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22화 (22/50)

6장. 파나 신의 심장

갑자기 어두운 통로를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환하게 빛나는 빛을 통과했다. 그리고 어떤 장소에 와 있었다.

이곳은 예전에 봤던 곳이다. 성녀 와 함께 그 누구도 방해받지 않는 곳이라며 왔던 곳이다.

하지만 성녀는 없었다. 어두운 밤 인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 조용 히 들어왔다. 이 장소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지 않다면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빨랐다.

체형이나 움직임이 눈에 익었다. 아니 눈에 익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몰라볼 수 없으니 까.

사라져 버린 기억이 분명했다. 이 홀의 중앙에는 안개로 둘러싸인 무 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물이 다. 기억났다.

성녀 엘리스가 파나 신의 조각이 이곳에 있다고 했었다. 저 안개는 신물을 지키는 동시에 경보기 역할 도 한다.

그런데 두 손으로 문을 열듯이 안 개를 열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안개 안 중심에는 원형 기둥이 있 었다. 그리고 그 기둥 위에는 조그 마한 심장이 있었다. 너무나 작고 작은 심장은 붉은빛을 내뿜으며 뛰 고 있었다.

한입에 삼켜도 될 만한 크기의 심 장이 신물이라니.

손을 뻗어 신물인 심장을 잡으려는 것이 보였다. 몸이 찌르르 울리는 것이 잡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잡으면 안 된다고 소리쳐 보지만 들 릴 리 없다.

저 때의 나도 분명 잡으면 안 된 다는 것을 알 텐데 왜 잡으려는 걸 까 궁금했다. 그리고 곧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위험해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임무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위험을 감지하고도 실행하지 않는 다.

곧 심장에 손이 닿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심장이 더 붉게 빛났다. 몸 을 부르르 떠는 것이 상당한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횐색이었던 안개가 붉은빛을 내며 사방으로 홑어졌다. 원래는 침입자 를 꼼짝 못 하게 잡아야 하는 안개 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자 외부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손에 잡은 심장을 수정 같은 상자 에 넣고 가슴 부위 주머니에 넣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빠져나가려는 순간 문이 활짝 열리며 갑옷을 입고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 왔다.

검과 방패도 들었다. 방패에 새겨 진 새의 문양을 봐서는 성기사가 분 명했다.

빠르게 권총을 빼는 것이 보였다. 권총으로 신성력으로 강화한 갑옷을 입은 성기사를 상대할 수 있을까 싶 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 이 흘러갔다.

권총에서 무언가 날아갔다. 화약이

폭발하는 불빛이 보이지 않았는데 도.

그런데 성기사가 고개를 뒤로 젖히 며 쓰러진다. 무언가가 투구를 꿰뚫 었다.

순식간에 10명의 성기사가 머리에 무언가를 맞고 쓰러졌다.

쓰러진 성기사를 뛰어넘어 문밖으 로 나가려는 순간 거대한 망치가 날 아오는 것이 보였다. 양손을 모으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양손 앞에 반 투명한 막이 생겼다.

하지만 거대한 망치는 반투명한 막 을 부수며 그대로 날아왔다. 양손으 로 막아 보려고 하지만 양손을 튕겨

내며 가슴까지 날아갔다.

가슴을 망치로 얻어맞으며 뒤로 날 아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저 동 작은 충격을 홉수하려고 일부러 뒤 로 날아가는 동작이다. 그리고 신기 하게도 망치가 다시 되돌아가는 것 도 보였다.

망치가 되돌아간 곳에는 오르쿠라 고 해도 될 만한 덩치를 가진 남자 가 있었다.

성기사단장 케인 릴이란 것이 떠올 랐다.

쓰러졌던 내가 다시 일어나 양손에 권총을 들고 마구 난사하는 것이 보 였다. 하지만 성기사와는 다른 결과

가 나왔다.

케인은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날 아오는 무언가를 피했다. 피하지 못 한 것은 거대한 망치로 쳐 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맞붙었다. 거대 한 망치를 피해 케인의 몸을 때리고 케인은 그것을 견뎌 내며 반격했다.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화려하게 싸 운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지금 저렇게 싸우라면 못 싸울 것 같았다. 하지만 곧 할 수 있을 것이 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니까.

사방이 망가지도록 두 사람은 치열 하게 싸웠다. 그리고 결국, 케인이 무릎 꿇었다. 하지만 마지막을 결정

지을 수 없었다.

성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왔기 때문 이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최소 20명 이 상이었다. 그리고 더 몰려온다.

도망가야지! 소리쳤다. 그 마음을 아는 듯 기억 속의 나는 성기사를 쓰러뜨리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무언가에 맞 은 듯 별이 반짝였다.

“커헉!”

비릿한 것이 속에서 올라왔다. 토 해 냈다. 검붉은 피였다.

“하하! 나 때문이었구나!”

다른 것은 몰라도 확실하게 기억 난 것은 있다. 파나 신의 심장을 훔 쳤기 때문에 엘 파나의 모든 종족이 신탁을 받아 뭉쳤다.

그리고 심장을 찾아 지구까지 온 것이다.

임무 때문에 훔쳤다. 하지만 어쨌 든 결과는 엘 파나의 지구 침공이었 다. 고개를 숙여 심장 부근을 봤다.

이제 보인다. 붉은색으로 빛나는 심장이.

케인의 망치를 가슴에 맞을 때 파 나 신의 심장을 봉인한 봉인 수정이 깨졌다. 파나 신의 심장은 충격 때 문에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봉인 수정의 일부분과 함께.

“내가 기억과 능력을 잃은 이유 가……”

파나 신의 심장 때문이었다. 신의 능력을 인간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봉인 수 정 일부가 같이 흡수되는 바람에 기 억을 잃는 것으로 끝났다는 것을 알 았다.

“봉인이 일부 풀린 거네.”

몸 안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심장 안에 파나 신의 심장이 있다. 15년 동안 품고 있었으니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파나 신의 심장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리만 잡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봉인이 일부 풀린 덕분에 능력도 일부 돌아온 것 같았다.

“이거 기뻐해야 하는 거야…… 슬 퍼해야 하는 거야……

마나가 가득 찬 세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눙력들이었다. 마나가 거의 없는 지구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능력.

“기억을 잃어서 임무에 실패했다고

생각했겠네.”

심장에 파나 신의 심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수술해서라도 꺼냈을 것이다.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다. 임무 중에 사망한 것으로 생각 하면 되니까.

“마나로 총알을 만든다라……

손바닥에 하얀색 총알이 나타났다. 마나로 만드는 총알은 하얀색과 파 란색 그리고 빨간색 세 가지였다. 지금은 하얀색만 만들 수 있었다.

“그 양반도 같이 넘어왔으면 좋겠 는데.”

엘 파나에서 사용했던 총은 마법 도구였다. 엘 파나의 마법 술사가

만들었다. 마법사와 마법 술사는 다 르다. 마법 도구를 만드는데 뛰어난 사람이 마법 술사다. 소인족 활도 마법 술사가 만든 것이다.

마법 총알을 그냥 손으로 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법 도구인 총이 있 다면 더 멀리 더 강력하게 쏠 수 있었다.

마법 도구 총을 만든 마법 술사가 지구로 넘어왔을 리가 없다는 생각 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마나 총알은 손가락으로 눌 러 부숴 버렸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고.” 엘 파나의 침공이 왜 일어났고 왜

성전인지 알게 되었다고 해서 변하 는 것은 없었다. 오르쿠를 지배하고 마나 막을 넘어 서울로 가야 했다.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밤 새 옥수수밭에 있었다.

옥수수 농장 입구로 걸음을 옮겼 다.

몸 안의 마나를 느끼며 천천히 걸 어갔다. 입구에 도착할 때쯤 멀리 옥수수 농장에 일하러 온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장재웅과 이호영, 진명수, 권진권, 양장우가 사람들에게 바구니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모두 누군가 옥수수밭에서 오는 것

을 봤다. 태양빛 때문인지 모르지만, 옥수수밭에서 오는 사람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후광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입구 가까이 도착하자 이성진인 것 을 알았다. 모두 밤새 뭐하고 창고 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하 지만 묻지 않았다.

