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21화 (21/50)
  • 5장. 비겁하게 생긴 인간

    아침부터 파란색 완장을 찬 20여 명의 사람이 옥수수 농장으로 찾아 왔다. 그 중심에는 긴 장발을 하고 얼굴에 사선으로 칼자국이 나 있는 남자가 있었다.

    표독스러운 눈빛에 자신감 넘치는 행동을 봐서는 저 남자가 오필규인 것이 확실했다.

    “여기 책임자를 만나러 왔다!”

    오필규가 직접 나서서 소리쳤다. 목소리가 꽤 멀리까지 퍼져 나가는

    것으로 봐서는 목소리에도 마나를 이용한 것 같았다.

    “누군데 나를 찾아온 거지?”

    이성진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오필규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눈치를 슬 쩍 봤다. 두 오르쿠가 흥미만 보일 뿐 기분 나빠 한다거나 끼어들 것 같은 기미는 안 보였다.

    두 오르쿠가 말한 대로 이기는 사 람이 모든 것을 갖는 것이 분명했 다.

    “알고 있을 텐데.”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오필규가 피식하고 웃었다.

    “오르쿠까지 보내서 나를 도발하지 않았나?”

    오필규는 인간의 일에는 전혀 관심 이 없는 오르쿠가 갑자기 농장을 돌 아다니면서 관리자들끼리 싸워 이기 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 고 다니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오르쿠가 말하지 않아도 여태까지 관리자들끼리 싸워 더 강한 관리자 가 농장을 차지했다.

    오필규가 마음만 먹었으면 양계 농 장뿐만 아니라 다른 옥수수 농장과 감자 농장까지 다 손에 넣었다. 하 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부하들이 너

    무 나태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 다.

    고인 물이 썩는 것과 같이 외부의 적이 없으면 아무리 단속해도 엉망 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성진이 나타나고 오르쿠와 친하다는 소문이 돌더니, 오르쿠가 나서서 농장에 소문을 퍼 뜨리고 다녔다.

    그것을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바보였다.

    “도발한 것을 알면서도 이곳까지 온 건가?”

    “이런 도발은 또 응해 줘야 재미있 지. 그래야 진정으로 이 지역의 강

    자가 누구인지 알 테니까!”

    미끼인 줄 알면서도 물었다. 자신 있게 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자신 감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다 끌고 온 건가? 겁이 나서?”

    “하하! 겁이 나? 설마! 이 오필규 가 겁이 나서 부하들을 다 끌고 올 것 같은가? 보여 주기 위해서야! 나 오필규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 주 려고!”

    풍기는 기세나 살짝 움직이는 행동 으로 봐서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은 아니다. 허세도 조금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왜 이렇게 말이 많지? 당신 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면 되잖 아!”

    오필규는 자신이 이성진에게 질 것 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르쿠가 돌 아다니며 미끼를 던진 때 은밀하게 이성진에 대해 알아봤다.

    이 지역에 나타난 지 1달 정도밖 에 안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 능력 이 없었다. 담이 센 것인지 아니면 죽기 살기로 버틴 것인지 모르지만, 오르쿠의 시험에 통과했다.

    그리고 갑자기 능력을 드러냈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일반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초인이 되는 경우가.

    하지만 시간과 경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오필규는 엘 파나의 침공 이 일어난 처음부터 능력을 얻었다.

    나중에 능력을 얻어 초인이 되어 봤자 자신을 이긴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자신 있었다.

    “당연히 강함을 보여 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확인해야 할 것은 확 인해야겠지!”

    오필규는 이성진을 이기면 확실하 게 이 농장은 물론 이성진의 생사여 탈의 권한도 가지기를 원했다. 오르 쿠가 이성진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이성진을 죽이려면 오르쿠가

    끼어들지 않는다는 확답을 들어야 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 님에게 묻습니 다!”

    오필규의 말에 밥 먹다 나온 아들 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싸우면 되는 것을 왜 묻나 싶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을 쳐다 봤다. 이성진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이성진은 뒤돌아보지 않았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알아서 하 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크흥! 뭐냐?”

