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39화 (39/50)
  • 3장. 크리스탈

    이성진과 황수진이 기사 주둔지에 도착했다. 고등학교였다. 넓은 운동 장에 건물도 온전했다.

    아심이 흑기사를 모두 데리고 갔기 때문에 병사들만 있었다.

    병사들은 모두 황수정을 보고 고개 를 숙였다. 그리고 천안시 곳곳에 있던 병사들도 모이고 있었다.

    “크리스탈 전하를 뵙습니다!” 황수정은 바로 지휘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지휘관이 누

    구인가?”

    깔끔한 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뛰 어나왔다.

    “대대장 쿤타, 크리스탈 전하의 명 령을 기다립니다!”

    “쿤타 대대장은 지금 바로 우리의 혈맹인 지구의 인간들에게 먹을 것 과 입을 것을 지급하고, 마법사를 보내 병자를 치료하게 하라!”

    쿤타 대대장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 다.

    “크리스탈 전하의 명대로!”

    쿤타 대대장이 병사들을 지휘해 창 고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성진의 눈에 이

    상한 것이 보였다.

    이성진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창고 로 달려갔다.

    “아저씨!”

    이성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달려가 자 황수정도 따라갔다. 창고에서 물 건을 꺼내던 병사들이 멈췄다.

    이성진은 잘 포장된 상자들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멍하니 상자에 새겨진 로고를 바라봤다.

    “미치겠네. 천하 그룹 로고가 여기 왜 있는 거야!”

    상자는 깔끔했다. 막 생산해서 납 품한 것처럼.

    이성진은 병사가 내려놓은 상자 하

    나를 뜯었다. 그 안에는 천하 그룹 에서 만든 전투 식량이 들어 있었 다.

    다른 상자를 뜯었다. 군화가 나왔 다. 군화 안쪽에는 천하 그룹의 로 고가 새겨져 있었다. 모두 새것이었 다.

    “황수정! 이것들 어디서 난 거야!” 황수정은 이성진이 분노한 것을 알 았다. 자신의 심장 대신 넣은 마나 석이 이성진의 분노를 전해 온다.

    “혹시 약탈한 거야?”

    황수정은 약탈한 줄 알고 화를 냈 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웃으며 대답 했다.

    “아니요. 우리 편에 서기로 한 조 건을 들어주고 받은 거예요.”

    황수정의 말에 이성진은 허탈한 표 정을 지었다. 천하 그룹이 용족의 편에 서기로 했다. 서울의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천하 그룹이 배신할 줄은 몰랐다.

    “정말이야? 천하 그룹이 엘 파나 편에 서기로 했다는 것이?”

    이성진의 표정에서 황수정은 무언 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문제가 있지. 그것도 아주 많은 문제가……

    천하 그룹에 엘 파나 편에 서면 문제가 꽤 심각해진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마법 도구를 만들어 제공하던 곳이 천하 그룹이었다.

    천하 그룹이 가진 정보를 이용하면 엘 파나가 전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알 테 니까.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을 가지고 황 수정에게 다시 물어봤다.

    “천하 그룹 일부만 같은 편에 서기 로 한 것이지?”

    황수정은 이성진이 천하 그룹을 알 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성진 이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도 안다.

    하지만 이성진이 원하는 답을 해 줄 수는 없었다.

    그건 거짓말이니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천하 그룹 을 책임지는 김동수 회장이라는 사 람과 직접 협상했어요.”

    황수정은 김동수란 이름에 이성진 의 표정이 다시 변하는 것을 봤다.

    “미안해요. 아저씨……

    “수정이 네가 왜 미안해하냐……

    황수정에게 말하면서도 이성진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천하 그룹은 지구를 팔아넘긴 것이다. 김동수 회 장이 직접 협상했다면 천하 그룹은 완전히 돌아섰다.

    그리고 이성진은 혹시 아라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용족의 성이 서울 경기 지방에 5 개나 떨어졌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다 해도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용족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했 을 것이다.

    서울이 점령당하는 것은 시간문제 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아라의 안 전을 위해 김동수 회장이 케르빌 제 국과 협상했을 수도 있다.

    “그럼 김동수 회장은 서울에 있 어?”

    “네. 서울에 있어요.”

    김동수 회장이 서울에 있다. 아라

    의 안전 때문에 배신했을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또 황수정에 게 물어봤다.

    “김동수 회장이 직접 협상했다고 했지!”

    “네.”

    “협상 내용을 알려 줄 수 있어?” 황수정은 이성진에게 협상 내용을 안 알려 줄 이유가 없었다. 이제 이 성진의 편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몰라도 크게 3가 지 요구를 했어요. 첫 번째로 서울 의 안전이요. 두 번째로 천하 그룹 이 서울을 가지기로 했어요. 마지막 세 번째는 용족과 대등한 지위요.”

    3가지를 요구한 것 같아도 결국, 안전을 택한 것 같았다.

    “그걸 다 들어준 거야?”

    “네.”

    용족이 김동수 회장의 조건을 다 들어줬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런데 황수정이 들어 줄 수밖에 없었 던 이유를 말했다.

    “성녀 엘리스가 신탁이라며 김동수 회장의 조건을 다 들어주라고 했어 요. 우리 용족은 김동수 회장이 다 른 생각을 못 하도록 서울을 포위하 고 있는 것이고요.”

    “성녀 엘리스가?”

    “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신탁이라는데 어쩔 수 없었죠. 대신 김동수 회장은 서 울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협상 이 체결되었어요.”

    성녀 엘리스가 신탁을 빌미로 협상 을 체결시킨 것이 찝찝했다. 하지만 김동수 회장이 서울에 있다. 아라도 서울에 안전하게 있을 것이 분명했 다.

    아라가 안전한 것이 거의 확실해졌 다. 그렇다면 황수정을 도와 능력을 찾게 한 다음 용족의 성을 다 장악 하면 된다.

