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33화 (33/50)
  • 3장. 계획을 앞당기다.

    켈빈은 이성진이 투구를 벗자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을 나타냈다. 아슬란 은 이성진이 투구를 벗는 것을 보느 라 켈빈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지 못 했다.

    “오호. 얼굴에 상처가 있다고 들었 는데 아니군.”

    켈빈은 아슬란 공왕에게 왜 상처가 없는지 둘러댈 말을 생각하느라 정 신없었다. 하지만 둘러댈 필요가 없 었다.

    “얼굴을 드러내 놓고 다니기 힘들 겠어. 들러붙는 여자들이 많은데 말 을 못 하니.”

    생각보다 잘생긴 이성진의 얼굴을 보고 한 아슬란의 착각이었다. 오늘 따라 아슬란은 착각을 너무 많이 했 다. 어떻게 보면 권력의 정점에 있 는 아슬란 공왕이기 때문에 그러는 지도 몰랐다.

    아슬란의 생각과 말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옳습니다!’ 로 끝난다. 평생 을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아슬 란 공왕이다.

    “이제 내 제의에 고개를 끄덕일 것 인지 흔들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간

    이야! 브리더!”

    아슬란은 이성진의 눈을 똑바로 바 라봤다. 그렇게 10시간 같은 10초쯤 지났을 때 아슬란이 갑자기 눈을 피 하며 손을 들었다.

    “고개 흔드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 다.”

    아슬란은 이성진의 얼굴과 눈을 보 고 확실하게 마음을 정했다. 이성진 이 투구를 벗을 때까지만 해도 켈빈 만 꽉 잡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 다.

    켈빈의 개인 경호 기사이니 엘 파 나의 검은 사신 으를 상대하라고 명 령하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슬란이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눈을 돌린 것은 두 번째였다.

    브리더가 본능적으로 자신이 두려 움을 느낄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절대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렇다고 켈빈의 개인 경호 기사로 계속 둘 수도 없었다.

    둘 중 하나다. 부하로 만들거나 죽 이거나.

    “3일 주겠다.”

    그래도 아슬란은 이성진을 얻고 싶 은 욕심이 더 컸다.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은 3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바로 죽였다.

    “3일 후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아슬란은 충성을 맹세하라고 하면 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본 켈빈은 다급하게 나섰다.

    “아슬란 공왕 전하! 3일 후까지 제 가 브리더를 설득하겠습니다.”

    평소라면 자신을 무시하냐고 불같 이 화냈을 아슬란이 기뻐하며 말했 다.

    “오! 켈빈! 그렇게 해 주겠나?”

    “아슬란 공왕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켈빈은 속으로 설득한다고 했지 이 성진이 아슬란 공왕에게 충성하게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 나는 켈빈만 믿고 기다리 지.”

    켈빈은 아슬란이 그냥 믿고 기다리 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켈빈. 브리더와 함께 먼저 나가 보게.”

    평소라면 같이 나가지 않냐고 물어 봤을 켈빈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성 진과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

    다.

    “알겠습니다. 공왕 전하!”

    켈빈은 이성진에게 빨리 나가자고 손짓했다. 그러자 이성진은 아슬란 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투구를 썼다.

    아슬란은 인사도 하지 않고 켈빈의 뒤를 따라 나가는 이성진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위로 올라가자 아슬란은 꽉 쥔 주먹을 폈다. 손바닥이 홍건 할 정도로 땀이 나 있었다.

    이렇게 긴장해 본 적이 언제인지 모른다.

    “후우! 어쩌면 내가 주는 힘이 없

    이도 그놈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몰 라!”

    아슬란은 손을 폈다 접었다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바로 위로 올라갔다.

    켈빈의 예상대로 그냥 있을 아슬란 공왕이 아니었다. 켈빈과 이성진에 게 감시를 붙이기 위해서였다.

    켈빈은 이성진과 올라오자마자 내 성 입구로 갔다. 마차를 타고 저택 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마차에 타자마자 켈빈은 이성진을

    향해 참고 있던 말을 했다.

    “아저씨! 왜 투구를 벗으셨어요?”

    “그 상황에 아슬란 공왕의 말을 거 부했으면 어땠을 것 같냐?”

    아슬란 공왕이 엘 파나에서 검은 사신 으의 정보를 모으고 파악한 것 처럼, 이성진 역시 아슬란 공왕의 정보를 파악했었다.

    켈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성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벗겼겠죠. 아니면 아슬란 공왕의 명령을 어긴 죄를 물 었을 테고요.”

    “맞아. 자기중심적이고 이루고 싶 은 것을 못 이룰 때는 신경질적이

    되면서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해 버리 는 정신이상자가 아슬란이지.”

    이상한 성격만 빼면 합리적이고 자 기 사람을 끔찍하게 아끼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상한 성격 때문에 괜 찮은 사람 자체가 될 수 없지만.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요? 3일 후에 진짜 브리더를 데리고 가면 아 슬란 공왕은 바로 눈치챌 거예요.”

    “3일이 지나기 전에 아슬란 공왕에 게 큰일을 만들어 주면 되지.”

    “큰일이요?”

    켈빈은 아슬란이 이성진에게서 관 심을 돌릴 큰일이 무엇인지 생각했 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설마 아슬란 공왕을 공격하시려고 요?”

    아슬란 공왕이 아무리 마르지 않는 마나를 공급받는다 해도 이성진에게 공격당하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 다.

    아슬란 공왕도 머리나 심장이 뚫리 면 죽는 인간이다.

    하지만 켈빈의 생각은 틀렸다.

    “아니. 그건 위험해.”

    이성진이 고개를 흔들며 위험하다 고 말하자 켈빈은 아슬란 공왕이 관 심을 가질 만한 일이 뭐가 있나 생 각했다. 그리고 곧 이성진이 무엇을 할지 알았다.

    “오르쿠를 끌어들일 생각이시군 요!”

    “맞아!”

    “하지만 마나막을 잠시 차단하는 것은 몰라도 완전히 차단하거나 열 수는 없어요.”

    켈빈은 아슬란 공왕이 큰일이라고 생각하고 직접 움직이려면 꽤 많은 오르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마나막을 잠시 차단하거나 여는 것 만으로 오르쿠를 많이 데리고 올 수 없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해야지.”

    “아저씨가요?”

    이성진은 마법술사가 아니다. 맥

    아저씨가 지금부터 빨리 준비한다 해도 3일 안에는 할 수 없다는 것 도 안다. 그런데 어떻게 이성진이 알아서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못 믿냐?”

    “아니요. 아저씨를 믿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아저씨를 믿는 것 은 다른 이야기에요.”

    켈빈은 마법술사로서 이해할 수 없 어 수긍 못 하는 것이다. 그 어떤 마법술사도 지금부터 준비해 3일 안 에 많은 숫자의 오르쿠를 데리고 올 수 없다고 믿었다.

    이성진의 능력을 아직 파악하지 못

    해서 그랬다.

    이성진이 마법술사라면 마법술사처 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진 은 마법술사가 아니다.

    “내가 마나막을 넘어왔던 방법과 맥 아저씨의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거의 확신에 가까운 말투였다. 이 성진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켈빈은 그냥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15년 만에 만나기는 했다. 하지만 이성진이 한 모든 말과 약속은 지켜 졌다.

