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26화 (26/50)
  • 3장. 저항군

    그렇게 똘이를 만난 회포를 풀고 난 다음 날 아침, 하늘의 딸이 준비 해 준 검은색 가죽옷을 입고 똘이와 함께 모든 오르쿠가 모여 있는 곳으 로 나갔다.

    이성진과 똘이가 등장하자 기다리 고 있던 하늘의 검은 마나를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킁! 위대한 왕을 맞이해라! 그리 고 경배하라!”

    하늘의 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오르쿠들은 일제히 가슴에 손을 올 리고 두드린 다음 무릎을 꿇으며 소 리 쳤다.

    [킁! 위대한 왕! 사신 으를 뵙습니 다!]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에게 엘 파 나의 검은 사신 S인 것을 들었다. 직접 듣기 전까지는 설마 했었다. 하지만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 순간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전설같이 내려오는 수많은 이야기 의 주인공을 직접 보고 그에게 충성 을 맹세하는 자리니까.

    하늘의 검이 이성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오르쿠들과 똑같이

    손을 올려 가슴을 두드리고 무릎을 꿇었다.

    “킁! 위대한 왕이시여! 오르쿠의 명예와 전통에 따라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이미 고성 지역 북쪽 들판 싸움에 서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충성 맹세는 모든 오르쿠 대전 사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다.

    이 성의 주인은 원래 하늘의 검이 었다.

    모든 오르쿠 대전사 역시 하늘의 검에게 충성을 맹세했었다.

    하늘의 검이 모든 오르쿠 대전사 앞에서 이성진에게 충성을 맹세했으

    니, 이제 모든 오르쿠 대전사는 이 성진의 것이다.

    “킁! 위대한 왕이시여! 우리의 충 성을 받아 주십시오!”

    하늘의 검이 소리치자 모든 오르쿠 가 똑같이 소리쳤다.

    [킁! 위대한 왕이시여! 우리의 충 성을 받아 주십시오!]

    이제 이성진이 하늘의 검을 일으킨 다음 충성을 받았다는 선포를 하면 된다. 그러면 오르쿠의 충성 전통 예식이 끝난다.

    “하늘의 검과 나에게 충성을 바치 는 모든 오르쿠는 일어나라!”

    이성진의 목소리가 멀리 퍼져 나갔

    다. 이성진 역시 목소리에 마나를 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르쿠 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나지 못 했다.

    이성진의 목소리에서 신성함이 느 껴지기 때문이었다.

    일어나라고 해도 함부로 일어나서 는 안 된다는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 다. 강함을 추구하는 오르쿠이기 때 문에 본능이 더 경고할지도 모른다.

    “충성을 바치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성진은 왜 오르쿠가 일어나지 못 하는지 알지 못해 소리쳤다. 그러자 모든 오르쿠가 동시에 대답했다.

    [킁! 감히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중성을 맹세합니다!]

    희한하게도 같은 마음 같은 대답이 었다. 이성진의 말을 듣고 소리치는 오르쿠는 난생처음 마음과 생각이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건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신성이란 원래 믿음과 충성으로 만 들어지는 것이다. 신을 믿고 믿는 신에게 충성하는 것! 그것이 신성이 다.

    오르쿠는 엘 파나의 전설이자 강한 전사인 사신 으에게 중성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에 파나 신의 신성력이 담긴 목소리를 듣자 하나 의 믿음처럼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것이었다.

    말은 충성이라고 하지만 오르쿠들 은 마음속으로 이성진을 신처럼 믿 게 된 것이다. 아직은 그런 사실을 모른다.

    “일어나라! 그리고 인간과 오르쿠 가 친구가 되어 도우며 같이 발전한 다. 그것이 나에게 바치는 충성이 다!”

    이성진의 말을 오르쿠들은 당연하 게 받아들였다.

    [킁! 위대하신 왕께 충성을!]

    모든 오르쿠가 한마음 한뜻으로 소 리치자 약간 당황스러웠다.

    몇몇 오르쿠는 불만을 나타낼 줄

    알았다. 오르쿠 중에는 노예였던 다 른 종족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오르 쿠도 있다.

    그런 오르쿠를 골라내려고 한 말이 다. 그런데 그 어떤 오르쿠도 그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따르겠다는 느낌을 받았 다.

    하늘의 검이 일어섰다.

    “킁! 위대한 왕 사신 으께 전사의 함성을! 크와아아아!”

    무릎 꿇었던 모든 오르쿠가 일어나 전사의 함성을 외쳤다.

    [크와아아아!]

    이성진에게 충성스러운 힘이 되겠

    다는 마지막 맹세 의식이었다. 최소 수만 명의 오르쿠가 전사의 함성을 외쳤다. 전사의 함성은 성을 중심으 로 퍼져 나갔다.

    한참 동안 퍼져 나간 전사의 함성 이 뚝 하고 멈췄다.

    이성진이 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르쿠는 이성진의 말을 조용히 기 다렸다.

    “이제 가서 알려라. 나에게 바치는 충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같이 즐겨 라!”

    가서 알리라는 말에 모인 오르쿠 중 대전사는 모두 무기를 뽑아 들고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자신이 다스리는 지 역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성진의 명령대로 하기 위해서였 다. 대부분의 대전사가 떠나고 원래 성에 남아 있던 오르쿠와 상급 대전 사 100명만 남았다.

    하늘의 검이 조용히 이성진에게 말 했다.

    “크흥. 안으로 들어가셔서 상급 대 전사의 인사를 받으십시오.”

    성에 남은 상급 대전사 100명은 일종의 원로 격이었다. 하늘의 검을 보좌하며 일반 행정부터 전투까지 관여한다. 쉽게 말해 중간 관료 역 할을 한다. 장•차관급이라고 생각하

    면 된다.

    이들은 대부분 최소 1만 명의 전 사를 가진 부족의 족장이었다. 엘 파나에서 고르고 고른 전사들만 데 리고 하늘의 검을 따라 지구로 왔 다.

    이들의 영향력을 하늘의 검도 무시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하늘 의 검의 경우다.

    신처럼 생각하는 이성진의 경우는 달랐다.

    “굳이 인사 받을 필요는 없어. 여 태까지 해 왔던 것 중에 인간이 친 구로 바뀌고, 먹을 것을 받을 때는 충분한 대가를 주고받는 것만 지키 면 된다.”

    하늘의 검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교육받았기 때문에 잘 알 고 있었다. 그래도 이성진이 상급 대전사를 챙겨 주기 바라는 마음이 었다.

    “크흥! 하지만……

    “미안하지만 나는 하늘의 딸과 먼 저 할 일이 있어. 하늘의 딸!”

    “말씀하십시오. 위대한 왕이시여!” 하늘의 딸은 이성진이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마나막을 만드는 마법진과 성의 지하에 있는 이동 마 법진을 살펴보는 것이다.

    “앞장서라.”

    “알겠습니다.”

    하늘의 검은 하늘의 딸에게 이성진 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었다. 이성진 이 원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하늘 의 딸 뒤를 따라 마나막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가는 이성진의 뒷모습 을 보며 상급 전사 100명을 챙기기 시작했다.

