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30화 (30/50)

7장. 아슬란의 세뇌

한쪽 구석에 비어 버린 술병들이 가득 있었다. 하지만 이성진과 맥 아저씨는 취했다고 해서 할 일을 안 하지는 않았다.

그냥 술은 그냥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하는 기분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는 도구 이상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계획이 치밀하네요!”

“당연하지! 지구 침공이 결정되었 을 때부터 준비한 건데……

이성진은 맥 아저씨가 준 자료를

보고 있었다. 마법술사답게 마법 도 구에 보안을 걸어 영상으로 저장해 놨다.

똘이는 지루한 둣 하품을 하며 옆 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성진은 맥 아저씨가 준비한 기본 계획을 토대로 계획을 수정할 생각 이었다. 10년 이상 준비한 계획이 다.

카반 왕국군 안에 5백 명 이상이 침투해 있다.

그것도 세뇌당하지 않은 병사들이 다. 여기저기 중요한 곳에 잘 침투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슬란을 성에

서 끌어내는 것이군요.”

맥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슬란이 성안에 있으면 안 된다. 만 약 성안에 있다가 반란이 성공한 것 을 알게 되면 세뇌당한 사람들을 다 죽일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그렇지. 원래 계획에는 마나막이 사라지고 아슬란이 군대를 이끌고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 세뇌를 푸는 것이었지. 하지만 성진이 너라면 그 누구도 모르게 세뇌 마법진에 접근 할 수 있잖아!”

맥 아저씨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다는 신성 파나

제국의 신전에 들어가 파나 신의 심 장을 흥쳤다.

파나 신의 심장을 훔친 이성진이라 면 성안의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까 지 그 누구도 모르게 들어가는 것은 쉽다고 생각했다.

“성의 구조를 알아야 가능해요. 그 리고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 들 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세뇌를 어떻게 푸는데요?”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까지 들어간 다고 해서 어떻게 세뇌당한 사람들 의 세뇌를 풀 수 있는지 궁금했다.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냐?”

맥 아저씨가 어깨를 펴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 이었다. 이럴 때 해 주는 말이 있 다.

“엘 파나 최고의 마법술사 아니십 니까!”

“그래. 내가 엘 파나 최고의 마법 술사야! 아슬란이 어떻게 세뇌당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통제할 수 있다 고 생각하냐?”

“그걸 알면 내가 마법술사 하겠 죠.”

맥 아저씨는 손가락을 하나 펴서 흔들며 말했다.

“잘 들어라. 성의 중앙탑은 세뇌 마법진과 연결되어 있다. 그곳에서 일정한 신호를 내보내고 받는다.”

성의 중앙탑이면 마나막을 생성하 는 마법진이 있는 곳이었다.

“마나막 생성 마법진이 있는 곳인 데 그곳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건가 요?”

“맞다. 카반 왕국 마법 기술의 뛰 어남을 증명하는 것이지.”

마나막 생성 마법진과 연결되어 있 다는 것을 듣자 갑자기 생각나는 것 이 있었다.

“혹시 마나막 생성 마법진도 카반 왕국에서 만든 거예요?”

“당연하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마나막을 만들고 그것을 통제하며 마나막끼리 부딪혀도 폭발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마법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카반 왕국뿐이 없다!”

맥 아저씨가 저렇게 자부심을 가지 고 자랑하는 것이 수상했다. 그리고 마나막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 다.

“맥 아저씨가 마나막 기술 제공했 어요?”

이성진의 질문에 맥 아저씨가 당황 하며 말을 더듬었다.

“어? 그게……. 내가 다 제공한 것 은 아니고……

“다 제공한 것이 아니면 핵심 기술

하고 이론을 제공했겠네요.”

맥 아저씨는 할 말을 잊은 듯 입 을 다물었다. 이성진의 말이 사실이 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변명하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 성안으로 마법술 사를 침투시키려면 획기적인 것이 있어야 했거든.”

“제공한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 아니에요. 제가 왜 그러겠어요!”

맥 아저씨는 카반 왕국에 고급 기 술을 전해 준 것을 뭐라 하는 줄 알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러면 왜 물어본 거냐?”

