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35화 (35/50)
  • 5장. vs 아슬란

    카반 왕국 성에서 대전시까지 빠르 게 왔다면 대전시에서 카반 왕국 성 으로 가는 길은 조금 더 시간이 걸 릴 수밖에 없었다.

    대전시가 오르쿠에게 점령당하자 대전시에서 카반 왕국 성으로 가는 길목과 주요 지점마다 병사를 배치 하고 마법 도구를 더 촘촘하게 깔았 기 때문이었다.

    지나가던 새도 마법 도구에 걸릴 정도로 민감하게 마법 도구를 설정

    해 놨다.

    물론 이성진은 시간이 조금 더 걸 렸을 뿐, 그 누구도 모르게 카반 왕 국군이 만들어 놓은 경계선을 넘어 갔다.

    그리고 외성 벽을 넘어 켈빈의 저 택으로 갔다.

    “흐음……. 언제쯤 오시려나.”

    자투란이 켈빈의 방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아슬란 공왕이 오르쿠를 상 대하러 출발했다. 당연히 이성진이 온다고 생각했다.

    “켈빈 돌아오는 것 생각하나요?”

    “깜작이야!”

    자투란이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곧 얼굴 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셨군요! 스승님은 쉽게 못 돌아 오시죠.”

    아슬란 공왕과 함께 갔으니 쉽게 못 돌아오는 것은 맞다. 그런데 자 투란의 말투에서 이상한 것이 느껴 졌다. 얼굴은 웃고 있다.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자투란도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내일이면 모든 것이 바뀐다 고 생각하니 긴장했나 봅니다.”

    어색하게 웃는 자투란을 보며 이성 진은 믿지 않았다. 진짜 긴장해서

    어색한 것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두 려움과 초조함이 느껴진다.

    “내일 아슬란 공왕이 총공격하는 것은 확실하나요?”

    “네. 확실합니다.”

    이번 자투란의 대답은 또 달랐다. 확신에 가까운 말투였다. 전혀 두려 움 같은 것은 없었다.

    아슬란 공왕이 오르쿠와 정신없이 전투하는 중간에 세뇌 마법진에 마 법 도구를 설치해야 했다. 그래야 세뇌 마법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늦 게 알아차린다.

    “전투가 일어나면 바로 이 마나 수 정에 빨간색 불이 들어올 겁니다.”

    자투란은 내성에서 전투가 일어나 는 것을 확인한 다음 이성진에게 연 락하는 임무를 맡았다. 어차피 켈빈 의 빈자리를 자투란이 대신하기 때 문에 내성에 있어야 했다.

    “그때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마법 도구는 어디에?”

    자투란은 이성진이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말했다.

    “잘 가지고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내성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시는 것만 보고 가려고 기다린 거라서 요.”

    “그렇게 하세요.”

    자투란은 이성진에게 고개 숙여 인 사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이성진은 오래간만에 등줄기를 찌르르하게 울 리는 느낌을 받았다.

    “불 들어올 때까지 마나 총알이나 넉넉하게 만들어야겠네.”

    위험하다는 경고를 느껴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수 없이 겪었다.

    그때마다 어려워도 끝까지 버티고 이겨 냈다. 그 증거가 엘 파나의 검 은 사신 으라는 명성이었다.

    이성진은 소파에 앉아 마나 총알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쪽 팔찌에 1만 발씩 넣을 수 있다. 양쪽에 팔찌를 찼다. 2만 발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성진이 마나 총알을 만들어 팔찌 에 거의 다 채웠을 시각 카반 왕국

    군과 오르쿠는 전투를 시작했다.

    당연히 오르쿠 전사의 돌진으로 시 작되 었다.

    2천명의 전사가 전사의 함성을 외치고 주술사의 주술을 받아 죽음 의 두려움 따위는 잊고 명예롭게 싸 우기 위해 달렸다.

    그러자 카반 왕국군은 마차와 전차 를 내보냈다. 마차 5대 사이에 전차 1대씩 끼어 있었다.

    그리고 곧 마차와 전차에서 반투명 한 막이 만들어졌다. 마차와 전차에 서 만들어진 반투명한 막은 서로 연 결되기 시작했다.

    곧 2천 명의 오르쿠가 반투명한

    막에 도착했다. 하지만 달려오는 기 세 그대로 반투명한 막에 부딪혔는 데도 뚫을 수 없었다.

    바위도 박살 나는 그런 위력인데 도.

    반투명한 막을 뚫을 수 없자 오르 쿠는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마나 를 실었다. 그리고 반투명한 막을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나와 마나가 만나 파란 불꽃만 날 뿐 반투명한 막은 절대 뚫리지 않았다.

    “훌륭하게 막는군! 2진을 내보내 라!”

    티모시 장군의 명령에 전차로만 이

    루어진 부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천 명의 오르쿠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전차에서 파란색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차에서 발사된 파란색 빛은 반투 명한 막을 그냥 통과했다. 그리고 반투명한 막을 때리는 오르쿠를 맞 췄다.

    파란색 빛을 맞은 오르쿠는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혼자만 날아 간 것은 아니었다.

    뒤에 서 있던 오르쿠 3〜4명과 함 께 날아갔다. 그리고 경련하듯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지 못했다.

    파직……. 파지직…….

    몸에서 잔류 전기가 튀고 있었다. 한 번에 오르쿠 3~4명씩 날아간다. 30대의 전차에서 한 발씩 쏘면 30〜40명의 오르쿠가 움직이지 못하 게 된다.

    마법 도구가 제대로 먹히는 것을 본 티모시 장군은 주먹을 쥐었다.

    “좋아! 계속 쏴라! 그리고 전진해 라!”

    벌써 4〜5백 명의 오르쿠가 쓰러졌 다. 그리고 반투명한 막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대로 불도저처럼 쓰러진 오르쿠를 밀어 버렸다.

    티모시 장군은 이대로 오르쿠를 밀

    어 버리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건 너무 빠른 생각이었다.

    [크아앙!]

    전사의 함성이 들리자 바닥에 누워 있던 오르쿠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 작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검은색 물결이 반투명한 마나막을 향해 달려왔다. 앞이 뾰족한 쐐기 대형이 었다.

    1천 명의 검은 전사가 하나가 되 어 반투명한 막에 꽂혔다.

    그러자 유리창이 깨지듯 반투명한 막이 산산이 조각나 흩어졌다.

    절대 깨질 리 없다고 생각한 마나 막이 깨지자 티모시 장군은 물론 카

    반 왕국군은 당황했다.

    “후퇴해서 다시 마나막을 만들어 라!”

    깨진 마나막을 다시 만들 수 있다. 다시 마나막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 요했다. 전차와 마차의 마법 도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전차와 마차가 다급하게 뒤로 빠진 다. 뒤에 있던 전차에서 전기 속성 을 가진 마나포를 쏘면서 지원했다. 하지만 너무 멀리 전진했다. 더군다 나 검은 전사는 마나포를 무기로 막 아냈다.

    검은 전사들이 무섭게 달려 전차와 마차 앞에 다다랐다. 하지만 전차와

    마차를 그냥 두고 스쳐 지나갔다.

    누가 봐도 검은 전사의 목적은 뒤 에 있는 30대의 전차였다. 검은 전 사 1천 명이다. 전차 1대당 최소 30명의 검은 전사가 달라붙었다.

    포신을 때려서 휘어 버린다. 바퀴 에 무기를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 다.

    30대의 전차가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었다.

    다시 회복한 2천 명의 오르쿠가 전차와 마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세는 카반 왕국군에 불리하게 바 뀌었다.

    “티모시 장군!”

    “네. 공왕 전하!”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티모시 장군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 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공왕 전하!”

    티모시 장군은 아슬란 공왕에게 대 답한 다음 명령을 내렸다.

    “포격과 동시에 자폭 명령을 내려 라!”

    카반 왕국군에서 다른 마나포가 발 사되었다. 수백 발의 마나포는 화염 속성이었다. 오르쿠들이 마나를 끌 어 올리며 화염에 저항할 준비를 했 다.

    그때 마차와 전차들이 일제히 폭발

    했다.

    마나 폭발이었다. 전차와 마차의 파편에 마나가 담겨 있다.

    날아오는 수백 발의 마나포탄에 저 항하려고 준비했던 마나가 전차와 마차의 파편을 막느라 소모되었다.

    거리도 너무 가까워 뒤로 날아가는 오르쿠도 있었다. 전기 속성 마나포 를 맞은 오르쿠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마 나포탄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불길 지옥이 따로 없었다. 흙이 녹 아내린다. 마차 파편은 그냥 불타올 랐다.

    5분 동안 타오르던 불길이 사라졌

    다. 멀쩡한 오르쿠는 검은 전사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은 전사도 마나를 많이 소모했다.

    2천 명의 일반 전사 오르쿠 중 살 아남은 오르쿠는 5백 명이 안 되었 다.

    첫 전투는 누가 이기고 졌다고 말 할 수 없었다. 카반 왕국군은 전차 100대와 마차 100대를 잃었다. 오 르쿠는 1천5백 명의 오르쿠를 잃었 다.

    하지만 오르쿠에게 후퇴란 없었다.

    [크아아아! 크아아아!]