    “밥 먹다 나온 아들 님께서 말하신

    대로 저놈을 이기면 제 마음대로 해 도 됩니까?”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어이없는 콧 바람을 내뿜었다.

    “크흐흥! 이긴다면 마음대로 해라. 단 네가 진다면 진성 역시 마음대로 할 것이다!”

    “약속하신 겁니다.”

    오필규의 말에 밥 먹다 나온 아들 이 화를 냈다.

    “크홍! 지금 전사인 나 밥 먹다 나 온 아들의 말을 못 믿나?”

    몽둥이를 그대로 오필규를 향해 집 어 던지려 했다. 어차피 이성진을 이기지 못하는 놈이다. 그냥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몽둥이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잡혔 다.

    “쿵! 왜?”

    “크흥! 방해하지 마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방해 하지 말라고 한 다음 오필규에게 소 리 쳤다.

    “푸훙! 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책임진다. 비겁하게 생긴 인 간! 싸워라! 그리고 이기면 모든 것 을 갖는다. 삶과 죽음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확인 까지 받자 오필규는 비릿하게 웃었 다.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하는 습

    관이었다.

    “알겠습니다!”

    오필규의 팔목이 살짝 움직였다. 팔목에 숨겨 놓은 조그만 침을 쏜 것이다. 이성진이 자신보다 실력과 능력이 떨어지리라고 생각한다. 하 지만 그래도 더 확실하게 이길 방법 이 있다면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 았다.

    오필규는 밝히지 않은 능력 중 하 나가 마비 독이다. 빠르게 이성진을 향해 날아가는 침에는 자신의 능력 으로 만든 마비 독이 발라져 있었 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성진의 몸에 맞

    는 것을 확인했다. 너무 미세한 침 이라 맞은 줄도 모른다.

    “이제 시작한다. 천둥벌거숭이 같 은 놈아!”

    오필규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검 을 하나 뽑아 들고 이성진을 향해 달렸다. 한 걸음 뛸 때마다 3m 이 상씩 뛰었다. 힘도 강해진 것이 분 명했다.

    10걸음이 되기 전에 이성진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검을 위에서 아래 로 내리치며 더 비릿하게 웃었다. 마비 독 때문에 못 움직이는 줄 알 았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

    해 그래도 검에 머리가 쪼개져 죽는 다면 더 좋았다. 오필규에게 겁을 먹어 제대로 못 움직였다고 생각할 테니까.

    퍼억!

    “커헉!”

    오필규는 왜 자신이 뒤로 날아가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명 치 부근의 통증은 숨 쉬는 것을 힘 들게 했다.

    그나마 검은 놓치지 않고 꽉 쥐고 있었다.

    오필규는 몸을 틀면서 바닥에 발을 대고 충격을 뒤로 흘려보내면서 숨 을 크게 들이마셨다. 수많은 싸움에 서 얻은 충격 해소 방법이었다. 곧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어어어! 대장, 위에!”

    오필규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태양 빛에 가려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 았다. 하지만 이성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은 이성진뿐일 테니까.

    잘되었다 싶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중간에는 피할 곳이 없다. 검을 잡은 손을 들어 올렸다. 사람

    들에게는 검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성진을 찌르려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손목에 감춰 둔 침을 쏘기 위해서 였다. 마비 독이 묻은 침 한 방으로 는 이성진을 마비시키기 힘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했다.

    손목에 있는 마비 독이 묻은 침 11발을 모두 쐈다. 11발의 침은 그 대로 이성진에게 맞았다. 하지만 떨 어지는 궤도는 바뀌지 않았다.

    오필규는 뒤로 두 발자국 뛰었다.

    어차피 마비 독이 퍼지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굳이 떨어지는 이성진의 공격을 받을 생각이 없었

    다.

    하지만 뒤로 두 발자국 움직이는 걸론 피할 수 없었다.

    “O 으’’

    — —1 •

    무언가 빛에 반짝하더니 어깨가 불 타는 것같이 뜨거워졌다. 어느새 이 성진이 단검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이성진은 몸 을 손으로 툭툭 털었다.