“마나막의 부분을 열어서 다른 지 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궁금해서 요!”

맥 아저씨는 괜히 걱정했네란 표정 으로 다시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말 했다.

“당연히 넘어갈 수 있지! 마나막을 내가 만든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러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더 안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렇군요.”

하지만 아직 맥 아저씨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정보를 더 얻은 다 음에 가장 확률이 높은 계획을 실행

할 것이다.

“싱겁기는……. 그냥 그렇군요. 그 게 끝이야?”

“ 네.”

맥 아저씨는 이성진이 절대 그냥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 다. 하지만 물어본다고 해서 대답해 주지 않을 이성진이란 것도 잘 안 다. 때가 되면 다 말해 준다. 궁금 해서 미치겠고 답답하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까 지 가서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맥 아저씨는 자신에게는 말해 주지 않으면서 다 말해 달라는 이성진을 보며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신호를 바꾸는 마법 도구를 설치 만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 머릿 속에 있는 세뇌 마법 도구를 바꿔 세뇌가 풀린다.”

“만약 세뇌 마법진에 설치한 마법 도구를 누군가 제거하면요?”

낮은 확률이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대비해야 한다.

이성진의 말에 맥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성진아! 다시 말하는데…….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맥 아저씨요!”

엘 파나 최고의 마법술사를 두 번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맥 아저씨는

발끈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엘 파나 최고의 마법술사다! 세뇌 가 풀리는 동시에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마법 도구는 망가진다. 다시는 세뇌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

“역시 맥 아저씨입니다!”

엄지손가락을 올려 최고라는 듯 말 해 주자 맥 아저씨의 표정이 밝아졌 다.

“오래간만에 성진이 네놈•이 손가락 올리는 것 보니 좋구나!”

맥 아저씨가 좋아하는 이유는 이성 진이 칭찬한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고 준 비했다. 부담감이 컸다.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안 된다.

엘 파나에서 전설이라고 말하는 이 성진이 인정하자 부담감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이것 역시 이성진이 가 진 파나 신의 심장의 영향 때문이라 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면 성에 직접 가서 확인만 하 면 될 것 같은데요?”

“직접 가서? 내가 성의 구조를 다 안다니까!”

“성의 구조를 알아도 실제로 가서 보는 것과는 달라요. 가서 볼 수 있 다면 보는 것이 가장 나아요!”

설계도만 믿고 작전에 나갔다가 위 험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많다. 직

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다면 좋았다.

엘 파나에서도 그 누구에게도 들키 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철저한 사전 조사를 했기 때문이었 다.

“그래?”

맥 아저씨는 이성진의 말에 기가 죽었다. 이성진이 더 전문■가이니 당 연했다. 그리고 몇 년이나 걸릴 일 을 이성진이 나타나서 빠르게 진행 할 수 있게 되었다.

“성진이 네가 그렇다고 하면 맞겠 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맥 아저씨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이성진은 너무 쉽게 해결 방안을 말 했다.

“성 수비대에 같은 편 있다면서 요!”

“있지! 수비대뿐이냐? 성의 모든 마법 도구를 책임지는 마법술사도 우리 편이다.”

맥 아저씨가 보여 준 자료에는 마 법술사의 이름은 없었다.

“자료에는 마법술사가 없던데요?”

“마법술사의 존재는 나만 알고 있 다. 마지막 한 수로 남겨 둔 거지.”

“마지막 한 수라면서 말해도 돼 요‘?”

“성진이 너니까 말한 거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말 안 한다.”

맥 아저씨는 자신이 말해 놓고도 왜 말했는지 속으로 후회했다. 이상 하게 이성진에게는 모든 것을 다 털 어놓고 싶었다.

엘 파나에서의 친분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친분 때문에 말해서는 안 되는 비 밀을 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다가는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자신의 비밀까지 다 말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맥 아저씨는 다른 주제로 바꾸며 말했다.

“성진이 너 마법 도구 만들려면 며

칠 걸리는데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성으로 가는 것은 어떠냐?”

마법 도구로 관심을 돌리면 자신이 다른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을 잘 알 고 있었다.