    성의 크기만 다를 뿐 구조는 엇비 슷한 것 같았다. 성의 상층부의 중 앙에 마나막을 만드는 마법진이 있

    었다.

    그리고 마법진 중앙에는 성녀 석상 이 있다.

    “왕이시여! 전에 말했듯이 제가 이 마법진을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 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투진 이 마법진을 손봤던 것을 기억해 내 려 했다. 기억은 난다. 하지만 어떻 게 고쳐야 할지는 몰랐다.

    잘못 손댔다가는 아예 망가질 수 있으니까.

    “실험해 볼 수도 없고.”

    이성진이 마법진에 손을 살짝 댔 다. 고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마

    법진의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나 파 악해 보려는 것뿐이다. 그런데 마법 진 중앙에 있는 성녀 석상이 눈을 떴다.

    [이곳까지 오셨군요.]

    성녀 석상이 말을 하자 하늘의 딸 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성녀 석상이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지난번 거제도 소인족을 벌하라고 할 때는 마나막 마법진이 빛을 냈 다. 그리고 홀로그램처럼 모습이 나 타났었다.

    “기다렸어?”

    기다렸냐는 말에 성녀 석상이 잠시 말을 하지 않더니 곧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하시는군요!]

    이성진의 말투가 전과는 달라졌다 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말투였다.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마나막을 만드는 마법진을 살펴볼 때 성녀 석상이 또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소인족 성에서도 그랬으니까.

    [아저씨! 아직 늦지 않았어요. 성 물만 돌려주면 인간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어요.]

    “ 평화롭게?”

    [네. 평화롭게요.]

    성녀 엘리스는 엘 파나에서도 지구 에서 넘어와 세운 왕국과 엘 파나의 종족들이 전쟁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기를 바랐다.

    그래서 평화 협상 회담까지 어렵게 끌어냈다.

    하지만 파나 신의 심장을 도둑맞으 면서 모든 것은 변했다.

    “내가 잘했다고 말하지는 않으마! 하지만 엘리스 네가 말하는 평화는 이루어질 수 없어.”

    [아저씨!]

    성녀 엘리스의 마음처럼 다른 종족 들도 같은 마음이었다면 진짜 평화 가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

    니었다.

    기존의 영토와 백성을 빼앗긴 왕국 과 제국은 빼앗긴 것을 되찾으려 했 다. 지구 쪽에서 세운 왕국에서도 어느 정도는 양보하려고 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터졌 다. 지구의 사상을 받아들인 엘 파 나의 종족들이 돌아가기를 거부했 다.

    돌아가면 노예가 되거나 죽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엘리스 너도 알잖아! 케르빌 제국 이 어떤 짓을 했는지!”

    엘 파나에서도 가장 강한 종족인 용족이 다스리는 케르빌 제국은 평

    화를 바라지 않았다.

    [알아요. 하지만 평화를 위한 고통 은 언제 어디서나 있는 거란 것을 잘 아시잖아요.]

    “이런 대화는 무의미한 것 같다. 그리고 파나 신의 심장은 돌려줄 수 없다.”

    이성진이 대놓고 파나 신의 심장이 라고 말하자 성녀 석상은 말을 멈췄 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건 너희는 죄 없는 인간을 많이 죽였다.”

    엘 파나의 지구 왕국은 그래도 힘 없고 죄 없는 종족을 죽이지 않으려 고 노력했다. 물론 미꾸라지처럼 흙

    탕물 흐리는 놈들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였고 발견되면 법에 따 라 처벌했다.

    “인간을 노예로 삼고 영토를 늘리 려는 제국과 왕국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평화는 없다.”

    성녀 석상은 이성진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파나 신의 심장을 돌 려줄 수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지 구 어디에 숨겼다고 생각했다. 이성 진의 말을 들어보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성진을 어떻게 하면 설 득할 수 있을까 싶어 살펴보고 있었 다.

    그런데 이성진에게서 파나 신의 신

    성력이 느껴졌다.

    [아저씨가 가지고 있군요!]

    “맞아.”

    이성진은 성녀 엘리스가 다른 것에 는 관심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만도 했다. 파나 신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인 성녀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파나 신 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파나 신의 심장은 내 심장 안에서 15년 동안 있었어.”

    [그럴 리가!]

    이성진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 을 알면서도 거짓말이기를 바랐다. 파나 신의 심장을 15년 동안 심장

    안에 가지고 있었다면 결과는 한 가 지뿐이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의 심장을 통째로 도려내 가 져와야 했다.

    그 방법 이외에는 없다. 파나 신의 심장과 이성진의 심장은 하나가 된 것이니까.

    [신의 심장을 인간이…….]

    받아들였을 리가 없다고 말하려다 가 멈췄다. 이성진이라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불가 능하다고 말한 것들을 이성진은 해 냈었으니까.

    [결국,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웃을 수가 없군요.]

    성녀 엘리스가 바라는 것이었다. 성녀가 된 이상 엘리스의 모든 것은 파나 신에게 바쳐야 했다. 좋아하는 이성진과 항상 함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바람이라면 가끔 화창 한 날에 연인이 데이트하듯 편하게 만나 웃으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없겠지.”

    [그럼 오늘 이후에 아저씨를 볼 때 는 둘 중 하나겠네요. 우리가 패했 거나 아저씨가 잡혔거나.]

    성녀 엘리스는 무리해서 성녀 석상 에 접속하고 있었다. 이성진이 어디 에 나타날지 몰라 지구에 보내진 모 든 성녀 석상에 접속해 있었다. 막

    대한 신성력을 낭비하는 짓이었다.

    [이제 석상을 통해 아저씨를 볼 수 도 없네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엘 파나에서의 기억은 지나간 대로 남겨 두고 싶었다. 그리고 성녀 석 상이 볼 때마다 기괴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도 싫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알려 드릴 게요. 아저씨가 소인족 성에서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모든 성의 이동 마법진은 사용 못 하게 해 놨어요. 오르쿠 성에서 기 다리세요. 지구에 마나가 가득 차 마나막이 사라지는 순간 찾아가겠습

    니다. 아저씨!]

    아저씨라는 말이 슬프게 들렸다. 그리고 성녀 석상은 눈을 감았다. 성녀 석상이 눈을 감자 하늘의 딸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동 마법진을 사용 못 하게 되었 다. 성을 버리더라도 다른 곳으로 가려던 계획은 무산된 것이다.

    “엘리스가 또 저런 거짓말은 안 하 는데……

    “위대한 왕이시여! 저도 같은 생각 입니다.”

    마법진을 통해 다른 곳으로 가려는 계획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렇 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뒤에 소리 없이 따라와 가만히 앉 아 있는 똘이를 바라봤다.

    “똘아!”

    “컹!”

    “너 마나막 어떻게 넘어왔는지 좀 보여 줘야겠다.”

    “컹! 컹!”

    똘이는 당연히 보여 준다는 대답을 했다. 거제도 마나막을 넘어 이곳까 지 온 똘이다. 똘이가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할 수 있다.

    “하늘의 딸!”

    “네. 왕이시여!”

