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19화 (19/50)
  • 3장. 대전사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술 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편하게 했 다. 아이들을 재우고 새벽까지 어른 들은 약간 취한 상태로 많은 이야기 를 했다.

    술기운을 빌려 용기를 얻은 다음 이성진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어렵지 않은 것이라면 이성진은 모 두 허락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 이고 있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옥수수 농장 입구로 출발하려는 이 성진과 이호영, 진명수 그리고 장재 웅을 김한수가 배웅하고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성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러자 이호영과 진명수 그리고 장재 웅 역시 고개를 숙였다. 능력이 있 든 없든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 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 일행이 수레를 끌고 출발하 자 창고 사람들은 돼지고기 훈제와 소시지를 만들고 창고를 더 효율적 으로 사용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 했다.

    이제 이 창고는 그들의 집이니까.

    창고를 출발해 농장 입구까지 가는 길에 진명수가 이성진에게 다가왔 다.

    “저기……

    “왜?”

    “권진권과 양장우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안 왔으니 앞으로는 적이……

    적이라고 말하려는 데 농장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진명수 도 곧 두 사람을 발견했다.

    권진권과 양장우도 수레를 끌고 오 는 것을 봤다. 그러자 달려왔다. 그 리고 이성진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권진권과 양장우는 밤새 옥수수 농 장에서 이성진의 이야기를 했다. 그 리고 결론은 이성진과 함께해 보자 였다.

    자신들이 아는 그 어떤 초인도 못 한 오르쿠의 인정을 이성진은 아무 렇지 않게 받아 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감정을 깨웠다.

    사람들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감정

    O

    “두 사람 모두 같이하기로 한 것이 맞나?”

    양장우가 절도 있게 차렷 자세를

    하며 크게 소리쳤다.

    “네. 그렇습니다!”

    “너는.”

    진명수가 급하게 양장우를 따라 차 렷 자세를 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 뭐하는 거야? 수레 안 밀 어?”

    권진권과 양장우가 없는 덕분에 장 재웅과 진명수도 수레를 끌고 있었 다. 권진권과 양장우는 바로 달려가 수레를 밀며 도왔다.

    그리고 입구에 자리를 잡자 곧 사 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르쿠 역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

    다.

    이제 바구니를 나누어 주고 농장 일을 시킬 시간이 됐다. 하지만 바 구니를 나누어 주는 대신에 이성진 이 앞으로 나섰다.

    “모두 잘 들으세요. 앞으로 20바구 니를 채우면 감자 20개를 줍니다.”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세금 을 하나도 안 뗀다는 말이기 때문이 었다. 이런 일은 없었다.

    오르쿠들 역시 이성진의 말에 흥미 를 느끼고 다가왔다.

    “그리고 21 바구니부터 감자를 추 가로 줍니다.”

    사람들이 진짜냐? 또 속이는 것

    아니냐? 그런 반응으로 떠들기 시작 했다.

    “30바구니를 한 사람에게는 감자 30개에 달걀 1개를 추가로 줍니다.”

    줄을 선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소 리 쳤다.

    “진짜입니까?”

    “정말 주나요?”

    “줬다가 뺏는 것은 아니죠?”

    얼마나 당했으면 저렇게 못 믿나 싶었다. 그래서 오르쿠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오르 쿠들 앞에서 약속합니다.”

    오르쿠들 앞에서 약속한다고 말하

    자 못 믿겠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오르쿠를 두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 오르쿠가 안 보고 있었다면 안 믿었다.

    하지만 오르쿠가 보고 듣고 있다. 오르쿠들 역시 콧바람을 내뿜으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나섰다.

    “푸홍! 내가 이름을 기억한 인간 진성이 말한 것이다. 지킬 것이다.”

    “쿠훙! 진성은 약속 지킨다! 이따 가 내 옥수수 가지러 간다.”

    “얼마든지.”

    이성진이 또 오르쿠에게 반말하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확신했다. 그러 자 사람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옥수수를 20바구니 이상 수확하려 면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 다.

    서로 먼저 바구니를 받아 가려고 소리쳤다. 바구니를 사람들에게 나 누어 주자 사람들은 뛰다시피 하며 옥수수 밭으로 갔다.

    그리고 이성진은 입구에 남은 장재 웅과 이호영, 진명수, 권진권 그리고 양장우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이성진이 왜 이런 일을 벌 이는지 궁금했다.

    이성진의 뒤를 따라온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밥 먹다 나온 아들 도 궁금한 표정이었다.

    “100명으로는 옥수수 농장 4분의 1도 수확 못 하니까 사람들 좀 모 으려고.”

    이성진을 제외한 모두는 이해할 수 가 없었다. 100명으로 충분히 오르 쿠에게 하루 바쳐야 하는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다. 더 많이 수확해 봤자 소용없었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이성진이 바로 뒤에 서 있는 두 오르쿠를 가리켰 다.

    “뇌물 먹이려고.”

    오르쿠가 있는 곳에서 대놓고 뇌물

    먹이겠다는 말을 하자 모두 깜짝 놀 랐다. 오르쿠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오르쿠는 뇌물이라는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좋아 했다.

    “푸릉! 진성! 먹을 것 더 준다는 거냐?”

    “맞아!”

    “푸흐응! 얼마나 줄 거냐?”

    “오르쿠에게 줘야 하는 일정량을 제외하고 더 나온 것의 4분의 1을 준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정확한 양을 모르기 때문이

    었다.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는 것 같았다. 달래야 했다.

    “얼마나 수확할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한 거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밥 먹다 나 온 아들 네가 가져가는 옥수수의 양 이 많아진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눈을 반짝였 다. 이성진의 말이 가능하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이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에게 감자를 더 준다고 말하지 않았 다면 그런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100명이 아니라 200명이 일하면 2 배로 수확한다. 하루 바쳐야 하는

    양만큼 더 수확하는 것이다.