어디론가 가 버린 것이 아니기 때 문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이성진이 없으면 불안했다.

“이호영!”

“네.”

“양계 농장은 어떻게 되었어?”

“밤새 교육했더니 말 잘 듣기로 했

습니다.”

“바구니 다 나누어 주고 양계 농장 에 가 보자.”

“알겠습니다.”

이호영 하나 빠진다고 옥수수 수확 량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아무 말 안 하고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성격 같 아서는 벌써 다가와 친한 척했을 텐 데 아니었다.

“왜 그래?”

“쿵! 킁!”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대전사인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대하듯 긴장하며 콧바람만 내뿜었다.

“왜 그러냐고!”

손을 뻗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났다. 그리고 소리쳤다.

“킁! 강한 전사의 향기가……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에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전사의 향기가 느껴졌다.

“아! 미안! 익숙하지 않아서.”

몸 안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마 나를 다독이며 천천히 움직이게 했 다. 마나를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몸을 마나에 더 익숙하게 만들기 위 해서였다. 엘 파나에 있을 때 배운 것이다.

마나가 천천히 움직이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떨림이 멎었다.

“크홍! 진성 형! 전사의 향기뿐만 아니다. 위대한 기운도 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에게 무릎 꿇고 고개를 땅에 박고 싶었 다.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위대한 존 재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잘못 느낀 거겠지.”

심장 안에 있는 파나 신의 심장 기운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나를 움직여 파나 신의 심장을 감 쌌다. 외부로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 게.

그러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고개

를 갸웃거렸다.

위대해 보였던 이성진이 강한 전사 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 다.

“크흥. 이상하다.”

“이상하기는. 너도 양계 농장 가 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고개를 끄덕 였다. 하지만 이성진의 말을 다 믿 지는 않았다. 하룻밤 사이에 이성진 이 강해진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 다.

이러다가 진짜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이 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바구니 다 나누어 줬습니다.”

이호영이 다가왔다.

“그래? 가자.”

이호영이 고개를 숙이더니 앞장섰 다. 그 뒤를 이성진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따라갔다.

양계 농장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 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양계 농장은 거대한 창고가 10개 나 있었다. 오르쿠도 꽤 많이 돌아 다녔다. 다른 농장보다 오르쿠가 많 은 이유는 달걀 때문이었다.

오르쿠가 마음대로 달걀을 가져다 가 먹는 것이 보였다.

이성진과 이호영 그리고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보이자 파란색 완장을 찬 관리자들이 달려왔다. 그리고 허 리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오르쿠들은 인간들 일에 관심이 없 었다. 하지만 밥 먹다 나온 아들과 함께 온 인간이면 달랐다. 오르쿠들 도 슬그머니 이성진을 살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름 을 기억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양계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다 모아.”

“네!”

이성진의 말에 관리자들은 사방으

로 흩어졌다. 양계 농장은 닭의 먹 이만 주면 알아서 달걀을 낳는다. 달걀만 수거하면 된다. 그래서 하던 일을 멈추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 다.

오르쿠에게 바칠 양은 금방 채울 수 있으니까.

30분도 안 되어서 사람들이 모였 다.

“이호영!”

“네! 진성 님!”

이성진의 화난 목소리에 이호영은 바짝 긴장했다.

“어제 교육 뭐한 거야!”

이호영은 머리를 푹 숙였다. 그리

고 양계 농장 관리자들을 속으로 욕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 닌 것 같은데?”

이호영은 분명 제대로 교육했다. 그런데 양계 농장 관리자들이 아직 사람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지 않은 것이다.

이성진은 아직도 찢어진 옷에 신발 도 제대로 신지 못한 사람과 아이들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아무래도 앞으로 이호영 네가 양계 농장에 나

와야겠다.”

“제가요?”

“그래. 네가 나와서 제대로 되는지 감독해!”

이호영은 눈을 깜빡이며 진짜냐라 는 듯 이성진을 쳐다봤다. 얼떨결에 양계 농장 책임자가 된 것이다.

“제대로 하라고 이곳을 맡기는 거 야!”

“알…… 알겠습니다.”

양계 농장 책임자가 되면 20명의 관리자를 부하로 두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달걀을 마음대로 먹 을 수 있었다. 거대한 창고 10군데 서 나오는 달걀의 양은 엄청나기 때

문이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작은 옥수수 농장에 만족했는데 이제는 이 지역 에서 가장 큰 농장의 책임자가 되었 다. 그만큼 권한도 권력도 강해진다.

이호영도 사람인데 안 좋을 리가 없었다.

“크흐흥! 인간! 이제 일 시켜라!”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오르쿠 하 나가 다가오며 소리쳤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인상을 쓰며 이성진에 게 말했다.

“크흥! 가장 빨리 나온 아들인데 인간을 싫어해……요.”

“크흐흥! 밥 먹다 나온 아들! 창피

한 줄 알아라! 인간에게 머리 숙이 다니!”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몽둥이를 강 하게 잡았다. 친구의 의식을 통해 인정한 이성진이다. 가장 빨리 나온 아들은 친구의 의식을 모욕했다.

“크흐흥! 덤벼라! 지난번처럼 반쯤 죽여 주마!”

“크흥! 누가 죽을지는 두고……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갑자기 이성 진이 가장 빨리 나온 아들 머리 위 에 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말을 멈췄다. 가장 빨리 나온 아들도 깜 짝 놀라 도끼를 들었다.

하지만 늦었다.

“어디서 끼어들고 그래?”

이성진의 주먹이 가장 빨리 나온 아들의 코에 정확하게 박혔다.

으득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근육 질 덩치라 그런지 몸은 그대로 있었 다.

“프흥! 인간 따위가!”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화를 내며 소리치다가 자신의 콧소리가 이상하 다는 것을 알았다. 기분 나쁘거나 화가 날 때는 크홍이라고 나와야 하 는 콧소리가 프흥으로 나왔다. 그리 고 축축한 느낌이 났다.

손을 얼굴로 가져가 코를 만지는

순간 코가 내려앉은 것을 알았다.

“크아아아!”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오르쿠의 자랑인 코가 주저앉은 것에 화가 났 다. 마나를 이용한 전사의 함성을 질렀다.

자신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며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주는 함성이 다.

온몸에 마나가 빠르게 움직이며 울 퉁불퉁한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이성 진을 향해 뛰었다.

후우웅!

도끼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멀리서

도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가장 먼 저 나온 아들의 도끼는 이성진을 맞 출 수 없었다. 이성진이 가볍게 움 직이며 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성진은 두 가지 이유가 있 어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을 도발했 다.

첫 번째는 오르쿠가 무시하는 인간 중에도 강한 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되찾은 기억 속의 기술 을 가장 먼저 나온 아들에게 실험해 보는 것이다.

이성진 역시 마나를 빠르게 움직여 몸을 강화했다. 하지만 강화도 똑같

은 강화가 아니었다. 눈과 귀에 더 많은 마나를 보냈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휘두르는 도끼가 느리게 보인다.

마나로 몸이 강화되지 않았다면 이 성진의 몸 역시 느리게 움직여 도끼 를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강화된 몸으로 느리게 날아오는 도 끼를 피하기는 쉽다. 그것도 아슬아 슬하게.

“크아아아!”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다시 한 번 전사의 함성을 질렀다. 몸 안의 마나를 폭주 직전까지 빠르게 움직 이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마나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당연히 휘두르는 도끼가 더 빨라졌 다.

움직임도 과격하며 힘이 넘쳤다.

이성진이 도끼를 피하면 폭탄 터지 는 듯한 소리와 함께 땅이 푹푹 파 였다.

수십 번을 모든 힘을 모아 휘둘러 도 이성진을 맞출 수 없자 가장 먼 저 나온 아들은 이를 악물었다.

“프홍! 인간 따위에게 생명을 걸 줄은 몰랐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인간에게 지느니 같이 죽는 것을 택했다.

“크아아아아악!”

마지막 전사의 함성을 질렀다. 가 지고 있는 마나가 모두 폭주한다. 이제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살아남 는다 해도 예전처럼 전사가 될 수 없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근육이 줄 어들었다. 폭주하는 마나가 근육을 압축해 단단하게 만든다. 눈은 피가 떨어질 것 같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입은 살짝 벌렸다. 침이 흘러내린 다.