    “지금 바로 가까운 마나막으로 간 다.”

    “알겠습니다.”

    하늘의 딸이 이성진이 마나막으로 간다는 것을 알리고 준비했다. 이성 진은 그냥 빨리 가고 싶었다. 하지 만 그럴 수 없었다.

    검은 전사 1천 명의 호위를 받으 며 크롤링이 끄는 마차를 타고 북쪽 으로 갔다.

    성은 마나막 중심에 있으니 어느 방향으로 가든 거리는 똑같았다. 그 렇다면 북쪽이 나았다. 오르쿠 성은 경남 진주시 동쪽 부근에 있었다.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합천 군에 못 미쳐 마나막이 있었다.

    마나막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크

    롤링 마차에서 내려 똘이와 함께 마 나막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어이없 는 웃음이 나왔다.

    기억을 찾기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 은 마나막을 통과할 수 있었다.

    기억을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마나 를 파악한다. 상대방의 마나를 파악 해 빈틈을 만들 수 있으니까.

    마나막 앞에 가는 순간 자연스럽게 마나를 파악했다.

    “어차피 똑같은 마나인데 통과 못 하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지.”

    이성진은 마나막을 향해 손을 뻗었 다. 이성진을 지켜보던 하늘의 딸과 오르쿠 검은 전사들은 이성진이 마

    나막을 그냥 만져 보려는 줄 알았 다.

    그런데 이성진의 손이 쑤욱 하고 마나막을 통과했다.

    가장 놀란 것은 하늘의 딸이었다.

    “어떻게……

    너무 놀라 하늘의 딸은 자신도 모 르게 이성진을 향해 물었다. 그리고 실수한 것을 알았다. 감히 위대한 왕에게 그냥 묻다니.

    “죄송합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제 가 너무 놀라서……

    “괜찮아. 이런 것으로 뭐라 하지는 않으니까.”

    이성진이 마나막을 통과한 손을 빼

    는 것을 보면서 하늘의 딸은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조금 전 한 실수 때문에 물어볼 수는 없었다. 하늘의 딸의 표정을 보고 이성진이 먼저 말했다.

    “마나막을 왜 통과 못 한다고 생각 해?”

    “그거야 당연히 촘촘하게 분포한 마나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 입니다.”

    주술사라고 해서 마나막을 왜 통과 못 하는지 모르지 않는다. 기본 중 의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왜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데?”

    하늘의 딸은 이성진의 질문에 고민 했다. 비집고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 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조금 전 이 성진은 마나막의 마나를 비집고 들 어가지 않았다.

    그냥 통과했다. 마치 마나막이 없 는 것처럼.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론을 낼 수 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물어보고 답을 받는 것이 나았다.

    “위대한 왕이시여! 제가 부족하여 알 수가 없습니다. 미천한 종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냥 왜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지 아는 대로 말해 봐.”

    하늘의 딸은 아는 대로 말하기 시 작했다.

    “마나막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마나 막 전체를 파괴할 만한 힘이 있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 습니다. 하지만 몇몇 용족은 마나막 을 자르고 통과할 수 있다고 합니 다.”

    마나막을 비집고 들어간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마나막 전체 를 파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늘의 딸이 더 놀란 것이다. 이성 진은 상식 밖의 일을 한 것이니까.

    “그렇구나.”

    이성진이 처음 알았다는 듯 말하자

    하늘의 딸은 마나막의 기본 원리도 모르면서 어떻게 손을 통과시켰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성진이 말해 주 기를 기다렸다.

    이성진은 하늘의 딸의 마음을 아는 듯 말했다.

    “그런데 꼭 마나막을 파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주술 역 시 세상에 퍼진 마나를 이용해야 가 능하잖아.”

    “주술도 세상에 퍼진 마나를 이용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마나막 을 이루는 마나는 다른 마나를 거부 합니다.”

    마나막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갖가

    지 실험을 했었다. 하늘의 딸은 오 르쿠 주술사 대표로 실험에 참여했 다. 하늘의 딸이 직접 30일을 준비 한 주술로도 마나막을 파괴할 수 없 었다.

    “거부하지 않게 하면 되잖아. 이렇 게.”

    이성진이 다시 손을 마나막에 댔 다. 그리고 손이 마나막을 쑥하고 통과했다.

    “아!”

    하늘의 딸은 이성진의 말뜻이 무엇 인지 알았다. 그리고 이성진이 어떻 게 마나막을 통과한 것인지 깨달았 다. 마나막을 이루는 마나와 똑같은 성향의 마나로 몸을 둘러싸면 마나 막이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곧 입술을 깨물었다.

    “왕이시여! 제가 실력이 부족해 왕 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없겠지.”

    이 원리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가르쳐 준 기술의 원리와 똑같았다. 상대가 가진 마나의 성향 에 따라 자신의 마나를 바꿔 공격한

    다.

    단지 마나막을 공격하지 않고 통과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오르쿠 종족 최고의 주술사잖아. 해낼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 대답하는 하늘의 딸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영혼의 주인이 자 왕인 이성진에게 칭찬받았다. 표 정이 좋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을 이성진은 이상하게 생각했 다. 오르쿠라 해도 칭찬은 좋아한다. 더군다나 주술사는 주술에 관한 칭 찬이라면 더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 다.

    “표정이 왜 그래?”

    “죄송합니다. 위대한 왕께서 바로 떠나실까 봐……

    하늘의 딸의 표정이 좋지 않은 이 유였다. 마나막을 통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성진이 바로 떠날까 두 려웠다.

    아직 이곳에는 이성진이 필요했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하늘의 검이 위대한 왕인 사신 으의 대리자란 것 을 확실하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이 갑자기 떠나 버리면 충성 의 대상이 사라진다. 하늘의 검이 다시 오르쿠를 장악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장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 었다.

    이성진의 신성 때문에 모든 오르쿠 가 이성진 이외에는 말을 안 들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하늘의 딸의 걱정을 잘 아는지 이 성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바로 떠날 생각은 없어. 마나막을 통과하는 방법을 찾는 데 7일 정도 를 고민할 거였어.”

    7일이란 말에 하늘의 딸은 애매하 다고 생각했다. 이성진이 하늘의 검 을 자신의 대리자로 자리 잡게 하는 시간으론 말이다.

    “위대한 왕이시여. 제게 시간을 더 주실 수 있으십니까? 왕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마나막을 통과할 수 있는 주술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그때 위 대한 왕을 따르는 오르쿠 전사들과 함께 가십시오!”

    하늘의 딸은 자신이 말해 놓고 좋 은 의견을 냈다고 생각했다.

    “오르쿠 전사들은 위대한 왕을 위 해 다른 성을 정복해 바칠 것입니 다.”

    전투에 있어서 오르쿠 전사만큼 용 맹한 종족도 없었다. 하지만 용족을 만나면 끝이다. 그리고 마나막을 통 과할 수 있는 주술을 만드는 데 시

    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마나막을 통과하는 주술은 계속 연구해! 연구해서 손해는 아니니 까.”

    하늘의 딸은 마나막을 통과할 수 있는 주술을 연구하면 자신의 주술 실력이 늘어날 것을 알고 있다. 하 지만 이성진의 말투가 걸렸다.