“마법 도구 가지고 어떻게 성으로 가요!”

총의 형태로 만든 마법 도구를 가 지고 다니면 ‘나 적입니다.’ 광고하 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하! 성진아 내가 말했지! 특별 한 마법 도구를 만들어 준다고!”

그러고 보니 맥 아저씨가 말했었 다. 특별하다고 할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맥 아저씨

에게 다가갔다.

“왜 이래!”

“맥 아저씨! 며칠이나 걸려요?”

“가면 벗으면 원래 이러냐?”

맥 아저씨는 웃으며 다가와 팔을 잡고 말하는 이성진을 보며 웃겨 죽 는다는 듯 말했다. 엘 파나에서는 가면 때문에 표정을 볼 수가 없었 다.

“아니요. 아저씨도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아 보세요. 안 바뀔 수가 없어요.”

“풋. 사랑이라……. 좋은 것이지.”

맥 아저씨는 웃었다가 마지막에는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

“5일 정도 걸린다. 어떻게 할래?”

“5 일이라.”

5일을 그냥 헛되이 보낼 수는 없 었다.

“성에 다녀오는 것이 낫겠네요.”

“그래라. 그럼 지금 이 지역에 와 있는 놈 중에……. 누가 있나.”

맥 아저씨는 자료 안의 명단을 보 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성진도 아는 이름을 말했다.

“제이콥 백부장이 좋겠네. 딱이야.” 제이콥 백부장이면 대전시에 들어 올 때 검문했던 병사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마법 인식 도구 때문인가요?”

“그렇지.”

카반 왕국 병사는 팔목에 신분증 역할을 하는 마법 도구를 심는다. 성과 같은 중요한 곳에는 마법 인식 도구가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었다.

“제이콥 백부장을 만나 지역 경비 대로 지원한 것처럼 꾸며서 성으로 가야 할 거야! 그리고 그곳에서 마 법 병단의 켈빈 천부장을 만나면 될 거야.”

“미리 연락 해 놓으시는 거죠?”

“당연하지!”

점조직 형식으로 되어 있기는 해도 비상시에 연락할 방법은 있었다. 하

지만 지역 경비대로 지원한다는 것 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오늘 내가 미리 연락해 놓을 테니 까 내일 제이콥 백부장을 만나라!”

“그렇게 하죠.”

맥 아저씨는 이성진에게 보여 주기 위해 꺼낸 마법 도구를 다시 챙겨 숨겼다. 반란군 대부분의 자료가 들 어 있기 때문에 숨겨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로 몇 가지 마법 도구를 꺼내더니 가방에 넣고 나갈 준비를 했다.

“성진아! 쉬고 있어라. 제이콥 백 부장에게 연락하고 올게!”

“나가시기 전에 이곳을 제어할 수 있는 권한 주고 가세요!”

맥 아저씨는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마법 도구 다 날릴 뻔했네!”

맥 아저씨가 집을 나서는 순간 자 동으로 보안 상태로 바뀐다. 그때 집 안에 있으면 침입자로 간주 된 다. 그리고 집 안의 모든 마법진과 마법 도구가 침입자를 공격한다.

맥 아저씨가 그냥 나갔으면 이성진 과 똘이를 침입자로 생각해 공격했 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맥 아저 씨의 예상대로 모든 마법진과 마법 도구의 파괴다.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다.

맥 아저씨는 팔찌 형태의 마법 도 구를 하나 꺼내더니 이성진에게 줬 다.

“여기 있다. 나하고 똑같은 권한을 부여한 거다.”

맥 아저씨는 이성진에게 똑같은 권 한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성진이 팔찌를 차더니 손을 내밀었 다. 맥 아저씨는 또 줄 것이 있나 싶었다.

“왜 손을 내밀고 그러냐?”

“혹시 모르니까 돈 좀 주세요.”

카반 왕국이 점령한 곳에서는 카반 왕국의 돈만 사용할 수 있다. 카반

왕국의 정책이었다. 경제와 문화까 지 완벽하게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카반 왕국이 점령한 지역에서 카반 왕국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이젠 돈까지 뜯어 가냐?”