    그러면 서울의 포위는 풀린다. 천 하 그룹이 그전에 어떻게 했던지 간

    에 상관없다. 아라의 안전을 확보한 다음 백두산의 7번째 차원 게이트만 손에 넣으면 된다.

    “알려 줘서 고맙다.”

    “이 정도는 지나가는 병사를 잡고 물어봐도 되는데요. 뭐……

    황수정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지나가는 병사를 잡고 물어 본다고 해서 이렇게 자세히 알려 줄 수 없다.

    “그럼 서울에는 케르빌 제국군은 없는 거야?”

    “아니요. 대사관 개념으로 100명의 기사와 1천 명의 병사를 각 성에서 보냈어요.”

    말이 대사관이지 유사시에 서울을 점령하려는 병력 같았다. 5개의 성 에서 보낸 기사와 병사의 숫자를 합 치면 무시 못 한다.

    500명의 기사와 5천 명의 병사면 주요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

    “역시 완전히 믿지 못하는구나.”

    “뭐……. 어디나 그렇죠. 마나막이 사라지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 어떻 게 될지도 모르고요.”

    황수정은 돌려 말했다. 하지만 이 성진은 잘 알고 있다. 케르빌 제국 이 천하 그룹을 그냥 두지 않을 것 으

    김동수 회장 역시 알고 있을 것이

    다. 지금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 어서 그렇지.

    “지금은 수정이 네 문제 먼저 해결 한 다음 서울에 가야겠다.”

    황수정은 이성진이 바로 서울로 갈 까 사실 불안했다. 조금 전 보인 태 도는 당장 달려갈 것 같았다.

    이성진이 자신의 문제를 먼저 해결 한다고 하자 기뻤다.

    “네. 제 능력을 되찾으면 저도 도 움이 되어 드릴게요.”

    “그래. 지금은 이곳 사람들을 먼저 도와줘라.”

    이성진과 황수정 때문에 창고에서 물품을 꺼내던 것이 멈춰 있었다.

    이성진이 창고에서 멀어지자 황수 정은 바로 병사들에게 다시 일하라 고 한 다음 이성진을 따라갔다.

    병사들은 옷과 식량 등을 꺼내 기 사단 주둔지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 다.

    그 광경을 이성진과 황수정은 한참 구경하듯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해가 서서히 져 갈 무렵 아심이 돌아왔다.

    “크리스탈 전하! 흑기사단 12조장 아심, 돌아왔습니다.”

    달려와서 바로 무릎 꿇고 고개를 땅에 박는 것을 봐서는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아심! 고개를 들고 말해라!”

    아심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표 정은 안 좋았다.

    “크리스탈 전하의 명령에 성 밖에 있는 흑기사단 중 2전대 700명과 3 전대 1천 명은 모두 천안시로 집결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병사들은 황 금 날개 기사단과 푸른 날개 기사단 의 방해에……

    황수정의 눈이 커졌다. 황금 날개 기사단은 방해할 수 있다. 하지만 푸른 날개 기사단이 개입한 것은 말 이 안 된다.

    “아심! 진짜 푸른 날개 기사단이었 나?”

    “그렇습니다. 크리스탈 전하!”

    이성진은 옆에서 푸른 날개 기사단 이란 말을 듣고 다른 성에서 개입한 것을 알았다. 용족의 친위 기사단에 게만 날개란 단어가 들어간다.

    푸른 날개 기사단이면 블루 일족이 다. 파란 머리카락에 파란색 눈을 가진 용족.

    “아수스가 개입하다니……

    아심이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자 황수정은 이 일의 배후에 누가 있는 지 알았다. 같은 용족인 아수스였다.

    평소 황수정을 싫어하며 용족의 지 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아수스면 꽤 까다로운 놈이네.”

    이성진의 말에 황수정의 고개가 이 성진을 향했다.

    “아저씨, 아수스를 알아요?”

    “잘 알지. 용족의 힘에 뱀의 꾀를 가진 놈이야. 엘 파나에서 뒤통수치 기로 유명했어.”

    그냥 뒤통수치는 것이 아니다. 철 저한 계획과 준비를 한 다음 승산이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친 다.

    아수스가 가진 힘만으로도 거의 모 든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수스 는 뒤통수치는 것을 즐겼다.

    “저도 알고는 있었지만……. 같은 용족을……

    황수정도 아수스를 경계 안 한 것 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용족의 뒤 통수를 치는 일은 없었다. 만약 아 수스가 무언가를 꾸민다면 정면에서 할 줄 알았다.

    “그래도 혹기사단은 건드리지 않았 나 보네.”

    이성진이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황수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짐작했다.

    흑기사들 대부분은 황수정에게 완 전한 충성을 바친다.

    흑기사와 싸워서 같이 피해를 보느 니 흑기사들은 보내고 일반 병사들 만 데리고 간 것 같았다.

    “아심! 흑기사들을 이곳으로 모이 라 하고 병사들의 숫자도 파악해서 보고해라.”

    “크리스탈 전하의 명령대로!”

    아심은 바로 몸을 돌려 달려갔다. 황수정에게 먼저 보고하기 위해 온 것이다. 흑기사단이 100명 단위로 기사단 주둔지에 도착하기 시작했 다.

    몇 분 되지 않아 1,700명의 흑기 사가 운동장에 질서 정연하게 섰다.

    그리고 천안시 방어 사령관도 도착 했다.

    “천안시 방어 사령관 밀턴! 크리스 탈 전하를 뵙습니다.”

    “밀턴! 이제야 오는 이유가 있나?” 크리스탈의 말에 밀턴은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잠시 흔들렸던 저를 용서해 주십 시오! 크리스탈 전하!”

    “용서하고 말고는 왜 지금 왔는지 들어 보고 결정하겠다.”