    “위대한 왕이시여! 꼭 7일 후에 떠 나셔야 합니까?”

    “3일 후에 떠날까?”

    농담처럼 하는 말에 하늘의 딸은 정색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7일 후에 떠나셔도 됩 니다.”

    농담처럼 한 말이라도 위대한 왕이 한 말은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 위치니까.

    “일단 하늘의 딸은 성으로 돌아가 있어.”

    “위대한 왕께서는 안 가십니까?”

    “나는 이놈 훈련시켜야지.”

    이성진이 똘이를 가리켰다. 그러자 똘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기뻐했다.

    “똘이도 같이 넘어갈 거야.”

    “컹! 컹!”

    마나막을 통과하는 방법을 모르면 서도 똘이는 모든 것을 걸고 통과했 다. 똘이가 마나막을 통과할 수 있

    었던 이유가 있다.

    이성진이 가진 마나와 똘이가 가진 마나가 비슷한 성질을 가졌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선 감정을 가진 똘이기 때문에 이성진의 마나를 자 연스럽게 닮아 갔다. 그리고 당연히 이성진의 마나와 똘이의 마나가 서 로 반응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똘이의 하울링이 이성진의 마나를 더 강하게 할 수 없다. 이성진의 마나와 닮은 똘이의 마나는 마나막을 통과할 수 있게 변 했다.

    하지만 똘이의 의지대로 변하는 것 이 아니었다.

    이성진을 찾기 위한 강력한 의지 때문에 일어난 기적 중 하나였다.

    “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할 주술사 하나 남겨 두고 성으로 돌아가! 돌 아가서 하늘의 검을 도와야지.”

    하늘의 딸은 이성진이 자기의 생각 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서 더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왕이시여!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고 똘이가 마나막을 통 과할 수 있게 되면 바로 돌아갈 거 야.”

    “알겠습니다.”

    이성진은 똘이를 7일 이내에 마나 막을 통과할 수 있게 훈련시키기로

    했다. 하늘의 딸은 머리로는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가 능하다고 믿었다.

    “그럼 구름의 아들과 검은 전사 500명을 두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해.”

    경호와 시중을 들 오르쿠를 두고 간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없었다.

    하늘의 딸은 성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면서 이성진이 이곳에서 지내는 데 부족함이 없게 준비도 했다. 검 은 전사 500명이 중앙에 이성진이 지낼 커다란 천막을 치고 그 주변으 로 자신들의 천막을 쳤다.

    하늘의 딸은 바로 주술로 성에 연

    락해 이성진이 이곳에서 지낼 때 먹 을 음식은 물론 시중들 여자 오르쿠 까지 보내라고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이성진에게 인사하고 하늘의 딸은 성으로 돌아 갔다.

    하늘의 딸이 성으로 돌아가자 이성 진은 바로 똘이와 함께 마나막 앞으 로 갔다.

    “자! 똘이야! 이걸 느껴 봐.”

    “ 컹!”

    이성진은 양손을 들었다. 한 손에 는 똘이의 마나와 똑같은 성질의 마 나를, 한 손에는 마나막과 똑같은 성질의 마나를 모았다.

    똘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느낌이 어때?”

    꼬리를 혼들며 좋아했다. 똘이의 마나와 똑같은 성질의 마나이니 당 연했다.

    “그럼 이건?”

    “크르르!”

    똘이는 낮게 울었다. 마나막을 통 과하면서 받은 고통이 기억났기 때 문이었다.

    “거부하지 말고 잘 느껴 봐. 이걸 느끼고 바꿀 수 있어야 나와 함께 갈 수 있어.”

    “끼 잉!”

    함께 갈 수 있다는 말에 똘이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나와 함께 가고 싶지?”

    똘이는 당연하다는 듯 짖었다.

    “컹!”

    “그럼 같이 노력하자. 아라 같이 만나야지.”

    “컹컹!”

    똘이는 거제도 기지에서 화면으로 봤던 아라를 떠올리며 꼬리를 흔들 었다. 이성진이 사랑하는 딸이니 똘 이 역시 아라를 똑같이 느꼈다.

    “다시 연습해 보자. 이걸 느끼고 바꾸려고 노력해 봐!”

    이성진은 다시 양손에 다른 마나를 모아 똘이에게 내밀었다. 똘이는 이

    성진과 함께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 로 싫어하는 마나막과 똑같은 성질 을 가진 마나를 느끼며 자신의 마나 를 바꿔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2일 만에 비슷하게 바꿀 수 있었다.

    “똘이야! 이 이상은 어려운 것 같 지?”

    3일째 오후가 되어도 똘이의 마나 는 완벽하게 마나막과 똑같은 성질 의 마나로 바꿀 수 없었다.

    똘이는 미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

    “끼잉•…"

    이성진과 같이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더 슬펐다.

    “자식! 걱정하지 마라. 그 정도만 하면 나머지는 내가 책임지고 데려 가 준다.”

    이성진의 말에 똘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청?”

    “진짜냐고? 보여 줄까?”

    “컹! 컹!”

    “앞발 내놔.”

    똘이가 앞발을 이성진에게 내밀었 다. 그러자 이성진은 똘이의 발을 잡고 마나막에 댔다.

    “마나 바꿔.”

    똘이는 마나막 마나 성질과 비슷하 게 마나를 바꿨다. 이성진이 똘이의

    앞발 위에 자신의 마나를 뒤집어 씌 웠다. 그러자 똘이의 마나가 완벽하 게 마나막의 마나 성질과 똑같아졌 다.

    그리고 이성진의 손과 함께 똘이의 앞발이 마나막을 통과했다.

    “네가 이 정도까지 바꿀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고생했다.”

    다시 마나막 안으로 똘이의 앞발을 빼냈다. 그러자 똘이는 바로 이성진 의 얼굴을 핥았다.

    “ 좋냐?”

    “ 컹!”

    똘이와 함께 마나막을 넘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내일 오전에 성으로

    돌아가 이곳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 을 생각이었다.

    7일이란 시간을 그냥 정한 것이 아니다.

    이성진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도 하 늘의 검이 대신 이곳을 책임지고 다 스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7일 동안 이성진을 대신해 하늘의 검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그것을 이 성진이 인정한다.

    그러면 다른 오르쿠들이 안 따를 수가 없었다.

    위대한 왕이 인정한 대리자란 것을 알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일 오전에 바로 출발할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는 일이 일 어났다.

    하늘의 딸이 남겨 둔 주술사 구름 의 아들이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크흥! 크흥! 위……대한 왕이 시……여! 크홍!”

    이성진의 앞에 와서 숨찬 것도 감 추지 못하고 급하게 불렀다.

    “왜? 큰일이라도 났어?”

    “크흥! 반란입니다!”

    구름의 아들이 반란이라고 소리쳤 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르쿠가 반란을 일으킬 리가 없었다. 종족의 특성상 힘에 복종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지구에 와서 변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떤 대전사가 반란을 일으킨 거 야?”

    반란을 일으켰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검은 전사단이 움직이면 어 지간한 대전사와 그의 부족은 전멸 이다.

