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20화 (20/50)

4장. 전사의 의식

권진권은 가장 마지막에 훈련받았 다는 이유로 기절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절 안 하고 아픈 곳만 골라 맞았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등 을 돌렸다가는 더 맞기 때문이었다.

기절한 이호영이 깨어나 한쪽에서 양장우와 함께 고개를 흔들며 권진 권이 맞는 모습을 구경했다.

권진권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는 확실해 보였다. 권진권이 가끔 한 번씩 이성진의 주먹질을 피하고 있

다. 실력이 늘었다.

“이제 끝!”

퍼억! 소리와 함께 권진권이 이호 영과 양장우가 앉아 있는 곳으로 날 아갔다. 이호영와 양장우는 권진권 을 가볍게 받았다.

권진권은 몸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며 일어났다. 이성진에게 명치를 맞는 순간 몸을 뒤로 날려 충격을 홉수했기 때문이었다.

“굿! 잘했어.”

권진권은 처음으로 이성진에게 칭 찬받았다.

“그렇게 충격을 흘려야 다음 기회 를 노릴 수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잔뜩 흥분한 상태로 기다리고 있는 밥 먹다 나온 아들을 향해 몸을 돌 렸다.

“푸흥! 준비됐나?”

“어 몸은 풀었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친구 가 되는 의식을 감독하기 위해 창고 에서 나왔다. 늦게 나온 이유는 흥 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자신보다 먼저 밥 먹다 나온 아들 이 이성진과 싸운다.

생과 사를 결정하는 싸움은 아니 다. 하지만 몸을 전율하게 하는 강 자와 싸우고 싶은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아니면 중간에 끼어들지도 몰 랐다.

“크홍! 진성! 그리고 밥 먹다 나온 아들! 친구가 되는 의식을 시작한 다. 이 의식은 전사의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다. 이 의식의 결과는 카 르탄 왕국의 대전사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증명한다!”

엘 파나의 오르쿠 왕국 이름이 카 르탄이었다. 친구의 의식은 오르쿠 가 아닌 다른 종족이 오르쿠와 같은 위치로 인정받는 의식이었다.

이 의식은 대전사 이상의 오르쿠에 게 심사를 받아야 했다.

대전사 오르쿠는 다른 종족이 오르

쿠와 대등하게 싸웠는지를 보고 친 구가 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성진의 생각대로 오르쿠와 대등 한 위치를 넘어 오르쿠를 지배하는 첫걸음이다.

“크훙! 친구의 의식을 시작한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우렁 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먼저 움직였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친구의 의식 이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 니다.

저 울퉁불퉁한 오르쿠의 팔 근육에 서 나오는 힘은 어지간한 승용차를 뒤집어 버릴 정도로 강하다.

그런 오르쿠의 주먹이 빠르게 날아 온다.

흥! 홍! 홍!

짧게 끊어 치며 이성진이 피할 곳 을 차단한다. 하지만 이성진은 피하 지 않았다. 피하는 것은 실력 차이 가 클 때나 하는 것이다.

10일 동안 계속된 훈련으로 다른 것은 몰라도 거제도에서 얻었던 힘 정도는 회복했다.

몸을 혹사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몸 안의 마나가 몸의 회복을 위해 움직였다. 지금 느낌으로는 몸 안의 마나를 10분의 1도 사용 못 했다. 그래도 거제도에서 사용했던 힘 정

도는 낼 수 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주먹을 피해 파고들면서 관절만 노렸다. 팔꿈치 를 주먹으로 치고 무릎을 발로 차면 서 옆으로 돌았다.

“푸훙! 진성! 약하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저릿한 느낌 만 받았다. 다른 오르쿠가 파고들어 팔꿈치와 무릎을 때렸다면 순간 주 저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성진을 얕보지 않았다.

자신의 주먹을 피하며 몸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 었다. 이성진의 손에 날카로운 무기

가 들렸다면 자신은 벌써 죽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눈을 반짝이 며 더 힘을 내기 시작했다. 한 방만 제대로 맞히면 된다.

이성진이 매일 훈련하는 것을 지켜 봤다. 그리고 조금씩 능력을 사용하 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직 자신 과 비교했을 때 힘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성진을 상대하는 전술은 힘 위주였다. 이성진은 자신의 주먹 을 절대 막을 수 없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강하게 주먹을 날리거나 발차기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구경 하던 사람들은 가슴을 졸였다.

이성진이 한 방이라도 맞으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손에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하며 홍미진진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이성진은 마치 밥 먹다 나온 아들 이 어떤 공격을 할지 아는 것처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화려한 동작들이 눈앞에 보였다. 때리면 숙이고 돌려 차면 살짝 허리를 뒤로 젖히며 피했 다.