    “오르쿠가 사람 잘 보네. 비겁하게 생긴 인간이라고 하더니 이런 꼼수 나 사용하고.”

    “무슨 소리냐?”

    오필규는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으 며 소리쳤다.

    “내가 머리 노렸으면 너는 벌써 죽 었어.”

    오필규는 등에서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성진의 말대로였기 때문이었다. 어깨로 단검이 날아오 는데도 반응할 수 없었다.

    만약 머리로 날아왔다면 죽었다.

    “오필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서 공격해 봐.”

    이성진은 처음부터 오필규가 침을 쏜 것을 알았다. 아니, 날아와 몸에 박히기 전까지는 몰랐다는 것이 더 확실한 말이다. 하지만 마비 독이 퍼지자 오필규가 침을 쏜 것을 알았 다.

    오필규의 마비 독은 마나로 만든 것이다. 이질적인 마나가 몸에 들어 오자 이성진의 몸 안에 있던 마나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였다. 오필규 의 독침이 이성진의 마나를 더 활성 화시 켰다.

    그것을 느낀 이성진은 일부러 오필 규를 빨리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유도했다. 그래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하늘에서 떨 어지는 공격을 했다.

    예상대로 오필규의 팔에서 침이 날 아왔다. 첫 번째 침은 너무 작은데 다가 공격한 줄 몰라서 당했다면,

    이번에는 알면서 당한 것이다.

    손목에서 침이 나오는 것도 확인했 다.

    몸 안의 마나가 오필규의 마비 독 을 해독하기 위해 더 활발하게 움직 였다. 온몸에 힘이 넘쳐 난다.

    몇 번 더 맞으면 더 좋을 것 같았 다. 그래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고 도발했다.

    “후회하지 마라!”

    “절대 후회 안 한다.”

    단검을 던졌으니 남은 것은 삼단봉 뿐이었다. 삼단봉을 착 소리 나게 펼쳤다. 오필규가 빠르게 달려와 검 을 휘둘렀다.

    가볍게 막으며 옆으로 돌면서 다리 를 찼다. 오필규는 다리를 얻어맞고 뒤로 쓰러지면서 검을 휘둘러 이성 진의 다음 공격을 방어했다.

    하지만 이성진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오필규는 이성진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세 번의 공격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래 도 마비 독을 믿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성진의 움직임 이 둔해질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티 면 된다고 생각했다.

    벌떡 일어나 조심스럽게 이성진을 향해 움직였다.

    “조금 전과는 행동이 다르네? 겁먹

    었나?”

    오필규는 이성진의 말에 대응하지 않았다. 괜히 대응하며 말했다가는 집중력이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 다.

    이성진이 가진 삼단봉의 길이보다 자신의 검이 더 길다.

    이성진의 삼단봉이 닿지 않을 거리 에서 검을 빠르게 찔렀다. 순식간에 12번을 찌르는 기술이다. 마나로 팔 근육을 강화해 자신이 낼 수 있는 한계 속도로 찌른다.

    이성진이 뒤로 물러날 것으로 생각 했다. 삼단봉의 길이가 짧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12번의 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성진이 하나씩 다 쳐 낸 것이다. 별 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12번이 끝인가? 다른 것은 없 어?”

    “이익.”

    오필규는 자신의 모든 마나를 팔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찌르기 시작 했다. 무리하면 18번까지 가능했다.

    오필규의 검이 18개로 늘어나는 듯했다. 오필규도 자신의 검이 18개 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자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또 다

    른 기술을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오필규는 18개 중에 가짜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18개가 모두 진짜라고 해 서 이성진을 찌를 수 있는 것은 아 니었다. 오필규는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이성진의 삼단봉이 20개로 늘어났 기 때문이었다. 20개로 늘어난 삼단 봉은 오필규의 18개 검을 모두 쳐 냈다. 그리고 남은 2개가 날아왔다.

    다시 검을 움직여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뒤로 또 빠졌다. 삼단봉이 아슬아슬하게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얼굴에서 뜨뜻한

    것이 느껴졌다. 피였다.

