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36화 (36/50)
  • 6장. 그레이트 살바티오

    아슬란 공왕이 죽고 맥칼란이 급하 게 새로운 공왕이 되었다. 그 누구 도 은빛 날개의 새를 나타나게 한 맥칼란의 정통성을 부인하지 않았 다.

    하지만 정통성을 부인하지 않는 것 과 지금까지 지켜 왔던 귀족 계급 사회를 한순간에 붕괴시키는 것은 달랐다.

    “맥칼란 공왕 전하! 안 될 말입니 다.”

    지금 성에서는 맥칼란을 중심으로 관료들이 회의하고 있었다. 지구에 온 카반 왕국군을 유기적으로 움직 이게 하는 중간 관리자들이다.

    “타린 백작. 충분히 가능한 일이 요!”

    드비쉬 공작가의 신하이자 공국의 재상을 겸하고 있는 타린 백작에게 맥칼란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맥칼란 공왕 전하의 뜻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의 제도라는 것이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지켜져 왔던 귀족 제도를 없애고 갑자기 누구나 평등한 민주

    주의를 한다면 혼란이 올 것입니 다.”

    타린 백작의 말도 맞았다. 급격한 변화는 혼란이 올 수 있다.

    세뇌가 풀린 옛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의 백성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 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엘 파나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경험해 보기도 전에 멸망했으니까.

    “맥칼란 공왕 전하께서 말씀하신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백성에게 좋은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 게 얻은 자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는 백성이 더 많을 겁니다.”

    타린 백작이 걱정하는 것은 병사를

    통솔하는 장군들이었다. 물론 맥칼 란 공왕 뒤에 앉아 있는 사신 으와 그 옆에 서 있는 오르쿠 하늘의 검 때문에 쉽게 반란을 일으킬 수 없 다.

    타린 백작은 맥칼란 편이었다. 장 군들을 다독이며 천천히 카반 왕국 군 사이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를 바랐다.

    “저도 타린 백작님의 말에 동의합 니다.”

    “저 역시 급격한 변화는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 니다. 통솔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티모시 장군을 비롯한 장군들이 슬

    쩍 이성진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맥칼란도 장군들이 이성진의 눈치 를 보는 것을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쥐도 새도 모 르게 죽으니까.

    맥칼란은 이성진을 이용해 힘으로 눌러 버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억지로 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세뇌 마법 도구를 이용했다.

    관료들과 장군들 그리고 병사들에 게 세뇌 마법 도구를 머리에 심는 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맥 칼란에게 충성하라는 세뇌를 한다.

    그러면 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 니란 것을 잘 안다.

    벌써 10일째 끝도 없는 릴레이 회 의 중이다.

    맥칼란은 바로 민주주의를 시작하 고 귀족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고, 관료와 장군들은 안 된다는 의 견이었다.

    “맥칼란 공왕 전하!”

    타린 백작은 슬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관료들이나 장군들 도 완전한 반대에서 조금씩 물러서 고 있었다.

    “타린 백작! 말하시오.”

    “제가 듣기로는 지구에도 왕권과 귀족 계급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서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있는 것 으로 알고 있습니다.”

    맥칼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 트 브리튼 왕국이 그런 왕국이었다.

    지구에서는 영국이다. 영국이 엘 파나에 세운 왕국이니 당연했다.

    그리고 타린 백작의 말에 관료나

    장군들의 눈이 반짝였다. 자신들의 귀족 지위를 잃지 않으며 맥칼란 공 왕의 의견을 충족하는 방법처럼 들 렸다.

    “그리고 저기 계신 사신 드님 역시 그 나라 소속이셨습니다. 모두 아실 것입니다.”

    지구의 나라는 몰라도 그레이트 브 리튼 왕국은 잘 알고 있었다. 엘 파 나의 검은 사신 으가 소속된 왕국이 었으니까.

    그리고 타린 백작이 왜 이성진을 언급한 것인지도 눈치챘다.

    이 이상 더 반대하면 이성진이 나 설지도 모른다는 무언의 압박이었

    다. 지금까지 이성진이 가만히 지켜 보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두 의 외라고 생각했다.

    누구 한두 명 정도는 죽어 나갈 줄 알았는데.

    “그래서 저는 맥칼란 공왕 전하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타린 백작은 잠시 말을 멈추고 숨 을 가다듬었다. 그러면서 회의실 안 에 있는 모두를 잠시 둘러봤다.

    관료들과 장군들은 타린 백작이 무 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긴장하나 싶 었다. 그래서 타린 백작에게 집중하 며 나올 말을 기다렸다.

    “드비쉬 공국의 맥칼란 공왕이 아

    닌 드비쉬 왕국의 맥칼란 국왕이 되 십시오.”

    뜻밖의 말이었다. 하지만 관료들과 장군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슬란은 카반 왕국을 멸망시킬 작 정이었다. 그리고 왕이 되어 엘 파 나를 정복한 다음 신과 같은 황제에 오를 생각이었다.

    아슬란이 죽고 맥칼란이 공왕이 되 었다고 해서 왕국으로 바꾸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맥칼란이 공왕이 되고 이성진과 손 을 잡은 이상, 엘 파나의 케르빌 제 국은 물론 다른 왕국과 신성 파나 제국과도 적이 됐다.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왕이 되어 이 성진과 대등한 위치에 서는 것이 좋 았다.

    닳고 닳은 정치판에 있던 관료들과 장군들은 타린 백작의 말에 오히려 기뻐했다.

    맥칼란은 타린 백작의 말을 듣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거꾸로 질문 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거요?”

    타린 백작은 미리 준비한 것처럼 거침없이 대답했다.

    “드비쉬 왕국이 된다고 해서 그레 이트 브리튼 왕국처럼 왕권을 분리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예 제도 를 폐지하고 백성의 신분을 준 다 음, 선거라는 것을 통해 백성의 대 표를 뽑아 행정기구를 만드는 것입 니다.”

    타린 백작은 왕의 권한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선거를 통한 민주 주의를 하는 방식을 말했다.

    “또한, 귀족의 지위는 그대로 둡니 다. 하지만 귀족이라고 해서 능력이 없이는 관료가 될 수 없습니다.”

    능력 없이는 관료가 될 수 없다는 말에도 당황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 슬란이 공왕이던 시절부터 귀족이라 해도 능력이 없으면 관료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관료는 백성의 투표로 뽑 고 승인은 왕께서……

    타린 백작은 꽤 많이 준비한 것 같았다. 1시간 가까이 지구의 정치 제도를 도입한 드비쉬 왕국을 설명 했다.

    “지금까지 제가 말한 것 이외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타린 백작이 말을 끝낸 후 맥칼란 을 쳐다봤다. 결정해 달라는 말이었 다.

    하지만 맥칼란은 뒤를 돌아봤다. 이성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왜 쳐다보세요?”

    “너는••••••

    습관대로 이성진에게 너라고 말하 려다가 옆에 서 있는 하늘의 검을 보고는 말을 바꿨다.

    “오르쿠의 위대한 왕께서는 좋은 의견이 없으신가 해서……요!”

    맥칼란의 말에 이성진은 잠시 생각 하더니 입을 열었다.