몸을 숙여 순식간에 오르쿠의 몸 안쪽으로 들어가 몇 대 때리고 나온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이 어 떻게 자신의 공격을 알고 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미리 어디를 어떻 게 공격하겠다고 알려 주지 않은 이 상 알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순간 깨달았 다. 어디를 어떻게 공격하는지 자신 이 알려 주고 있었다. 친구의 의식 이다. 이성진을 죽일 생각이 없다.

덕분에 무의식중에 힘을 조금 빼거 나 주먹을 날리는 동작이 살짝 끊어 진다.

이것을 이성진은 정확하게 파악하 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는 주먹과 발의 공격을 저렇게 쉽게 피

할 수 없었다.

“쿠어어어!”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갑자기 공격 을 멈추고 커다란 포효를 내뿜었다. 전투의 함성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적에게 자비를 보이지 않 는 용기를 일으킨다.

오르쿠가 가진 특유의 능력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인상 을 썼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전투 의 함성을 사용할 줄은 몰랐기 때문 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이 애매하게 강하다고 생각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보다 월등하게

강하기를 바랐다. 비슷하다고 봤다. 그리고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전투의 함성을 사용한 이상 이성진이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밥 먹다 나온 아들 의 공격이 이성진의 몸을 스치기 시 작했다.

친구가 되는 의식을 중단해야 하나 싶어 긴장했다. 몇 번이나 중간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전 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다.

밥 먹다 나온 아들보다 이성진의 명예를 더럽힐까 봐 두려웠다. 이성 진의 눈빛은 전혀 죽지 않았으니까.

“안 돼!”

구경하던 사람 중 김한수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은 너 무 놀라 소리칠 생각도 하지 못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왼손으로 이 성진의 어깨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른손의 주먹이 그대로 이 성진을 향해 날아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대로 이성진이 죽는다 해도 상관 없다 생각하고 날린 주먹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끼어 들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끼어들어 도 저 주먹을 막을 수 없었다.

빠악! 소리와 함께 이성진이 가슴

을 얻어맞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 이 보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렇게 정통으로 가슴을 맞은 이상 이성진이 살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조용히 거대한 도끼의 손잡이를 잡 았다. 이성진이 떨어지고 친구의 의 식이 끝나는 순간 밥 먹다 나온 아 들의 목을 칠 생각이었다.

감히 그 무엇으로도 느끼게 해 줄 수 없는 강한 전사와 대결할 수 있 는 순간을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망 쳤다.

이성진이 얼마나 회복해 강해졌는

지 확인하고 싶어 친구의 의식을 적 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 다.

1일…… 아니 3일 정도만 더 회복 했다면 밥 먹다 나온 아들과 대등하 게 싸울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 다.

도끼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단 한 번에 날려 버릴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성진이 떨어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가슴을 맞아 죽었어야 할 이성진이 공중에서 회전하는 것이 보였다. 이 성진은 안 죽었다. 도끼의 손잡이를

잡은 손에서 힘이 빠졌다.

“커헉!”

공중제비를 돌며 충격을 분산한 이 성진은 땅에 내려서자마자 입에서 피를 토했다. 하지만 얼굴은 무언가 후련한 표정이었다.

마치 막혔던 무언가가 뚫린 것 같 으

“푸흐흥! 진성! 또 간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이 죽 지 않은 것을 보고 그대로 달려갔 다. 그리고 또 주먹을 날렸다. 하지 만 조금 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힘의 차이 때문에 피하기만 했던 주 먹을 이성진이 손바닥으로 쳐 내기

시작한 것이다.

날아오는 주먹의 궤도를 바꾸려면 그에 맞는 힘이 필요하다. 어설프게 쳐 내려 하면 오르쿠의 주먹은 그대 로 날아온다.

지금 이성진은 최소한의 힘으로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주먹을 빗겨 내고 다리 공격을 발로 차서 막고 있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공격하면 이 성진이 쳐 내거나 막으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이성진의 얼굴에 미소가 보이기 시 작했다. 반대로 밥 먹다 나온 아들

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제는 이성진이 주먹을 가볍게 쳐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쳐 내는 정도였다면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얼 굴이 일그러지지 않는다.

이성진이 주먹을 쳐 낼 때마다 꽤 아팠다. 점점 더 아파졌다. 이대로는 질 것 같았다.

모든 힘을 주먹에 모았다. 인간을 상대로 이 힘을 사용할 줄은 몰랐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주먹이 강철 처럼 단단해졌다. 마나가 모였기 때 문이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이 마

나가 모인 주먹을 쳐 낼 수 없다 고 생각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생각처럼 이성진은 마나가 모인 주 먹을 쳐 내지 않았다.

대신 주먹을 쥐고 마주 쳐 왔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이 미쳤 나 싶었다. 주먹의 크기부터 다르다. 최소 4배 이상 차이 난다.