    밀턴은 자신이 갈등했던 이유를 말 하기 시작했다.

    “황금 날개 기사단장 바토르가 직 접 저를 소환했습니다. 크리스탈 전 하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성으로 가는 중간에 급하게 돌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머뭇거리지 말고 말해라!”

    밀턴은 황수정도 알아야 한다고 생 각했다.

    “돌아오던 중간에 아수스 전하에게 마법 통신이 왔습니다. 크리스탈 전 하의 용족 지위를 박탈하며 이 결정 은 지구의 모든 용족이 합의한 것이 라며……

    “따르지 않으면 케르빌 제국에 반 역하는 것이라고 했겠지!”

    “그…… 그렇습니다. 크리스탈 전 하!”

    “그것만으로 중간에 머뭇거리지 않 았을 텐데?”

    밀턴은 역시 황수정이라고 생각했 다. 자신이 중간에 머뭇거렸다는 것

    을 다 알고 있었다.

    “성의 가족들을 처형한다고 협박했 습니다.”

    황수정은 이를 갈았다. 지구에 온 다른 용족은 기사나 병사의 가족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하지만 황수정 은 데리고 올 수 있는 가족은 모두 데리고 왔다.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마나석이 필요했다. 거기다가 황수 정 본인의 힘도 보탰다.

    엘 파나에 미련이 없는 황수정이 다. 아끼는 신하와 백성들을 위해 모든 것을 사용해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용족은 아니었다. 자

    신의 힘을 신하와 백성을 위해 사용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사와 병사를 더 데리고 오면 데리고 왔지 가족을 데리고 오 지는 않았다.

    “아수스, 미쳤구나!”

    황수정은 지금이라도 성으로 날아 가 아수스를 죽이고 싶었다. 이성진 덕분에 목숨을 걸면 아수스와 같이 죽을 수 있었다.

    그런 황수정의 마음을 눈치챈 이성 진이 끼어들었다.

    “크리스탈 전하! 지금은 냉정해야 할 때입니다.”

    이성진이 크리스탈 전하라고 부르 자 황수정의 눈이 커졌다. 분노도 사라졌다. 신하와 백성도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황수정은 이성진과 성 의 신하와 백성 중 택하라고 하면 이성진을 택한다.

    모든 것을 버려도 이성진과 함께하 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성진이 자신 을 크리스탈 전하라고 부르는 것이 거리를 두는 것같이 느껴졌다.

    “지금은 크리스탈 전하로 대우하며 동맹의 위치에서 말하겠습니다. 아 저씨는 이 상황이 끝나면 불러 주시

    면 됩니다.”

    이성진의 말에 황수정의 굳어진 얼 굴이 펴졌다. 거리를 두는 것이 아 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잠시 자신의 위엄을 높여 주려는 것을 알 았다.

    “알겠습니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S!”

    황수정의 말에 밀턴이 깜짝 놀라 이성진을 쳐다봤다. 황수정이 거짓 말할 리가 없으니 눈앞의 이성진이 진짜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가 맞 다.

    “보아하니 크리스탈 전하의 신하와 백성 대부분이 충성스러울 것 같습

    니다.”

    “맞습니다.”

    “만약 크리스탈 전하를 향해 검을 들라고 하면 들까요? 아! 물론 배신 자들을 제외하고요.”

    황수정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은 이성진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믿었던 기사들이 배신했 다. 명령을 어기고 성으로 돌아간 병사들도 있다.

    황수정이 대답하지 않자 밀턴이 대 신 소리치듯 대답했다.

    “절대 크리스탈 전하를 향해 검을 들 리가 없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제 목을 걸겠습니다!”

    이성진은 밀턴과 같은 생각을 했 다. 황수정을 만난 지는 얼마 안 되 었다. 하지만 황수정이 신하와 백성 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신하와 백성이 황수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수스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할 수 있지.”

    “어떻게 나올 거라고 예상하나요? 사신 S!”

    황수정은 이성진이 신하와 백성에 대해 질문할 때 여러 가지를 생각했 다. 이성진이 말한 아수스의 행동도 그중 하나였다. 황수정은 자기의 생 각과 이성진의 생각이 일치하는지

    궁금했다.

    “푸른 날개 기사단이 온 것을 보면 확실해지지. 아수스는 자신의 군대 로 천안시를 포위할 겁니다.”

    황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 과 똑같은 생각이었다.

    “거꾸로 검을 들 제 신하와 백성은 절대 이곳에 보내지 않겠지요.”

    황수정의 말에 밀턴은 물론 듣고 있던 흑기사들도 그럴 것이 확실하 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성에 있어도 황수정을 위해 기꺼이 죽을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성진과 황수정의 생각은 맞았다.

    천안시 외곽으로 정찰대에서 연락 이 오기 시작했다. 아수스의 성이 있는 방향과 크리스탈이 성이 있는 방향에서 동시에 군대가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급하게 변하고 있었다.

    “크리스탈 전하!”

    “네. 사신 S.”

    “싸울 수 없는 노약자들을 대피시 키고 5일만 버티세요.”

    황수정은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5일만 버티라니요?”

    “항상 뒤통수만 치는 아수스의 뒤 통수를 시원하게 쳐 드리겠습니다.”

    황수정은 이성진이 항상 뒤통수만

    치는 아수스의 뒤통수를 어떻게 치 겠다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성진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5일만 버티면 되는 건가요?”

    “네. 5일만 버티면 됩니다.”

    황수정에게 5일만 버티라고 했다. 하지만 이성진은 3일 안에 끝낼 생 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 파나의 검 은 사신 으님의 말이라면 5일이 아 니라 10일이라고 버틸 수 있습니 다.”

    황수정은 바로 옆에 있는 밀턴은 물론 흑기사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

    했다. 흑기사들은 이성진과 황수정 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조용히 말해 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엘 파나의 검 은 사신 으가 도움을 준다고 한다.