    “크홍! 대전사가 아닙니다! 인간들 입니다!”

    이건 문제가 달랐다. 인간이 반란 을 일으켰다. 오르쿠는 반란을 일으 킨 인간이 있는 곳을 풀 한 포기 남겨 두지 않고 다 죽일 것이다.

    “어디야?”

    “크흥! 진주라는 곳입니다!”

    진주라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하늘의 딸이 연락한 건가?”

    “크훙. 그렇습니다.”

    “하늘의 딸과 대화할 수 있나?”

    하늘의 딸과 대화할 수 있냐는 말 에 구름의 아들은 바로 두 손을 모 으고 원거리 통신 주술을 말하기 시 작했다.

    “크흐흥. 키리베’. 크롬. 하늘의 딸!”

    구름의 아들의 눈이 뒤집어지며 흰 자위만 보였다. 주술이 성공한 것이

    다. 그리고 구름의 아들 입에서 하 늘의 딸의 목소리가 나왔다.

    [위대한 왕이시여! 부르셨습니까!]

    “진주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하늘의 검이 반 란 진압을 막고 있습니다만, 위대한 왕께서 빨리 오시지 않으면 대전사 들이 부족을 움직일 것입니다.]

    하늘의 검이 예전과 같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늘의 검이 반 대하는 일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러 나 지금은 반대할 수 있다.

    충성의 대상이 이성진이다.

    위대한 왕이 다스리는 곳에서 반란 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

    다나 인간과 친구가 된 것은 며칠 되지 않았다.

    인간과 친구라는 것보다 위대한 왕 에게 반기를 든 것을 더 괘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과잉 충성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르쿠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야. 지금 성으로 가는 것보다 진주로 가는 것이 더 빨라. 그러니 까 진주로 출발하겠어. 하늘의 딸은 내 명령으로 검은 전사단과 하늘의 검을 보내.”

    [위대한 왕이시여……. 하늘의 검 과 검은 전사단을 보내라고 하심

    은…….]

    하늘의 딸은 이성진의 정확한 의도 를 알고 싶었다. 반란을 일으킨 인 간을 토벌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명령을 제대로 안 듣는 대전사를 처 벌하기 위해서인지.

    “이길 수 없는 힘을 보여 주고 친 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려 고.”

    하늘의 검과 검은 전사단은 이성진 을 잡기 위해 나온 것을 제외하고 전투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들을 제외한 오르쿠로도 인간을 충분히 정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대전사들은 어떻게…….]

    하늘의 딸은 이성진이 하늘의 검의 손을 들어 주기를 바랐다. 어쨌든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말한 인간은 친구라는 것 때문에 토벌을 반대했 으니까.

    “다 같이 오라고 해. 그리고 하늘 의 검의 지휘를 받으라고도 전해.”

    하늘의 딸이 원하는 대답이 나왔 다.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하겠습니 다. 감사합니다.]

    “바로 출발할 테니까 성에서도 바 로 출발해!”

    [알겠습니다.]

    하늘의 딸은 기쁜 목소리로 대답하 고 통신을 끊었다. 그러자 구름의 아들의 눈이 돌아왔다.

    “크흐흥!”

    구름의 아들은 급하게 통신을 하느 라 기운이 빠져 주저앉았다. 하지만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바로 진주로 출발한다. 똘아 가 자!”

    “ 컹!”

    이성진이 조금 떨어진 검은 전사들 에게 소리치고 똘이와 함께 가자, 구름의 아들은 억지로 일어나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짐은 놔두고 전사들만 최대한 간 편하게 무기만 들고 뛰어간다!”

    짧은 다리로 힘들게 따라온 구름의 아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지금 이곳에 주술사는 구름의 아들 한 명뿐이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왕 의 통신 주술사로서 무조건 따라가 야 했다.

    “킁! 위대한 왕의 명령대로!”

    검은 전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뛸 준비를 했다. 그러자 이성진과 똘이가 진주 방향을 향해 뛰었다. 그 뒤를 검은 전사 500명이 따라갔 다. 구름의 아들은 한숨을 쉬더니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에게 주술을 걸었다.

    “크홍! 쿠알라. 루름트!”

    빠르게 달리는 주술이었다. 그래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이성진과 똘이 그리고 검은 전사들보다는 느 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짧은 다리로 빠르게 발을 놀리며 최선을 다해 쫓아갔다.

    먼지 구름이 일어날 정도로 빠르게

    달렸다. 덕분에 진주 외곽까지 3시

    간이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 다.

    진주 외곽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오르쿠가 진주 외곽에 주둔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100명 단위로 질서 정연하게 진주 방향을 향해 서 있었다. 대충 보이 는 숫자만 해도 5천 명이 넘어갔다.

    오르쿠 전사 5천 명이면 진주시 정도는 몇 시간 안에 괴멸한다.

    이성진과 검은 전사단이 도착하자 오르쿠 대전사와 부하 오르쿠가 달 려왔다. 그리고 이성진 앞에 무릎 꿇었다

    “크흥! 마지막 나온 아들이 위대하

    신 왕을 뵙습니다.”

    마지막 나온 아들의 인사를 대충 받았다.

    “일어나라.”

    “킁!”

    마지막 나온 아들은 이미 이성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크흥! 이쪽에 머무실 곳을 준비했 습니다.”

    마지막 나온 아들이 가리키는 곳에 는 급하게 만든 단상이 있었다. 3층 높이의 단상 위에는 의자도 있었다. 그 위에서 지켜보라는 것이다.

    “아니야. 진주시에 가 봐야겠어.”

    “크흥!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마지막 나온 아들은 이성진에게 고 개를 숙이더니 진주시를 향해 앞장 서 걸었다. 이성진과 마지막 나온 아들이 지나갈 때마다 오르쿠 전사 들은 고개를 숙이며 존경과 충성의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전투 중이거나 전투 준비 중인 전 사는 무릎을 꿇는 대신 고개만 숙인 다.

    오르쿠들을 지나 진주시에 가까이 갔다. 그리고 눈에 마나를 보내 진 주시를 가깝게 보이게 했다.

    진주시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바리 케이드를 만들고 그곳을 지키는 사 람들이 있었다. 모두 파란 완장을

    찼다.

    “마지막 나온 아들!”

    “크홍! 말씀하십시오! 위대한 왕이 시여!”

    “진주시에 있었나?”

    “크훙……. 그렇습니다. 용서해 주 십시오!”

    마지막 나온 아들은 진주시를 책임 지는 대전사였다. 인간이 반란을 일 으켰다. 그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 서 용서해 달라는 말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이성진은 마지막 나온 아들 을 직접 일으켜 세웠다.

    마지막 나온 아들은 어리둥절해 하

    며 일어섰다.

    위대한 왕이 일어나라고 말만 해도 일어날 텐데 직접 일으켜 세웠다. 이런 경우는 드물었다. 무언가 칭찬 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인간과 싸우지 않고 후퇴했지?”

    “크흥……. 죄송합니다.”

    오르쿠 전사가 싸우지도 않고 후퇴 하는 일은 용서받지 못하는 일이었 다.