미친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아니 란 것을 잘 안다. 일반 오르쿠 전사 는 전사의 함성을 3번까지 지를 수 있다. 마지막 전사의 함성을 지르며 적을 각인한다.

폭주하는 마나가 몸을 망가뜨리거 나 적을 죽이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 는다.

지금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폭주 한 마나 덕분에 대전사에 근접한 실 력이 되었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인다. 도 끼를 나뭇가지 휘두르듯 휘두른다.

이번에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쉽 게 피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었다.

아직 능력을 완전하게 되찾지 못했 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를 느리게 봐도 일반적인 속도처럼 보 인다.

이성진을 제외하고 지켜보던 사람 들은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가 어떻게 휘둘러지는지 몰랐다. 그저 저 도끼 앞에 이성진이 아닌 자신이 있었으면 한 번도 피하지 못하고 죽 었을 거라는 것밖에.

“풍! 죽인다! 인간!”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목숨까지 걸며 덤빌 줄은 몰랐다. 그저 적당 하게 상대하면서 기억 속의 기술을 실험해 보면 되는 데 이제 실험을 넘어선 싸움이 되어 버렸다.

실험이 아닌 실전이다.

마나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멈췄 다. 오히려 더 느리게 움직였다. 마 나를 느리게 움직인다고 해서 강화 된 몸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미 친놈처럼 덤비는 가장 먼저 나온 아 들에게 존재감을 감추려는 것이다.

지금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은 눈으 로 보는 것보다 강한 전사의 향기를 느끼며 공격한다. 세 번째 지른 전

사의 함성의 약점 아닌 약점이다.

갑자기 강한 전사의 향기가 사라진 다. 공격하는 대상이 사라진 것 같 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면 본능 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가 순 간 멈칫했다.

잠깐이면 충분했다. 이성진의 발이 빙판길에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가 장 먼저 나온 아들의 옆으로 돌며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러면서 손바 닥을 약간 오므렸다. 공기를 가두기 위해서였다.

파앙!

이성진의 손바닥이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귀를 치는 소리였다. 그리고 반대편 귀로 피가 터져 나왔다. 강 력한 마나의 힘으로 손바닥에 가둔 바람을 귀에 집어넣은 것이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도끼 쥔 그대로 무릎으로 주저앉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크흥! 인간의 반역이다!”

“크흥! 죽여라!”

밥 먹다 나온 아들을 제외한 오르 쿠들이 훙분하며 각자 무기를 들었 다. 인간이 오르쿠를 죽였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양계 농장에 있던 오르쿠 15명이 모두 살기를 내뿜으며 이성진을 향

해 천천히 다가왔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전사의 함 성을 세 번이나 지르고도 너무 쉽게 죽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성진 편을 들자니 동족인 오르쿠 를 배신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동족과 함께 무기를 들고 이성진을 공격할 수도 없었다.

친구의 의식을 통해 어쨌든 형이 된 이성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면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뿐이라고 생각했다.

들릴지 모르지만, 구원의 함성을 지르려 준비했다.

모든 마나를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 요했다.

멀리 떨어진 오르쿠 주둔지까지 들 리기를 바라며 마나를 모았다.

하지만 구원의 함성을 지를 필요가 없었다. 이성진이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를 양손으로 주우며 소 리쳤기 때문이었다.

“이건 전사의 대결이었다! 전사의 대결을 인정 못 하는 오르쿠는 덤벼 라! 오르쿠의 율법대로 죽여 준다!”

그냥 소리친 것이 아니었다. 목소 리에 마나가 담겼다. 그것도 진득한

살기를 포함한 마나였다.

15명의 오르쿠가 멈췄다. 전사의 대결이라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 었다.

15명의 오르쿠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크흥! 생각보다 잘생긴 인간! 강 하다. 하지만 인간이 우리 오르쿠와 전사의 대결을 할 수는 없다!”

“노예라고 생각해서인가?”

“크흥! 그렇다!”

“오르쿠는 노예라 해도 강하면 전 사로 인정하지 않나?”

앞으로 나선 오르쿠는 이성진이 오 르쿠의 관습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성진의 이름 을 기억하고 예뻐하는 것은 알고 있 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만약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전사 의 함성 부작용 때문에 쓰러졌다면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는다. 이성진 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다.

이성진 때문에 인간이 오르쿠에 대 항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 다.

“크흥! 아무리 강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

“만약 이긴다면?”

이성진은 오르쿠 15명 정도는 아 무렇지 않게 이길 것처럼 말했다.

“크홍! 전사로 인정한다!”

이성진이 오르쿠 15명을 상대로 이긴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 금도 전사로 인정해야 하는데 상황 상 인정 안 하는 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밥 먹다 나온 아 들! 기억하고 증명해라! 내가 전사 로서 오르쿠 15명을 모두 죽였다는 것을!”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대답 대신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진 의 몸에서 아침에 느꼈던 강한 전사 의 향기와 동시에 범접하면 안 될

것 같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뿐만 아니었다.

15명의 오르쿠도 몸을 떨었다.

이호영과 관리자들 그리고 양계 농 장 사람들은 이성진의 기운을 느낄 수 없어 오르쿠들이 왜 떠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오르쿠 15명을 상대로 이 길 수 있을까 걱정하던 마음은 사라 졌다. 오르쿠가 이성진을 보고 떨고 있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니 까.

“덤벼라! 다 죽여 준다!”

입에서 익숙하게 나왔다. 그리고

엘 파나에서 수십 수백 번 했던 말 이라는 것을 알았다. 슬쩍 떠오르는 기억은 오르쿠에게 포위당해 3일 밤 낮을 싸웠다는 것이다.

그 기억에 비하면 15명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봉인된 능력을 일부 되찾으면서 아 무것도 아니긴 했지만.

15명의 오르쿠는 그 누구도 움직 일 수 없었다. 고양이 앞의 쥐 신세 같았다. 움직이는 순간 죽는다는 강 한 느낌이 들었다.

저런 강한 인간을 상대하려면 대전 사가 필요했다.

대전사가 지르는 전사의 함성을 듣

고 두려움을 없애야 했다. 자신들이 전사의 함성을 질러 봤자 이성진에 게 느끼는 두려움을 없앨 수 없다.

만약 대전사가 없다면 주술사라도 있었으면 했다. 주술사가 사용하는 분노의 주술은 전사의 함성과 비슷 한 효과를 낸다.

“안 덤비면 내가 간다. 너부터!” 이성진이 먼저 움직였다. 오르쿠들 은 반사적으로 흘어지며 2~3명씩 짝을 지었다.

강한 전사를 상대하는 훈련은 지겹 게 받았다. 강한 전사를 가운데에 놓고 시간을 끌며 힘을 빼놓는 훈련 이었다.

“케엑!”

이성진을 가운데에 놓기는 했다. 하지만 반응하기도 전에 무언가 날 아왔다. 눈에 정확히 맞은 오르쿠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 다.

“역시 급조한 것은 약하네.”

마나 총알을 만들어 손으로 쏘아 보냈다. 15명이란 숫자를 빠르게 정 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마법 도 구 총이 없는 상황에서 손으로 쏘는 것도 어떤가 싶어 실험하는 이유도 있었다.

급하게 만든 마나 총알이 눈을 뚫 고 들어가지 못했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를 더 강하게 잡았다. 손잡이 두께 때문에 양손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을 한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 다.

쇠로 된 손잡이가 우그러졌다. 한 손에 딱 잡힐 정도로.

무게는 상관없었다. 한 손으로 도 끼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봤다.

이성진이 한 손으로 도끼를 흔들고 있어도 오르쿠들은 감히 덤비지 못 했다.

또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 날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누군가 하나 도망쳐서 대

전사를 불러왔으면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오르쿠가 인간을 상대하다가 도망 쳤다는 것을 알면 명예를 더럽혔다 는 이유로 죽는다. 확실한 죽음보다 는 이성진의 불확실한 죽음에 희망 을 걸고 있었다.

어쩌면 다 죽어도 나 하나만은 살 아남을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오르쿠가 전사를 앞에 두고 물러 서나?”

이성진의 도발에 모두 얼굴이 빨개 졌다. 이성진보다 더 강한 상대에게 도 겁먹지 않는다. 죽음으로 명예를 지킨다.