맥 아저씨는 투덜대면서도 벽장 안 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이성진을 향해 던졌다.

주머니가 묵직했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온통 금색이었 다.

“뭐 이렇게 많이 줘요?”

“많기는 뭐가 많다고 그러냐? 모자 라면 말해라. 더 주마.”

더 준다고 말하면서 맥 아저씨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

“100개는 되겠네. 금화만 주면 어 떻게 하란 건지.”

필요한 곳에 펑펑 쓰라는 맥 아저 씨의 마음은 잘 알겠다. 하지만 카 반 왕국 병사나 사람이 아닌데 금화 를 펑펑 써 댔다가는 바로 의심받는 다.

맥 아저씨가 돌아오면 은화나 동화 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 히 있기 그래서 집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1층은 그냥 사무실과 잠을 자는 주거 공간이었다. 2층과 3층이 마법 도구를 만드는 공간이었다.

2층까지는 김진명도 올라올 수 있 는 곳 같았다. 마법 도구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3층부터가 진짜 마법 도구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

3층을 둘러보고 있을 때 팔찌가 미약하게 진동했다. 1층 입구에 누 군가 와서 문을 두들길 때 알려 주 는 기능이었다.

이성진은 1층으로 내려가 밖에 누 가 왔는지 문에 설치된 마법 도구로 봤다.

김진명이 와 있었다.

맥 아저씨가 나가면서 문을 잠가 둔 것 같았다. 김진명 이외에는 아

무도 없었다.

문을 열어 줬다. 그러자 김진명은 맥 아저씨가 아닌 이성진이 문을 열 어 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성진 씨가 문을 열어 줄 수가……

김진명은 문이 잠겨 있을 때는 맥 아저씨가 아니면 열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이성진이 문을 열 수 있다 는 것은 맥 아저씨가 이 건물 마법 도구의 권한을 줬다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놀란 것이다.

마법술사가 자신의 모든 것이 있는 건물을 통째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

을 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 각했다.

“문 열어 주는 것 정도로 놀랄 일 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담담하게 말하는 이성진 때문 에 김진명은 당황했다. 이성진은 문 을 열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놀란 것은 놀란 것이고 김진명에게 는 다른 용건이 있었다.

“네. 그런데 고위 마법술사님께서 는 안 계신가요?”

“맥 아저씨를 고위 마법술사라고 불러요?”

“네. 이름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

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습니다.”

카반 왕국 마법술사의 이름을 왜 함부로 부를 수 없다는 것인지 알고 있다. 계층이 확실하게 나누어진 카 반 왕국에서 마법술사는 귀족의 지 위다.

하지만 그렇다고 점령한 지역의 마 법술사를 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다. 평민보다 약간 나은 지위로 인 정한다.

평민보다 약간 나은 지위나 평민이 나 큰 차이가 없다. 어차피 카반 왕 국 사람보다 낮은 지위니까.

“그런데 이성진 씨는 고위 마법술

사님을 맥 아저씨라고 부르시나요?” 이성진이 아는 마법술사가 맥 아저 씨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물어본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잘못했다.

이성진도 아무 생각 없이 맥 아저 씨의 이름을 안 부르냐고 물어봤다. 김진명에게 이름을 부른다고 대답하 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에 김진명은 아무 의심 없이 들어왔다. 그리고 문을 닫는 이성진을 봤다.

“왜 문을 닫으십니까?”

그냥 문을 닫았기 때문이 아니었 다. 문이 닫히면서 잠긴 것을 알았

다. 문이 잠겼다는 것은 이성진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과 같았다.

김진명은 문을 열고 나갈 능력이 없으니까.

“맥 아저씨에게 용건이 있는 것 아 닌가요? 맥 아저씨가 올 때까지 기 다리실 것 같아서요.”

맥 아저씨에게 용건이 있는 것은 맞다. 어제 가져다준 마법 도구 부 품의 대금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굳이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된다. 이성진의 대답이 말이 안 된 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왜 이성진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했다.

이성진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자 지금까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던 일들이 하나씩 이상 하게 생각되었다.

갑자기 도로에서 만난 일……. 검 문소를 통과할 때 있었던 일……. 집에서 마법 도구의 마법진을 가동 했던 일 등…….

