가 이 성에 왔다가 간 것으 로 알고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 면 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것 같은데요.”

    카이저 장군은 믿고 싶지 않았다. 아수스가 황수정을 공격한다. 그것 은 황수정이 용족의 지위를 잃었다 는 것이다.

    “표정들을 보니 크리스탈이 부하들 을 너무 믿었군. 하늘의 검!”

    “킁! 위대하신 왕이시여! 명령을!”

    “검은 전사들을 모아라. 천안시로 간다. 자신들의 주인이 위험에 처했 다는 데도 싸울 의지가 없는 놈들과 는 같이 싸울 수 없다.”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하늘의 검은 회의실 안의 장군들과 흑기사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고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그때 흑기 사 장 콜린이 소리쳤다.

    “잠깐! 우리 흑기사는 함께하겠습 니다.”

    “그나마 기사는 낫군. 너희들은 계 속 고민해라. 혹기사들은 나를 따라 와라. 하늘의 검, 가자!”

    하늘의 검이 회의실 문을 거칠게

    열며 나갔다. 그 뒤를 이성진이 따 라 나갔다. 하지만 흑기사단장 콜린 은 따라 나가지 않고 장군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가 무서운지 모르겠습니다. 하 지만 지금까지 크리스탈 전하가 해 주신 것들을 생각해 보시죠. 그리고 정신들 좀 차리세요! 오르쿠가 위대 한 왕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인 지!”

    콜린이 소리치고 바쁘게 나갔다. 흑기사 조장들도 같이 나갔다. 콜린 의 말에 장군들은 정신을 차렸다. 콜린의 말대로 이성진은 엘 파나의 사신 S 다.

    용족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 어 하는 전설이다.

    그런 이성진과 함께 싸우는 것이 다. 황수정이 용족의 지위를 잃었다 고 곤란해할 때가 아니었다.

    이성진이 이길 확률이 높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신 S!”

    카이저 장군이 회의실을 뛰쳐나갔 다. 장군들도 다급하게 뛰었다.

    “뭔가?”

    이성진의 말투가 달라져 있었다. 황수정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 는데 머뭇거렸다. 제대로 된 부하로 인정 안 한다. 존중해 줄 필요가 없

    었다.

    카이저 장군은 냉대하는 이성진에 게 서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머리 숙여 사과할 뿐.

    “위대한 왕 사신 으님 제 생각이 짧 았습니다. 케르빌 제국 소속이었던 크리스탈 전하께서 용족의 지위를 잃으셨다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웠습 니다.”

    이성진은 카이저의 변명에 코웃음 을 쳤다.

    “아직도 멀었군. 변명 따위나 하고 있다니. 계속 변명하면서 살아라.”

    이성진의 말에 카이저 장군은 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행동을 합리

    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었다.

    카이저 장군은 허리를 숙였다. 무 릎 꿇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 릎은 자신의 주인인 황수정에게만 꿇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변명 안 하겠습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저희가 어떻게 하 면 됩니까!”

    이성진은 당연하다는 둣 말했다.

    “뭘 어떻게 해! 군대를 모아서 아 수스의 뒤를 쳐야지! 그래야 크리스 탈이 위험에서 벗어날 것 아닌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카이저 장군이 제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 이성진은 오르쿠와 흑기사 를 데리고 움직이려던 계획을 바꿔 도 될 것 같았다.

    “하늘의 검! 콜린 단장!”

    “킁! 위대한 왕이시여! 명령을!”

    “말씀을 기다립니다. 위대한 왕 사 신 으님!”

    “카이저 장군과 함께 아수스 군대 를 공격해라. 나는 바로 천안시로 가서 크리스탈을 만나겠다.”

    그 누구도 이성진이 황수정을 크리 스탈 전하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이 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킁! 위대한 왕의 명령대로!”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따르겠습 니다.”

    이성진은 다시 투구를 소환해 얼굴 을 가렸다. 그리고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성진은 군대를 지휘하 는 것보다 황수정에게 심장을 전해 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대규모 병력 운용은 전문가인 장군 들이 하는 것이 맞다.

    이성진이 사라지자 카이저 장군은 하늘의 검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하 늘의 검이 뛰어난 전사이자 장군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천안시로 진격할 준비 에 들어갔다.

    하늘의 검과 카이저 장군이 서로 협력해 아수스를 공격할 준비를 하 는 동안 이성진은 천안시 근처에 도 착했다.

    아수스의 군대는 예상대로 천안시 를 포위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병사 를 보내고 있었다.

    병사들 숫자나 기사단의 숫자만 봐 도 아수스의 군대가 유리했다.

    성벽도 없고 제대로 된 방어진도 없는 천안시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 든지 뚫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 다.

    하지만 이성진이 보기에는 서로 병 사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싸우고 있

    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수정의 군대가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빨리 온 것이 잘한 일 같았다. 5일 버티면 잘 버틸 것 같았다. 5일째 되는 날 왔으면 황수정과 혹기사 일 부만 살아남았을 것이다.

    뒤에서 한 방 먹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황수정이 봉인한 힘 을 되찾으면 다 끝나는 일이다.

    이성진은 천안시로 진격하는 병사 들 틈에 끼어서 몰래 천안시로 들어 갔다. 그 누구도 이성진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료처럼 느꼈다.

    천안시를 방어하는 병사나 흑기사

    도 이성진을 동료라고 생각해 그냥 지나가도 공격하지 않았다.

    이성진은 황수정이 어디 있는지 정 확하게 알 수 있었다. 마나석 심장 때문이었다.

    기사단 주둔지가 아닌 남쪽에 있었 다. 그리고 그곳에 또 다른 거대한 마나가 느껴졌다.

    이성진은 빠르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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