그런데 희한하게 이성진에게는 겁 을 먹는다.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본능이 그렇게 만든다.

“너희는 오르쿠의 전사라 말할 자 격이 없다!”

이성진은 소리치고 나서 땅을 박차 고 뛰었다. 바로 앞에 있는 오르쿠 3명이 당황하며 무기를 들었다. 옆 에서 날아오는 이성진의 도끼를 오 르쿠 한 명이 급하게 막았다.

와직 소리와 함께 쇠로 만든 봉이 우그러진다. 오르쿠의 옆구리까지!

“쿠엑!”

몸이 옆으로 90도 꺾인 오르쿠가 그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몸을 바들

바들 떨며 일어서지 못했다.

퍼억 소리와 함께 도끼 옆면이 또 다른 오르쿠의 얼굴을 때렸다. 이빨 이 모두 튀어 나가며 몸이 회전하며 떠올라 땅에 떨어졌다.

“키엑!”

마지막 한 명은 도끼 윗부분으로 가슴을 찔렸다. 으드득 소리와 함께 갈비뼈가 나갔다.

“겁먹은 너희들은 전사가 아니다. 전사가 아닌 오르쿠는 죽일 필요성 도 못 느낀다!”

강하게 저항하면 어쩔 수 없이 죽 이려 했다. 그런데 오르쿠들이 이상 하게 겁을 먹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

했다.

살기를 마나에 담아 내뿜는다 해도 이건 너무했다. 짐작 가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파나 신의 심장!

“너희가 노예라고 생각한 인간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경험해 봐라!”

이성진이 다시 움직였다. 오르쿠들 은 이성진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 녔다.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이 진 짜인가 싶었다.

오르쿠가 인간을 피해 도망가다니.

오르쿠가 아무리 도망가 봤자 거기 서 거기였다. 한 방에 한 명씩 누웠 다. 한 방 맞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의 무 자비한 모습을 보고 오르쿠 편에 안 서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 면서도 말려야 하나 싶었다.

이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크아아앙! 진성! 멈춰라!”

문제가 될지 안 될지는 전사의 함 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손에 달렸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외친 전사의 함성에 누워 있던 오르쿠들 의 눈빛이 변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는데도 일어나 무기를 들려고 했다.

“크흥! 진성! 무슨 일인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죽어 버린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외친 전사의 함성을 듣고 급하게 달려왔 다. 목숨을 건 세 번째 함성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달려와 보니 이성진이 부하 오르쿠를 다 때려눕히는 것이 보였다.

일단 부하 오르쿠를 살려야 했기 때문에 전사의 함성을 지르며 이성 진을 말린 것이다.

“전사의 대결을 인정하지 않은 오 르쿠에게 벌을 내리는 중이었다.”

전사의 대결이라는 말에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은 인상을 썼다. 일 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부하 오르쿠 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밥 먹다 나온 아들을 쳐다봤다.

그러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조심 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했다.

“크흥! 그러니까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진성을 무시했고! 진성은 싸 워서 죽이고 그것을 전사의 싸움으 로 인정 못 해서 이렇게 된 것이 다?”

“크흐흥…… 그렇습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고민 될 수밖에 없었다. 이성진이 오르쿠

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인간이다.

만약 이성진이 자신과 먼저 싸워 강함을 보여 줬다면……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시비를 걸지 않았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이다.

이성진을 그냥 용서할 수는 없었 다. 노예인 인간이 오르쿠를 죽였다. 이건 반역 행위였다. 아직 대부분의 오르쿠는 이성진을 전사로 인정한 것을 모른다. 그냥 용서한다면 부하 오르쿠의 불만이 쌓인다.

이 상황을 수습하는 방법은 한 가 지뿐이었다.

“크흥! 진성! 나에게 도전하겠는

가?”

대전사가 인간에게 도전하는 경우 는 없다. 그래서 이성진에게 도전하 겠냐고 말한 것이다. 도전을 안 받 아 줘도 상관없었다. 도전을 받아 주나 안 받아 주나 이성진과 싸우는 것은 똑같을 테니까.

하지만 이성진이 도전한다고 말하 고 싸우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 다.

이성진이 진다 해도 전사로서의 힘 을 충분히 보여 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성진에게 느껴 지는 강함은 피부를 저릿하게 만들 정도였다.

“도전이라! 내가 이기면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 너의 것은 모두 내 것인가?”

누워서 일어서려고 애쓰는 오르쿠 나 밥 먹다 나온 아들 그리고 양계 농장의 사람들은 이성진이 미쳤나 싶었다. 전에는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이 오르쿠들 중에서도 강한 오르쿠라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돌 아가는 상황을 보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오르쿠의 지휘관이자 강한 오르쿠라는 것을 안다.

초인이 된 관리자들은 오르쿠의 가 장 앞에 서서 전사의 함성을 지르며

이끄는 오르쿠의 무서움을 본 적이 있다.

그 오르쿠가 지금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오르쿠에게 이성진이 이 길 것처럼 말한다.

“푸흐흥! 당연하다. 진성 네가 이 긴다면 나의 것은 모두 네 것이 된 다.”

“그 무엇이라도?”

“푸흐홍! 그 무엇이라도!”

“좋다. 그렇다면 도전하겠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소름 이 돋을 정도로 기분이 짜릿하게 좋 았다. 지금 당장 이성진과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수많은 오르쿠가 보

는 앞에서 싸워야만 했다.

그래야 이성진을 전사로 인정한다.

“푸흐흥! 밥 먹다 나온 아들!”

“크”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긴장한 모습 으로 콧바람을 내뿜으며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의 말을 기다렸다.

“푸흐흥! 전사들을 모아라! 해가 질 때 이곳에서 진성의 도전을 받겠 다.”

“킁! 대전사의 명령대로!”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바로 뒤돌아 뛰었다. 오르쿠 주둔지로 가기 위해 서였다. 그곳에서 사방에 퍼져 있는 오르쿠에게 다시 연락해 모이라고

해야 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뛰어가자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양계 농 장의 관리자들에게 소리쳤다.

“크흥! 관리자 인간들! 상처 입은 오르쿠들을 한곳에 모으고 치료해 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에 파란색 완장을 찬 관리자들은 바쁘 게 움직여 오르쿠를 한쪽에 일렬로 눕혀 놓고 최선을 다해 치료하기 시 작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에게 다가갔다.

“푸흥! 진성! 무기가 필요한가?”

자신의 거대한 도끼를 손에 들고 말했다. 자신은 거대한 도끼를 사용 할 것이니 무기를 사용하라고 말한 것이다.

“당연히 그 도끼를 상대하려면 무 기가 필요하겠지.”

그냥 맨손으로 저 도끼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나온 아들 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자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다.

봉인이 풀리기 전에도 강하다는 것 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봉인이 일 부 풀린 지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정말 강하다는 것이 느껴진 다.

약간 위험하다고 감각이 경고까지 한다.

“푸홍! 원하는 무기를 말해라! 있 다면 주겠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의 모든 능력을 끌어내서 싸우고 싶었다. 이성진이 원하는 무기를 오 르쿠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뺏어서 줄 생각이었다.

“나는 이거면 된 것 같아!”

삼단봉을 꺼내 흔들었다. 착하고 경쾌하게 삼단봉이 펼쳐졌다. 그것 을 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흥! 진성! 지금 그 얇은 막대기

로 내 도끼를 막겠다는 거냐?”

“그건 말해 줄 수 없어.”

살짝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당 연히 힘이 강한 오르쿠가 휘두르는 무거운 도끼를 무턱대고 막지 않는 다.

“푸흐흥! 좋다. 진성! 전사는 무기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이 더 마음에 들었다. 말 그대로 전사는 무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툭 치기만 해도 부러질 것 같은 얇은 막대기로 자신의 도끼를 어떻

게 막을 것인지 흥분이 되었다.

“푸홍! 그런데 진성! 왜 파나 신의 향기가 나는 거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었다. 다른 오르쿠나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없을 때를 이용해 물어봤다.

“그건 대답해 줄 수 없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의 대답에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내려진 명령은 강한 인간을 생포하 라는 것이었다.