    “타린 백작의 의견을 잘 들었습니 다. 꽤 많은 공부를 하고 준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 지구 인간 중에 타린 백작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많습니다.”

    타린 백작은 눈을 반짝였다. 바로

    이성진에게 물었다.

    “그렇습니까?”

    “네. 정치를 연구하고 가르쳤던 사 람들이 있습니다.”

    대전 지역은 내륙이라 해일에 피해 를 보지 않았다. 또한, 광역 세뇌 마법 때문에 별다른 전투 없이 대전 지역을 장악했다.

    “오…….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정리하면 되겠군요.”

    타린 백작은 정말 좋아했다. 사실 자신이 말한 것은 수박 겉핥기에 불 과했다. 그저 주워들은 정도였다.

    그리고 이성진의 말은 끝이 아니었 다.

    “도움을 받으시고……. 맥칼란 공 왕님!”

    맥칼란은 갑자기 자신을 왜 부르나 싶었다. 하지만 이성진이 부르니 대 답할 수밖에 없었다.

    “말씀하세요. 오르쿠의 위대한 왕 이시여.”

    “지금 의논하는 것은 카반 왕 국……. 아니 엘 파나에서 온 사람 들의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세뇌했 던 지구의 인간들 그러니까 대한민 국 국민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 까?”

    사실 이것도 문제였다. 원래 계획 은 자연스럽게 카반 왕국의 백성으

    로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이성진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맥칼란은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 라고 생각했다.

    “맥칼란 공왕님께서 결정하실 일이 아니면 누가 결정할 일인가요?”

    맥칼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 성진을 쳐다봤다.

    “그건 오르쿠의 위대하신 왕께서 결정하실 일인 것 같다……요.”

    “제가요?”

    “당연히 그러지 않나……요? 오르 쿠의 위대하신 왕께서 성이 있는 일

    부 지역을 영토로 인정해 주시면 드 비쉬 공왕가는 그대로 따를 겁니다. 그 이외 지역은 알아서 하셔야 지……요.”

    이성진은 맥칼란이 자신의 할 일을 꼭 떠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 다.

    “뭐 드비쉬 공왕가가 이곳에 자리 잡았는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할 수 는 없겠죠.”

    맥칼란을 비롯해 관료나 장군들은 이성진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진짜 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 이성진은 이곳을 드비쉬 공왕가의 영역으로 인정해 준 것이다.

    은근슬쩍 한고비 넘긴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 대전 지역 대한민국 국민은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 습니다.”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이성진 의 말에 타린 백작이 되물었다.

    “그럼 누가 결정합니까?”

    이성진 옆에 서 있는 하늘의 검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위대한 왕인 이 성진이 결정하지 않으면 그 누가 결 정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국민이 직접 결정해야겠죠. 국민 을 대표했던 사람들이 아직 있을 겁 니다.”

    대전 시장을 비롯해 지역 군수 등

    이 살아 있을 것 같았다.

    “아마 드비쉬 공왕가의 영역을 제 외하고 기존 행정 체계를 따를 가능 성이 큽니다.”

    지금 이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성진의 말은 곧 법이었다.

    “오르쿠의 위대하신 왕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되어야겠지 요.”

    타린 백작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 덕였다.

    “그 일을 위해서 드비쉬 공왕가의 도움도 필요할 겁니다.”

    드비쉬 공왕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는 말에 맥칼란이 반응했다.

    “성진……. 아니 오르쿠의 위대한 왕께서는 무슨 말이신지?”

    “지금까지 드비쉬 공왕가에서 사람 들을 통제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대전과 드비쉬 공왕가가 있는 성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아직 도 카반 왕국군 병사가 통제하고 있 었다. 단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기 는 했다.

    “맥칼란 공왕님께서 대한민국 국민 에게 정확한 사실을 발표하고 대표 를 내세워 결정하라고 하셔야 할 겁 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맥칼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 다. 그러자 타린 백작이 슬며시 이 성진을 향해 말했다.

    “오르쿠의 위대한 왕 사신 으님께서 는 드비쉬 공왕가가 드비쉬 왕국이 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말해 놓고 이성진의 반응을 본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성진의 반 응이 나쁘지 않았다. 확실하게 드비 쉬 공왕가가 드비쉬 왕국이 되는 것 을 허락받아야 했다.

    타린 백작의 생각대로 이성진은 반 대하지 않았다.

    “그것 역시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드비쉬 공왕가는 저와

    협력 관계일 뿐입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타린 백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관료들과 장군들도 왕국이 되는 것 을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그럼 드비쉬 왕국 선포를 위한 준 비도 같이 하겠습니다. 맥칼란 공왕 전하!”

    타린 백작이 마지막으로 맥칼란에 게 허락을 받으려 말했다. 그런데 맥칼란의 대답은 아니었다.

    “타린 백작! 드비쉬 공왕가는 왕국 이 될 수 없네.”

    맥칼란의 말에 관료와 장군들은 눈 을 크게 떴다. 모두 꼭 왕국이 되어

    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맥칼란에게 말 한다면 힘을 실어 줄 생각이었다.

    그 대표가 당연히 타린 백작이었 다.

    “맥칼란 공왕 전하! 무슨 말씀이십 니까? 왕국이 될 수 없다니요?”

    “맞습니다. 드비쉬 공왕가가 뭐가 아쉬워서 왕국이 되지 못합니까?”

    “맥칼란 공왕 전하! 드비쉬 공왕가 는 왕국이 될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 다.”

    여기저기서 소리치듯 말했다. 맥칼 란은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들었 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맥칼란이 왕국을 선포하겠다는 대 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맥칼란은 조 용히 일어나 이성진 앞으로 갔다.

    “맥칼란 공왕님. 왜?”

    “위대하신 왕이시여! 제가 한 말을 기억하십니까?”

    맥칼란은 갑자기 이성진에게 정중 하게 말했다. 이성진도 정중하게 나 오는 맥칼란 때문에 당황했다.

    “드비쉬 공왕가는 영원히 위대하신 왕 사신 S이신 이성진 님에게 충성 을 맹세합니다.”

    맥칼란이 무릎을 꿇었다. 맥칼란이 무릎을 꿇자 타린 백작을 비롯한 관 료들과 장군들이 이건 또 무슨 일인

    가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성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맥 아저씨, 갑자기 왜 이러세요?” 이성진도 당황해 맥칼란을 공왕이 아닌 맥 아저씨라고 불렀다.

    “저는 위대하신 왕 이성진 님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무슨 약속이요?”

    맥칼란에게 묻기는 했다. 하지만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제가 위대한 왕과 함께 대전시로 돌아오던 날 약속했었습니다.”

    맥칼란은 이성진의 짐작대로 말하 고 있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맥칼란은 이성진의 신하가 된다고 했었다. 물론 이성진의 말대로 상황 이 다르기는 했다. 사람들의 세뇌를 풀면 굳이 자신이 없어도 된다고 생 각했다. 그래서 이성진의 신하가 되 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고 해서 약속 을 저버릴 수 없었다.