    그것의 4분의 1이면 꽤 괜찮은 제 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빨리 이루려면 농장 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푸흥! 사람들 내가 더 모아 온다. 감자 20개 주나?”

    옥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통 해서 소문이 나기를 바랐다. 그런데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모아 온다고 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당연히 준다. 하지만 농장의 크기 를 봐서는 100명 이상은 안 돼!”

    “크흥! 나도 알고 있다. 멍청하지

    않다.”

    멍청하지 않다고 하면서 슬며시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쳐다봤 다. 자신만 받으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본 이성진이 밥 먹다 나온 아들의 걱정을 없애 줬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도 4분 의 1을 줄 거다.”

    “킁! 홍! 나는 필요 없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마음 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이성진이 잔꾀를 부리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 었다.

    30일의 시간을 줬다. 하지만 30일

    안에 다른 농장과 싸움이 일어날 수 도 있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24시간 지켜볼 수는 없다.

    이성진이 오르쿠에게 먹을 것을 더 주고 친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잔꾀 라고 생각했다. 다른 농장에서 쉽게 싸움을 걸 수 없게.

    하지만 이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자신이 이성진과 옥수수 농 장을 30일 동안 지킨다고 선언했는 데 또 잔꾀를 부리는 것 같아 마음 에 안 들었다.

    “내 이름을 기억해 준 선물이야. 이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콧구

    멍이 넓어졌다. 이성진이란 전사가 회복되어 싸우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하지만 자신을 짜릿하게 해 줄 전사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또 다른 기분이었다.

    인정받는 것 같았다.

    “푸흥흥! 선물이라면 받을 수 있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표정 이 밝아지며 받는다고 말하자 뒤에 있던 이호영, 진명수, 권진권, 양장 우 그리고 장재웅은 이성진이 무슨 마술을 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대놓고 뇌물 받는 오르쿠는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오르쿠라는 존재에게 뇌물을 준다 는 생각 자체를 한 사람은 없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싸움이 일 어난다. 죽음을 각오하고 오르쿠에 게 뇌물을 준다는 말을 할 간 큰 사람은 없다.

    “좋아. 그럼 이따가 얼마나 수확하 는지 보자고.”

    이성진의 말에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밥 먹다 나온 아들의 어 깨에 팔을 올렸다.

    “푸흥! 너는 진성 어떻게 생각하 냐?”

    “푸흥흥!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인간입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아직도 이성진의 진실한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것을 알았다. 곧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 으로 생각하며 이성진이 관리자에게 지시하는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 다.

    “이호영!”

    “네.”

    “바구니 들고 옥수수 수확 안 하고 뭐해?”

    “네?”

    이호영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 다. 어제는 수확량이 모자랄까 봐 어쩔 수 없이 했다. 하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감자를 더 얻으려고 뛰어 다닌다.

    “놀고먹으려고?”

    “그건 아닙니다.”

    이성진이 하라면 해야 한다. 이호 영은 바구니를 들었다. 권진권과 양 장우도 눈치 빠르게 바구니를 들었

    다.

    하지만 그냥 옥수수를 수확하는 것 이 아니었다.

    “아! 옥수수 딸 때 절대 능력을 사 용하지 마. 그냥 평범하게 뛰어다니 면서 옥수수 따야 해! 20바구니씩!”

    세 사람은 바구니를 등에 메다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능력을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잘 아는지 이성진이 소리쳤 다.

    “최대한 힘을 주지 말고 뛰어!”

    세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이 성진의 말대로 최대한 힘을 빼고 옥

    수수밭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평범 한 사람보다 빠른 속도였다.

    “명수 너는 뭐 하냐?”

    “저도 옥수수 따요?”

    “그래. 너는 무조건 30바구니 채워 야 한다.”

    진명수는 힘이 강해진 세 사람은 20바구니고 자신은 왜 30바구니를 채워야 하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바구니를 등에 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왜 30 바구니를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명수 너는 기초 체력이 부족해! 너 역시 초인이다. 회복력이 좋지. 그 회복력을 이용하면 계속 강해질

    수 있다.”

    진명수는 이성진의 말이 그럴듯하 게 들렸다. 지금까지 기초 체력 훈 련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사람의 근육은 단련하면 단련할수 록 강해진다.”

    일반인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단련할 수 없다. 하지만 회복력이 좋은 초인이라면 가능했다.

    “알겠습니다.”

    진명수는 바구니를 메고 옥수수밭 으로 뛰어갔다. 쇠 구슬을 날리는 것 이외에는 평범한 사람이나 마찬 가지인 자신이 30바구니를 채우려 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진명수가 뛰어가자 장재웅이 바구 니를 메려고 했다.

    “장재웅 씨는 왜 바구니 메요?”

    “저도 옥수수 따야죠.”

    “장재웅 씨는 그냥 여기서 옥수수 따 온 것 확인하고 바구니 교환이나 해 주세요.”

    “그래도 돼요?”

    “네. 그렇게 해도 감자 20개 이상 은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장재웅은 바구니를 내려놓으며 씨 익 웃었다.

    “그럼 저야 좋지요.”

    좋아서 웃던 장재웅은 이성진이 바 구니를 메는 것을 보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진성 씨는 왜 바구니를……

    “저도 훈련하려고요.”

    장재웅은 관리자도 아닌 자신을 혼 자 놔두는 것이 불안했다.

    “나 혼자 이곳을 지키라고요?”

    “혼자는 아니죠. 밥 먹다 나온 아 들!”

    “푸훙! 왜 부르냐? 진성!”

    “여기서 같이 있어 줘라. 나도 옥 수수 따야 너 줄 것 생기지.”

    “푸훙홍! 좋다. 내가 여기 지켜 준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성큼 다가와 장재웅의 옆에 털썩 앉았다.

    “저기…… 진성 씨……”

    “잘 지켜 줘!”

    “푸홍! 걱정하지 마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장재웅의 어 깨를 잡았다.