    “알겠어요. 그러면 맥 아저씨가 있 는 곳까지 빠르게 돌아가야겠네요?”

    켈빈은 이성진을 빠르게 돌려보낼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필요 없었다.

    “이 갑옷만 빌려주면 혼자 가는 것 이 더 빠르다.”

    “갑옷을 빌려 드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갑옷을 이성진 에게 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돌려줄게.”

    “돌려받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 에요. 어차피 아저씨 갑옷이에요. 아 직 완성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굳이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정도 방어력만 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

    아크리움 금속으로 만든 갑옷이다. 어지간한 공격은 무시해도 될 정도 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피하지 않고 공격할 수 있다.

    예전에 피하면서 한 번 공격했다면 최소 세 번 공격한다.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갑옷 안에 새긴 마법진도 사용 가능할 것 같고.”

    “네?”

    아직 갑옷 안에 마법진을 다 새기 지 않았다. 움직일 때 소리를 없애 는 마법과 마나 방패 마법 그리고 마나를 흡수해 이성진에게 공급하는

    마법진만 새겼다.

    공격 마법진은 새길 수 없었다.

    모든 마법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 어야만 사용 가능했다.

    그런데 이성진이 갑옷에 새겨진 마 법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소리를 없애는 마법진은 사용할 수 있던데?”

    “그게 가능해요?”

    “되더라고.”

    갑옷을 입을 때부터 이상한 반응이 있었다. 심장과 갑옷이 연결되는 듯 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마나석 가 루 때문인 줄 알았다.

    마나에 가장 민감한 곳이 심장이니 까.

    하지만 세뇌 마법진이 있는 지하에 내려가서 알았다. 엄청난 마나가 있 는 곳이다. 그런데 심장이 반응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마나를 흡수해 야 하는데 흡수 안 했다.

    아크리움 때문인 것 같았다. 외부 의 마나를 흡수해 차단하니까.

    조금 더 지나자 그것도 아니란 것 을 알았다.

    그리고 엘 파나에서 아크리움이 신 의 금속이라 불린다는 것을 기억했 다.

    신의 금속이라고 기억하자 갑옷이

    마치 피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갑 옷 안에 어떤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지도 알았다.

    자신의 몸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마 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마법 진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도.

    “어떻게요? 네‘?”

    그걸 켈빈에게 설명할 수가 없었 다. 그냥 어깨를 들썩였다.

    “설명할 수는 없어. 하지만 되는 데? 이렇게.”

    마주 보고 있는 켈빈을 향해 움직 였다.

    “어? 진짜 소리가 안 나네요.” 이성진이 소리 안 나게 움직이는

    것과 진짜 소리가 안 나는 것은 다 르다. 켈빈도 잘 알고 있었다.

    “신기하네. 정말 어떻게 했는지 가 르쳐 주실 수 없어요?”

    “어.”

    파나 신의 심장과 연관 있다는 것 은 확실했다. 그걸 말해 주면 켈빈 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려 할 것이 다.

    “어쩔 수 없죠. 혹시 짐작 가는 것 이 있으면 알려 주셔야 해요!”

    켈빈도 이성진이 무언가 말해 주지 않은 것을 안다. 하지만 이성진이 말해 주지 않았다면 이유가 있을 것 으로 생각했다.

    “ 알았다.”

    어느새 마차는 저택에 도착했다. 다시 켈빈의 개인 경호원처럼 마차 문이 열리자 먼저 내렸다. 그리고 켈빈이 내리려는 순간 마차 문을 닫 았다.

    이성진이 갑자기 마차 문을 닫자 시종이 당황했다. 하지만 이성진은 시종이 당황하든 말든 검을 뽑아 담 장 옆의 나무를 향해 던졌다.

    회전하며 날아가는 검은 나무를 스 쳐 지나가더니 부메랑처럼 돌아왔 다.

    쿠웅!

    그리고 나무의 윗부분이 잘려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나무만 떨어진 것 이 아니었다. 몸이 두 동강이 난 시 체 하나도 같이 떨어졌다.

    더는 숨어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을 안 이성진은 마차 문을 열었다. 켈빈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이 성진이 죽인 사람을 향해 뛰어가는 병사와 시종들을 봤다.

    « O

    M..•

    켈빈은 안경을 조정해 망원경처럼 멀리 있는 시체를 가깝게 봤다. 그 리고 시체의 정체를 눈치챘다. 아슬 란 공왕의 정보원이었다.

    그냥 정보원이 아니다. 마법 도구 를 가진 기사급 정보원이었다. 정보

    수집은 물론 암살까지 한다.

    “브리더! 들어가자!”

    켈빈은 이곳에서 이성진에게 말할 수 없어 저택으로 들어갔다. 시체는 병사와 시종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켈빈과 이성진이 들어오자 자투란 이 급하게 뛰어나왔다.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어! 밖에 아슬란 공왕이 보낸 그 림자의 시체가 있어!”

    켈빈의 말에 자투란은 깜짝 놀랐 다. 저택 내부까지는 못 들어와도 외부의 마법 도구와 마법진으로는 아슬란이 보낸 정보원을 막을 수 없 다.

    “혹시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그래 서 일찍 돌아오신 건가요?”

    자투란의 말에 켈빈은 대답하지 않 았다.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 분이 같은 편이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야 할 말이 있고 듣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안에 들어가자.”

    자투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걸어가는 켈빈의 뒤를 따라갔다. 그 러면서 이성진을 힐끗 쳐다봤다. 하 지만 투구에 가려진 이성진의 표정 은 볼 수 없었다. 아예 반응도 하지 않았다.

    켈빈은 개인 연구실에 들어가자마

    자 마법 도구와 마법진을 가동해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 했다.

    “스승님. 심각한 문제가 있군요.”

    그동안 한 번도 연구실의 보안 마 법 도구와 마법진을 가동하지 않았 다. 켈빈이 들어오자마자 가동하는 것을 보고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았 다.

    켈빈이 자투란에게 대답하기 전에 이성진이 먼저 말했다.

    “자투란에게는 켈빈이 설명해 주고 나는 바로 떠나야겠다.”

    자투란이 놀란 눈을 하고 켈빈과 이성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켈빈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슬란 공왕이 보낸 그림자가 저 택 밖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외성 밖으로 몰래 나가려면 준비할 것이 많아요.”

    “켈빈. 카반 왕성도 들어갔다 나왔 었다.”

    켈빈은 카반 왕국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한 왕성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이성진의 말을 듣고 할 말이 없었 다. 이 성보다 보안이 더 철저하면 철저했지 덜하지 않은 곳이기 때문 이었다.

    “그럼 잘 설명하고, 맥 아저씨 통 해서 연락할게.”

    “아저씨. 이 방 보안……

    이성진은 켈빈의 염려에도 불구하 고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고 나갔 다.

    켈빈이 당황하는 사이 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자투란이 급하게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퍼엉 하 는 소리와 함께 뒤로 튕겨 나갔다.

    켈빈은 기절한 자투란을 살피지 않 고 빠르게 보안을 해제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성진은 벌 써 사라지고 없었다.

    저택 안의 그 누구도 밖으로 나가 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성진은 어느새 저택을 벗어나 외

    성 가까이 가 있었다.

    성벽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힘 들지 안에서 밖으로 나가기는 쉽다. 원래 성벽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 해 세우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성진이 빠르게 움직 이는 것을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한 다는 것이었다.