    전사의 함성이 들렸다. 그리고 검 은 전사 3천 명과 일반 전사 오르

    쿠 5천 명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 다.

    2차전의 시작이었다.

    카반 왕국군와 오르쿠의 2차전이 시작될 때 이성진은 내성에 잠입했 다.

    켈빈의 방 안에 있는 수정의 색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순간 이성진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누구도 모르게 내성으로 들어갔다.

    이미 내성 안에 마법 도구가 어디 있고 어떤 성질의 마나를 가졌는지

    파악해 놨다.

    쉽게 세뇌 마법진이 있는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 입 구를 지키는 2명의 기사였다.

    2명의 기사 모르게 보안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이성진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태연하게 기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기사 2명은 이성진을 못 본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눈으로는 이성진이 다가오는 것을 봤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이성진의 마나가 기사의 생

    각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에게 걸 수는 없는 기술 이다. 그냥 인식 못 하게 하는 것과 는 차원이 다르다.

    유지 시간은 1분이었다. 1분 안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기사 2명을 지나쳐 문에 손을 댔 다. 아슬란과 함께 들어와 봤기 때 문에 일이 쉬워졌다.

    보안 마법 도구가 아슬란 공왕이 손을 댄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마 법 도구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다.

    맥 아저씨가 만든 마법 도구를 넘 어서는 것은 없다. 맥 아저씨의 마 법 도구도 100% 성공한다.

    문이 스르륵 열렸다. 이성진은 재 빨리 들어갔다. 그러자 문이 닫혔다.

    “어? 문이 열렸다 닫히지 않았나?” 문이 닫힐 때 1분이 지났다. 기사

    1명이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문이 어떻게 열렸다가 닫혀? 아슬 란 공왕 전하도 켈빈 마법술사도 없 는데.”

    “하긴•…"

    의문을 말한 기사는 자신이 잘못 느꼈다고 생각하며 다시 경비에 집 중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성진은 두 번째 마법 보안 을 상대하고 있었다.

    안에 들어오면 마법 도구와 마법진

    이 스캔하듯 살핀다. 그런데 마법 도구와 마법진이 빛을 내지 않았다.

    이성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 었다. 모든 마나를 통과시키며 이성 진은 지하로 내려가는 벽 앞에 섰 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아슬란 공 왕인 것처럼 착각하게 했다. 동시에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알려 주는 기 능을 마비시켰다.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고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면 마 법등에 불이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 역시 이성진을 인식하지 못했

    기 때문이다.

    계단을 다 내려가 진짜 세뇌 마법 진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 어떤 마법 보안도 이성진을 막 을 수 없었다.

    쿠웅!

    그런데 들어온 입구에서 무거운 것 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진동이 심했다.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성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 았다.

    “그림자 기사라고 했나? 이제 나오 지?”

    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나 도구 를 이용해 숨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는 것을 알았다. 최소 수백 명이었 다.

    마나를 다루는 기사 수백 명을 한 꺼번에 속일 수는 없다. 기사 수백 명을 속이는 것보다 죽이는 것이 더 쉽다.

    이성진의 말에 숨어 있던 그림자 기사들이 나타났다. 가벼운 옷차림 에 흰색 가면을 썼다. 손에는 짧은 검이나 쇠사슬이 달린 낫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모두 마법 도구였다.

    수십 개의 쇠사슬이 이성진을 향해 경고도 없이 날아왔다.

    쇠사슬의 길이를 봐서는 절대 이성

    진에게 닿지 않는다. 그건 눈으로 봤을 때 이야기다. 쇠사슬의 길이가 갑자기 늘어났다.

    모자란 길이는 마나가 채워 준다. 이성진이 있는 곳까지 충분하다 못 해 지나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성진이 켈빈이 준 검 2개를 뽑 았다. 그리고 휘둘렀다.

    날아오던 쇠사슬은 이성진의 근처 에 절그렁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모두 잘렸기 때문이었다.

    그때 천장에 숨어 있던 그림자 기 사 10명이 떨어져 내렸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쇠사슬과 낫 을 자르고 잠시 틈이 보였을 때였

    다.

    하지만 그림자 기사 10명은 이성 진을 공격할 수 없었다.

    이마에 구멍이 뚫리고도 공격할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다. 이성진은 총 을 쏜 것처럼 손가락을 들어 입으로 후 불었다.

    팔찌에서 총을 꺼낸 것도 아니다. 그냥 마나 총알을 만들어 그림자 기 사가 떨어져 내리는 위치에 가져다 놨을 뿐이다.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온 것을 모르나 보지?”

    이성진의 말에 그림자 기사는 당황 했다. 이성진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쪽은 수백 명이다. 이성진은 혼 자다.

    그 분위기를 느낀 이성진은 팔찌에 서 권총을 꺼냈다. 양손에 권총을 들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재림이다!”

    이성진이 앞으로 달려가며 총구를 올렸다. 확실하게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라는 것을 알려 줄 생각이었 다.

    그림자 기사들은 움찔했다. 그 잠 깐의 움찔이 큰 결과를 가져 왔다.

    수십 명의 그림자 기사가 그대로 쓰러졌다. 그 누구도 이성진이 뭐로 공격했는지 몰랐다.

    동료가 쓰러지자 정신 차린 그림자 기사는 이성진을 향해 달려가기 시 작했다.

    하지만 이성진의 총구가 움직일 때 마다 그림자 기사는 다가오지도 못 하고 쓰러졌다.

    3분 만에 수백 명의 시체가 쌓였 다. 피가 흘러 땅을 적셨다. 그런데 피가 한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가.

    “뭐야!”

    이성진의 등줄기에 소름이 일어났 다. 피가 홀러가지 못하게 해야 한 다.

    총구를 드는 순간 숨겨진 마법진이 가동되었다. 공기가 무거워진 것 같 았다. 마나가 멈췄다. 마나를 흡수할 수 없다.

    몸 안에 가지고 있는 마나를 다 사용하면 끝이다. 아니면 마나석을 박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다른 쪽 벽이 열리며 그림 자 기사와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들 이 나타났다.

    “기껏 준비한 것이 마나를 홉수하 지 못하게 한 것이냐? 나를 우습게 생각했군.”

    이성진은 이 정도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자신 있게 소리쳤다.

    “아니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투란의 목소리였다. 자투란 옆에 는 아슬란 공왕이 있었다.

    친위 기사들이 홍해 갈라지듯 갈라 진 곳에 아슬란 공왕과 자투란이 나 타났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했 습니다.”

    자투란은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말 하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 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아슬란이 나섰 다.

    “사신 S! 오래간만이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처음부터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 아 슬란은 고개를 흔들었다.

    “반란군이 있다는 것과 세뇌 마법 진을 노린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하지만 사신 으가 당신이 직접 온다 는 것을 안 것은 얼마 안 되었어!”

    아슬란은 반란군의 존재를 알고 있

    었다. 그래도 그냥 놔둔 것은 반란 군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나막이 사라지고 오르쿠와의 전 쟁에서 이긴 다음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에게서 파나 신의 심장을 얻 게 되면 반란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난번에 봤을 때 솔직히 수상했 지. 브리더 따위가 갑자기 실력이 늘어날 리가 없거든.”

    아슬란은 자신의 사람이라 할지라 도 철저하게 감시한다. 상황은 언제 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었다.

    그래도 켈빈 마법술사가 반란군인 줄은 몰랐었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벌 써 내가 알았겠지.”

    “그래서 그때 의심했다?”

    “의심했지만 사신 으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오르쿠가 마나막을 넘어왔 을 때 다시 의심하고 확신했어!”

    아슬란은 오르쿠가 대규모로 어떻 게 마나막을 넘어왔을까 생각했다. 오르쿠 혼자 힘으로 절대 마나막을 넘어올 수 없다.

    그렇다면 마나막을 넘어오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이 도와줬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슬란 공왕이 아는 한 마나막을 넘어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켈빈 마법 술사뿐이 었다.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가 오르쿠 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마나막을 통과할 수 있게 도움을 준 배신자가 있다. 그럼 배신자는 무엇을 원해서 오르쿠……. 아니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를 도왔을까?”

    아슬란 공왕은 답을 알면서도 이성 진에게 묻고 있었다.

    “큭큭큭큭……. 말도 안 되는 민주 주의? 세뇌를 풀기 위해서겠지. 그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이 안에 들 어와서 세뇌 마법진에 마법 도구를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 이고.”

    “그게 나다?”

    “당연하지. 사신 으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켈빈도 들어왔다가는 쉽게 나갈 수 없는 곳인데.”

    아슬란은 씨익 웃었다.

    “이제 이곳을 파악할 충분한 시간 을 준 것 같은데? 어때? 방법이 없 지 않나?”

    아슬란 공왕은 이성진이 이곳을 파 악할 시간을 일부러 준 것이다. 엘 파나에서 이성진의 모든 것을 조사 했다. 일부 습관까지 파악하고 있었 다.

    이성진은 어떤 경우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주위를 살피며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어떻게 방법을 찾을까 연구했다. 이성진이 위험에 빠졌던 순간들을 조사했다.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 함정 대부분이 마나를 이용한 것이 었다.

    이성진 역시 마나를 이용한다고 생 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마나를 이용 못 하게 하 면 된다.

    “지금 이 안의 마나는 동결되었어.