    “크흥! 착한 인간. 너 나하고 있는 것이 싫냐?”

    “딸꾹! 그게…… 아니라……

    “크흥! 그럼 웃어라!”

    “네? 아…… 하하……

    장재웅이 억지로 웃는 사이 이성진 은 바구니를 메고 옥수수밭으로 뛰 었다.

    이호영과 권진권 그리고 양장우는 힘을 억제하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했다.

    진명수는 기초 체력을 길러야 했 다.

    하지만 이성진은 다른 이유에서 몸 을 혹사하려는 것이다.

    초인의 능력이 사라진 것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었다. 소인족 성에서 세뇌 시설이 폭발할 때 고농도의 마 나를 흡수했다. 덕분에 잠깐 능력을 잃었다.

    광범위 세뇌 마법진 중심에 있을 때 고농도의 마나에 또 노출될 수밖 에 없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 지 거제도를 벗어나 고성으로 왔다.

    어쨌든 몸 안에 고농도의 마나가

    있는 것 같았다. 조금씩 힘이 강해 지고 감각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 다.

    몸 안의 마나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해가 지기 직전이 되자 입구에는 옥수수가 엄청나게 쌓였다. 오르쿠 에게 바치는 것을 제외하고도 40% 나 더 수확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24바구니에서 25바구니를 수확했다.

    진명수는 역시 24바구니밖에 못

    채웠다. 이호영과 권진권 그리고 양 장우는 30바구니를 넘겼다.

    3m가 넘는 괴물이 끄는 수레가 도 착했다. 어제와 똑같이 감자 포대와 돼지고기 그리고 달걀을 주고 옥수 수를 실어 갔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수레를 따 라가지 않았다.

    옥수수 농장에 남았다. 밥 먹다 나 온 아들이 자신의 옥수수를 확인하 기 위해 창고로 간다고 했기 때문이 었다.

    더 수확한 옥수수와 바구니를 수레 에 실었다. 그리고 창고로 출발했다.

    오르쿠 둘이 따라가니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열심히 창고로 갔다.

    어제보다 더 빠르게 창고에 도착했 다.

    창고를 지키던 김한수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하지만 오르쿠 를 보고 얼어붙었다.

    “괜찮아요. 추가로 옥수수 주기로 해서 같이 온 겁니다.”

    이성진이 안심시키는 말을 해도 사 람들은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아이들은 건물로 도망갔다. 부모들 은 말릴 생각이 없었다.

    “크흥!”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기분 나쁘게

    콧바람을 내뿜으며 이성진을 쳐다봤 다. 보통 인간들은 항상 이런 반응 이었다. 그런데 이성진은 달랐다. 그 것이 또 자연스러웠다.

    이제야 이성진에게 무엇인가 있다 는 것을 알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그냥 이성진의 이름을 기억한 것이 아니 다.

    “기분 나빠 하지 마. 그렇게 인상 쓰면 누구라도 겁먹겠다.”

    이성진의 말에 밥 먹다 나온 아들 은 어이없다는 콧바람을 내뿜었다.

    “크흐흥! 진성 너는 겁 안 먹는 다.”

    “나야 너에게 먹을 것 주는 사람인 데 겁먹을 이유가 없지.”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먹을 것 주 는 것 때문에 이성진이 겁먹지 않는 게 아니란 것을 안다. 먹을 것을 바 치는 인간은 많았다.

    그들은 모두 겁을 먹었다.

    몽둥이를 슬며시 들려고 했다. 하 지만 어느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팔을 잡았다.

    “크홍! 내가 먼저다. 이제 느꼈 나?”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고개를 끄덕 였다.

    “둘 다 그러고 있지 말고 들어와!

    맛있는 것 먹여 줄 테니까!”

    이성진이 사람들을 데리고 창고 안 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오르쿠 둘 은 맛있는 것이라는 말에 바로 창고 로 들어갔다.

    “김한수 씨!”

    “네.”

    “오늘 저 둘에게 매운맛을 좀 보여 주고 싶은데요.”

    김한수는 매운맛이라는 말에 씨익 웃었다. 원래 농협 창고였다. 이 안 에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김한수는 오늘 돼지 한 마리는 그 냥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깝

    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르쿠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 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수레에 있는 옥수수와 바 구니를 내리게 하고 여자들은 모아 음식 준비를 시켰다.

    그사이 이성진은 두 오르쿠에게 창 고 구경을 시켜 줬다.

    “여기에다가 둘의 옥수수를 쌓아 둘 거야. 그런데 어떻게 가지고 갈 거야?”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분명 옥수수 를 가지고 간다고 했었다.

    “푸흥. 하프 크롤링 수레 부르면 된다.”

    “하프 크롤링 수레?”

    크롤링이라면 소인족 마법사 유투 진에게 들은 적이 있다. 크롤링의 피를 정제해 회복 물약을 만든다고 했다.

    “크롤링이면 회복력이 엄청 뛰어나 서 피로 회복 물약을 만든다는 그 크롤링?”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눈을 반짝였다. 크롤링의 피로 회복 물약 을 만드는 것을 아는 인간은 없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성진에게 말했다.

    “푸흥! 하프 크롤링은 힘만 강하고

    멍청한 가축이다. 크롤링 아니다. 크 롤링과 베어를 섞어 주술사가 만들 었다.”

    “그래?”

    “푸홍! 오늘 확인했으니 내일 밤에 하프 크롤링 수레 불러온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내일 밤 하 프 크롤링 수레를 불러다 자신의 옥 수수를 가져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창고를 둘러보고 있는 동안 고소한 냄새와 맛있는 냄새가 퍼져 나갔다.

    두 오르쿠와 함께 음식이 준비된 창고로 갔다. 그곳에는 어디서 구했 는지 가마솥 뚜껑을 엎어 놓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고추장에 비벼 익 히고 있었다.