거기다가 마나가 모여 있다.

주먹이 부딪히면 이성진이 살아남 는다 해도 오른팔은 영원히 못 쓸 정도로 망가질 것이다. 그래도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주먹에서 마나를 빼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성진을 인정하고 최

선을 다해 싸우는 중이었다. 중간에 봐주는 것은 전사의 예의가 아니다.

더 힘을 주고 마나를 주먹에 모았 다. 이 주먹을 맞고도 살아남는다면 친구로 인정할 만했다.

드디어 이성진의 주먹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주먹이 부딪혔다.

그런데 주먹이 부서지는 소리가 아 닌 타이어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크 게 펑하고 들렸다.

뒤이어 들리는 소리는 으드득이었 다. 팔이 부러졌다.

“크흐흥! 진성!”

밥 먹다 나온 아들은 팔이 부러진 아픔보다 이성진의 주먹이 멀쩡한

것이 더 놀라웠다. 마나를 모은 주 먹과 부딪혀 멀쩡하다면, 이성진 역 시 주먹에 마나를 모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이 부러졌다. 이 성진의 마나가 더 강하다. 자신의 마나를 상쇄하고도 마나가 남아 팔 을 부러뜨린 것이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뒤로 주춤 되며 물러섰다. 이성진의 눈빛에서 불길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도대체 이게 무 슨 일인가 싶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오르쿠의 팔을 이성진이 부러뜨렸다. 환호성을 지 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심판을 보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 는 순간 친구가 되는 의식은 끝났 다.

하지만 멈추라고 소리치지 않았다.

이성진이 10일 전에 했던 말 때문 이었다. 형님이라고 부를 때까지 팬 다고.

그리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의 생각대로 이성진은 주먹을 가볍 게 풀며 밥 먹다 나온 아들에게 다

가갔다.

“푸홍! 이제 우리 친구다! 하하!”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어색하게 웃 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하자는 말이 었다.

“아직 안 끝났어. 형이라고 부를 때까지는!”

“크흥! 그건 못……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이 갑 자기 사라지는 것을 보고 빠르게 옆 으로 빠졌다.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 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였다.

“크허억!”

오른쪽 옆구리에 이성진의 주먹이

박혔다. 거의 45도 각도로 몸이 굽 혀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성 진은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무릎을 발로 찼다.

빠직 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가 옆 으로 꺾였다.

“카학!”

다리까지 부러진 밥 먹다 나온 아 들은 도망칠 수가 없었다.

“부를 때까지 맞자!”

“키엑! 컥! 큭…… 쿠흥!”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맞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시원한 느낌을 받았 다. 오르쿠에게 억압받고 노예 아닌 노예의 삶을 살다가 처음으로 오르

쿠가 처맞는 것을 보니 시원할 수밖 에 없었다.

하지만 곧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형이라고 부 르고 싶어도 못 부르게 얼굴만 계속 때리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며 이성진에게 도망가려다 가 간신히 소리쳤다.

“크혀 엉!”

이러다가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죽 어 버리겠다고 생각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소리쳤다.

“푸흐흥! 친구의 의식은 끝났다. 진성이 밥 먹다 나온 아들의 형이

다!”

이성진은 주먹을 풀었다. 어쩌다 나온 세 번째 아들이 선언했기 때문 이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

“크훙. 왜 그러…… 케엑!”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자신이 왜 맞는지 몰랐다.

“형에게 똑바로 말해야지!”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옥수수 농장 에 가기 전까지 계속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옥수수 농장으로 사 람들이 출발하기 직전에 간신히 풀 려났다.

오르쿠를 동생으로 삼은 첫 번째

지구 인간의 탄생이었다.

동시에 오르쿠 정복의 시작이기도 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을 동생으로 만 들고 10일이 지났다. 이성진의 옥수 수 농장은 고성 지역에서 유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인 이성진이 오르쿠를 막 대해 도 오르쿠들은 그 어떤 제재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오히려 밥 먹다 나온 아들보다 실 력이 떨어지는 오르쿠는 이성진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이성진은 거제도에서 얻은 능력을 회복했다. 밥 먹다 나온 아 들과 싸울 때 심장 부근을 주먹으로 강하게 맞은 것 때문이었다.

마나의 순환을 책임지는 곳이 심장 이다.

마나의 순환을 책임지는 곳이다 보 니 마나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이기도 했다.

이성진이 능력을 잃은 이유는 고농 도의 마나를 홉수한 심장이 굳어 있 었기 때문이었다. 마나가 순환하지 못하니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운이 좋았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주먹에 모인 마나가 굳은 마나를 풀 어 버리기 적당했다. 조금이라도 더 강했으면 심장이 파괴됐다.