    사신 S 자네가 가진 마나를 다 사 용하는 순간 평범한 인간이 되는 거 야.”

    아슬란이 생각한 방법이었다.

    “아! 물론 아크리움 금속으로 만든 갑옷과 마나 도구가 있다 해도 얼마 못 버틸 거란 것은 내가 장담하지. 1만 명의 친위 기사단과 5천 명의 그림자 기사를 상대해야 하거든!”

    이성진을 잡기 위해 1만 5천 명의 기사단을 동원했다. 이성진은 아슬 란의 성격이라면 다른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묻고 싶 은 것이 있었다.

    “내가 이 안의 함정을 파악하기 위

    해 시간을 준 것뿐만이 아닌 것 같 은데? 아슬란 공왕답지 않게 왜 이 렇게 말이 많지?”

    아슬란은 결정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실행하는 사람이다. 함정을 준 비했다. 그리고 상대가 그 함정에 빠졌다. 그렇다면 이렇게 시간을 주 지 않는다.

    시간을 준다 해도 정신없이 몰아붙 여 더는 빠져나갈 곳이 없다고 생각 되었을 때 준다.

    아슬란은 크게 웃었다.

    “하! 하! 역시 사신 s야. 내가 왜 이렇게 구구절절 자네에게 설명한다 고 생각하나? 지난번에 듣지 않았

    나?”

    지난번에 듣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아슬란이 한 말이 기억났다. 그리고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이 처음 만났 을 때 했던 말과 행동도 기억났다.

    이성진은 자신의 심장을 가리켰다.

    “이것 때문인가?”

    “맞아. 그것도 욕심나! 하지만 사 신 S 너도 욕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주술사인 하늘의 딸과 똑같은 실수 를 하고 있었다.

    “이 심장 안에 있는 것을 그냥 꺼 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뭐 그냥 꺼낼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헛된 저항은 안 하는 것이 어떤가? 사신 S 네가 그렇게 구하고 싶어 하는 지구인 10만 명 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지금 협박하는 건가?”

    “맞아. 사신 S 네가 순순히 항복하 지 않는다면 오르쿠에 손에 10만 명의 지구인이 죽을 거야!”

    아슬란 공왕의 말에 이성진은 입술 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 행스럽게도 투구 때문에 표정은 안 보였다.

    “나 잡으려고 동원한 기사들 대신 인가?”

    오르쿠를 상대하기 위해 갔어야 할

    기사 1만 5천 명이 이곳에 있다.

    “그런 이유도 있지. 지금쯤 도착했 을 거야.”

    여유 있게 대답하는 아슬란에게 말 하는 대신 이성진은 자투란에게 말 했다.

    “자투란! 켈빈 때문에 배신한 건 가?”

    자투란은 고개를 돌렸다. 반응을 봐서는 아슬란이 켈빈을 잡고 있다.

    대답은 자투란 대신 아슬란이 했 다.

    “맞아. 이곳 마나 동결 주술 마법 진을 자투란이 만들었지. 스승을 생 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몰라.”

    마나를 동결하는 마법진은 이성진 도 들어보지 못했다. 당연히 본 적 도 없었다.

    아슬란 공왕이 주술 마법진이라고 말하자, 왜 피가 홀러들자마자 마법 진이 발동되었는지 이유를 알았다.

    주술과 마법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 다.

    가장 강한 주술 중 하나는 생명력 을 이용하는 것이다.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피가 있어야지만 살 수 있 다.

    피에는 생명력이 많다.

    “그래서 켈빈은 어디 있지?”

    자투란이 저렇게 나올 정도면 켈빈

    은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아니었다.

    “켈빈은 당연히 전쟁터에 있지. 뛰 어난 마법술사를 그냥 놀릴 수가 있 나? 하지만 내 연락이 없으면 곧 죽을 거야!”

    아슬란의 말에 자투란이 화들짝 놀 라 소리쳤다.

    “공왕 전하! 제게 한 약속과 다르 지 않습니까!”

    아슬란은 언제 약속을 어겼냐는 듯 말했다.

    “내가 생각해 본다고 했지. 안 죽 인다고 약속한 적은 없는 것 같은 데?”

    자투란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 었다. 아슬란의 말이 맞다. 이성진을 잡는 계획에 협조하면 모든 죄를 용 서해 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단지 교묘하게 그 말을 중간에 껴 넣었을 뿐이다.

    자투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 슬란의 말을 믿고 싶었을 뿐이다. 알게 된 이상 다 죽을 테니까.

    자투란의 모습을 본 이성진이 웃었 다.

    “큭! 자투란! 아슬란 공왕 옆에 있 으면서 아직도 그의 성격을 파악 못 했구나.”

    아슬란이 갑자기 기사들 뒤로 숨었

    다. 이성진의 말투가 너무 냉정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슬란 앞에 서 있 던 기사 3명이 그대로 쓰러졌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 잡아라!”

    아슬란이 소리쳤다. 그러자 친위 기사들과 그림자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 방패를 든 기사들과 마법 도구로 방어막을 만든 기사들 이 아슬란을 둘러쌌다.

    언제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이성진 의 공격이 날아올지 모른다. 아슬란 을 지키려면 둘러싸는 방법만이 유 일했다.

    아슬란 공왕의 안전을 위해 기사들 이 둘러싸는 사이 이성진을 향해 달 려가던 기사들은 퍽퍽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있었다.

    앞에서 달려가든 옆에서 달려가든 숨어 있던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든 상관없었다.

    이성진의 손에 들린 권총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계속 쓰러졌다. 그리고 피를 흘린다. 그 피는 다시 주술 마법진으로 홀러 들어갔다.

    더 강력하게 마나를 동결한다. 또 한, 피가 홀러 들어갈수록 시간도 늘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슬란은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인가 싶었다. 벌써 2천 명이 넘는 기사들이 죽 었다. 이성진 근처에 가 보지도 못 했다. 마치 이성진 주변으로 기사의 시체로 성을 쌓는 것 같았다.

    “자투란! 설마 주술 마법진에 장난 친 것은 아니겠지? 사신 S를 못 잡 는 순간 켈빈도 죽는다!”

    아슬란의 말에 자투란은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공왕 전하!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러면 사신 드는 무한대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는 건가? 저것 봐라!”

    말하는 동안에도 기사들은 픽픽 쓰

    러져 갔다. 마법 방패로 막아도 소 용없다. 그냥 뚫어 버린다.

    가끔 운 좋게 마법 방패나 검으로 튕겨 내는 기사도 있다.

    하지만 그건 옆의 동료에게 재앙이 었다. 튕겨 낸 마나 총알이 동료의 몸에 박히기 때문이었다.

    공왕이 자투란을 질책할 때 이성진 은 이성진 나름대로 바빴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다 쓸어버리고 싶었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만들어 놓 은 마나 총알을 압축하듯 모았다가 터뜨리면 된다.

    사방으로 날아가는 마나 총알에 대

    부분 죽는다. 나머지는 천천히 상대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첫 번째로 세뇌 마법진이 망가진 다. 두 번째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아 슬란이 도망칠 수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안 된다. 항복해서 안전하게 파나 신의 심장을 꺼내고 아슬란 공왕이 사람 들을 풀어 준다는 보장만 있으면 항 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런 놈은 보지 못했다. 모두 자기중심적이다.

    약속을 어기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10만 명의 사람들이 오르쿠와 싸우

    다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놈이다.

    그럴 바에는 최대한 빨리 아슬란을 죽이는 것이 낫다.

    이성진은 적절한 마나를 사용해 기 사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일 정한 범위 안에 들어오면 이성진의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이성진의 감각에 걸리는 순간 마나 총알이 자동으로 추적하듯 기사를 향해 날아간다.

    벌써 만들어 놓은 마나 총알을 5 천 발이나 소모했다.

    기사의 시체가 4천 명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기사들도 바보가 아니다. 이성진으 로부터 일정한 거리 밖에 있으면 죽 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딱 그 거

    리까지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기 때 문이었다.

    기사들이 겁을 먹고 주춤거리기 시 작했다.

    “왜 공격 안 하는 것이냐! 공격해 라!”

    아슬란이 소리쳤다. 하지만 기사들 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맞 대고 싸우거나 이성진 근처에 가서 검을 휘둘러 봤으면 이러지 않는다.

    시체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 게 알고 공격하는지 기사들이 일정 한 범위 안에 들어가면 죽어 나간 다.

    어떻게 왜 죽는지도 모르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마이크! 명령을 어기는 기사는 죽 여라!”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이크 기 사단장이 움직였다. 오르쿠나 들고 휘두를 법한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퍼억 소리와 함께 맨 뒤에 있던 기사 한 명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마이크의 검 역시 마법 도구였다. 아크리움 금속을 섞은 명검이다.

    “아슬란 공왕 전하의 말씀을 못 들 었느냐! 내 손에 죽기 전에 공격해 라!”

    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공격 하기 시작했다. 마나 방패에 가지고

    있는 마나를 다 넣었다. 제발 막아 주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일정한 구역 안으로 들어간 기사들이 죽지 않았다.

    모두 멈칫했다. 그때 마이크 기사 단장이 소리쳤다.

    “마나가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공 격해라!”

    “우와!”