    드비쉬 공왕가가 드비쉬 왕가가 되 면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그리고 이성진의 신하가 되어 드비쉬 공왕 가가 이성진의 밑에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상황이 다릅니다. 하지만 드 비쉬 공왕가가 살아남는 동시에 지

    구에 온 모든 카반 왕국 백성들이 살아남는 길은 위대하신 왕 이성진 님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성진은 갑자기 이러는 맥칼란 때 문에 당황했다. 무슨 말을 해도 안 통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맥칼란이 아닌 타린 백작에 게 말했다.

    “타린 백작! 이런 말도 안 되는 일 을 못 하도록 맥칼란 공왕님을 말려 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성진의 말과는 다른 반응 이 나왔다.

    “저는 맥칼란 공왕 전하의 말에 찬 성합니다.”

    관료들과 장군들은 깜짝 놀란 표정 을 지었다. 그리고 곧 표정이 안 좋 아졌다.

    드비쉬 공왕가를 위해 충성을 다 바치는 줄 알았던 타린 백작이다.

    지금 타린 백작의 말은 드비쉬 공 왕가를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 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지위 나 이익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는 것도 있었다.

    그것을 잘 아는 타린 백작이었다. 그래서 관료들과 장군들을 향해 말 했다.

    “지금 우리 드비쉬 공왕가가 드비

    쉬 왕국이 되는 것보다 나은 방법입 니다.”

    “그게 무슨 말이요? 타린 백작!”

    얀스 장군이 이성진의 눈치를 보며 타린 백작에게 말했다.

    “공국보다 왕국이 더 격이 높소이 다.”

    왕국으로 격을 높이고 이성진과 동 맹을 맺어야 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 다. 이성진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타린 백작은 대놓고 말했 다.

    “왕국으로 격을 높인다고 해서 위 대한 왕 사신 으님과 동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왕국으로 격을 높여 동맹을 맺으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착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얀스 장 군!

    타린 백작의 말에 얀스 장군은 참 지 못하고 화를 냈다.

    “뭐요? 착각? 타린 백작 당신 지

    얀스 장군이 더 화를 내려는 순간 티모시 장군이 끼어들었다.

    “얀스 장군, 잠깐만!”

    얀스 장군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 보다 상관인 티모시 장군의 말을 무 시할 수 없었다. 얀스 장군이 입을 다물자 티모시 장군이 타린 백작에

    게 물었다.

    “타린 백작……. 타린 백작이 말한 더 나은 이유를 먼저 들어봅시다. 그걸 들어 보고 난 후에 반대하든 찬성하든 해야 할 것 같으니.”

    군을 대표하는 티모시 장군이 저렇 게 말하니 장군들은 더 말하지 않았 다. 관료들을 대표하는 것은 타린 백작이니 관료들은 처음부터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알았습니다. 얀스 장군!”

    알았다고 대답한 다음 타린 백작은 얀스 장군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얀스 장군은 지금 드비쉬 공왕가

    가 가진 힘이 오르쿠와 견줄 만하다

    고 생각합니까?”

    얀스 장군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마 법 도구를 충분히 갖추고 준비를 해 야만 오르쿠를 상대할 수 있다. 그 것도 드비쉬 공작가의 군대만 가지 고는 안 된다.

    지구의 인간을 동원하고 전차 같은 것들을 마법 무기로 개조해야 했다.

    “대답 못 하시는 것을 보니 견줄 수 없다는 것을 아시는군요. 그럼 왕국이 되었다 칩시다. 대등한 힘을 가지지 못한 드비쉬 왕국이 동맹을 맺고 뭐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얀 스 장군!”

    이유를 말하랬더니 자꾸 묻는 타린

    백작에게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얀스 장군은 대답했다.

    “마법 도구를 제공하고 동등한 지 위를 얻을 수 있소.”

    “오르쿠가 마법 도구를 사용하나 요?”

    얀스 장군은 또 할 말이 없었다. 지난번에 마법 도구 생산 공장에서 탈취한 마법 도구도 오르쿠는 사용 하지 않았다.

    “마법 도구를 제공한다고 해서 동 등한 위치에 설 수 없습니다. 위대 한 왕이신 사신 으께서 맥칼란 공왕 전하의 친분 때문에 동맹을 맺어 준

    다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 까? 어차피 동등한 위치가 아닌데.”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모두 심각 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바에는 맥칼란 전하의 생각 대로 위대한 왕이신 사신 으님의 밑 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습니다. 밑에 서 공을 세우고 대가를 얻어 나중에 왕국이 되는 것입니다.”

    티모시 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린 백작의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 하게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맥칼란이 공왕이 되었다. 어차피 이성진과 함께 엘 파나의 모든 종족 과 싸워야 한다.

    이성진 때문에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르쿠와 손재주가 좋고 협동 심이 강한 소인족 그리고 그 뒤를 받혀 줄 수 있는 마법 도구를 제공 하는 드비쉬 공작가가 힘을 합친다.

    엘 파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었다. 서로 으르렁대기 바빴으니 까.

    용족이 다스리는 케르빌 제국과도 싸워 볼 만했다. 더군다나 엘 파나 의 검은 사신 으가 함께한다.

    이성진과 함께하면 힘든 여정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끝에는 자연스럽게 거대한 제국이 기다린 다.

    타린 백작은 처음부터 이성진 밑에 서 전력을 다해 돕자는 것이다.

    “타린 백작이 무슨 생각인지 잘 알 겠소이다. 하지만 그건 타린 백작의 생각각고, 위대하신 왕 사신 으님께 서는 다른 생각을 하고 계실 수도 있지 않겠소?”

    티모시 장군이 이성진을 쳐다봤다.

    지금까지 듣고 있던 이성진은 자기 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 웃 겼다.

    “맥 아저씨!”

    이성진은 티모시 장군이 아닌 맥칼 란을 불렀다.

    “네. 위대하신 왕이시여.”

    “그 위대하신 왕은 빼고 물어볼게 요.”

    “말씀하십시오.”

    “진짜 아저씨 생각이 알고 싶어요. 자기 앞가림만 하는 저런 귀족들 생 각은 알고 싶지 않아요. 아저씨의 진짜 생각에 따라 결정할게요.”

    이성진의 말이 과하다고 생각해도 그걸 표현할 관료나 장군은 없었다.

    맥칼란은 그런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성진에게 자신의 진짜 생각을 말했다.

    “저는 드비쉬 공왕가가 살아남으려 면 무조건 위대하신 왕 사신 으님의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

    다.”

    맥칼란의 말이 이상했다. 이성진의 생각은 달랐다.

    “굳이 제 밑에 들어오지 않아도 시 간이 지나면 드비쉬 공왕가는 마법 도구로 충분히 힘을 회복할 수 있잖 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이성진은 맥칼란의 말을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르쿠와 소인족의 도 움을 받으면 그 어떤 종족과의 전쟁 에서도 안 진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맥칼란에게서

    나왔다.

    “공왕의 자리를 계승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인 것 같았 다.

    “엘 파나로 통하는 차원 게이트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 그 말은 7번째 차원 게이트 가 있다는 말인가요?”

    맥칼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란은 7번째 차원 게이트를 통 해 지구와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 다.”