하지만 아직도 이성진의 몸은 순도 높은 마나에 적응하지 못했다.

“O 으’’

■ I그 •

“진성 씨, 어디 아파요?”

장재웅이 오르쿠 없는 곳에서 보자 고 해서 농장에서 가장 먼 곳에 있 는 옥수수밭으로 왔다.

“아니요. 그냥 조금……

가끔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심장 안에 또 다른 심장이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두근 두근이 아니라 두두근 두두근

하고 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괜찮아진다.

“왜 오르쿠 없는 곳에서 보자고 한 건가요?”

장재웅은 오르쿠는 물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주변을 살 폈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 다가와 조용하게 말했다.

“짐작하고 있지 않나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무슨 짐작이요? 재웅 씨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저 항군인가요?”

장재웅은 놀라지 않았다. 이성진이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 다.

하지만 궁금했다.

“내가 능력 가진 것을 어떻게 알았 어요?”

“조금만 관심 가지고 보면 알 수 있죠.”

“무슨 능력인지 아나요?”

“멀리 있는 소리를 듣는 능력이지 않나요?”

장재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해서 능력 까지 맞출 수 있나요?”

“일단 의심을 하고 보면 알 수 있

죠. 행동과 다른 귀의 방향! 가끔 멀리 있는 소리를 듣느라 다른 사람 과의 대화를 놓치는 경우.”

“그렇군요.”

이건 멀리 있는 것을 들을 수 있 는 능력을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장재웅은 이성진 역시 멀 리 있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진성 씨가 전에 말한 것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장재웅은 이성진이 오르쿠와 친구 가 된다고 말한 것을 지켜보기로 생 각했었다.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 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

어 밥 먹다 나온 아들을 동생으로 만들었다.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동료들을 설득했습니다. 진성 씨가 말한 대로 우리가 오르쿠 를 이길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요?”

“저항군을 맡아 주십시오.”

저항군에 합류해 달라고 할 줄 알 았다. 그런데 아예 저항군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 당황스러웠다.

“저항군을 맡아 달라니요? 도움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네. 사실 저항군이라고 해 봤자 관리자 12명에 일반인 50명뿐입니

다.”

들어 보니 이건 저항군이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했다.

“그런데 장재웅 씨나 저항군은 성 녀 엘리스의 최면을 어떻게 벗어났 죠?”

“시간이 지나자 그냥 자연스럽게 최면이 풀렸습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개인 세뇌를 당 하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다. 세뇌가 풀리는 경우는 개인 세뇌를 받지 않았을 때뿐이다.

“오르쿠 성에 잡혀가 세뇌를 받지 않았나요?”

“성에 잡혀가서 세뇌를 받아요?” 장재웅은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 응했다.

“성에 잡혀가서 세뇌를 받지 않은 것이 확실해요? 혹시 기억이 지워지 거나 하지 않았나요?”

장재웅은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오르쿠 성에는 가 본 적이 없었다.

“만약 기억이 지워졌다면 모르지 만, 오르쿠 성에 가서 세뇌 받은 적 은 없어요.”

장재웅은 이성진이 다른 정보를 알 고 있는 것 같자 그동안 참고 있었 던 질문을 했다.

“다른 지역에서 건너오신 거죠? 혹

시 거제도인가요?”

“네.”

“그럼 기억도 잃은 것이 아니겠군 요.”

“맞습니다.”

장재웅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해 주 는 것은 이제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장재웅이 세뇌 당했든 아니든 9일 후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의 싸움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장재웅이 세뇌 당해 모든 것을 고 발한다 해도 결국,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보고가 올라간다. 이 지역을 지배하는 대전사니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강한 전사와 싸우는 것이다.

“거제도는 수복된 겁니까?”

“아마도요?”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광역 세뇌 마법이 성공했다 는 것은 확실했다. 거제도에 살아남 은 인간과 소인족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이성진의 애매한 대답에 장재웅은 아직 수복되지 않았다고 오해했다. 이성진이 발견되었을 때 상황도 오 해하는데 한몫했다.

“그렇군요. 어쨌든 우리는 진성 씨 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마치 저항군을 맡은 것처럼 말했 다. 아직 맡는다는 승낙을 하지 않 았는데.

하지만 장재웅의 다음 말을 듣자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옥수수 농장 한 곳과 감자 농장 한 곳 그리고 이곳까지 합쳐 세 곳 에서 저항군을 키우면 빠르게 성장 할 수 있을 겁니다.”

장재웅은 지금 일부러 저항군이 옥 수수 농장 한 곳과 감자 농장 한 곳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성진이 농장을 확장해 사람들을 모으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원래 장재웅의 임무는 죽은 한진구

와 이호영, 진명수, 권진권 그리고 양장우를 포섭하는 것이었다. 하지 만 이성진이 한진구를 죽이고 옥수 수 농장을 장악했다.