    기사들이 마이크 기사단장의 말에 힘을 얻어 더 빠르게 시체를 넘어가 기 시작했다.

    그때 퍼엉 소리와 함께 시체의 산 에 구멍이 뚫렸다.

    마이크 기사단장은 거대한 검의 넓

    은 면으로 몸을 가렸다. 거의 반사 적인 행동이었다.

    그것이 마이크 기사단장을 살렸다.

    “크혹!”

    하지만 뒤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안 끝났어!”

    이성진의 목소리가 거대한 검 앞에 서 들렸다. 마이크 기사단장은 아차 싶었다.

    거대한 검이 방어하기 쉽다. 하지 만 거대하기 때문에 사각이 생긴다. 항상 주의하고 있는 점이다.

    쩡!

    마이크 기사단장의 검이 산산이 조

    각났다. 손잡이만 남은 마이크 기사 단장은 이성진의 손에 다른 무기가 들린 것을 봤다.

    권총이 아닌 소총이었다.

    “잠깐만……. 나를 죽이면……

    퍼억

    마이크 기사단장은 더 말할 수가 없었다. 권총과는 다른 위력에 투구 에 구멍이 뚫렸다.

    마이크 기사단장 대신 화들짝 놀란 아슬란이 소리쳤다.

    “멈춰라! 안 멈추면 네놈을 도운 마법술사는 죽는다!”

    이성진의 총구가 아슬란을 향했다. 죽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맥 아저씨라고 부르는 놈 말이 다!”

    이성진은 아슬란 공왕에게 마나 총 알을 날릴 수 없었다. 아슬란 공왕 의 뒤에서 맥 아저씨와 김진명, 김 지영, 제이콥 백부장 등이 묶여서 끌려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사신 드가 주변 사람에게 정 을 많이……

    퍼엉!

    아슬란을 지켜 주던 방어막과 마법 방패가 일제히 터져 나갔다. 하지만 아슬란은 무사했다.

    아슬란이 옆으로 몸을 옮기는 사이 다시 마법 방패와 방어막이 만들어

    졌다.

    “하하!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니……

    아슬란 공왕이 웃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뒤에서 맥 아저씨가 아슬란 공왕을 향해 소리쳤다.

    “아슬란 폰 드비쉬! 알란! 인제 그 만해라!”

    아슬란은 눈을 크게 뜨고 뒤를 돌 아봤다. 자신을 알란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까.

    “맥칼란 형?”

    아슬란은 맥칼란이란 이름을 불렀 다. 그러자 맥 아저씨가 대답했다.

    “그래! 나다 알란!”

    아슬란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도 잊고 맥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슬 란 공왕을 경호하는 기사들도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친위 기사들은 이성진이 아슬란에 게 접근하지 못하게 앞을 가로막았 다.

    이성진은 쉽게 움직일 생각이 없었 다.

    이성진이 움직이지 않아도 기사들 은 이성진을 공격하지 않았다.

    기사단장은 죽었다. 아슬란도 공격 하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자연스럽 게 이성진의 기세에 눌려 가만히 있 었다.

    “맥칼란 형이 왜 여기 있어?”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이 눈앞에 있 다는 것 때문에 아슬란 공왕은 당황 했다.

    “알란! 그만해라. 제발!”

    많이 늙었지만 어릴 때 모습을 맥 아저씨에게서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림자 기사들을 보내 급하게 데리고 왔기 때문에 아슬란은 맥 아저씨를 처음 본 것이다.

    “정말 살아 있었어!”

    아슬란은 멍한 표정으로 맥 아저씨 가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화를 냈다.

    “왜! 이제 나타난 거지! 내가 그렇

    게 찾았다는 것을 몰랐어?”

    맥 아저씨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 다.

    “아니. 알았어. 하지만 알란 너도 알고 있잖아. 나는 죽은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죽은 사람으로? 내가 공왕이 되었 어! 그 누구도 더는 형을 서자라고 말할 수 없게 할 수 있는 힘을 가 진 공왕이! 서자라고 말하면 내가 죽여 버릴 수 있는 공왕이!”

    아슬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원망 이 담겨 있었다.

    “형이 원한다면 공왕의 자리까지 줄 수 있었어. 그런데 이게 뭐야!

    그렇게 사랑하던 동생을 파멸시키기 위해 이런 음모를 꾸며?”

    아슬란은 배신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아껴 주 고 사랑해 줬던 형이 자신을 죽이려 는 음모에 가담했다.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알란! 지금 너는 내가 알던 알란 이 아니다. 꽃이 피는 것을 신기해 하고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던 알란이 어느 순간 무자비한 귀족이 되었더구나.”

    아슬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 다.

    “그게 누구 때문이었는데! 형을 쫓

    아낸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 어! 내가 독해지지 않으면 할 수 없 는 일이었어. 내가 왜 이곳에 온 줄 알아?”

    아슬란 공왕은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형을 내쫓고 암살자를 보낸 것을 잘한 거라고 하는 카반 왕국을 내 손으로 멸망시키고 엘 파나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어. 그것만이 내가 살 아갈 수 있는 이유였어.”

    아슬란의 말에 맥 아저씨는 또 고 개를 흔들었다.

    “알란! 나 때문이었다면 그만해라. 그리고 같이 손을 잡자. 50년 전 그

    때처럼……

    50년 전 그때처럼이란 말에 아슬 란은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렸다. 항 상 자신의 손을 잡아 주던 맥칼란

    O

    언제나 든든했다. 무엇을 하든 자 신의 편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50년 전의 순진하고 형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아슬란이 아니 다.

    “큭큭큭큭……. 손을 잡을게.”

    “정말이냐?”

    큭큭 웃으면서 손을 잡겠다고 말하 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정말이지! 하지만 손만 잡을 거

    야.”

    “손만 잡는다니?”

    “형은 내 손만 잡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면서 살면 돼. 우리 둘이서 엘 파나를 손에 넣는 거야.”

    맥 아저씨는 아슬란의 변해 버린 성격 때문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그 리고 사람들을 위해 동생인 아슬란 을 죽이는 계획에 동참했다.

    그것이 아슬란이 더는 죄를 짓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막상 아슬란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뒤를 졸 졸 따라다녔던 동생이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맥 아저씨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알 고 움직이지 않는 이성진이 고마웠 다.

    맥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아슬란에 게 물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니? 알란?”

    아슬란은 순간 맥 아저씨의 말대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형이 나와 함께하면 모든 것을 얻 을 수 있어.”

    지금 아슬란의 소원은 파나 신의

    심장을 얻어 엘 파나를 손에 넣는 것이다.

    처음에는 형인 맥 아저씨 때문에 권력을 잡으려고 시작했다. 권력을 잡고 그 힘을 누리며 더 큰 힘을 얻으려는 욕심에 사로잡힌 것이다.

    처음 가졌던 목적 따위는 사라졌 다. 지금은 죽은 줄 알았던 맥 아저 씨가 눈앞에 있으니 흔들린 것뿐이 었다.

    “알란! 어쩔 수 없구나.”

    맥 아저씨는 어쩌면 처음부터 아슬 란이 바뀌지 않을 거란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바뀔 것 같았다면 벌써 아슬란을

    만났다.

    “뭐야? 무슨 말이야?”

    아슬란은 맥 아저씨의 말에 불안함 을 느꼈다. 맥 아저씨가 자신을 완 전히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느낌은 맞았다.

    “성진아! 기다려 줘서 고맙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아슬란은 갑자기 맥 아저씨 옆에 나타난 이성진을 보며 화들짝 놀랐 다. 이성진을 포위하고 있던 기사들 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이성진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라졌다. 그리고 아슬란 앞

    에 나타났다.

    기사들은 곧 아슬란 공왕을 보호하 기 위해 움직였다.

    맥 아저씨와 김진명, 김지영 그리 고 제이콥 백부장 곁에 있는 기사들 은 본능적으로 인질을 잡아야 산다 는 생각으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성진이 이미 와 있다.

    움직이는 순간 모두 뒤로 넘어졌 다.

    이성진이 맥 아저씨와 김진명, 김 지영 그리고 제이콥 백부장을 구하 는 사이 아슬란은 기사들에게 둘러 싸였다.

    하지만 이성진은 전혀 아쉬운 표정

    이 아니었다.

    “성진아……. 고맙다.”

    “제가 더 고마운데요. 이렇게 이목 을 끌어 줘서 아슬란 공왕 근처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요.”

    마나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성진은 가지고 있던 마나를 거의 소모하지 않았다. 아슬란이 맥 아저씨와 대화 하며 이목을 끌었을 때 이성진은 마 나를 이용해 잔상을 남기고 그 누구 도 모르게 움직였다.

    최면술과 비슷한 원리의 잔상이기 때문에 이성진의 목소리가 다른 곳 에서 들리거나 누군가 이성진이 움 직였다는 것을 눈치채면 잔상은 깨

    진다.

    전투 중에는 사용해 봤자 금방 깨 진다.

    이성진은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 고 맥 아저씨에게 말했다.

    “몰락 귀족인 줄 알았는데 실종되 었다고 알려진 맥칼란 폰 드비쉬가 맥 아저씨인 줄은 몰랐네요.”

    맥 아저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맥칼란 폰 드비쉬는 죽었다. 그냥 마법술사 맥 아저씨만 있을 뿐이 지.”