    혹기사들의 사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탈 전하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으실 것입니다. 무리하게 나서 지 마세요.”

    황수정은 이성진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 같아 기뻤다.

    “아수스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나설 일은 없습니다.”

    “아수스가 전쟁하는 방식을 보면

    맨 마지막에 나타날 것입니다.”

    황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 의 말대로였다. 아수스는 상대방을 철저하게 파괴한 다음 마지막에 나 타나 절망하는 모습을 본다.

    아수스는 황수정 자신의 손과 발인 흑기사단과 병사들을 모두 잘라 버 린 다음 비웃으며 나타나려 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바로 움직이실 건가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그 전에 손 을 좀 주셨으면 합니다.”

    황수정은 이성진에게 손을 내밀었 다. 그러자 이성진이 손을 잡았다.

    “이 기운은……

    황수정은 자신의 손을 타고 들어오 는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따뜻한 기운은 바로 심장으로 몰려갔다. 그 리고 소모해 버린 마나와 신성력을 채웠다.

    “본래 모습을 찾느라 써 버렸으니 채워야지요.”

    황수정의 심장 대신 넣은 마나석 심장은 마나를 흡수해 변환할 수 없 었다. 마나석 심장이 가진 마나를 다 써 버리면 끝이다.

    지금은 이성진만이 황수정의 마나 석 심장의 마나를 채워 줄 수 있었 다.

    “항상 받기만 하는 것 같네요. 고

    마워요. 아저씨……

    황수정은 이성진에게 빚만 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안했다. 그리고 고 다웠다. 마지막에 아저씨라고 부른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이성진에게 진심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한 말 이었다.

    이성진은 그런 황수정의 마음을 알 고 지긋이 웃어 줬다.

    “다 제 이익을 위해서 그런 것입니 다. 크리스탈 전하께서 능력을 되찾 은 다음 받아 낼 것이 많아지니까 요.”

    “당연히 드려야지요.”

    모든 것을 다 줄 수도 있다는 말

    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성진이 자신의 부담을 줄이려고 저런 말을 하는 것도 알았다.

    미래의 불확실한 약속을 위해 다른 용족과 싸우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 했다. 그런 손해를 감수하고서 황수 정 자신을 돕는다.

    “그럼 5일 뒤에 뵙겠습니다.”

    “네. 기다리겠어요.”

    황수정이 기다린다고 말하는 순간 이성진의 모습이 변했다. 검은색 갑 옷이 나타나 온몸을 뒤덮었다. 흑기 사들의 검은색 갑옷과는 달랐다.

    더 짙은 검은색이다. 빛도 이성진 의 갑옷에 닿으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똘이야. 너도 이번에는 밥값 해야 지. 네 능력을 드러내고 크리스탈 전하를 지켜라.”

    “크릉!”

    똘이는 그동안 숨겨 왔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덩치가 커지고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이 나타났다. 그리고 사나운 맹수의 기운을 내뿜 었다.

    황수정은 똘이의 변한 모습에 놀랐 다. 똘이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기사보다 강한 줄은 몰랐 다.

    지금 똘이의 기운을 보면 흑기사

    100명이 싸워도 못 이길 것 같았다.

    “잘 부탁한다.”

    “크르릉!”

    똘이는 낮게 울며 고개를 끄덕였 다. 지난번에 맥 아저씨와 김진명 그리고 김지영을 지키지 못했다. 이 번에는 이성진의 명령대로 황수정을 잘 지킬 생각이었다.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똘 이가 저를 지킬 일은 없을 거니까 요.”

    황수정은 똘이가 아무리 강해도 자 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다. 이성진 도 알고 똘이도 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똘이가 황수정을 지키리라

    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수스의 군대가 괴물이라고 부르 며 두려워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 다.

    “그건 두고 봐야지요. 그럼.”

    “어?”

    황수정은 갑자기 사라져 버린 이성 진 때문에 당황하며 놀랐다. 의지하 던 상대가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했 다. 그리고 아무리 능력을 다 회복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감각 을 피해 사라진 것 때문에 놀랐다.

    황수정뿐만 아니었다. 병사들과 혹 기사들도 갑자기 사라진 이성진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성진을 찾을 수 없었 다.

    똘이만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성진과 마음이 통하니 알 수 있었 다.

    똘이가 바라보는 곳을 황수정도 바 라봤다.

    두근!

    뛸 리 없는 마나석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똘이와 똑같이 이성진을 느 낄 수 있었다. 하지만 느낄 뿐이다.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곧 이성진의 느낌도 사라졌다.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잠시 이성진이 사라진 방향을 지켜 보던 황수정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 쳤다.

    “지구의 인간을 대피시키고 방어선 을 만들어라! 밀턴 장군은 방어 작 전을 수립하라! 마법사들은……

    이성진이 약속한 5일을 버티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이성진은 황수정과 똘이가 바라보 는 방향인 남쪽으로 계속 날아가듯 달려가고 있었다. 소리도 나지 않고 보이지도 않았다.

    갑옷에 설치한 마법 도구 때문이었 다.

    거기다가 이성진 특유의 능력으로 마나까지 속인다.

    경계 마법 도구나 마법진으로도 이 성진을 찾을 수 없었다.

    이성진의 목적지는 드비쉬 공국이 었다. 모든 능력을 동원했다. 덕분에 마나막 경계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 았다.

    마나막을 그냥 통과하듯 넘어갔다. 대전시에서 왼쪽으로 틀었다. 드비 쉬 공국의 성은 그쪽에 있으니까.

    드비쉬 공국의 성에도 온갖 마법 도구와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성진을 찾아내지 못했다.

    내성까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들어갔다.

    “내가 진짜 이 짓 하려고 맥칼란이 란 이름을 되찾은 것이 아니야!”