    분명 경비 서는 병사 두 명 옆을 스쳐 지나갔다. 병사 두 명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서 있었다.

    성벽을 올라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 의 옆을 스윽 지나간 다음 성벽 밖 으로 몸을 날렸다.

    그냥 날아올라서는 안 된다. 아무 리 마나를 이용해 인식 못 하게 한

    다 해도 날아오르는 순간 보안 마법 진과 마법 도구에게 걸린다.

    성벽에 손을 대고 미끄러지며 내려 왔다. 이성진이 지나가는 주변 마법 진과 마법 도구는 이성진을 감지하 지 못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마나막을 통과했 던 원리의 응용이다. 마법진과 마법 도구는 마나로 상대를 인식한다.

    쉽게 현대 과학 원리로 말하자면 레이더를 생각하면 된다. 전파를 쏴 서 반사되는 전파로 상대방을 탐지 한다. 그래서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도료를 발라 레이더에 안 걸리는 스 텔스 기능을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이성진은 마법진과 마 법 도구의 범위 안에 있는 감지 마 나를 그냥 통과시킨다. 마나에 변동 이 없으니 마법진과 마법 도구가 반 응하지 않는다.

    물론 걸리지 않고 움직일 때 가능 한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걸리면 수 동으로 마법진과 마법 도구를 가동 할 수도 있다.

    또한, 공격으로 인해 이성진이 급 격하게 움직이면 마나를 모두 통과 시킬 수 없다.

    그래서 성벽을 미끄러지듯 내려가 는 것이다. 성벽에 붙어 있으면 발 견하기 어려우니까.

    이성진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 든 방법이었다.

    성벽 끝 바닥에 다다라서는 땅에 내려서지 않고 성벽을 박찼다. 수십 미터를 직선으로 날아갔다. 바닥에 도 수없이 많은 마법 도구가 설치되 어 있다.

    지뢰처럼.

    여기서 카반 왕국군의 실수 아닌 실수가 드러났다.

    병사들은 마법 도구로 완벽하게 보 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셀 수도 없는 마법 도구와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 다. 그 누구도 걸리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그 자부심을 뛰어넘는 이성진이란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만약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가 이 곳에 있다는 것만 알았어도 카반 왕 국군은 더 철저하게 경비했다. 그렇 다고 이성진이 움직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겠지만.

    이성진은 성을 벗어나 서쪽으로 달 렸다. 도로를 따라 달리는 것이 아 니다. 언덕과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넜다.

    산 위에도 카반 왕국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마법 도구로 넓은 지역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도 이성진을 감지해 내 지 못했다.

    1시간 정도 걸려 대전시 외곽에 도착했다. 대전시 안으로 들어가기 는 더 쉬웠다. 건물 그늘과 옥상을 이용했다.

    맥 아저씨가 있는 건물은 빌딩 사 이 골목 허름한 건물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지나칠 필요가 없었다.

    맥 아저씨가 있는 건물에 도착했 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보안 모드였다. 이성진이 문에 손을 대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냐!”

    맥 아저씨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이 없기 때문 이었다. 그리고 검은색 갑옷과 투구 를 입었으니 이성진인 줄 몰랐다.

    이성진은 빠르게 투구를 벗었다.

    마법 도구와 마법진을 또 망가뜨리 기 싫어서였다. 이성진이 투구를 벗 자 공격하려던 맥 아저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어떻게 온 거냐?”

    맥 아저씨는 분명 이성진이 어제 성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이나 돌아올 줄 알았다.

    “상황이 급하게 변해서 어쩔 수 없 이 돌아왔습니다.”

    “그래?”

    그래라고 말하면서 맥 아저씨는 이 성진에게 다가와 갑옷을 손으로 만 져 보기 시작했다. 이성진이 마법 도구와 마법진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속 물질인 갑옷이 마법 도구와 마법진에 걸리지 않는 것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뭐야? 왜 마나를 홉수해?”

    맥 아저씨는 이성진의 갑옷을 파악 하기 위해 마나를 움직였다. 그런데 마나가 흔적도 없이 갑옷 안으로 사 라졌다.

    “이거 혹시 켈빈이 준 거야?”

    “네.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 에요.”

    맥 아저씨도 켈빈이 아크리움 금속 으로 갑옷을 만드는 것을 알고 있었 다. 하지만 집적 보지는 못했다.

    마법술사인 맥 아저씨에게 지금 중 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마법 도구였 다. 이성진이 입고 있는 갑옷.

    “위에는 잘 제련된 강철인데……. 아크리움을 섞은 것이 아니야! 그렇 다면 안쪽에 아크리움을……

    “맥 아저씨! 마나막 차단 마법 도 구 얼마나 진행되었어요?”

    “마나를 흡수하는 것으로 봐서

    맥 아저씨는 이성진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3일 안에 오르쿠를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크리움이 제대로 작용 하려……. 뭐? 3일?”

    그래도 오르쿠를 3일 안에 데리고 와야 한다는 말은 들린 것 같았다. 황당하다는 맥 아저씨의 표정이 보 였다.

    “성진아! 이쪽 마나막을 연다고 해 도 오르쿠 쪽 마나막의 성질을 파악 해서 여는 데 최소 하루는 걸린다.”

    대전시에서 오르쿠 지역까지 가서 마나막을 차단하고 넘어가는 데 하

    루다. 오르쿠 지역 마나막을 차단하 는 데 하루다.

    3일 중 2일을 사용한다. 남은 하루 만에 오르쿠를 데리고 올 수는 없었 다.

    “이쪽 마나막을 차단해 열 수는 있 다는 거죠?”

    “그거야 당연하지. 이쪽과 오르쿠 가 있는 쪽까지 동시에 차단할 마법 도구를 만드느라 시간이 걸리는 거 지.”

    “그럼 마법 도구 챙기세요. 지금 당장 갈 겁니다.”

    맥 아저씨는 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준비가 안 되었다는데 어딜 가!”

    “나머지는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

    아요.”

    이성진이 할 수 있다고 말하자 맥 아저씨는 다른 말을 안 했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 는 이성진이니까.

    “알았다. 금방 챙기마. 진명아!”

    맥 아저씨는 마법 도구를 챙기면서 김진명을 불렀다. 그러자 2층에서 김진명과 김지영이 내려왔다. 성으 로 간 후 바로 세뇌를 풀고 이곳으 로 데려온 것 같았다.

    “네. 맥 아저씨, 부르셨습니까?”

    “컹!”

    “똘이야!”

    김지영은 갑자기 뛰어가는 똘이를 불렀다. 똘이가 뛰어간 이유는 당연 히 이성진 때문이었다. 똘이는 바로 이성진에게 뛰어올랐다.

    “알았다. 알았어.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떼어 놓고 가야 했어.”

    김진명과 김지영은 이성진이 서 있 는 것을 봤다. 김진명은 고개를 숙 여 인사했다. 세뇌가 풀리고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알았다. 이성진을 만나지 않았다면 계속 세 뇌당한 상태로 살았을 것이다.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내 말

    잘 들어라!”

    맥 아저씨가 마법 도구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소리쳤다.

    “네. 말씀하세요.”

    “며칠 집을 비울 거다. 이거 딸하 고 하나씩 가지고 있어라. 그리고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마라.”