포섭 대상을 이성진을 바꿨다가 이 제는 아예 저항군을 이끄는 지도자 로 다시 바꿨다.

“두 곳에만 저항군이 있나요?”

“아닙니다. 양계 농장에 관리자로 2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장재웅은 이성진이 저항군을 맡는 다고 생각해 말을 높였다.

“양계 농장에 2명이라……

잘하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을 이기고 나서 하려던 일을 쉽게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오르쿠를 이겨 지배한다 해도 고성 지역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엘 파나가 침공하기 전처럼은 안 돼도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 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초인인 관리자들이 바뀌어야 했다.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돕고 살아가는 존재로.

“장재웅 씨. 오르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요?”

“오르쿠요? 알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럼 오르쿠의 지배 계급 에 대해 말해 봐요.”

장재웅은 이성진이 오르쿠 지배 계 급을 물어볼 줄 예상하지 못했다. 알지도 못했고.

“오르쿠는 크게 전사와 전사가 아 닌 오르쿠로 나뉩니다. 오르쿠 성에 는 전사가 아닌 오르쿠도 있을 거고 요.”

“그래요?”

“다시 전사를 3단계로 나눕니다. 하급, 중급, 상급전사로요. 그 위에 대전사가 있습니다.”

이건 S급 정보에 있는 기본적인 사항이었다. 하지만 거제도에서 본 S급 정보를 떠올리기보다는 마치 알

고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기억났 다.

“대전사 역시 3단계로 나눕니다. 하지만 대전사는 크게 차이가 없습 니다. 언제든지 위치가 바뀔 수 있 으니까요.”

“네…… 그런데 왜 이런 것을 말해 주시는 겁니까?”

“오르쿠를 알아야 오르쿠와 친구가 되고 지배할 수 있으니까요.”

장재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오르쿠를 모르고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럼 진성 씨가 오르쿠를 잘 다루 는 것도……

“네. 오르쿠의 습성을 알기 때문이 죠. 이게 중요합니다. 오르쿠는 기본 적으로 힘을 숭배합니다. 그리 고……”

장재웅에게 오르쿠에 대해 알고 있 는 모든 것을 말해 줬다.

힘을 숭배하지만, 그것만으로 오르 쿠를 지배할 수 없다. 먹을 것이 풍 족해야 오르쿠를 지배할 수 있다.

오르쿠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풍족하게 먹을 것을 줘야 반란을 일 으키지 않는다.

그리고 오르쿠를 이기면 진 오르쿠 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말해 줬다.

“그러면 진성 님의 계획은 오르쿠 와 전사의 대결을 해 이긴 다음 이 지역을 오르쿠와 인간이……

장재웅은 자연스럽게 진성 님이라 고 불렀다.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큰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성진이 보여 준 모습과 결과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 다.

“첫 번째 계획이죠. 이 지역을 단 단하게 만든 다음 계획의 마지막 목 적지는 끝까지.”

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장 재웅은 알아들었다. 이곳에서 끝은 오르쿠 성뿐이었다.

“진성 님! 제가 할 일이 뭔가요?” 장재웅은 이성진이 이렇게 자세하 게 설명하고 계획까지 알려주는 이 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양계 농장을 엮었으면 하는데요.”

“양계 농장을 엮어요?”

“네. 이 지역 농장 중 가장 크고 세력이 강하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양계 농 장을 엮는다는 것인지……

양계 농장을 지배하는 오필규는 욕 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고 서는 아이들을 사서 양계 농장에서 일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다루기도 쉬우면서 많은

것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저 먹고 자는 것만 해결해 주면 시키는 대로 일한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아이들을 이용 해 온갖 짓을 하는 것을 봤다. 그곳 에서는 아이들에게까지 총을 들려 줬다.

“내가 왜 오르쿠와 친한지, 어떻게 친해졌는지 모를 겁니다.”

“네.”

장재웅은 당연히 모른다고 생각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과 친구의 의 식을 창고에서 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들은 다른 곳에 말하지 않았 다.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은 궁금하다 고 오르쿠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맞아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저 신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내가 오르쿠를 이길 정도의 능력 을 가지고 있는 것도 모를 거고요.”

“그럴 겁니다.”

“양계 농장에 있는 저항군을 이용 해 정보를 흘리세요.”

장재웅은 있는 그대로 정보를 알리 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 정보를 알리면 될까요?”

“오르쿠의 입회하에 이진성을 이기 면 이 옥수수 농장의 모든 것을 가 질 수 있다고요.”

장재웅은 이성진의 계획이 무엇인 지 알았다. 오르쿠가 지켜보는 앞에 서 오필규가 지면 모든 것은 이성진 의 것이 된다.