    “위대한 왕께서 안 계신 동안에는 어쩔 수 없습니다. 맥칼란 공왕님께 서 대신하는 수밖에는요.”

    이성진은 맥칼란의 집무실에 조용 히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맥칼란이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보며 웃었다.

    타린 백작이 옆에서 계속 서류를 주는 것도 보였다.

    “내가 진짜 위대한 왕께서 안 계셔

    서 하는 말인데……

    맥칼란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타린 백작만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성진이 그놈하고 엮이면 일복이 터져요. 왜 엘 파나에서도 갑자기 애를 맡기지를 않나! 툭하면 마법 도구 고쳐 달라고 하지 않나! 이제 는 자기 왕국인데 이렇게 맡겨 놓 고……

    “공왕 전하, 누가 들을까 걱정됩니 다. 특히나 하늘의 검이 들으면

    “타린 백작! 지금 이 안에 누가 있 다고 그래! 만약 하늘의 검이 알게

    되면 범인은 타린 백작이겠지. 그리 고 뒤에서 욕 좀 하면 어때!”

    타린 백작은 맥칼란이 저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을 알고 있었 다. 악의가 없는 것도 안다. 하지만 말은 이상하게 변해 전해진다는 것 도 안다.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심하는 거야. 그래서 아무도 없 을 때 성진이 불평하잖아. 나하고 성진이는 원래 그런 사이였어. 뭐 내가 빚진 것이 많아 약속대로 하는 것뿐이야!”

    타린 백작은 고개를 흔들다가 맥칼 란 뒤에 검은색 물체가 서 있는 것

    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소리치려 했다. 하지만 이성진이 얼굴을 드러 내고 손가락을 입에 대자 입을 다물 었다.

    맥칼란은 서류를 보느라 타린 백작 의 놀란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거 생각보다 마법 도구가 많이 들어가네. 오르쿠가 생각보다 많이 사용해!”

    “대신 하루 만에 알마스 왕국의 항 복을 받아 내지 않았습니까!”

    “성진이가 있었으면 이렇게 많이 사용 안 하고도 항복 받아 냈다. 이 자식은 서울까지 잘 갔으려나?”

    타린 백작은 이성진을 다시 쳐다봤

    다. 이성진이 웃고 있는 것을 보고 타린 백작은 조용히 맥칼란에게 말 했다.

    “저기……. 위대한 왕의 이름을 그 렇게 부르시는 것은 좀……

    “나는 그래도 된다니까!”

    “네. 아무도 없을 때는 그렇게 하 세요.”

    “억!”

    맥칼란이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벌 떡 일어났다. 이성진의 목소리가 분 명했다. 뒤를 돌아보고 이성진이 와 있는 것을 본 맥칼란은 얼굴이 하얗 게 변했다.

    “하하! 위대한 왕께서 언제…….

    왔으면 왔다고 기척이라도 내 주시 지……

    “괜찮습니다. 아무도 없을 때는 욕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맥칼란은 이성진이 다 들었다고 생 각했다.

    “하하! 위대한 왕께서 제 성격을 아시니 다른 말은 안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쯤 서울에 계실 줄 알았 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돌아왔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었다면 더 지켜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네요.”

    이성진이 급한 일 때문에 돌아왔다 고 말하자 맥칼란은 물론 타린 백작

    까지 표정이 굳어졌다.

    이성진이 딸인 아라를 찾아 서울로 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왕이 왕 국보다 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혼 자 서울로 갔다.

    그런데 급한 일 때문에 돌아왔다.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맥칼란과 타린 백작은 장난스러운 마음을 버렸다.

    “신 맥칼란, 위대하신 왕의 말씀을 기다립니다.”

    맥칼란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타린 백작 역시 뒤에서 허리를 숙였 다.

    이성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허리 펴세요. 그리고 급한 일은 용족 아수스의 성을 공격하는 것입 니다.”

    맥칼란이 허리를 펴다가 경악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용족 아수스의 성 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용족의 성을 공격하려면 지금 영토 확장 중인 오

    르쿠와 소인족은 물론 드비쉬 공왕 가의 병력까지 모두 불러들여야 했 다.

    “알겠습니다. 영토 확장 계획을 멈 추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리겠습니 다.”

    맥칼란은 이성진에게 말한 다음 바 로 타린 백작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아니요. 영토 확장 계획은 그대로 진행합니다.”

    맥칼란과 타린 백작이 이해하지 못 하는 표정을 짓자 이성진은 무슨 상 황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수스는 지금 다른 용족인 크리

    스탈을 제거하기 위해 성을 비운 상 황입니다. 그러니까……

    이성진은 간단하게 황수정이 친위 기사단과 용족에게 배신당한 것과 자신이 도와주기로 한 것을 말했다.

    도와주는 대가로 용족과 동맹을 맺 을 생각인 것도.

    “용족인 아수스와 그의 친위 기사 단 푸른 날개 기사단은 물론 대규모 병사를 천안시에 보냈을 겁니다.”

    맥칼란과 타린 백작은 이성진이 왜 영토 확장 계획을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고 했는지 이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용족인 아수스였 다. 그런데 아수스가 성에 없다. 더

    군다나 친위 기사단과 병사들도 없 다.

    많은 수의 병사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위대한 왕께서 생각하시 는 병사의 숫자는 얼마나……

    타린 백작이 맥칼란을 대신해 물었 다.

    “오르쿠의 검은 전사단 5천 명과 마법 병단 5천 명 그리고 마법 도 구를 부착한 전차와 병사 2만 명 정도?”

    타린 백작은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대답했다.

    “역시 위대한 왕께서는 여유 병력

    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여유 병력이긴 했다. 하지만 드비 쉬 공왕 성을 지키는 전부였다. 오 르쿠 검은 전사단은 부르면 바로 올 수 있었다. 알마스 왕국 성을 하루 만에 점령하고 쉬고 있어서 가능했 다.