    고추장만 들어간 것이 아니다. 창 고 근처에 텃밭에는 고추와 호박 등 갖은 채소가 있다. 김한수의 말에 여자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이다.

    “푸흥흥흥! 맛있는 냄새가 난다.”

    “먹어 보면 더 맛있지.”

    이성진의 말에 밥 먹다 나온 아들 은 가마솥 뚜껑 위에 잘 익은 고추 장 돼지고기 볶음을 손으로 집었다. 전혀 뜨겁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대로 입 안으로 가져갔 다.

    손이 커서 그런지 한 주먹이 600g 이상 되는 것 같았다.

    우적우적 소리를 내며 몇 번 씹더 니 그대로 삼켰다. 그리고 양손으로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인상을 썼다. 맛있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먹어 야 하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푸홍홍. 크흐흥! 진성!”

    어느새 절반이나 비워 버린 밥 먹 다 나온 아들이 이성진에게 몸을 돌 리며 소리쳤다.

    “옥수수 필요 없다!”

    그냥 맛있는 것 좀 먹여서 더 친 분을 쌓아 옥수수 농장과 창고의 안 전을 확보하려던 것이 이상하게 됐 다.

    “옥수수가 필요 없다니?”

    “푸흐흥! 매일 이것 줘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밥 먹다 나온 아들의 반응에 고개를 갸 웃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기 에 저 많은 옥수수를 포기한다고 할 까 싶었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혼자 다 먹 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막

    았다가는 나중에 맛을 보고 두들겨 맞을 것이 분명했다.

    혼자서 맛있는 것 먹으려 했다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역시 뜨겁지 않은지 고추장 돼지고기 볶 음을 한 주먹 쥐어서 입안에 넣었 다.

    그리고 두 번 씹더니 그냥 삼켰다. 다시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바로 손을 뻗었 다. 막을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서였다.

    “크훙…… 우적! 매일…… 부걱! 주라.”

    씹으면서도 이성진에게 매일 고추

    장 돼지고기 볶음을 달라고 했다.

    그 모습이 웃겨 보였다. 덕분에 사 람들은 오르쿠에 대한 두려움이 조 금 사라졌다.

    먹을 것을 탐내는 근육 돼지를 보 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푸흥! 이거 진짜 맛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다 먹어 버린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을 아쉬워하며 말했다. 자신도 옥수수 대신에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을 달 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차피 밥 먹다 나온 아들 이 달라고 하면 먹을 수 있다는 생 각에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을 무 척 원하는 두 오르쿠에게 이성진은 쉽게 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매일은 못 줄 거 같은데?”

    “크흐흥! 왜 못 주나?”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바로 훙분했 다. 오르쿠 대부분은 음식을 그냥 찌거나 삶아 먹는다. 구워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매콤하면서도 달달 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먹어 본 적은 없었다.

    엘 파나의 인간 왕국에서도 이런 음식은 없었다.

    “매일 주면 우리는 뭐 먹으라고? 지금 둘이 우리가 먹을 것까지 다 먹었잖아.”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의 말 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크흥! 저기 남아 있는 것은 돼지 아닌가?”

    “맞아! 하지만 저거 다 먹으면 그 때는?”

    “크홍! 매일 한 마리씩 주는 것 알 고 있다!”

    “그 한 마리 둘이서 다 먹으면?”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입술을 깨물 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을 포기할 수 는 없었다.

    “크흥! 내 옥수수 가져가서 돼지로 바꿔 온다! 그럼 되냐?”

    돼지고기만 가져다주면 될 줄 알고 큰소리쳤다. 돼지고기 가져오는 것 만으로 넘어갈 이성진이 아니었다.

    “당연히 돼지는 가지고 와야지. 하 지만 그래도 매일은 안 돼!”

    “크홍! 왜 안 되냐?”

    “양념이 부족해.”

    3개월쯤 매일 먹으면 부족하다. 하 지만 3개월 후에 양념이 떨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금방 떨어진다고 오 해하면 더 유리하니까.

    “크흥! 양념 말해라! 다 구해 준 다!”

    옆에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도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구하기 힘들다면 자신이 직 접 나서서 구할 생각이었다.

    “구해 줘도 이렇게 맛있는 맛을 내 기는 힘들어. 김한수 씨!”

    “네!”

    “고추장 통 하나 가지고 와 주세 요.”

    “알겠습니다.”

    김한수는 이성진의 생각을 알았다. 고추장 돼지고기 볶음에 고추장만 넣는다고 맛있지 않다. 각종 채소가

    곁들어지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적당한 비율로 양념을 해야 맛있다.

    거기다가 돼지고기를 순식간에 부 드럽게 만드는 비법도 따로 있다.

    김한수가 따지 않은 고추장 한 통 을 가지고 왔다. 그러자 이성진이 바로 고추장 통을 땄다. 그리고 한 주먹 집었다.

    “먹어 봐!”

    밥 먹다 나온 아들은 고추장 돼지 고기 볶음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고 추장을 입안에 넣었다.

    “크흐흥! 이 맛 아니다! 거짓말하 면 못 참는다!”

    “잠깐 기다려. 김한수 씨! 바로 양

    념해서 가지고 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김한수는 여자들에게 고추장 통을 가져다 줬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비 법을 이용해 고추장 양념을 만들었 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다른 양념 이 아닌가 싶어 눈을 부릅뜨고 지켜 봤다.

    각종 채소가 들어가고 검은색 물을 붓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휘휘 저 어 섞더니 손가락으로 맛을 보고 끄 덕이는 것도 봤다.

    김한수가 바로 고추장 양념을 가지 고 왔다.

    “먹어 봐라!”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손가락으로 양념을 찍어 먹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이 맛이었다. 돼지고기와 어우러진 맛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 히 맛있었다.

    “푸흥! 비법 알려 줘라!”

    “미쳤냐?”

    “푸흐흥! 죽고 싶은가!”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참지 못하고 몽둥이를 들어 이성진을 향해 내리 쳤다. 어쩌다 나온 세 번째 아들은 반응하지 못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역시 고추장 양념에 정신 이 팔렸기 때문이었다.