    삼단봉이 스쳐 지나간 것뿐인데 피 부가 찢어졌다. 곧 피가 멈췄다. 그 리고 언제 다쳤냐는 둣 상처가 아물 었다. 얼굴에 사선으로 남겨진 흉터 는 일반적인 상처가 아니다. 오르쿠 에게 당한 상처다. 마나로 난 상처 여서 없어지지 않았다.

    “쯧! 다른 것은 없어?”

    오필규는 식은땀이 났다. 이성진을 쉽게 이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런데 쉽게 이기기는커녕 조롱당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마비 독도 이성진에게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침을 12방이나 맞았다. 쓰러져도 벌써 쓰러져야 했다.

    “이것까지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 는데…… 진성 너는 실수한 거야.”

    이성진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오필규 자신을 가지 고 논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아 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인간은 인간 이라고 생각했다.

    오필규가 품에 손을 넣었다가 빠르 게 뺐다.

    타앙!

    오필규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 다.

    이성진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넘

    어 졌다.

    “크흐흥! 진성!”

    “크흐응! 형!”

    두 오르쿠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누구도 설마 오필규가 총을 사 용할 줄은 몰랐다. 오르쿠는 총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으니 관심 밖이 었다. 그래서 오르쿠도 총을 사용하 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성진이 뒤로 넘어가는 것이 보이 자 이성진 역시 인간이라는 것이 기 억났다.

    “하하하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 내가 이겼 다!”

    오필규의 말대로였다. 수단과 방법 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된다는 것이 이 싸움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오필 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오 필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 던 것처럼 다른 사람도 수단과 방법 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오필규! 나 진명수가 도전하겠 다!”

    진명수는 쇠 구슬을 양손 가득히 쥐었다. 나중에 이성진에게 자랑하 려고 몰래 만든 기술을 오필규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산탄총에서 아 이디어를 얻었다.

    산탄총에서 수백 개의 쇠 구슬이

    터지듯 날아가는 것처럼 쇠 구슬 수 십 개를 한꺼번에 쏠 수 있었다. 50m 거리 안에 목표물이 있다면 치 명상을 입는다. 그것이 초인인 관리 자라 할지라도.

    “너도 죽고 싶은가 보구나!”

    오필규가 총을 겨눴다. 이성진에게 이긴 이상 진명수 역시 자신의 부하 가 된 것이다. 반항하면 죽여도 된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안 끝났어.”

    관절이 없는 사람이 일어나듯 이성 진이 스르륵 일어섰다. 오필규의 눈 은 흔들렸다.

    “어떻게 총을 맞고도 살 수가 있 지‘?”

    “왜 맞았다고 생각하지?”

    이성진의 말에 사람들은 이성진이 피를 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뒤로 넘어갔기 때문에 놀라 미처 살 피지 못했다.

    두 오르쿠도 깜빡 속아 넘어갔다.

    “지금 총알을 피했다고 말하는 거 냐?”

    “총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못 피할 이유가 없지.”

    또 다른 독침이 있기를 바라면서 여태까지 봐 준 것이다. 총을 가지 고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왼쪽 가슴

    이 살짝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이 권 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왼쪽 가슴에 손을 넣는 순간 대비 했다. 오필규의 손에서 권총이 발사 되는 순간 뒤로 고개를 젖힌 것이 다. 맞은 것처럼 보여 준 것은 오필 규에게 더 강한 절망을 주기 위해서 였다.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면 상처가 크다. 물론 살려 줄 마음은 없다.

    “또 피해 보시지!”

    오필규가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이성진의 몸이 흔들거렸다. 왼 쪽에서 오른쪽으로.

    총알은 순식간에 이성진을 지나갔

    다. 오필규는 몸을 흔들거리는 이성 진의 상체를 노리는 것보다 다리를 노리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았다.

    다리를 노리고 총을 쐈다. 하지만 총구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본 이 성진이 그것을 못 피할 리가 없었 다. 좌우로 뛰며 오필규를 향해 달 려갔다.

    철컥!