    “아니요. 맥 아저씨는 맥칼란 폰 드비쉬가 되어야 합니다.”

    이성진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옆

    에 주저앉아 있는 자투란을 쳐다봤 다.

    아슬란에게 자투란은 더는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챙길 이유가 없었다. 자투란을 버려두고 도망갔다.

    “자투란! 정신 차려라!”

    이성진의 목소리가 자투란의 머릿 속을 울렸다. 자투란은 정신이 번쩍 났다.

    “이곳에서 맥 아저씨와 사람들을 지켜라. 그러면 켈빈은 살 수 있다.”

    이성진의 말에 자투란은 눈을 크게 떴다.

    “정말입니까?”

    “믿어라. 네가 이곳에서 지키기만

    하면 된다.”

    믿으라는 말에 자투란은 고개를 끄 덕였다. 스승인 켈빈 마법술사를 지 키기 위해 이성진을 배신했다. 하지 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성진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성진을 믿는다고 생각하자 이상하게 힘이 솟아났다.

    “목숨 걸고 지키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주술 마법진은 마나 만 동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심할 거야. 음흉한 아슬란 공왕 이 단순히 마나만 동결하지 않았을 거란 예상은 벌써 했다.”

    이성진이 몸을 돌려 아슬란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아슬란 공왕은 이성 진이 있던 곳보다 더 멀리, 그러니 까 세뇌 마법진의 중앙까지 가 있었 다.

    “맥 아저씨! 내 말 잊지 마요. 맥 칼란 폰 드비쉬가 되어야지만 더 많 은 사람을 살리고 아저씨가 하려던 것을 할 수 있어요!”

    “성진아! 그게 무슨 말이냐!” 이성진은 맥 아저씨에게 대답해 주 지 않고 움직였다.

    지금 말해 주나 나중에 말해 주나 결론은 똑같았다. 아슬란 공왕이 다 른 짓을 하기 전에 처리해야 했다.

    이성진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기 사들은 검을 들어 앞을 막아섰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에는 이성진을 포위해 죽이 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슬란

    공왕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막 아선다.

    맥 아저씨가 있는 입구는 맥 아저 씨와 자투란 그리고 김진명과 제이 콥 백부장이 막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통로를 통해 기사들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쩌엉

    드디어 이성진이 기사들을 뚫고 아 슬란 공왕을 둘러싼 방어막에 닿았 다.

    방어막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깨졌 다. 방어막이 깨지자 기다렸다는 듯 이 다시 방어막이 만들어졌다.

    다시 만들어진 방어막은 다시 엄청

    난 소리를 내며 깨졌다.

    이성진이 방어막을 깨는 순간에도 뒤에서는 기사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이성진의 근처에 가기도 전에 쓰러진다.

    방어막이 깨지고 만들어지기를 3번 더 반복했다.

    그러자 더는 방어막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마법 도구의 마나를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검으로 직접 이성진을 공격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검을 뽑아 들고 이성진을 공격했 다. 역시 이성진에게 검이 닿기 전 에 픽픽 쓰러졌다.

    그리고 이성진은 아슬란 앞까지 도 착했다. 기사들은 공격을 멈췄다.

    “아슬란! 이제 끝내자.”

    아슬란은 이성진의 말에도 전혀 두 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

    “하하하하! 사신 S 네가 아무리 아 크리움 갑옷을 입었다 해도 더는 마 나가 없을 터!”

    갑자기 아슬란 공왕이 검을 뽑아 앞을 막았다.

    티잉!

    무언가 아슬란 공왕의 검에 맞고 튕겨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왜. 놀랐나?”

    아슬란 공왕은 말하면서 계속 검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무언가 맞는 소리가 났다.

    “사신 S. 이곳은 나의 영역이야!”

    이성진은 아슬란 공왕이 어떻게 마 나 총알을 막았는지 알았다.

    마나가 동결된 곳이다. 마나로 만 들어진 총알이 날아간다. 아슬란 공 왕 정도의 실력자면 마나의 움직임 에 따라 반응할 수 있다.

    마이크 기사단장도 마나의 움직임 에 따라 반응할 수 있는 실력자이기 는 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 운데다가 이성진의 마나 총알이 마 이크 기사단장의 반응보다 더 빨랐 다.

    이성진의 마나 총알을 계속 막아 내는 것을 봐서는 확실히 아슬란 공 왕이 마이크 기사단장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검도 좋은 것 사용하네?”

    “사신 으를 위해 준비한 것이지. 그 갑옷을 벨 수 있는 유일한 검!”

    아슬란의 반응이 빠르다고 해서 마 나 총알을 그냥 막을 수 없다. 마나 총알이 검에 맞는 순간 힘없이 튕겨 나갔다.

    “똑같이 아크리움 금속으로 만든 검이야!”

    아슬란이 가진 검은 전체가 아크리 움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마나를 흡

    수하는 특성을 가졌다. 이성진의 마 나 총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마나도 거의 다 사용했을 테 니 진짜 실력을 볼까?”

    아슬란이 한 발을 내디디면서 검을 휘둘렀다. 이성진은 몸을 비틀면서 마나 총알을 쐈다.

    아슬란의 검이 스쳐 지나갔다. 하 지만 이성진의 마나 총알 역시 아슬 란을 맞히지 못했다.

    어느새 검을 회수해 마나 총알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그딴 것으로 공격할 건 가? 사신 으는 검으로는 못 싸운다 는 소문이 사실인가?”

    다시 아슬란이 검을 찌르며 달려왔 다.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데다 가 마나 총알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 었다.

    이성진은 옆으로 뒤로 계속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실망이군. 허점투성이에다가 실력도 없으니.”

    아슬란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 다.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하지 않아 도 될 뻔했어. 이제 끝내도록 하지.”

    아슬란은 말을 끝내는 동시에 사라 졌다. 그리고 이성진의 바로 앞에 와 있었다. 아슬란 역시 이성진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팔부터 잘라 주지!”

    검이 빠르게 이성진의 팔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 전에 죽을 수도 있어.”

    이성진의 양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 려 있었다.

    깡 하는 소리와 찌익 하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깡 하는 소리는 이 성진의 팔의 갑옷과 아슬란 공왕의 검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찌익 하는 소리는 이성진의 검이 아슬란 공왕의 갑옷을 찢고 들어가 는 소리였다.

    이성진의 갑옷에 금이 갔다. 하지

    만 아슬란 공왕은 배에 구멍이 뚫렸 다. 누가 봐도 승자는 이성진이었다.

    그런데 아슬란은 전혀 당황하지 않 았다.

    오히려 이성진의 몸을 팔로 꽉 잡 아당겼다.

    “일부러 틈을 보인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이성진은 아슬란의 배에 꽂힌 검의 손잡이를 놓으면서 가슴을 쳤다. 하 지만 아슬란 공왕은 갑옷이 우그러 지는 충격에도 이성진을 놓지 않았 다.

    깡!

    검이 다시 이성진의 팔을 때렸다.

    갑옷의 팔 부분이 부서졌다. 한 번 만 더 공격당하면 팔이 진짜 잘릴 것 같았다.

    이성진은 몸을 틀면서 주저앉았다. 주저앉으면서 어깨로 아슬란을 밀쳐 냈다.

    아슬란 공왕은 어쩔 수 없이 밀려 났다.

    그리고 배에 꽂힌 검을 스스로 뽑 았다. 그런데 아슬란 공왕의 상처가 스르륵 아무는 것이 보였다.

    “검을 하나 잃었군. 좋은 검이야!” 아슬란 공왕은 양손에 검을 들고 이성진을 향해 다가갔다.

    이성진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 검

    이 배를 관통했다.

    그런데 상처가 아물었다. 흉터 같 은 것도 생기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검에 찔리지 않았다 는 듯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사신 S! 나에게 복종해라. 그리고 심장을 바 쳐라!”

    아슬란의 말에 이성진은 한 마디로 대답했다.

    “미친놈!”

    미친놈이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 슬란은 이성진을 향해 달렸다. 이성 진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 도였다. 움직임을 느리게 보는 능력

    도 아슬란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 할 수 없었다.

    이건 이상했다.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고 이성진 은 급하게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뒤 로 물러섰다. 검이 투구를 살짝 때 리고 지나갔다.

    그런데 투구에 금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슬란 공왕의 능 력이 강해지는 것 같았다.

    찌릿 하는 느낌을 받는 순간 이성 진은 옆으로 굴렀다. 아슬란이 어느 새 이성진의 자리에 와 있었다.

    “쥐새끼 같군!”

    아슬란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꼭 약에 취한 듯한 모습이었다. 무 언가 황홀한 쾌감을 느끼는 것 같기 도 했다.

    “엘 파나에서 그 누구도 두려워하 지 않던 사신 으가 쥐새끼같이 도망 다니다니! 창피하지 않나?”

    비아냥거려도 이성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슬란이 왜 강해졌 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분명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 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강하지 않 았다.

    아슬란이 다시 움직였다.

    이대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이 성진은 모든 감각을 끌어 올리면서

    가지고 있는 마나를 아끼지 않고 사 용했다.

    그러자 움직임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슬란의 움직임이 보인다.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도움을 준다.