    맥 아저씨가 목걸이 두 개를 던졌 다. 김진명은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알겠습니다.”

    맥 아저씨가 집 밖으로 나가지 말 라면 나가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김진명은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 다. 세뇌당한 것과는 다르게 마법술 사로서 궁금한 것들이 맥 아저씨 집

    안에는 넘쳐 났다.

    그것을 보고 연구하는 것만으로 바 쁘다.

    “성진아! 똘이도 데리고 갈 거냐?”

    맥 아저씨의 말에 똘이가 눈을 크 게 뜨고 이성진을 바라봤다.

    “지영 씨하고 같이 있어라. 이 두 사람을 지켜라.”

    똘이는 이성진을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진의 마지막 말 ‘지켜 라.’라는 말 때문에 갈 수 없었다. 명령이자 임무다.

    이성진의 동료이자 부하인 똘이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컹!”

    “그래! 금방 올 거다.”

    “ 컹!”

    똘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지영 의 곁으로 갔다. 김지영 역시 세뇌 가 풀린 상태였다. 이성진이 고마웠 다. 고맙다고 말을 하려는 순간 맥 아저씨의 준비가 끝났다.

    “성진아 가자!”

    “네.”

    이성진이 투구를 썼다. 그리고 맥 아저씨와 함께 바로 나갔다. 맥 아 저씨가 나가자 건물은 완벽한 보안 상태로 바뀌었다.

    “그런데 어떻게 갈 거냐?”

    이성진이야 빠르게 갈 수 있다. 하

    지만 맥 아저씨는 자신이 빠르게 가 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은밀하게 빠져나가야 한다.

    “업히세요.”

    맥 아저씨는 바로 이성진의 등에 업혔다.

    “흐흐. 내가 성진이 네 등에 업혀 도 보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만 좋아하시고 투명 마법 도구 나 꺼내세요.”

    “어? 그건 어떻게 알았냐?”

    “안 보인다고 해서 제가 모를 줄 알았어요? 맥 아저씨니까 엘 파나에 서 몰래 나가는 것을 모른 척해 준 것뿐이에요.”

    맥 아저씨는 어쩐지 너무 쉽게 돌 아다닐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모르는 척한 거냐?”

    “가서는 안 되는 곳은 절대 안 가 셨잖아요. 그리고 외부로 나갔다 오 는 경우가 더 많았고요.”

    맥 아저씨는 그러고 보니 몰래 나 갔다가 오면 이성진이 찾아 왔었던 것이 기억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엉뚱한 짓을 하지 않을까 싶어 감시 한 것이다.

    “이런 능구렁이 같은 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요. 갑니 다.”

    “잠깐만!”

    맥 아저씨는 바로 투명 마법 도구 를 꺼냈다. 그러자 이성진과 맥 아 저씨의 모습이 사라졌다. 투명 마법 도구는 모습만 보이지 않게 하지 소 리나 열 그리고 마나는 숨길 수 없 었다.

    이성진이 맥 아저씨의 소리와 열 그리고 마나까지 자신의 마나로 둘 러싸 그 누구도 감지할 수 없게 했 다. 그리고 이성진이 마나막을 통과 했던 곳으로 뛰었다.

    “우웨웩!”

    맥 아저씨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 분이 무엇인지 알았다. 2시간 가까 이 위로 아래로 좌측으로 우측으로 계속 흔들렸다.

    그것도 시속 120km의 속도를 유 지하면서 말이다.

    멀미가 안 날 리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마나막이 있는 곳에 도착해서 속에 있는 것을 게워냈다는 것이다.

    “괜찮으세요?”

    “이게 괜찮아 보이냐……. 우 욱..”

    맥 아저씨는 안 괜찮다고 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마나막 차단해야 해요.”

    맥 아저씨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긴 막대기 같은 것을 꺼내 이성진에 게 던졌다.

    “그거 대고 분리하면 된다. 우욱.” 막대기는 두 개가 붙어 있는 것이 었다. 마나막에 대라는 것 같았다.

    마나막에 막대기를 대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아랫부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창문을 열듯 마나막이 차단 되며 사라졌다. 정확하게 사람 한 명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 다.

    이제 속이 좀 진정되었는지 맥 아 저씨가 가방에서 다른 막대기를 꺼 냈다.

    “이걸 옆에 붙여서 똑같이 하면 더 넓어진다.”

    맥 아저씨에게 막대기를 받아 바로 옆에 붙여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 자 사람 2명 정도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지금 50개 정도 있다. 2시간 유지 된다. 1시간 후에 다시 차단할 수 있고.”

    “네. 고생하셨어요. 일단 되는 것 알았으니 이곳에서 기다리고 계세 요.”

    “어?”

    이성진이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를 다시 올려 마나막에서 뗐다. 그리고

    맥 아저씨에게 한 개만 주고는 바로 마나막을 넘어갔다.

    이성진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을 본 맥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 다.

    “저놈 아무리 봐도 괴물이야. 아니 이제 신이 된 괴물인가?”

    맥 아저씨는 고개를 흔들면서 마나 막을 차단하는 마법 도구를 꺼내 다 시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이성진은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를 가지고 오르쿠 지역 마나막 앞까지 갔다.

    마법 도구를 오르쿠 지역 마나막에 댔다. 하지만 조금 전처럼 딱 달라 붙지 않았다.

    마나막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라 는 것을 잘 안다. 이성진은 마법 도 구의 마나의 성질을 오르쿠 지역 마 나막 성질과 비슷하게 바꾸기 시작 했다.

    똘이에게 했던 것과 똑같다.

    그러자 마법 도구가 마나막에 딱 달라붙었다.

    이성진이 아랫부분을 잡고 내렸다.

    마나막이 훌륭하게 차단됐다.

    지금 50개가 있다. 25개씩 설치하 면 한 번에 25명씩 넘어올 수 있다. 오르쿠를 대기시켜 놓은 다음 뛰라 고 하면 2시간 동안 꽤 많이 넘어 올 수 있었다.

    다시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를 올 린 다음 뗐다. 그리고 오르쿠 지역 으로 넘어갔다.

    하늘의 검을 만나 최소 5만 명 이 상의 오르쿠를 동원해야 했다.

    이성진이 오르쿠 성을 향해 달렸 다. 그런데 10분도 되지 않아 멈췄 다.

    “유투진! 오피앙! 너희들이 왜 여

    기 있어?”

    2만 명의 소인족이 주둔하고 있었 다. 그리고 오늘도 마나막을 연결하 는 연구를 위해 유투진과 오피앙이 마나막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색 갑옷을 입은 이성진이 나타나 소리쳤다.

    유투진과 오피앙을 경호하는 소인 족과 오르쿠들이 무기를 뽑아 들고 경계했다.

    이성진은 바로 투구를 벗어 얼굴을 보여줬다. 그러자 오르쿠들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오르쿠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한마 음 한목소리로 외쳤다.

    “크흥! 위대한 왕을 뵙습니다!”

    오르쿠들이 이성진을 보고 위대한 왕을 뵙는다고 외치자 유투진과 오 피앙은 깜짝 놀랐다.

    이성진이 오르쿠의 왕이 된 것은 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극진하게 왕으로 대접하는 줄은 몰랐다.