지금까지 의심하지 않았는데 의심 하기 시작하니 눈과 머리를 가리고 있던 것이 없어졌다.

“이성진 씨!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 다.”

지금까지 김진명의 눈과 머리를 가 리고 있던 것은 이성진이 가진 파나

신의 심장에서 나온 신성력이었다. 이성진을 믿게 했다. 그래서 그 어 떤 행동도 의심하지 않았다.

믿음에 금이 가니 의심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안합니다. 맥 아저씨가 올 때까 지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그냥 보내 줄 수 없다는 이성진의 말에 김진명은 나가는 것을 포기했 다. 이 건물의 권한을 가진 이성진 을 공격하거나 반항하면 바로 방어 마법진과 공격 마법진의 공격을 받 는다.

어제 이성진을 공격한 공격 마법진 을 봤다.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성진처 럼 피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내일 다시 와도 됩니 다.”

김진명은 식은땀까지 홀리며 이성

진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성진은 세 뇌당한 것이 분명한 김진명을 보낼 수 없었다. 이곳에서 나가는 즉시 카반 왕국군에게 신고할 것이 분명 했다.

“그렇게 말해도 보내 줄 수 없습니 다. 미안합니다.”

이성진의 굳어진 표정을 보고 김진 명은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마지막 까지 상상해 버렸다. 이성진이 자신 을 죽이는 것을.

“저를 죽이실 겁니까?”

자신을 죽일 거냐는 김진명의 말에 이성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 다. 김진명은 이성진을 죽이려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 죽일 이유가 없었다.

김진명을 잡아 놓는 이유는 세뇌 때문이었다.

“안 죽입니다. 제가 왜 김진명 씨 를 죽입니까?”

“죽이지 않으실 거라면 보내 주십 시오! 절대로 이성진 씨에 관한 이 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겠습 니다.”

김진명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 지만 눈빛은 간절해 보였다. 그래서 농담처럼 절대 할 수 없는 대답을 하라고 했다.

“제 이야기를 안 하겠다고 성녀 엘

리스를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 세뇌당했다면 절대 성녀 엘리스를 걸고 맹세할 수 없다.

“물론입니다! 성녀 엘리스를 걸고 이성진 씨의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 도 하지 않겠습니다!”

뜻밖에도 김진명은 성녀 엘리스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세뇌 당했다면 성녀 엘리스의 이름을 함 부로 부를 수 없다.

부른다 해도 자신도 모르게 말투나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진짜 성녀 엘리스를 걸고 말하지 않을 겁니까?”

다시 한 번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진짜로 성녀 엘리스를 걸고 말하 지 않을 겁니다!”

표정이나 행동 그리고 말투로 봐서 성녀 엘리스를 공경하지 않았다. 세 뇌를 당하지 않은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떨쳐 버렸다.

카반 왕국이 세뇌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세뇌의 대상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확인하는 방 법은 대상만 다르게 해서 묻는 것이 다.

“그럼! 아슬란을 배신할 수 있습니 까?”

“읍……. 으윽!”

아슬란을 배신할 수 있냐는 말에 김진명이 말을 못 했다. 그리고 곧 머리를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생각대로였다. 카반 왕국은 김진명 을 세뇌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성 녀 엘리스나 파나 신이 아니다. 아 슬란 공왕이었다.

“아아악!”

김진명은 급기야는 머리를 움켜잡 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이성 진의 말대로 아슬란을 배신하겠다고 대답하려 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딸인 김지영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세 뇌에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진 명을 모르고 있었다. 끝까지 저항하 면 뇌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일단 맥 아저씨가 올 때까지 자고 있어요!”

이성진은 고통 때문에 눈까지 뒤집 어 까며 침을 질질 흘리는 김진명을 툭 쳐서 기절시켰다. 의식이 끊기면 세뇌에 저항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 도 사라진다.

김진명은 곧 편안한 숨을 쉬기 시 작했다. 그러자 이성진은 김진명의 머리 부근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마나를 이용해 김진명의 머리를 살

폈다.

“역시 마법 도구를 심어 놨네.”