    “아니야. 잘했어.”

    “푸흥!”

    마지막 나온 아들은 자기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위대한 왕은

    인간과 친구가 되라고 했다. 인간이 반란을 일으킨 순간에 전사들에게 명령해 진주시 외곽으로 후퇴하라고 했다.

    그리고 성으로 연락을 보냈다.

    자신이 판단할 수 없는 일이기 때 문이었다. 위대한 왕께서는 인간과 친구가 되라고 했다. 그런데 인간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을 일으키면 무조건 죽여야 했 다. 하지만 위대한 왕의 명령이 걸 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 황에서는 후퇴한 다음 결정을 위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딱 봐도 부상자도 없어 보이고 기

    세가 등등한 것이 싸우지도 않고 후 퇴한 것같이 보여.”

    바리케이드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었다. 오르쿠가 싸우지도 않고 도 망치듯 후퇴하자 기세가 등등한 것 이다.

    “내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 같 아서 기쁘다.”

    “푸훙! 감사합니다! 위대한 왕께 충성을!”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위대한 왕에 게 칭찬받았다. 이 사실은 순식간에 오르쿠들 사이에 퍼져 나갈 것이다. 그러면 부러움의 눈길을 받는 것은 물론 성으로 들어가 요직에 앉을 수

    도 있었다.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어. 그리고 절대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인간 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크홍! 위대한 왕이시여. 만약 오 르쿠 전사가 죽을 위기에 처한다 면……

    이건 의외의 말이었다. 오르쿠 전 사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이 있다는 말 같았다.

    “죽은 오르쿠 전사가 있나?”

    “크흥! 아닙니다. 다친 전사는 꽤 있습니다.”

    다친 것도 의외였다.

    “강한 인간이 꽤 있나 보군.”

    “크흥! 꽤 됩니다. 맞붙어 싸우면 약간의 피해가 있더라도 이길 수 있 는 수준입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진주시에 초 인이 몇 명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5천 명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곳에는 일반 오르쿠 전사만 5천 명이 있다. 싸움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증원이 더 온다.

    “그래도 싸움을 피한다.”

    “크홍!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불합리하더라도 이성진이 명령한 것이면 따라야 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곳 에서 대기하도록.”

    “킁!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마지막 나온 아들은 인간들이 싸우 러 나오더라도 대기하라는 줄 알았 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성진이 갑자 기 성큼 걸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크흥! 위대한 왕이시여!”

    “따라오지 마라.”

    마지막 나온 아들은 이성진을 따라 가려다가 멈췄다. 하지만 똘이는 아 무렇지 않게 따라갔다. 이성진의 옆 자리는 자신의 것이니까.

    이성진도 똘이가 따라오는 것을 막 지 않았다.

    마지막 나온 아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이성진과 똘이 는 진주시 바리케이드에서 100m 떨어진 곳까지 갔다.

    바리케이드에서는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가 오르쿠가 있는 곳을 아무 렇지 않게 지나온 것을 보고 난리가 났다.

    탕!

    총소리와 함께 이성진의 발 앞에 총알이 튀었다. 경고 사격이었다. 인 간이기 때문에 총을 사용했다.

    “멈춰라! 더 다가오면 사살하겠 다!”

    바리케이드에 있는 사람들은 이성 진을 오르쿠 편이라고 판단했다. 그

    럴 수밖에 없었다. 5천 명의 오르쿠 가 모여 있는 곳을 인간이 그냥 지 나올 수는 없다.

    같은 편이 아닌 이상.

    “진주시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

    이성진의 말에 바리케이드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기 시 작했다. 그냥 쏴 버리자는 쪽과 말 은 들어보자는 쪽으로 갈렸다.

    오르쿠 편에 선 인간은 죽여야 한 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몇 명이 끝까지 반대했다.

    결국 10분 정도 기다리자 누군가 바리케이드로 왔다. 사람들이 한결 씨라고 부르는 것이 들렸다. 말투로

    봐서는 한결이라는 사람이 가장 높 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한결이란 사람이 바리케이 드 앞으로 나왔다.

    “진주시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나요?”

    남자 얼굴이 저렇게 하얗게 생긴 것은 처음 봤다. 동양인 외모에 백 인의 피부를 가졌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당신이 진주시 책임자인가요?”

    처음 만나는 것이라 존중해 줬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제가 책임자인 것은 맞습니다.”

    “왜 오르쿠와 싸우는 겁니까?”

    왜 오르쿠와 싸우는 거냐는 말에 한결은 피식 웃었다.

    “침략자 아닙니까? 당연히 싸워야 죠.”

    “싸움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나 요?”

    한결은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 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오르쿠와 싸우는 겁니다. 진 주시는 저항의 불을 지피는 첫 불꽃 이 될 겁니다. 우리 인간들의 힘은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한결은 인간인 이성진이 오르쿠의 편이 아닌 인간의 편에 서길 바라면

    서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요. 인간은 절대 약하지 않아요. 하지만 굳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데 싸울 필요가 있을까요?”

    이성진의 말에 한결의 얼굴은 일그 러졌다.

    “왜 싸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 죠? 오르쿠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한 일을 잊었나요? 저항하는 인간은 절대 실•려 두지 않았어요. 그것이 남자건 여자건……

    한결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어 린아이조차도 저항하면 무자비하게 죽였다. 그 지옥을 직접 봤다. 그리

    고 가족을 잃었다.

    “우리는 그것을 절대 잊지 않습니 다. 당신도 친한 누군가나 가족을 잃지 않았나요?”

    한결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하지 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다. 오르쿠들은 친구가 된 인 간이 배신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친구였던 인간이 배신하면 그 배신 감은 더 크다.

    그런 감정은 오르쿠라고 해서 다르 지 않다.

    “그럼 진주시에 있는 인간을 다 죽 일 겁니까? 상대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왜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 충분히 승산이 있어요. 설혹 우리가 전멸한다 해도 우리를 보고 다른 지 역의 사람들이 일어날 겁니다.”

    말이 안 통한다. 설득하기에는 너 무 감정의 골이 깊다. 오르쿠에게 복수하고 싶음 마음이 가득했다.

    그래도 설득해야 했다. 진주시 안 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일 반 사람들이 있다.

    “이곳에 오르쿠가 몇 명이나 있는 줄 아나요?”

    한결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5만 명에서 6만 명 정도로 파악 했어요. 그런 것도 파악 안 하고 이

    런 일을 벌이지 않습니다.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습 니다.”

    한결은 오크루가 2만 명 이상 몰 려오지 않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고 생각했다. 계획도 다 세워 놨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에 의한 계획이 었다.

    “오르쿠 전사만 12만 명이 넘어요. 검은 전사단이라고 오르쿠 중 최정 예가 1만 명 더 있어요. 그리고 오 르쿠 성에는 전사가 아닌 일반 오르 쿠도 7만 명 정도 있어요.”

    한결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 다.

    “사실입니까?”

    “거짓말할 이유가 없어요. 몇 시간 뒤에 1만 명의 검은 전사단과 대전 사들이 이끄는 오르쿠들이 올 겁니 다. 새로 오는 오르쿠는 최소 2만 명 이상일 겁니다.”