    꼭 왕보다 더한 존재를 만나는 것 처럼 행동했다.

    “누가 가서 주술사를 불러와라. 하 늘의 검을 불러야겠다.”

    이성진의 말에 오르쿠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그리고 주술사를 부르기 위해 달려

    갔다.

    “나머지는 일어나라!”

    오르쿠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이성 진은 유투진과 오피앙에게 다가갔 다.

    “너희들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이성진의 말에 유투진과 오피앙은 정신을 차렸다. 오피앙은 이성진에 게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투진을 쳐다봤다.

    그러자 유투진이 기쁜 얼굴로 대답 했다.

    “아저씨를……. 아니 위대한 왕을 찾기 위해 마나막을 연구했습니다.”

    오르쿠들이 이성진을 어떻게 생각

    하는지 알기 때문에 유투진은 눈치 껏 위대한 왕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저씨보다 위대한 왕이라 고 부르는 것이 더 멋있어 보였다.

    “거제도의 마나막과 이쪽 지역의 마나막의 성질을 파악해 서로 연결 했습니다.”

    “서로 연결해?”

    이성진은 유투진이 마나막의 성질 을 파악해 연결했다는 말을 듣고 놀 랐다.

    유투진의 마법적 지식이 거의 맥 아저씨와 비슷했다.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위대한 왕께서 위험하실지 모른다

    는 생각에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저 희의 착각이었지만요.”

    유투진을 비롯한 친구들은 이성진 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 가졌 었다. 빨리 찾아서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이성진에게 돌려주려 했다.

    “그러면 오르쿠 지역 마나막을 열 수 있어?”

    이성진의 질문에 유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르쿠 지역 마나막까지만 열 수 있습니다. 위대한 왕께서 넘어가 신 지역의 마나막 성질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유투진 만약……. 내가 넘어간 지역 마나막의 성질을 알 수 만 있으면 통로를 만들 수 있다는 거네?”

    유투진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렇습니다. 성질만 제대로 파악 하면 마법진으로 마나막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잘하면 굳이 맥 아저씨의 마법 도 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 다.

    “그래? 잘되었네. 그리고 다른 애 들도 왔네?”

    소인족 주둔지에서 달려오는 소인

    족들이 있었다. 멀리서 달려와도 누 군지 알 수 있었다.

    “아저씨!”

    가장 빠르게 달려오는 소인족은 저 반카였다. 아무래도 크로우의 대장 이자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 다른 소인족보다 먼저 도착했다.

    “아저•…"

    저반카는 오르쿠들이 인상 쓰며 무 기를 드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 다. 끝까지 말했다가는 바로 공격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유투진이 저반카에게 말했다.

    “멍청이! 위대하신 왕께 아저씨라 니!”

    “아!”

    저반카도 오르쿠들이 이성진을 어 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 거 제도에서 처음 넘어왔을 때 하늘의 검과 강한결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봤다.

    하지만 이성진을 보고 너무 반가워 잊고 있었다.

    저반카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머리 를 숙였다.

    “나의 유일한 왕이시자 위대하신 왕을 다시 뵙습니다.”

    저반카의 말에 유투진과 오피앙은 아차 싶었다. 자신들도 이성진을 다 시 만나면 저반카처럼 멋지게 이성

    진을 향해 인사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뜻밖의 만남이라 잊고 있었다.

    그래도 오피앙은 한쪽 무릎을 꿇었 다.

    “소인족의 왕이시자 오르쿠의 위대 한 왕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피앙은 저반카보다 더 길게 말했 다. 그리고 저반카를 슬쩍 보며 씨 익 웃었다. 하지만 저반카는 오피앙 이 더 길게 말한 것 따위에 관심 없었다.

    “내가 언제 소인족 왕 한다고 했 냐? 일어나라.”

    이성진은 자신이 소인족의 왕이 되

    기로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이성진 생각일 뿐이었 다.

    유투진은 왜 이성진이 소인족의 왕 인지 설명했다.

    “소인족의 왕이시자 오르쿠의 위대 한 왕이시여. 거제도에서 마지막에 있었던 일을 잊으셨습니까?”

    “잊지 않았어. 마나막 생성 마법진 을 세뇌 마법진으로 고쳤잖아.”

    “맞습니다. 그 중심에는 위대한 왕 께서 계셨습니다. 우리 소인족은 그 때부터 위대한 왕을 왕으로 모셨습 니다.”

    이성진은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있 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이성진은 자신의 모습이 홀로그램처럼 공중에 나타나 무슨 말을 한지 모른다.

    유투진이 입력한 대로 이성진의 모 습이 이성진의 목소리로 말한 것이 다.

    “쉽게 말해서 소인족은 물론 거제 도의 인간들 대부분이 위대한 왕을 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투진의 말에 이성진은 한숨을 쉬 며 말했다.

    “더 쉽게 말해서 내가 왕이라고 세 뇌한 거네?”

    “맞습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지금은 소인족의 왕이니 뭐니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고, 유투진 너 나 따라와라. 마나 막을 열어 보게.”

    “알겠습니다.”

    어차피 마나막을 넘어가 카반 왕국 지역 마나막 성질을 연구하려 했다.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이성진과 함께 유투진이 가자 저반 타와 오피앙도 따라갔다. 소인족과 오르쿠들은 경호하듯 둘러싸고 갔 다.

    마나막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유투진, 마나막 열어 볼래?”

    “네.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유투진은 마나석이 박힌 마법진을 꺼냈다. 그리고 마나막에 대고 마법 진을 가동했다. 그러자 마나막이 일 정 부분 사라졌다.

    “뭐야?”

    맥 아저씨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갑자기 마나막이 사라지고 소인족과 오르쿠가 보이니 놀랐다. 반사적으 로 마법 도구를 사용해 공격하려다 가 이성진이 같이 있는 것을 보고 가까스로 멈췄다.

    “유투진 너는 나하고 같이 넘어가 자. 나머지는 여기서 기다려. 곧 다 시 올 테니까.”

    유투진의 손을 잡고 넘어갔다. 나 머지는 이성진의 명령대로 마나막 앞에서 기다렸다.

    “성진아, 이 소인족은 누구냐?”

    “유투진이라고 제가 엘 파나에서 알았던 사이에요.”

    “아! 그 소인족 아이 중 하나구 나.”

    맥 아저씨는 이성진이 소인족 마을 의 아이들을 구해 주고 보살펴 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법 도구를 사용해서 마 나막을 차단한 것 같지가 않다?”

    맥 아저씨는 마법술사답게 바로 알 아봤다.

    “네. 그렇지 않아도 유투진을 데리 고 온 이유가 마나막 때문이에요.”

    “응? 이 소인족과 마나막이 무슨 상관이 있는데?”

    맥 아저씨는 소인족 중에 뛰어난 마법사나 마법술사가 있으리라고 생 각하지 못했다.

    “유투진 여기는 맥 아저씨야. 마법 술사이셔.”

    유투진은 이성진이 예의를 차리며 말하는 것으로 맥 아저씨가 뛰어난 마법술사라는 것을 알았다.

    “안녕하세요. 유투진이라고 합니다. 마법사입니다.”

    “오호. 마법사라.”

    유투진이 마법사라고 하나 맥 아저 씨도 눈치챘다. 마나막을 연 것이 유투진이다.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유투진 네 가 설명하는 것이 낫겠지. 거제도 지역 마나막과 오르쿠 지역 마나막 을 어떻게 연결했는지 맥 아저씨에 게 말해 줘.”