저렇게 고통스러워할 정도의 세뇌 는 마법 도구를 머릿속에 심지 않고 서는 할 수 없었다.

“이러면 더 쉬워지는 것 같기는 한 데……

김진명 한 명의 세뇌를 풀기는 쉽 다. 맥 아저씨가 김진명의 머릿속에 있는 마법 도구를 해제하면 된다. 하지만 더 어려운 것이 있다.

김진명 한 명에게만 머릿속에 마법 도구를 심지 않았을 것이다.

카반 왕국이 장악한 지역 사람들 머릿속에 마법 도구를 심었을 것이

다.

대전은 내륙지역이라 해일에 피해 입지 않았다. 대전시의 인구가 몇 명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 지만 100만이 넘어가는 것은 알고 있다.

근처 다른 도시의 인구까지 합치면 몇 명이나 되는지 상상이 안 된다. 하지만 카반 왕국이라면 100만 명 이든 200만 명이든 머릿속에 마법 도구를 심었을 것이다.

“하! 이것도 문제네. 광역 세뇌 마 법으로 1차 세뇌를 한 다음 마법 도구를 심어 바꿨네!”

30만 명뿐인 카반 왕국이 최소

100만 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을 세 뇌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성녀 엘 리스가 허공에 나타나 1차 세뇌를 한 다음 머릿속에 마법 도구를 넣어 아슬란 공왕에게 충성하도록 세뇌를 바꿨다.

“마법 도구로 무장한 초인과 사람 들이 카반 왕국군에 합류한다면

끔찍한 생각이었다.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다. 마법 도구로 무장하면 소 총 따위로 무장한 군대는 상대가 안 된다. 그리고 마법 도구로 무장한 100만 명이면 13만 명의 오르쿠와 싸워도 이긴다.

카반 왕국 입장에서는 100만 명이 소모품이 니까.

“그러고 보니까 경비대 지원하는 사람으로 위장해서 성으로 가라 고……

맥 아저씨가 한 말이 기억났다. 카 반 왕국은 병사를 모으고 있다. 병 사로 사용할 사람은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을 정도로 세뇌하려는 것이 다.

도저히 아슬란을 그냥 둘 수 없다 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깨무는 순간 문이 열리며 맥 아저씨가 돌아왔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진명 을 봤다.

“진명 이놈, 왜 여기서 이러고 있 냐?”

맥 아저씨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거꾸로 물었다.

“지구의 모든 사람 머릿속에 마법 도구를 심었어요?”

“어? 그게……

맥 아저씨는 당황하며 제대로 대답 하지 못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대답 이 되었다.

“몇 명이나 심었어요? 맥 아저씨는 아시죠?”

이성진의 낮고 으르렁대는 듯한 말 에 맥 아저씨는 땀을 흘리며 대답했 다.

“140만 명 정도 심었다.”

맥 아저씨의 대답을 듣자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았다. 성 에 가서 세뇌 마법진이 있는 곳을 파악하는 것까지는 같다.

하지만 아슬란이 성에 있는데 침투 해 세뇌 마법진에 맥 아저씨가 준 마법 도구를 설치하는 것은 위험했 다.

“진명이 놈•이 여기 쓰러져 있는 것 은 성진이 너 때문인 거냐?”

“네.”

“무슨 말인지 알았다. 마법 도구를 손봐서 기억을 지우마!”

맥 아저씨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머릿속에 있는 마법 도구를 조작해 일정 부분 기억을 지울 수도 있었 다. 하지만 그건 이성진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요. 마법 도구를 아예 해제해 주세요.”

“해제해?”

맥 아저씨에게는 기억을 지우는 것 보다 마법 도구를 해제하기가 더 쉽 다.

“네. 해제해 주세요.”

“성진이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지 는 않았다. 이유가 있겠지 싶었다.

이성진은 김진명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

이유가 뭐든 도움을 받았다.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머릿속의 마법

도구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맥 아저씨가 김진명 을 똑바로 눕힌

다음 헬멧 비슷하게 생긴 마법 도구

를 가지고 와서 씌웠다.

그리고 바로 가동했다. 헬멧 마법 도구에 빛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김진명의 머릿속에 있는 마법 도구 는 해제되었다.