    아차 싶을 때는 밥 먹다 나온 아

    들의 몽둥이가 이성진을 향해 떨어 지는 중이었다. 하지만 밥 먹다 나 온 아들의 몽둥이는 이성진을 맞추 지 못했다.

    꽝 소리와 함께 바닥에 박혔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이성진을 죽 일 마음이 없어 팔을 노렸다. 하지 만 죽일 마음이 없다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성진이 가볍게 몸을 틀어 피했다.

    “크훙!”

    밥 먹다 나온 아들은 콧바람을 내 뿜고는 공격하지 않았다. 이성진에 게 폭력을 통한 협박은 먹히지 않을

    것을 알았다. 눈빛과 행동 때문이었 다.

    굽히지 않는 전사의 눈빛과 최선을 다한 몽둥이 공격을 피하는 몸놀림 이다.

    “크흥! 진성! 원하는 것이 뭐냐? 안 된다고 장난치지 마라.”

    이쯤이면 된 것 같았다. 협상도 적 절하게 해야지 더 약 올리거나 무리 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

    “농장에서 말한 대로 일할 사람 구 해 줘. 그리고 남은 옥수수를 가지 고 가서 원하는 것으로 바꿔 줘.”

    “크흥! 일할 사람은 구해 준다. 하 지만 옥수수로 원하는 것을 다 구해

    줄 수는 없다.”

    “무리한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어. 그렇게 해 준다면 매일 이곳에서 맛 있는 것을 먹게 해 주지.”

    “푸흐흥.”

    기분 좋은 콧바람을 내뿜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좋아. 김한수 씨!”

    “네.”

    “돼지고기 더 볶아 주시고요. 감자 전하고 옥수수 술도 가지고 와 주세 요!”

    “알겠습니다.”

    김한수는 바로 움직여 밥 먹다 나 온 아들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이 먹을 것을 준비했다.

    두 오르쿠는 더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먹었다. 돼지 3마리에 감자 3포대로 만든 감자전 그리고 옥수수 술 10L 를.

    맛있는 것을 먹은 오르쿠는 의외로 잘 웃었다. 김한수와 사람들에게 웃 어 주며 맛있다고 칭찬하고 언제든 지 자신들이 지켜 주겠다고 호언장 담까지 했다.

    물론 맛있는 것을 계속 얻어먹고 싶어서였다.

    사람들은 이런 오르쿠의 모습을 처 음 봤다. 돼지 코와 커다란 덩치만 아니면 그냥 친한 동네 사람같이 친

    해졌다.

    그리고 아이들도 오르쿠에게 조금 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는 힘을 숭배하는 오르 쿠의 순수함과 아이들의 순수함이 닮았기 때문이었다.

    오르쿠와 친해지는 사람들을 보며 장재웅은 잠시 밖으로 나가는 이성 진을 따라 나갔다.

    “진성 씨!”

    “무슨 할 말이 있나요?”

    따라 나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낮 에 몸을 혹사한 대가로 감각이 더 돌아왔다.

    “진짜 오르쿠와 친구가 될 수 있다

    고 생각합니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친구가 되

    지 못한다면 다 죽일 겁니까?”

    다 죽일 수 없다. 오히려 다 죽을 것이다. 오르쿠가 사람들을 그냥 놔 두는 이유는 식량 생산 때문이었다. 노예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성진은 사람들을 노예에서 오르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절대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진성 씨! 지금까지 모른 척했지만 이제는 안 되겠어요.”

    장재웅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 에 없었다.

    “내가 기억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는 것 말인가요?”

    “그걸 어떻게……”

    “너무 쉽게 믿어 줬잖아요. 그리고 기억을 잃은 것처럼 행동하라고 힌 트도 줬고요.”

    “그걸 다 알면서도 그대로 한 겁니 까? 나의 뭐를 믿고?”

    “굳이 태우지 않아도 될 옷을 태웠 다고 했을 때부터라고나 할까요?”

    옷이 심하게 찢어져서 태웠다고 했 었다. 그냥 버려도 되는 옷을 왜 태

    웠을까.

    그때 입고 있던 옷이 특수부대가 입는 군복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제도 이야기도 슬쩍 꺼냈 었다.

    마나막으로 둘러 싸여 나갈 수 없 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제도 이야기 를 한 것은 혹시 거제도에서 왔나 떠보려고 한 것이다.

    “그럼 나를 이곳에 계속 머물게 한 것은……

    “언젠가는 비밀을 이야기해 주기를 바란 것이죠. 다른 곳에서 온 사람 을 구해 주고 보살펴 주는 일은 착 하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

    든요.”

    장재웅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성진 은 자신의 수상한 점을 이미 파악하 고 있었다.

    “오르쿠가 있는 곳에서는 말할 수 없어요. 나중에 따로 말해 줄게요.”

    “언제든지요.”

    오르쿠가 있는 곳에서 말할 수 없 다는 것을 봐서는 짐작한 대로 저항 조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조선시대부터 외세의 침략에 맞서 온 대단한 국민 이다.

    광범위 세뇌 마법과 개별 세뇌 마 법을 어떻게 피했는지 모른다. 하지

    만 계속 지켜보고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이제 29일 남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싸울 시간이.

    밥 먹다 나온 아들의 태도로 봐서 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지 위가 높은 것 같았다. 다른 오르쿠 들보다 당당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앞에서 기가 죽은 오르쿠도 꽤 많이 봤다.

    29일 안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이길 힘을 기르고 이 지역을 장악한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오르쿠의

    성으로 갈 것이다.

    성을 다스리는 오르쿠와 싸워 이긴 다면 고성 지역은 수복한 것이나 다 름없다.

    “푸홍! 진성 뭐 하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창고 밖으로 나왔다.

    “그냥!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산책 하는 중이야.”