    “용족 아수스의 성이라면 바로 위 에 있군요.”

    맥칼란은 아수스의 성이 어디 있는 지 기억해 말했다.

    “타린 백작, 위대한 왕께서 급하다 고 하셨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 면?”

    “12시간 안에 소집 완료하겠습니

    다. 동시에 물자 보충하고 부대를 나누면 24시간 안에 출발 준비를 끝낼 수 있습니다.”

    이성진은 준비에 2일 정도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24시간 안에 준 비를 끝낸다고 하니 놀라웠다.

    그런데 맥칼란은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았다.

    “더 빨리는 안 되나?”

    “맥칼란 공왕 전하! 지금 영토 확 장 전쟁 중이라 준비되어 있어 24 시간 안에 가능한 것입니다. 아니었 다면 최소 3일은 걸립니다.”

    이성진은 맥칼란이 더 말하려는 것 을 말렸다.

    “맥칼란 재상님. 24시간이면 충분 합니다.”

    “흐음. 위대하신 왕께서 그렇게 말 씀하신다면야.”

    맥칼란은 타린 백작을 보며 이성진 때문에 참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 다. 그리고 소리쳤다.

    “타린 백작! 뭐 하고 있나! 뛰어!”

    “아! 네……. 넵!”

    타린 백작은 이성진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바로 뛰어나갔다.

    타린 백작이 나가자 맥칼란은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후우……. 며칠 되시지도 않았는 데 벌써 용족 아가씨를 꼬시셨습니

    까?”

    “용족 아가씨를 꼬시다니요?”

    “크리스탈이면 가장 나이 어린 용 족이지 않습니까.”

    “혹시 아세요?”

    “몇 번 본적도 있고 소문도 들었습 니다. 용족 같지 않은 용족이라고요. 신하와 백성에게 따뜻한 용족이라 나?”

    이성진과 둘만 남게 되자 맥칼란은 편하게 말했다. 그런 맥칼란을 향해 이성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 다.

    “음……. 그 미소는 불안합니다.”

    “네. 불안해하셔야 합니다.”

    맥칼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 을 내뱉었다.

    “후. 또 무슨 일을 시키시려고 하 시는 겁니까?”

    “맥칼란 재상께서도 같이 가셔야겠 습니다.”

    “저 말입니까?”

    “네.”

    맥칼란은 이성진이 같이 가자고 하 는 곳이 아수스 성인 것은 안다. 하 지만 자신이 필요한 이유는 짐작할 수 없었다.

    “제가 가야 하는 이유는요?”

    “이동 마법진 좀 손 봐야 해서요. 이왕 뒤통수치는 김에 더 확실하게

    쳐야죠.”

    맥칼란은 더 확실하게 뒤통수를 친 다는 말에 활짝 웃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케르빌 제국의 용족의 뒤통 수를 치는 것이다. 이성진 때문에 즐거운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 았다.

    “용족의 뒤통수를 확실하게 치는 것이라면 어디라도 따라가겠습니 다.”

    이성진은 맥칼란이 너무 쉽게 숭낙 하는 것 같았다. 귀찮은 것을 싫어 하는 성격이다. 몇 번 더 권해야 마 지못해 허락할 줄 알았다. 다른 이 유가 뭐가 되었든 맥칼란 만한 적임

    자가 없으니 더 묻지는 않았다.

    “제가 따라가서 어떤 일을 해야 합 니까? 몸을 써서 싸움하라는 것은 아니실 테고요.”

    “당연히 아니지요. 맥칼란 재상님 께서 잘하시는 것을 하시면 됩니 다.”

    “제가 잘하는 것이라면 마법 도구 를 만드는 것인데……. 용족의 성에 마법 도구를 설치하는 것인가요?”

    이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법 술사가 마법 도구를 만들려면 당연 히 마법진에 정통해야 한다. 이성진 이 아는 사람 중에 마법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맥칼란이었다.

    유투진이나 켈빈도 뛰어나지만 맥 칼란의 경험을 따라오지 못했다.

    “아니요. 마법진을 손봐야 합니다.” 마법진을 손본다는 말에 맥칼란은 굳이 자기가 안 가도 될 것 같았다.

    “어지간한 마법진은 유투진이나 켈 빈을 데리고 가셔도 됩니다. 두 사 람 모두 7단계 마법진까지 그릴 수 있습니다.”

    맥칼란은 가기 싫어서 유투진과 켈 빈을 데리고 가라고 한 것이 아니었 다. 유투진과 켈빈에게 경험을 쌓게 해 주면서 이성진이 자신 때문에 불 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맥칼란 재상님에게 물어본 다음 필요하면 유투진과 켈 빈도 같이 데리고 갈까 생각했어 요.”

    “두 사람도 같이요?”

    “네.”

    “도대체 무슨 마법진이길래……

    “성 지하에 있는 이동 마법진이 요.”

    맥칼란은 성 지하에 있는 이동 마 법진 정도는 켈빈이 가도 된다고 생 각했다. 하지만 그냥 손보는 정도면 이성진이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폭 기능을 해제하는 것은 켈빈 도 가능합니다. 그것보다 더 복잡한 것을 원하시는군요.”

    “네. 1인용 이동 마법진을 최소 100명이 이동할 수 있는 마법진으 로 손봤으면 합니다.”

    최소 100명이 이동할 수 있는 마 법진이란 말에 맥칼란은 이성진의 의도를 파악했다.

    “100명이라면 용족 크리스탈의 성 으로 이동하실 생각이시군요.”

    “네. 맞아요. 아수스의 성을 점령하 는 것으로는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 니까요.”

    이성진은 황수정의 성을 장악한 황

    금 날개 기사단과 아수스의 군대를 기습할 생각이었다. 황금 날개 기사 단과 아수스의 군대만 제거한다면 엄청난 숫자의 아군을 얻게 된다.