“하지만 오필규가 쉽게 엮일까요? 안 믿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정보를 홀리고 바람을 넣으 면 됩니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이성진의 명령대로 정보를 흘리고 바람 잡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었 다.

“아! 그리고 저항군이 장악한 농장 사람들은 내일이라도 당장 모아 주

세요.”

“네? 그건 좀……

저항군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장재웅은 쉽게 대 답하지 못했다.

“어차피 저항군이라고 말할 정도의 세력은 못 됩니다. 그냥 대놓고 내 밑에 있는 것이 나아요.”

“그럴까요?”

“네. 내 밑에 있으면 최소한 밥 먹 다 나온 아들의 보호는 받을 테니까 요.”

이성진의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 여졌다. 그리고 이성진의 계획대로 된다면 어차피 숨어서 오르쿠와 싸

울 필요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내일 저녁 농장 일이 끝나면 모두 창고로 모이라고 하겠 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이제 소문 좀 내러 가 볼까요?”

“소문이요?”

“따라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 다.”

장재웅은 농장 입구로 가는 이성진 의 뒤를 따라가며 궁금해 미치겠다 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이성 진의 말대로 자연스럽게 알 수밖에 없었다.

“어이!”

“크흥! 왜 불렀나……요?”

밥 먹다 나온 아들을 농장에서는 동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친 한 친구처럼 불렀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주변을 둘러 보다가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 인하고 마지막에 존댓말을 붙였다.

“농장 돌아다니면서 관리자들 붙잡 고 이야기 좀 해라.”

“크홍. 무슨 이야기……요?”

장재웅은 뒤에서 이성진의 말을 듣 고 양계 농장이 엮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르쿠가 말하고 다니 면 안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진실 을 말할 테니까.

싸워서 이기면 다 가진다고.

소문내는 것은 밥 먹다 나온 아들 에게 맡기고 편하게 기다렸다.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더 적극적 으로 나섰다는 것이 의외이기는 했 다.

하여간 두 오르쿠에게 맡겨 놓고 다음 날 저녁 장재웅은 양계 농장에 잠입해 있는 관리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저항군을 창고로 모았다.

초인이 된 관리자를 제외한 일반인 들은 한 번씩 본 적이 있었다. 대부

분 옥수수 농장에 와서 일하기 때문 이었다.

이호영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으시나요?”

초인인 관리자 10명에 50명의 사 람까지 60명이 우르르 몰려오자 이 호영은 물론 진명수, 권진권, 양장우 까지 이성진에게 다가왔다.

이호영은 다른 옥수수 농장과 감자 농장의 관리자들이라는 것을 알아봤 다.

다른 농장 2곳에서 쳐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 고 겁먹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성진에게 훈련받고 실력이 확실히

늘었다.

더군다나 이성진이 같이 있다. 저 런 관리자 10명 정도는 문제가 되 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성진에게 다가와 물어본 것은 어 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 였다.

“큰 문제는 아니고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

동료들이란 말에 이호영의 눈이 커 졌다. 이성진이 다른 농장에 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데 어떻게 관리자 10명과 일반인 50명을 알고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장재웅의 모습이 저들 사이

에 있다는 것을 보자 예전부터 떠돌 던 소문이 기억났다.

오르쿠에 저항하는 조직이 있다. 사람들을 은밀하게 모은다.

그냥 웃어넘겼었다. 오르쿠에 저항 하면 돌아올 것은 죽음뿐이라고 생 각했다. 갑자기 나타난 저 사람들이 저항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성진의 얼굴을 쳐다봤다.

“저항군 맞아. 하지만 지금부터는 저항군이 아니야.”

이호영이 우려하는 것은 오르쿠가 저항군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이 성진이 이루어 놓은 이 농장이 어떻

게 될까였다.

그런데 이성진은 대놓고 저항군이 라고 말했다. 지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빨리 저들을……

“푸흥! 밥 먹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밥 먹다 나온 아들이 기분 좋게 소리치며 달려오 는 것이 보였다. 이호영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야 이성진에게 형이라고 부른다고 하지만 그 뒤에 오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아니다. 이성진이 강하다고 하지만

오르쿠 둘을 쉽게 이길 것으로 생각 하지는 않았다.

이성진이 오르쿠 둘을 이긴다고 해 도 수백, 수천의 오르쿠를 당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크흥. 이것들은 뭐냐?”

밥 먹다 나온 아들이 관리자 10명 과 50명의 사람을 보고 기분 나쁘 다는 듯 말했다.

“동생 밥 안 뺏어 먹으니까 걱정하 지 마라.”

“푸훙…… 내가 밥 때문에 그런 것 아니다……요.”