    “푸홍! 이해는 못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다. 진성 조금 더 강해진 향기가 난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감각 이 꽤 뛰어난 것 같았다.

    “푸흥! 더 강해져라. 29일이다. 그

    때까지는 모른 척하고 있을 거다.”

    감각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눈 치도 빠르다.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 같지 않았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한 가 지만 묻자.”

    “푸흥! 물어라!”

    “이곳의 대전사가 너인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푸흥! 그렇다.”

    대전사는 1천 명 이상의 오르쿠를 거느리는 오르쿠를 부르는 직책이었 다.

    오르쿠의 지휘 체계를 이성진이 알 고 있다. 그냥 오르쿠 전사처럼 고 성 지역을 돌아다녔다. 이성진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한 번이라도 봤다면 잊지 않을 만큼 전사의 향기 가 나는 이성진이다.

    다른 지역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 의 대전사에게 이성진에 관해 물어 볼 생각은 없다.

    그랬다가는 이성진과 싸울 수 없을 지도 모르니까.

    “푸흥! 누구에게도 내가 대전사라 는 것을 말하지 마라. 그리고 알면 서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경우도 있

    다. 잊지 마라.”

    저 말은 조금 이상했다. 대전사라 는 것을 말하지 말라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 같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경우 가 무얼까 궁금했다. 하지만 다시 물어볼 수가 없었다.

    밥 먹다 나온 아들도 창고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푸흐홍! 진성 친구!”

    술 마시더니 이제는 친구라고 부른 다. 그리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푸흥! 나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대 전사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님

    에게 요청합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인상 을 찌푸렸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건 오르쿠가 하는 의식 중 하나 였기 때문이었다.

    “크흥! 말해라!”

    “푸훙! 진성과 친구가 되는 전사의 의식을 하고 싶습니다!”

    “크홍! 진성의 승낙이 필요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성진이 승낙하지 않으면 전사의 의 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푸흥! 진성! 나와 친구가 되는 전 사의 의식을 하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이 거부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깨졌다.

    “좋다. 대신 10일 뒤에 한다.”

    “푸흐흥! 알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머리 에 손을 올렸다. 이러다가 이성진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었다. 오르쿠에게 친구가 되는 전사 의 의식은 한 가지뿐이었다.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의 생각은 다음 날 이성진이 진명수

    를 훈련시키는 모습을 보고 바뀌었 다.

    친구가 되는 전사의 의식을 이성진 과 밥 먹다 나온 아들이 서로 허락 한 이상,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은 막을 권한이 없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창고 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누군가 창 고 밖에 나온 것을 느꼈다. 슬며시 일어났다.

    커다란 덩치를 가졌으니 일어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지만, 아니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일어났다. 그리고 창고 밖에 이성진과 인간 한 명이 나와 있는 것을 알았다.

    “명수. 오늘부터는 새벽에 나와서 쇠 구슬을 날리는 연습을 한다.”

    진명수는 새벽부터 조용히 깨워 데 리고 나온 이유가 쇠 구슬 날리는 연습이라는 것에 살짝 불만이 생겼 다.

    “쇠 구슬 날리는 연습은 안 해도 됩니다.”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럴 만도 했 다. 지금까지 쇠 구슬을 수없이 날 렸다. 거의 백발백중이라고 말할 정 도로.

    “그럼 내기할까?”

    “무슨 내기요?”

    이성진이 무슨 내기를 할지 알면서 도 진명수는 모르는 척 물었다.

    “누가 가장 빠르게 목표물을 맞혀

    쓰러뜨리는지 내기지.”

    진명수는 씨익 웃었다. 예상대로였 다. 이성진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쇠 구슬을 쏴 목표물을 맞히는 것뿐이 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기라면 당연히 합니다.”

    “좋아. 내가 이기면 명수 너는 내 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해야 한다.”

    “제가 이기면요?”

    “나에게 훈련받을 이유가 없겠지.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 나와 동등 한 위치로 인정할게.”

    진명수는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들 었다. 이성진이 너무 자신 있게 말 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흔들며 애

    써 불안한 감정을 털어 냈다.

    절대 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좋아요.”

    “거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숨어서 보지 말고 나와서 심판 봐 주라!”

    “푸흥! 어떻게 알았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기척 을 죽이고 있었다. 이성진이 눈치챘 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진명수가 깜짝 놀라는 것을 봐서는 이성진만 눈치챈 것이 확실했다.

    “어떻게 알기는…… 그 큰 덩치가 문 뒤에 있는데 안 보이겠냐?”

    일부러 유심히 보지 않고는 안 보 인다. 그늘진 곳에 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자신 있 어 하는 기술 중 하나였다.

    이성진이 전사의 힘을 되찾고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와서 심판이나 해!”

    “푸훙! 알았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성큼 걸어왔다. 그사이 이성진은 나무로 만든 긴 의자 위에 돌을 5개씩 10 개를 올려놨다.

    “자! 5개씩 있지? 먼저 5개의 돌 을 맞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알았습니다.”

    진명수는 쇠 구슬 5개를 꺼냈다. 그리고 1개는 오른손에 쥐고 나머지 4개는 왼손에 쥐었다. 오른손으로 쇠 구슬 1개를 쏘고 바로 왼손의 쇠 구슬을 튕겨 오른손으로 옮기면 서 쏘는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성진은 바닥에서 조그만 돌멩이 5개를 주웠다. 진명수는 피 식 웃음이 나왔다. 돌멩이를 하나씩 던져서 맞히는 속도로는 자신이 쇠 구슬을 튕기는 속도를 이길 수 없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시작은 심판이 해 줘!”

    “푸흥! 알았다. 팔을 내리는 순간 시작이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조금 기다렸다. 진명수는 긴장하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팔이 떨어지기를 기다 렸다.

    후웅 소리와 함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팔이 떨어졌다. 그 순 간 진명수는 오른손에 있는 첫 번째 쇠 구슬을 쐈다. 정확하게 긴 의자 위의 돌에 맞았다.