    아슬란 공왕이 지구와 거래하고 있

    었다는 말에 대부분 놀란 표정을 지 었다. 하지만 타린 백작과 티모시 장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성진은 자신이 의심했던 것이 사실인지 물었다.

    “혹시 지구와 거래했던 곳이 천하 그룹이라는 곳인가요?”

    “그룹은 모르겠고 천하라는 곳의 수장인 김동수와 거래한 것은 맞습 니다.”

    장인어른이자 천하 그룹 김동수 회 장이 맞았다. 그동안 천하 그룹이 어떻게 국가보다 더한 권한을 가지 게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슬란을 통해 엘 파나의 마법과 마법 도구를 얻었다.

    엘 파나에 세웠던 6왕국이 멸망했 다. 엘 파나에서 침공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법과 마법 도구를 쥔 천하 그룹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 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슬란이 그냥 거 래한 것이 아닙니다. 엘리스 성녀도 알고 있었습니다.”

    “엘리스가 알고 있었다면…… 이성진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용한 것입니다. 마법 도구 거래 를 통해 7번째 차원 게이트를 안정 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원래 차원 게이트가 연결되는 시각 은 불규칙했다. 엘 파나와 지구 사 이를 자주 왔다 갔다 하면 차원 게 이트가 안정화된다. 한번 안정화되 면 계속 연결되어 있다. 정확한 이 유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 엘 파나의 마나 때문이라는 의견이 었다.

    “그럼 기존에 있던 6개의 차원 게 이트를 방어하기 위한 계획은……

    “쓸데없는 짓이었으면서 동시에 좋 은 목표가 되었습니다. 6개의 차원 게이트가 있던 자리에 빈 성을 떨어 뜨렸습니다.”

    빈 성이라고 말했다. 알과 같은 모

    양의 거대한 성이 감속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떨어졌다는 말이다.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 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주에서 날아 온 거대한 성의 물리력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직격으로 맞았다면 차원 게이트를 중심으로 만든 기지는 어떻게 되었 을지 모른다. 그리고 차원 게이트를 방어하기 위해 주변에 주둔한 군대 는 무조건 전멸이다.

    “그리고 7번째 차원 게이트를 확보 하기 위해 케르빌 제국의 성이 바로 위에 있습니다. 그것도 5개나……

    용족이 다스리는 케르빌 제국이 바

    로 위에 있다. 엘 파나에서 가장 강 력한 군대가 위에 있다는 것이다.

    성 한 개만 있어도 힘든데 5개나 있다고 했다.

    케르빌 제국의 규모나 행동력으로 봐서는 카반 왕국 성보다 크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 150만 명 이상이다. 하지만 150만 명보다 더 까다로운 것은 용 족이 몇 명이나 왔느냐 하는 것이 다.

    2명이면 그럭저럭 위험해도 이길 수 있다. 3명이면 위험했다. 4명부 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케르빌 제국에서 황족을 5명이나

    보내지 않았기를 바랄뿐이다.

    하지만 그건 이성진의 바람일 뿐이 었다.

    “황족인 용인이 각 성마다 1명씩 있습니다. 그리고 5개의 성을 연결 해 마나막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이 라는 곳을 포위하기 위해서였습니 다.”

    으드득하고 이가 갈렸다. 이용당하 는지도 모르고 천하 그룹은 아슬란 과 거래했다. 덕분에 아라가 있는 서울은 가장 위험한 곳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용족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리고 제발 아라의 외할아버지가 아라를 잘 피신시켰기만을 바라야 했다.

    “어쨌든 바로 위에 케르빌 제국을 두고 있는 이상 공국이니 왕국이니 하는 것은 의미가……

    맥칼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성 진은 승낙한다고 말했다.

    “맥칼란 공왕님! 제 신하가 되도 좋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 다.”

    맥칼란은 이성진에게 진 빚도 갚으 면서 드비쉬 공왕가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위대하신 왕이시여!”

    “아닙니다. 이렇게 도움을 주려고 하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해 주시니 더 감사합니 다.”

    맥칼란은 이성진이 자신을 신하로 받아들인다고 하자 더 공손하게 행 동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러운 반 옹이었다.

    파나 신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진을 왕으로 섬기는 것을 허락받 았다. 신앙심에 가까운 믿음이 생겼 기 때문이었다.

    맥칼란은 방 안에 있는 관료들과 장군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진

    님에게 무릎을 꿇어라!”

    맥칼란의 말에 모두 벌떡 일어나 이성진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나 맥칼란 폰 드뷔시 공왕과 드비 쉬 공왕가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은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진 님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맥칼란이 소리쳤다. 그러자 관료들 과 장군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관료들과 장군들 역시 충성을 맹세 한다고 마음먹고 소리치자 이성진에 대한 믿음과 신앙심에 가까운 존경 이 커졌다.

    “모두 맥칼란 공왕님을 잘 도와서

    나를 도와줬으면 합니다.”

    이성진의 말에 모두 머리를 조아렸 다.

    “일어나서 다시 자리에 앉아요. 최 대한 빨리 지구의 사람들 대표를 만 나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하는 동시에, 드비쉬 공왕가의 군대와 오 르쿠 그리고 소인족의 연합 군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성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벌떡 일어나 자리 에 앉았다. 이제 이성진의 말은 명 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의논해 보세요. 지켜보며 결 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이성진은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이성진을 왕으로 모시고 충 성을 맹세한 이상 의견이 다른 관료 나 장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일사천리로 각자 해야 할 일들을 나누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기로 했 다.

    그리고 이성진의 말대로 지구의 인 간들 대표를 뽑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이성진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지구의 인간들 대표로 남상수가 뽑 힌 것이었다.

    그리고 남상수는 기존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느냐 아니면 위대하신 왕의 백성으로 남느냐 투표를 결정 했다.

    투표의 결과는 당연했다.

    위대하신 왕의 백성으로 남는다는 쪽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했다. 투표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 르쿠와의 전투에 동원된 10만 명의 사람들과 대전시 사람들 때문이었 다.

    오르쿠와의 전투에 동원된 10만 명은 무서운 덩치와 얼굴을 가진 오 르쿠가 위대하신 왕의 명령이라며 친구처럼 대하는 것에 놀랐다.

    남상수가 사람들의 대표가 된 것은

    가장 먼저 카반 왕국군에 반기를 들 어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남상수를 강력하게 기억 했다. 그렇다고 대표가 남상수 한 명뿐인 것은 아니었다.

    여러 명이 뽑혔다. 하지만 대부분 남상수의 영향력 안에 있는 사람들 이었다.

    그리고 남상수는 자신의 특기를 이 용했다. 부하들을 10만 명 속에 골 고루 퍼뜨려 소문을 냈다.

    ‘위대하신 왕을 따라야지만 살아남 을 수 있다.’

    ‘위대하신 왕은 엘 파나의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뛰어

    난 능력으로 오르쿠를 지배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아직 존재 할지 모른다! 불확실한 것에 희망을 가지느니 지금 바로 앞에 있는 확실 한 것에 희망을 갖자!’

    한 명이 수긍하자 두 명이 수긍하 는 것은 빨랐다. 두 명이 네 명 되 고 네 명이 다시 여덟 명이 된다.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갔다.