일반 전사 오르쿠는 몰라도 대전사 부터는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안다.

성녀 엘리스가 직접 명령을 내렸 다. 마나 막이 펼쳐져 있는 동안에 는 절대 마법 통신을 해서는 안 된 다는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오르쿠 1만 전사는 마나 막이 사라지는 동시에 거제도란 곳 으로 가서 배신자 소인족을 죽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성녀 엘리스의 명령과 파나 신의 향기가 나는 이성진을 연관 지어 보 면 답은 나온다.

하지만 설마 이성진이 엘 파나에서 사신으로 불리는 으라고는 생각하지 는 못했다. 일단 겉모습이 너무 젊

어 보였다.

또한, s 라면 반항하는 오르쿠를 가 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

으가 오르쿠 대전사 3명과 그의 부 하 오르쿠 6천 명을 학살한 것은 유명한 전설이다. 그런 으가 오르쿠 전사 하나도 제대로 못 이기는 이성 진과 같은 인물이라고는 전혀 상상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오르쿠들이 모이고 전사 의 대결을 시작하면서 그 생각은 바 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푸흥! 좋다. 그럼 기다려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강자 와 싸운다는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

키기 위해 이성진에게 좀 멀리 떨어 진 곳으로 갔다. 그리고 털썩 주저 앉았다. 주저앉아 도끼를 다리 위에 올려놓은 다음 눈을 감았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몸의 긴장을 풀 기 시작했다.

몸이 너무 긴장해도 제 실력이 나 오지 않는다. 날카롭게 감각도 끌어 올린다. 눈을 감고 있어도 주변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이성진이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감각을 끌어올리면 끌어올릴수록 이 성진의 움직임만 신경 쓰인다.

그리고 어디선가 느껴 본 듯한 기

분도 들었다.

이런 강자를 느끼고 봤다면 잊어버 릴 리가 없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싸움을 준비하고 있을 때 사 방에서 오르쿠들이 달려오고 있었 다.

그리고 2시간이 되지 않아 2천 명 이상의 오르쿠가 양계 농장에 모였 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조용히 명상하고 있자 흥분된 콧바람도 내뿜지 않고 기다렸다.

전사가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 것을 방해하는 것은 전사의 예의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눈을 번쩍 떴다. 눈은 이글 이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단단하 고 울퉁불퉁한 근육에 핏줄이 솟구 쳐 올랐다.

그것을 본 오르쿠들은 일제히 함성 을 질렀다.

“크아아아아!”

최선을 다한 싸움 준비가 끝난 것 을 알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대한 도끼를 들어 하늘을 찌르듯 올렸다.

오르쿠들의 함성이 뚝 하고 끊겼 다. 그러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소리쳤다.

“크흐흥! 모두 들어라! 인간 이진 성이 나에게 도전했다. 그 이유는 전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오르쿠들이 웅성거렸다. 이성진을 전사로 인정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대전사가 아닌 상급 전사가 상대해 도 된다.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도전을 받아 줬다는 것은 이성 진을 이미 전사로 인정한 것이나 마 찬가지 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오르 쿠들이 웅성거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쳤다.

“크흐흥! 전사로 인정받는 것만이

아니다. 전사로 인정받는 동시에 전 사의 명예에 따라 패배한 전사는 모 든 것을 바친다!”

오르쿠들의 웅성거림이 딱 멎었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더 파격적인 말 이었다. 엘 파나에서는 오르쿠가 아 닌 다른 종족이 전사의 자격을 얻어 오르쿠를 부하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엘 파나 에서도 노예였던 종족이 전사가 되 어 오르쿠를 밑에 둔다는 것은 100 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것도 일반 전사였다. 지금처럼 대 전사는 아니었다.

오르쿠들은 자연스럽게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싸우려 는 이성진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 작했다.

혼자 삼단봉을 들고 서 있는 이성 진을 봤다. 그리고 전율이란 것을 느꼈다. 의식하지 않았을 때는 몰랐 다.

하지만 지금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전사의 대결을 한다 는 것을 의식하고 쳐다봤을 때는 인 간이 아닌 거대한 존재 같이 느껴졌 다.

덕분에 그 어떤 오르쿠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에 반대하고 나서지 않았다. 이성진이 그럴 만한

전사란 것을 은연중에 인정했기 때 문이었다.

“크흐흥! 너희들은 전사의 명예를 따를 것인가!”

이성진과의 전사의 대결에서 만약 이성진이 이긴다면 이성진을 대전사 로 인정하고 따를 것인지 묻는 것이 다.

오르쿠들은 강하게 콧바람을 내뿜 으며 한쪽 발을 강하게 구르기 시작 했다.

“킁! 킁! 킁!••••••”

2천명의 오르쿠의 강한 콧바람 소리에 맞춰 일제히 발 구르는 소리 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거대하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푸흐흥! 모두 따르기로 했으니! 전사의 대결을 시작하겠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에 오르쿠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리 고 원형으로 섰다. 전사가 대결하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푸흐흥! 인간 이진성! 나와라!”

이성진은 오르쿠가 만든 원형 경기 장의 중심으로 갔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역시 중심으로 움직였 다. 서로 거리가 10m 정도 되었을 때 약속이나 한 듯이 멈췄다.

“푸흐흥! 진성! 절대 봐주지 마라. 그러다가 죽는다. 나는 내 모든 것

을 걸고 전사의 대결을 할 것이다!”

“물론이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 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불타 오르는 눈이 더 불타올랐다. 상대방 의 능력을 파악할 정도다.

“푸흐흥. 시작한다!”

“얼마든지!”

순간 발을 계속 구르고 있던 오르 쿠의 동작이 딱 멎었다. 모든 것을 건 전사의 대결이 시작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몸에 서 엄청난 마나의 향기가 뿜어져 나

오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킁!”

시작은 어쩌다 먼저 나은 세 번째 아들이었다. 한 발자국을 움직였다. 재미있는 것은 땅을 박차는 소리도 없이 날아오듯 이성진을 향해 날아 갔다는 것이다.

이성진은 씨익 웃으며 삼단봉을 들 었다. 이성진 역시 흥분되기 때문이 었다. 그동안 봉인되어 있었던 이성 진의 본능이 깨어났다.

이성진 역시 강자와의 싸움과 생사 의 갈림길에서의 흥분을 기억해 낸 것이다.

거대하고 무거운 도끼가 반짝이며

가볍게 날아온다. 저 도끼에 스치기 만 해도 베일 것만 같은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두려움을 가지는 순간 몸이 반웅한 다. 위축되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 는 것이다.

지금은 빠르게 움직이며 외곽에서 치고 빠지는 전술을 사용해야 했다. 거대한 도끼를 얇은 삼단봉으로 상 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엘 파나에서 가졌던 능력을 모두 되찾는다면 얇은 삼단봉으로도 저 거대한 도끼를 막을 수 있을 것 같 았다.

후우웅.

왼쪽 발을 뒤로 빼며 몸을 트는데 도끼가 일으키는 바람이 얼굴에 느 껴진다.

따악!

“크흥!”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새끼 손가락의 아픔을 참으며 도끼를 옆 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이성진은 벌 써 뒤로 빠졌다. 도끼만 헛되이 허 공을 갈랐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의 움직임이 깔끔하면서도 정확하 고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도끼를 피

하는 동시에 정확하게 새끼손가락만 삼단봉으로 쳤다. 그리고 미련 없이 뒤로 빠졌다.

어지간한 전사였다면 승기를 잡았 다고 생각해 공격했을 것이다. 그랬 다면 더 빠르게 휘둘러진 도끼의 옆 면을 얻어맞고 날아갔다.

하지만 이성진은 꼭 예상한 것처럼 새끼손가락만 공격하고 빠졌다.

이성진에게 새끼손가락을 맞았다고 해서 부러지거나 사용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조금 불편했다.

이런 고통은 고통 축에도 끼지 못 한다. 마나를 더 빠르게 움직여 새 끼손가락을 회복하며 이성진을 향해

공격했다.

도끼가 위에서 아래로 옆에서 옆으 로 갔다가 뚝 하고 아래로 떨어진 다. 이성진의 움직임을 쫓아 공격하 는 것이다.