    지금 앞에 있는 5천 명의 오르쿠 를 합치면 최소 2만 5천 명이다. 한 결의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였다.

    “믿을 수 없습니다.”

    한결은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어 하는 한결을 믿게 하는 것은 간단했다.

    “한결 씨가 못 믿는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몇 시간 뒤에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요.”

    한결은 이성진의 말과 행동에서 거 짓을 찾아볼 수 없었다. 머뭇거림도 없고 눈도 돌리지 않는다.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연기가 아닐 까 생각해 보지만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몇 시간 뒤에 오르쿠가 더 오면 그때 봅시다. 똘아 가자!”

    “ 컹!”

    이성진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똘이와 함께 오르쿠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한결은 멍하니 그런 이성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오르쿠가 이성진을 향해 고개를 숙 이는 것이 아닌가!

    한결은 오르쿠의 새로운 왕이 이성 진인 것을 몰랐다.

    오르쿠들은 새로운 위대한 왕의 명 령으로 인간과 친구가 된다고만 했 지, 인간이 새로운 왕이라고 말하지 는 않았으니까.

    고성 지역 사람들 이외에는 모른 다.

    곧 이성진이 오르쿠의 극진한 대접 을 받으며 사라지는 것을 보고 한결 은 심각한 표정으로 바리케이드 안 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 의논하기 시 작했다.

    이성진의 말이 거짓이라 해도 미리 대비하는 것이 나으니까.

    이성진은 마지막 나온 아들의 마중 을 받으며 오르쿠가 주둔하는 곳으 로 돌아갔다. 그리고 구름의 아들을 찾았다.

    “구름의 아들은 어디 있어?”

    “크흥. 위대한 왕이시여! 구름의 아들이라면 주술사 말 하시는 것입 니까?”

    “맞아!”

    마지막 나온 아들은 주술사 구름의 아들을 본 적이 없었다. 고개를 갸 웃거렸다. 하지만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위대한 왕이 찾는 다. 무조건 찾아와야 했다.

    “크흥. 위대한 왕이시여! 곧 데리

    고 오겠습니다.”

    마지막 나온 아들은 자신의 주술사 와 부하들을 동원해 구름의 아들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구름의 아들이 힘든 콧바람을 내뿜 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크흥•…”. 큭•…". 크홍•…".

    큭…….컥컥……

    이성진 앞에 와서 멈춘 구름의 아 들은 다리에 두 손을 올리고 숨을 거칠게 쉬었다. 위대한 왕 앞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없었다.

    “크흥! 위대한 왕이시여! 여기 구 름의 아들이 왔습니다. 명령하실 것

    이라도……

    마지막 나온 아들은 구름의 아들이 힘들게 뛰어온 것을 보고 대신 말했 다.

    측은했기 때문이었다. 주술사는 항 상 크롤링 마차를 타거나 오르쿠 전 사의 호위를 받으며 다녔다. 주술 이외에는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었 다. 그런데 직접 뛰어왔다.

    “흐음. 고성 지역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통신하고 싶은 데……. 이래가지고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구름의 아들 을 보니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다.

    이성진의 말을 들은 구름의 아들은

    있는 힘을 다 짜내 허리를 펴고 소 리쳤다.

    “크홍! 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왕의 통신을 맡은 주술사로 서 그 어떤 경우에도 다른 주술사에 게 자신의 임무를 넘길 수 없었다.

    “괜찮겠어?”

    “크흥……. 괜찮습니다.”

    죽더라도 위대한 왕의 통신을 끝내 고 죽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답했 다.

    “그럼 고성 지역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통신하고 싶은데.”

    “크흥. 바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구름의 아들은 남은 마나를 있는

    대로 끌어올려 주술을 펼치기 시작 했다.

    “킁! 키리베. 크롬.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구름의 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 기 시작했다. 진주에서 고성까지 거 리가 꽤 되기 때문이었다. 마나가 충분했다면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 다. 그리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의 주술사가 빨리 응답하지 않고 있었다.

    계속 주술로 신호를 보내느라 가뜩 이나 모자란 마나가 계속 헛되게 소 모되고 있었다.

    “크흐흑……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다 가 통신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그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주술사가 응답했다.

    구름의 아들의 눈동자가 뒤로 돌아 가며 흰자위만 보였다.

    [크홍!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이 위대한 왕의 부르심을 받았습니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목소 리가 분명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크흥! 말씀하십시오! 위대한 왕이 시여!]

    “고성 지역의 오르쿠와 인간들을

    데리고 진주로 와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진주 시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을 알고 있 었다. 그리고 이성진이 어떤 마음일 지도 짐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이성진이 오르쿠를 정복하려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성진이 위대한 왕이 되고 오르쿠 와 인간이 같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이성진은 인간들을 아끼고 사랑한 다는 것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자기 였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

    다. 힘과 권력을 가졌는데 그것을 종족을 위해 사용한다.

    자신의 힘과 권력을 더 높이기 위 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더 이성진을 믿고 따르고 싶었다. 지금은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 자신 역시 이성진의 종족이 나 마찬가지니까.

    [크흥! 그렇지 않아도 오르쿠 전사 를 소집했습니다. 관리자 인간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크흥! 크롤링 마차에 관리자 인간 들을 태우고 가면 4시간 안에 갈 수 있습니다.]

    오르쿠 성에서 오는 하늘의 검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늦을 것 같았다.

    “지금 바로 출발해.”

    [크홍!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통신 을 끊기도 전에 통신이 끊겼다. 주 술사 구름의 아들이 기절하며 뒤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바로 옆에 있 던 마지막 나온 아들이 뒤로 넘어가 는 주술사 구름의 아들을 붙잡았다.

    “크홍! 위대한 왕이시여! 숨을 쉬 지 않습니다!”

    마지막 나온 아들은 마지막까지 자 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주술사 구름의 아들을 자랑스

    럽게 생각하며 말했다.

    “비켜 봐.”

    마지막 나온 아들은 주술사 구름의 아들을 땅에 눕혀 놓고 옆으로 나왔 다. 이성진이 주술사 구름의 아들의 죽음을 칭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 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성진은 바로 주술사 구름의 아들 의 심장에 손을 대고는 누르기 시작 했다.

    “크흥!”

    마지막 나온 아들은 주술사 구름의 아들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는 생 각할 수 없었다. 심장이 잠시 멎은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다.

    주술사 구름의 아들은 마나를 모두 사용한 것도 모자라 생명력까지 사 용했다.

    덕분에 심장에 무리가 갔다.

    이런 경우를 마지막 나온 아들은 많이 봤다. 마나와 생명력까지 사용 한 주술사를 다시 살린 경우는 없었 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크홍……. 헉! 커헉!”

    주술사 구름의 아들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눈을 떴다.

    “크흐흥! 커헉! 컥! 컥!”

    이성진이 가슴을 누르는 대로 컥컥 대며 말을 못 했다.

    “조금만 더 참아. 마나를 넣어 강 제로 심장을 뛰게 했어. 심장이 다 른 마나에 적응해야 하니까!”