    카반 왕국군에 의해 동원된 10만 명은 대부분 초인이거나 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각자 있던 지역 에서 발언권이 강했다.

    10만 명이 각자의 지역으로 가서 위대하신 왕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

    리를 높였다. 오르쿠와의 전투에서 있었던 일을 약간 과장되게 말하면 서.

    그리고 대전시의 사람들은 세뇌가 풀리고 오르쿠와 소인족이 카반 왕 국군으로부터 자신들을 구해 준 것 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친구라고 부르며 카반 왕국군 처럼 억압하지 않았다.

    당연히 대전시의 사람들 대부분이 오르쿠가 따르는 위대하신 왕을 좋 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성진의 생각과는 다르게 투표 결과가 나왔다.

    “하아!”

    “키잉?”

    이성진이 한숨을 쉬자 옆에 앉아 있던 똘이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똘아. 너 때문에 그런 것 아니니 까 그만 미안해해도 된다.”

    “끼잉•…"

    똘이는 대전에서 맥 아저씨와 김진 명 그리고 김지영을 지키지 못했다. 그림자 기사들의 함정에 빠진 잠깐 의 틈에 모두 납치당했다.

    똘이가 함정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사라지고 없었다.

    냄새도 마나의 기운도 지웠는지 찾 을 수 없었다. 똘이는 대전시를 돌

    아다니며 찾아다녔다. 성으로 갔는 지도 모르고.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이성진이 있 는 곳으로 갔다. 거기서 맥 아저씨 와 김진명 그리고 김지영이 있다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대신 이성진의 잘 지키고 있으라고 준 임무를 실패한 것 때문에 기가 죽었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간 놈들인데 똘이 너도 어쩔 수 없었지.”

    똘이는 이성진의 말에 고마움을 느 끼며 다리에 머리를 비벼 댔다.

    똘이가 이성진의 기분을 풀어 주려 고 할 때 타린 백작이 찾아왔다.

    “위대하신 왕이시여! 모두 모여 있 습니다.”

    “네. 가야지요.”

    별로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는 이 성진을 보며 타린 백작은 미소 지었 다. 이성진의 목적은 딸인 아라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하기만 하 면 된다.

    그것을 위해 맥칼란을 도운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 지역까지 아우르는 왕이 되고 싶지 않아 했다는 것을 잘 안다. 하 지만 날카로운 송곳이 주머니를 뚫 고 나오듯이 이성진은 어쩔 수 없이 위대한 왕이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

    다.

    아니 어쩌면 여러 왕국을 거느릴 황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판단이 섰기에 타린 백작은 드비쉬 공왕가가 이성진의 밑에 들 어가는 것을 찬성했다.

    어차피 왕국이 될 거니까.

    “가셔야 합니다.”

    이성진이 대답하고 일어서지 않자 타린 백작은 공손하고 부드러운 어 조로 다시 말했다.

    “네. 가야지요.”

    이성진은 옆에서 일어나기를 계속 지켜보는 타린 백작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일어났다.

    하지만 일어나자 이성진의 태도와 기세가 달라졌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똑바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의 달라진 모습에 타린 백작 은 역시라고 생각했다. 타린 백작이 보기에 이성진은 타고난 제왕이었

    다.

    왕들의 왕인 제왕은 다스리지 않는 다. 그냥 자기의 길을 갈 뿐이다. 그 길에 자연스럽게 제왕을 따르는 신하들이 모인다.

    그리고 제왕이 가는 길을 더 넓고 안전하게 만든다.

    “이쪽입니다.”

    타린 백작이 황급하게 이성진에게 따라붙었다. 이성진의 모습에 감탄 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똘이는 꼬리를 흔들면서 이성진을 따라가고 있었다.

    타린 백작의 안내에 이성진이 간 곳은 드비쉬 공왕가의 중심이자 모

    든 관료와 장군들이 모이는 곳이었 다.

    쉽게 말해 조선 시대 왕이 업무를 보는 대전과 비숫한 곳이다.

    기사들이 이성진을 보고 거대한 문 을 열었다.

    거대한 문 뒤 대전에는 수백 명이 서 있었다.

    이성진이 보이자 모두 무릎을 꿇었 다.

    “위대하신 왕 사신 으를 뵙습니다.” 드비쉬 공왕가의 관료와 장군만 있 는 것이 아니었다. 오르쿠와 소인족 그리고 대전 지역과 고성 지역, 거 제도 지역 인간 대표들도 와 있었

    다.

    이성진은 당당하게 무릎 꿇은 이들 을 지나갔다. 중앙의 단상 위에 공 왕이 앉던 의자 앞에 이성진이 섰 다. 똘이는 바로 그 옆에 서며 주변 을 두리번거리면서 좋아했다.

    딱 봐도 주인이자 동료인 이성진을 신뢰하며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모두 일어나시죠.”

    이성진의 말에 모두 일어났다. 하 지만 이성진은 공왕이 앉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모두 이성진이 자리에 앉기를 바라 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 자리에는 확실하게 답을 들은 다음에 앉도록 하겠습니다.”

    이성진의 뜬금없는 말에 모두 무슨 일인가 싶었다. 서로 들은 이야기나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쳐다보며 이 성진의 말을 기다렸다.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

    “크흥! 네. 위대한 왕이시여!”

    “말씀하십시오. 위대한 왕이시여!”

    “오르쿠의 충성은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이성진의 말에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나를 따르는 이들과 같이 할 수 있나? 전사로서.”

    오르쿠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은 전사의 명예다. 오르쿠가 아닌 다른 종족을 전사로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늘의 검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크흥! 위대하신 왕을 따르는 이들 은 곧 전사입니다. 오르쿠의 친구입 니다.”

    하늘의 검이 뒤에 서 있는 상급 대전사들을 살짝 쳐다봤다. 그러자 상급 대전사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킁! 위대하신 왕을 따르는 이는 오르쿠의 친구입니다.”

    오르쿠의 핵심 구성원인 상급 대전

    사들까지 인정했다.

    “맥칼란 공왕님.”

    “네. 말씀하십시오. 위대하신 왕이 시여.”

    “드비쉬 공왕가는 모든 것을 바쳐 오르쿠과 소인족 그리고 지구의 인 간들을 도울 생각이 있습니까?”

    맥칼란은 조건을 걸었다.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진 님을 따르는 이들이라면 드비쉬 공왕가의 모든 것을 바쳐 도울 것입니다.”

    맥칼란의 말이 끝나자 드비쉬 공왕 가의 관료와 장군이 머리를 숙였다.

    “오피앙! 저반카! 그리고 유투진! 너희 소인족은 나와 끝까지 갈 거

    냐?”

    오피앙과 저반카 그리고 유투진은 씨익 웃었다. 오피앙이 대표로 대답 했다.

    “위대하신 왕이시여! 우리 소인족 은 처음부터 위대하신 왕과 함께 가 고 있습니다. 끝이 어디인지 모릅니 다. 하지만 위대하신 왕과 함께라면 죽는 날까지 소인족은 충성을 바치 며 끝까지 갈 것입니다.”