이성진은 마치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이 어디를 공격할 것인지 아 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성진이 어디를 공격할 것인지 아 는 것처럼 움직였다고 해서 쉽게 한 일은 아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어깨와 손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연속해서 휘두르는 세 번째 와 네 번째는 감각적으로 피했다.

사전 동작을 파악하기도 전에 도끼 가 휘둘러지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집중해 느린 동작으로 봐도 그랬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이 목숨을 걸고 외친 세 번째 전사의 함성으로 얻은 능력 처럼 움직였다. 아직 전사의 함성도 외치지 않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진은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동작에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삼단봉의 움 직임도 달라졌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 을 2번 피하면 1번 정도는 삼단봉

으로 공격했다. 당연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고스란히 삼단봉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크흐흥!”

이성진의 삼단봉 공격은 움직임을 봉쇄할 수 있는 곳만 노렸다. 팔꿈 치와 무릎 그리고 어깨였다. 얼굴은 무리해서 공격하면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지 근처도 안 왔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도 시간 이 지날수록 이성진의 전술이 무엇 인지 알았다. 치고 빠지는 전술이었 다.

강자를 상대로 하는 정석적인 전술 이었다. 치고 빠지는 전술은 강자보 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이 본 이성진은 지구력이 차고 넘쳤 다. 벌써 1시간째인데 전혀 지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제 슬슬 더 짜릿함을 위해 전사 의 함성을 사용할 때가 된 것 같았 다.

“크아아아앙!”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외치는 전사의 함성은 역시 달 랐다. 이성진의 삼단봉 공격에 누적 된 피로와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 다. 그리고 더 빠르고 강해졌다.

“젠장!”

2배로 빨라진 공격에 욕이 나왔다. 사전 동작은커녕 감각이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을 느꼈을 때는 늦었다. 반사적으로 삼단봉을 세워 옆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도끼 를 막았다.

아니 쳤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거 대한 도끼의 힘과 삼단봉의 반발력 을 이용해 뒤로 날아갔다.

20m 가까이 날아가 땅에 착지했 다. 그리고 절반으로 꺾인 삼단봉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기역자로 꺾였 다. 이제 삼단봉이 아니다.

그런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은 이성진을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손에 들린 거대한 도끼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팔이 저린 것도 있지만 마나로 강 화한 거대한 도끼의 이빨이 나갔다.

이성진의 손에 들린 것이 삼단봉이 아닌 도끼였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 을 것을 알았다.

“킁! 하하하하! 진성! 도끼를 들어 라!”

더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다. 이성 진이 도끼를 들면 지금보다 더 짜릿 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들고 싶어도 난 도끼가 없어서.”

그냥 꺾인 삼단봉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멀리서 도끼 하나가 회전하며 날아왔다.

“푸흥! 진성 형! 받아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가장 먼저 나온 아들의 도끼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동료 오르쿠들이 보는 앞에 서 이성진을 형이라고 불렀다. 인간 을 대놓고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 소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동료 오르쿠들에게 놀림 받는다. 친구의 의식을 해 오르쿠와 친구가 된 것과는 다르다.

그런데 그 어떤 오르쿠도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이성진을 형이라고 부 른 것을 놀리거나 경멸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 다.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의 공격을 1시간 이상 피하면서 반격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에게서 전사의 함성도 끌어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형이라고 부 를 정도의 전사라고 인정했다.

도끼가 정확하게 이성진의 발 앞에 떨어져 박혔다. 가장 먼저 나온 아 들의 도끼는 이성진이 잡기 편하게 손잡이를 바꿔 놨다. 다른 도끼보다 는 낫다. 그리고 이미 휘둘러 봤기 때문에 익숙했다.

도끼라고 해서 다 같은 도끼가 아 니다. 미묘하게 무게 차이도 있고 강도 차이도 있다. 만약 다른 도끼 를 받았다면 도끼가 손에 익을 때까

지 시간이 걸린다.

이성진의 손에 도끼가 익숙해질 때 까지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짧 은 시간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이성진은 자신의 손에 딱 맞게 파 인 도끼의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도 끼를 빼냈다. 그리고 상하좌우 대각 선으로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그것을 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두 번째 전사의 함성을 질렀 다.

“크아아아아앙!”

이번에는 부하 오르쿠들이 반응했 다. 부하 오르쿠들 역시 전사의 함 성을 질렀다.

“쿠아아아아!”

이건 다른 전사의 함성이었다. 더 격렬해질 전사의 대결에 대한 응원 이었다. 오르쿠들의 응원에 공기가 무거워졌다. 끈적끈적한 열기가 느 껴진다. 오르쿠들의 몸에서 수증기 가 올라온다.

다시 시작될 강한 전사들의 싸움에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킁!”

이번에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먼저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 는 땅을 박차는 소리가 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리고 땅이 움푹 파였다.

깡!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양계 농 장 전체에 울렸다.

이성진의 도끼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도끼가 부딪쳤기 때문 이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크흥!”

힘과 힘의 대결처럼 보였다. 하지 만 아니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힘과 마나를 사용했다면 이 성진은 순수하게 마나만 사용했다. 이성진의 마나가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힘과 마나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증거 였다.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네.”

씨익 웃으면 말하는 이성진을 보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역시 씨 익 웃었다.

“킁! 속도도 빠른가 보자!”

순식간에 떨어진 거대한 도끼가 빠 르게 움직였다. 이성진의 도끼 역시 빠르게 움직였다. 이성진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두 번째 전사 의 함성을 외치자 어쩔 수 없이 몸 안의 마나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서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속 도 역시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리고 사실이었다.

도끼와 도끼가 부딪치는 소리와 불

꽃만 보였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도끼의 정확한 모습이 보이 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 간들 눈에만 그랬다.

오르쿠들은 어렴풋이 도끼의 움직 임을 볼 수 있었다. 도끼의 움직임 을 본다고 해서 막거나 똑같은 속도 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만큼 실력 차이가 난다.

이성진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은 좌우로 움직였다가 서로 자리 를 바꾸며 싸웠다.

둘이 싸우다 자리를 바꿀 때마다 땅이 파이고 흙과 돌이 사방으로 튀 었다. 도끼와 도끼가 부딪치는 여파

때문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두 번째 전사의 함성을 지르기를 잘했 다고 생각하며 싸웠다. 도끼의 날이 더 나가지 않았다. 더 강해진 마나 가 도끼 역시 강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이성진이 휘두르는 도끼 의 날이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힘도 속도도 비슷했다.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이 속도를 올리면 이성진 역시 속도를 올린다. 더 강 하게 마나를 도끼에 담으면 이성진 역시 어렵지 않게 도끼에 마나를 담 았다.

아슬아슬하게 도끼의 날이 서로 몸

을 스쳐 지나간 적도 있었다. 이대 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공격과 방어가 계속되었다.

오르쿠들은 더 훙분하며 숨죽이며 지켜봤다. 하지만 양계 농장 사람들 은 희망을 가지고 숨죽이며 지켜봤 다.

인간이 오르쿠 대전사를 상대로 이 길 수 있다는 희망을!

오르쿠처럼 대놓고 응원할 수는 없 었다. 그래도 이성진이 이기기만을 기대했다.

그리고 양계 농장 사람들은 두 손 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만세!”

“크흐흥!”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성 진의 도끼에 어깨를 맞고 뒤로 튕겨 나갔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맞았다.

“푸홍! 진성! 대단한 전사다! 인정 한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졌다 고 말한 것은 아니다. 이성진의 속 임수에 당했기 때문에 인정한 것이 다. 이성진은 속도 조절을 하며 도 끼를 휘둘렀다. 일정한 속도로 공격 하다가 갑자기 더 빨라졌다.

빤히 보이는 수인데도 반응 못 할 정도로 빨랐다.

“크흐흐흥!”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눈이 빨갛게 변했다. 그리고 어깨의 상처 가 아물기 시작했다.

“10분인가?”

이성진의 말에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성진 의 말대로 10분 정도만 사용할 수 있는 광폭화였다. 머리나 심장이 뚫 리지 않고서는 그 어떤 상처에도 죽 지 않는 대전사만의 기술이었다. 상 처 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폭 화는 두려운 기술이다.

생각해 보라. 상처 입어도 아무렇 지 않게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달 려드는 오르쿠의 모습을!