밥 때문에 그런 것이 맞다. 저 감 출 수 없는 표정과 넓어지는 콧구멍

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뭐 오르쿠 대부분이 거짓말에 서툴지만.

“앞으로 나와 함께할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알고 들어가서 밥 먼저 먹어 라.”

“푸흥. 그래도 되나……요?”

눈치를 살짝 보면서 물었다. 저항 군도 긴장하는 것이 보였다. 밥 먹 다 나온 아들을 빨리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김한수 씨!”

“네!”

김한수도 갑자기 몰려온 사람들 때 문에 창고 앞에 나와 있었다. 바로 달려왔다. 김한수가 달려오자 그 누

구보다 좋아한 것은 밥 먹다 나온 아들이었다.

김한수가 매일 밥 먹다 나온 아들 의 밥을 챙긴다.

“이놈 좀 데리고 가서 밥 먼저 먹 이세요!”

김한수는 바로 밥 먹다 나온 아들 의 팔을 잡았다. 이제는 거리낌이 없었다.

“가시죠. 오늘은 돼지 두루치기입 니다.”

“푸홍! 푸홍! 알았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두말하지 않 고 김한수에게 이끌려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문제는 천천히 걸어

온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었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다가 오지 않고 뒤에 멈췄다. 그리고 지 켜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였 다.

뭐 지켜봐도 상관없다.

“장재웅 씨!”

“네. 진성 님!”

장재웅이 다른 농장 관리자 10명 을 데리고 바로 다가왔다.

“인사들 해! 여기는 진성 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 영우입니다. 옥수수 농장을 책임지 고 있습니다.”

오르쿠를 의식해 그냥 만나는 것처 럼 말했다. 장재웅에게 이성진과 오 르쿠가 친하단 것과 이성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들었다.

다수결로 투표해 이성진을 따르기 로 했다. 그래도 오르쿠가 어떤 반 응을 보일지 몰라 조심스러울 수밖 에 없었다.

“최민지입니다.”

“김철용입니다.”

10명이 차례로 인사했다. 모두의 인사를 받은 다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부터 여기 온 모든 사람은 제 밑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저항군 따 위는 없습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눈을 반짝였다. 인간 중에 오르쿠에 협조 하는 척하며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진의 말을 들으니 지금 앞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영우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의 눈치를 보며 이성진을 쳐다봤 다. 하지만 이성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승산 없고 의미 없는 싸움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

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방법과 생 각을 바꾸는 것뿐입니다.”

장재웅에게 대략 듣기는 했다. 하 지만 이성진에게 직접 듣는 것은 다 르다. 모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 울이기 시작했다. 이호영이나 진명 수, 권진권 그리고 양장우도 집중했 다.

“오르쿠 전체를 적대하고 싸운다고 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겁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쿠의 힘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오르쿠와 친구가 되어 대등한 관 계가 되는 것도 싸우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고개를 저었을 것 이다. 하지만 이성진은 오르쿠와 대 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 접 보여 줬다.

조금 전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이 성진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창고 안 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이성진의 옥수수 농장에서 일해 본 사람들은 밥 먹다 나온 아들이 평소 에도 이성진에게 조심스럽게 대한다 는 것을 알고 있다.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들었다. 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은 뒤에서 코웃음을 쳤다. 전사의 향기가 강한 이성진이라면 몰라도 약하디 약한 인간이 오르쿠와 대등 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이성진과 싸워 지면 이성진의 밑으로 들어가야 한 다.

결국, 저들과 대등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이 나를 따르기로 했다면 그대로 믿고 따라 주기를 바랍니다. 저녁때니 가볍게 저녁을 먹으면서

더 이야기하도록 하죠.”

갑자기 60명의 식사를 더 만들어 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 다. 오르쿠 때문에 꽤 많은 양을 만 든다. 일단 먹으면서 더 만들면 된 다.

장재웅이 나서서 사람들을 데리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냥 얻어먹 을 생각은 없었다. 창고 안에서 다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 밖에서 따로 장소를 마련해 먹을 생각이었다.

캠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무를 가져다가 불을 피우고 적게는 5명에 서 많게는 10명까지 모여 앉을 자 리를 만들었다.

그사이 어쩌다 낳은 세 번 아들은 이성진에게 다가왔다.

“크흥! 무슨 생각이냐?”

“보는 그대로야. 저들이 죽음으로 달려가는 것을 막는 것이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도 이성 진의 말에 동의했다. 저 정도 숫자 와 능력으로 저항하면 다 죽는다.

“크흥! 그것뿐이냐?”

“들었잖아. 나는 인간과 오르쿠가 대등한 존재로 같이 협력했으면 좋 겠어.”

마지막 목적인 오르쿠를 지배한다 는 것을 빼고 말했다.