    오르쿠와 드비쉬 공왕가 그리고 소 인족까지 이성진을 따른다. 그것을 지금 와 있는 각 지역의 인간 대표 들에게 보여 줬다.

    “강철진 소령!”

    “말씀하십시오. 위대하신 왕이시 여.”

    “거제도 사람들을 대표해 충성을 맹세할 수 있습니까?”

    강철진은 이미 이성진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거제도 지하 기지의 몇 명을 빼고는 이미 이성진을 당연히 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유투진의 광역 세뇌 마법 때문이었 다.

    “거제도는 위대하신 왕의 첫 번째 영토입니다. 당연히 충성을 맹세합 니다.”

    강철진은 다른 종족보다 먼저 충성 을 맹세했다는 듯 말했다.

    “강한결. 고성 지역 사람들을 대표 해 충성을 맹세할 수 있습니까?”

    강한결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 러자 고성 지역의 대표들이 강한결 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왕이시자 우리의 길을 인도하시는 이성진 님에게 충성을 넘어선 믿음으로 따르겠습니다.”

    “믿음으로 따르겠습니다!”

    좀 과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말 릴 수는 없었다. 지금은 필요한 일 이니까.

    이성진은 마지막으로 남상수에게 물었다.

    “남상수 대위.”

    일부러 대위라는 직책을 붙였다.

    “위대한 왕이시여! 대위라는 지위 는 버렸습니다. 지금은 그저 위대하 신 왕을 따르는 사람일 뿐입니다.”

    남상수의 마음은 확실했다. 잘못된 길에서 다시 바른길로 올 수 있게 해 줬다. 대전 지역 사람들의 세뇌 를 풀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한 것 도 안다.

    이성진이 했던 말을 따라 행동했을 때부터 남상수는 이성진을 믿었다.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진 님을 따르고 충성을 맹세합니다.”

    남상수 뒤에 있던 지역 대표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목소리에는 그냥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아닌 믿음까지 담겨 있었다. 투표가 끝나고 이 자리가 만들어지 기 전에 대전 지역 사람들은 이성진 을 신처럼 믿는 강한결과 사람들에 게 이성진의 일대기를 들었다.

    엘 파나에서 어떤 존재였으며 왜 이렇게 오르쿠와 소인족 그리고 드 비쉬 공왕가까지 이성진에게 충성을 맹세하는지 알려줬다.

    굳이 이성진이 이렇게까지 보여 주 지 않아도 이미 충성과 믿음을 가지 고 있었다.

    그런데 이성진은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정확하게 말하자 면 파나 신의 심장이 활발하게 움직 인다.

    이성진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날수록 심장의 봉인이 흔들렸 다.

    아직 파나 신의 심장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파나 신의 심장에 문제도 있었다. 아슬란이 파 놓은 함정에 빠졌을 때 생명력을 흡수했다.

    처음에는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나 신의 심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흡수한 생명력을 가지고 이 성진에게서 벗어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성진을 믿는 사람의 숫자 가 늘어나면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줄어들었다. 지금 파나 신의 심장은 이성진에게 양날의 검이나 다름없었 다.

    안심할 수 없었다.

    믿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 봉인이 풀려도 안 된다. 그렇다고 파나 신 의 심장이 이성진을 거부해서도 안 된다.

    두 경우 다 이성진을 위험에 빠뜨 리니까.

    이성진은 파나 신의 심장을 다독이

    며 대전 안에 있는 모두에게 소리쳤 다.

    “이제 종족의 다름을 떠나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을 인정하는가?”

    아직 무릎을 꿇고 있지 않던 이들 이 무릎을 꿇었다.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진 님의 발아래 하나로 뭉치게 된 것을 인정 합니다.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 진! 만세!”

    이성진은 잠시 기다렸다가 맥칼란 을 바라보며 불렀다.

    “맥칼란 공왕!”

    이제 공적인 자리에서 이성진은 맥 칼란을 하대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섰다.

    맥칼란이 바로 일어섰다.

    “위대하신 왕 사신 S 이성진 님을 왕으로 모시는 이들이 모인 왕국에 이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 다.”

    그렇지 않아도 왕국 이름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이제 드비쉬 공왕가와 오르쿠! 소 인족! 그리고 지구의 인간들이 함께 할 왕국의 이름을 선포하겠습니다.”

    이미 중요한 이들과 의논이 끝난 것이었다. 각기 다른 왕국처럼 오르 쿠의 왕, 소인족의 왕이 아닌 모두 의 왕이 되기 위한 일이었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위대한 구원이라는 뜻이었다. 소인 족을 시작으로 오르쿠와 드비쉬 공 왕가까지 이성진은 모두를 살렸다. 그리고 하나로 뭉치게 했다.

    “이제 우리는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의 이성진 국왕 폐하의 발아래 하나가 된 것을 선포합니다.”

    맥칼란이 선포하자 모두 일어서서 합창하듯 소리쳤다.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 만세! 이성진 국왕 폐하 만세!]

    이성진은 거제도를 시작으로 고성 지역과 대전 지역까지 손에 넣어 소 인족과 오르쿠, 드비쉬 공왕가 그리

    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케르빌 제국과 전쟁을 해도 밀리지 않을 세력이 되었다.

    이성진이 손을 들자 소리치던 것을 멈췄다.

    “즉위식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귀족 의 파티 같은 것도 안 합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왕국의 체계를 잡는 동시에 주변 영토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왕국의 체계를 잡는 것은 당연했 다. 하지만 주변 영토 확장은 다른 문제였다.

    이성진이 영토 확장에 대해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성진은

    다른 것을 먼저 말했다.

    “먼저 나를 대신해 살바티오 왕국 의 모든 일을 처리할 재상에는 맥칼 란 공왕을 임명합니다.”

    맥칼란이 무슨 소리냐는 듯 이성진 을 쳐다봤다. 자신은 재상이 될 재 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드비쉬 공왕가를 떠나 평생 마법술 사로 살아왔다. 어쩔 수 없이 공왕 이 되었다. 오랫동안 아슬란 밑에서 일한 켈빈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세 우고 유투진과 함께 마법 도구를 연 구할 생각이었다.

    “폐하! 저는 자격이……

    “처음 내리는 명입니다.”

    맥칼란은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성진의 명령을 거부 할 수 없다. 거부는 왕이 된 이성진 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맥칼란 재상이 내정을 책임질 관 료를 뽑으세요.”

    그냥 맥칼란을 재상으로 임명한 것 이 아니었다. 관료의 체계가 가장 잘 잡혀 있는 곳이 카반 왕국이다.

    오르쿠나 소인족과는 차원이 다르 다.

    어차피 드비쉬 공왕가에서 대부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맥칼 란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 낫다. 그 리고 이성진은 다스릴 생각이 없었

    다.

    민주주의를 하려는 맥칼란이 재상 이 된다면 잘 협의해서 이끌어 나갈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폐하!”

    맥칼란은 울며 겨자 먹는 기분으로 대답했다. 옆에서 웃음을 참는 타린 백작을 보더니 슬며시 말했다.

    “타린 백작, 폐하 말씀 들었지? 명 단 잘 뽑아서 가지고 와!”

    타린 백작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 다.