    오른쪽 팔을 노린다. 모르는 척 뒤 로 빠지다가 왼쪽으로 몸을 틀면서 검을 찔렀다.

    찌익 소리가 나며 아슬란의 심장 부근에 검이 박혔다.

    아슬란은 너무 빠르게 움직였다. 이성진이 적절한 타이밍에 검을 찔 렀다.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공격 이었다.

    하지만 아슬란은 몸을 약간 틀면서 심장을 피할 능력은 있었다.

    “크흑……. 이건 조금 아프군. 하지 만 아쉬워서 어쩌나?”

    아슬란이 가슴에 박힌 검을 신경 쓰지 않고 이성진을 향해 검을 휘둘 렀다. 원래 가지고 있던 검과 이성 진에게 빼앗은 검 2자루로.

    이성진은 급하게 뒤로 빠졌다. 검 이 빠져나오면서 아슬란의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튀었다.

    파삭!

    검이 이성진의 투구를 또 스쳤다. 이번에는 충격을 감당할 수 없었는 지 투구가 부서졌다.

    그리고 아슬란의 가슴에서 피가 멎 었다. 또 상처가 아무는 것이 보였 다.

    “큭큭……. 아쉽겠어. 심장을 제대 로 찔렀다면 잠시 기회가 생겼을 텐 데.”

    그 말대로였다. 마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곳인 심장을 찔리면 회 복된다 해도 잠시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어쩌나. 이제는 그런 기회 조차 없을 것 같은데?”

    쿠웅하는 울림이 느껴졌다. 공기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마나의 동결이 풀렸다.

    아니다.

    마나가 세뇌 마법진으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아슬란의 존재감이 커졌다.

    이성진은 아슬란 공왕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마르지 않는 마나를 갖게 해 준다고 했었다.

    하지만 마나가 많다고 해서 저런 존재감을 드러낼 수가 없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성진의 눈에 시체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 이 보였다.

    자투란이 경고했던 말이 이건가 싶 었다.

    또 다른 것이 있다고 했다. 있어

    봤자 큰 영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 것 같았다.

    “이 안에서 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아슬란이 검을 들어 이성진을 가리 켰다. 이성진은 가진 마나를 다 모 아 검에 실었다. 그리고 정면을 향 해 휘둘렀다.

    이성진의 검에 보이지 않는 수십 개의 날카로운 마나가 걸렸다. 하나 하나가 엄청난 마나를 담고 있었다.

    문제는 이성진의 검에 걸려 부서진 마나가 다시 아슬란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이성진이 사용한 마나 역시 아슬란에게 흡수

    되었다.

    “큭큭... 사신 s 덕분에 불사에

    가까운 능력도 얻게 되었어. 고맙다 고 해야 하나?”

    아슬란 공왕이 처음부터 주술 마법 진을 완벽하게 가동하지 않은 이유 가 있었다. 주술 마법진을 가동하려 면 기본적으로 피가 필요했다.

    이성진이 먼저 그림자 기사를 죽여 피를 공급했다.

    하지만 그건 주술 마법진의 일부분 만 가동한 것이다. 제대로 가동하려 면 최소 수천 명의 피가 필요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기사들은 세뇌 마법을 한 기사가 아니다. 처음부터

    아슬란 공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따른 기사다.

    주술 마법진을 가동하기 위해 수천 명을 그냥 죽인다면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신 으에게 죽는다면 이야 기는 다르다.

    충성의 대상인 아슬란을 지키기 위 해 싸우다 죽었다. 아슬란은 충성스 러운 기사들의 복수를 위해 주술 마 법진을 가동한 것처럼 꾸미면 된다.

    “이제 절망 속에서 내 제안을 받아 들이지 않은 것을 후회해라!”

    아슬란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 였다. 조금 전 공격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이성진의 팔과 다리를 노리며 검을 휘둘렀다.

    이성진은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반 격했다. 이성진 역시 모든 능력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총을 들었다.

    켈빈이 만들어 준 갑옷에 금이 가 기 시작했다. 아무리 피한다 해도 스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갑옷이 아니었다면 벌써 당했다.

    하지만 아슬란도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분명 마나를 사용할 수 없 다. 그런데 이성진에게서 끊임없이 무언가 날아온다.

    날아오는 것을 막거나 쳐 내지 않 았으면 벌써 이성진의 팔과 다리를 잘라 냈다. 교묘하게 시간 차이를 두고 날아오는 마나 총알 때문에 짜 증도 났다.

    그리고 이리저리 잘도 도망 다니는 이성진도 짜증났다.

    아슬란의 눈이 순간 입구 방향으로 슬쩍 돌아갔다. 아슬란을 계속 주시 하던 이성진은 그의 의도를 눈치챘 다.

    아슬란의 한쪽 팔이 입구 방향을 향했다.

    이성진이 아니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공격이 순간적으로 날아갔 다. 하지만 이성진이 더 빨랐다.

    이성진이 맥 아저씨와 사람들이 있 는 곳을 막아서며 검으로 날아가는 날카로운 마나를 쳐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격을 다 막아 냈을 때 아슬란이 이성진의 눈앞에 있었다.

    “설마 했는데 사신 드가 정이 많다 는 것은 사실이군!”

    푸욱.

    아슬란 공왕의 검이 이성진의 배를 뚫었다.

    “크윽.”

    “다음은 가슴인가?”

    아슬란은 이성진에게 당한 그대로 돌려주려 했다. 이성진은 가지고 있 던 마나를 다 사용해 도망갈 수 없 었다.

    하지만 마나를 다 사용했다고 해서 공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가슴이다! 형을 끝까지 죽 이려고 한 매정한 새끼야!”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아슬란의 가슴에 엄청난 크기의 구멍이 뚫렸 다.

    남은 마나 총알을 산탄총처럼 한꺼 번에 쏘아 보냈기 때문이었다.

    “크흑……. 어떻게……. 마나도 없 는데.”

    아슬란 공왕은 분명 이성진이 더는 마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방 심했다. 이성진은 분명히 날카로운 마나 공격을 막을 때 검에 의지해서 막았다.

    “가슴이 통째로 사라져도 아직 살 아 있다니, 괴물 같은 놈이네.”

    이성진은 배의 고통을 참으며 말했 다. 이제 아슬란을 떼어 내고 마무 리하면 된다.

    그런데 이성진의 눈에 또 믿을 수 없는 것이 보였다.

    아슬란의 가슴이 급속도로 복원되 고 있었다.

    뼈가 자라나고 살이 그 위에 나타

    난다.

    아슬란 역시 놀랐다. 하지만 곧 자 신이 사신 으를 이겼다는 기쁨에 소 리 쳤다.

    “크하하하. 이 정도로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신 S, 이제 그만 파 나 신의 심장을 나에게 바쳐라!”

    아슬란의 손이 이성진의 가슴을 향 했다. 거의 다 부서진 갑옷은 아슬 란의 손을 막을 수 없었다.

    마나 총알도 모두 사용했다.

    아슬란의 손이 갑옷을 부수고 이성 진의 가슴을 뚫기 시작했다.

    “크흑!”

    “그래! 고통에 몸부림쳐라! 사신

    S!”

    아슬란이 소리치자 살아남은 기사 들과 맥 아저씨 그리고 자투란 등은 고개를 돌려 이성진과 아슬란을 쳐 다봤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해 줄 수 없 었다.

    기사들은 아슬란 공왕이 사신 드를 이겼다는 것에 환호했다.

    맥 아저씨와 자투란 등은 기사들을 뚫고 이성진을 구해 줄 능력이 없었 다.

    아슬란의 손이 이성진의 가슴을 천 천히 파고들어 심장에 닿았다. 그리 고 심장을 움켜잡았다.

    이제 뽑아내기만 하면 된다.

    “어?”

    하지만 아슬란은 이성진의 심장을 뽑아낼 수가 없었다. 손이 딱 달라 붙은 것처럼 붙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힘이 빠진다. 힘만 빠지는 것이 아니었다.

    “병신•…"

    이성진이 힘겹게 내뱉는 말에 아슬 란 공왕은 눈을 크게 떴다. 마치 이 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는 말투였 다.

    “주술로 얻은 힘을 가지고 신의 심 장을 얻으려 하다니……. 미친 거 지?”

    이성진은 자신의 도박이 성공했다 는 것을 알았다. 일부러 최선을 다 해서 아슬란의 공격을 막아 내며 피 했다. 그리고 마나를 모두 소비했다.

    그러면서 2가지 함정을 준비했다. 마나 총알을 모두 모아 한꺼번에 쏘 는 것이 첫 번째 함정이었다.

    만약 가슴이 뚫렸는데도 아슬란 공 왕이 죽지 않으면 도박 같은 두 번 째 함정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이냐!”

    아슬란은 몸에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졌다. 그나마 말은 할 수 있었 다.

    “신의 힘은 정화의 힘이지. 남의

    생명을 빼앗는 주술은 어둠의 힘이 고……

    “그럴 리가……

    아슬란은 이성진이 말한 것과는 다 르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힘이 정화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파 나 신의 심장에 흡수된다. 마치 처 음부터 파나 신의 것이었다는 것처 럼.

    하지만 이성진이 잘못 생각했든 아 니든 결과는 똑같다. 아슬란의 죽음 이다.