“그나마 주술사가 없으니 다행이 네.”

주술사가 있다면 광폭화의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었다.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까지였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오르쿠들 사이를 비집고 나타난 작 은 오르쿠가 보였다. 희한하게 오르 쿠 주술사들은 작았다. 거의 소인족 과 비슷하다. 그래서 더 쉽게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원래 대전사 밑에는 오르쿠 주술사 2명이 있다. 안 보인다 했더니 천천 히 온 것 같았다.

“킁!”

오르쿠 주술사에게 신경 쓰는 사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빠르게 이성진을 향해 달렸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이성진의 몸 이 뒤로 밀렸다.

광폭화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이건 이상했다. 대전사의 광폭화를 겪어 봤다. 그때보다 더 강했다.

다시 날아오는 도끼를 피할 수 없 어 도끼로 막았다. 피했다가는 연속 기술에 계속 밀린다.

다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이성진 의 도끼 윗부분이 사라졌다. 위험을 느끼고 도끼가 부딪치는 반동을 이 용해 뒤로 몸을 날리지 않았다면 머

리도 같이 날아갔을 정도였다.

이성진도 짜릿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그리고 심장이 세차 게 뛰었다. 위험하다고 느끼자 심장 안의 파나 신의 심장이 움직였다.

이성진의 마나에 약한 신성력이 깃 들었다. 그러자 희한한 일이 일어났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이성 진을 공격하려다가 뒤로 주춤 물러 섰다. 광폭화가 풀리려는 것을 느꼈 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에게 이건 기회였다. 그렇다 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접근해 공격할 수는 없었다. 파나

신의 신성력 때문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광폭화가 풀리려 한다 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함정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 었다. 도끼를 들지 않은 왼손을 살 짝 웅크려 쥐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사용해 서 이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었 다.

이성진의 왼손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가리켰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자 급하게 도끼 를 들었다.

텅하는 소리와 함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거대한 도끼가 뒤로 밀려났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나로 강화한 도끼가 무언가에 맞 고 뒤로 밀려나다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성진을 바라 보다가 이성진의 왼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순간 도끼를 들어 막았 다.

또 묵직한 충격이 거대한 도끼를 때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몸까지 밀 렸다.

온몸의 솜털까지 쭈뼛 서며 본능이 외친다. 으와 같은 방식의 공격이다!

위력은 좀 약해도 분명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전사 의 대결을 한 생에 처음 뒤로 물러 섰다. 이성진의 왼손을 더 확실하게 보면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르쿠들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고 놀 랐다. 그리고 오르쿠 중 누군가가 물러서지 말라는 콧소리를 내기 시 작했다.

“훙! 흥!”

오르쿠 한 명이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순식간에 2천 명이 넘는 오르쿠가 물러서지 말고 싸우 라는 콧소리를 냈다.

마치 흥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부하 들의 야유에 인상을 썼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싸우라고 재촉한다.

그래서 마나를 담은 목소리로 소리 쳤다.

“크흐흥! 진성! 너는 누구인가?”

이성진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뒤로 물러서자 잠시 숨을 고르 면서 왼손에 마나 총알을 만들고 있 었다. 너는 누구인가란 질문에 가볍 게 대답했다.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가? 언제 부터 오르쿠가 상대의 정체를 물어

보면서 전사의 대결을 했지?”

이성진의 말에 오르쿠들의 콧소리 가 더 강해졌다. 이성진의 말이 맞 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전사의 대결 중이다.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라 해도 전사의 명예는 지켜야 했다.

대결 중에 물러서서 상대방의 정체 를 묻는 것은 전사의 명예를 더럽히 는 것이었다.

마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겁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은 겁을 먹지 않았다. 이성진이 자 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거나 그 사

람의 제자라면 이렇게 싸워서는 안 된다. 질 것이 뻔하니까.

“크흐흐흐흐아앙!”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광폭 화를 풀었다. 유지 시간이 짧은 광 폭화로 이성진을 상대할 수는 없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다. 이성진은 원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쏘아 대 면서 시간만 끌면 된다.

광폭화가 풀리는 순간 진다.

“더 어렵게 된 것 같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광폭 화를 푸는 것을 보고 나온 솔직한 심정이었다. 첫 번째 마나 총알을 감각적으로 막을 줄은 몰랐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그냥 대전사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몸에 힘을 빼고 거대한 도끼를 축 늘어뜨 렸다. 이성진은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에게서 투지가 사라진 것 같 은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경고의 느낌을 받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소리 없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같은 강렬한 투지가 느껴지지는 않 는다. 하지만 감각은 더 경고한다. 위험하다고.

항상 그렇지만 위험하다고 피하지 않는다. 상황을 봐서 피하는 것이다. 지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을 피해 도망 다니면 오르쿠에

게 얻은 호감이 모두 사라진다.

왼손을 들었다. 연속으로 마나 총 알이 튀어 나갔다. 잠시 시간을 두 고 만든 마나 총알 5발은 위력이 강하다. 아무래도 마나를 더 압축해 만든 것이니까.

펑! 펑! 펑! 펑! 펑!

어쩌다 낳은 아들이 보이지도 않는 마나 총알을 정확하게 거대한 도끼 로 쳐서 터뜨리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안다.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중심으로 3m 안쪽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의 영역이다.

3m 안쪽으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허락하지 않은 물체나 마나 가 들어오면 무조건 감지할 수 있 다.

물론 감지한다고 다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도끼를 움직여 다 막을 수 있는 실력이 있다.

“후! 후!”

하지만 5발의 마나 총알을 막아 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충 격 때문에 숨을 몰아쉬며 흔들리는 마나를 다스려야 했다. 2번만 더 충 격을 받았어도 주저앉았을지 모른 다.

운이 좋았다. 이제는 그냥 전사로

인정하는 전사의 대결이 아닌, 생과 사를 결정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 다.

이성진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의 다시 시작된 대결에 오르쿠들 은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더 흥분 했다.

대전사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목숨까지 걸고 싸우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오르쿠들은 당연히 이성진을 전사 로 인정했다. 대전사가 목숨을 걸고 싸우게 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승자와 패자였다. 누가 이기든 강한 전사의 밑으로 들

어간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 다.

“이제 진짜 실력으로 싸우는 수밖 에 없나?”

이성진의 중얼거림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귀에는 너무 잘 들 렸다. 이성진에게 다가가면서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성진과 3m 거리까지 다 가가자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느리 면서 빠르고 신중했다.

이성진의 도끼가 3m 안쪽으로 들 어오면 반응한다. 한 박자 느린 반 응이다. 그래서 느리다. 하지만 거대

한 도끼의 크기와, 힘과 마나를 이 용해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해 방어는 빠르다.

동시에 이성진의 왼손을 경계했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니 신중할 수밖 에 없었다.

강한 공격은 없다. 대부분 방어뿐 이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방어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 다. 이성진도 언젠가는 실수할 것으 로 믿으면서.

그렇다고 이성진이 일부러 보이는 틈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아직 힘이 빠지지도 않았는데 틈을 보일 이성 진이 아니다.

계속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진다. 마나로 강화한 두 도끼가 맞부딪히 며 불꽃이 일어났다.

저녁때 시작한 대결이 한밤중으로 가고 있었다. 불꽃이 번쩍일 때마다 이성진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생각 보다 더 강한 전사인 이성진과 싸우 는 것이 즐거워 웃었다.

하지만 이성진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싸우면서 잊어버린 기 술이 하나씩 기억났기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성진의 공격이 먹히기 시

작했다.

서걱.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자신 의 가슴이 왜 베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성진의 도끼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막았다. 그런데 가슴을 베 였다. 그것도 도끼가 아닌 날카로운 검으로 벤 것처럼.

서걱.

이번에는 거대한 도끼를 든 어깨를 베였다. 꽤 심각한 상처였다. 거대한 도끼를 움직이는 데는 마나뿐만 아 니라 오르쿠 본연의 힘도 필요하다. 근육에 상처를 입었으니 반응 속도 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다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성진이 물러서 도록 두지 않았다. 이길 수 있는 승 기를 잡았는데 놔줄 수가 없었다.

지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물러서게 두었다가는 무슨 기술을 사용했는지 눈치챌 수도 있었다.