    황수정의 부하들을 이용해 아수스 의 뒤를 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유투진과 켈빈도 같이 데리고 가야 합니다. 저 혼자 마법 진을 손보는 것보다 2배 이상 빨리 끝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투진과 켈빈도 같이 가는 것으로 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가 될 때까 지 용족 크리스탈을 어떻게 만났는 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황수정을 어떻게 만났는지는 말하 지 않았다. 맥칼란은 그것이 궁금한 것 같았다.

    “그러죠. 마나막을 넘어가서……

    이성진과 맥칼란은 잠시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내며 준비가 되기를 기다 렸다. 중간에 타린 백작이 찾아와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하지만 휴식 같은 시간도 오래 가 지 못했다.

    이성진이 돌아온 것을 알게 되자 여기저기서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아직 쥬터 왕국 성을 함락 못 한 곳만 제외하고 모두 왔다.

    그리고 24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24시간 만에 드비쉬 공왕가 성 앞 에는 5만 명이 도열 해 있었다. 이 성진이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더 커 졌다.

    원래 영토 확장의 이유는 용족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아수스의 성 을 점령하면 견제할 이유가 사라진 다.

    그래서 알마스 왕국 성을 신속하게 점령한 오르쿠와 소인족 그리고 인 간 연합군을 더 빼 올 수 있었다.

    그리고 200대의 전차와 3,000대의 자동차 그리고 5,000대의 버스와 트 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마법 도구를 장착했다. 도로 가 온전하니 아수스의 성 근처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완전히 기계화 부대였다. 포탄 대 신 마나포를 장착한 전차로 원거리 포격을 한다. 말을 타고 다니는 기 병 대신 3,000대의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며 공격하는 동시에 오르쿠를 내려놓는다.

    5,000대의 버스와 트럭은 병력 이 동과 필요한 물자를 싣는 용도였다.

    “꼭 이런 것을 해야 하나?”

    “킁! 위대한 왕이시여! 하셔야 합 니다. 저들은 오직 위대한 왕을 위 해 싸우는 전사들입니다.”

    가장 먼저 달려온 하늘의 검이 옆 에서 말했다. 지금 5만 명은 이성진 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성진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늘의 검 말이 맞습니다. 위대한 왕과 함께 싸운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사기가 높아질 것입니다. 이것 은 성전이나 다름없습니다.”

    강한결까지 옆에서 하늘의 검을 거 들었다. 이성진의 옆과 뒤에 서 있 는 수십 명이 원하는 것이었다.

    이성진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이성진이 보이기만을 기다리던 5만 명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누군가 먼저 소리쳤다.

    “위대한 왕을 위하여 싸우자!”

    콧바람 소리가 없는 것을 봐서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멀리 까지 퍼져 나갔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다.

    한 사람이 소리치자 불이 순식간에 번지둣이 여기저기서 같이 소리쳤 다.

    [위대한 왕을 위하여 싸우자!]

    하지만 오르쿠는 다르게 반응했다. 오르쿠 특유의 콧바람을 내뿜으며 무기를 들고 발을 굴렀다.

    [킁! 크……』

    1만 명의 검은 전사와 5천 명의 일반 전사가 동시에 발을 구르는 모 습도 장관이었다.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것 같았다.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흥 분은 곧 광기처럼 변했다.

    모두 마음은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을 위해 싸우겠다는 마음.

    5만 명의 마음이 믿음이 되어 이 성진을 향했다. 이성진은 또 빨리 뛰는 심장을 조절해야 했다.

    황수정에게 나누어준 신성력이 순 식간에 차오르고 있었다.

    이성진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멈췄다. 언제 그 랬냐는 둣이 적막하게 느껴질 정도 였다.

    “나를 위해 싸워 주는 이들이여! 그 어떤 말로도 너희들의 마음을 설 명할 수 없다! 나는 지금 너희들의 마음을 느끼며 고마워할 뿐이다.”

    마음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 말이 아니었다. 5만 명의 마음이 하 나가 되어 느껴진다. 그것이 신성력 으로 바뀐다.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엘 파나의 오르쿠와 소인족 그리고 인간이 지구의 인간과 함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싸움은 모든

    종족은 같이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싸움이다.”

    시작은 딸인 아라를 찾기 위해서였 다. 지금은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 이 되었다. 아라의 안전은 물론 다 같이 안전해지기 위해서 선택한 것 이다.

    엘 파나에서 온 다른 종족과 왕국 그리고 성녀 엘리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오늘 우리는 그 누구도 싸우기 두 려워 피하는 용족과 싸우기 위해 모 였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 다. 용족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되 지 못하니까!”

    사실 전력을 다하면 용족 한 명과 그의 부하들 정도는 순식간에 쓸어 버릴 수 있었다. 지금 이성진의 밑 에 있는 오르쿠와 소인족, 드비쉬 공왕가만 있어도 충분했다.

    용족이 두려운 것이다. 용족을 이 성진이 상대할 수 있다. 나머지는 연합군을 당해 낼 수 없다.

    “나의 병사들이여! 용족과 싸워 이 긴 전설을 만들기 위해 나와 함께 할 것인가!”

    이성진이 소리쳤다. 그러자 5만 명 이 일제히 대답했다.

    [위대하신 왕과 함께 할 것입니 다!]

    “좋다! 나와 함께 아수스의 성을 점령하러 가자!”

    이성진은 뒤로 돌았다. 그리고 안 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5만 명이 위대한 왕을 소리치면서 각자 배정 된 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강한결은 안 따라와도 된다.”

    “아닙니다. 위대하신 왕의 싸움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강한결은 이성진에게 고개 숙여 인 사하고는 남상수 그리고 강철진과 함께 움직였다. 남상수가 전차 부대 를 지휘한다. 강철진과 강한결은 보

    급 부대를 지휘하기로 했다.