    “네. 위대하신 왕이시여!”

    유투진이 이성진을 보고 위대하신 왕이라고 말한 것보다 서로 다른 지 역의 마나막을 연결했다는 말에 맥 아저씨는 더 놀랐다.

    “진짜 네가 마나막을 연결했어?”

    “그렇습니다.”

    “어떻게?”

    맥 아저씨는 바로 유투진에게 관심 을 보였다.

    “으음……. 먼저 마나의 밀도를 측 정합니다.”

    “그렇지. 마나막의 밀도를 측정하 는 것이 기본이지!”

    “그다음 마나막의 밀도에 따른 성 질이 약간씩 다른 것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이성진이 알아듣기 힘든 마나 이론 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맥 아저 씨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탄성을 내 뱉으며 유투진의 말을 들었다.

    “이야! 너 천재구나! 거꾸로 파악

    해서 마나막의 원리를 거의 다 알아 내다니!”

    맥 아저씨가 감탄하며 천재라고 말 했다. 그런데 유투진은 눈을 크게 뜨고 맥 아저씨의 말에 깜짝 놀랐 다.

    “마나막의 원리를 아세요?”

    “그럼. 내가 기본 기술을 제공했는 데.”

    “제가 알기로는 카반 왕국의 켈빈 마법술사가 마나막의 기술을 제공하 고 카반 왕국이 만든 것으로……

    유투진의 말에 맥 아저씨가 씨익 웃었다.

    “켈빈이 내 제자다.”

    “아!”

    유투진은 나중에 켈빈을 만나 보고 싶었다. 종족의 특성상 마법사로 발 전하기 힘들다. 마법진을 이용하는 마법술사가 되는 것이 더 나았다. 그래서 켈빈을 만나고 싶었다. 카반 왕국에서 유명한 마법술사니까.

    켈빈을 만나면 마법술사의 가르침 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유투진이라고 했지?”

    “네.”

    “너 내 제자 해라.”

    “네?”

    “내 제자 하라고!”

    유투진은 맥 아저씨의 제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이성진을 쳐다봤다.

    “왜 나를 쳐다보고 그래? 맥 아저 씨는 어지간해선 먼저 제자 하라고 말 안 한다. 그냥 하겠다고 해!”

    “그렇지만……. 위대하신 왕을 모 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맥 아저씨의 제자가 되어 마법술사 가 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이성진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 컸 다. 이것 역시 세뇌와 파나 신의 심 장 때문이었다.

    이성진을 믿고 따른다. 거제도에서 광역 세뇌를 할 때 유투진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이성진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신성력을 접해 이성진에 대한 마음이 더 커졌다.

    “유투진! 맥 아저씨의 제자가 되어 마법술사가 되는 것이 나를 돕는 거 야.”

    이성진의 말에 유투진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정말이십니까?”

    “그래. 맥 아저씨와 유투진 네가 힘을 합치면 마나막과 마나막을 연 결하는 통로를 빠르면서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크흠……. 나 혼자도 가능하긴 한 데……

    유투진이 어떻게 마나막을 열었는 지 듣자 맥 아저씨도 중분히 가능하 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마법진을 만들 재료가 부족했다.

    “당연히 켈빈 마법술사의 스승님이 시니 가능하시죠!”

    유투진의 말이 맥 아저씨는 더 마 음에 들었다.

    “성진아! 유투진 내가 진짜 제자로 삼는다.”

    “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오늘 중으로 마나막 연결해서 통로 만드 세요.”

    맥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유투진 같은 제자가 생 겼는데 오늘 중으로 만들어야지. 하 지만 마법진을 만들 재료가 부족해. 특히나 마나석이 많이 들어!”

    “그건 제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 다.”

    유투진이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

    했다. 맥 아저씨는 일부러 유도한 것이다. 마나막을 연결하기 위해 연 구하러 온 유투진이다. 충분한 재료 가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 그럼 되었네. 재료 가지고 와라. 바로 시작하자.”

    “네•…". 맥•…"

    유투진이 뭐라고 불러야 하나 싶어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맥 아저씨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스승님이라고 불러라!”

    “네. 스승님!”

    “이번 일 잘 끝나면 켈빈도 소개해 주마. 켈빈도 성진이 저놈이 구해서 내 제자가 된 거야. 그러고 보니 내

    유일한 제자 두 명이 모두 성진이가 데려다 준 거구나.”

    맥 아저씨는 이성진에게 고마운 눈 빛을 보냈다. 마법술사로서 정점에 있다. 어중간한 마법술사는 제자로 받지 않는다.

    한 명도 찾기 힘든 제자를 이성진 은 벌써 두 명이나 찾아 줬다.

    “ 정말이요?”

    “그럼.”

    맥 아저씨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배 울 제자가 한 명 더 늘어난 것 같 아 좋았다. 그런 맥 아저씨의 모습 을 보면서 이성진은 뒤로 돌아 다시 오르쿠 지역으로 넘어갔다.

    하늘의 검이 달려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의 느낌대로 하늘의 검이 무 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푸홍! 하늘의 검이 위대하신 왕을 뵙습니다.”

    쿠웅 소리가 나게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빨리 달려왔네.”

    “크홍! 근처에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기는 했다. 하지만 오르 쿠 대전사가 전력으로 달려도 1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20분도 안 되어 달려왔다.

    이성진이 왔다는 소리에 그만큼 빠

    르게 온 것이다.

    “하늘의 검!”

    “크흥! 말씀하십시오! 위대한 검이 시여!”

    “나를 위해 싸워 줄 수 있나?”

    하늘의 검은 벌떡 일어났다.

    “킁! 위대하신 왕을 위한 싸움이라 면 얼마든지 할 것입니다. 모든 것 을 바쳐서!”

    “검은 전사를 포함한 오르쿠를 모 아라! 최소 5만 명 이상이다.”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내일 오전까지다.”

    하늘의 검은 눈을 크게 떴다. 5만 명을 내일 오전까지 모으려면 이렇

    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준비할 것 이 많다.

    전쟁은 숫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니 까.

    하늘의 검은 바로 부하들에게 주술 사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하는 동시 에 근처 오르쿠 주둔지에도 오르쿠 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명령을 모든 오르쿠에게 전한 다음 이성진에게 다가왔다.

    “크훙! 위대한 왕이시여! 왕의 적 은 누구입니까?”

    하늘의 검은 적이 누군지도 물어보 지 않고 이성진의 명령대로 전쟁 준

    비를 시작했다. 그만큼 이성진을 믿 고 따른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전쟁 준비를 시작한 지금 적이 누군지는 파악해야 했다.

    “크흥! 카반 왕국!”

    하늘의 검은 주먹을 쥐었다. 카반 왕국이면 아슬란 공왕이다. 카반 왕 국은 어려운 상대였다. 마법 도구로 무장했다. 그리고 숫자로 밀어붙인 다.

    엘 파나에서 봤던 카반 왕국군은 30만 명으로 기억했다.

    이성진이 검은 전사단까지 원한 이 유를 수긍할 수 있었다.

    “큰 피해를 입을지도 몰라.”