    총알이 다 떨어졌다. 이성진은 오 필규의 앞까지 접근했다. 오필규는 이를 악물며 뒤로 빠졌다. 그러면서 왼팔을 들었다.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면 절대 빗나갈 리 없다고 생각 했다.

    쐐액!

    날카로운 단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 리를 내며 튀어 나갔다. 아무런 장 치도 없이 단검을 마나로 쏘아 보낸 것이다.

    진명수가 자기장으로 쇠 구슬을 쏘 는 것과는 다르다. 마나를 단검에 담아 쏘는 것이다.

    오르쿠도 마나를 담은 단검에 머리 를 맞으면 죽는다. 이미 오르쿠에게 실험해 봤다. 가까운 거리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다. 절대 피할 수 없다.

    오필규의 생각대로 2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빠르게 날아오는 단검을

    이성진이 피할 수는 없었다.

    깡!

    하지만 손에 든 삼단봉으로 단검을 쳐 낼 수는 있었다. 오필규가 그냥 왼팔을 들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 다. 또 다른 암수가 있다. 오필규의 왼팔에서 단검이 튀어나오자마자 준 비하고 있던 삼단봉으로 단검을 쳐 낸 것이다.

    «크 «

    마지막 수까지 통하지 않자 오필규 는 신음성을 내며 물러서는 것을 멈 췄다. 그리고 거꾸로 이성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더는 방법이 없기 때 문이었다.

    어차피 질 것, 이성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오필규 생각일 뿐이었 다.

    빠직 소리가 나며 오필규는 비명을 질렀다. 이성진이 몸을 왼쪽으로 틀 며 발을 들어 올렸다.

    “아악! 내 다리!”

    어지간해서는 부러지지 않는 다리 가 이성진의 가벼운 발차기 한 번에 부러졌다. 얇은 가로수를 부러뜨리 고도 멀쩡한 다리를.

    이성진에게 몸을 날리다 다리를 맞 았으니 당연히 상체가 아래로 회전 했다. 이성진이 깔끔하게 다리를 올

    렸다가 내리면서 허리 부분을 쳤다.

    우드득 소리가 들렸다. 오필규 귀 에는 으드득이 죽음의 소리처럼 들 렸다. 허리가 끊어졌다.

    “아! 으……

    오필규의 부하들은 물론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성진이 여태까지 오필규 를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알았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시큰둥하게 소리쳤다.

    “푸홍! 비겁하게 생긴 인간 바보 다. 진성은 나를 마구 팬다.”

    오필규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 도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말을 믿지 못했다. 초인이 된 관리자 가운데

    오르쿠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사 람은 강한결 한 명뿐이었다.

    자신도 강한결은 피할 수밖에 없 다. 순식간에 죽을 테니까.

    그런데 이성진이 오르쿠와 대등하 게 싸우는 것도 아니라 오르쿠를 팬 다니.

    “오필규! 패배를 인정하나?”

    “으…… 네…… 살려 주세요.”

    허리가 끊어졌어도 제대로만 맞추 면 다시 회복하는 데 문제없다고 생 각했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최우 선이었다. 살아남으면 기회는 또 온 다.

    “덕분에 깨어난 기억이 있어서 살 려는 주지.”

    “감……감사합니다. 충성을 바

    쳐…… 일하겠습니다……

    오필규는 이성진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자신이 필요해 죽이지 않는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성진이 오필규의 끊어진 허리 부 분을 그냥 대충 맞췄다. 마나 덕분 에 빠르게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었 다. 그리고 몸을 돌려 똑바로 눕혔 다.

    “충성까지 바칠 필요는 없어. 앞으 로 아무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 되어 고통 속에 살아라.”

    이성진이 손바닥을 폈다. 그리고 정확하게 오필규의 심장이 있는 곳 을 쳤다.

    “커헉!”

    오필규는 피를 토하며 몸에서 마나 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사 라졌다기보다는 움직임을 멈췄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이성진의 순도 높은 마나가 오필규의 심장에 자리 잡았다. 덕분에 오필규의 마나는 심 장을 통해 순환하지 못했다.