    하늘의 검은 오르쿠와 마법 병단을 지휘한다.

    맥칼란과 켈빈 그리고 유투진은 후 방에 있다가 성을 점령하면 바로 이 동 마법진을 손보기로 되어 있었다.

    이성진의 뒤를 따라 줄줄이 따라 성 앞으로 갔다. 이성진 역시 자동 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다.

    성 앞에 마법 도구를 부착한 고급 세단 1대와 오르쿠와 소인족 그리고 인간으로 이루어진 경호차 4대가 기 다리고 있었다.

    “맥칼란 재상님과 켈빈 그리고 유 투진은 나와 함께 갑시다.”

    “명대로 하겠습니다.”

    맥칼란은 그렇지 않아도 이성진과 함께 가고 싶었다. 이성진이 먼저 타고 맥칼란과 켈빈 그리고 유투진 이 탔다.

    이성진이 차에 타는 동안 전차들이 먼저 조용히 움직였다. 마법 도구 덕분에 시끄러운 엔진 구동음은 안 들렸다.

    전차 뒤를 자동차들이 조용하게 뒤 따라갔다.

    이성진의 차가 출발하자 잠시 모두 멈췄다가 다시 출발했다.

    용족 아수스의 성은 충주시에 있었 다. 이성진의 군대가 상주를 지나 문경에서 마나막을 넘어간 다음 충 주시를 향해 도로를 달렸다.

    중간에 아수스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곳은 소인족 특수부대 크로우 가 먼저 정리했다. 도로를 확보하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충주시에 가까워지자 더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수스 의 병사들이 반격하지는 않았다.

    황수정을 공격하기 위해 대부분 떠 나 있기 때문이었다.

    성을 방패삼아 버티면서 아수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아수스의 성이 가까워지자 폐허처 럼 잔해만 남은 충주시가 보였다.

    2km쯤 남겨 놓고 멈췄다. 그렇다 고 아수스의 성을 포위하지는 않았 다. 아수스의 성을 포위하기에는 5 만 명이 너무 적은 숫자였다.

    그리고 포위할 생각도 없었다. 이성진이 마법 통신기를 들었다.

    “남상수 장군!”

    전차 부대를 지휘하는 남상수는 임 시로 장군 지위를 받았다. 바로 대 답이 들렸다.

    [위대한 왕이시여! 말씀하십시오!]

    “시작해!”

    [위대한 왕의 명령대로!]

    남상수의 말이 끝나자 200대의 전 차에서 일제히 마나포가 발사되었 다. 그뿐만 아니었다.

    1,000대의 차에 설치된 마법 도구 발사기에서 마법 도구가 일제히 날 아갔다.

    200대의 전차의 마나포는 아수스 의 성벽을 때렸다. 성벽에 설치된 방어 마법진이 막아 내긴 했다. 하 지만 어느 쪽 마나가 더 빨리 소모 되느냐의 싸음이었다.

    200대의 전차에서 계속 마나포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1,000대의 차에서 날아간 마법 도구는 성으로 가는 길목에 떨

    어졌다. 그리고 폭발했다.

    성으로 가는 길목에 설치된 마법진 과 마법 도구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였다.

    지금 이성진의 군대는 성문이 아닌 성벽을 공격하고 있었다.

    아수스의 성으로 가는 길목에 계속 마법 도구가 떨어져 폭발하는 사이, 오르쿠들은 성의 방어 마법진이 사 라지는 순간 돌격하기 위해 준비했 다.

    아수스의 성을 방어하는 병사들이 동요했다. 오르쿠 검은 전사가 보였 기 때문이었다.

    성의 방어 마법진이 뚫리면 오르쿠

    검은 전사를 막을 수 없다.

    푸른 날개 기사단이나 청기사단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모두 황수정을 공격하기 위해 성을 떠났다.

    “켈빈! 마법 통신은 철저하게 막았 지?”

    “네. 위대하신 왕이시여! 확실하게 막았습니다.”

    카반 왕국의 주특기였다. 마법 통 신을 막아 연락할 수 없게 한다. 천 안시로 가는 길목은 크로우가 지키 고 있었다. 직접 연락하기 위해 다 른 성문으로 간다 해도 크로우가 막 는다.

    “그럼 시간 절약을 위해 슬슬 움직

    여 볼까?”

    이성진이 팔찌에서 갑옷을 소환했 다. 그러자 맥칼란이 무슨 소리냐는 둣 보면서 말했다.

    “시간을 절약하다니요?”

    “3시간 정도 두드려야 방어 마법진 을 없앨 수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성안으로 들어가서 방어 마법진 고장 내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맥 칼란이나 켈빈 그리고 유투진은 고 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성진 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디 놀러 가는 것처럼 말하고 이 성진은 차에서 내렸다. 경호대가 급 하게 달려왔다.

    “차 잘 지키고 있도록! 명령이다.”

    이성진은 명령을 내리고 성을 향해 달려갔다. 모습을 숨기지도 않았다. 이성진이 순식간에 전차를 넘어갔 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검은 전사들도 지나쳤다.

    이성진의 모습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이성진이 성에 가까워지자 성에서는 화살은 물론 마법까지 날아왔다.

    하지만 이성진 근처에 가기도 전에 화살은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갔다.

    마법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아수스의 병사들은 저런 능력은 용 족만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 마법 도구로 발사하는 수백 발의 화살과 수십 발의 마법을 인간이 저렇게 쉽 게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검은색 갑옷을 입은 용족은 본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이제 믿을 것은 성벽에 설치된 방어 마법 진뿐이었다.

    그런데 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이성진이 아무렇지 않게 성벽을 밟 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전차의 마나 포격은 멈췄다. 하지만 15,000명의

    오르쿠가 일제히 달려오고 있었다. 위대한 왕의 뒤를 따르자! 라고 소 리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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