    전쟁을 안 하면 좋다. 하지만 오르 쿠가 넘어가는 순간 전쟁은 일어난 다. 최대한 빠르게 세뇌 마법진에 마법 도구를 설치해 세뇌를 풀 것이 다.

    하지만 그 전에 오르쿠와 카반 왕 국군이 싸울 수 있다.

    “크흥! 위대한 왕을 위한 싸움입니 다. 오르쿠는 위대한 왕을 위한 싸 움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 다.”

    하늘의 검은 그 어떤 피해를 입는 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단지 전쟁 에서 지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그리고 이성진이 원하는 전쟁을 해

    야 했다.

    그래서 하늘의 검은 이성진에게 목 적을 물었다. 목적 없는 전쟁은 없 으니까.

    “크홍! 위대한 왕께서 원하시는 싸 움은 어떤 것입니까?”

    이성진은 하늘의 딸과 대전사들이 오면 한 번에 말해 주려 했다. 하지 만 생각해 보니 하늘의 검에게 말해 주고 맡기는 것도 나을 것 같았다.

    어차피 카반 왕국군과 싸우는 것은 오르쿠다. 오르쿠를 지휘하는 것은 하늘의 검이다.

    “목적은 시간을 끄는 것이야. 카반 왕국군 안에 옛 친구들이 있어. 그

    러니까……

    이성진은 엘 파나에 세웠던 6왕국 중 그레이트 브리튼 왕국의 국민이 었던 사람들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노예가 되고 일부가 지구에서 세뇌 를 풀기 위해 카반 왕국군에 숨어 있다고.

    “하늘의 검이 아슬란 공왕을 상대 하는 동안 나는 세뇌 마법진에 마법 도구를 설치해 세뇌를 풀 거야.”

    “크홍! 위대한 왕께서 원하시는 대 로 될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정면 승부 하는 것이 오르쿠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성진 이 원하는 대로 아슬란을 성에서 끌

    어내고 시간을 끌려면 게릴라 전술 로 카반 왕국군을 습격하면 될 것 같았다.

    충분한 숫자가 모이지 않으면 카반 왕국군 따위는 상대가 안 된다.

    “그리고 지구의 인간들도 구하는 일이야.”

    지구의 인간들을 구하는 일에 오르 쿠를 이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하늘의 검은 콧바람을 내뿜 으며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말했다.

    “푸후홍! 위대한 왕이시여! 지구의 인간들을 구하든 말든 상관없습니 다. 위대한 왕께서 원하시는 일이라 면 그것이 곧 오르쿠가 원하는 것입

    니다.”

    오르쿠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전 폭적으로 믿고 따라 주는 것이 고맙 다.

    이성진과 하늘의 검이 대화하고 있 을 때 소인족과 함께 달려오는 사람 들이 있었다.

    “이성진 대령님!”

    강철진 소령이었다. 이성진이 왔다 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강 소령!”

    “크훙!”

    하늘의 검이 마음에 안 든다는 콧 바람을 내뿜으며 인상 썼다. 그러자 강철진은 자신이 너무 반가워 잘못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진을 껴안으려다가 바로 무릎 을 꿇었다.

    “위대한 왕 이성진 님을 뵙습니 다.”

    “하하! 강 소령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이성진의 말에 강철진은 고개를 혼 들었다.

    “아닙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지금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그리 고 그것은 위대한 왕이 되신 이성진 님이여야 합니다.”

    거제도에서 강철진은 지하 기지에 있었다. 덕분에 유투진이 준비한 세

    뇌 마법을 듣거나 보지 못했다. 이 성진에게 충성하는 것은 세뇌 때문 이 아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지금 말 그대로 미래를 위해 이성진을 왕으로 섬기 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정보 장교로서 최선의 판단이자 선 택이 었다.

    “위대한 왕께서는 소인족과 오르쿠 의 왕이십니다. 덕분에 거제도와 이 곳의 사람들은 노예가 아닌 사람으 로 대접받고 살 수 있습니다. 위대 한 왕이 아니셨다면 이루어질 수 없 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띄워 주지 않아도 돼!

    그리고 강 소령은 대한민국 육군 정 보 장교의 신분이야.”

    강철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쪽으로 넘어와서 오르쿠를 만나 보고 대한민국 육군 정보 장교의 신 분은 버렸습니다. 대한민국에 군대 가……. 아니 대한민국이 제대로 존 재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강철진의 말대로였다. 오르쿠 지역 까지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 만 카반 왕국 영역으로 넘어가서는 그 희망이 희미해졌다.

    이성진이 본 카반 왕국 영역에 큰 전투가 없었던 것 같았다.

    광역 세뇌에 당한 다음 카반 왕국

    군에 세뇌당했다.

    대전 위쪽 서울 경기 지방이라고 해서 카반 왕국 지역처럼 세뇌당하 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위대한 왕 이성진 님을 믿 고 따르며 잃어버린 땅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철진이 생각하는 최선이었다. 그 렇다고 엘 파나의 종족을 배척하지 않는다. 침략자이긴 했다. 하지만 이 성진 밑에서 하나로 모인 종족까지 침략자로 보기는 힘들었다.

    소인족과 오르쿠는 인간을 친구이 자 동료로 여기기 시작했다. 어제의 적이 친구이자 동료가 된 것이다.

    이성진의 목적은 서울까지 가서 딸 인 아라를 찾는 것이다. 서울까지 가려면 결국, 엘 파나의 종족을 모 두 싸워 이기거나 이성진이 굴복시 킬 수밖에 없었다.

    이성진이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강철 진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증거가 소 인족과 오르쿠다.

    “그래서 계속 나를 왕으로 부르겠 다고?”

    “그렇습니다. 소인족들 역시 이성 진 님을 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 다.”

    소인족 모두가 이성진을 제대로 못

    쳐다보고 있었다. 직접 보기 전에도 이성진을 왕으로 생각하며 어려워했 다. 그런데 직접 보니 더 어려웠다.

    두려움 따위가 아니다. 이성진이 꼭 주인같이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하든 따라야 하는.

    “좋아. 지금은 그렇게 해.”

    지금 강철진과 의미 없는 말싸움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이성진이 허락하 자 강철진은 일어나서 허리를 숙였 다.

    그리고 하늘의 검에게 다가갔다.

    “하늘의 검 님. 위대한 왕께서 하 신 명령이 무엇입니까?”

    이성진을 왕으로 생각한다. 하늘의

    검이 오르쿠를 모으는 것을 들었다. 이성진에게 묻는 것보다 하늘의 검 에게 묻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크훙! 위대한 왕께서 하신 명령은 싸움이다. 카반 왕국과 전쟁이다!”

    “카반 왕국이요?”

    “크흥! 그렇다. 오르쿠 대전사와 소인족 그리고 인간 지도자가 모이 면 모두 말해 주겠다.”

    하늘의 검은 강철진에게 이성진의 명령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또 설명 하기 싫었다.

    “알겠습니다.”

    강철진이 알았다고 대답하자 이성 진 뒤에서 듣고 있던 저반카와 오피

    앙이 강철진에게 다가갔다. 저반카 와 오피앙은 이성진이 하늘의 검에 게 설명한 것을 다 들었다.

    이성진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들어 도 상관없으니 굳이 못 듣게 하지 않았다.

    “강철진 소령님. 제가 자세하게 설 명해 드리겠습니다.”