    “크홍! 컥! 컥!”

    콧바람만 내뿜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술사 구름의 아들 은 이성진의 말대로 자신의 심장에 다른 마나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다른 마나는 심장을 더 강하게 만들 면서 몸으로 퍼져 나간다.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쾌감이 올라왔다.

    주술사 구름의 아들이 몸을 부르르 떨자 이성진은 손을 멈췄다.

    “일어나 봐!”

    “크흥! 위대하신 왕의 명령대로!”

    주술사 구름의 아들은 잠시 죽기 전보다 더 강해진 몸과 마나를 느끼 며 일어났다. 그것을 본 마지막 나 온 아들과 오르쿠들은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그 누구도 살리지 못하는 주술사를 살려냈다. 위대한 왕을 뛰어넘는 기 적이었다.

    이성진을 믿는 신앙이 더 단단해지 는 사건이 되었다. 그 누구도 살릴 수 없는 주술사를 살려낸 이야기는 오르쿠들에게 퍼져 나갈 것이다.

    위대한 왕을 위해 일하다 죽은 주 술사를 가엽게 여겨 살려냈다.

    그런 왕을 위해서는 더 열심히 충 성을 바칠 수 있다.

    “앞으로 무리다 싶으면 못 하겠다 고 해라. 주술사가 없는 것도 아니 고.”

    “크흥! 아닙니다. 위대하신 왕의 통신 주술사로서 죽는 한이 있더라 도 할 것입니다.”

    주술사 구름의 아들은 속으로 기뻐 했다. 그동안 넘지 못했던 벽을 이 성진 덕분에 넘었다. 그리고 뼈와 근육에서 느껴지는 이 힘.

    주술을 걸지 않고 달려도 지치지 않을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죽음을 경험하고 주술사로서 한 단

    계 이상 높아졌다.

    “왜들 무릎 꿇고 있어? 일어나! 그 리고 저기 있는 인간들에게 보여 줘 라! 모든 것을 쓸어버릴 수 있는 힘 이 있는데도 친구가 되기 위해 참고 있다는 것을!”

    이성진의 말에 마지막 나온 아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킁! 위대한 왕의 명령대로!”

    그러자 모든 오르쿠가 일어나 똑같 이 소리쳤다.

    [킁! 위대한 왕의 명령대로!]

    오르쿠들은 우르르 몰려가 진주시 에서 잘 보이는 장소를 골랐다. 그 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원형으로

    서며 경기장을 만들었다.

    경기장 안에서 오르쿠끼리 대결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르쿠들이 적의 사기를 꺾는 방법 이다.

    오르쿠의 강력한 힘을 보여 주며 싸운다.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마지막 나온 아들이 원형 경기장 안에 들어가 소리쳤다.

    “크흥! 누가 나올 것인가?”

    대전사인 마지막 나온 아들이 처음 부터 강력한 힘을 보여 줄 생각이었 다. 순간 오르쿠 중 한 명이 창을 들고 소리치며 나왔다.

    “크흥! 많이 먹는 아들이 도전하겠 다!”

    마지막 나온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 다. 많이 먹는 아들이라면 충분히 싸울 만했다. 하급 대전사로 올라가 기 직전의 실력이었다.

    마지막 나온 아들은 별다른 무기가 없었다. 자신의 주먹이 무기였다. 하 지만 그렇다고 맨손은 아니다.

    주먹에 강철로 만든 장갑을 끼었 다. 그냥 강철이 아니다. 주술을 이 용해 만든 강철 장갑이다. 면장갑을 낀 것처럼 부드럽게 휘어진다. 그렇 다고 강한 철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단단했다.

    “크아아아아!”

    마지막 나온 아들이 먼저 전사의 함성을 외쳤다. 그러자 많이 먹는 아들 역시 전사의 함성을 외쳤다.

    “크아아아아!”

    전사의 함성이 멀리 퍼져 진주시에 까지 들린다. 진주시 바리케이드에 있던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나온 아들과 많이 먹는 아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공격한 것은 많이 먹는 아들 이었다. 긴 창의 장점을 이용해 달 려가면서 찌르는 공격이었다.

    마지막 나온 아들은 일부러 피하지 않고 주먹을 쥐고 창의 끝을 향해 날렸다.

    꽈앙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많 이 먹는 아들이 뒤로 튕겨지듯 날아 갔다. 그리고 땅에 발이 닿는 순간 빠르게 마지막 나온 아들을 향해 다 시 달려갔다.

    두 오르쿠는 온 힘을 다해 싸웠다. 창을 주먹으로 쳐 내고 주먹을 창으 로 막았다.

    창과 주먹이 맞부딪힐 때마다 타이 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왔다.

    진주시 바리케이드에 있던 초인 관 리자들은 여태까지 봤던 오르쿠는

    장난이라는 것을 알았다. 주먹과 창 에 자신들은 담지 못하는 강한 마나 를 담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1시간 정도 싸움의 끝은 당연히 마지막 나온 아들의 승리였다. 밥 많이 먹는 아들도 분발했다. 하지만 경험과 마나의 운영은 따라갈 수 없 었다. 강철 창이 휘어지며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킁! 또 나올 오르쿠는 없는가?”

    마지막 나온 아들이 소리치자 이번 에는 쉽게 나서는 오르쿠가 없었다. 싸우는 것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진주시의 인간에게 강한 오르쿠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은 두려

    웠다.

    강한 오르쿠의 모습을 보여 주라는 것이 위대한 왕의 명령이니까.

    “킁! 정말 없는가!”

    마지막 나온 아들이 또 소리쳤다. 그런데 누군가 소리치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킁! 내가 나서겠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오르쿠는 거 대한 대검을 든 하늘의 검이었다. 하늘의 검이 나타나자 마지막 나온 아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 이었다. 상급 대전사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자신 같은 오르쿠 10명이

    있어도 못 이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 다.

    위대한 왕이 보고 있다.

    “킁! 하늘의 검께서 직접 나오시다 니……. 영광입니다.”

    “킁! 저들에게 오르쿠의 진정한 힘 을 보여줘라!”

    마지막 나온 아들은 대답하지 않고 긴장하며 주먹에 마나를 듬뿍 담았 다. 그리고 전사의 함성을 외친 다 음에 하늘의 검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의 검 역시 일부러 마지막 나 온 아들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일부러 마나와 마나가 부딪 히게 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한 방에 마지막 나온 아들은 강철 장갑 이 부서지며 기절했다.

    “크홍! 치워라! 누가 나에게 도전 할 것인가!”

    하늘의 검은 거대한 대검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모든 오르쿠가 눈 치를 보고 있었다. 상급 대전사를 한 방에 기절시켰다.

    전사인 오르쿠가 나설 리가 없었 다.

    오르쿠 전사가 기절한 마지막 나온 아들을 들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하늘의 검은 또 소리쳤다.

    “크흥! 아무도 안 나서는 것인가! 오르쿠의 전사들이여! 힘의 명예를 잊었는가!”

    하늘의 검의 목소리는 꾸중이었다. 그런데 하늘의 검의 귀에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나가지!”

    하늘의 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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