    아슬란이 아무 힘도 못 쓰기 때문 에 오히려 잘되었다.

    세뇌당한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할 수 없다.

    “웅?”

    이성진은 배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아래를 보니 검이 꽂 혀 있는 상태로 상처가 아물어 있었 다. 아슬란의 힘을 흡수한 파나 신 의 심장이 상처를 치료한 것이다.

    이성진은 그대로 검을 뽑았다. 검 을 뽑을 때는 꽤 고통이 컸다. 하지 만 곧 고통은 짧았다. 그리고 상처 가 사라졌다.

    “크흐윽……. 살려 줘……. 내가 잘 못했어! 제발……

    아슬란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마나와 생명력까지 빨려 들어 간다

    는 것을 알았다. 이 현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이성진뿐이라고 생각했 다.

    “사신 으가 원하는 대로……. 할 테 니……

    하지만 이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살려줄 마음도 없지만 내가 함부 로 떼어낼 수 없어.”

    떼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심장도 같이 딸려 나간다. 그리고 살려 두 면 문제가 많다.

    “제발!”

    아슬란이 있는 힘을 짜내 소리쳤 다. 그러자 지금껏 아슬란이 이성진 을 이겼다고 생각한 기사들과 맥 아

    저씨 등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겼다면 저렇게 애원하듯 소리치 지 않는다.

    그리고 곧 아슬란 공왕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매끈한 얼굴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 한 것이다. 머리카락도 푸석하게 변 했다.

    미이라처럼 말라 갔다.

    “알란!”

    맥 아저씨가 안타까움에 소리쳤다. 깔끔한 죽음이 아닌 고통스러운 죽 음을 지켜보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은 맥 아저씨를 쳐다보며 고

    개를 흔들었다.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표시였다.

    기사들은 아슬란 공왕이 죽기 전에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제히 이 성진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근처에 가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슬란과 이성진에게 가까워질수록 마나와 생명력을 빼앗기기 때문이었 다.

    가장 가까운 기사들이 순식간에 가 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자 기사들 은 뒤로 물러났다.

    “성진아! 자비를 부탁한다!”

    맥 아저씨가 소리치자 아슬란이 맥 아저씨를 쳐다봤다. 죽음의 순간에

    그렇게 사랑했던 형의 목소리에 반 응한 것이다.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아슬란 공왕의 눈에서 눈물이 홀렀 다.

    그 순간 아슬란은 목이 잘렸다. 그 리고 이성진이 잘린 목을 맥 아저씨 가 있는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주술 마법진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목이 잘린 아슬란 공왕은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되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맥 아저씨는 늙어 버린 아슬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아슬란이 사라지자 주술 마법진도

    멈췄다.

    기사들이 무기를 이성진에게 겨눴 다. 충성을 맹세한 아슬란 공왕을 이성진이 죽였다. 기사는 그 복수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성진이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아슬란 공왕의 개인 기 사냐? 아니면 드비쉬 공국의 기사 냐?”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드비쉬 공국 에 충성을 맹세한다. 드비쉬 가문이 곧 공국이다. 공왕이 갑작스럽게 죽 으면 다음 공왕에게 충성을 바쳐야 했다.

    “아슬란 공왕이 죽었다. 그렇다면 너희가 충성을 맹세할 사람은 맥칼 란 폰 드비쉬다!”

    이성진이 맥 아저씨를 가리키며 소 리 쳤다.

    이성진을 향해 달려오려던 기사들 이 멈췄다. 맥 아저씨가 실종된 맥 칼란 폰 드비쉬라는 것은 아슬란 공 왕이 직접 증명했다.

    맥 아저씨는 이성진이 왜 자신에게 맥칼란 폰 드비쉬가 되어야지만 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했는지 알았다.

    아슬란 공왕이 죽은 지금 지구에서 드비쉬 공왕가의 피를 이은 사람은

    맥 아저씨뿐이다.

    기사들이 일제히 맥 아저씨를 쳐다 봤다.

    맥 아저씨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기사들도 결정할 수 있다.

    맥 아저씨가 자신을 맥칼란 폰 드 비쉬이자 드비쉬 공왕가의 후계자임 을 선언하면 기사들은 충성을 맹세 해야 했다.

    “ 나는••••••

    맥 아저씨는 아슬란의 머리를 보면 서 복잡한 마음을 정리했다. 어찌 되었든 이성진의 말대로 원하는 것 을 얻으려면 자신이 버린 맥칼란 폰 드비쉬가 되어야 했다.

    “드비쉬 공왕가의 유일한 후계자인 맥칼란 폰 드비쉬다!”

    맥 아저씨가 버린 이름을 되찾았 다. 기사들은 주춤거렸다. 아슬란이 인정했다 해도 갑자기 나타난 맥칼 란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하나 싶었 기 때문이었다.

    맥칼란에게 충성을 맹세한다 해도 아슬란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장군들 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기사들의 생각일 뿐, 맥칼란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이성진도 알고 있기에 맥칼란 폰 드비쉬가 되라고 한 것이다.

    맥칼란은 아슬란 공왕의 머리를 주

    워 자투란에게 줬다.

    “부탁한다.”

    “네. 맥칼란 공왕 전하!”

    자투란은 바로 맥칼란을 공왕이라 고 불렀다. 맥칼란은 이성진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사들은 머뭇거리면서 길을 내줬 다. 맥칼란이라는 이름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성진 때문이기도 했다.

    막았다가는 죽는다.

    맥칼란은 이성진에게 가자마자 쓴 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었냐?”

    “네. 아슬란을 대신할 수 있는 사 람을 찾았었어요.”

    엘 파나에 있을 때 카반 왕국을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게 할 방법을 찾았었다. 그중 하나가 어릴 때 사 라진 아슬란 공왕의 형 맥칼란이었 다.

    아슬란 공왕을 암살한 다음 맥칼란 을 내세우면 드비쉬 공왕가는 혼란 에 빠진다.

    카반 왕국은 드비쉬 공왕가가 혼란 에 빠지면 왕권을 강화할 기회라고 여길 것이 분명했다.

    잘하면 내전까지도 가능할 것 같았 다.

    그리고 맥칼란이 어떻게 공왕의 자 리를 계승할 수 있는지 방법도 찾아

    냈다.

    “그렇구나. 성진이 너는 검은 사신 S 였지.”

    엘 파나의 검은 사신 s라면 드비 쉬 공왕가의 비밀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여기 있습니다.”

    이성진이 검을 내밀었다. 그러자 맥칼란이 검을 받았다. 그리고 세뇌 마법진의 중앙으로 갔다.

    세뇌 마법진의 중앙으로 간 맥칼란 은 손바닥을 검으로 그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맥칼란의 피가 세뇌 마법진에 떨어 지자 세뇌 마법진이 빛나기 시작했

    다. 그리고 곧 은빛 날개에 수많은 꼬리 깃털을 가진 새가 나타났다.

    꼬리 깃털은 무수히 많은 눈을 그 려 놓은 것처럼 보였다. 은빛만 아 니라면 지구의 공작새와 닮았다.

    은빛 날개의 새가 나타나자 기사들 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드비쉬 공왕가의 상징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비쉬 공왕가의 직계 자손 만이 은빛 날개의 새를 불러낼 수 있었다.

    은빛 날개의 새는 허공을 빙빙 돌 다가 맥칼란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 다.

    맥칼란이 드비쉬 공작가를 계승하

    고 있을 때 오르쿠와의 전투는 이상 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성진과 아슬란 공왕이 싸우고 있 을 때 카반 왕국군은 오르쿠에게 밀 리고 있었다. 하지만 큰 피해는 없 었다.

    방어막을 교묘하게 이용해 피해를 줄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10만 명의 병사 가 나타났다. 후퇴를 안 하는 오르 쿠라고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10만 명의 병사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 었다.

    카반 왕국군을 공격하던 것을 멈췄 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10만 명 의 병사가 포위할 수 없도록 검은 전사단 일부와 오르쿠를 보내 견제

    했다.

    잠시 전투가 멈췄다. 카반 왕국군 과 오르쿠는 서로 숨을 돌리며 부상 자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반 왕국군의 사령관 티모 시 장군은 아슬란 공왕의 연락을 기 다렸다.

    아슬란 공왕에게 어떤 연락이 오냐 에 따라서 저 지구인 10만 명의 운 명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켈빈 마법술사도 기사를 붙여서 감 시하고 있었다.

    아슬란 공왕의 연락이 오기 전까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연락이 빨리 왔 으면 하기도 했다.

    그래야 오르쿠와 제대로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곧 티모시 장군은 10만 명 의 지구인 병사들의 행동이 이상하 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 머리를 움켜쥐는 행동을 했 다. 그중에는 남상수도 있었다.

    “크혹!”

    남상수가 머리를 움켜쥐었다. 엄청 난 두통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남 상수뿐만 아니었다. 세뇌당한 모두 가 두통을 느꼈다.

    아슬란 공왕이 죽은 순간이었다.

    세뇌 마법진의 중추가 아슬란 공왕 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세뇌 마법진과 아슬란은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이 끊겼다.

    세뇌 마법진에서 더는 아슬란 공왕 에게 충성하라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세뇌가 풀리기 시작했다.