“크흥! 진성! 너는 내가 인정한다. 하지만 전사가 못 되는 인간은 인정 못 한다. 그 어떤 오르쿠도 인정 안 한다.”

“그건 조금만 기다려. 오르쿠가 인 정하는 전사들을 만들어 보일 테니 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이 말하는 인간이 누구인지 잘 알 고 있다. 매일 새벽 훈련하는 것을 지켜본다.

가장 발전이 빠른 것은 진명수란 인간이었다.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쇠 구슬을 빠르게 쏘는 것도 모자라 위력도 강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발전하면 인간이 사용하 는 총보다 더 위협적일 것 같았다.

오르쿠에게 총은 위험한 급소만 피 하면 되는 무기였다. 총알이 오르쿠 의 근육을 뚫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명수의 쇠 구슬은 총알과 는 다르다. 전설과도 같은 으의 존재 를 떠올리게 했다.

마나를 씌운 무기로만 막을 수 있 다는 으의 공격.

언제 어디서인지 모르게 소리 없이 무언가 날아와 강한 오르쿠의 근육 을 꿰뚫는다.

마나를 이용한 공격이기 때문이었 다. 진명수가 쏘는 쇠 구슬 역시 마

나로 인해 얻게 된 능력으로 쏘는 것이다.

언젠가는 오르쿠의 강한 근육도 뚫 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가 훈련받는 다른 인간들의 움직임과 마나를 이용하는 방법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마나 를 쓸 때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발전하면 하급 오르쿠 전사 수준까지 올라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래 봤자 4명 이다.

“크흥.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저들 까지 진성 네가 다 성장시킬 수 없

다.”

“그렇겠지. 알아서 성장해야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이 맞다. 1부터 10까지 모든 것을 다 봐줄 수 없다. 의지를 가지고 발전 하려는 사람만이 성장할 것이다.

“어쨌든 저 사람들은 지금부터 내 사람들이야.”

“크흥. 지난 것은 잊으라는 말인 가‘?”

“맞아.”

저항군이었다는 것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있는 앞에서 말한 이유였다.

“크흥. 지금은 잊는다. 하지만 8일

뒤에 진성 네가 나에게 진다면 저들 은 죽는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 지역을 다스리는 대전사로서 그들을 용서할 마음이 없었다. 오르쿠에게 저항하는 인간은 어떻게 된다는 것 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8일 뒤에 어떻게 될지는 봐야 알 겠지.”

이성진의 눈을 보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손에 땀이 차는 것 을 느꼈다. 어지간해서는 긴장 안 하는 자신이 긴장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크흥! 내가 이긴다.”

“누가 이길지는 싸워 봐야 안다니 까.”

농담처럼 말하는 이성진에게 여유 가 느껴졌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진이 자신이 모르는 무 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 하게 들었다.

그래서 더 짜릿했다. 이런 긴장감 이 너무 좋다.

8일 뒤에 순간순간 느낄 짜릿함이 기대된다. 그 순간만 온다면 모든 것을 참을 수 있었다.

“안에서 밥 먹을래?”

“푸흥. 진성 너는?”

“나야 새로 온 식구들하고 먹어야

지.”

밖에서 먹겠다는 말이다.

“푸흥! 나는 진성 옆에서 먹는다.”

“마음대로.”

장재웅의 지휘 아래 모닥불이 만들 어지고 사람들은 계속 음식을 가져 다 먹을 준비가 끝났다.

이성진이 저녁 먹자는 말을 하기만 을 기다렸다.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지 그랬 어요!”

기다리지 말라고 해도 아랫사람들 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일단 먹읍시다. 먹어요.”

장재웅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

에는 이호영과 진명수, 권진권, 양장 우가 같이 있었다. 이성진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자리를 비워 놨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창고에 서 나오지 않았다.

굳이 저녁을 먹이는 이유가 있었 다. 술이 많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밥 먹다 나온 아들 주기도 모자란 다. 그래도 따뜻한 음식을 먹고 배 가 부르면 긴장이 조금 풀어진다.

그리고 오르쿠가 아무렇지 않게 같 이 앉아서 밥을 먹는 것도 보면서 믿음을 더 가지게 된다.

저녁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이성 진이 슬며시 일어섰다. 그리고 모닥

불이 있는 곳마다 돌아다니기 시작 했다.

그냥 멀리서 인사만 나누는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같이 밥 먹고 웃고 떠드는 그런 친근한 점도 있다는 것 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이성진은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사 람들의 신임을 더 얻었다. 그리고 저항군이 장악한 옥수수 농장과 감 자 농장도 이성진이 운영하는 방식 과 똑같이 하기로 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그런 이성진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잘 못 건드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 다. 그냥 전사가 아닌 지도자의 모

습까지도 보여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성 지역 3분의 1이 이성 진 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뒤 양계 농장에서 미끼를 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