“됐다.”

“김진명 씨뿐만 아니라 그 딸까지

도 해제해 주세요!”

“그건 어렵지 않은데……. 다른 사 람은 안 해도 되냐?”

맥 아저씨는 어차피 하는 것 김진 명과 같이 사는 김정진과 강소라 그 리고 이진숙까지 다 해제하면 어떻 겠냐고 묻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미안하지만 모두 세뇌를 풀어 줄 수는 없었다. 만약 한 명이라도 세 뇌와 상관없이 카반 왕국 편에 붙는 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알았다. 그리고 내일 아침 대전시 입구에 있는 제이콥 백부장을 찾아

가면 되도록 해 놨다.”

“네.”

맥 아저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 하는 이성진을 보며 또 할 말이 있 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맥 아저 씨의 짐작은 맞았다.

“맥 아저씨! 김진명 씨와 딸을 이 곳에서 살게 하세요.”

“그것도 어렵지 않다.”

“그리고 마나막을 열 수 있는 마법 도구도 준비해 주세요.”

“마나막을 열어? 왜?”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계획을 수정해?”

맥 아저씨는 갑자기 계획을 수정한 다는 이성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 렸다. 계획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네. 더 안전한 계획을 만들어야겠 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마나막을 열 어야 합니다.”

“성진이 너 혹시 마나막을 열어 오 르쿠를 끌어들일 생각인 거냐?”

“네. 오르쿠 검은 전사단을 포함한 6만 명 정도면 아슬란이 직접 움직 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맥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 르쿠 검은 전사단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1만 명의 검은 전사단만 넘

어와도 아슬란은 긴장하며 군대를 동원해 직접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검은 전사단을 포함한 6만 명이면 아슬란은 확실하게 움직인 다.

카반 왕국군의 절반 이상을 동원해 야 균형을 맞출 정도니까.

“흐음……. 오르쿠가 대규모로 넘 어올 정도로 마나막을 열어야 한다 라……

수십 명 정도면 몰라도 수만 명이 넘어올 정도로 마나막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았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해 보마.”

맥 아저씨는 이성진이 왜 안전한 계획을 만들려고 하는지 짐작했다. 엘 파나에서도 그랬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싫어했다. 지금 이성진은 지구 의 사람들이 희생당할 가능성을 줄 이려는 것이다.

그래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래서 다른 놈들이 죽음의 신이니 뭐니 해도 성진이 너를 좋아 할 수밖에 없었다니까!”

엘 파나의 검은 사신 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성진을 제대로 아는 엘 파 나의 종족들은 절대 이성진을 사신

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거꾸로 구원자라 생각했다.

맥 아저씨도 이성진이 죽어 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마법 도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

“좋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맥 아저씨는 능청맞게 말하는 이성 진을 보며 웃었다. 어렵고 힘든 일 이 앞에 있는데도 절대 좌절하거나 힘들어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돌파하려 한다.

“진명이 놈은 내일이나 되어야 깨 어날 거다. 깨어나면 내가 알아듣게 설명하고 이곳에서 머물게 하마.”

“네.”

“그럼 내일 아침까지 별로 할 일이 없는데……

맥 아저씨가 슬그머니 가지고 나갔 던 가방을 앞으로 내밀었다.

“또 술이요?”

“성진이 너를 며칠 동안 못 보는데 술 한잔해야지! 하하!”

“10년 동안 못 먹은 술 다 먹으려 는 생각은 아니시고요?”

“들켰냐?”

들켰냐고 하면서 맥 아저씨는 가방 에서 술을 꺼내기 시작했다.

“ 컹!”

똘이가 또 술 먹냐는 듯 짖었다.

“저놈 신기한 놈•이네. 말 다 알아 듣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그러니까 제가 동료로 삼았죠.”

“컹! 컹!”

똘이가 기쁘다는 듯 짖었다. 이성 진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오늘도 원 없이 마시자!”

“네. 그러세요!”

맥 아저씨와 다음 날 아침이 되기 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맥 아저 씨의 집을 나와 제이콥 백부장이 있 는 곳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