    남상수는 갑자기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었다. 남상수뿐만 아니 었다. 왜 이곳에서 무기를 들고 오 르쿠를 상대하려 했는지 의아해했 다.

    세뇌가 풀리니 마음이 바뀐 것이 다.

    남상수는 이성진이 한 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남상수, 만약 바로잡을 기회가 온 다면 주저하지 말고 잡아라!’

    남상수는 이성진이 마치 이런 때가 올 줄 알고 말한 것 같이 느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행동은 물론 이 성진에게 한 말이 부끄러웠다.

    아무리 세뇌당했다 해도 해야 할 말과 행동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카반 왕국군 에 충성하고 출세하려 했다.

    남상수는 이를 갈았다.

    “고 상사!”

    “네! 중대장님!”

    “부대원을 모아라! 지금까지 했던

    행동을 바로잡아야겠다.”

    남상수가 부른 고 상사 역시 세뇌 가 풀리면서 남상수와 비슷한 생각 을 하고 있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중대장님!” 남상수에게 대답한 고 상사는 바로 마나를 목소리에 실어 소리쳤다.

    “중대원 전원 집합!”

    고 상사가 소리치자 여기저기서 사 람들이 빠르게 뛰어나왔다. 200명 가까이 되었다.

    그리고 남상수 앞에 질서 정연하게 섰다.

    남상수는 주먹을 쥐고 소리쳤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대한민

    국 군인이 지금까지 그 의무를 외면 하고 있었다! 세뇌 때문이라는 변명 은 필요 없다. 세뇌가 풀린 지금 나 는 대한민국 군인의 임무를 다하고 자 한다.”

    남상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부대원 의 스윽 둘러봤다. 모두 눈빛이 빛 났다.

    “이곳에 오기 전에 만난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바로잡을 기회 가 온다면 주저하지 말고 잡으라 고!”

    이성진의 말이 남상수를 통해 부대 원뿐만 아니라 주변 다른 사람들에 게까지 전해졌다. 사람들이 남상수

    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오늘 마지막이 될지도 모 를 임무를 완수하러 갈 것이다.”

    남상수가 손을 들어 카반 왕국군 진영을 가리켰다.

    “목표는 카반 왕국군이다!”

    세뇌를 당한 것뿐이지 주변 상황이 나 기억은 온전했다. 오르쿠가 이성 진의 편인 것을 안다.

    세뇌가 풀린 지금 이 상황도 이성 진이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 른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이 나라 이 땅의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군 인이 되자!”

    남상수는 더는 말하지 않고 조금 전 자신이 가리켰던 카반 왕국군 진 영으로 뛰었다. 그러자 남상수의 부 하 200명이 일제히 따르기 시작했 다.

    그런데 남상수의 부하 200명만 움 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남상 수와 남상수의 부하들이 포섭한 사 람들도 같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티모시 장군이 있는 진영으로 달려 갔다.

    그냥 달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싸우자!] 누군가 소리쳤다.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싸우자라는 말을 듣고 꽤 많은 사람 이 움직였다. 대부분 군인이었거나 의무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군중 심리라는 것이 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움직이자 아무 생 각 없이 같이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 다.

    남상수를 선두로 사람들이 달리자 중간에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있던 카반 왕국군 병사들이 어 떻게 해서든 막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숫자에서 밀렸다. 세뇌가 풀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병사를 몇 명 배치 안 했기 때문이

    었다.

    같은 마법 도구를 가졌다. 더군다 나 대부분 초인의 능력을 가졌다.

    카반 왕국 병사는 순식간에 파도같 이 밀려오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사 라졌다.

    카반 왕국 병사들이 티모시 장군이 있는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지구인 병사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 을 확인한 티모시 장군은 아슬란 공 왕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 다.

    그렇지 않고서는 세뇌당한 지구인 이 저렇게 나오지 않는다.

    “기사단 2천 명과 마법 병단 1만

    명을 움직여 저놈들을 죽여라!”

    티모시 장군의 명령에 참모는 바로 기사단과 마법 병단에 명령을 내렸 다. 기사단 2천 명과 마법 병단 1만 명이면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하지만 그건 오르쿠가 가만히 있을 때 이야기다.

    티모시 장군이 명령을 내릴 때 하 늘의 검 역시 명령을 내리고 있었 다.

    “크홍! 위대한 왕께서 성공하셨다. 저들을 봐라! 카반 왕국군을 향해 달려간다. 저들을 도와야 한다.”

    하늘의 검은 카반 왕국군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킁! 위대한 왕과 그의 백성들을 위하여! 싸워라! 그리고 이겨라! 전 진하라!”

    하늘의 검이 하늘의 딸을 쳐다봤 다. 그러자 하늘의 딸은 다시 모든 주술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주술사들이 오르쿠에게 주술을 걸 자마자 오르쿠들은 흥분하며 전사의 함성을 외치며 카반 왕국군을 향해 돌진했다.

    돌진하는 오르쿠의 맨 앞에는 하늘 의 검이 있었다.

    다시 만든 거대한 대검을 높이 들 고 뛰었다.

    카반 왕국군은 일제히 돌진하는 오

    르쿠를 막기 위해 방어막을 만들고 남은 전차를 동원했다.

    하지만 하늘의 검과 그를 따르는 검은 전사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카반 왕국군을 봐줬다 는 듯이 거칠게 몰아 붙였다. 하늘 의 검과 검은 전사단 앞에서는 방어 막도 소용없었다.

    만드는 즉시 깨졌다. 전차가 쏘아 대는 마나포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 다. 어렵게 만든 전차들만 계속 부 서지고 있었다.

    티모시 장군은 아슬란 공왕의 명령 을 기다리다가는 전멸할 것 같았다.

    “기사단을 집중해 하늘의 검과 검

    은 전사를 막아라! 그 뒤를 마법 병 단이 받친다.”

    결국 남상수 쪽으로 가던 기사단과 마법 병단은 방향을 돌려야 했다. 대신 일반 병사가 남상수 쪽을 막았 다.

    카반 왕국군은 간신히 기사단과 마 법 병단으로 검은 전사단의 발을 묶 고 일반 오르쿠 전사를 상대하려 했 다.

    하지만 하늘의 검을 막을 상대가 없었다. 마이크 기사단장과 그의 직 속 기사단이 하늘의 검을 막아야 하 는데 이곳에 없다.

    결국 하늘의 검 때문에 기사단 일

    부가 괴멸되고 검은 전사들이 거침 없이 카반 왕국군을 유린하기 시작 했다.

    티모시 장군은 패배했다는 것을 알 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멸이다.

    남은 병사라도 성으로 후퇴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슬란 공왕에게 무슨 일이 있기는 하지만 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을 방패삼아 버티면서 방법을 찾 으려면 최대한 많은 병사를 살려서 데리고 가야 했다.

    “얀스 장군!”

    “네.”

    “장군의 마법 병단과 병사들을 데

    리고 성으로 후퇴하시오!”

    얀스 장군은 티모시 장군이 끝까지 남아 오르쿠를 막을 생각인 것을 알 았다. 하지만 티모시 장군에게 함께 후퇴하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얀스 장군 역시 티모시 장군과 같 은 생각이었다. 최대한 많은 병사를 살려서 성으로 돌아가야 했다.

    누군가는 오르쿠를 끝까지 막아 줘 야 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켈빈 마법술사는……

    바로 죽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엄청 난 크기의 은빛 새가 날아오르는 것 이 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홀로

    그램 같은 마법 영상이었다.

    광범위 세뇌 마법을 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것이다.

    티모시 장군은 물론 카반 왕국군은 날아오르는 은빛 새가 무엇인지 알 고 있었다.

    드비쉬 공왕가의 문장이니까. 그리고 바로 맥칼란이 나타났다.

    [카반 왕국군은 무기를 버리고 항 복해라. 이 명령은 아슬란 폰 드비 쉬의 뒤를 이은 맥칼란 폰 드비쉬의 명령이다.]

    카반 왕국군은 맥칼란의 명령대로 무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은빛 새가 날아

    올랐다. 공왕이 아니고서는 나타나 게 할 수 없는 새였다.

    그리고 어차피 항복하지 않으면 죽 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 빨리 무기를 버리기 시작한 것도 있었다.

    카반 왕국군 지휘부는 아슬란 공왕 이 죽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어릴 때 죽은 줄 알았던 맥칼란이 나타난 것이 놀랍기는 했다.

    하지만 아슬란이 죽었다면 맥칼란 이 뒤를 이어 공왕이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은빛 새가 날아올랐으니 공왕이 되 는 절차도 끝난 것이다.

    카반 왕국군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

    하기 시작했는데도 오르쿠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이성진이 마법 영상에 나타났 다.

    [오르쿠와 소인족 연합군은 카반 왕국군의 항복을 받아 주고 더는 죽 이지 마라.]

    이성진의 말 한 마디에 오르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격을 멈췄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쳤다.

    [킁! 위대한 왕! 사신 S!]

    오르쿠의 함성이 멀리 퍼져 나갔 다. 승리의 함성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전투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세뇌를 확실하게

    푸는 것과 맥칼란이 원한 민주주의 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쉽게 되는 일은 없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카 반 왕국군이 많았다.

    오히려 이성진에게는 더 잘된 일이 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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