    “알겠습니다. 공왕 전하!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관료 후보들을 뽑아 오 겠습니다.”

    이성진은 맥칼란 밑에 타린 백작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며 하늘의 검에게 말했다.

    “군대의 지휘권은 하늘의 검에게 맡긴다. 대장군이면서 총사령관이 다.”

    “킁! 하늘의 검! 위대하신 왕의 날 카로운 검이 되겠습니다.”

    이성진이 군권을 하늘에 검에게 준 것에 모두 불만은 없었다. 이성진의 명령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르쿠가 전쟁을 잘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나머지는 재상과 대장군이 알아서 하고.”

    이성진은 더 관여할 생각이 없었

    다. 책임자를 정해 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맥 칼란의 밑에는 지금까지 드비쉬 공 왕가에 충성을 바친 관료와 장군들 이 있다.

    하늘의 검은 왕족으로 처음부터 능 력이 뛰어나다. 그 곁에 오르쿠 제 일의 주술사인 하늘의 딸이 있다. 전혀 걱정이 안 된다.

    “영토 확장에 관한 것을 말하겠다. 켈빈! 내가 말한 것 되었나?”

    “네. 폐하!”

    켈빈은 이성진이 왜 지도 영상 마 법 도구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지 알 았다.

    켈빈은 대전시 도서관에서 대한민 국 지도를 구해 지도 영상 마법 도 구를 만들었다.

    지도 영상 마법 도구를 이성진에게 가져갔다.

    “다 볼 수 있게 해 줘.”

    “네. 폐하!”

    켈빈은 이성진 앞에 영상 마법 도 구를 내려놨다. 곧 대한민국 지도가 나타났다.

    지도에는 파란색인 지역과 붉은색 인 지역이 보였다.

    누가 봐도 파란색 지역은 이성진이 장악한 지역이었다. 거제도부터 고 성을 거쳐 대전 지역까지만 파란색 이었으니까.

    “파란색은 다 알 것 같고……. 붉 은색 지역 중 이곳과 이곳까지 모두 영토를 확장해 케르빌 제국 성 2곳 을 견제한다.”

    이성진이 확장하고자 하는 영토는 부산 지역을 비롯한 경상북도 그리

    고 대전 바로 옆 부여와 전라남도 지역이었다.

    이성진이 부산 지역 영상에 손을 대자 지도가 커졌다.

    “이곳은 알마스 왕국이 장악하고 있다.”

    드비쉬 공왕가는 마나막을 만들어 공급한 것뿐만 아니다. 여러 가지 마법 도구도 공급했다. 그래서 대한 민국 어디에 어느 왕국의 성이 떨어 졌는지 알고 있다.

    켈빈에게 표시해 달라고 했기 때문 에 확대하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이성진은 계속해서 엘 파나의 어느

    종족과 어느 왕국이 있는지 말했다.

    이성진의 말대로 영토를 확장해 장 악한다면 케르빌 제국의 성 2곳을 견제할 수 있다. 동시에 서울로 가 는 방향에 있는 성을 공격할 만한 충분한 병력이 생긴다.

    케르빌 제국 성 2곳은 경기도 북 쪽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살바티오 왕국은 이곳을 장악한다.”

    대한민국 가장 위에 있는 곳을 가 리켰다. 백두산이었다.

    “백두산이라는 곳으로 엘 파나와 연결된 7번째 통로가 있는 곳이다.”

    엘 파나와 연결된 차원 통로는 백

    두산에 있었다. 그 차원 통로를 장 악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야 엘 파나에서 추가로 넘어오 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백두산의 차원 통로를 장악 하려면 한반도는 물론 주변까지 모 두 장악해야 했다.

    “백두산을 지키려면 이 지역까지 장악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한반도를 전체를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중국의 일부분까지 장 악해야 했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 분명했 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성진의 목표가

    어딘지 알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 들 것이다.

    또한 성전의 목적이 파나 신의 심 장이다.

    이성진을 잡기 위해 엘 파나에서 온 모든 종족이 한반도로 몰려올 것 이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일을 준비했 으면 한다.”

    이성진의 말에 반대하거나 어렵다 는 생각을 가지는 종족은 단 한 명 도 없었다.

    오르쿠는 위대한 왕인 이성진을 위 해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 다.

    맥칼란과 드비쉬 공왕가는 오르쿠 와 소인족 그리고 지구의 인간들에 게 마법 도구를 제공하고, 힘을 합 치고 이성진이 이끌어 준다면 가능 하다고 생각했다.

    소인족은 무조건 이성진의 말을 따 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역 대표로 온 사람들은 신앙에 가까운 믿음으로 이성진을 따르고 있었다. 당연히 무조건 옳다고 생각 한다.

    “그럼 맥칼란 재상이 하늘의 검과 잘 의논해서 준비해 주길 바라 고……. 나는 이만. 똘이야 가자.”

    “컹!”

    이성진은 맥칼란과 하늘의 검에게 뒤를 맡기고 대전을 나갔다. 이성진 이 대전을 나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 리던 이들은 바로 열띤 토론을 시작 했다.

    서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 기 위해서였다.

    이성진이 그레이트 살바티오 왕국 의 왕이 되고 벌써 30일이 지났다. 30일 동안 맥칼란의 지휘 아래 살 바티오 왕국의 행정 체계는 거의 완 성 되었다.

    종족이 다르다고 서로의 이권을 따 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 다. 무조건 서로 협조했다.

    또한, 드비쉬 공왕가의 특성도 한 몫했다.

    원래 가장 넓은 대전 지역을 장악 했었다. 그리고 마법 도구로 통신망 을 연결하고 현대 문물에 마법 도구 를 적용했다.

    전기 대신에 마나를 사용한다고 생 각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더 좋았 다. 친환경에 마르지 않는 에너지원 이다.

    드비쉬 공왕가가 고성 지역과 거제 도까지 마법 도구를 지원했다. 다시

    현대 문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 다.

    통신도 가능하게 되고 자동차도 사 용하는 것은 물론, 공장이나 농작물 수확도 기계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 다.

    모두 위대한 왕 이성진을 위해 한 마음 한뜻으로 일했다.

    그리고 전쟁 준비도 잘 되었다. 뜻 밖의 일은 오르쿠가 드비쉬 공왕가 에서 제공한 마법 도구를 사용하기 로 한 것이었다.

    엄청난 육체 능력을 믿고 싸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마법 도구를 사 용하면 부상자나 죽는 오르쿠의 숫

    자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 였다.

    앞으로 수많은 싸움이 있을 텐데, 뛰어난 전사인 오르쿠의 숫자가 줄 어들며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인족의 뛰어난 손재주와 현대 문물을 이용해 버려진 자동차 를 수리했다. 전차까지도 수리가 가 능했다.

    소인족이 수리한 자동차나 전차에 마법 도구를 부착했다. 기동 마법 병단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아무리 알아서 한다지만 이 성진에게 끊임없이 보고하고 승낙을 받는 절차는 절대 생략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을 했습니다. 칭찬해 주세요!’라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30일 동안 꽤 바쁘게 준비가 끝난 것 같자 이성진은 자신이 지내던 방 에서 몰래 짐을 챙기고 있었다.