사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무슨 기술인지는 모르지만, 누가 사 용했던 기술인지는 안다.

자신이 전사일 때 봤었다. 이제야 왜 이성진을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전율했는지 알았다.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어 으의 얼굴은 모른다. 하지

만 몸은 으를 기억하고 있었다.

더는 의심할 수 없었다. 멀리서 누 구도 모르게 공격하는 기술과 근접 해서 싸울 때 왜 베이는지도 모르게 베인다.

상급 대전사의 기술인 마나 공간 장악을 어떻게 뚫고 공격하는지 알 아낸 오르쿠는 없었다.

다 죽었으니까.

서걱.

다리를 베였다. 이번에는 더 깊은 상처였다. 어깨를 베인 덕분에 알아 도 막을 수 없었다. 뒤로 물러서는 속도가 느려졌다.

서걱!

거대한 도끼가 땅에 떨어졌다. 팔 뚝 뼈가 보일 정도로 베였는데 거대 한 도끼를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앞에 있는 이성진이 S라면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을 기 다렸다.

어떻게 해도 이성진을 이길 수 없 다.

그저 이성진의 처분만 기다릴 수밖 에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눈을 부 릅뜨고 이성진의 공격을 바라봤다.

이성진의 도끼가 머리로 날아온다. 이대로 머리가 쪼개져 죽는구나 싶 었다. 그래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으에게 죽는다면 영광이었다.

그런데 이성진의 도끼가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의 코앞에서 멈췄 다. 살짝 코에 닿기는 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빚은 갚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성 진을 시험하기 위해 거대한 도끼로 머리를 쪼개려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이성진은 똑같이 돌려줬 다.

“푸흐흥! 진성 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갑자 기 무릎을 꿇었다.

“진 것을 인정하는 건가?”

“푸흐흥! 제가 어떻게 감히 진성

님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저를 못 본 척하고 가신 덕분에 진성 님의 기술을 흉내 내어 상급 대전사가 될 수 있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살려 준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덤비지 않은 어린 오 르쿠들은 굳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일반 대전사의 실력 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상급 대전 사였다.

“푸흐흥. 진성 님! 이제 나의 모든

것은 진성 님의 것이 되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진성 님의 것이었습 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다른 오르쿠들이 듣지 못하게 낮은 목소 리로 말했다.

“내가 살려 줬다고 생각해서인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마나 를 이용해 그 누구도 엿듣지 못하게 한 다음 말했다.

“푸흐흐응! 진성 님이 엘 파나의 사신 S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모든 것 을 준다는 건가?”

엘 파나의 유일신이자 절대신인 파

나 신의 심장을 홈쳤다. 전사의 대 결에서 승리했다 해도 용서받지 못 할 일이었다. 엘 파나의 침공은 파 나 신의 심장을 찾기 위해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영 토 늘리는 것으로 변질되기는 했지 만.

“푸흐흥! 역시 S셨군요.”

이성진을 엘 파나의 사신 S라고 짐작하는 것과 입으로 직접 듣는 것 은 다르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드디어 전설을 만났다는 희열 때문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엘 파나의 사신 으를 만났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무릎 꿇은 상태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았 다.

두 손바닥은 하늘로 보이게 했다.

그러자 오르쿠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함성을 질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복종의 의미로 머리 를 땅에 박고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한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킁! 진성! 킁! 진성!……”

오르쿠들이 이성진의 가명을 소리 높여 부른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 는 것이다.

이대로 도끼로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의 목을 쳐 버릴 수도 있었 다. 그래도 된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그 어떤 처분이라도 받겠다는 의미로 머리를 땅에 박고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한 것이니까.

하지만 이성진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목을 치지 않았다. 대 신 발로 손바닥을 밟았다.

“크와아아아!”

오르쿠들이 양손을 높이 들고 함성 을 질렀다. 이성진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손을 밟은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었다.

승자의 발처럼 패자는 손을 움직이 라는 의미였다.

승자의 발밑에 있는 존재가 된 것 이라는 의미도 있다.

오르쿠들이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 는 것을 본 양계 농장 사람들은 잘 된 일인지 아닌지 몰라 불안했다.

흐!■지만 곧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일어서 소리치자 기뻐했다.

“푸흐홍! 나의 전사! 나의 주인! 진성 님에게 무릎 꿇어라! 거부하는 것들은 죽인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부하 오르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양계 농장 사람들도 얼떨결에 무릎

꿇었다.

그런데 오르쿠 주술사가 갑자기 고 개를 갸웃거리더니 일어나서 이성진 에게 다가왔다.

“크홍! 땅의 네 번째 주술사! 왜 진성 님에게 무릎 꿇지 않는 것이 냐?”

“킁!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저 인간에게서 파나 신의……

땅의 네 번째 주술사는 더 말할 수 없었다. 머리가 터지고도 말할 수 있는 오르쿠는 없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멀쩡 한 팔의 주먹으로 땅의 네 번째 주 술사의 머리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

었다.

“뭐하는 짓이야?”

오르쿠 주술사는 귀한 존재였다. 주술사가 있는 오르쿠는 3배 이상 강해진다. 그런 주술사를 그냥 죽였 다. 앞으로 오르쿠를 정복하는 데 도움이 될 그런 존재인데.

“푸흥! 진성 님…… 어쩔 수 없었 습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며 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킁! 성녀 엘리스가 진성 님을 찾 고 있습니다. 땅의 네 번째 주술사 가 확인하고 말하는 순간 모든 오르

쿠는 어쩔 수 없이 진성 님을 적으 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녀 엘리스가 찾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 생각해 보면 그럴 것도 같 았다. 성녀 엘리스의 석상은 저 밝 게 빛나는 새로운 달에 있는 진짜 엘리스와 연결되어 있다.

“킁! 물론 저와 제 부하들은 전사 의 명예를 따라 진성 님을 대전사로 모실 겁니다. 하지만 굳이 12만 오 르쿠 전사와 싸울 필요는 없지 않겠 습니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전사의 대

결을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 다.

이성진이 전사의 대결을 이용해 오 르쿠를 부하로 만들어 결국에는 오 르쿠 성까지 장악하려는 것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지?”

“푸흥. 그 이유는 나중에 말씀드리 겠습니다. 지금은 오르쿠의 대전사 가 되셨음을 선포하십시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이 맞다. 지금 오르쿠들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주술사를 한 번에 죽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주술사의 존재는 상급 대전사의 바

로 밑이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먼저 소리쳤다.

“크홍! 땅의 네 번째 주술사는 진 성 님을 인정 안 했다. 그래서 맹세 대로 죽였다. 이제 모두 우리의 새 로운 대전사인 진성 님을 환영해 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을 가리키며 고개를 숙였다. 이성 진이 나서서 오르쿠들에게 말하라는 것이다. 이성진은 마나를 이용해 멀 리까지 들리도록 소리쳤다.

“나를 너희들의 대전사로 인정하는 가?”

2천 명이 넘는 오르쿠는 당연하다 는 듯 콧바람을 내뿜으며 동시에 대 답했다.

“킁! 킁! 나의 대전사! 나의 지도 자! 내가 지켜야 할 명예!”

오르쿠의 대답이 끝나자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이 고개를 들고 다 시 소리쳤다.

“킁! 킁! 우리가 지켜야 할 명예가 누구인가!”

2천 명이 넘는 오르쿠가 일제히 대답했다.

“킁! 진성! 킁! 진성! 킁! 진성

이제 오르쿠는 모두 이성진을 대전

사로 인정하고 따르기로 했다.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성진이 도끼를 하늘 높이 들었 다. 그러자 모두 소리치는 것을 멈 췄다.

“너희들의 대전사의 첫 번째 명령 이다! 오늘은 먹고 마시고 즐겨라!”

오르쿠에게 있어 전사의 명예 다음 으로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다. 이 성진의 첫 번째 명령이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것이니 안 좋아할 리가 없 었다.

“푸흐흥! 대전사 진성 만세!”

오르쿠들이 만세 외치는 것을 보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명령

을 내렸다.

“비축한 식량을 풀어서 전사들을 먹여. 하지만 인간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안 된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고개 를 끄덕였다.

“푸흥! 진성 님 명령대로 하겠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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