    크로우의 대장인 저반카가 강철진 에게 이성진이 한 말을 설명하기 시 작했다. 그리고 카반 왕국이 어떤 왕국인지까지 설명했다. 강철진은 카반 왕국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 었다.

    저반카의 설명이 끝날 때쯤 먼지

    구름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크롤링 이 끄는 마차와 오르쿠들이 달려오 기 때문이었다.

    대열도 없이 엉망진창으로 달려왔 다. 빨리 오기 위해서였다.

    곧 이성진이 있는 곳 근처에 멈췄 다. 그리고 숨을 가다듬고 대열을 맞추기 시작했다.

    온통 검은색 피부처럼 보이는 검은 전사단 1만 5천 명이 가장 먼저 대 열을 갖췄다. 5천 명은 소수로 흩어 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오지 못했다.

    왼쪽에 1만 명의 오르쿠가 대열을 갖췄다. 3곳에서 출발해 동시에 도

    착했다. 오른쪽에 1만 2천 명의 오 르쿠가 대열을 갖췄다. 5곳에서 출 발했다.

    아직도 달려오는 오르쿠들이 있었 다.

    대열이 갖추는 중에 상급 대전사 4명과 하늘의 딸이 이성진을 향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크흥! 위대하신 왕을 뵙습니다.”

    “위대하신 왕의 귀환을 맞이합니 다.”

    “모두 일어나서 하늘의 검에게 설 명을 들어.”

    이성진의 말에 모두 일어났다.

    “아! 하늘의 검!”

    “킁! 네! 위대한 왕이시여!”

    “여기 강철진과 저반카 그리고 오 피앙도 같이 끼어서 회의했으면 하 는데.”

    “크흥! 알겠습니다.”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소인족의 도 움을 받기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의 검도 이성진의 생각에 찬성 이었다.

    전쟁을 위한 물자 준비는 소인족이 하고 오르쿠는 싸우기만 하면 최상

    의 조합이 된다.

    종족 특성이 그랬다. 소인족은 갖 가지 것을 다 가지고 다녔다. 오르 쿠는 개인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것 만 들고 다녔다.

    점령해서 빼앗으면 된다고 생각하 니까.

    “그럼 하늘의 검에게 설명 듣고 준 비해 줘. 나는 저쪽에 가 볼 테니 까.”

    이성진이 마나막이 열린 곳으로 가 자 모두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길 바닥에서 카반 왕국과의 전쟁 회의 가 시작됐다.

    이성진이 마나막이 열린 곳으로 넘

    어갔다. 맥 아저씨와 유투진은 열심 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연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하나를 알려 주면 최소 세 개를 아는구나. 유투진아, 왜 이 제 나타났냐.”

    “헤헤. 어쨌든 더 빠르고 넓게 유 지하는 것이 가능하겠네요.”

    이성진이 온 것도 모르고 두 사람 은 대화하면서 마법 도구를 손보고 있었다.

    유투진이 마법 도구를 분해해 마법 진을 손보는 것 같았다.

    마나만 있으면 7단계 마법까지 사

    용할 수 있다는 말했던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 이성진이 알기에 6단계 마법을 사용할 수준이 되어야 맥 아 저씨의 마법 도구를 분해해 마법진 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잘되어 가요?”

    이성진이 말하자 맥 아저씨가 싱글 벙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잘되어 가고 있지. 이거 봐라!”

    맥 아저씨가 막대기 두 개를 연결 한 것처럼 생긴 마법 도구를 들었 다.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다.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를 오르쿠 지역 마나막에 붙였다. 그리고 한쪽

    을 잡고 당겼다.

    그런데 마나막이 차단되지 않았다. 아래로 당긴 것이 아니다. 옆으로 당겼다. 옆으로 당겨서 카반 왕국 지역 마나막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카반 왕국 지역 마나막에 댔다. 그러자 마나막에 딱 붙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오르쿠 지역 마나막과 카반 왕국 지역 마나막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 한 것이다.

    “어떠냐? 유투진과 내가 뚝딱 만든 거다. 마나석이 필요 없다. 그래서 마나막이 존재하는 이상 영구적으로 통로가 유지 된다.”

    마나막 차단 마법 도구의 크기만큼 양쪽에 구멍이 뚫렸다. 이러면 더 안정적으로 오르쿠와 소인족 그리고 물자를 나를 수 있다.

    “유투진이 가지고 있는 재료로 50 개 정도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100개지.”

    100명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다.

    “잘 되었네요. 일단 통로 닫아요. 맥 아저씨도 일단은 오르쿠 지역으 로 넘어가시죠.”

    “그럴까? 어차피 유투진이 가진 재 료도 저쪽에 있으니.”

    유투진은 바로 맥 아저씨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세요. 스승님!”

    “아이고 착해라. 말하지 않아도 알 아서 챙기다니.”

    유투진이 먼저 챙기기 시작하니 기 분이 좋은 것 같았다.

    유투진이 짐을 챙기고 맥 아저씨와 함께 다시 넘어왔다. 마나막은 일단 원래대로 해 놨다.

    하늘의 검의 주도 아래 길바닥 회 의는 계속되고 있었다. 상급 대전사 2명이 더 늘었다.

    오르쿠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크롤링이 끄는 마차의 행렬이 끝없 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천막도 만들고 있었 다. 딱 봐도 이성진을 위한 것이었 다.

    “아직도 설명 안 끝났어?”

    이성진의 물음에 하늘의 검이 대답 했다.

    “크흥! 위대한 왕이시여! 설명은 금방 끝났습니다. 지금 어떻게 카반 왕국군을 상대할 것인지 의논 중입 니다.”

    “그래? 여기는 맥 아저씨야. 마법 술사이자 유투진의 스승이 되셨어. 엘 파나에서 내가 사용했던 마법 도 구는 모두 맥 아저씨가 만들어 준 거야.”

    이성진의 말에 모든 오르쿠와 소인 족은 눈을 반짝였다. 엘 파나의 검 은 사신 으가 사용했던 마법 도구를 만든 마법술사다. 최고라는 말과 같 았다.

    “자! 그럼 나도 회의에 같이 껴 볼 까‘?”

    이성진이 회의에 낀다고 하자 모두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하늘의 딸이 급하게 손짓했다. 오르쿠 주술 사가 달려와 하늘의 딸의 지시를 받 더니 이성진이 앉을 의자를 가지고 왔다.

    “나만 앉을 수는 없지. 숫자대로 의자를 가지고 와.”

    “이미 가지고 오고 있습니다. 위대 한 왕이시여! 그리고 임시로 회의장 을 만들 것입니다.”

    하늘의 딸이 대답하기 무섭게 오르 쿠 검은 전사 100명이 달려왔다. 그 리고 순식간에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천막을 세웠다.

    자기들이야 그냥 길바닥에서 회의 해도 된다. 하지만 이성진이 길바닥 에서 회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위대한 왕이시여! 들어가시지요.”

    하늘의 딸의 말에 이성진이 움직였 다. 이성진의 뒤를 따라 줄줄이 들 어갔다.

    천막 밖은 오르쿠 검은 전사들이

    지키기 시작했다.

    회의는 3시간 정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오르쿠 7만 명과 소 인족 2만 명이 일제히 마나막을 넘 어 카반 왕국 지역으로 진군하기 시 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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