    “끼 잉.”

    “그래도 가야 한다. 똘이야.”

    이성진이 또 떠날 것을 아는 똘이 가 안 떠나면 안 되냐는 듯한 표정 을 지었다. 그동안 편해도 너무 편 했다.

    위대한 왕의 애완동물이자 동료인 똘이는 성에서 거의 이성진과 비슷 한 취급을 받았다.

    성을 떠나면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없었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똘이야. 아라 찾아가야지.”

    “ 컹!”

    똘이는 아라라는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이 얼마나 딸인 아 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지 알기 때 문이었다.

    아무리 성이 편하고 좋다고 하지만 이성진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인이자 동료인 이성진의 사랑하는 딸인 아라를 찾아가는 것 이 더 중요했다.

    “조용히 좀 해라. 그러다가 누가

    듣겠다.”

    마나를 이용해 문 밖에서 듣지 못 하게 했다. 단점은 문 밖의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성진이 맥칼란이 만들어 준 팔찌 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넣고 있는데 문이 열렸다.

    이성진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동 시에 마나를 거뒀다.

    “맥 아저씨!”

    문이 바로 닫혀 있는데다가 방 안 에 다른 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성 진은 맥 아저씨라고 불렀다. 하지만 맥칼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폐하! 이제 단둘이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부르시면 안 됩니다.”

    “괜찮아요. 둘만 있는데요.”

    “그래도 안 됩니다. 제가 잘못된 습관을 가질 수 있어서 그럽니다.”

    맥칼란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너무 익숙하고 친하게 대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실수할지 모른다.

    아예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도록 습 관을 들여야 했다.

    “흠흠. 알았어요. 맥칼란 재상이라 고 부를게요.”

    맥칼란이 또 고개를 흔들며 말하려 고 하자 이성진이 먼저 말했다.

    “둘만 있을 때는 반말 안 할 겁니

    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맥칼란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 덕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런데 이렇게 늦은 밤에 왜 또 오셨어요?”

    “알마스 왕국으로 출발해도 되느냐 는 승인을 받기 위해서 왔습니다.”

    “마나막 연결이 끝났군요.”

    “그렇습니다. 유투진이 켈빈과 함 께 훌륭하게 해 냈습니다.”

    유투진은 그렇게 만나보고 싶어 한 켈빈을 만났다. 그리고 켈빈과 함께 마나막 연결 장치를 새롭게 만들었 다.

    맥칼란과 유투진이 만든 것이 초기 모델 1.0이라면 1.1 도 아닌 거의 2.0에 가까웠다.

    자동으로 마나막의 성질을 파악하 고 통로를 열어 준다. 보안 기능까 지 있어 우리 편이 아니면 마나막이 닫힌다.

    “앞으로 제 승인 안 받아도 되니까 맥칼란 재상께서 알아서 하세요.”

    맥칼란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방은 둘러봤다.

    맥칼란이 방을 둘러보는 것을 보고 이성진은 들켰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맥칼란은 눈치챘다.

    “또 혼자 몰래 가실 생각이셨습니

    까?”

    “그게 편해요. 군대를 데리고 갈 수도 없잖아요.”

    “소규모로 케르빌 제국 지역에 가 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폐 하께서 직접 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크로우도 있고 오르쿠고 있습니다. 그림자 기사도 있고요.”

    맥칼란은 이성진을 설득할 수 없다 는 것을 알면서도 말했다.

    “아시잖아요. 제가 가야 하는 이유 를요.”

    “가시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따 님이신 아라 공주님을 꼭 찾아야 하 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직접 움직이시지 않아도 폐하를 위 해 목숨 바쳐 일할 신하들이 많습니 다.”

    “그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가야 더 빠르고 안전하 게 찾을 수 있어요. 다른 지역도 아 니고 케르빌 제국이 장악한 지역입 니다. 죽음으로도 비밀을 지킬 수 없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이성진의 말에 맥칼란은 입술을 깨 물었다. 용족은 죽은 종족에게서 기 억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 다. 용족에게 그건 아주 기본적인 능력이었다.

    “후우. 가시지 말라고 해도 가실

    폐하이신 것을 잘 압니다. 그 누구 도 폐하를 막을 수 없겠지요.”

    이성진은 마음만 먹으면 아무도 모 르게 사라질 수 있다.

    “오늘 새벽에 완성한 것입니다.”

    맥칼란이 평범한 팔찌 두 개를 꺼 냈다.

    “팔찌 전에 주신 것 있어요.”

    “이 팔찌는 갑옷입니다. 켈빈이 선 물한 갑옷은 아슬란과 싸울 때 망가 지지 않았습니까.”

    팔찌 안에 갑옷이 들었다고 말한 줄 알았다.

    “갑옷이 들어 있어요?”

    “아닙니다. 착용해 보시면 아실 겁

    니다.”

    이성진은 맥칼란이 주는 팔찌를 착 용했다. 팔찌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팔찌를 문지르셔야 합니 다. 팔찌가 온전히 폐하 것이 되었 을 때는 생각만으로 갑옷이 소 환……

    차르륵 소리가 나며 팔찌에서 갑옷 이 생겨나더니 이성진을 순식간에 감쌌다. 몇 번 연습하고 익숙해져야 할 거라고 생각한 맥칼란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켈빈이 선물해 줬던 갑옷이 군요!”

    “그렇습니다. 폐하! 부서진 갑옷을 수리해 평소에는 팔찌 형태로 있다 가 갑옷으로 변하도록 만들었습니 다.”

    팔찌에서 익숙한 느낌이 들었던 이 유를 알았다. 아크리움으로 만든 갑 옷 때문이었다.

    “제때에 완성 할 수 있어서 다행입 니다.”

    “맥 아저씨……. 이런 걸 언제

    맥칼란은 이성진을 대신해 모든 일 을 처리하는 재상이다. 하루가 모자 랄 정도로 바쁘다. 그런데도 쉬지 않고 이성진을 위해 갑옷을 수리해

    업그레이드 했다.

    “떠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 리 좀 했습니다. 하하.”

    이성진은 맥칼란이 자신을 생각하 는 마음을 느꼈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신하인 제가 당연히 해 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영토를 확장한 다음 바로 케르빌 제국을 압박하겠 습니다.”

    “무리 안 하셔도 됩니다.”

    맥칼란은 대답 대신 웃었다. 이성 진이 무리하지 말라고 해도 무리할 생각이었다. 지금 그것 가지고 실랑

    이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맥칼란이 무리하지 않는다 해도 하늘의 검이나 강한결이 가만 히 있지 않는다. 소인족 역시.

    이성진이 딸을 찾아 케르빌 제국 지역으로 갔다는 것은 밝혀질 수밖 에 없다.

    “그럼 폐하! 저는 일이 바빠서.”

    “네. 꼭 무사히 아라를 데리고 돌 아올게요.”

    “물론 그러실 겁니다. 폐하!”

    맥칼란은 이성진에게 정중하게 허 리를 숙인 다음 돌아갔다. 이성진은 다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모르게 이성진과

    똘이는 성에서 사라졌다.

    이성진과 똘이는 마나막을 넘어 케 르빌 제국 영역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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