    마나가 움직이지 않으니 마나가 사 라진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오필규가 진 것을 인정했다.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인정하는

    가?”

    오필규를 이겼다고 해서 오필규의 부하들이 모두 인정하지는 않는다. 오르쿠의 확답을 듣는다면 인정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은 기분 좋게 소리쳤다.

    “푸흐흥! 내가 이름 기억하고 인정 한 진성이 비겁하게 생긴 놈의 모든 것을 갖는다! 만약 이것을 거부하는 인간은 대전사인 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이름으로 죽인다!”

    마지막 말을 할 때에는 마나를 이 용한 전사의 소리까지 냈다. 덕분에 오필규의 부하는 물론 다른 사람들

    도 벌벌 떨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의 마나를 이길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성진은 예외였다. 오필규와 싸우면서 마나가 더욱 활성화되었 다.

    이성진의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 다.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자 신도 마음을 가다듬고 훈련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푸흥! 진성 축하한다.”

    “당연한 것을 가지고 축하는……

    “푸흥! 29일이 지난 다음 날, 밥 먹다 나온 아들을 따라 나를 찾아와 라.”

    “어디 가는 데?”

    “푸흐흥! 진성 너와 후회 없는 싸 움을 준비하러 간다.”

    후회 없는 싸움이란 말을 듣자 살 짝 머리가 아팠다. 싸움을 좋아해도 너무 좋아했다. 최상의 몸 상태로 싸우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분명했 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푸흥! 아니다. 전사의 싸움은 고 결한 것이다. 밥 먹다 나온 아들! 대전사로서의 명령이다!”

    “킁! 대전사의 명령을 기다립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절도 있게 대답했다. 여태까지 먹을 것 좋아하고 나사 하나 빠진 듯이 행동한 것은 거짓말같이 느껴 질 정도였다.

    “푸흥! 진성을 도와 비겁하게 생긴 놈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게 해라. 그리고 30일째 아침에 진성을 데리 고 와라.”

    “킁! 명령대로!”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가슴에 주먹 을 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땅을 박차고 뛰어 사라졌다.

    그러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몽둥이를 휘휘 휘 두르며 오필규의 부하들이 있는 곳 으로 갔다.

    “크훙! 진성 부하 되기 싫은 놈! 이 몽둥이 맞고 견디면 된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몽둥이의 높 이를 사람 허리 근방으로 해서 휘둘 렀다. 오필규의 부하들이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몽둥이를 피하려면 한 가지 동작을 해야 했다.

    후우웅!

    오필규의 부하들은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몽둥이를 피해 납작 엎드렸

    다.

    그러자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씨익 웃으며 이성진을 향해 소리쳤다.

    “푸홍! 진성 형! 와서 인사 받아 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진성 형이라 고 부르자 조금 전 이성진이 총에 맞았다고 착각했을 때 밥 먹다 나온 아들이 형이라고 부른 것이 진짜란 것을 알았다.

    오르쿠를 동생으로 둔 인간이라니.

    바짝 엎드린 오필규의 부하들은 저 항하거나 도망칠 생각을 버렸다. 도 망치더라도 오르쿠에게 걸리면 죽음 이다.

    “자식! 귀엽네.”

    “푸흥! 나 안 귀엽다! 이 근육 봐 라.”

    안 귀엽다고 하면서 기분 좋은 콧 바람을 내뿜는다. 참 거짓말 못 한 다.

    “모두 고개를 들어라. 그리고 들어 라. 앞으로 너희들은 내 부하다. 내 부하가 된 이상 사람들을 괴롭히는 짓은 허락하지 않는다. 이호영!”

    “네. 진성 님!”

    이호영이 뛰어왔다.

    “이 사람들에게 규칙을 알려 주고 교육해.”

    “알겠습니다.”

    이호영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권 진권과 양장우 그리고 진명수가 뛰 어왔다. 이호영은 삼단봉을 꺼냈다.

    “먼저 교육부터 시작한다. 모두 일 어나서 덤벼도 좋다. 이기면 내 자 리를 준다.”