    바로 왼손에 있는 쇠 구슬을 튕겨 오른손에 보냈다. 오른손을 살짝 움 직여 각도를 맞춘 다음 쇠 구슬을

    쐈다.

    “어?”

    진명수가 놀란 이유는 자신의 쇠 구슬이 빗나가서가 아니다. 두 번째 쇠 구슬도 정확하게 의자 위의 돌을 맞췄다.

    진명수가 놀란 것은 이성진의 의자 위 5개의 돌을 다 맞혀 떨어뜨렸기 때문이었다.

    “푸흐홍! 진성 승리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웃기 다는 둣 콧바람을 내뿜으며 이성진 의 승리를 외쳤다.

    진명수는 어이없다는 듯 이성진을 쳐다봤다.

    “말도 안 돼요! 어떻게 한 거예 요?”

    “어떻게 하기는. 잘 던진 거지!”

    진명수는 믿을 수 없었다. 균일한 크기인 쇠 구슬도 아닌 서로 다른 모양의 돌멩이를 던져서 자신보다 더 빠르게 의자 위의 돌을 맞혔다.

    “보여 주세요!”

    쇠 구슬을 쏘느라 이성진이 어떻게 돌멩이를 던졌는지 제대로 보지 못 했다.

    “가서 돌 올려놔라.”

    진명수는 뛰어가서 의자 위에 돌멩 이 5개를 올려놓고 돌아왔다. 그러 자 이성진은 바닥에서 적당한 크기

    의 돌멩이 5개를 주웠다.

    진명수가 보기에는 절대 빠르고 정 확하게 던질 수 없는 돌멩이였다.

    “잘 봐라!”

    진명수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눈을 크게 뜨고 이성진이 돌 멩이를 던지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 도 이성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진은 돌멩이를 양손으로 번갈 아 가면서 던졌다. 그리고 팔의 동 작도 크지 않았다. 스냅을 이용한 것인지 작은 동작으로 빠르게 던졌 다.

    “어떻게 돌멩이를 여러 개 쥐고 하 나씩 던질 수 있어요?”

    가장 놀란 것이었다. 이성진은 왼 손에 2개, 오른손에 3개의 돌멩이를 쥔 상태로 번갈아 가면서 돌멩이를 던졌다.

    “연습하면 된다.”

    “그리고 그냥 던지는 것 같은데 하 나도 빗나간 것이 없어요!”

    진명수에게 두 가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 시범을 보였다. 첫 번째는 쇠 구슬을 한 손에 쥐고 빠르게 쏘는 법이다. 두 번째는 감각이다.

    이건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만 터득 할 수 있다.

    “지금부터 매일 새벽에 나와 쇠 구 슬 2개를 오른손에 쥐고 연달아 쏘 는 연습을 한다.”

    진명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 이 쇠 구슬을 쏘는 방식은 손바닥에 자기장을 일으켜 쇠 구슬이 튀어 나 가게 하는 것이다.

    자기장이 가장 강한 부분인 손바닥 중앙에 쇠 구슬이 위치해야 제대로 날아간다.

    이성진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다. 쇠 구슬 2개가 동시에 날아갈 테니 까.

    “왜? 못 하겠어?”

    “네•…”

    진명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진명수에게 이성진은 따끔하게 말했 다.

    “쇠 구슬을 왜 손바닥으로만 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손바닥으로 쏴야 가장 정확하고 멀리 날아가요.”

    “그건 명수 네가 가장 편한 방법으 로 쏘기 때문이야. 핑계지. 만약 네 가 한 손에 쇠 구슬 10개를 쥐고 있으면서 계속 쏠 수 있다면 너를 쉽게 볼 사람이 있을까?”

    이성진의 말대로 쉽게 볼 사람은 없다. 1개씩 쏘니 약간의 틈이 있

    다. 그 틈을 노려 접근한다.

    “내가 시범을 보여 주지. 쇠 구슬 줘 봐.”

    진명수가 쇠 구슬을 10개 정도 꺼 내 줬다. 그중 5개를 오른손에 쥐었 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손바닥 안에는 쇠 구슬 5개가 일렬로 있다.

    “잘 봐!”

    팅팅 소리가 순식간에 5번 났다.

    진명수는 이성진이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쇠 구슬을 튕기는 것을 봤 다. 돌멩이를 던질 때보다 더 빨랐 다.

    그리고 쇠 구슬은 정확하게 나무로 만든 긴 의자에 가서 일렬로 박혔

    다.

    손가락으로 튕겨서 나무에 박히게 하다니.

    눈을 크게 뜨고 놀랄 수밖에 없었 다. 그리고 이성진이 초인이라는 것 을 알았다.

    “아무 능력도 없으셨잖아요?”

    “누가 나보고 아무 능력이 없다고 그랬는대?”

    생각해 보니 이성진을 일반인으로 생각했을 뿐, 그 누구도 일반인이라 고 말한 적이 없었다.

    “이건 내 방식이고 명수 너만의 방 식을 찾아야겠지. 매일 아침 나와서

    나하고 비슷한 속도로 쏠 때까지 훈 련한다.”

    “네•…”

    진명수는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 였는지 실감했다. 쇠 구슬이 아닌 돌멩이로 자신보다 빠르게 던진다. 가까운 곳에서는 위협적인 위력이 다.

    “소심하기는! 진명수!”

    “네? 네!”

    진명수는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내가 장담하지. 명수 네가 쇠 구 슬을 한 손으로 5개 이상 쏠 수 있 고 속도도 나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나도 너를 쉽게 못 볼 거

    다!”

    “정…… 정말이요?”

    “그래!”

    쉽게 못 보는 것뿐이다. 못 이긴다 고는 하지 않았다. 진명수를 이길 방법은 많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고 농장 갈 준비하자.”

    “예!”