    오필규의 부하들은 이호영과 권진 권, 양장우, 진명수 이렇게 4명만 있는 것을 보고 눈치를 봤다.

    그러자 이호영이 다시 소리쳤다.

    “너희들 나 인정 못 하잖아. 그러 니까 강한 놈 순서대로 서열을 정하 자!”

    “ 진짜냐?”

    오필규의 부하 중 한 명이 소리쳤

    다. 그리고 이성진을 쳐다봤다.

    “이호영에게 맡겼으니까 진짜다. 나는 장재웅 씨하고 옥수수 농장에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 바구니 나누 어 줄 테니까 알아서들 해라.”

    이성진이 진짜 몸을 돌려 옥수수 농장으로 가는 것을 본 오필규의 부 하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며 일어섰 다.

    “숫자가 많아서 졌다고 우리 원망 하지 마라.”

    “내가 할 소리다. 4명에게 20명이 두들겨 맞았다고 원망이나 마라.”

    이호영의 말이 끝나자 오필규의 부 하 20명은 바로 소리를 지르며 달

    려들었다. 하지만 이성진에게 훈련 받은 이호영과 권진권, 양장우 그리 고 진명수를 이길 수 없었다.

    이호영과 권진권, 양장우는 이성진 에게 맞던 것보다 느린 사람들의 동 작에 가볍게 피하며 한 방에 한 명 씩 기절시켰다.

    진명수는 접근하기도 전에 쇠 구슬 로 이마를 맞춰 기절시켰다.

    어느새 남은 사람은 4명뿐이었다. 2명은 처음부터 덤비지 않았다. 저 항군이기 때문이었다.

    “진성 님 말대로 맞아야 정신 차리 는 놈들이야. 덤벼!”

    이호영이 덤비라고 말해도 덤빌 수

    없었다. 상대가 안 되니까.

    “그럼 우리가 간다.”

    이호영과 권진권, 양장우가 두 팔 을 들고 항복한 저항군을 제외한 2 명을 두들겨 팼다.

    이런 식으로 교육은 쉬지 않고 계 속되었다.

    “맞으면서 들어라! 너희들이 능력 을 가졌다고 해서 사람들을 괴롭히 면 안 된다! 오히려 돕고 지켜야 한 다.”

    이호영은 말하면서 오필규의 부하 들을 두들겨 팼다.

    옥수수 농장의 수확이 끝나는 저녁 때까지 쉬지 않고 맞았다. 그리고

    한 달 전만 해도 자신들과 비슷한 능력과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이 호영을 다르게 봤다.

    싸움이 되지 않는다. 맞으면서 그 것을 알았다. 안 맞으려고 피하는데 귀신같이 때린 곳만 때렸다.

    이성진에게 훈련받으며 맞아 가며 배운 기술을 오필규의 부하들에게 사용하는 중이었다.

    한쪽에서 오필규는 기어서 도망가 다가 지쳐 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침을 뱉거나 손으로 머 리를 쳤기 때문이었다.

    한순간에 왕 같은 존재에서 반신불 수 거지가 되었다. 안 울 수가 없었

    다.

    그래도 오필규를 동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동안 해 온 일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호영이하고 명수만 남아서 교육하 고 나머지는 바구니 담고 음식 교환 해!”

    이성진의 말에 권진권과 양장우가 뛰어왔다. 저 멀리서 하프 크롤링이 끄는 마차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농장 정리하고 창고에 먼저 가 있 어.”

    “진성 님은요?”

    양장우가 묻자 이성진은 대답 대신 몸을 돌려 옥수수 농장으로 갔다.

    무언가 생각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 었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먹을 것 때 문에 안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옥수수밭 중간에 들어가 양반 다리 를 하고 앉았다.

    심호흡하면 머리 아픈 것이 괜찮아 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떠오 르는 이 기억을 확실하게 알아야 했 다.

    이성진이 양반 다리를 하고 앉은 지 20분 정도 지나자 이성진의 몸 이 살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성진은 떠오르는 기억 안으로 들 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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