    진명수는 바로 창고로 뛰어갔다. 진명수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오늘은 30바구니 꼭 해라!”

    진명수가 휘청했다가 다시 자세를 잡고 뛰었다. 체력 훈련을 잊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과 진명수의 모습을 지켜보 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 성진에게 다가갔다.

    “푸홍! 진성! 힘 더 찾았나?”

    “ 조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손이 근질거렸다. 힘을 조금 찾았는데 이 정도라면 다 찾았을 때는 어떨까 생 각해서 였다.

    “푸흥! 가볍게 시험해 본다.”

    가볍게란 말이 어울리게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경쾌했다. 성인 남성 머리 크기와 비슷한 주먹이 어느새 눈앞에 있었

    다.

    하지만 후웅 소리와 함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주먹은 빗나갔 다. 그리고 이성진은 어느새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품 안에 있었 다.

    손가락을 펴서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 턱밑에 댄 상태였다. 손가 락이 아닌 단검이었다면 끝이었다.

    “푸홍! 멋지다.”

    “너도 멋지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왼손 바닥이 이성진의 몸 앞에 멈춰 있었 다. 지금은 무승부였다.

    이성진에게서 떨어지며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은 즐거운 콧바람을 내뿜으며 말했다.

    “푸흐흥! 밥 먹다 나온 아들 실컷 패줘라!”

    “물론이지. 친구? 형이란 소리가 나올 때까지 팰 거다.”

    “푸흐흐흥! 그거 좋은 소리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을 최소 자신과 동급으로 생각했 다. 대전사인 자신과 동급인데 일반 전사인 밥 먹다 나온 아들과 친구라 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 했다.

    “아침 먹자!”

    창고 안에서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

    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을 준비 하는 것 같았다.

    “푸흐흥! 먹어야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 창고를 자신의 집으로 삼을까 심각 하게 고민하면서 이성진의 뒤를 따 라 창고로 들어갔다.

    이성진과 싸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중요했다.

    이성진의 옥수수 농장은 고성 지역 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일한 만

    큼 대가를 받는다. 사람들이 이성진 의 옥수수 농장에서 일하고 싶어 했 다.

    더군다나 오르쿠와 관리자가 친하 다. 이성진과 오르쿠가 허물없이 대 화하고 장난까지 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덕분에 다른 농장의 관리자가 이성 진의 옥수수 농장에 찾아와 항의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오르쿠가 창고까지 따라 간다. 그리고 같이 자고 다음 날 옥 수수 농장에 같이 나간다.

    10일째가 되자 오르쿠가 직접 운 영하는 옥수수 농장이라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지만 덕분에 다 른 농장의 관리자들은 더 건드릴 수 없었다.

    “좋은 아침!”

    “네! 진성 님!”

    진명수가 손가락으로 쇠 구슬을 튕 기며 기분 좋게 대답했다. 3일째까 지는 쇠 구슬을 어떻게 쏴야 하는지 감도 못 잡았다. 그러다가 이성진이 쇠 구슬을 던진 방법부터 따라 해 봤다.

    그러다가 색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구슬 6개를 손에 쥐고 엄지손가락 으로 쇠 구슬이 나갈 통로를 막는

    다. 주먹을 쥔 손안에 자기장을 가 두는 것이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튕기면 쇠 구슬이 튀어 나간다.

    처음에는 한꺼번에 6개가 튀어 나 갔다. 계속 연습해서 1개씩 튀어 나 가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위력도 더 강해졌다. 댐에 갇혀 있는 물이 한꺼번에 터지면 그 위력이 강하듯, 손안에 갇힌 자기장이 밖으로 튀어 나가면서 쇠 구슬을 더 빠르고 강하 게 날아가게 했다.

    “명수는 더 연습하면 될 것 같 고…… 오늘은 누가 먼저 할까?”

    이성진의 말에 이호영과 권진권 그 리고 양장우는 서로 쳐다봤다. 옥수

    수 농장에서 힘을 사용하지 않고 옥 수수 수확을 한 5일째부터 새벽에 나와 이성진에게 훈련받고 있었다.

    훈련을 빙자한 구타에 가깝지 만…….

    “오늘은 맨 마지막에 하는 사람 이……”

    이성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장 우가 삼단봉을 꺼내 앞으로 나왔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좋아! 덤볘”

    이성진은 맨손이었다. 그렇다고 양 장우는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첫날 기절할 때까지 맞은 기억이 생생했 다.

    양장우는 조심스럽게 이성진을 살 폈다. 허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보이는 허점은 함정이다. 허점을 찌르는 척하다가 다른 허점을 유도 해 내야 했다.

    후웅!

    삼단봉을 찌르는 척하다가 옆으로 휘둘렀다. 이성진의 팔을 노렸다. 아 무리 이성진이 강하다고 해도 팔이 부러지면 불리하다.

    턱! 퍽!

    “느려!”

    양장우는 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순 간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쿵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도 통증을 느꼈다.

    이성진이 양장우의 삼단봉을 팔과 몸 사이에 끼면서 다리를 차올렸기 때문이었다.

    “다음!”

    이호영이 삼단봉을 꺼내 달렸다. 이성진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서였다. 일종의 기습이었다.

    빠각!

    하지만 성큼 두 발자국 뛰어 오히

    려 이호영에게 다가간 이성진의 손 바닥에 이마를 맞고 뒤로 날아가 그 대로 기절했다.

    “마지막이지?”

    권진권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 다.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받아야 하 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맞으면 아프다. 그리고 이성진을 한 대라도 때려 봤으면 했다.

    오늘도 죽었다라는 생각으로 긴장 하고 있을 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렸 다.

    “푸흥! 진성! 오늘이다!”

    밥 먹다 나온 아들이 텅텅 소리가 나게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나왔다.

    친구의 의식을 하기 위해서.

    “알아! 잠깐 기다려! 하던 것 마저 하고!”

    구원받은 줄 알았던 권진권은 얼굴 이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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